【알파인・생추어리】
【알파인 생추어리】
후지산 북동부에 위치한 준엄한 산맥, 소드 마운틴. 그곳은 다른 이름으로 죽음의 능선이라고도 불리운다. 1일 20시간 이상은 극한의 눈보라가 몰아쳐, 다가가는 사람은 누구 하나 없다.
그 산 중턱, 어떠한 익스트림 스키 선수도 살아서 돌아갈 수 없는 바위 투성이 경사면 아래, 위험한 절벽 옆에 IP 자원을 계속해서 비축해 온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의 데이터 센터가 숨겨져 있다. 설원용 미채 위장이 설치된 거대 토치카(벙커) 같은 그 건물 옆에는 몇 개의 묘비 같은 것이 세워져 있었다.
지금부터 30년 쯤 전, 전자전쟁으로 피폐해진 어느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이 남은 IP 자원을 은닉하기 위하여 이 데이터 센터에 단 다섯 명의 사라리맨을 파견했다. 50년치의 식량, 물, 약품 그리고 다른 회사에 공격당할 경우를 위한 자위용 무기와 함께.
데이터 센터 옆에 있는, 눈에 덮여 이름도 없는 4개의 금속 기둥. 그것은 보수와 호위를 맡았던 사라리맨들의 묘비,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여기에서 자신들의 회사가 승리할 것이라 믿으며 UNIX를 계속해서 보수하면서 전자전쟁이 끝나는 것을 기다려 왔다. 1년. 5년. 10년. 20년이 지나도 본사의 에이전트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전자전쟁은 이미 한참 전에 종결되었으며, 그들의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은 도산한 것이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가혹한 사라리맨 생활 도중에 어떤 이는 병마에 시달려 삼도 리버를 건넜고, 또 어떤 이는 하산을 시도했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사람만이 살아 남았다.
시간은 아침 7시. 오늘도 날씨는 좋다. "흥흥흥...... 흥 후 흥흥......" 그 노인, 리케 시마타는 좁은 슬릿형 강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상쾌한 아침 햇살을 맞으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 앞에서 수염을 깎고 있었다. 키친에서는 향기로운 오가닉 커피의 냄새가 감돈다.
얼굴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 가볍게 섀도우 복싱을 하면서 마이크로 키친으로 향한다. 그의 아침 식사는 평소와 똑같았다. 수혈팩처럼 진공 패킹된 네기토로 200그램을 먹고, 쇼유를 맛보고, 비타민과 미량의 타노시이*가 들어간 일회용 주사기를 주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원문은 タノシイ로, 楽しい(즐겁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인살 세계관에서는 일종의 각성제.
데이터 센터는 바깥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물리적으로도, 또한 전자적으로도. 발견되지 않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러면, 오늘의 업무는......" 리케는 보수용 UNIX 모니터를 보고 얼럿(alert, 경보) 상황을 확인했다. 옐로가 1건. 그린이 2건. 레드는 없음. "상당히 지루한 하루가 될 것 같군!"
리케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공구함을 짊어지고서, 광대한 데이터 센터 보수작업을 하러 나섰다. 생명줄을 걸고 윈치를 돌리며 쇠로 된 격자 속 UNIX 배기팬에 기름칠을 한다. 그가 관리하는 것은 UNIX만이 아니다. 30년 동안 노후화 된 이 시설 그 자체다. 지금은 그 혼자서 거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업무는 점심을 먹기 전에 끝나버리고 말았다. 블리자드가 잦아든 사이에 밖으로 나가서 라이플 총 사격훈련과 점검을 마친 뒤, 리케는 마이크로 키친으로 돌아와서 냉동 소바를 먹었다. 그리고 챠를 마시고 한숨 돌린 그는 오후의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친구가 기다리는 메인 전산실로 향했다.
『도-모, 리케=상, 쇼기(일본 장기), 를, 둡시다』 전자음성이 그를 맞이한다. 두개의 사랑스러운 카메라 아이가 움직이고, 단순한 구조인 메카 암을 들었다. "도-모. 아아, 어제는 내가 장고를 하다가 그대로 자버렸지 참." 리케는 친구에게 대답하며, 어제 저녁의 모습 그대로 보존된 장기말을 보고 턱을 매만졌다.
친구는 하나 밖에 없는 메카 암을 과학 실험 스탠드처럼 레일을 따라 아래 위로 움직이면서, 기쁘다는 듯 카메라 아이를 옆으로 흔들었다. 『오늘은, 지지않아요』 "내 대사야." 리케가 웃었다. 그의 친구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로 된 쇼기 로봇이다. 눈과 팔 이외의 모든 부분은 커스텀 AI가 들어가 있는 UNIX 안에 있다.
리케는 쇼기판 앞에 앉아서 소매를 걷어 붙였다. 카메라 아이가 위잉 위잉 소리를 낸다. 『오늘도, 날씨가, 좋은것같네요』 "아아, 드물게도 말이야." 리케가 대답했다. 모니터에는 『RIKE vs ICHIBAN』이라는 문자와 기보가 표시되었다. 로봇의 이름은 이치반. 손자가 있었다면 붙이고 싶은 이름이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쇼기를 재개했다. 탁. 『오늘의, 보수작업, 어땠어요?』 탁. "옐로가 하나에 그린이 둘이야." 탁. 『레드는?』 "레드는 없었어." 『잔뜩, 쇼기, 가능하겠네』 이치반은 즐거운 듯 메카 암을 흔들었다. 이치반의 AI 회화능력은 이상할 정도로 높았다.
이치반의 AI는 본래 지극히 심플한 교육형 프로그램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며 어느새 이런 현재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 투성이였지만 리케가 매번 UNIX 키보드를 두드려, 단어를 하나 하나 입력해온 것이다.
2시간 뒤, 리케는 막판 실수로 패배하고, UNIX에서는 전자 팡파레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치반은 메카 암으로 적의 장군을 자랑스럽게 들어올렸다. 『이겼다구』 "실력이 좋아졌는데, 2연패인가?" 리케는 분한듯이 무릎을 두드렸다. 『당신의, 3연패, 입니다』 "그런가, 잊고 있었네."
그리고 두 사람은 일과로서, 저녁까지 쇼기를 즐겼다. 연장 근무는 없음. 그 뒤에 리케는 저녁밥을 먹고 일보를 쓰고 잔다. 이치반과의 일과가 리케의 정신을 지탱해 온 것이다. 식량 비축분은 100년치 이상 있다. 그러나 이 사랑스러운 친구가 없다면 식량 비축분 따위는 죽음을 연장할 뿐인 고통의 근원에 지나지 않았으리라.
"이 다음은 내일로 하자, 잘 자, 이치반." 『오야스미나사이』 "응." 리케는 전산기실 전기를 끄고 마이크로 키친 쪽으로 향했다. 저녁밥을 먹고 시간에 따라 일보를 작성하고 하루를 마쳤다. 그리고 보수용 UNIX 모니터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기장 폭풍 수치가...... 이상한데. 측정기가 고장난건가......?"
리케는 이마의 땀을 손으로 훔치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역시나 이상해. 자기장 폭풍이 사라졌어?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자기장 폭풍이......!" 그는 곧바로 깨달았다. "자기장 폭풍이 없어졌다면 본사와 무선 전파가 통하는 것 아닐까……?" 리케는 서고로 향하여 15년 전에 덮은 뒤 계속 방치했던 비상시 대응 매뉴얼을 발견했다.
그 날, 리케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로그를 조사한 결과, 자기장 폭풍은 며칠 전에 제로 레벨까지 저하되었다. 지난 몇 년간 그는 이 수치를 거의 확인하지 않았고, 구조 신호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장 폭풍에 의하여 모든 것이 지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본사에 대한 것도 이미 잊어가는 상태였다.
자신은 이치반과 함께 이곳에서 외롭게 죽을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달에도 이치반의 스페어 파츠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고무 밴드를 발견한 참이었다. 바깥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불안함도 있었다. 그러나...... 의무는 의무다. 동료들과 계속 보수해 온 자원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내일도 자기장 폭풍이 개여있으면 시그널을 보내자. 그리 생각했다.
◆◆◆
시간은 아침 7시. 오늘도 날씨가 좋다. "흥흥흥...... 흥 후 흥흥......" 리케 시마타는 좁은 슬릿형 강화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상쾌한 아침 햇살을 맞으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 앞에서 수염을 깎고 있었다. 키친에서는 향기로운 오가닉 커피의 냄새가 감돈다.
얼굴을 씻고, 양치질을 하고, 가볍게 섀도우 복싱을 하면서 마이크로 키친으로 향한다. 그의 아침 식사는 평소와 똑같았다. 수혈팩처럼 진공 패킹된 네기토로 200그램을 먹고, 쇼유를 맛보고, 비타민과 미량의 타노시이가 들어간 일회용 주사기를 주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의 업무는......" 리케는 보수용 UNIX 모니터를 보고 얼럿 상황을 확인했다. 옐로가 3건. 그린이 6건. 레드는 없음. "그런대로 괜찮은 하루로군......" 옆에 둔 메모에 주의가 미친다. 자기장 폭풍 수치를 보자. 자기장 폭풍도 개여 있었다. 리케는 장치의 전원을 넣고 본사에 시그널을 발신했다.
리케는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서, 2시가 지났을 때 이치반이 기다리는 전산실에서 쇼기를 두었다. "저기, 이치반." 『왜그러시나요』 "이제 곧 이사할 지도 모르겠는걸." 리케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단어, 를,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만." 리케는 길다란 단어 정의문장을 타이핑하면서 말했다. "집을 바꾼다는 거야."
그때부터 리케의 일상은 여전히 변함없이 이어졌다. 바뀐 것이라면 아침 루틴에 시그널을 발신한다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것은 심해 혹은 우주의 끝으로 의미 없이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리케의 행동은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외부 반응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시그널을 수신한 것이다. 리케가 시그널 송신을 개시한지 며칠 뒤, 한 대의 무장 헬기가 소드 마운틴을 향해 날아 올랐다.
◆◆◆
부앙-! 부앙-! 부앙-! 시설 내에 레드 얼럿(적색 경보)가 울려 퍼졌다. 점심을 먹은 리케는 UNIX 모니터와 감시 카메라 영상에 눈을 돌렸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일어나는 대형 야생 동물의 접근인가? 아니었다. 헬기였다. 소속불명의 신호를 방출하는 헬기가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뭐야, 이 식별신호는? 덴와(전화) 사의 구조 헬기가 아닌건가......!?" 리케는 매뉴얼을 펼쳐 코드 번호를 확인했다. 본사의 헬기는 아니다. 본사에 무슨 일이 생겼나? 그렇다면 어째서 시설이 자동 대공 공격을 시작하지 않는 거지? ...... 그 대답은 곧 알 수 있었다.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의 코드가 아니다. 공공기관을 나타내는 코드였다.
리케는 이마의 땀을 닦고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았다. "하이...... 뎃카?" 헬기의 기체 측면에 위압적인 엠블럼과 함께 무기질적인 서체로 그렇게 적혀 있었다. 리케는 이 치안 유지 기구의 이름도 엠블럼도 몰랐다. 무리도 아니다. 이 노인은 30년 가까이 바깥 세상과 분리되어 있었으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무장 헬기가 착륙. 장갑복과 헬멧을 장비한 하이뎃카 1개 소대가 설원 위로 쏟아진다. 그들은 머신건을 장비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이게 정말로 공공기관이란 말인가? 네오 사이타마는 어떻게 된거지? 리케는 마른 침을 삼키고 감시 카메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한 통일감을 갖추고 전진하여, 데이터 센터 메인 해치 앞에 서있는 4개의 묘비 금속 기둥을 개의치 않고 짓밟으며 정렬했다. 대장급으로 보이는 자가 확성기로 말했다. "우리들은 새로운 경찰 기구, 하이뎃카다! 덴와 텔레콤 사는 20년도 더 전에 망했다! 따라서 이 시설을 접수한다! 여기를 열어라, 시민!"
『그걸 믿을까 보냐』 스피커에서 약간 상기된 리케의 목소리. 『돌아가 주길 바란다』 철컥. 해치 근처의 천장이 열리고 요격용 원격 조종 머신건이 등장했다. 다른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에게 공격 당할 때를 대비하여 덴와 사가 설치한 것이다. 총구가 위압적으로 하이뎃카들을 노려본다. 아직 발포는 하지 않는다.
"""......""" 하이뎃카들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전원 일제히 머신건의 총구를 노려보며 설원에 가래침을 뱉었다. 그리고 같은 키, 같은 얼굴을 한 대장이 트랜시버로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리케는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덴와사가 20년도 더 전에 망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이야..." 리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엉터리라구..."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제발 떠나가 주기를 기도했다. 살육전 같은 건 싫다. 본사가 망했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이 왔단 말인가. 생각하지 마라. 지금은 이 곳을 지켜야만 한다. 성역을.
마침내 하이뎃카가 대열을 바꾸었다. 돌아가는건가......? 리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직후. 그는 앞으로 걸어 나온 기묘한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저건...... 뭐지?" 리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가벼운 장비로 설원 위를 걸어온 그 남자는 흑백색 닌자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 손을 몇 미터 앞에 있는 요격용 머신건 쪽으로 내밀었다.
"이얏-!" 엄청난 카라테 샤우트! 남자의 손바닥에서 하얀 냉기의 파동이 뿜어져나오고, 그 다음 순간에는 요격용 머신건이 얼어 붙어서 동작 불능! 나무아미타불! 아이스블래스트 짓수다! "아이에에에에에에! 닌자!?" 리케에게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가 덮쳐 온다! "이얏-!" 거기에 더해 닌자는 카라테로 해치를 파괴!
"아이에에에에에!" 리케는 시설의 비상 방어 장치를 전부 ON 시키고, 자신도 라이플 총을 들고 복도로 달려갔다! 그러나 쓸모없는 노력이었다. "이얏-! 이얏-! 이얏-!" 닌자는 복도에 장치된 각종 트랩을 옆구르기로 회피하고, 짓수로 얼리고, 점프 카라테 킥으로 파괴하면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에!" 리케는 격렬한 공포와 혼란 때문에 심장에 통증을 느꼈다. 이 날을 위해서 살아왔을 터인데 일어서 있는 것 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주저 앉는다. 수수께끼의 닌자가 접근한다. "지켜야 해...... 지켜야 해......!"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는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BLAMN!
"이얏-!" 닌자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냉기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었다. 달인! 리케가 쏜 총알은 얼음 큐브 속에 박혔다가 복도로 낙하!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그것으로 리케의 이성은 날아가 버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복도를 빠져나와 달아났다. 닌자와 하이뎃카가 인정사정 없이 걸어와 그를 쫓는다.
리케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비상시의 대응방법은 머리에 박아 두었다. IP자원째로 이 시설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리케는 라이플 총을 지팡이 대신으로 삼으며 걸어서, 어떻게든 메인 전산실의 문을 열고 도망쳐 들어왔다. ......그 직후, 뒤쪽에서 날아온 아이스블래스트 짓수가 리케의 한쪽 다리를 얼리고, 쓰러뜨려 바닥에 달라붙게 만들고 말았다.
"우우......" 리케는 기어서라도 가려고 했지만 다리가 옷까지 통째로 바닥에 얼어 붙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신호에 따르면 저 영감 1명 뿐인가? 30년 동안 갇혀 있었으니 정신이 나가는 것도 당연하겠군. 다른 생존자는 없는지 만일을 위해 수색하라." 뒤쪽에서 하이뎃카에게 명령을 내리는 냉혹한 닌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리케는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상체를 일으키고, 몸을 비틀어 라이플을 쥐었다. "이얏-!" 닌자의 발끝이 그를 걷어찬다. "끄악-!" 리케는 다시 쓰러지고, 라이플은 바닥 위를 구르다 짓수로 얼어버렸다. 닌자는 노인의 바로 옆에 웅크려, 목덜미를 잡아 억지로 얼굴을 들어올렸다.
"우욱......" 리케는 여전히 눈앞이 팽팽 돌고 있었다. 바로 옆에 닌자가 있었다. "도-모, 전산실까지 안내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프로즌입니다." 그 목소리는 냉기를 품고 있었다. 검은 멘포의 겉면은 서리로 덮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던 리케의 마음을 애사 정신이 지켜낸다. "너희들은...... 누구냐......?"
"어라, 아직 대화가 가능하군. 난폭한 짓을 한 점은 부디 용서하시길. 그러나 먼저 총을 들이민 것은 당신이야." 프로즌은 질책하듯이 말했다. "누구냐..." 리케가 신음했다. "조금 전에도 말했던 대로, 우리들은 새로운 경찰 기구다. 당신을 구조하러 와줬다는 말이다. 가련하게도 본사가 도산한 것도 모르고, 이런 장소에서 30년씩이나."
"구조......" 리케는 그 말을 따라했다. 상대는 공공기관이다. 적대하는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이 아니다. 혼탁한 머리 속에서 희미한 희망이 싹텄다. 프로즌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러니 죽이지 않고 일을 해결하고 싶군. 우선은 IP자원을 받기로 할까. 이 시설의 관리 권한 패스워드를 가르쳐 주게, 노인장."
"그건 안돼." 리케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본사, 불가능하다면 지금부터 알려줄 연락처로 연락을 취해주게. 상사에게 상담을......" "그런 느긋한 짓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어." 프로즌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우리들은 IP자원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패스워드를 불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까보냐." 리케는 자포자기로 웃었다. "설령 덴와 사가 도산했다고 해도......" "도-모, 본사, 의, 분이십니까? 제, 이름, 은, 이치반, 입니다" 리케의 목소리를 막듯이. 전산실에 들어온 하이뎃카에게 총이 들이대진 상태로 로봇은 즐거운 듯 메카 암을 들어 올렸다.
"바카! 닥치고 있어!" 리케는 찻길에 튀어나온 어린 아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외쳤다. 그 자신도 어째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치반은 그저 쇼기 로봇일 뿐인데. "뭐야, 이건......?" 닌자의 눈에 잔인한 빛이 어린다. """어떻게 합니까?""" 하이뎃카가 고개를 돌렸다.
"스캔해라." 프로즌은 노인의 심박수가 바뀌는 것을 느끼면서 하이뎃카에게 명령했다. "저, 는, 쇼기로봇, 이치반, 입니다. 리케=상, 이, 만들어, 줬어요" 이치반은 사랑스러운 카메라 아이를 바쁘게 움직이면서 실내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다같, 이, 쇼기, 하자"
프로즌은 콧노래를 부르며 이 로봇을 향해 걸어갔다. "기다려 주게." 리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프로즌은 로봇의 눈에 손을 올렸다. "귀여운 녀석이군. 당신이 만든건가?" "하, 하이, 창고에 있던 구형 키트로 내가 만들어서, 프로그래밍을." "이얏-!" "삐각-!" 카메라 아이 동결!
"이얏-!" 거기에 더해 프로즌은 그것을 손바닥으로 쥔다! 얼어붙었던 이치반의 카메라 아이가 산산히 부서진다! "!" 리케는 심장이 카타나로 뚫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카메라, 의, 접속, 이, 확인, 되지않습니다. 카메라, 의, 접속" 이치반은 부저를 울리며 불안한 듯이 고개를 왔다갔다 한다.
"아이에에에에에! 그만둬! 뭐든지 이야기 하겠네! 그러니까! 부탁이야! 이치반만큼은!" 리케가 오열하며 호소했다. 그 쇼크는 본사가 도산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보다 훨씬 거대했다. 이 십 수 년 동안 그의 마음은 천천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본사가 도산했을 경우에 대해. 하지만 이치반은!
"그렇다면 패스워드를 밝힐 건가?" "밝히겠다! 그러니까 부탁이야! 우리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해 줘!" "물론이다. 우리들은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이 아니야. 공권력이라고." "패스워드는, denwa1234......" "맞습니다." 하이뎃카가 끄덕였다. "이거 참, 이거 참! 자백제를 쓸 필요도 없었군!" 프로즌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패스워드가 풀리자 하이뎃카들은 시설 내에 사장되어 있던 IP 어드레스를 정밀 조사하기 시작했다. 30년 동안 계속해서 지켜왔던 것이, 이리도 간단히 밝혀져 간다. 하지만 이걸로 됐다고 리케는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IP 따위 어떻게 되든 좋다. 본사는 도산했다. 이치반과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스캔 완료, 구세기 UNIX를 베이스로 한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언어에 섞여 있습니다." 이치반의 제어 UNIX에 스캐너 건을 LAN 직결한 하이뎃카가 말했다. "역시 그런가?" 프로즌이 말하면서 리케의 목덜미에 기묘한 총을 들이댔다. "이 남자를 키켄(위험)급 위치로 인정한다."
"기다려 주게, 무슨 짓을...... 보호해준다는 약속은...!" 리케가 눈을 깜빡거리는 틈에 프로즌은 이레즈미(먹물 문신) 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리케의 목덜미 뒤에 특수 생체 잉크 바코드가 각인된다. "안심해라. 우리들은 법과 질서를 존중한다. 너를 죽이지는 않아. 너는 코드 로지스트 수용시설로 가게 될 거다."
"대체 무슨." 리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물론 코드 로지스트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리케=상, 아직, 있으세요? 이사, 하러." "아까부터 시끄러워! 다물어라! 이얏-!" KRAAASH! 프로즌의 주먹이 이치반의 UNIX 모니터를 분쇄했다. 이치반은 기능을 정지했다.
"이걸로 속이 시원해졌군." 프로즌이 내뱉었다. 이치반의 UNIX 모니터는 파직파직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이치반! 이치반! 이치반!" 리케는 미친듯이 외쳤다. "ARRRGH! 법과 질서를 존중한다고!? 이 사기꾼 놈! 쓰레기 놈이! 우리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약속은! 어디로 가버린 거냐!?"
"우리...들?" 프로즌은 다가와서 리케를 잡아 끌어 일으켰다. "혹시 너는 그 쓸모 없는 로봇도 보호해 달라고 말했던 건가?" "그래!" "그건... 네 가족인지 뭔지 하는 그런건가?" "그래!! 뒈져버려!! 사기꾼!! 이얏-!!" 리케는 눈앞의 닌자를 향해서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물론, 그 주먹은 닌자의 손에 의해 멈추고 말았다. "네놈, 네놈-! 잘도! 이치반을!" "가련하도다! 저런 것이 가족이라니! 넌 역시 미쳐있었구나! 30년이나 이런 장소에 갇혀 있었다면 무리도 아니지! 우와하하하하하하하!" 발버둥치는 리케의 주먹을 냉기가 감싸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부앙-! 부앙-! 부앙-! 시설 내에 레드 얼럿이 울려 퍼진다. "프로즌=상, 감시 카메라가 이상사태를 감지했습니다." 라는 하이뎃카. 프로즌은 혀를 차고 리케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무슨 일이냐......?" "길을 헤매다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정체 모를 알파인 스키 플레이어가 죽음의 경사면을 타고 내려와서 여기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산실 내부의 대형 모니터에 백은빛 능선 위를 미끄러지는 정체 모를 알파인 스키 플레이어가 비추어 졌다. 그 알파인 스키 플레이어는 훌륭한 스톡 놀림과 패러렐 턴을 구사하여 데이터 센터 쪽을 향해, 계속해서 죽음의 경사면을 활강하고 있었다! 슉! 슉! 슉! 슉!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눈이 스키의 날 부분에 의해 튕겨져 흩날린다.
리케는 탄식했다. "오늘은 대체 무슨 날이란 말인가. 가련한 익스트림 스키 플레이어도다. 저 경사면을 살아서 내려온 자는 아무도 없어, 쓸데없는 노력이야...... 부딪혀 죽을 운명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어......" "부딪혀서 죽는 것 보다 지독한 운명을 주도록 하지." 프로즌은 밖에 대기하고 있던 하이뎃카 부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
머신건을 쥔 다섯 명의 하이뎃카가 경사면 쪽으로 달려가 대열을 짜고, 총을 대각선 위쪽으로 조준했다! """까고자빠졌넴마-!""" 일제사격! 칠흑빛 총알이 백은빛 능선으로 날아가 박힌다! 파우더 스노우가 피어난다! 불운한 알파인 스키어가 총살되어, 설원에 선명한 핏자국만이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그 다음 순간......!
"Wasshoi!" 오오, 보라! 알파인 스키어는 사위스러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샤우트와 함께, 총알이 만들어 낸 파우더 스노우 장막을 곧장 활강하여 뚫고 나온다! 총알에 찢긴 것은 그의 검붉은 닌자 복장 위를 덮고 있던 스키 웨어 뿐이었다! 보라! 그 얼굴을 덮고 있는 '忍(인)' '殺(살)' 멘포를! 증오에 불타는 두 눈을!
"바카 같은! 저 녀석은!" 프로즌은 전산실을 뛰쳐 나와 블리자드와도 같은 속도로 복도를 내달려 설원으로 나왔다! """까고자빠졌넴마-!""" 앞쪽에서는 하이뎃카가 다시 일제사격! "이얏-!"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훌륭한 패러렐 턴을 구사하여 총알을 회피하며 죽음의 능선을 활강! 광기의 사태!
"놈은 닌자 슬레이어다! 쓸데없이 탄을 소모하지 마라!" 프로즌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손 손목을 붙잡았다! 관자놀이에 핏대가 솟아난다! 한랭지에서 최대급의 효과를 발휘하는 맥시마이즈드 아이스버스트 짓수다! "이이이야아앗---!" 냉기의 수렴 파동과 폭발이 닌자 슬레이어를 덮친다!
"이얏-!" 냉기의 폭발에 집어 삼켜져 얼어붙기 직전, 닌자 슬레이어는 툭 튀어나온 바위를 사용하여 높고도 날카롭게 도약했다! "지금이다! 공중에서라면! 쏴라! 쏴랏-!!" 짓수를 한계까지 혹사한 프로즌은 코피를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도 빈틈 없이 하이뎃카 부대에게 명령을 내린다!
"""죽인담마-!""" 하이뎃카 부대가 대각선 위쪽 하늘을 향해 일제사격!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닌자 균형감각의 힘으로 스키를 교차시켜서 회전했다! "이이이야아아앗-!" 이것은 공중 모굴 스키의 위험한 기술, 아이언 크로스 헬리 스프레드다! 강철로 된 특별 주문한 스키 엣지가 머신건 총알을 튕겨낸다!
그 착지 목표 지점에는 하이뎃카! "이얏-!" """끄악-!""" 스키 엣지에 무자비하게 절단된 클론 야쿠자의 목이 일제히 날아가, 녹색 피보라가 설원을 물들인다! 머나먼 하늘 위에는 자동 조종 모드로 날아가는 세스나기의 그림자! 닌자 슬레이어는 산 정상부터 무모한 탐색 작전을 펼쳐 성공시킨 것이다!
"바카나(바보 같은)-!" 프로즌은 단숨에 정리되어버린 하이뎃카들을 보자마자 즉시 연속 백 덤블링으로 토치카를 방불케 하는 센터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놓칠까 보냐!" 목숨을 건 착지를 성공시킨 닌자 슬레이어가 시설 해치 앞에서 날카로운 턴을 구사하며, 스키와 스톡을 벗고 곧장 적의 거점으로 뛰어든다!
"대공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켜라! 세스나를 발견하여 격추하라!" 프로즌은 트랜시버로 명령을 내리면서 복도를 달려, 벽을 박차고, 뒤쪽에 아이스블래스트 짓수를 뿜어내고서 전산실로 향했다! 그러나 사신은 공격에도 트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을 추적하여, 그 등을 노리고 수리켄 투척! "이얏-!"
"끄악-!?" 전산실로 뛰어 들어간 프로즌의 등에 2장의 수리켄이 명중! 고개를 돌린다! 복도 반대편에서 닌자 슬레이어가 다가온다! "퇴각을 서둘러라! 이얏-!" 프로즌이 양손에서 엄청난 눈과 냉기를 뿜어낸다! 아이스스플래시 짓수! 전산실의 문이 순식간에 두꺼운 얼음으로 보강되었다!
"IP정의 정보 추출은 끝났는가!" "앞으로 30초입니다." "서둘러! 대공 시스템은 어떠냐!" "포착하는 중입니다." "계속해! IP 쪽이 마무리되면 시설은 파괴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놈이......" "이얏-! 이얏-!" 복도쪽에서 둔중한 타격음! 사신이 카라테로 밀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얼음 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서둘러!"
"추출 끝났습니다." "요격 준비!" """요로콘데-!""" 하이뎃카들이 복도 쪽으로 총을 겨눈다. 리케는 바닥을 기어간다. "우우......" 누구 하나 이 노인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이는 없다. 실제 그에게는 어떤 힘도 없었다. 리케는 그저 얼어붙은 오른쪽 다리의 옷을 가죽째로 벗겨내고, 이치반의 곁으로 필사적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프로즌은 IP 정보 소자를 부하로부터 건네받은 뒤, 탈출 루트를 확인하고 뒷문 쪽으로 사라졌다. 그 직후,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리고 얼음 벽이 복도 쪽에서 박살나 분쇄되었다. 하이뎃카가 소리를 지르고 총알과 수리켄이 난무한다. 리케에게는 이것이 머나먼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였다. 바로 옆으로 총알이 스쳐 지나가도 실감이 되질 않았다.
(이건 광기인가? 미쳐버린 것인가? ......뭐라도 좋다! 이치반을 지키는 거다!) 리케는 몸이 위험해지는 것도 상관치 않고 이 틈에 이치반을 구하려고 했다. 그 데이터가 완전히 타버리기 전에.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지켜주고 있었는지 이제야 깨달았어! 이번에는 내가 너를 지킬 거다! 아직 늦지 않았을 거야! 부탁한다!)
"삐, 삐가......" 이치반은 불꽃을 뿜으며 고개를 숙인 채였다. 프로즌에게 파괴된 모니터 일체형 UNIX는, 내부가 불타서 무(無)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리케는 바닥에 굴러다니며 짓밟힌 쇼기 말과 공구 속에서 정밀 드라이버를 찾아내어 쥐고는, 양손에 화상이나 열상을 입을 가능성도 무릅쓰고 UNIX에 손을 집어 넣었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서는 시가전을 벌이는 것만 같은 모습! 카라테가 총알을 튕겨내며 전진, 하이뎃카를 죽인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IP는 뽑아갔는가......!" 프로즌의 소울 흔적을 따라서 날카로운 연속 옆구르기로 사신도 마찬가지로 뒷문으로! "이얏-!"
"이얏-!" 프로즌은 소자를 품에 넣고서 기관실을 뛰어 지나간다. 모든 것을 추출해내진 못했지만 충분하다. 이 사장된 IP 정의 정보를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 그의 사명. 이 일부라도 있다면 아르고스는 적의 IP를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시설에는 용무가 없다. 메가토리이 계열이 아닌 로스트 테크놀로지는 모두 죽을 운명.
거대한 동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대 서버 냉각 장치들과 제네레이터. 리케가 예전부터 윈치와 생명줄을 사용해서 정비해 온 녹슨 UNIX 메인프레임들. 그 중앙에 걸린 가늘고도 긴 발판 위를 프로즌이 달린다. 반대쪽까지 도망간다면 헬기장으로 탈출할 수 있다.
그것을 닌자 슬레이어가 암벽을 박차고 회전도약하여,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다다미 4장 거리에서 두 닌자가 서로를 노려보며 오지기한다. 절벽에서 거대 동굴로 비추어지는 햇빛이 저 멀리 펼쳐지는 백은빛 능선을 배경으로 두 닌자의 선명한 실루엣을 새긴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살아서 산을 내려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도-모, 프로즌 입니다. 네 이놈......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테러리스트 놈! 네놈들 같은 적에게 이 IP는 넘겨줄 수 없나니! 목숨과 바꿔서라도!" "그렇다면 죽어라! 이얏-!" 수리켄 투척! "얼어붙게 해주마! 이얏-!" 아이스블래스트 짓수!
""이얏-! 이얏-!""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사격전! (((거리를 좁혀라 후지키도... 망설이지 말고 품으로 뛰어 들어라... 아이스블래스트 짓수는 직선적이므로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 나라쿠 닌자의 목소리!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이스블래스트를 피하고, 발판 위를 전진하여 근접 카라테로 파고든다!
""이얏-! 이얏-!"" 단거리 카라테 타격전! 순식간에 사신이 우위에 서서, 좌우 펀치로 밀어 붙인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좁은 발판 위에서 후퇴하는 프로즌! "이이이야아아앗-!" 닌자 슬레이어는 춉을 들어, 마무리 일격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프로즌은 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놈의 패배다! 닌자 슬레이어=상! 이얏-!" 오른팔에 왼손을 짚으며 손바닥을 내밀어 맥시멈 아이스스플래쉬 짓수를 뿜어낸다! 나무아미타불! 좁은 발판이기에 닌자 슬레이어는 회피 불능! 눈과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얼어붙고야 말 운명인가!?
그러나 교활한 나라쿠 닌자는 적의 비장의 수단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얏-!" 보라! 닌자 슬레이어의 춉이 절단한 것은 초자연적인 제설차처럼 눈과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프로즌의 오른팔이었다! "끄악---!?" 피보라와 함께 회전하면서 절단된 오른팔이 천천히 하늘에 흩날린다!
"그, 그냥은 죽어주지 않겠다...... 닌자 슬레이어=상! 네놈도 길동무로!" 프로즌은 정보 소자째로 사신을 폭살시키기 위하여 남은 팔로 플라스틱 폭죽을 기동시켰다. 그러나 또다시 닌자 슬레이어가 기선을 제압했다. 춉으로 절단한 프로즌의 팔을 붙잡아 반대로 그 손바닥을 들이민 것이다.
"끄악-!" 절단된 오른팔의 손바닥에서 방출되던 맥시멈 아이스스플래쉬 짓수가 프로즌에게 쏟아졌다! 절단되고도 몇 초 동안, 단말마와도 같이 뿜어내지고 있던 눈과 냉기가 지금에 와서는 닌자 슬레이어의 무기가 되어 프로즌의 팔을! 다리를! 몸통을 얼려간다! 솜씨!
"마침내 이름대로 되었군." 닌자 슬레이어는 팔을 던져버리고, 그 대신 빼앗은 정보 소자를 자신의 품속에 넣었다. "바...... 카...... 같...... 은......!" 바야흐로 프로즌은 머리부터 위쪽을 빼고는 얼어붙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이쿠를 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프로즌=상! 이이이야아아앗----!"
닌자 슬레이어가 날린 퐁 펀치가 프로즌의 몸을 감싼 얼음을 분쇄한다! KRAAAAAAASH! 얼음 조각이 모든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날아간다! "끄악----!" 프로즌의 몸도 마찬가지로 얼음과 함께 산산히 분쇄되어 떨어져 간다! "사요나라!" 인과응보! 프로즌은 장렬한 폭발사산에 이르렀다!
닌자 슬레이어는 좁은 발판 위에서 천천히 숨을 내쉬고 잔심했다. 누더기천을 방불케 하는 닌자 복장의 틈에서 방울방울 피가 떨어진다. 이 작전을 감행함에 있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상처가 없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스나도. 저 너머, 백은빛 봉우리에서 대공 방어 시스템의 사격을 받은 세스나가 낙하하여 폭발하며 타올랐다.
아아! 검붉은 세스나는 소드 마운틴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모두 각오했던 일이다! 그는 이 작전을 멈출 생각 따위는 없는 것이다! 부앙-! 부앙-! 시설 내부에 자폭 초읽기 경보가 울려 퍼진다! DOOOM! 적의 무장헬기가 한발 먼저 자폭한다! "이얏-!" 사신은 연속 옆구르기를 펼쳐 메인 전산실을 향해 서둘러 갔다!
◆◆◆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이 세상의 끝이 온것만 같은 땅울림이 시설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다. 하이뎃카들이 자폭장치를 동작시킨 것이다. 이제 곧 이 데이터 센터는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기둥 부분이 폭파되어 붕괴한다. 더 이상 이것을 막을 수단은 없다. 리케에게도.
리케는 전산실 바닥에 힘없이 주저 앉아서 각 장소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성역이 조용히 붕괴해가는 것을 보았다. 이치반의 잔해를 끌어안고서 어린 시절에 들었던 자장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곳에 사투를 마친 닌자 슬레이어의 모습이 나타나 조용히 마더 UNIX 옆으로 걸어갔다.
"......자네는 누군가?" 리케는 이치반의 잔해를 지키려는 듯 꽉 껴안고서 물었다. 사신은 그를 응시하고서 말했다. "나는 닌자 슬레이어다. 그리고 지명수배중인 테러리스트다." "자네는...... 나를 구하기 위해 여기에 온건가?" "......" 극히 짧은 침묵 뒤, 사신은 노인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사장된 IP를 손에 넣기 위해 왔다. 당신이 30년간 지켜온 것을 빼앗으러 왔다. 무자비하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위치에게 넘겨받았던 플로피 디스켓을 삽입했다.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사장된 IP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낸시는 죽고 아르고스에게 대항할 수단도 없어진다. 그것만이 아니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플로피 디스켓 속 바이러스가 자동적으로 작동하여 시설에 남겨진 모든 IP 정의 정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리케는 조용히 질문했다. "......무엇을 위해서지? 돈인가?" "닌자를 죽이기 위해서." 후지키도는 말을 이어갔다.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한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 싸움이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플로피 디스켓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전까지 잠깐의 시간 동안, 그들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성역의 흔들림은 심해져서 마침내 무엇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ZGOOOOOM…… 덴와 사의 비밀 데이터 센터는 놀라울 정도로 그윽하게, 조용하게, 마치 온화했던 성역에서의 일상이라는 비밀을 감싸안는 것처럼, 안쪽을 향해 붕괴되어 갔다. 푸른 하늘은 사라지고, 소드 마운틴의 블리자드가 주변을 덮었다. 그 뒤에 서있는 것은 4개의 묘비 뿐이었다.
붕괴로 피어난 엄청난 눈의 장막을 등지고, 닌자 슬레이어는 소드 마운틴의 급경사를 스키로 내려가고 있었다. 슉. 슉. 슉. 슉.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눈이 스키 가장자리에 의해 튕겨져 흩날린다. 그는 훌륭한 패러렐 턴을 구사하여 시야 제로인 블리자드 속에서 죽음의 경사면을 활강했다.
사신의 등에는 방한복을 입은 리케와 쇼기 로봇의 잔해가 짊어져 있었다. 노인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성역을 떠났다. 이치반을 수리할 희망을 바깥 세계에 맡긴 것이다. 서력 2037년의 네오 사이타마는 그가 상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가혹할 것이다. 애초에 그 자신의 체력이 거기에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슉. 슉. 슉. 슉. 닌자 슬레이어의 활주는 속도를 더해간다. 리케는 뉴런에 남은 이치반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죽게 둘까보냐 하고 그는 기도했다. 무엇 하나 헛된 것은 없다. 헛된 것은 없는 것이다. 이윽고 블리자드 속 리케의 시야는 완전히 회색으로 물들고, 그는 눈을 감았다.
독수리의 날개가 펼쳐질 때까지 앞으로 92일.
[알파인 생추어리] 끝
N-FILES (설정 자료, 원작자 코멘터리)
후지산 북동쪽. 혹한의 소드 마운틴. 성역, 데이터 센터에서 사는 리케와 이치반. 그곳에 아마쿠다리의 마수가 다가온다. 바야흐로 여기까지인가 싶던 그 순간, 죽음의 경사면을 활주해 오는 수수께끼의 알파인 스키어의 모습 있음이라! 그 자야말로 복수의 전사, 닌자 슬레이어였다! 메인 저자는 필립 N 모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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