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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훔・더・벨・톨즈】

この記事は【フォ・フーム・ザ・ベル・トールズ】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철컥푸슈-! 의료 캡슐이 열리고, 안에서 여고생이 나타났다. "다 됐어요. 눈을 떠주세요." 암흑 사이버네 의사가 그녀에게 말했다. 여고생은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눈을 뜬다. "와아……" 엷은 어둠 속, 그 눈동자는 네온 간판을 방불케 하듯 복숭아색의 네온광을 내었다.

 이곳은 네오사이타마의 상가 빌딩 중 한 곳. 암흑 사이버네 의사의 살롱. 여고생인 테마리는 지금 막 이곳에서 사이버네 아이 수술을 당일치기로 끝낸 참이다. 물론, 신경 바이패스가 필요한 안구 치환식이 아니다. 여고생들 사이에서 패션으로 선호되는 망막내 임플란트다.

"와아……스고-이!" 테마리는 처음 겪는 사이버네 시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줌 인, 줌 아웃, 녹화, 인프라비전*, 적외선 암시 모드, 레이저 포인터, IRC 레이어, 저격 타게터. 하나 같이 그녀의 뇌신경을 최고로 자극했다. "스고이 여러 가지가 보여요! 얏타-!"
*Infravision. 알피지인 던전 앤드 드래곤에서 야간 시야 능력을 부여하는 마법의 이름이다. 

"그럼, 다음은 색감을 조절해 보겠니?" 암흑 사이버네 의사가 거울을 가져와서, 테마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빌딩 바깥에 놓여 있던 간판의 사진대로, 이 센세이는 몹시도 섹시한 몸매에다, 상반신은 백의밖에 입고 있지 않았으며, 이목구비가 핸섬했다. 테마리는 뺨을 조금 붉혔다. "앗하이, 센세이......" "색을 조절하는 건 거기가 아니야. 후후후."

"앗하이......" 테마리는 부끄러움을 참으면서 조작 내비게이션 지시에 따라, 사이버네 아이의 홍채 색을 바꿔보았다. 진부한 검정에서 빨강으로, 파스텔톤의 파랑으로, 혹은 네온 보라색으로 바뀌는 미스테리어스한 그라데이션으로. 테마리는 자기 눈동자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흥분해 있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재미없는 현실의 반대쪽 저편으로 멀리 멀리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족했다면 여기에 도장 찍어줄래?" "하이. 스고이 만족이에요." "도-모."

"......스고-이. 스고이 카와이이......!" 테마리는 도장을 찍은 후에도 아직 병원 침대에 걸터앉아서 거울을 보며 홍채의 색을 바꾸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거기에 눈동자에 「¥」나「愛」등의 신비적인 패턴을 띄웠다. 무엇이든지 생각대로였다. "저기, 센세이, 이것도......카와이이해요?"

"응? 그렇네. 스고이 카와이이." 암흑 사이버네 의사는 벽의 LED 시계 쪽을 보면서 건성으로 대걸레질을 시작했다. "그럼, 이 색은……?" "으응. 카와이이, 카와이이. 자, 다음 사람 기다리고 있으니까 비켜 줄래? 2번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그 다음은 바로 결제구나." 사이버네 수술 전과는 딴판으로, 쌀쌀맞은 대접이었다.

"하이……" 테마리는 수술대에서 내려, 탈의실로 향했다. 피 묻은 수건이나 절단된 참치의 머리, 혹은 주사기나 팩 제제 등의 쓰레기가 방 구석이나 침대 아래에 나뒹굴고 있던 것이, 지금은 암시 모드로 선명하게 보였다. 수술 전엔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테마리는 조금 불안해졌다. (......그래도 실제 저렴했고, 어쩔 수 없지……)

 테마리는 락커룸에 들어가 세일러복으로 환복을 마친 후, 지갑을 열어 만엔권을 꺼낸 다음, 그것을 한 장 한 장 구김을 펴면서, 벽의 자동 만엔권 투입구에 넣기 시작했다.

 가가-. 가가-. 가가-. 하지만, 어느 정도 매수를 넣어도 청구가 끝나지 않는다. "어라? 이상한데." 미심쩍게 여긴 테마리는……의사로부터 전달받은 명세를 보고, 그 금액에 놀란다. "아이에에에!?" 나무아미타불! 그것은 간판에 쓰인 금액의 다섯 배! 센세이 지명료가 추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떡해! 돈이 모자라!" 카와이이의 꿈에서 정신을 차린 테마리는 허둥지둥 IRC단말을 켜서 손 닿는 대로 동급생들에게 긴급 IRC를 보냈다. 하지만 전자 화폐를 빌려줄 만한 친구는 나타나지 않는다. "어떡해!" 이런 추태가 들키면 조상님들을 뵐 낯이 없어지기 때문에, 부모에게 기대는 것도 할 수 없다! 피봇, 피봇, 피봇! 벽에 LED 표시된 탈의실 이용 가능 시간이 계속해서 초과되어 간다! "어떡해!"

『왜케늦냠마-!』 락커룸 벽에 내장된 팬시한 고양이 캐릭터의 냉철한 카메라 아이가 명멸! 스피커 부분에서 센세이의 야쿠자 슬랭이 들려왔다!

"앗, 스미마센!" 테마리는 쩔쩔맸다! 설마 여기는 야쿠자와 깊이 연관된 시설인 게 아닐까!? "저기, 돈이 쪼끔 모자라서요!" 『......』 "착용감도 조금, 그닥 맘이 안 드는데, 원래대로 되돌리고 환불하는 걸로 하면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네?!" 『......』

"......" 『......』 "......" 테마리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대답은 무자비했다.

『까고자빠졌넴마-!』 철컥푸슈-! 돌연, 락커룸의 잠금 장치가 전자적으로 록!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테마리는 비명을 지르며, 문을 두들긴다! 푸슛—! 고양이 캐릭터의 입에서 엄청난 기세로 이상한 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테마리는 필사적으로 IRC를 조작했다. 하지만 늦었다.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가스를 흡입한 테마리는, 탈의실의 탁자에서 경련하더니, 뭍으로 끌어올려진 참치를 방불케 하듯 입을 뻐끔뻐끔거리다가......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중금속 산성비가 여느때처럼 네오사이타마의 하늘을 회색으로 물들이고, 「개인실 론」「스시」「텐푸라」등이 적힌 위험한 네온 간판이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붕-, 붕-, 부붕 붕 부붕-. 산업폐기물 회수 트럭이 중저음의 베이스 소리를 울리면서 상가 빌딩 앞에 도착했다.

"이것, 들어 있습니다." "하이.'" 스모토리 인부는 당일치기 사이버네 살롱에서 수수께끼의 보디백을 받아들고는, 대가로 암흑 사이버네 의사에게 만엔권 다발을 건네었다. "도-모." "도-모." 『인과응보』라고 적힌 네온간판이, 여고생을 배웅하듯 파직파직  소리를 나며 불꽃을 튀겼다.

 그대로 여고생 회수 트럭은 메갈로 하이웨이를 타고, 네오사이타마의 남서쪽으로 달려나갔다.

◆◆◆

"으읏, 눈부셔......" 테마리는  찌르는 듯한 햇살에 눈을 떴다. 왼손으로 얼굴 앞을 가리자, 가루 같은 흙의 파티클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등 아래에 있는 것은 축축한 아스팔트가 아닌, 메마른 황야의 흙이었다.

"어디지, 여기…… 중금속 산성비가 안 내리네. 꿈일까……?" 테마리는 하늘을 보고 누운 그대로,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었다. "나, 죽은 걸까……?"

 서서히 감각과 청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깡-, 깡-, 깡-, 깡-......돌을 잘라내는 듯한 소리가 어딘가에서 울려 온다. """요이, 쇼, 요이, 쇼……""" 누군가 괴로워하는 목소리도 들려 왔다. 몇 명 정도가 아니다. 사람이 아주 많다.

 여긴 설마, 지고쿠인 걸까. 지옥에서는 죄인들이 오니들에게 영원한 형벌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중금속 산성비도, 오염 대기도, 습기 차고 음울한 아스팔트도, 가혹한 센터 시험도 없다면, 지고쿠도 생각보다 나쁜 장소는 아닐지도 모른다. "아하하……어차피 이거 꿈이겠지. 나는 아직 당일치기 수술 중이고,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테마리는 한가로이 그런 생각을 하며 상반신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엣?" 그리고 혹박(酷薄)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말문을 잃었다.

 그곳은 낯선 캐니언의 한가운데에 지어진, 광대한 채석장이었다. 그리고 둘러보는 모든 곳, 전방위에 여고생이 있었다. """요이, 쇼, 요이, 쇼-……!""" 산 속 캐니언에 지어진 강제 노동 시설에서, 여고생이 몇백 명이나, 돌 자르기와 운반, 노동 바의 회전, 구멍 파기, 혹은 드문 드문 자란 수목을 벌채하는 중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일러 복을 입은 채로!

"아하하, 꿈이지, 이거……?" 테마리는 힘 없이 웃으며,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각목을 운반하고 있었던 네 명에게 걸어가,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요이, 쇼, 요이, 쇼……"""" "오하요! 저기 있지, 여긴 어디니?"

"요이, 쇼, 요이, 쇼……아아……새내기군요. 카와이소우(불쌍해)......" 가장 뒤에 있던 오사게*・헤어의 여고생이, 테마리에게 미소지었다. “새내기……라는 건 무슨 뜻이야?" "여기는……여고생수용소랍니다……요이, 쇼, 요이, 쇼……"
*오사게(お下げ)란 머리카락을 좌우로 나누어 아래로 땋은 양갈래 댕기머리 스타일을 말한다.

"여고생… 수용… 소……" 그 말이, 테마리의 뉴런을 흡사 번개에 맞은 것 같이 뒤흔들었다. 언젠가 들었던 불길한 도시전설의 이야기가 테마리의 뇌리에 되살아난다.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만 여고생은 네오사이타마에서 멀리 떨어진 수용소로 끌려가, 그곳에서 끝 없는 노동을 강요받는다고 한다. 혹시 여기가 전설의 여고생수용소라면…… 테마리에게는 지고쿠 쪽이 아득히 자비 깊은 결말이다.

"새내기 분,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나는……테마리." "안녕하세요, 테마리=상. 저는 미라예요. 이제 6개월 넘게 여기에서 지냈답니다. 사이 좋게 지내요." 미라의 과도할 정도로 정중한 말투는, 중증 IRC 중독증을 연상시켰다. "사이 좋게?" "네. 당신도 내 옆에 와서, 이 각목을 같이 들어주세요. 그렇게 하면 눈에 띄지 않는답니다."

"앗하이." 들은 말 그대로, 테마리는 따랐다. 미라와 나란히 서서, 어깨에 각목을 올리고, 목소리를 맞추며 걷는다. """"요이, 쇼, 요이, 쇼……"""" 땀이 난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이 순식간에 테마리의 체력을 빼앗아 간다. "저기, 이거, 꿈이지……?" "꿈이 아니랍니다. 무겁잖아요?" 각목과 현실의 무게가 테마리의 어깨를 삐걱삐걱 짓누르고 있었다.

 테마리는 조심스레 물었다. "미라=상, 너는 어쩌다가 이곳에 수용됐어……?" "저요? IRC 단말의 대출금을 해킹으로 떼어먹으려다가, 이곳으로 옮겨졌어요. 제 스스로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죠. 테마리=상, 당신은 어떤 대금을?" "사이버네 아이 수술에서 봇타쿠리바가지 씌우기를 당해서……"

"그랬군요. 여기엔 그런 사람이 아주 많답니다. 그러니까 우리 사이 좋게 지내요. 여기에서는 절대로 달아날 수 없기 때문에, 체념하는 것이 제일이에요." "그래? 언제까지 일하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 "언제까지? 아니요, 급료는 없기 때문에, 영원히 나갈 수 없답니다." "그런……" "만에 하나라도 탈주를 기도한다면……"

 그때, 채석장에서 절규하는 소리! "아이에에에에에에! 이제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집에 가고 싶어어어어어어어어!" 금발 파마 여고생이 갑자기 프리크아웃! 자갈 실은 수레를 내다버리며 도망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요이, 쇼, 요이, 쇼-......""" 하지만 다른 석재 절단 여고생들은 보고도 모른 체! 묵묵히 강제 노동에 종사한다!

"방해하지 마! 비켜--!! 이얏-!" "응앗-!" "이얏-!" "아이에에에에에에에!" 눈앞에서 방해 되는 여고생들을 차례차례 밀어젖히면서, 금발 파마 탈주여고생은 체면도 아랑곳 않고 달려나간다!

"도, 도망치고 있는데?" 테마리가 물었다. "쉿. 보면 안 돼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옮겨요." 미라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 직후, 테마리의 시야 끝자락에 기묘한 것이 비쳤다. (어라, 지금) 왼쪽 비스듬히 전방. 감시탑 같이 생긴 구조물의 옥상에서, 시커먼 남자가 팔짱을 끼고서 웃고 있었다. (신기루일까……?) 테마리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면서도, 사이버네 아이로 그것을 줌 인했다.

 남자는 검은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입가를 멘포로 덮고 있다. 보이는 것은 눈가뿐. 그리고, 양쪽 눈은 새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닌자였다. (......닌자?) 테마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뇌까렸다. (......닌자 왜?) 자신의 무릎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감시탑의 닌자는 몸 앞에서 양손을 기묘하게 회전시키며 공중에 블록 사인 같은 것을 그리더니, 탈주 여고생 방향을 양손으로 가리키고, 소리쳤다. "이얏-!" 날카로운 카라테 샤우트가 채석장에 울려퍼졌다.

 직후, 닌자의 양쪽 눈에서 눈부신 레이저 광선이 쏘아졌다. 그것은 접촉한 공기를 태워버리면서 날아가, 탈주 여고생을 등뒤에서부터 꿰뚫었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금발 파마 여고생은 구체 형상의 빛 폭발과 함께, 발목 아래만을 남기고, 원자분해되었다. 그 장소에 남아 있는 것은, 발목양말이 된 흰 양말과, 구두뿐이었다.

"엣, 지금……" 테마리는 울상이 된 얼굴로 미라 쪽을 보았다. "저 감시탑에서 감시하고 있는 거예요. 탈주는 불가능해요." "그런……" 테마리는 의식을 목재 운반과 발 맞추기에 집중했다. 검은 내중금속산성비 슈즈와 흰 양말은 금방 가루처럼 고운 흙에 적갈색으로 얼룩져 있었다.

 댕-......댕-......댕-......댕-......

 이윽고, 저녁노을이 캐니언을 물들이는 시각, 냉혹한 종의 소리와 번화가의 호객성을 연상시키는 퇴폐적인 전자 합성 음악이 광대한 채석장에 울려퍼졌다. 노동을 끝마친 여고생들은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열 맞추어 거대 토치카처럼 생긴 회색의 콘크리트 복합 시설로 돌아가고 있었다.

◆◆◆

 그때로부터 4주가 경과했다.

 테마리는 날마다 석재를 절단하고, 수레로 나르고, 혹은 체인소로 나무를 벌채하고, 동료들과 함께 그것을 날랐다. 시설 내에는 속옷이나 세일러복이 각종 사이즈로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으며, 매일 세탁된 새것으로 교환되었다. 구두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안에는 혼숙 스타일의 타타미 백 첩(50평)짜리 방, 식당, 샤워 룸과 공중 목욕탕, 스티커・사진, 자동판매기, 헤어 살롱, 네일 살롱 등이 여러 개 구비되어 있었으나, 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곳에는 TV도, IRC도, 수험 공부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선글라스를 쓴 새카만 슈트 입은 사내들이 시설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탈출하려고 하지 않는 한, 여고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없었다.

 매일이 야외 노동인 것은 아니었는데, 시설 내에서 하루종일 오리가미 따위를 접는 날도 있었다. 수요일은 구덩이를 파는 날이었다. 테마리는 미라와 함께 구덩이를 파고, 저녁에는 그것을 메웠다. 구덩이를 다 메우고 나자, 이 강제 노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테마리가 미라에게 물었다. 아마도 이것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미라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감과 허무의 탄환이 테마리의 심장을 푹 찔렀다. 자신들이 만든 목재나 오리가미도 전부, 나중에 소각장에서 태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고생인 자신이 만든 것인데, 여고생인 자신이 판 구덩이인데, 그 모두가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테마리는 자신에게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여고생성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나 잔소리가 많아 지긋지긋했던 가족도, 가혹한 센터 시험 공부도, 지금은 오히려 그립고, 생각 나는 것이었다.

 이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나이를 먹어 가면, 어떻게 될까. 식사는 나름대로 건강한 메뉴로 짜여 있었으며, 노동 중에 쓰러진 경우엔 양호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설령 강제 노동으로 죽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 자신에게는, 대체 무엇이 남아 있을 것이란 말인가.

 아무 것도 없다. 허무이다. 테마리는 그 현실을 직시했다.

 미라가 말하기로는, 이 시설을 운영하는 암흑 카네모치부자들은 오직 여고생들의 그러한 절망을 사악한 즐거움과 함께 맛보기 위해서, 이 강제 노동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감시 카메라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고, 그러한 도찰 외설 동영상을 팔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여고생들에게 손님을 받게 하지도 않는다. 이 시설은 아무 이윤도 창출하지 못하며, 오히려 돈과 젊음을 제한 없이 낭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미라=상, 어떻게든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은 없는 걸까?" 노동을 마친 테마리는 실내용 세일러복으로 갈아입으며, 미라에게 새삼 질문했다. "없답니다. 가령 감시탑의 범위에서 달아나더라도, 그 너머에는 전자 펜스가 있다고 하니까요." "그렇구나……" "테마리=상, 아직 탈출 같은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이 없습니다."

"스미마센…… 그치만, 나, 불안해서……프리크아웃해버릴 것만 같아……" "그랬군요. 그렇다면 할 수 없네요." 지금까지 머리를 숙이고 있던 미라는, 갑자기 테마리의 손을 붙잡았다. "엣, 왜 그래?" "테마리=상. 같이 샤워실에 가요." "엣, 샤워실로?" 난데없는 제안에 테마리는 미간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긴장으로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샤워룸에서, 뭘 하는데……?" "그거야 정해져 있잖아요? 둘이서 한 샤워실에 들어가서, 거품 투성이가 되어 몸을 씻는 거예요. 그것밖에 없어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카와이소우하다고 생각했어요……! 위로하게 해주세요……!"

"그런……!" 저속함! 테마리는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배덕 행위의 유혹을 앞에 두고 뺨을 붉히며, 공포에 떨었다! 여고생 강제 노동 시설에, 또 이런 함정이 갖추어져 있었을 줄이야! "테마리=상, 이제 한계잖아요! 이렇게 서로를 달래는 수밖에는 없는 거예요! 그리고 바깥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에요!"

 미라는 이성의 끈을 놓은 듯한 웃는 얼굴로 테마리의 손을 붙잡고, 힘차게 쭉 잡아당겼다. "다들 숨기고는 있지만, 이런 건 이곳에선 다반・인시던트랍니다!" "그래도!" 테마리는 미라의 땀에서 나는좋은 냄새에 무심코 굴할 뻔했으나, 머릿속에서 가족과 붓다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미라=상, 역시, 이건 좀, 안 돼……! 부탁이야……! 야메테……!" 테마리는 그 손을 뿌리친 뒤, 달아났다. "테마리=상……" 미라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테마리를 쫓아가려 하지 않고, 홀로 샤워실로 향했다.

 테마리는 흐느껴 울며 백 첩 깔린 타타미 방으로 향했다. (((미라=상, 검소한 인상이었는데, 설마 그런 짐승 같은 행위에 다다라 있었다니……!))) 테마리는 결국 누구도 믿지 못하는 파라노이아(편집증) 심리 상태에 빠져, 목욕탕에도 가지 않고 취침용 세일러복으로 갈아입고는, 키리탄포*를 방불케 하듯 후톤으로 몸을 만 채, 수면실의 구석에서 꼴사납게 떨었다.
*키리탄포(キリタンポ)란 반 정도 으깬 밥을 나무 막대에 꽂아 굽는, 가래떡과 닮은 음식을 말한다.

(((다들 제정신이 아냐…… 이제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내 인생도 오시마이(끝장)겠지? 이곳에서 청춘을 송두리째 빼앗겨 가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내일, 무리인 걸 알면서도 탈주해볼까? 그 감시탑의 닌자에게 레이저 광선으로 꿰뚫려 소멸한다면, 강제 노동에 서서히 약해져가는 끝에 죽는 것보다는 훨씬 편할지도 몰라. ……그래, 그렇게 하자……)))

 테마리는 절망에 집어삼켜졌다. 그때, "응……?" 그녀는 방 한구석에, 본 적 없는 여고생을 발견했다. 잘 보니, 그 여고생의 세일러복은 다들 입고 있는 것과 달랐다. "새내기, 일까……?" 새내기는 그날 동안만은 원래의 세일러복을 입고 있다. 자신도 그랬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트모스피어가 묘하다.

 테마리는 사이버네 아이로 더욱 면밀히 관찰했다. 그 여고생은 등을 곧게 펴고 정좌한 채, 주위의 모습을 방심없이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소녀의 눈빛에는 힘이 넘쳤으며, 잘 연마된 카타나와도 같이 늠름하고, 흐림 없이, 아름다웠다. 그리고……그 눈동자는 미세하게, 벚꽃색의 인광(燐光)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와아, 예쁘다……무지 비싸보이는 사이버네……" 테마리는 무심코 그 이상한 소녀의 눈동자를 넋놓고 바라보았다. 그리고……눈이 마주쳤다. 들키고 만 것이다. 수수께끼의 여고생이 일어나, 다가온다.

"아이엣!?" 테마리는 당황해서, 키리탄포를 방불케 하듯 말고 있던 후톤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수수께끼의 여고생은 테마리의 옆으로 걸어와, 바로 옆에 정좌했다. 테마리는 거북이인 양 머리를 숨기고, 꼴사납게 계속 떨고 있었다.

 하지만 5분, 10분, 30분……아무리 지나도, 수수께끼의 여고생은 그녀의 옆에서 일어나 떠날 기미가 없다. 혹시 이건 광기가 보여주는 환각일까 하고 테마리는 생각하며, 천천히 머리를 내밀었다.

"네(君)가, 테마리=상?" 환각이 아니었다. 수수께끼의 여고생이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앗하이, 당신은……?" 테마리는 겁 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수께끼의 여고생은, 테마리를 안심시키려는 듯 살며시 후톤 위에 손을 얹더니, 주위의 여고생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은 야모토. 너를 구출하러 왔어. 그러니까, 이 여고생수용소에 대해 가르쳐줬으면 해."


"감시탑에 있는 닌자가 레이저를 쏴요. 그래서, 여기에서 절대로 빠져나갈 수가 없는 거예요……" 소등 시간즈음, 테마리는 목소리를 낮추고, 야모토의 귓가에 그 가공할 비밀을 밝혔다. "레이저인가……" 야모토는 궁리했다.

 적은 틀림없이 숙련자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다른 여고생까지 전투에 휘말리게 하고 만다. 가능한 한 탁 트인 장소에서 앰부쉬를 걸어, 닌자를 일격에 물리쳐야만 한다. 숨통을 끊지 못해 장기전이 되면, 적은 마구잡이로 레이저를 조사할지도 모른다. 설령 눈 먼 탄이라 해도 레이저가 스쳤다간 틀림없이 여고생은 원자분해되어 죽을 것이다.

"......거기에" 테마리는, 미라의 애처로운 얼굴을 뇌리에서 그리면서, 계속했다. 한 때의 공포와 혼란이 가시자, 지금은 미라에게 동정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제가 성공적으로 달아나더라도, 분명 다른 여고생들이 끔찍한 일을……" 거기까지 듣자, 야모토는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려는 것처럼 미소지었다. "알았어. 작전을 짜자. 좀 더 이 시설에 대해 조사해야 될 거야."

◆◆◆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야모토는 닌자의 힘을 숨기면서, 여고생들에 섞여 목재나 석재의 절단, 운반, 오리가미 공작 등의 강제 노동에 종사하며, 테마리와 숙식을 함께했다.

 여고생들이 죽은 참치 같은 눈으로 오리가미를 접고, 종이학을 찬합 안에 늘어놓고, 쌓아서 뚜껑을 닫으면, 벨트 컨베이어로 흘러간다. 그 허무적 광경은 야모토의 눈에 고요한 분노를 타오르게 했다. 하지만……그 오리가미를 모은 대형 폐기물 상자는  야모토에게 있어 화약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결행은 일곱 번째 날 오후로 정해졌다. 그날, 그 시간, 테마리와 야모토는 대량의 폐기 종이학이 들어간 대형 수레를 토치카형 수용시설의 뒷문에서 채석장 부근의 소각장으로 옮기게 된다. 그 시간대가 승부처다. 그때까지 두 사람은 여고생수용소의 감시나 시스템에 대해서 가능한 한 조사하며 작전을 짰다.

 닌자는 감시탑에 한 명. 나머지는 클론야쿠자가 다수. 직원은 모두 클론야쿠자였다.

 수용소에서 여고생 전원을 안전하게 탈주시키려면 이들 모두를 제거해야 한다. 더불어서, 그 전에 비상용 경보나 긴급 록(Lock) 격벽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닌자든, 클론야쿠자든, 긴급 록 장치든, 이 중 어느쪽에 대해서든 공격을 가한 시점에서 적은 그것을 감지할 것이다.

 따라서, 먼저는 최대 위협인 감시탑의 닌자를, 그리고 가급적 빨리 클론야쿠자를 죽여야만 한다. 그것이 두 사람이 도출한 결론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테마리도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닌자인 야모토가 곁에 있었기에, 테마리는 용기를 끌어올릴 수가 있었다.

 이리하여, 운명의 일곱 번째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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