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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어게인스트・두부】

이 소설은 Twitter 연재시 로그를 그대로 보관한 것으로 오탈자 등의 수정은 기본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가필수정판은 상기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리서적 / 전자서적 ‘닌자 슬레이어 네오 사이타마 염상 1’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자 코멘트 : 상기 물리서적 / 전자서적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리서적 / 전자서적은 일본어판인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원본의 오탈자 수정을 가능한 한 진행하고 있으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닌자 슬레이어 공식 디스코드의 KR 채널 혹은 DC인사이드 닌자 슬레이어 마이너 갤러리를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この記事は【レイジ・アゲンスト・トーフ】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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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제1부 '네오 사이타마 염상'에서

【레이지 어게인스트 두부】


1 「스시 바」


 오늘 밤에도 네오 사이타마에는 해골 같은 보름달이 떠올랐고, 오염물질을 다량 함유한 오징어 먹물 같은 먹구름이 그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빛바랜 케블라 트렌치코트를 중금속 산성비로 적시며 서른살쯤 될 하층 노동자가 '값' '싸' '다' '!' 라 적힌 무인 스시 바의 포렴 밑을 지나간다.

 무인 스시 바는 네오 사이타마에서 가장 전형적인 패스트 푸드 중 하나다. 노인들이 좋아하는 오래된 좋은 회전 스시 바 같은 미소나 따뜻함은 없고,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돈부리 퐁사의 체인점 같은 무질서한 소란스러움도 없다. 무인 스시 바에는 사람과의 관계에 지친 남자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이곳이 돈부리 퐁사의 덮밥집이었다면 문을 열자마자 안티 부디즘 블랙 메탈 밴드 '카나가와'가 연주하는 BPM 350 패스트 튠(Fast-Tune)이 귀에 들려오리라. 하지만 이 전형적 무인 스시 바에는 전자합성된 아악 소리와 죽통 부딪히는 소리만이 흐른다.

 케블라 트렌치코트 사내는 좌우를 둘러보며 자리를 찾았다. 포렴 너머로 한 발짝 들어가면 거기부터 이미 카운터로, 40명 이상의 하층 노동자 및 마케구미* 사라리맨들이 일렬로 고정된 의자에 앉아 있다. 흔히 '장어 침대'라 불리는 가로로 긴 점포 형태다. 폭은 1미터가 될락말락.
* 원문은 マケグミ, 負け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패배자 그룹. 반의어는 카치구미.

 가게 가장 안쪽, 불결한 화장실 옆에 딱 하나 빈자리가 있었다. 손님들의 등에 어깨를 부딪혀가며 트렌치코트 사내가 장어 침대를 따라 걸어간다. 가게 안에는 '잠깐 실례하겠습니다'라는 한마디를 장려하는 종이가 붙어있었지만 그는 그걸 본척도 하지 않았고, 오지기*마저 하지 않았다. 이 남자는 어딘가 될대로 되라고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있었다.
* 원문은 オジギ, お辞儀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 숙여 인사하는 것. 

"아프잖아, 댁." 한밤중인데 선글라스를 낀 마케구미가 트렌치코트 소매를 잡아당겼다. 사내가 그리스도처럼 수척한 얼굴로 돌아보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아래에서 납빛으로 탁해진 눈을 번뜩였다. 코트 소매로 감추고 있던 구식 사이버네틱스 의수가 엿보이자 겁에 질린 마케구미가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카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싸울 기분조차 들지 않아...... 하층민끼리 서로 다퉈서 뭘 어쩌자는거냐. 페이크 옻칠이 칠해진 싸구려 의자에 앉으면서 트렌치코트 사내가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가게 안에 흐르는 '이요옷-' 하는 별스러운 전자 음성과 북소리로 짜증났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트렌치코트 사내는 눈앞의 하얀 벽과 마주앉았다.

 무인 스시 바의 모든 자리 사이는 편백나무 판자 칸막이로 나뉘어 고립되어 있다. 이 칸막이 너머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매너 위반이다. 손님이 보는 것은 자신의 스시와 눈앞에 있는 수묵화가 그려진 하얀 벽뿐. 그야말로 스시를 위한 완벽한 와비사비 공간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사내는 사이버네틱스 의수가 달린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쑤셔 넣더니 어색한 움직임으로 백엔짜리 동전 3개를 꺼내서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무인 스시 바에는 이타마에* 셰프가 없다. 사내는 눈앞의 벽에 달린 작은 구멍에 백엔짜리 동전을 하나 넣고, 수묵화 속 호랑이의 눈이 빛나는 것을 확인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일식 셰프를 말한다.

"계란이다."

 수묵화 속 용이 그려진 자리가 덜컥 문처럼 열리자, 전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메카 암이 운반한 계란을 얹은 쥠초밥이 담긴 접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접시를 들자 타당-하고 조용히 문이 닫혔다.

 남자가 카운터에 놓인 고풍스러운 쇼유(간장) 병에 눈길을 향했다. 그리고 의수로 된 오른손과 평범한 왼손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결국 왼손으로 쇼유병을 들고서 타르처럼 미끈거리는 검은 액체를 계란에 뿌렸다.

 구식 사이버 의수는 힘조절이 불가능해서 섬세한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중금속 산성비에 약해서 유지에 돈이 많이 든다. 터무니 없는 짐더미를 짊어진 것이다. 남자에게는 한숨을 내쉴 기력도 없었다. 아무런 감회도 없이 왼손으로 계란 쥠초밥을 입으로 옮긴다. 그리고 백엔짜리 동전을 하나 더 구멍에 넣었다.

"참치를."

 수묵화 벽이 덜컥 열리고, 겉면이 일곱 색깔로 빛나는 맛있어 보이는 참치 쥠초밥이 나타났다. 남자는 이것도 담담하게 입에 집어넣는다. 백엔 동전은 이제 하나밖에 없지만 이번 달은 앞으로 열흘이나 남았다. 남자는 잠깐 망설이다가 구멍에 동전을 넣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참...... 아니, 계란이다."

 남자의 뺨은 수척하고, 눈동자는 과거의 빛을 잃었다. 자연산 참치의 눈처럼 매가리가 없다. 수묵화 화가로 출세하겠다던 그의 꿈은 거의 물 건너 갔다. 그는 업계에서 가장 큰손인 사카이에상 두부 공장에서 일하면서 수묵화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으나 두부 프레스기 사고로 오른손을 잃고 나서 모든 것이 망가져 버렸다.

 회사의 보험으로 오른손을 사이버네틱스 의수로 교체할 수 있어요, 라고 사무실 여성이 절차를 밟아줄 때까지는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었다. 사이버네틱스 의수로 그윽한 그림을 그리는 수묵화 화가라는 세일즈 포인트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내...... 시가키 자이젠이 받은 것은 4세대 전 전투용 사이버네틱스 의수 '텟코*'였던 것이다.
* 원문은 テッコ, 手甲(손등장갑)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지금같은 시대에 보장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 생각한 시가키는 실로 사람 좋은 어리석은 자였다. 텟코는 전혀 힘조절이 안되서 모든 붓을 자기손으로 부러뜨린 데다가, 직장 복귀 다음 날에 프레스기 밸브를 박살냈기 때문이다. 그는 해고를 당한 데다가 막대한 배상금을 짊어지게 되었다.

 저금은 바닥났고, 거기에 더해 텟코 유지비까지 늘어났다. 공장에서 번 일당은 모조리 네오 카부키쵸에 있는 불법 사이버네틱스 의사에게 빼앗긴다. 신장 한쪽을 팔았지만 큰 돈은 되지 못했다. 나머지 한쪽도 팔까 했으나 이 이상은 아무리 그래도 위험하다고 의사가 말렸다.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있다. 텟코를 팔아치우는 것이다. 수술비를 갚아도 몇 천엔의 돈은 수중에 남으리라. 유지보수 비용도 필요없게 된다. 하지만 이 오른손을 파는 것은 수묵화 화가로서의 꿈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키의 가슴 속에도 아직 몇 천엔의 유혹에 저항할 정도의 기개는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이 계란을 입에 쑤셔넣고 다음 일을 찾으러 가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를 뜨려던 시가키는 공교롭게도 옆자리의 두 손님이 편백나무 칸막이 너머로 나누던 이야기 내용을 듣고 말았다.

"정말입니까?" "네에, 정말이에요." 그 코케시(목각인형) 공장 노동자로 보이는 두 손님은 술에 취한 탓인지 어리석게도 상당히 큰 목소리로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부 공장 습격이요?" "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나요?" "네." "배급도 나옵니까?" "바리키* 드링크를 지급해준다고 하더군요."
* 원문은 バリキ, 馬力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강한 체력, 정력을 의미. 바리키 드링크는 닌자 슬레이어 속 제약기업인 요로시상의 자양강장제.

 시가키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여보쇼, 댁들. 나도 그 두부집 습격 일에 참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지?"


2 「백스트리트 닌자」

 네오 사이타마 남부, 오하나 버로우 십칠번지. 콘크리트 빌딩 틈새로 엿보이는 하늘은 먹물을 흘린 듯 흐린 날씨. 사카이에=상 두부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른 유독한 연기가 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야말로 고사기에서 예언된 말법의 세계의 한 측면이다.

 중금속이 섞인 산성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 한 닌자가 회색 콘크리트 슬럼가 지붕 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어찌하여 이 남자가 닌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가? 그것은 그가 닌자 복장을 몸에 둘렀을 뿐만 아니라 이 빗속에서도 한 방울도 물에 젖지 않았기 때문이다.

 닌자의 이름은 밴디트. 소우카이 식스게이츠의 척후다. 그들은 닌자 소울에 빙의되어 어둠 속으로 떨어진 자들이다. 밴디트가 손에 넣은 것은 일반인의 3배에 가까운 각력. 그러나 그러한 그가 설마하니 추격자를 만나게 될것이라고는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밴디트는 초조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다. 그 초조함 때문에 그는 지붕에서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으로 뛰어 내려 좁은 길로 나아갔다. 그러나 운 없게도 그 길은 거기서 막혀 있었다.

"왓쇼이!" 사위스럽고도 생동감 있는 외침과 함께 두부집 굴뚝 위에서 또 하나의 닌자가 도약했다. 그 닌자는 체조 선수의 착지 포즈처럼 멋진 자세로 팔을 벌린 채 번개 같은 속도로 뒷골목에 뛰어내려 밴디트의 퇴로를 막았다.

 어둠 속에서 대치하는 두 닌자. 그들은 서로의 한가운데를 축으로 삼아 원을 그리듯 조금씩 걸어가며 틈을 살폈다. "도-모." 이제 막 뛰어내린 검은 그림자가 옆걸음을 순간 멈추고 예를 표했다. "도-모." 밴디트도 이에 답하여 예를 표했다.

 먼저 정정당당하게 아이사츠*한 남자는 동맥에서 흐르는 피와도 같은 검붉은 닌자 복장을 두르고 있었다. 바람이 머플러처럼 나부끼는 너덜너덜한 천을 뒤흔들어 그의 입가를 드러냈다. 붉게 타오르는 눈 아래는 금속제 멘포**로 덮여 있었고, 그 양쪽 뺨에는 '인(忍)' '살(殺)' 이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 원문은 アイサツ로 挨拶(aisatsu)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를 뜻한다.
** 원문은 メンポ로 面頬(membou)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얼굴이나 머리를 가려서 보호하는 투구에 딸린 방어구를 의미한다.

 그 닌자는 천천히, 그러나 냉철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기까지다, 밴디트=상. 그대에게 도망칠 길은 없다. 단념해라." "어떻게 내 이름을? 네놈, 설마 닌자 슬레이어=상!"

 밴디트가 놀라움으로 소리를 지른 순간, 기세를 탄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두 장의 수리켄을 사출했다. "이얏-!" "끄악-!" 수리켄이 밴디트의 두 눈에 꽂힌다! 두 눈에서 피가 솟구친다!

 그럼에도 밴디트는 재빨리 세 번의 옆구르기를 구사하고서 카타나*를 들어 반격으로 돌아서려 했다.
* 원문은 カタナ로 刀(일본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기선을 제압하듯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두 장의 수리켄을 사출했다. "이얏-!" "끄악-!" 수리켄이 밴디트의 목구멍에 꽂힌다! 망가진 스프링쿨러처럼 목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기다려, 나를 죽여도 조직이 네놈을......" 앞뒤 재지 않고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지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두 장의 수리켄을 사출했다. "이얏-!" "끄악-!" 수리켄이 밴디트의 사타구니에 꽂힌다!

"모조리 털어놓게 만들어주마." 닌자 슬레이어가 다가온다. 그러나 "...사요나라!" 라는 말을 남기고 밴디트=상은 갑자기 폭사했다. 닌자 슬레이어가 혀를 찼다. 자폭이다. 어둠의 닌자 소울은 다시 땅 깊은 곳으로 돌아가 다음 사냥감을 노리게 되리라.

 닌자 슬레이어가 검은 잿더미가 된 밴디트의 가슴팍에서 두루마기를 끄집어냈다. 밀서를 전달하는 중이었던 것인가. 닌자 슬레이어가 꼼꼼히 묶인 매듭을 풀어 그것을 펼쳤다. 춤추는 듯한 달필로 쓰여있었다. 『코요이토우후야시우게키다*』라고.
* 원문은 コヨイトーフヤシウゲキダ. 카타카나로 쓰여있어 분명하지 않으나 발음으로 미루어 '오늘밤 두부집 습격이다'라 해석할 수 있다.


3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엠페러를 잃은 지 오래된 카스미가세키 황궁 건물 666층에서 비밀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소우카이야*...... 일본 경제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비밀결사 무리다. 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암흑 메가코퍼레이션 각 회사의 간부들도 이 회담에 참가하고 있다. 요로시상 제약과 오무라 인더스트리 등의 그 필두다.
* 원문은 ソウカイヤ로 総会屋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총회꾼을 말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총회꾼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 야쿠자가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두컴컴한 플로어의 중심에는 '살벌'이라고 붓으로 적힌 거대한 원탁이 놓여있다. 거기에 참여한 참가자 삼십 명 전원의 얼굴에 매립형 UNIX 모니터가 뿜어내는 녹색 빛이 아래에서 비춰져서 유령처럼 떠올랐다. 방 네 귀퉁이에는 최신형 클론 야쿠자 Y-11이 카타나를 들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원탁 중심에는 본보리(등롱) 램프 형태 3D 영상이 투영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정보 및 추잡하기 이를 데 없는 오이란(기녀) 일기예보 등을 만화경처럼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홀 자체는 무덤 속 마냥 조용했다. 여기서 목소리를 내는 자는 없다. 왜냐하면 IRC를 사용한 최첨단 담합 시스템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내면 도청될 위험이 있다. 언질을 주었다가 녹음을 당하는 것 또한 곤란하다. 그러나 전자 정보는 얼마든지 바꿔쓸 수 있다. 따라서 IRC 담합은 소우카이야가 몹시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원탁에 이어폰 플러그를 꽂고 오이란 일기예보 및 염불 라디오 등으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키보드를 묵묵히 두드리는 것이다.

#DANGOU : TANAKA@SOUKAIYA :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얼마 전 클론 야쿠자 공장 사고에 대해 요로시=상 제약 회사분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타이핑 속도 불과 5초! 이곳에 있는 것은 사이버네틱스 수술 없이도 보통 사람들의 열 배 이상의 IRC 타이핑 속도를 자랑하는 스고이(대단함)급 해커들 뿐이다.

#DANGOU : KATAGI@YOROSI_SAN : 제3플랜트가 이상 가열되어 가속장치가 폭발. 그 결과 녹색 바이오엑기스가 타마 강에 쏟아졌지만 현재는 회복되어 재가동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클론 야쿠자 제품은 안심입니다.
타이핑 속도 3초! 작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요로시상의 스고이급 해커, 카타기는 탄성 소리를 들으며 이어지는 문장을 득의양양하게 고속 타이핑했다.
#DANGOU : KATAGI@YOROSI_SAN : 덧붙여 이 건에 대해서 일본 정부로부터 그동안의 사례에 미루어 비난 받을 여지는 없습니다. 다만 완경보호단체가 이 점을 끈질기게 따지고 있습니다.

#DANGOU : TERUWO@SOUKAIYA : 완경
#DANGOU : KANABUKI@SOUKAIYA : dhksr
#DANGOU : TANAKA@SOUKAIYA : 완경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인과응보! 자만심이 낳은 뼈아픈 타이핑 미스다. 일본어는 버튼 하나만 틀려도 치명적인 의미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방심할 수 없는 언어인 것이다. 카타기=상은 기운 없는 창백한 얼굴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며 당황했다. 뉴런이 찌릿찌릿하고 굳은 입꼬리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DANGOU : KATAGI@YOROSI_SAN : 정말 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환경보호단체를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DANGOU : TERUWO@SOUKAIYA : 즉시 세푸쿠(할복)해라!
#DANGOU : KANABUKI@SOUKAIYA : 즉시 세푸쿠다!

 소우카이야에 소속된 자들이 말꼬리를 제대로 잡았다는 듯 세푸쿠 대합창을 시작했다. 무자비한 타이핑 소리가 타닥타닥 울려 퍼졌다. 카타기=상은 '이 자리에서 세푸쿠하거나 손가락 몇 개를 케지메* 당할거다' 라는 생각에 실금 직전이었다. 스고이급 해커에게 손가락을 잃는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그러나 그 순간......
* 원문은 ケジメ로 けじめ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속죄, 책임 등을 말한다. 닌자 슬레이어에서는 실수를 저지른 경우 손가락을 자르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죄하는 장면이 많은데, 이를 케지메라 부른다.

#DANGOU : KHAN@NEKOSOGI : 자아자아, 여러분, 그 이상 요로시=상을 가지고 노는 것은 그만두게. 타이핑 미스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 명필 에러즈*라고도 하지 않나. 
메시지 옆에 괄호로 표시되는 타이핑 속도는...... 0 콤마 5초! 모두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 원문은 コウボウ・エラーズ(코우보우 에러즈)로 弘法も筆の誤り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서예에 뛰어난 코우보우 스님도 실수할 때가 있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라는 의미. 

 아니, 더 중요한 것은 타이핑 속도가 아니라 그 계정 이름이었다. 칸이라는 사내의 이름이 본보리 램프 3D 모니터에 비춰지자마자 모든 이의 타이핑 소리가 일제히 멈췄다. 모두들 기묘한 표정으로 다음 발언을 기다린다. 홀에는 바야흐로 정기적으로 분비되는 클론 야쿠자 Y-11의 가래침 뱉는 소리만이 나고 있었다.

 일본 굴지의 리얼 야쿠자 및 암흑 메가코퍼레이션 간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가 아니라 공포까지 느끼게 하다니. 게다가 스고이급 해커를 아득히 뛰어넘는 타이핑 속도. 과연 이 칸이라는 사내, 대체 어떤 인물인 것일까? 불법 사이버네틱스 수술을 받은 텐사이(천재)급 해커란 말인가? 아니면...... 어쩌면...... 닌자인 것인가?

"이 정도 실수로 세푸쿠 협박이라니, 그야말로 흥이 깨지는 이야기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코토와자*도 있거늘." 아르마니제 슈트를 입고, 사슬을 엮어 만든 닌자 두건을 써서 두 눈 말고는 모두 가린 사내가 원탁의 자리에서 일어나며 육성으로 덜컥 말했다. "여러분, 오늘의 담합은 이것으로 폐회하기를 바라네."
* 원문은 コトワザ로, 諺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속담. 

 놀랍게도 그의 몸에는 LAN 케이블 삽입용 바이오 단자가 보이지 않았다. 텐사이급 해커에 버금가는 불과 0 콤마 5초만에 이루어지는 장문 IRC 타이핑을,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능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달인! 이것은 인간의 기술이 아니다. 틀림없는 닌자의 기술이었다.

 이 사내야말로 라오모토 칸. 일곱 개의 닌자 소울을 그 몸에 빙의시켰음에도 자아를 유지하는 무시무시한 닌자. 소우카이야의 실력행사 부문인 소우카이 식스게이츠를 하나로 묶는 우두머리이자 독보적인 네코소기 펀드의 사장이기도 하다. 그를 적으로 돌리면 그 날 밤에라도 식스게이츠의 암살자가 딜리버리되는 것이다.

 위압적 폭군의 아우라를 두르고 라오모토가 일어서자 암흑 경제세계의 거물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앞다투어 담합 룸에서 퇴실하기 시작했다. 클론 야쿠자들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늘의 담합은 종료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요로시=상에 대한 규탄이 흐지부지가 된 것 외에는.

"라오모토=센세이. 오늘은 정말 큰 신세를 졌습니다. 야쿠자 공장 폭발 건은 유야무야되었습니다. 이 건을 다시 언급해서 분위기를 초칠 자들은 이제 없을 겁니다." 앞니를 다람쥐처럼 드러내고서 천박한 웃음을 지으며 요로시=상 제약의 간부 카타기 신겐이 라오모토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무릎이 떨리고 있었다.

"무하하하하! 신경쓰지 말게, 카타기=상. 요로시상 제약에는 늘 무리한 주문을 넣고 있으니 말이야." 4명의 클론 야쿠자와 카타기=사안 남은 어두운 담합 룸에 라오모토의 홍소가 울려퍼졌다. "그런데 두부집 말이야, Y-11형 야쿠자 대량구매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인가?"

"네. 게다가 사카이에상 두부사(社)는 저희 계열 기업인 니르바나 두부사와의 제휴를 계속 거부하면서 국내 두부 시장 독점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타기가 두 손을 비벼대며 보고했다. 본보리 램프 3D 모니터에는 최근 몇 달 동안 떡상한 사카이에 두부사의 주가 추이가 표시되었다.

"무하하하하, 어리석은 놈들이군. 인과응보라는 코토와자를 모르는 것 같아." 라오모토가 절대적인 자신감과 교활한 지성이 엿보이는 말로 대답했다. "약속대로 두부집 습격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지. 준비는 되어 있네. 빈민들을 선동해서 두부 공장을 습격하는 것이야. 물론 필요물자 협력은 가능하겠지?"

"요로콘데(기쁘게)-!" 조용한 살기가 서려 있는 라오모토의 눈빛을 받으며 카타기=상은 실금. 그러나 평정을 유지하는 척하며 말을 이어간다. "즈바리* 성분을 불법으로 섞은 특제 바리키 드링크를 500 다스 제공하겠습니다. 이걸 복용한 빈민들은 즈바리 상태에 빠져서, 아픔도 두려움도 모르는 폭도 군단으로 완성되겠습니다!”
(* 해열진통제인 즈바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리서적판에서는 ZBR로 표기가 변경되었다. 닌자 슬레이어 속에서는 각성제처럼 연출되는 경우가 많다.)

"500?" 라오모토=상의 말투가 갑자기 세라믹 카타나처럼 날카롭게 바뀌었다. 단지 그것만으로 주변에 있던 클론 야쿠자 4명이 동시에 실금했다. 생명의 위기를 느낀 카타기=상은 재빨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아이에에에. 대단히 실례가 많았습니다. 1000다스를 잘못 타이핑한 것입니다."

"무하하하! 1000! 뭇하하하하하!" 라오모토가 다시 온화한 말투로 돌아와 사슬 두건 속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카타기는 휴우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라오모토의 눈가에 웃음이 가시고, 오늘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눈...... 무시무시한 닌자의 눈으로 변했다.

"무슨 일이지, 다크닌자." 라 라오모토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자 그의 뒤로 뻗어 있던 그림자 속에 어느샌가 낯선 닌자가 무릎 앉아 자세로 대기하고 있었다. "보고드리겠습니다. 밴디트=상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림자의 이름은 후지오 카타쿠라. 라오모토 칸의 심복이자 다크닌자라는 통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전에 후지키도 켄지를 한 번 죽인 닌자이기도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할 수 있으리라.

"계획을 지연시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대가 비홀더에게 밀서를 전달하도록 해라." 라오모토가 본보리 램프 3D 모니터 속 주가 정보와 오이란 일기예보를 동시에 보면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밴디트에게는 닌자 슬레이어인가 하는 방해자에 대한 조사도 명령했었다.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몰라. 주의해라."

"존명." 이라는 말을 남기고 다크닌자는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불안하게 만들었나, 카타기=상?" 돌연 라오모토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만 같은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습격 계획은 반드시 실행될 걸세. 즈바리 드링크를 부탁하지." "요로콘데-!" 앞니가 툭 튀어나온 작디 작은 남자는 서둘러 담합 룸을 나섰다.

 담합 룸에는 라오모토와 클론 야쿠자만이 남았다. 라오모토는 주가 정보를 주시하면서 네코소기 펀드 사무소와 연결된 핫라인을 열어, 닌자 두건에 장착된 인컴에 속삭였다. 그의 입가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사카이에상 두부의 주식을 100만주 숏을 쳐라."

 나무아미타불! 이 무슨 모략이란 말인가. 소우카이 신디케이트는 이처럼 일본 주식시장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사카이에상 두부 공장은 이대로 라오모토 칸의 음모로 파괴되어 수십만 명의 무고한 자들이 굶어죽게 되고야 마는 것인가? 달려라! 닌자 슬레이어! 달려라!


4 「우시미츠 아워 라이엇」

 시가키 자이젠과 두 코케시 공장 노동자는 사카이에상 두부사 습격을 부르짖는 오리가미* 메일 속 지도를 따라 네오 사이타마 서부의 복잡한 번화가를 따라 걸어갔다. 보라색과 녹색으로 이루어진 요란한 조명이 밤의 어둠을 가르고,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더 밝은 파란색 조명이 오이란 하우스가 늘어선 이 거리를 휘황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 원문은 オリガミ로, 折り紙(종이접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닌자 슬레이어 속에서 종이접기는 그윽한 교양을 나타내는 요소로 자주 등장한다. 오리가미 메일은 이러한 종이접기에 편지를 쓴 것이다. 

 또 네오 사이타마 속 어딘가에서 총격 사건에 의한 교통 통제가 일어난 듯, 여기저기에서 택시 기사들의 욕설이 오가고 있었다. 중금속 산성비는 잠시 그쳐서 하늘 꼭대기에는 해골을 닮은 보름달이 떠올라 있었다. 그 해골의 입은 마치 시가키 일행을 향해 '나무삼' 이라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두부 공장 습격이라니, 어수선한 세상이 되었군." 이라며 시가키가 남일처럼 중얼거렸다. "이상할 게 뭐 있나요?" 라는 코케시 노동자. "권력에 저항하는 것 따윈 다반 인시던트*라구요. 스트리트 갱들은 매일같이 맙포**와 총격전을 벌이며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잖아요."
* 일상다반사에서 유래한 닌자 슬레이어 속 속담.
** 본래는 경찰을 속되게 이르는 말(한국으로 치면 짭새)이지만 닌자 슬레이어 속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찰을 맙포라고 부른다.

 마치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 대하듯 말하는 것을 듣고, 시가키는 약간 불만을 느끼며 이렇게 대답했다. "있어봐, 있어봐. 이상하다고 한 건 표적이 사카이에상 두부사라는 거다. 분명 업계에서 가장 큰손이긴 하지만...... 1개에 10엔이라는 파격적 가격인 4개 묶음 두부 '콰르텟' 덕분에 얼마나 많은 빈민이 연명하고 있느냔 말이야."

"뭐어, 그건 그렇지만요." 라는 얼큰하게 취한 모습인 코케시 노동자들. "이번 습격은 뭐든지 약탈해도 된다고 하니 잘된 것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시가키는 속에서 강한 혐오감이 북받쳐 올라,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이 아무런 생각도 없는 자들을 모멸했다. 나도, 너희들도 콰르텟을 먹으며 살고 있지 않느냐, 라고.

 이처럼 시가키 속에서는 지금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었다. 정말로 과거의 직장인 사카이에상 두부 공장 습격에 가담해야 할지, 그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지 어쩔지 확인하러 왔다는 생각 쪽이 더 강했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코케시 노동자가 "저쪽일까요?"라고 말했다.

 그곳에는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구식 이나리형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2인조가 서있었다. 키도 같고 체격도 같고 쇼토쿠 태자를 닮은 수염도, 선글라스의 기울기도, 포니테일의 길이도 모조리 기묘할 정도로 똑같다. 마치 쌍둥이 같았다. 그들은 '두부 관련' 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 이나리형 엘리베이터에 대해 일본 헤즈들은 1. 유부초밥 형태 엘리베이터, 2. 여우 형태 엘리베이터(여우신을 모신 이나리 신사) 3. 일본식 기왓장 엘리베이터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라? 저 사람이에요. 네오 카부키쵸에서 이 메일이랑 티슈를 준 사람." 이라며 코케시 노동자 중 한명이 말했다. "쌍둥이였던 걸까요?" 일행은 보라색 오리가미 메일을 제시하며 다가갔다. 시가키 일행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보라색 면에는 자그맣게, 서로 교차된 두 자루의 카타나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검은 양복들은 땅에 침을 뱉은 뒤 값어치를 재듯 세 명의 노동자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시가키 일행에게 아래로 가라고 말없이 재촉했다. 녹슨 문이 열리고 "한계입니다." 라는 잘못된 전자음성이 울렸다. 감이 날카로운 시가키는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라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두근두근하네요." "바리키 드링크도 지급된다고 하니까요." 라는 코케시 노동자들. 전뇌 오이란 하우스와 불법 마약 샤카리키(으쌰으쌰) 알약 광고가 사방에 붙어있는 엘리베이터는 보라색 전등을 불안하게 깜빡이며 폐쇄된 지하 3층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계입니다." 라는 전자 음성이 울리고 문이 열린다.

 어둑어둑한 참치빛 조명과 습한 악취가 세 사람을 맞이했다. 지하 주차장에는 이미 수백 명은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안쪽을 보니 20대 가까이 되는 검게 칠해진 트레일러가 오르막 위의 출구 부근에 줄지어 서있었다. 예상 이상의 엄청난 규모에 놀라서 시가키 일행은 엘리베이터 안에 잠시 서있었다.

"까고자빠졌넴마-!" 세 사람을 향해 갑자기 등골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야쿠자 슬랭이 쏟아진다. 지상에서 팻말을 들고 있던 두 남자가 위험한 사스마타*를 보여주며 재빨리 줄에 서라고 재촉한 것이다. "아이에에에..." 코케시 노동자들은 벌벌 떨면서 허둥지둥 눈앞의 긴 줄에 가서 섰다.
* 긴 막대 끝에 U자 모양 쇠를 꽂은 무기로, 에도 시대에 일본에서 제압용으로 사용되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시가키는 흔들림 없이 큰 걸음걸이로 걸어가며 주차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지하주차장 곳곳에 완전히 똑같이 생긴 검은 양복을 입은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흉악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수상쩍은 냄새가 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시가키가 줄 가장 끝에 선 순간 등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새로운 참가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포니테일로 감추어진 검은 양복들의 목덜미에는 'Y-11/SK'로 시작하는 제조번호와 바코드가 새겨져 있다. 그들은 요로시상 제약에 의해 만들어진 Y-11형 바이오 야쿠자인 것이다. 순진하고도 아는 것이 없는 네오 사이타마 시민들은 클론 기술이 이미 실용화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배급이 시작되었다. 클론 야쿠자 중 한 명이 배급 담당이 되어 1인당 3병씩 차갑게 보관된 바리키 드링크를 건넸다. 그 옆에는 다른 클론 야쿠자가 메모장에 같은 한자를 반복적으로 기입하면서 참가자 숫자를 세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바리키 드링크 더미에 시선이 고정되서 거기에만 신경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바리키 중독자가 아닌 시가키는 냉정하게 이 지하주차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모여있는 것은 육체 노동자, 마케구미 사라리맨, 무질서 학생, 횻토코, 펑크족, 리얼 야쿠자, 유레이(유령) 고스족 등 실로 다양한 인종들인 듯했다.

 시가키 일행 앞에는 펀치 파마가 개성적인 4명의 부디즘 펑크족들이 줄을 서서 서로의 가슴을 밀치며 스컴 선문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편 시가키 일행 뒤에는 블랙 메탈 밴드 '카나가와'의 붓다 해부 티셔츠를 입은 8명의 안티 부디스트들이 줄을 섰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줄 밖에서는 '역시 돌아가고 싶어' 라는 말을 꺼낸 기가 약해 보이는 모히칸 학생이 클론 야쿠자 2명에게 양 겨드랑이를 붙들려서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가, 그 직후 분명치 않은 비명과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서 마치 모히칸 학생의 단말마를 대신 해주듯이 '한계입니다' 라는 잘못된 전자 음성이 울렸다.

 바리키를 받는 참가자들은 중앙에 설치된 집회장 같은 장소로 유도되어, 블랙 잭을 든 검은 양복들에게 가지런하게 서라고 요구받았다. 부디즘 펑크족과 안티 부티스트들은 아니나 다를까 싸움으로 유혈사태를 일으켜, 사스마타로 무장한 클론 야쿠자들에 의해 끌려간 것 같았다.

 코케시 노동자들은 얼른 가슴팍에 숨겨온 놋쇠 플라스크에 내용물을 부어 안에 조금 남아있던 반자이 데킬라와 섞어 마셨다. 요로시상 제약의 주력 제품인 바리키 드링크는 일반유통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미약한 마약적 유효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용법 · 용량을 지키지 않고 섭취하면 기분이 몹시 하이(high) 해진다.

"어이쿠쿠쿠! 참을 수 없구만! 시가키=상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당신은 어느 공장에서 일하시나요? 저희들은 코타츠 본체에 다리용 코케시(목각인형)를 다는 시시한 시시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가키는 코케시 노동자들을 무시한 채 드링크를 적당히만 마시고 이 이상한 장소에서 도망칠 틈을 엿보았다.

 갑자기 보라색 트레일러가 집회장 옆에 세워졌다. 화려한 스모크와 함께 짐칸이 측면에서 열리고, 다다미가 깔려 있는 특설 스테이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둥두둥두둥둥둥. 씩씩한 출진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스테이지 양 옆에 큰 북이 있어서 가죽 본디지 차림인 스모토리(스모꾼)들이 이 북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참가자들이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자 스테이지 위의 본보리 램프에 불이 들어오며 휠체어에 탄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표정은 사이버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었으나 검은 양복들 같은 턱수염은 없었다. 머리에는 후드인지 두건인지를 것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등 뒤 벽에는 '분노' '격렬하다' '분노' 라 적힌 쇼도(서예) 3장이 붙어 있었다.

"도-모." 휠체어를 탄 남자가 최신식 와우 노이즈 이펙트가 담긴 사이버 확성기를 들고 예의 바르게 아이사츠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비홀더입니다. 이번에 여러분들께 모여주십사 한 것은 저 증오스럽고 또 증오스러운 사카이에상 두부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입니다. 제 애처로운 신세에 대해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까지 두부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나 노후화된 설비 때문에 저는 제너레이터 안으로 떨어져서 생사의 경계를 헤매다 반신불수가 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불과 몇만 엔의 퇴직금과 위로금만 받고서 저는 강제 해고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인 전(前) 두부 노동자가 저말고도 수천 명은 더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그 몇만 엔으로 복권을 사서, 당첨되어...... 운좋게도, 정말로 운좋게도 카치구미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여러분께 나눠드린 바리키 드링크 또한 제 쌈짓돈으로 구매한 것입니다." 확성기의 이펙트 소리가 규웅하는 울리는 소리로 바뀌고, 그 선동 효과는 열 배로 뛰어올랐다.

 시가키는 감명을 받았다. 심장이 파열될 정도로 빠르게 맥박쳤다. 실존의 의미를 잃어가던 자신이라는 점(点)이 순식간에 무수한 다른 점과 연결되어 만다라가 되는 것만 같은 고양감. 그러나, 오오, 나무삼! 그는 깨닫지 못했으나 그 충동 대부분은 드링크에 섞여 있는 즈바리 아드레날린에 의한 화학적 반응인 것이다.

"카치구미가 되어서 부럽다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쥐어도 제 가슴 속은 공허합니다. 밉다! 사카이에상 두부사가 미워!" 사이버 선글라스 액정면에 '분노' '격렬하다' '분노' 라는 붉은색 전자 도트가 깜빡이며 격렬한 서브리미널 효과를 만들어냈다.

 두둥두둥두둥둥둥. "이욧-!" 스모토리들이 맞장구 치자, 큰북의 비트가 더욱 속도를 늘렸다. 급성 즈바리 중독자들의 심장 박동과 파괴충동도 그에 맞춰서 달아오른다.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 자, 그 자리에서 쓰러져 해변 위로 올라간 참치처럼 입을 뻐끔뻐끔대는 자들까지 나왔다.

"사카이에상 두부사는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입니다. 그들의 초저렴 두부에는 발암물질과 뇌를 축소시키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몇 개나 드셨습니까? 백개? 당신은 천개! 나무아미타불! 이젠 끝장이도다!" 그 말을 들은 참가자들의 뇌내 화학반응은 정점에 도달하여 하늘을 우러러 보며 울부짖는 자들까지 나타났다.

 두둥두둥둥둥두둥두둥두둥.... 트레일러의 측면이 천천히 닫히고, 북소리가 사그라들어 간다. 급성 즈바리 중독자들은 이성이 없는 맹수로 변해서 울부짖다가 클론 야쿠자의 사스마타와 창, 전기 쇼크 눈챠쿠(쌍절곤)로 내몰려 검은색 트레일러에 나눠 타기 시작했다.

 각 트레일러는 짐칸 부분이 3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한 대에 백 명 가까운 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지독한 악취다. 원래는 물소 운반용 하이웨이 트레일러였을 것이다. 녹슨 트랩이 삐걱거렸다. 초코빈 익스프레스사의 물소 전차 로고 마크가 어설프게 검은색 스프레이로 칠해진 짐칸 측면 위로 희미하게 미쳐 보였다.

 드링크를 아직 한 병 밖에 마시지 않은 시가키는 급성중독 직전에 멈춰 있었다. 하지만 이미 무인 스시 바에 있었을 무렵의 메마른 고요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네 발로 기는 자세로 트레일러 짐칸에 처박힌 채,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수묵화의 패배였다.

 그의 뇌 속에서는 지금까지 즐겨 그리던 붓다와 죽림, 스케로쿠* 같은 모티브들이 불꽃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대신에 맙포를 팽형에 처하는 스트리트 갱과 신사 카테드랄**을 폭파하는 안티 부디스트 같은 사위스럽고도 역동적인 수묵화가 무서울 정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 원문은 スケロク로, 助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카부키 등장인물 중 하나다.
** 원문은 ジンジャ・カテドラル로 일본 신토의 종교시설인 신사와 대성당을 의미하는 카테드랄을 합친 단어다.

"나의 수묵화는 무가치한 몰개성 하이프(hype, 과장광고)*였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씁쓸하게 혼잣말했다. 하지만 패배감과 동시에 즈바리 아드레날린의 화학작용을 통해 새로운 승리의 희망이 솟아올랐다. "이 충동과 의수만은 진실이다. 나는 이 두부집 습격으로 귀신이 되리라. 나의 텟코로 모조리 때려부숴주마."

◆◆◆

"오십보 백보,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할지니..." 한편 그 무렵, 피라미드처럼 우뚝 솟은 카스미가세키 황궁 빌딩의 하이테크 담합 룹에서는 라오모토가 홀로 본보리 램프 모니터 불빛 아래에서 고문서를 읽고 있었다. 그가 숭배하는 헤이안 시대의 검호이자 철학자, 미야모토 마사시의 병법서였다. 대부분의 코토와자는 미야모토가 만든 것이다.

 이 말법의 세상에서 고문서를 읽을 줄 아는 인간은 드물다. 이것은 즉 라오모토 칸의 높은 인텔리전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소우카이 식스게이츠의 공포의 수령은 세피아색 고문서를 문득 거두고 텅 빈 홀 속 어둠을 향해 말을 건넸다. "다크닌자여, 상황은 어떠한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던 담합 룸 속에 심어져 있는 대나무 뒤에서 살아있는 그림자와도 같이 다크닌자가 모습을 드러내어 무릎을 꿇고 이렇게 보고했다. "비홀더=상에게 습격 결행을 알리는 밀서를 전달했습니다. 뛰어난 선동 능력으로 2천명 가까운 폭도들이 사카이에상 두부 공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무하하하하! 훌륭하군!" 라오모타가 교차된 두 자루의 카타나가 그려진 지휘용 부채를 들고, 소리 높여 웃으며 자신의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하지만 이내 눈가에서 미소는 사라지고 날카로운 카타나와도 같은 눈빛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방심은 아니된다. 드래곤 도죠(도장), 죄벌영업조합(자이바츠 섀도우 길드), 야쿠자 텐구...... 이 어르신을 방해하는 눈에 거슬리는 적들은 많아."

"그리고 닌자 슬레이어." 다크닌자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라오모토가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잘 꿰뚫어 보았구나, 다크닌자여. 역시 이 어르신의 심복. 여전히 밴디트의 소식은 끊긴 채다. 그대는 비홀더가 이끄는 폭도 군단 주변에 그림자처럼 숨어들어 방해자가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도록 해라." "존명."

◆◆◆

"한계입니다." 라고 이나리형 엘리베이터의 전자음성이 울리고 검붉은 닌자 복장을 입은 그림자가 어두운 주차장에 나타났다. 닌자 슬레이어는 밴디트에게 빼앗은 밀서의 아부리다시*를 꿰뚫어 보는 것에 성공하여 이 지하주차장을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 발 늦은 듯했다.
* 약품을 발라 불에 쬐면 그림이나 글자가 나타나는 종이

 그곳은 이미 텅 비어, 급성 즈바리 중독으로 심장파열을 일으켜 죽은 자들과 클론 야쿠자에게 박살난 모히칸 학생의 시체가 버려져 있을 따름이었다. 공포의 즈바리 폭도 군단을 태운 트레일러 부대는 안개 낀 네오 사이타마를 조용히 지나 그 길로 오하나 버로우로 향하고 있던 것이다.

 격렬하게 흔들리는 트레일러 속에서 시가키 사이젠은 울부짖었다. "나는 얼마나 물러터진 인간이었단 말이냐. 나는 귀신이 되겠다! 두부집 습격에서 내가 본 모든 처참한 것들을 이 뉴런에 새겨 넣어 나의 수묵화의 모티브로 삼아주마. 그리고 중역실의 금고를 파괴해서 최신식 의수를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손에 넣겠다...!"

 야수 같은 폭도들을 가득 태우고 길게 줄지어 네오 사이타마 하이웨이 위를 질주하는 소우카이야의 트레일러 군단. 그 모습을 하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희미한 안개 속에 떠오른 해골 같은 보름달은 시가키에게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외는 것만 같았다.


5 「이그지스트 인 디 아이 오브 더 비홀더」

"5에 둘, 드래곤 나리." "2에 일, 교쿠." "3에 넷, 라이온."* "막혔습니다." 검게 칠해진 중역식에서 두 남자가 가죽 소파에 앉아 3D 어드밴스드 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8✕18칸 짜리 편백나무 매트릭스판 위에 쇼기 말이 녹색 3D 홀로그래픽으로 부상하여 목소리에 반응해 움직이거나 뒤집히는 것이다.
* 일본 대장기(다이쇼기)의 말들이 영어가 섞여 표현되어 있다. 드래곤은 용왕, 교쿠는 옥장, 라이온은 사자로 보인다.

"기다리셨사와요." 자극적인 본디지 기모노를 몸에 걸친 최신식 오이란드로이드 2대가 부지런히 오쵸코(술잔)과 토쿠리(술병), 그리고 오가닉 스시를 날라왔다. "효우로쿠=상, 강하시와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라는 승리한 효우로쿠 부과장. "아뇨아뇨, 강하십니다." 라고 말하며 마음 속으로 '우정!' 이라 중얼거리는 사나다 부과장. 두 사람은 장래가 촉망되는 사카이에상 두부사의 중역들로, 양쪽 모두 사카이에 가문에 속한 자들이다. 사카이에상사는 에도 시대부터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나이는 둘 다 20대 후반. 두 카치구미는 각자 가죽 소파에 앉아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옆에서 시중을 들게 하고 사케(술)를 홀짝였다. "좋은 오이란드로이드로군요." 라는 효우로쿠. "가지고 가시겠습니까?" 라는 사나다. IRC 중독으로 뉴런이 망가져서 딱딱한 말투로만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에?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미안한데요." "괜찮아요." "그러면 가지고 가겠습니다." "우정!" "우정!" 두 사람은 사케에 가볍게 취한 상태로도 고도의 정치적 흥정을 계속 이어갔다.

 카치구미의 세계는 가혹하다. 십년 뒤, 둘 중 과장 랭크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은 한쪽 뿐. 그렇다고 노골적인 계파 싸움을 벌이면 더 윗사람의 눈에 띄어 제재를 당할 수 있다. 우정을 잊은 자는 금세 무라하치를 당하게 되고 만다. 무라하치란 음습한 사회적 리치를 말한다.

"스시도 맛있습니다. 특히 대뱃살." 이라며 효우로쿠가 칭찬하자, 안쪽에 있던 이타마에 셰프 부스에서 두꺼운 안경을 쓴 노인이 얼굴을 내밀며 포렴 아래로 수줍게 고개를 꾸벅했다. 효우로쿠는 기분이 좋았다. "요즘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거든요, 사나다=상. 수묵화랍니다. 이번에 개인전을 하는데 보러 오시겠습니까?"

"수묵화라니, 고상하군요." 마음속으로는 싸구려일거라 욕하면서도 사나다 부과장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어디서 하는 겁니까?" "카스미가세키입니다. 장당 수십만 엔부터 판매합니다." "대단하네요. 정계의 저명인사도 오는군요. 저도 꼭 가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모티브입니까?"

"붓다나...... 나머지는 뭐...... 주로 잠자리죠." 라며 효우로쿠가 오이란드로이드의 하얀 실리콘 가슴을 주무르며 말했다. "좀 더 해주세요." 라고 안드로이드는 고도로 프로그래밍된 전자음성으로 말했다. "잠자리, 좋군요!" 라며 사나다도 자신의 옆에 있는 벌어진 옷섶 사이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부앙-! 부앙-! 비상 램프가 회전하면서 방안이 붉게 물든다. 이 소리는 레벨 2 경계태세다. "바깥이군요, 탈주일까요?" 사나다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장지문을 열었다. 방탄 유리 너머 수백 피트 아래 허브 에어리어를 내려다 보니 한자 서치라이트가 비추어져 있고, 밀려드는 수백 명 규모의 사람 모습이 보였다.

"어이구, 폭동이군요." 라는, 놀란 기색도 없는 사나다=상. 마케구미 따위가 얼마나 발버둥쳐도 여기까지 밀고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완벽하게 안전한 장소에 있다. "벌써 그런 계절인가요?" 라는 효우로쿠=상. "그렇지, 다음에는 슈팅 게임으로 반사신경과 무자비함을 겨뤄볼까요?" "좋지요."

◆◆◆

 네오 사이타마 남부, 오하나 버로우 십칠번지.

 사카이에상 두부사의 거대 두부 공장. '건강, 그리고 저렴함', '대두 함유 두부', '지배적인' 등의 미사여구가 즐비한 거대 현수막이 회색 벽 위에 늘어서 있고, 그 위에는 무수한 굴뚝들이 스투파*처럼 기울어진 채 마구 솟아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 석가모니의 사리나 유골을 모시거나 특별한 영지(靈地)를 나타내기 위하여, 또는 그 덕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건축물.

 그리고 지금, 마스토돈의 다리에 몰려드는 개미처럼 급성 즈바리 중독된 폭도들이 밀려온 것이다. 처음에는 이백 명 남짓, 그러나 새로운 트레일러가 차례차례 어두운 허브 에어리어에 가로로 주차되어 이성 없는 맹수로 변한 노동자들을 풀어놓는다. 그 인원은 천을 넘어 마침내 이천에 다다르려 하고 있었다.

 물론 터무니 없는 말법의 세상이다. 두부 공장 측도 대비를 갖추고 있다. 수십 기의 자동 감시 카메라와 한자 서치라이트, 그리고 폭도 진압용 고밀도 고무탄을 연사하는 AI 사격 시스템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주먹만한 고무탄이 머리에 명중되면 적은 확실하게 실명, 혹은 뇌좌상 상태에 빠진다.

 휑한 허브 에어리어를, 즈바리 중독자들이 눈을 이글거리며 거품을 물고서 마치 사바나 위를 폭주하는 코뿔소 무리처럼 돌진하고 있었다. 즈바리 아드레날린으로 통증과 공포를 느낄 수 없게 되어버린 그들은 고무탄에 명중당해 쓰러져도 곧장 즘비처럼 일어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폭도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파도 가장 앞줄에는 오른손을 구세대 전투 의수 '텟코'로 갈아끼운 시가키 사이젠의 모습이 있었다. 머리에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 텟코로 머리 앞을 가리고서 그는 안개 낀 허브 에어리어를 일직선으로 달려나간다. 시가키는 강력한 자제심을 통해 바리키 드링크 과다 복용을 자제하여 아직도 약간이나마 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걸로 5포인트! 완전 즘비로군요." 라며 중역실의 리모트 UNIX로 사격 시스템 중 하나를 조종하면서 효우로쿠가 말했다. "머리에 명중시켰는데도 움직이네요, 나무삼!" "그들이 아무리 몰려들어도 공장 에어리어로 통하는 격벽은 절대 열리지 않으니 안심하고 즐길 수 있네요." 라는 사나다.

 그것은 전(前) 종업원이었던 시가키도 어림짐작은 하고 있던 점이다. 자동 사격 시스템의 맹공을 뚫고 공장 앞에 도착해도 거기에는 두꺼운 격벽이 우뚝 솟아있다. 트레일러 여러 대를 동시에 들이박기라도 하지 않는 한 저 격벽을 억지로 여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라는. 그 순간 검은 번개가 그의 옆을 내달려 지나갔다.

 시가키의 눈에 순간, 휠체어에 앉은 닌자 복장을 한 남자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 격벽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시가키의 정신이 그 사실을 부정한다...... 닌자 따위 존재할 리가 있을까 보냐, 닌자는 공상 속 괴물이다... 저것은 비홀더=상임에 틀림없다... 그의 휠체어는 터보 엔진이나 뭐 그런 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하지만 오오, 나무아미타불! 비홀더의 정체는 그야말로 닌자, 그것도 피도 눈물도 없는 소우카이야의 닌자인 것이다! 비홀더의 닌자 근력으로 불타오른 휠체어가 '어용' 이라는 문자가 새겨진 한자 서치라이트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번개같은 속도로 격벽 앞에 도달했다.

 비홀더는 가슴팍에서 위조 전자 카드를 꺼내 격벽의 시큐리티 장치에 가져다 댄다. 훌륭한 솜씨다. 이어서 밀서를 펼쳐서 다이달로스의 해킹 능력을 통해 입수한 암호 '레쿠후유노키아'*를 음성 인식 디바이스를 향해 외웠다. 푸슉-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격벽이 열리면서 폭도들을 맞이했다.
* 거꾸로 읽으면 아키노유후쿠레, 가을의 황혼녘이 된다.

 부앙-! 부앙-! 부앙-! 폭도 접근중, 폭도 접근중! 레벨3 경계 태세가 발동되어 두부 공장 전역에서 비상 부저가 울려 퍼진다. "까고자빠졌넴마-!" 뽑아든 카타나를 든 양복 차림 클론 야쿠자 Y-10이 안쪽 사무소에서 넷 정도 달려 나와 휠체어를 탄 비홀더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비홀더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양손을 사이버 선글라스 관자놀이 부분에 대고, 투과율을 50%로 셋팅했다. 그 찰나! "아이,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 "아바바바밧-!" 클론 야쿠자 하나의 목숨이 갑자기 끊어지고, 남은 셋도 카나시바리 상태에 빠진 것이다!
 
"시큐리티 룸으로 안내해라." 라고 비홀더가 말하자 클론 야쿠자들은 자아가 없는 죠루리 인형처럼 명령에 따랐다. 코와이(무섭다)! 그는 눈이 마주친 적을 최면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카나시바리 짓수 사용자였던 것이다. 폭도들이 그 모습을 보기도 전에 그는 바이오 야쿠자들을 거느리고 어두운 복도 안쪽으로 사라졌다.

 카나시바리 짓수, 정확하게는 후도우카나시바리* 짓수라 한다. 후도우란 부동(不動), 즉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이키도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는데 그것은 자세와 샤우트로 적을 마비시키는 것이지만, 비홀더가 사용하는 이것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적의 정신을 파괴하는, 닌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 不動の金縛り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명왕의 힘을 빌려 사람을 쇠사슬로 묶듯이 꼼짝도 못하게 하는 술법을 이른다. 게임 '포○몬스터'에 '사슬묶기'라는 이름으로도 나오는 기술 또한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코로세(죽여라)-! 코로세-!" 한 발 늦게 폭도들이 격벽 안으로 눈사태처럼 밀려들었다. 좌우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복도, 정면에는 두부 패킹 에어리어로 이어지는 문. 패킹 에어리어, 프레스 에어리어, 착색 에어리어 총 세 구획을 빠져 나오면 심장부인 조롱박 형태 거대 제너레이터가 보일 터다.

"비홀더=상은 어디지? 지켜야만 해!" 시가키는 숨을 헐떡이면서 폭도들과 함께 정면 공장 구획으로 돌입했다. 수백 명의 심야 노동자들이 작업을 멈추지 않고 멍한 눈으로 그쪽을 보았다. "이얏-!" 스킨헤드 노동감독이 사스마타를 들고 감시대에서 뛰어 내려와 침입자들을 요격하기 위해 다가온다!

"상장(上長)님!" 시가키는 속으로 놀라움과 함께 외치면서, 그러나 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오른손의 텟코로 무자비한 춉을 휘둘렀다. "이얏-!" "끄악-!" 사스타마는 조잡한 구세대 전투 의수로 인해 부러지고, 그대로 노동감독의 목뼈까지 부러졌다. 달인!

 시체를 내려다보며 시가키는 멍하니 서 있었다. 예전 상장을 죽인 것에 대한 회개의 마음 같은 것 때문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사용한 전투 의수의 힘에 경탄한 것이다. 시가키 사이젠 속에 잠들어 있던 카라테가, 극한상태와 약물, 사이버네틱스 의수의 힘으로 인해 케미스트리 반응을 일으켜 테크노 카라테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6 「나라쿠 위딘」 전편

 돌입한지 불과 30분도 안 되어서 사카이에상 두부 공장은 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고, 정제되지 않은 두부 엑기스가 공장 구획 전역에 흩뿌려져서 그것의 독특한 냄새로 가득 차있었다. 탈출에 성공한 두부 노동자들은 마스토돈이 개미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을 영화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검게 칠해진 헬리콥터 여러 대가 대머리 독수리처럼 섬뜩하게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으나 그 기체에는 소속을 나타내는 기호가 아예 없었다. 보다 더 높은 하늘에는 소우카이 식스게이츠의 척후 닌자 '헬카이트'가 강화 화지(和紙, 일본 전통 종이)와 바이오 뱀부로 만든 네모난 스텔스 연으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헬카이트가 촬영한 영상은 우선 수령 라오모토 칸에게 실시간으로 송신되고, 거기에서 네코소기 펀드사의 제휴기업 몇 개를 통해 네오 사이타마 전역으로 익명 뉴스 속보로 릴레이하듯 전해진다. 오이란 일기예보가 중단되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오이란 뉴스 캐스터가 나타났다.

"나무아미타불, 무시무시한 뉴스입니다." 캐스터의 목소리에 맞춰서 자막이 흘러 나와서 폭도, 파괴, 사카이에상 등의 글자만 추출되어 선정적인 사이버 명조체로 적혀 화면 위에 뛰어다녔다. 그 직후, 사카이에상 두부사의 주가는 30% 이상 하락. 수백 명 이상의 애널리스트와 투자가가 세푸쿠 내지는 케지메를 강요받았다.

"어째서 맙포가 출동하지 않는 거냐!" "아이에에에! IRC가 해킹당해서 구조요청을 할 수 없습니다!" 중역실에서 효우로쿠와 사나다가 비명을 지른다. 이들은 알 도리가 없었으나 네트워크는 다이달로스의 해킹으로 차단되었고, 맙포의 정찰 헬기는 헬카이트의 창 공격으로 격추당한 것이었다.

 또한 폭도 진압의 전문가인 네오 사이타마 시경의 검도 기동대도 코케시 제7지구에서 지난주부터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 스모토리(스모꾼) 포획작전에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본격적으로 맙포가 도착할 때까지 앞으로 최소 한 시간은 필요하리라. 그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소우카이야에게는 충분했다.

"이얏-!" 기계 의수가 격렬하게 피스톤 운동을 반복해서 클론 야쿠자가 휘두른 세라믹 손도끼를 박살냈다. 지옥으로 변한 두부 공장 중심부에서 테크노 카라테에 눈을 뜬 시가키 사이젠은 육박하는 클론 야쿠자와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폭도들을 차례로 삼도 리버로 보내버렸다.

 곳곳에서 경고 본보리 램프가 붉게 깜빡이고 부저음이 울려 퍼졌다. 수도자와도 같은 시가키의 얼굴과, 축 처진 케블러 트렌치코트는 선명한 적의 피와 하얀 두부 엑기스로 물들어 있었다. 상갓집마냥 검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였던 두부 공장은 바야흐로 붉은색과 흰색으로 덧칠해져서 헤이안 시대의 잔칫집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대두가 풍부하게 함유된 오가닉 두부를 걸신들린듯 먹는 폭도들을 폭도 진압용 쇼크 눈챠쿠(쌍절곤)으로 때리는 바이오 야쿠자 Y-10들. 그런 상황을 더욱 배후에서 덮치는 새로운 폭도들의 물결...... 나무삼! 이것이야말로 고사기에 예언된 최종전쟁의 시대, 즉 말법의 세상의 한 측면이었다.

 시체 더미 위에서 시가키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이얏-!" "끄악-!" 마구잡이로 돌진하며 다가오는 바이오 야쿠자들이 춉을 맞고 몸부림치며 시체 더미를 더욱 더 높이 쌓아올린다. 구식 전투의수는 종종 동작을 멈추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시가키는 혀를 차며 스타터 끈을 당겨야만 했다.

 시가키의 가슴 속에서는 시커먼 갈등이 오징어 먹물 나루토*처럼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의 당초의 목적은 둘. 우선은 전위 수묵화의 모티브로 삼기 위한 장렬한 광경을 자신의 눈에 새겨넣는 것. 그리고 최신 정밀 작업용 의수를 사기 위한 돈을 약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모습은 무어란 말인가?
* 뱅글뱅글 무늬가 그려져 있는 일본 어묵

(((나는 수묵화 따위가 아니라 카라테를 했어야 됐던 것인가?!))) 오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를 인정해버리면 그는 금세 존재의 의미를 잃고 폐인이 되어버리리라! 시가키는 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처럼 마음을 닫고 죽은 참치 눈깔이 되었다. 두부를 누르듯이 담담하게 적을 살육하는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 시가키는 마음의 갈등을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발하면서 테크노 카라테를 휘둘렀다. 카라테 펀치의 임팩트와 동시에 사이버네틱스 의수의 손목에 장착된 모터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4연 유압 실린더가 격렬히 피스톤 운동을 하게 해서 금속제 너클 부분을 고속 200km의 속도로 몇 번이나 밀어낸다!

"제너레이터 손상, 제너레이터 손상." 갑자기 두부 공장 전역에 전자 음성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모든 직원은 신속히 탈출하십시오. 5초 후에 모든 시큐리티 록이 해제됩니다.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그동안 닫혀있던 온갖 문들의 잠금장치가 풀리고, 파괴에 굶주린 폭도들이 기세를 올린다.

"마벨러스..." 어두운 중앙 전산기실에서 수십 대의 감시 모니터 영상을 보며, 비홀더가 만족스럽게 혼잣말로 말했다. 그가 시큐리티 록 해제 버튼을 누른 것이다. 돌입 순간의 영상 기록은 모두 삭제가 완료된 상태다. 트레일러 부대도 고철 공장으로 이동했다. 흔적은 무엇 하나 남지 않았다.

 공장 구획. 시가키는 거기에서 수백 피트 위, 서쪽 벽에 사령실처럼 솟아 있는 토코노마*를 방탄 유리 너머로 올려다 보았다. 중역실이다. 시큐리티 록이 해제되어 있다면 상장의 감시대를 통해 저 계층까지 직통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다. 시가키는 케블러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시체 더미에서 뛰어내렸다.
*床の間. 일본식 방에서 바닥을 조금 높게 짓고 벽에 족자 등을 꾸미는 공간을 말한다.

"아이에에에! 마, 맛있어어! 맛있지만 못 움직이겠어!" "아이에에에에에! 도와줘! 앗, 시가키=상!" 낯이 익은 코케시 노동자 둘이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가는 시가키를 불러 세웠다. 그들은 클론 야쿠자에게 사스마타로 포획당하면서도 마약적으로 맛있는 대두 100% 두부를 탐닉하고 있었다.

 시가키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러나 다시 트렌치코트를 휘날리며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한층 더 큰 "아이에에에에에!" 라는 목소리가 등뒤에서 울려퍼진 것 같았다. 시가키는 자신의 혼과 신념이 두부처럼 짓눌려, 새하얗고도 얇은, 무기질적인 덩어리로 변하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

"옥상의 헬기로 도망치죠, 사나다=상." "기다려 주세요, 금고 안에 있는 대뱃살 분말과 거기에 있는 UNIX 데이터를 없애야만 합니다!" "터무니 없는 이디오트군요! 지금 당장 세푸쿠해줬으면 싶을 정도야!" "뭐라고!" 중역실에서는 두 카치구미 사라리맨이 서로를 헐뜯고 있었다.

 윙윙윙위위포-웅, 윙윙윙윙위위포포-우! 음향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서 사이버 테크노가 중역실에 울려 퍼졌다. 그것이 사나다와 효우로쿠의 뉴런을 거슬리게 해서 서로 얽히고 섥히는 난투를 부른다. 검게 칠해진 벽에 몇 장이나 붙어있던 풍요의 상징, 교토 여행 기념 삼각기가 불길하게 기울어지더니 툭 떨어졌다.

 이타마에 셰프 노인은 이미 도망친 뒤였다. 오이란드로이드들의 AI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깜빡이는 비상 본보리 램프와 사이버 테크노에 조건반사적으로 마이코(가희) 회로를 run시켜서 허무한 미소로 폴 댄스를 추고 있었다. 중역 경호를 위해 달려온 클론 야쿠자 열 명은 명령을 기다리며 방 구석에 서있었다.

"이얏-!" 스케로쿠 수묵화가 그려진 중역실의 후스마 도어가 파괴되고, 시가키 사이젠이 주먹을 휘둘렀다. "아이에에에에!" 카치구미들은 공포의 절규를 질렀다. "까고자빠졌넴마-!" 조건반사적으로 야쿠자 군단이 카타나를 뽑아 휘둘렀으나 테크노 카라테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이얏-!" "끄악-!"

 5분도 안 되어서 Y-10은 시체 더미로 변해 있었다. 칼자국 투성이 코트를 적의 피로 물들인 시가키가 코케시 코타츠 옆에서 떨고 있는 중역들 앞으로 말없이 다가갔다. 남아있는 즈바리 성분이 검은 불꽃처럼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스타터 끈을 당기자 압축 공기가 텟코의 측면에서 배출된다.

"사카이에 집안 사람이냐?" 라고 시가키는 귀신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라는 카치구미. "내 얼굴을 본 기억은 있나? 프레스기 오작동으로 찌부러진 팔을 산재보상으로 전투용 의수로 갈아끼우게 된 자를." 그렇게 묻자 중역들은 한목소리로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 일은 다반 인시던트(일상다반사)에요."라고 대답했다.

"......있지, 댁들. 한 방 때리게 해줘." 라고, 죽은 참치 눈깔을 한 시가키가 말했다. "아, 아이에에에에...... 그걸로 봐주신다면." 이라며 카치구미들이 떨면서 일어섰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사이버 슬랙스의 사타구니 자리가 흠뻑 젖어 있었다.

"이얏-!" "아이에에에! "이얏-!" "아이에에에!" 테크노 카라테가 중역들의 배에 때려박혔다! 피스톤 운동이 인정사정없이 내장을 파괴한다! "......댁들, 알고 있나? 텟코는 너무나 구식이라서 힘조절이 안 돼. 게다가 나에게 주어진 것은 손때 묻은 중고품이라더군."

 자신이 손을 잃었을 때처럼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중역들을 힐끗 보고서 시가키는 금고의 다이얼을 텟코로 파괴했다. 안에 들어 있던 돈다발과 고순도 참치 분말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만큼 쑤셔넣는다. (((앞으로 조금만 더 마음을 닫는 거다. 이런 비도덕한 짓은 오늘 뿐이다.))) 시가키의 마음 속에서 취약한 인간성이 꿈틀거렸다.

 시가키의 눈은 폴 댄스를 반복하면서 그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짓는 오이란드로이드들에게로 향했다. 네오 카부키쵸의 사이버네틱스 의사의 사무실에 고가로 매입한다고 적혀 있던 최신형 여체 안드로이드일까. 시가키가 그 두 대를 어깨에 짊어지자 "좀 더 해주세요." 라는 전자음성이 들려왔다.

(((이걸로 끝이다. 아침해가 뜨기 전에 그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드로이드와 참치 분말, 그리고 이 돈다발로 최신형 사이버네틱스 의수를 사자. 그걸로 끝이다....... 이제는 폭력과는 사요나라다......))) 시가키가 뉴런 속에서 허무한 말을 반복하면서 중역실에서 나오려고 몸을 돌렸다.

"마벨러스, 이 무슨 무자비함!" 어느샌가 후스마 도어가 활짝 열리고, 휠체어에 탄 닌자 복장의 사내가 클론 야쿠자가 중역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오디오를 향해 수리켄을 던져 귀에 거슬리던 사이버 테크노를 멈추고, 정적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 소우카이 야쿠자가 되지 않겠습니까?"

 시가키는 혼란스러웠다. 아연실색해서 오이란드로이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비홀더=상은 역시 닌자 복장을 입은 상태였다. 닌자인 것인가? 아니 그런 바보같은. 비홀더=상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두부집을 향한 분노에 타오르는 전직 종업원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무슨 말을? 소우카이 야쿠자? 야쿠자인 것인가?

"못본 척해주십시오." 시가키는 갑자기 도게자(엎드려 빌기)했다. 도게자란 어머니와의 퍼킹을 강요당한 뒤 기억소자에 저장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의 엄청난 굴욕이다. "저는... 수묵화 화가를 목표로 삼은, 보잘 것 없는 노동자입니다. ...못본 척해주십시오. ...포기하고 싶지...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가키의 두 눈에서 고여 있던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끼릭끼릭, 하고 휠체어 소리가 다가왔다. "얼굴을 드십시오." 라고 비홀더가 말했다. 시가키가 무지막지하게 흐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자, 투과율 50%가 된 사이버 선글라스와 그 안쪽에서 창백하게 빛나는 도깨비불 같은 눈이 보였다. 카나시바리 짓수! "아이에에에에!"

"서게. 이 무슨 제멋대로에 겁많은 사내란 말이냐. 야쿠자가 되지 않겠다면 죽어주게나." 죠루리 인형처럼 일어선 시가키에게 비홀더가 피도 눈물도 없는 명령을 내린다. "네놈은 살아있는 원격 시한폭탄이 되어주어야겠어. 플라스틱 폭죽을 가지고 제너레이터에 뛰어들어서 멜트다운을 일으키는 거다."

 나무아미타불! 제너레이터가 붕괴하면 공장 정도가 아니라 오하나 버로우가 통째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시가키의 뇌리에는 폭사하는 자신의 모습과 십이번지에 있는 두부 노동자들의 숙소, 그리고 그 앞에서 언제나 장사를 하고 있던 프라이드 스시 포장마차 노인의 얼굴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하지만 그의 몸은 비홀더의 짓수로 조종당하고 있어서 저항할 수 없다. 억울함이 담긴 눈물만이 그저 주르륵 시가키의 뺨 위로 흘러내렸다. 클론 야쿠자가 찬합을 열어 최신형 플라스틱 폭죽을 꺼냈다. 싫다! 시가키가 마음 속으로 허무하게 절규한다. 도와줘! 누가 좀! 오오, 나무아미타불!

 시가키의 정신이 붕괴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밖으로 통하는 중역실 방탄유리와 장지문을 모조리 돌파하면서 검붉은 닌자 복장을 입은 그림자가 두부 공장의 검은 연기를 암흑의 쥬우니히토에*처럼 휘감아 가로로 길게 매달고서 기세 좋게 뛰어든 것이다! "Wasshoi!"
*ジュウニヒトエ(十二単). 궁중의 여관들 및 귀족 부인들이 여러 겹으로 갖춰 입는 옷자락이 긴 기모노. 

 앞구르기 회전과 함께 닌자 로프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그 남자는 등줄기를 쭉 뻗은 자세로 코케시 코타츠 위에 착지하고서 팔짱을 낀 직립부동 자세를 취했다. '인(忍)' '살(殺)'이라고 새겨진 강철 멘포에서 살기로 가득한 숨결이 새어나온다.

"도-모, 비홀더=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7 「나라쿠 위딘」 후편

"닌자에게 죽음을!" 닌자 슬레이어는 춉 자세를 취하고서 일직선으로 비홀더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차단하듯 텟코를 장비한 시가키 사이젠이 막아섰다. 게다가 비홀더에게 조종당하는 다른 클론 야쿠자들도 닌자 슬레이어를 사방에서 둘러싸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의 춉이 시가키가 쏟아내는 테크노 카라테와 정면으로 격돌하며 불꽃을 흩날렸다. 전투 의수가 피스톤 운동을 하면서 춉을 날린 팔을 뒤쪽으로 튕겨냈다. 자세가 무너졌다. 어리석음! 닌자 이외의 적에게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후지키도 켄지의 미숙함이 드러나버린 것이다.

 연달아서 기어드는 코브라 같은 테크노 카라테가 닌자 슬레이어의 사타구니를 덮친다. 나무삼!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재빠른 수직 다리 찢기 점프로 간신히 이를 피해내고, 공중 펀치로 시가키의 안면을 강타했다. "끄악-!" 시가키의 목이 뒤쪽으로 180도 이상 회전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공중제비를 돌다 쓰러진다!

 닌자 슬레이어는 중역실 구석으로 물러나 있던 비홀더를 향해 돌진했다! 바닥에 흩어진 돈다발과 참치 분말이 마구 짓밟혀 흩날리고, 본보리 램프 비상 라이트의 붉은 깜빡임에 비춰진다! 비홀더가 던지는 수리켄의 비를 뚫고서 앞으로 20피트! 10피트! 5피트! 그 순간!

"이얏-!" 비홀더는 양손을 관자놀이에 대고 사이버 선글라스의 스모크 투과율을 50%로 바꾼 것이다. 창백한 도깨비불을 담고 있는 눈이 닌자 슬레이어의 시선과 교차한다! "끄악-!" 카나시바리 짓수! 후지키도는 춉을 날리기 직전, 로마 전사 조각상처럼 굳어버렸다!

"네놈이 닌자 슬레이어=상인가?" 비홀더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정체를 밝히도록 하지. 네 손으로 그 멘포와 두건을 벗는 거다." 닌자 슬레이어의 손이 바리키 중독자처럼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후지키도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이 사용한 짓수의 정체조차 알 수 없었다.

"......왜 그러냐, 빨리 해라." 비홀더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짓수가 걸렸을 터인 닌자 슬레이어가 강인한 정신력으로 비홀더의 죠루리 인형이 되는 것에 저항해서 손의 움직임이 멈췄기 때문이다. 후지키도의 가슴 속에서는 눈앞에 있는 소우카이 닌자에 대한 검은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다시금 닌자 슬레이어의 팔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멘포를 벗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크게 휘둘러 춉을 날리기 위함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던 비홀더는 사이버 선글라스에 손을 뻗어보지만 때를 맞추지 못한다! 나무아미타불! "끄악-!"

 하지만 절규와 함께 튕겨나간 것은 비홀더가 아니라 닌자 슬레이어 쪽이었다! 어째서인가?! 그것은 목을 뿌득뿌득 돌리면서 일어난 시가키 사이젠이 죠루리 마스터인 비홀더를 지키기 위해서 닌자 슬레이어의 측면에서 통렬한 테크노 카라테를 먹였기 때문이다!

 닌자 슬레이어의 몸은 핀볼처럼 날아가, 오이란 폴에서 기세 좋게 세 바퀴 돌고, 그 옆에 있던 옻칠한 코케시 장롱에 명중해서 그것을 깨부쉈다. 고우랑가! 중역들이 수집한 코케시와 타누키(너구리), 거대한 장기말이 눈사태를 일으키며 닌자 슬레이어의 위로 쏟아져 내린다!

 보통 인간이라면 즉사했을 정도의 양의 코케시에 짓눌리면서도 닌자 슬레이어는 마비가 해제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정면에서 공격을 걸기 위해 브릿지 상태에서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지옥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듯한 목소리가 뇌 속에서 메아리친다. 『어리석구나, 후지키도여. 그래서야 놈이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다』 『뭐라고!?』

『놈에게 빙의되어 있는 닌자 소울의 정체는 코브라 닌자 클랜의 그레이터 닌자다. 정공법 카라테로 공격하면 끝장, 놈은 이번에야말로 맨눈으로 강력한 카나시바리 짓수를 사용해서 그대는 즉사하게 되리라』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 『후지키도여, 그대의 몸을 이 어르신께 맡기거라』 『거절한다』 『원수를 갚고 싶지 않은 것이냐?』

 비홀더가 끼릭끼릭 휠체어를 조작해 위치를 고쳐잡고 클론 야쿠자들을 코케시 장롱 잔해 주변으로 이동시켰다. 「「「설마 카나시바리 짓수를 격파하다니. 라오모토=상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닌자 슬레이어를 생포해야겠다 생각한 것이 실수였단 말인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처치해야만 한다」」」

"음, 너, 뭘 울고 있지? 즈바리의 효력이 다된 건가?" 비홀더가 시가키에게 검지 손가락으로 손짓했다. 짓수에 조종당하는 시가키의 눈은 냉동 참치처럼 공허했으나 그 눈에서는 자신의 꿈이 부서지는 것만 같은 억울함의 눈물이 여전히 흘러내리고, 입은 씰룩씰룩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죽을 때까지 싸울 수 있게 해주지." 비홀더는 허리에 달고 있던 닌자 주머니에서 고농도 즈바리 아드레날린 앰플과 가느다란 플라스틱 주사기를 꺼내어, 무릎을 꿇은 시가키의 목덜미에 재빠르게 주사했다. "아이......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시가키의 입에서 공포의 절규라고도, 외침이라고도 할 수 없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라! 놈을 분쇄해서 네기토로*로 바꿔라!" 추상적인 명령을 받은 시가키는 살인 기계의 발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굵은 혈관이 튀어나온 왼손으로 텟코의 스타터 끈을 당기자, 전투 의수의 배기구에서는 시가키의 비명과도 같은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하얀 압축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ネギトロ. 참치살과 야채를 다져서 만드는 일본 음식. 비쥬얼면에서는 매시드 포테이토 같은 느낌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것과 동시에 코케시 장롱이 천장을 향해 수직으로 튕겨나가며 닌자 슬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츠바츠(살벌)!" 검붉은 피가 안개로 변하여 그의 주변에 희미하게 감돈다. 오른쪽 눈의 동공이 선향 불꽃처럼 가늘어져서 빨갛게 빛났다. 멘포의 공기 구멍에서는 나라쿠의 불꽃 같은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이야아앗---!" 닌자 슬레이어는 낙하하는 코케시 장롱을 거대한 바퀴와도 같은 옆구르기로 회피하면서 양손의 손가락 틈에 세 장씩 수리켄을 끼우고 맹렬한 속도로 사출했다. 달인! "끄악-!" 중역실에 있던 클론 야쿠자는 전원 즉사!

"이얏-!" 시가키가 머리를 노리고 테크노 카라테를 쏟아냈다. 그러나 텟코는 허무하게 하늘을 가르고, 압축 공기만이 하얗게 원을 그렸다. 몸을 낮춘 자세로 이 공격을 피한 닌자 슬레이어가 적의 돌진의 기세를 이용해서 상대방의 몸을 양 어깨로 짊어져, 그대로 자신이 들어왔던 창문 바깥으로 내던졌다! "사츠바츠!"

"아이에에에ㅔㅔㅔㅔ......" 시가키의 절규가 멀어져 간다. 나무아미타불! 불과 3초 사이에 중역실에는 두 닌자와 오이란드로이드만이 남아있었다! "다음은 네놈이다, 코브라 닌자 클랜의 애송이." 닌자 슬레이어는 살육의 기쁨을 강철 멘포로 감추고서 한발한발 다가왔다.

 비홀더에게 놀라움은 없었다. 죠루리 인형의 전투력 따위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지? 이 심장이 위험을 알리는 종처럼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한 까닭은? 관자놀이에 댄 양손이 끈적한 땀에 젖은 까닭은? "자비는 없도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닌자의 세계다." 닌자 슬레이어가 섬뜩하게 웃었다.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위압적인 적색 LED 문자가 흘러가던 검은 유리 부분이 덜컥 불단처럼 좌우로 열리더니 비홀더의 무시무시한 이블 아이가 드러났다! "이얏-!"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뒤로 돌린 것이다!! "이얏-!"

 카나시바리 짓수, 깨졌도다! 눈이 등에 붙어있는 인간은 없다! 이래서야 눈을 마주보고 짓수를 거는 것 따윈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은가! "아, 아이에에에에에!" 비홀더가 공포에 떨었다. 게다가 닌자 슬레이어는 등을 돌린 자세 그대로 문워크 자세로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아이에에에에에!" 공포에 질린 비홀더가 휠체어를 타고 중역실 안에서 오락가락 도망다니며 수리켄을 던졌다.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등을 돌린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로 다리 찢기 점프해서 이 공격을 피하고, 착지와 동시에 물 위를 나아가는 소금쟁이처럼 부드러운 문워크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물거미!

"이것이 진정한 닌자의 세계다." 이제는 양쪽 눈 모두가 나라쿠 닌자로 변한 닌자 슬레이어가 등골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목소리를 내며, 역(逆) 언더 스로로 수리켄을 던졌다. "끄악-!" 수리켄이 비홀더의 왼쪽 어깨에 깊숙이 꽂히면서, 왼팔을 움직이기 위한 신경과 힘줄이 인정사정 없이 절단된다!

"소리...... 소리로구나!" 비홀더는 오른손으로 휠체어를 밀어 도망치면서 수리켄을 던져서 정지시켰던 오디오 시스템을 재기동시켰다. 윙윙윙위위포-우! 윙윙윙위위포포-우!! 중역실에 볼륨 MAX로 사이버 테크노가 울려 퍼지고, 오이란드로이드들이 폴 댄스를 다시 시작한다.

"그걸로 따돌렸다 생각했느냐?" 그러나 이 굉음 속에서도 닌자 슬레이어는 비홀더의 위치를 소나 레이더처럼 정확히 파악해서 등을 돌린 물거미처럼 딱 붙어 다가오는 것이었다. "어떻게냐!" 비홀더가 실금하기 직전의 표정으로 소리쳤다.

 후지키도는 아직 그 정체를 알지 못했으나, 그의 몸에 빙의한 수수께끼의 닌자, 다시 말해 나라쿠 닌자는 비홀더가 뿜어내는 닌자 소울의 흔적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적이 던지는 수리켄에도 미약한 닌자 소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물론 이런 재주를 부릴 수 있는 닌자는 그다지 없다.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가 등 돌린 그대로 창처럼 날카로운 오른다리 발차기를 5연발로 쏟아내서 비홀더의 배와 안면을 도려냈다. 그리고 비홀더의 움직임이 멈춘 순간의 틈을 타서 크게 백 덤블링을 구사해 비홀더의 등뒤를 잡아서 망치처럼 쥔 팔을 내리쳤다!

"이얏-!" "끄악-!" 비홀더의 두개골이 부러지며 목이 10cm 정도 함몰됐다. 도망치려고 해도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 근력이 휠체어를 꽉 쥐고 놔주지 않는다. "......아직 죽이지는 않는다. 네놈은 지성이 높아 보이니 심문을 하겠다." 어느새 닌자 슬레이어에게서 나라쿠의 기척은 사라져 있었다.

"대답할까보냐." "이얏-!" "끄악-!" 망치처럼 쥔 팔을 내리치자 비홀더의 두개골이 분쇄되었다! "나를 죽여도 소이카이야*가 네놈을..." "이얏-!" "끄악-!" 망치처럼 쥔 팔을 내리치자 비홀더의 뇌 일부가 두부처럼 으스러졌다! "...대답해라, 다른 식스게이츠는 어디에 있지?"
* 원문도 소이카이야로 되어있다. 오타일 수도 있지만 머리를 맞아 언어능력이 떨어진 묘사일지도 몰라 우선 그대로 기재한다.

"밴디트=상은 행방불명이다." "죽였다." "아, 아이에에에에......, 휴지 슈리켄=상과 어스퀘이크=상은 드래곤 도죠의 아지트 발견과 방화 명령을 받았다......" "뭐라고?" 예상치 못하게 드래곤 도죠의 이름이 나오자 닌자 슬레이어의 목소리에 약간의 동요의 기색이 엿보였다.

 그 틈을 노려서 비홀더는 마지막 도박에 나섰다. 그는 남아있는 오른손을 천천히 자신의 눈두덩이에 찔러 넣었다! 코와이! 이것은 세푸쿠인 것인가? 아니,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블 아이를 뽑아내서 눈을 등뒤로 향하게 하여 닌자 슬레이어에게 카나시바리 짓수를 걸려고 했던 것이다! 이 무슨 집념!

"이얏-!"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의 팔이 순간 빠르게 움직여 비홀더의 눈알째로 오른쪽 손바닥을 꽉 움켜쥐어 분쇄했다. "끄악-!" 마지막 희망이 끊어진 비홀더가 절규를 내질렀다. "자, 심문을 계속한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네놈을 제너레이터 속에 던져버리겠다."

"아이에에에에...... 헬카이트는 조금 전까지 이 근처에서 날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음 임무를 수행하러 갔을 거다...... 다이달로스=상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이게 전부다." "그러냐,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묻지......" 지금 당장이라도 비홀더의 목을 내리치고 싶은 살닌충동을 억누르며, 후지키도는 이렇게 물었다......

"...후지키도. ...후지키도 켄지라는 사라리맨을, 몇 달 전에 마루노우치 스고이타카이 빌딩에서 그의 처자를 모조리 죽인 닌자는 누구지? 그의 처의 이름은... 후유코. 아직 어렸던 자식의 이름은... 토치노키." "몰라... 정말이야. 하지만 몇 개월 전의 마루노우치 항쟁이라면, 아마도, 다크...... 끄악-!"

 나무삼! 뚫린 방탄 유리창의 그림자에서 갑자기 여러 개의 쿠나이 다트가 날아와서 그 중 하나가 비홀더의 머리를 관통한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위험을 감지하고 재빠른 백 덤블링으로 이 공격을 피해냈다. "사요나라!" 비홀더는 폭사했다!

 벽에 딱 붙은 상태로 심문을 당하고 있는 비홀더를 발견하여 소우카이야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를 살해한 것은 라오모토=칸의 충복 다크닌자였다. 닌자 슬레이어가 혀를 차고서 창문에 딱 붙어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닌자를 향해 견제용 수리켄을 던지며 총알처럼 달려들었다.

 빈틈이 없는 다크닌자는 닌자 로프로 재빠르게 이동하여 닌자 슬레이어의 돌격을 피해냈다. 그대로 두 닌자는 수리켄을 격렬하게 던지며 오하나 버로우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지상에서는 딱딱한 아스팔트에 온몸이 쳐박힌 시가키 사이젠이 네오 사이타마 시티의 회색 건조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두 닌자라는, 환상적이며 멜랑꼴리한 광경을 멍하니 올려다 보고 있었다. 어째서 그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 것일까? 차례대로 설명해야 될 것 같다.

 중역실에서 낙하한 시가키 사이젠. 엄청난 풍압을 받아서 상처 투성이 트렌치 코트가 앞으로 열렸고, '붓다가 너무 좋아' 라고 적혀있는 먹물 투성이 지저분한 T셔츠가 드러났다. 그 직후 공장의 창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에 의해 거세게 일렁이던 '지배적인'이라 적힌 거대한 현수막이 그의 몸을 감쌌던 것이다!

 고우랑가! 붓다의 자비조차 없는 이 말법의 세상에서 현수막이 낙하 충격을 약화시켜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중역실에서 얻었던 돈다발도, 대뱃살 분말도 모조리 풍압에 휩쓸려 잃어버린 채로 시가키는 딱딱한 아스팔트에 쳐박히고 말았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검도 기동대가 다가온다.

 즈바리의 효과로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뼈나 내장이 몇 개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시가키는 죽는 것일까? 아니면 말법의 세상에서 살아남아, 죽음보다도 가혹한 생을 이어나가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다만 그는 두부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먹물처럼 검은 연기를 올려다 보며, 말법처럼 물든 어둡고도 환상적인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두 닌자가 공장의 창문에서 창문으로 뛰어넘으며 수리켄을 서로 던졌다. 해골 같은 보름달이 안개에 흔들리며, 시가키에게 '인과응보'라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두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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