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이・댄싱・온・콘크리트・하카바】
닌자슬레이어 제1부「네오사이타마 염상」에서
【유레이・댄싱・온・콘크리트・하카바】
1
건축한 지 수십 년 된 15평방미터 크기의 패밀리 맨션 「로열페가수스・네오사이타마」의 어두컴컴하고 차가운 일본식 방에서 합성무명으로된 후톤 이불에 싸인 남자가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작은 방충망을 통해 스며드는 중금속 산성비의 빗소리와 빗방울이 방에 불쾌한 습기를 가져다주고 있다.
방의 구석에는, 천장까지 쌓아 올려진 UNIX 서버의 무리가 거대한 하카이시(묘석)와 같이 우뚝 서서 빨강과 녹색의 램프를 반딧불과 같이 명멸시키고 있었다. 그 뒤에는 우동 사리 같은 얼룩덜룩한 케이블류가 다발로 묶여 있다. 고운 모래를 칠한 벽에는 젊은 남녀와 어린 아이가 찍힌 사진이 액자에 담겨 여러 장 걸려 있었다.
남자는 벌거벗고 있었다. 그 우람한 육체는 일부가 불에 타 검게 변했고, 무수한 흉터 때문에 마치 육체가 쇼기판으로 변한 것 같았다. 남자는 유달리 큰 신음소리를 목구멍에서 짜내며 고통스럽게 뒤척인다. 「편안함」 이라고 모필체로 프린트된 후톤 이불이 마치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후유코…! 토치노키…!” 그가 처자식의 이름을 부른 그 순간, 남자의 온몸을 뒤덮은 흉터에서 피가 배어나와, 순식간에 미세 섬유 형태로 짜올려져 검붉은 닌자 장속으로 변했다. 남자의 몸은 축축한 후톤 이불 속에서 순식간에 닌자 장속에 둘러진 것이다.
“그때, 그때, 왜 나는……!” 남자는 후톤 이불으로부터 오른손만을 내밀어, 공중에서 반복적으로 춉을 내질렀다. 너무 빠른 나머지 충격파가 생겨 고운 모래를 칠한 벽에 걸린 액자 중 하나에 작게 금이 갔다.
그의 춉은 탱크의 장갑마저 찌부러뜨리고, 소우카이・닌자의 목마저 일격에 부러뜨린다. 하지만, 지금 그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육체를 가진 적이나 강철의 머신이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자신의 과거의 기억이다.
금이 간 액자가 타타미에 떨어져 굴렀다. 사진 뒷면에는 「후지키도 가(家)의 보물」이라고 적혀 있다. 희미한 전자음과 중금속 산성비 소리에 도배된 어둠 속에서 남자는 번쩍 눈을 부릅뜨고 처자의 이름을 다시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후지키도・켄지. 지금의 이름은 닌자를 죽이는 자, 닌자슬레이어였다.
◆◆◆
즘즘즘즈즈, 즘즘즘즈즈, 즘즘즘즈즈, 즘즘즘즈즈. 비인간적이고 무기질적인 인더스트리얼・테크노의 중저음이 진쟈(신사)・클럽 「야바이・오오키이」에서 심야의 네오사이타마로 새어나온다.
클럽 칸반(간판)에는 요우칸(양갱)처럼 검고 정사각형인 사이버풍 선글라스를 낀 오이란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선글라스 부분은 네온 장식 사양으로 되어 있어 미스테리어스한 엷은 웃음과 함께 「매일 즐겁다」「실제 즐겁다」「금요일 밤은 유레이(유령) 나이트」등 찰나적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곳은 네오사이타마 유수의 부유층 거주지역인 「카네모치・디스트릭트」의 8번가. 통칭 「카네모치 8」. 헤이안 시대에는 언덕 위에 세워진 엄숙하고 영험한 땅이었지만, 현재는 네오・카부키쵸와 함께 불건전한 번화가 중 하나로 전락했다.
헤이안 시대부터 계속된 이 유서 깊은 진쟈・카테드랄도 이제 와서는 허무적인 카네모치・디스트릭트의 상징이 되어 있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수 년 전 오무라・인더스트리 계열의 어뮤즈먼트 회사에 의해 신주(神主, 신사의 장)째로 인수되어 사이버고스 계열 클럽 「야바이・오오키이」로 바뀐 것이다.
라이온의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위압적으로 팔짱을 낀 멕시코계 흑인 고메스가 사이버풍 선글라스를 끼고 클럽 토리이 앞에 서 있었다. 오늘밤은 금요일이다. 유레이・나이트에 걸맞게 옷을 차려입지 않은 어리석은 손님들을 쫓아내는 것이 시급 오백 엔으로 고메스에게 주어진 일이다.
실제, 카네모치 8 에리어에 방문하는 손님의 9할9푼은 부유층이 아닌, 부유층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카치구미・워너비들이다. 그러한 녀석들 중에는 폭력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교양하고 무궤도한 젊은이가, 지극히 많은 것이다.
「카라테 13단」「살인의 라이선스」「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전율의 메시지가 고메스의 얼굴 절반 이상을 뒤덮은 사이버풍 선글라스의 액정면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며 그의 일을 크게 수월하게 만들고 있었다.
토리이 앞에 새로운 캡이 멈추고, 건강하지 못한 듯한 유레이・고스 걸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초스・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고메스는 잘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턱짓으로 클럽 입장을 재촉했다.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다음 손님의 대응은 고메스에게 경찰견과 같은 주의 깊음을 요구했다. 삿갓을 쓰고 쥐색 슈트 위에 트렌치코트를 걸친 50내외의 사라리만이 수중의 메모를 보며 토리이 앞에서 멈춘 것이다. 그 남자는 토리이 건너편에 우뚝 선 진쟈・카테드럴을 보며 사위스럽다는 듯 혀를 찬다.
어딜 봐도 클럽의 손님이 아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고메스에게도, 그것은 즉석에서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럼 네오사이타마・시티캅이 보낸 맙포일까? 그런 연락은 받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삿갓 아래로 들여다보이는 지친 얼굴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과연 술에 취한 사라리만인가.
고메스는 늠름한 가슴판을 강조하고 나서, 불쌍한 사라리만을 타이르듯이, 사이버풍 선글라스의 액정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카라테 13단」「살인의 라이선스」「일본어를 모른다」. 제대로 된 상대라면, 이것을 읽는 것만으로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떠날 것이다.
“이치타로우 이 바보 녀석……” 그러나 지친 사라리만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고메스를 무시하고, 이 거한 옆을 그냥 지나 성큼성큼 토리이를 빠져나가려고 걷기 시작한 것이다. 고메스는 통나무 같은 팔을 뻗어 사라리만의 삿갓을 잡아서 빼앗아 들더니, 그것을 차도를 향해 프리스비처럼 내던졌다.
사라리만은 언짢은 듯이 돌아본다. 고메스는 가벼운 인사라도 한 듯 굵은 오른팔로 사라리만의 안면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사이버풍 선글라스 액정면에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공교롭게도 「나무아미타불」의 여섯 글자가 반짝인다.
고메스의 생각에 따르면 사라리만은 땅에 납작 엎드러진 다음 그대로 고메스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여 토리이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것이었다. 그러나 고메스가 날린 펀치는 허공을 가르고, 도리어 사라리만이 내지른 진정한 카라테・펀치로 인해, 그의 사이버풍 선글라스가 산산히 부숴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얏-!” 그 사라리만은 트렌치코트를 기세 좋게 벗어던져 쥐색 정장을 드러내며, 허공에 세 발 정도 펀치와 수도를 내리꽂는 용맹스러운 카라테의 품새를 보였다. 그 정장 허리 부근에는 숙달된 블랙 벨트가 둘러져 있어, 이 남자가 진정한 카라테 사용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자, 이런 짓을 해버렸으니, 이제 돌이킬 수 없겠군.” 얼추 카라테의 품새를 끝낸 뒤, 사라리만은 땅에 납작 엎드린 고메스의 거구를 내려다보면서 비장감에 가득찬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난 이치타로우를 데리고 돌아갈 거야. 코에 고리를 꿰어서라도 데리고 돌아갈 테다.”
◆◆◆
그 무렵, 로열페가수스・네오사이타마의 일실에서는, 후지키도가 지금도 과거의 망령과 싸우고 있었다. ”내가 만약, 그때, 그러고 있었다면……!” 후지키도가 괴로운 듯이 돌아눕자, 그의 몸을 싸고 있던 검붉은 닌자 장속은 일순간에 재로 변해 사라지고, 상처투성이의 후지키도의 육체가 드러났다.
◆◆◆
즘즘즘즈즈, 즘즘즘즈즈, 즘즘즘즈즈, 즘즘즘즈즈. 사이버테크노의 중저음에 맞춰 모습이 보이지 않는 DJ가 넨부츠(염불) 같은 MC를 반복해 부르며, 종말적인 파이프오르간을 연탄한다. 「나무삼, 나무삼, 나무아미타불, 나무삼 나무삼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수백 명을 수용하는 진쟈・클럽 「야바이・오오키이」의 홀 안은 핑크, 터쿼이즈, 오렌지 등 요란한 라이트에 어지럽게 비춰지고 있었고, 홀 사방을 둘러싼 장대한 창호문에는 유레이・고스들의 그림자가 새겨져 있었다.
무수한 촛불이 세워진 대촛대가 천장에 여섯 개 매달려서, 쇠사슬을 삐걱거리며 침몰 직전의 난파선처럼 흔들리며 불꽃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일찌기 대불이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던 북쪽의 벽에는 스크린이 놓여져 있어 카마유데(팽형)에 처해지는 그리스도나, 거꾸로 찍은 넨부츠와 같은 경박하고 악마적인 영상이 홍수처럼 비추어지고 있었다.
유레이・고스의 복장은 매우 특징적이다. 남자는 병적일 정도로 날씬한 몸매와 솟은 어깨를 강조한 고딕 재킷 혹은 팽팽한 근육을 어필하는 검은 망사 롱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자는 오이란 같은 매혹적인 일본옷이나 고성에 배회하는 흡혈귀를 방불케 하는* 순백이나 칠흑 드레스를 입고 코르셋을 둘러서 복숭아 같은 가슴을 강조하고 있었다. 너도나도 최신 유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최신 유레이・고스 모드이다.
*めいた가아닌 髣髴とさせる, 즉 직역으로도 「방불케 하는」이라 번역되는 흔치 않은 구절이다.
또 유레이・고스들은 모두 얼굴에 오시로이(분)를 마구 바른 다음 시체처럼 눈 주위에 테를 두르고 있다. 또 남자나 여자나 모두 보라색이나 검은색 립스틱을 바르고, 하카바(무덤) 향의 향수를 몸에 뿌렸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모두 머리에 훈도시 끈을 감아, 그 시체같은 얼굴을 흰 천으로 덮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일본의 전통적인 수의로, 니르바나에서 호토케*와 일체화하기 위해 칸오케(관)에 들어가는 시체에게만 허용되는 신성하고 엄숙한 옷차림이다. 옛날 좋았던 시절에는 자식이 조금만 이런 장난을 하면 조상을 모욕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얻어 맞곤 했다.
*호토케(ホトケ, 仏):부처 혹은 고인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모랄과 전통적 문화가 상업주의에 의해 파괴되고 유린된 말법의 세상에서, 젊은이들은 누구에게도 비난 받지 않고, 수의조차도 시치미를 떼는 얼굴로 몸에 걸치는 것이었다. 나무아미타불! 이 무슨 배덕인가!
그러나 더 이상 자신들에게는 무엇 하나 자랑할 만한 미덕이 없다는 그 사실을 젊은이들도 적지 않게 자각하고 있다. 자신들이 유레이나 다름없는 무가치하고 허무적인 존재임을 빈정거리듯, 유레이・고스들은 비인간적인 비트를 타고 오늘밤에도 칠칠치 못하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 오봉* 밤의 망령처럼.
*오봉(オーボン):백중을 말한다. 죽은 사람을 기리는 절기이다.
한편, 표면적인 쿨함도 고집하는 유레이・고스들은, 모든 것에 있어서 불길한 것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진쟈・카테드랄 내에서 가장 불길한 방향으로 여겨지는 북동쪽의 한 단계 높아진 테이블석 「키몬*」에는 가장 높은 랭크에 속하는 손님만 앉도록 허용되는 것이다.
*키몬(キモン):鬼門. 북동쪽. 풍수에서 가장 불길하다 여겨지는 방위이다.
키몬에 앉은 엘리트・유레이의 젊은 남자 6명은 홀 중앙에서 미친 듯이 춤추는 남녀를 보며 오늘밤의 상대를 물색하고 있었다.
“나는 저 오렌지색 머리의 남자아이가 꽤 Kawaii라고 생각해.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카디널・다크소드?” 라고 온몸을 레더 본티지로 감싼 머시리스・엔젤이 묻는다. …물론, 이것들은 일반적인 일본인의 이름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본명을 숨기고, IRC 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이다.
“글쎄, 나는……” 칠흑 같은 매니큐어를 칠한 가냘픈 손가락을, 살며시 보라색 입가에 갖다대면서, 카디널・다크소드로 불린 젊은이는 나른한 듯이 대답을 한다 “우시미츠・아워에, 블러디・아게하라는 여자아이와 만날 약속을 하고 있어. 슬슬 오지 않을까.”
기이하게도 시각은 우시미츠・아워. 진쟈・카테드랄의 종이 울리며 불길한 소리를 낸다. 카디널・다크소드와 머시리스・엔절의 시선이 마주치자 과연 홀 남쪽에 있는 창호문이 열리고 전자북이 울리며 새로운 손님이 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거기에 나타난 것은 자극적인 복장으로 몸을 감싼 유레이・고스 걸은 아니다. 그것은 쥐색 정장을 입고 블랙 벨트를 두른, 확실히 이질적인, 술에 취한 추레한 사라리만이었다. 주위의 유레이・고스들이 사라리만에서 떨어지면서 그는 극채색 바다에 떠 있는 바위처럼 고립됐다.
머시리스・엔젤은 전자 보온 밥솥 속에 든 바퀴벌레를 보는 것처럼 혐오감을 드러내며 내뱉는다 “어이, 어이. 고메스는 뭐하는 거야. 저 지저분한 해충을 잡아내게 해. 서둘러 시큐리티를 불러야지.”
그 옆에서 카디널・다크소드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훈도시로 자신의 얼굴이 가려져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것을, 이처럼 행운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어쨌든 야바이・오오키이에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는 바로 자신의 아버지였으니.
장지문이 곳곳에서 열리고 삼엄한 멕시코인 시큐리티・팀이 몇 명 나타나 일제히 침입자 쪽으로 향한다. 거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유레이・고스들은 모쉬 핏*을 만들 듯 거리를 두면서 사라리만을 에워싸고 그곳으로 시큐리티들을 이끌었다.
*모쉬 핏(mosh pit):락 콘서트 등에서 몸을 부딫히며 격렬히 춤을 추는 행위를 하는 공간을 말한다. 보통 하드코어 락이나 펑크 등에서 스테이지 앞쪽에서 생기곤 한다.
“재미있게 됐네…” 홀의 서쪽에서 요령있게 춤추고 있던 고스 걸 중 한명이 흑발 오캇파* 가발을 벗고 훈도시를 제거한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소면과 같이 부드러운 금발머리와 코카소이드의 얼굴 모습. 그녀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인파를 헤치며 회사원 쪽으로 나아갔다.
*오캇파(オカッパ):전체적으로 짧은 보브컷의 헤어이다. 바가지 머리 느낌.
한편, 그 무렵, 로열페가수스・네오사이타마의 일실에서는, 후지키도・켄지가 지금도 과거의 망령에 가위눌려 있었다. “내가 만일, 그때, 그랬다면……!”후지키도가 고통스럽게 후톤 이불 안에서 몸을 뒤척이자, 흉터에서 피가 배어 나와 섬유 모양으로 짜여져, 그의 몸을 감싸는 검붉은 닌자 장속으로 변했다.
2
진쟈・클럽 「야바이・오오키이」의 홀은 피비린내 나는 수라장으로 변했다. 비인간적인 유레이 테크노 비트를 타고 엄숙한 멕시코인 시큐리티들이 5명 한꺼번에 달려들어 1명의 만취 사라리만을 제지하기 위해 덤빈다. 안색이 나쁜 유레이・고스들이 그것을 가부키 쇼처럼 둘러싸고 지켜본다.
이 정도의 난투는 한 달에 한두 번 있다. 일종의 구경거리 같은 것이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 이 만취 사라리만은 쥐색 양복 위로 낡아빠진 블랙벨트를 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얏-!” “끄악-!” 사라리만이 내지르는 춉에 의해, 의기양양하게 다가온 첫 번째 멕시코인의 사이버풍 선글라스가 깨진다. “이얏-!” 사라리만은 지체 없이 상대의 명치에 내장이 파열될 정도의 토킥(toe kick)을 때려 넣었다. “끄악-!”
“이얏-!” “끄악-!” 사라리만이 내지르는 춉에 의해, 의기양양하게 다가온 두 번째 멕시코인의 목뼈가 부러진다. “이얏-!” 사라리만은 지체 없이 상대의 고간에 고간이 파열될 정도의 토킥을 때려 넣었다. “끄악-!”
“이얏-!” “끄악-!” 사라리만이 내지르는 춉에 의해, 의기양양하게 다가온 세 번째 멕시코인이 죽었다. “이얏-!” 사라리만은 지체 없이 네 번째 멕시코인을 죽일 정도의 토킥을 때려 넣었다. “끄악-!”
“뭐야, 저건. 로드리고 새끼, 기개 없긴.” 시큐리티 대기실에서는 오무라・인더스트리제의 플라즈마 액정 모니터를 바라보며 반자이・데킬라와 나쵸・스시를 번갈아 입에 옮기는 거한 멕시코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살아서 돌아오면 고간에 마리아 문신을 새겨 주마”
“당신이 나설 차례라는 거죠. 스콜피온=상. 왜 출동하지 않습니까?” 장지문을 열고 광택이 있는 슈트를 입은 카치구미・사라리만이 식은땀을 흘리며 들어왔다. “카라테예요, 카라테. 저런 놈이 쳐들어오다니 전대 미문이다. 만에 하나, 부자 손님에게 피해가 간다면 배상 문제다.”
“카라테가 뭐냐.” 스콜피온이라 불린 거한은 나이프로 나쵸・스시의 김말이를 찔러 타르처럼 거무칙칙한 쇼유에 담갔다가 상처투성이 입술 속으로 밀어넣었다. “멕시코 중범죄 형무소에서 양손에 전투용 낫을 쥔 네 명의 카라테 새끼들에게 둘러싸였을 때의 일이다. 난 아직 당시 열네 살이었는데……”
“셧 업! 타임 이즈 머니!” 카치구미・사라리만이 말을 끊었다. “당신과 당신의 멕시코 용병단을 고용하는 데에 소우카이야에 얼마를 주는 줄 아세요? 시급으로 쳐서 고메즈의 그것보다 훨씬 수천 배라구요?”
“알았어, 가면 되잖아, 모모타=상.” 스콜피온은 2m가 넘는 우람한의 거구를 흔들며 나른한 듯 일어섰다. 검은 티셔츠에서 삐져나온 두 팔뚝에 흉악한 전갈의 문신이 보인다. 생각난 듯 코스타리카산 엽궐련을 꺼내어, 투박한 손가락에 끼웠다. “그 전에 불 좀 빌려줘야겠어.”
“그거 한 대 피우면 가는 거예요.” 모모타=상으로 불린 뻐드렁니 사라리만은 초조한 듯 금빛 지포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나 거한의 멕시코인은 엽궐련을 내미는 대신 반자이・데킬라를 단숨에 마시더니, 입가에서 스프링클러 같은 기세로 물보라를 뿜어내는 것이었다!
“아이에에에에에에!” 데킬라의 물줄기는 지포라이터의 불꽃에 맹렬한 화염방사로 바뀌어 모모타=상을 불덩어리로 바꾸었다. 나무아미타불! 이것이야말로 헤이안 시대부터 전해지는 살인 주짓수*의 하나, 화둔・짓수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멕시코인은 혹시나……!
*ジュージツ. 평소의 주・짓수(ジュ・ジツ)와는 다른 표기로, 물리서적판에서는 살인 기술로 수정된 부분이다.
“난 말이다, 무용담을 방해받는 게 제일 싫거든.” 스콜피온은 티셔츠를 벗으며 내뱉듯이 말했다. “아이에에에에에!” 모모타=상은 불을 끄려고 타타미 위를 격렬하게 굴렀지만, 10초도 지나지 않아 불에 구워서 다이콘 오로시(강판에 간 무)를 곁들인 참치 토막처럼 얌전해졌다.
◆◆◆
“이얏-!” “끄악-!” “이얏-!” “끄악-!” 홀에서는 만취 사라리만의 한바탕 싸움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상처가 없지는 않다. 이따금 멕시코인들의 펀치가 작렬해 사라리만의 얼굴을 콩 다이후쿠*처럼 변형시키고 있었다. 코피의 양도 엄청나다. 아마 코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콩 다이후쿠(豆ダイフク, 豆大福):콩을 곳곳에 넣은 둥글 찹쌀떡. 콩 넣은 백설기처럼 흰 떡 곳곳에 검은색이 불거져 나와 있다.
사라리만은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멕시코인을 차례로 물리치며 유레이・고스의 파도를 헤치고, 북동쪽 키몬・테이블로 향하는 것이었다. 키몬에선 기겁을 한 카디널・다크소드와 머시리스・엔젤만 남겨두고 다른 모두가 이미 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찾았다, 이치타로우.” 만취 사라리만은 어깨를 들썩이며 카디널・다크소드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피투성이의 손으로 떨리는 방탕한 아들의 왼손을 잡았다. “아빠의 회사가 인수됐다. 아빠는 잘렸다. 퇴직금이 나오기는커녕 이전 프로젝트의 하라키리를 당해서 십억을 빚졌어.”
"자네 본명이 이치타로우야? 설마!” 머시리스・엔젤은 오물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카디널・다크소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이름은 몰라! 나는 이런 꾀죄죄한 쥐 따위 몰라!” 카디널・다크소드, 이퀄, 이치타로우는 이 세상의 끝처럼 절규했다.
“이치타로우, 같이 돌아가자꾸나. 빚을 갚기 위해, 아빠와 함께 사이버・카라테 도죠를 열자. 아빠네 집은 3대 전까지는 츄고쿠 지방에서 새우를 잡으면서 카라테 도죠를 했었단다. 이 블랙벨트는 에도 시대에서부터 아빠의 집에 전해지는 유서 깊은 카라테의 증거야.”
“너 따위 알 까 보냐!” 카디널・다크소드는 보라색 입술을 바르르 떨며 쏘아붙였다. “이치타로우! 시치미 떼는 것도 적당히 해라! 아빠는 너의 IRC 어카운트에 로그인해서 이력을 조사하고 이 퇴폐적 진쟈・클럽을 알아낸 거다!”
“내 IRC 어카운트에 무단 로그인했어?!” 이치타로우는 이미 광란 직전의 상태였다. 격양된 그는 해변에 떠밀려온 참다랑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면서 가슴에 감춘 고딕 나이프를 떨리는 오른손으로 빼내 자기 아버지의 심장을 향해 힘껏 그것을 내밀었다.
“이얏-!” “끄악-!” 하지만 무조건반사적으로, 사라리만의 펀치가 아들의 안면에 거세게 박혀 들어갔다. “이얏-!” 또 무조건반사적으로 내장을 파열시킬 정도의 토킥이 아들의 명치를 꿰뚫었다. “끄악-!”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이치타로우. 딸그락 허탈한 소리를 내며 쥐고 있던 나이프가 지면으로 떨어진다.”이얏-!” 사라리만은 쥐색 양복을 벗어던지고, 공중에다 세 발 정도 펀치를 때려박는 품새를 보였다. 이어서 괴조음과 함께 작게 점프하여, 가죽 구두로 나이프를 짓밟아 분쇄했다. 인과응보!
“이얏-!” 흥분한 사라리만은 그대로 키몬・테이블 위로 달려 올라가, 하카이시 형태의 의자에 앉아 있던 머시리스・엔젤의 얼굴을 마구 후려쳤다. “끄악-!”
“이얏-!” 키몬・테이블 위에 의기양양한 듯 선 사라리만은 와이셔츠도 벗어던지고 상반신 알몸이 되어서는 허공에 세 발 정도 춉을 때려넣는 카라테의 품새를 보여 유레이고스들에게 자신들의 강함을 과시했다. 그때다. 그의 등 뒤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 것은.
“이얏-!” 검은 그림자는 카라테 사라리만을 등뒤에서 번쩍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홀 벽을 향해 우동의 반죽인가 뭔가라도 되는 양 내던졌다. “끄악-!” 진쟈・클럽의 두꺼운 나무벽이 깨질 정도의 충격. 맹렬한 통증이 사라리만의 온몸을 엄습했다.
땅바닥에 엎드린 사라리만은 안정되지 않은 시야 인 채로, 자신을 덮친 새로운 얼굴을 보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 거한은 하반신은 닌자 장속, 상반신은 벗었으며, 얼굴에는 닌자 두건이라는 복장이었다. 통나무와 같이 늠름한 양 팔뚝에는, 흉악한 전갈의 문신이. 등에는 마리아의 도안과 「산타・마리아」라는 고딕체의 카타카나가. 배에는 「나쁜 스콜피온」이라고 카타카나로 새겨져 있었다. 전신이 문신 투성이이다.
“드디어 소우카이・닌자가 나왔군요” 금발 여자는 소형 카메라로 스콜피온의 모습을 찍으며 갖고 있는 위법 개조 모바일폰의 안테나를 늘렸다. 그 후, 모바일 폰으로부터 나온 LAN 케이블을, 자신의 오른쪽 귀의 왼쪽 대각선 상위에 삽입된 바이오 LAN 단자로 접속한다.
LAN케이블이 잭인되자 순식간에 낸시・리의 정신의 절반은 사이버 스페이스로 날아갔다. 이로써 그녀는 일반 하드타이핑의 수백 배 속도로 IRC 채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이 받을 수 없는 위법 사이버네틱 기술 중 하나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를 나는 낸시・리의 정신은 네오사이타마 경찰의 사이버・맙포과에 의해 감시되는 방심할 수 없는 IRC 영역을 고속으로 통과해 토리이 모양의 전자암호적 시크릿・패시지를 8개나 통과한다. 전자암호를 하나만 틀려도 그녀의 뉴런은 순식간에 타버렸을 것이다.
#NS_GOKUHI: NANCY: 닌자슬레이어=상! 지금 당장 응답해줘! 오무라・인더스트리와 요로시상제약 그리고 소우카이야의 3자를 연결하는 닌자와 부패의 음모 트라이앵글이 드디어 밝혀질 것 같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소우카이・닌자로 보이는 멕시코인을 심문해줘!
그러나, 닌자슬레이어의 대답은 없다. 낸시는 정신을 반쪽을 진쟈・클럽 홀에 두고 유레이고스들의 물결에 휩쓸리면서 스콜피온과 카라테・사라리만의 사투를 몰래 촬영하고, 나머지 반쪽의 정신력으로 사이버 스페이스를 누비며 닌자슬레이어를 불렀다.
◆◆◆
그 무렵 도심 한쪽에 있는 로열페가수스・네오사이타마에서는 후톤 이불에 휩싸인 후지키도・켄지가 아직도 과거의 악몽에 시달렸다. “내가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작은 방충망을 통해 스며드는 중금속 산성비의 빗소리와 빗방울이 방에 불쾌한 습기를 몰고 오고 있다. 오늘 밤도 또 스트리트 갱과 네오사이타마・시티캅의 카 체이스나 총격전이 멀지 않은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듯,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총성이 종종 빗소리와 뒤섞여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는 후톤 이불 안에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켄지・후지키도의 귀에는 닿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지금, 한순간에 처자식을 잃고 닌자슬레이어로 다시 태어난 그 비극의 밤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빛도, 어떤 소리도, 지금의 그의 눈과 귀에는 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 때, 그때, 왜 나는……!” 후지키도・켄지는 신음한다. 방의 구석에 우뚝 선 UNIX 서버군은 빨강과 초록의 램프를 바쁘게 깜빡이고, 액정면에는 「유 갓 어 메시지」 라고 카타카나가 흐르고 있다. IRC 메시지 착신을 알리는 소고의 전자음도 울리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의 눈과 귀에 닿지 않는 것이다.
3
스콜피온에게 집어던져져 벽에 세게 내동댕이쳐진 카라테・사라리만은 등과 머리에서 엄청난 피를 흘리면서 일어나, 카라테의 품새를 잡았다. “이얏-! 이얏-!” 천천히 다가오는 스콜피온을 위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기합도 닌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카라테 새끼, 잘 들어.” 스콜피온은 손가락 뼈를 딱딱 소리를 내며 키몬 구석으로 사라리만을 몰아붙인다. “나는 12살에서 25살까지 멕시코 중범죄 형무소에서 지냈다. 당시 나와 함께 형무소에 들어간 갱단 동료는 3명 중 1명의 페이스로 죽었고 5년 뒤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였다.”
“이얏-!” 사라리만은 상대의 말도 듣지 않고 진쟈・카테드럴의 벽을 차고 삼각뛰기를 해 통렬한 점프킥을 적의 안면에 먹였다. “끄악-!” 허를 찔린 스콜피온의 닌자 두건이 벗겨지면서 거친 멕시코 인의 얼굴이 반쯤 드러난다. 멕시코 라이온처럼 흉악한 얼굴이.
“코로세(죽여라)-! 코로세-!” 유레이・고스들은 블러디한 쇼타임에 광희난무했다. 홀에 울려 퍼지는 비인간적인 사이버 비트는 더욱 속도를 올린다. 대불 대신 설치된 대스크린에는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사라리만의 얼굴과 「나무아미타불」의 불길한 붉은 글씨가 비친다.
“이얏-!” 사라리만은 주춤서기 자세로 양손을 경련시키면서 앞으로 내미는 시코의 자세를 취하여 스콜피온을 위협했다. 테이블 밑에 숨은 이치타로우는 아픔을 참으며 눈을 문질렀다. 최고로 촌스러운 쥐색 양복을 입고 있었을 아버지가 카라테 귀신이 되어 바로 그곳에서 닌자와 서로 죽이고 있다.
회사에서 해고된 것, 자신에게까지 빚을 갚도록 도와달라고 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IRC 어카운트을 해킹하고, 급기야는 자신을 폭행한 아버지의 제멋대로의 행동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이치타로는 분노에 불타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눈앞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공허한 유레이의 가슴에는 거의 어울리지 않는, 거칠고 야만적인 충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었다. 오, 나무아미타불! 그것은 너무 위험한 영웅적 충동인 것이다!
피를 침과 함께 뱉으며 스콜피온은 겁 없는 웃음으로 웃는다. “카라테 새끼, 난 무용담을 끊기는 게 제일 싫다고.” 그리고 허리에 매단 두 자루의 나이프를 양손으로 뽑아 그 칼날을 땅바닥과 수평으로 겨누었다. 나이프를 쥔 양팔도 수평으로 크게 벌리고 그대로 허리를 숙인다. 이 기묘한 자세는 무엇인가?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그러나 일말의 틈도 없이 스콜피온은 사라리만을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에도시대에 끊어진 닌자・클랜의 하나인 사소리(전갈) 닌자・클랜의 자세다. 스콜피온에 빙의한 닌자 소울은 가공할 암살검 사용자인 사소리 닌자・클랜의 게닌*이었을 것이다.
*게닌(ゲニン):下忍. 레서 닌자라고도 한다. 하급 닌자를 말한다.
사라리만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적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이 무슨 자세냐. 전혀 빈틈이 없다. 놈은 마치 거대한 집게를 펼쳐들고 먹이를 향해 다가가는 전갈이다. 무시무시한 멕시코 라이온 전갈이다.…… 그러나 간파했다! 오른쪽 나이프의 움직임은 페인트다. 녀석은 분명히 왼쪽에서 공격을 가해 올 것임에 틀림없다.)))
“이얏-!” 뜻을 정하고, 사라리만은 춉의 자세대로 돌진했다. “아미-고!” 그것을 오른쪽에서 요격하는 통렬한 나이프의 일격! “끄악-!” 사라리만은 순식간에 오른손 오른발을 깊숙이 찔렸다. “끄악-!” 격통의 나머지 바닥을 뒹군다. “끄악-!” 이러다간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얏-!” 남은 힘을 짜내어 넥스프링으로 일어서자 사라리만은 펀치의 자세를 취한 채 돌진했다. (((다음은 오른쪽에서 공격을 내지를 것임에 틀림없다!)))
“아미-고!” 그것을 마치 노린 듯 왼쪽에서 요격하는 가공할 전갈의 일격! “끄악-!” 사라리만은 순식간에 온몸 20곳을 나이프로 찔렀다. “끄악-!” 격통에 휩싸인 나머지 사라리만은 바닥을 뒹군다. 노송나무 바닥의 판자가 피로 물든다. “끄악-!” 이러다간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얏-!” 최후의 힘을 짜내어 넥스프링으로 일어선 뒤, 사라리만은 진쟈・카테드럴 벽에서 삼각뛰기를 한 다음, 번개 같은 점프킥을 내질렀다. (((전갈의 가위는 수평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그렇다면 위에서부터!)))
“아미-고!” 이 무슨 일인가. 스콜피온은 오지기를 하듯 앞쪽으로 기운 자세를 취하여 토비게리(날아차기)를 피한 데다, 물구나무를 서듯 높이 차올린 오른발바닥으로 그를 요격한 것이다. 가공할 전갈 꼬리의 일격! “끄악-!” 사라리만은 일격에 온몸의 뼈가 부러졌다.
“코로세-! 코로세-!” 유레이・고스들은 또 다른 유혈에 크게 흥분했다. 홀에 울려 퍼지는 비인간적인 사이버 비트는 더욱 빨라지고, 대불 대신 설치된 거대 스크린에는 라이브 중계되는 피투성이 사라리만의 영상과 「인과응보」의 붉은 가타카나가 새겨진다.
#NS_GOKUHI - NANCY: 뭐하고 있어! 닌자슬레이어! 이대로는 저 사라리만이 죽어버릴 거야! 아무리 카라테의 블랙벨트라도 닌자가 상대여서는 이길 수가 없어! ///낸시가 절규한다. 하지만, 여전히 닌자슬레이어로부터의 응답은 없다.
“당신들, 저 닌자를 막아요!” 화가 치밀어 이성을 잃은 낸시 리는 주변의 유레이・고스들에게 히스테릭하게 호통을 친다. 겨우 잡은 스캔들의 꼬리를 이런 곳에서 놓쳐서야 되겠는가. “이 정도 사람 수면 시간벌이는 되겠죠!”
하지만 유레이・고스들은 인간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바 카운터에서 제공되는 즈바리・리큐어, 바리키・칵테일의 오버도즈로 인해 트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이버 테크노에 맞춰 춤을 추며 “코로세-! 코로세-!”라고 넨부츠처럼 되뇔 뿐이다.
*트립(Trip):마약 등에 의해 환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키몬에서는 양자의 싸움이 가경에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제 거의 일방적인 린치이다. 사라리만은 한냐*・뱀파이어가 그려진 키몬・테이블 위에 누워, 죽은 참치처럼 무력했다. 스콜피온은 계속 살인 이타마에 셰프처럼 반복해서 그에게 나이프를 꽂아, 츠키지처럼 피보라를 뿌린다.
*한냐(ハンニャ):반야. 뿔 두개 달린 무시무시한 얼굴의 가면.
스콜피온은 극도의 사디스트였다. 중범죄 형무소에서 고문을 당해 불구자가 된 그는 나이프로 적을 괴롭히는 것만으로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상처투성이 입술에 미소를 지으며 스콜피온은 신음한다. “열일곱 때, 크리스마스 밤이었다. 난 벽에 몰려 벌거벗겨지고, 등에 문신을…”
“이얏-!” 돌연 스콜피온의 등에 섬세한 고딕 나이프가 꽂힌다. “끄악-!” 허를 찔려 격통으로 허덕이는 스콜피온.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위법 약물 샤카리키・태블릿의 오버도즈로 용기를 북돋우며 통증과 공포를 이겨낸 카디널・다크소드가 서 있었다.
카디널・다크소드는 또 다른 고딕 나이프를 뽑아들고 칼끝을 겨누어 스콜피온을 위협했다. 하지만 닌자 앞에서 그런 엄포는 소용없다. 스콜피온은 사소리・파이팅・스타일인 채로 다가와 좌우 나이프의 응수로 그의 온몸을 베어 갈랐다. “아이에에에에에!”
어깨에 배기 호스를 장치한 전투복 같은 의상을 몸에 걸치고 테크노・오코토(칠현금)를 연주하는 VJ 칸누시가 「나무삼」이라고 인컴을 향해 절규하자, 그 단어가 갈라진 붉은 글씨로 스크린 위를 맴돈다. 사이버 비트에 맞춘 새하얀 라이트의 명멸이 키몬의 사투를 전위 영상 작품처럼 조명한다.
정신의 절반을 사이버 공간에 다이브시킨 채, 낸시는 키몬에서 벌어지는 살육상을 계속 찍어댔다. 퓰리처상급의 처참한 광경일 터인데도 순백의 플라스틱 같은 무기질한 소리와 영상에 압도되어 공포의 감각이 마비되어 간다. 자신도 실체 없는 유레이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안 좋네, 본격적으로 안 좋아져…” 아직 닌자슬레이어의 응답은 없다. 더 이상 사이버・맙포과의 감시를 피해 IRC 채팅을 계속하는 것은 텐사이급 해커의 실력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전두엽의 뉴런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친다.
“도-모, 낸시・리=상이지요?” 그녀가 돌아보니 거기에는 검정 일색의 닌자가 서 있었다. 닌자 두건에서는 우동 같은 여러 줄의 LAN케이블이 늘어나 등에 업은 은색 통신 디바이스에 접속되어 있다. 그 눈매는 360도를 감시할 수 있는 원환형 사이버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우카이・신디케이트의 넷・시큐리티 담당 다이달로스입니다.” 라고, 닌자는 기계 합성음 같은 불길한 목소리를 내었다. 낸시 리는 등골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와 패배감과 죽음의 예감을 맛본다. 우카츠(불찰)! 여기 있던 소우카이・닌자는 스콜피온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당신의 IP 어드레스를 해석해 이곳에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제 해킹 능력 앞에서는 방화벽따위 장지문이나 다름없어요.” 다이달로스는 매직 핸드* 같은 움직임으로 낸시의 목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매듭이 풀려 고스 드레스가 벗겨지면서 코카소이드의 주렁주렁한 가슴이 드러났다.
*매직 핸드:멀리 있는 것을 집는 용도로 사용되는 손잡이 달린 집게를 방불케 하는 물건이다.
「나무삼. 나무삼. 나무아미타불」 때마침 테크노 비트는 페이드아웃을 시작, VJ 칸누시는 설교대 위에서 뒷짐을 지고 중성적인 목소리로 클라이맥스를 부르고 있었다. 「나무삼, 나무삼, 나무아미타불. 나무삼, 나무삼, 나무삼, 나무삼, 나, 나, 나, 나,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그 찰나! 진쟈・카테드랄의 어두운 천장 아치 부근에서 여덟 장의 수리켄이 연달아 사출, 홀에 있던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어둠을 조용히 가르며 날아가서는, 건틀릿 같은 사이버 입력 디바이스를 걸치고 있는 다이달로스의 오른팔에 시원스럽게 딱딱딱딱딱딱딱딱, 하고 꽂히는 것이었다!
“아이에에에에에!” 다이달로스는 비명을 지르며 낸시의 목덜미에서 손을 떼고 유레이・고스들의 파도 속으로 퇴각했다. 후방지원역인 다이달로스에게는 대닌자 전투가 부담스럽다. 비록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수리켄을 사용하는 적이 있으면, 그것은 닌자라고 봐도 틀림없는 것이다.
낸시는 드레스 자락으로 가슴을 누르며 위쪽을 바라봤다. 스테인드글라스, 종, 아치, 어디에도 닌자의 기척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쇠사슬에 매단 6개의 대촛대의 흔들림이, 희미하게 커지고 있다. 「그것」은 남서쪽의 우라키몬*으로부터 진입해 왔다. 그리고 촛대를 뛰어 건너 키몬으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우라키몬(ウラキモン):뒷귀문. 남서쪽. 풍수에서 북동쪽 다음으로 불길한 방위로 여겨진다.
낸시가 키몬 위의 대촛대를 바라본 것과 거의 동시에 금속이 찢어지는 불쾌한 소리가 나고 수백 개 이상의 촛불을 품은 대촛대가 낙하한다. 유레이・고스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낸시의 고해상도 카메라는 촛대 위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닌자의 모습을 분명히 포착하고 있었다.
“끄악-!” 이치타로우 부자에 대한 폭력에 열중하던 스콜피온은 하늘에서 대촛대가 낙하해오는 것을 모르고 그 거대한 쇳덩이에 짓밟혔다. 그리고……달인! 대촛대에 오른 닌자에 의한 절묘한 낙하 각도 조절에 의해, 키몬・테이블 위의 부자는 그 밑에 깔리는 운명을 피했던 것이다.
두툼한 노송나무와 콘크리트로 만든 진쟈・카테드럴의 바닥이 함몰되고, 매몰된 하카이시의 무리가 약물오염된 흙 속에서 얼굴을 내보인다. 연막탄을 맞은 듯이 모래먼지가 일면서, 키몬의 일각은 시야 제로 상태가 됐다. 꺼지지 않고 남은 촛불의 불길이 히토타마(도깨비불)처럼 어른거린다.
이 낙하 때문에 그 스콜피온도 죽은 것인가? 아니, 그런 일은 없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촛대의 낙하를 알아채고 바닥을 내리쳐서 노송나무를 깨뜨린 뒤 그 밑에 몸을 숨겼던 것이다. 연기가 자욱한 것은 그에게 오히려 유리하다.이 정도의 모래먼지는 사막지대에서 자란 그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스콜피온은 사냥감을 노리는 라이온의 눈으로 촛대 위에 서서 직립부동의 자세를 취하는 적의 모습을 지켜봤다. 상대는 검붉은 닌자 장속으로 몸을 감싸고, 입가는 「忍」「殺」이라고 새겨진 금속 멘포로 가려져 있다. 스콜피온은 모르지만 그야말로 모든 닌자를 죽이는 자, 복수의 전사 닌자슬레이어였다.
닌자슬레이어는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평소의 후지키도라면 적 닌자를 완전히 죽이기 위해 당장 다음 공격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후지키도의 눈은 키몬・테이블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 꼭 닮은 얼굴의 두 사람은, 아무래도 아버지와 아들인가. 그리고 어느 모로 보나 더 이상 목숨을 건질 가망은 없을 것이다.
사라리만의 얼굴을 보고 후지키도는 깜짝 놀란다. 그의 얼굴은 후지키도의 방 벽에 걸린 결혼식 사진 속에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야마다・요리토모 부계장. 사라리만 시절을 보내고 있던 후지키도의 최초의 상사로, 결혼식의 중매인을 맡아 준, 소중한 은인의 한 사람이었다. 이 얼마나 비극적 재회인가.
적이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것을 포착한 스콜피온은 바닥에 몸을 숨긴 채 허리에 매단 반자이・데킬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촛대에 남은 촛불의 불꽃을 이용해 화둔・짓수를 뿜어낸다. 목적은 물론 대촛대 위에 선 닌자슬레이어다.
오무라사 군용 화염방사기만큼 시퍼런 불꽃이 닌자슬레이어를 덮친다. 그러나 닌자슬레이어는 멋진 브릿지로 화염을 피했다. 세 번 더 백 텀블링을 펼쳐 키몬・테이블 위에 훌쩍 착지한다. 후지키도 안에 있는 닌자소울이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알린 것이다.
“노 프로브레모!” 스콜피온은 양손에 나이프를 고쳐 쥐고 마루 밑에서 뛰쳐나오더니 전갈의 자세로 닌자슬레이어를 향해 다가갔다. 사소리・파이팅・스타일은 무적이다. 카라테든 닌자든 내 나이프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스콜피온의 가슴에는 자만심을 닮은 자신감이 있었다.
닌자슬레이어는 테이블 위에 한쪽 무릎을 꿇고 바주카를 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는 두 팔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피칭머신처럼 수리켄을 고속으로 연사했다. 스콜피온의 약점이 원거리 공격임을 단번에 간파한 것이다. “이얏-!”
“끄악-!” 스콜피온의 두 눈에 수리켄이 꽂혀 부서진 토마토 주스・디스펜서처럼 피가 튀었다. 스콜피온은 멕시코어로 욕설을 퍼부으며 마구 나이프를 휘두른다. 유레이・고스들이 10명 정도 휘말려들어 제물이 되었다.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높이 뛰어올라 공중에서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위아래를 바꾼다. 머리가 밑으로, 다리가 위로. 이어서 진쟈・카테드럴 천장을 차 자유낙하 속도에 닌자의 각력을 실어 가공할 고속 스피드로 스콜피온를 향해 급강하했다.
죽음의 드릴이 스콜피온을 직격한다. “끄악-!” 스콜피온은 배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닌자슬레이어는 스콜피온의 배를 정면으로 뚫고 상대의 배후에 착지하고 있었다. 바닥의 노송나무는 새까맣게 그을려 있고 그 주변에는 스콜피온의 내장들이 널려 있다.
그제서야 키몬을 덮었던 연기가 맑아지기 시작한다. 흐트러졌던 음향시스템이 복구를 시작했고 VJ 칸누시의 목소리와 함께 사이버 비트가 진쟈 내에 돌아왔다. 대촛대 낙하에서 여기까지 불과 십여 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닌자슬레이어는 그 자리에 서 있는 스콜피온 옆으로 걸어간다.
“네놈은 소우카이야의 닌자로군. 오무라・인더스트리에 고용된, 그렇지? 그리고 오무라 사는 요로시상제약과 손잡고 이곳에서 위법 마약을 사고팔고 있다. 자, 모조리 지껄이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카이샤쿠해주마.” 강철 멘포를 통해 유레이조차 공포에 떨 만큼 무자비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스콜피온은 웃었다. “나는 말이지, 간수 30명을 때려죽이고 멕시코 중범죄 형무소를 탈출했어. 그리고 살인 참치의 바다를 헤엄쳐서 밀입국했고, 슬럼에서 라오모토=상에게 주워져 여기까지 올라왔다. 라오모토=상을 위해서라도, 너에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겠다. 그리고 너는 여기서 죽는 거다.”
“아디오스!” 갑자기 스콜피온의 몸이 폭발해 진쟈・카테드랄의 홀을 대낮처럼 비췄다. 이상을 파악한 닌자슬레이어는 스콜피온의 몸이 파열되기 1초 전에 재빨리 5차례 백 텀블링을 하여 폭발을 피했다. 불운한 유레이・고스들이 수십 명쯤 휘말려 든 듯하다.
스콜피온이 발한 마지막 화둔・짓수는 노송나무로 만든 진쟈・카테드럴을 금세 불바다로 바꾸어 간다. 수백 명에 가까운 유레이・고스들은 햇빛을 받은 유레이처럼 허둥대며 홀 사방에 있는 장지문을 뚫고 도망간다.
반나체로 바닥에 쓰러진 낸시・리의 모습을 확인하자 닌자슬레이어는 바람처럼 달려와 그녀를 안아 올렸다. 뉴런에 손상을 입은 것인가? 폭풍의 충격을 받았나? 아니면 극도의 공포로 실신했나? 어쨌든 그녀는 아직 숨이 남아 있다. 그것만이 후지키도에겐 다행이었다.
밖에서는 수십 대의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네오사이타마・시티캅에 낸시 리를 넘길 수는 없다. 닌자슬레이어는 그녀를 껴안은 채 높이 도약해 스테인드글라스를 깨고 진쟈・카테드럴을 탈출해 그대로 중금속 산성비에 뒤섞여 밤의 어둠으로 사라졌다.
◆◆◆
30분 후. 오무라・인더스트리제의 플래시아웃・봄에 의해 모든 산소를 잃고 강제 진화당한 「야바이・오오키이」의 홀 안으로, 네오사이타마・시티캅이 조사를 위해 들어온다. 미처 피하지 못한 수십 명의 유레이・고스와 VJ 칸누시가 정어리 떼처럼 겹쳐 죽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테크노 비트가 거짓말인 것처럼 진쟈・카테드럴은 본래의 엄숙한 정적을 되찾고 있었다. 천장은 일부가 타서, 중금속 산성비가 쓸쓸하게 촉촉히 쏟아져 내린다. 탁한 눈을 가진 네오사이타마・시티캅 맙포들이 시신의 수를 지적확인(指差確認)으로 세고, 그 소리만이 조용히 울리고 있다.
키몬의 한 부분은 바이오해저드・테이프와 코케시・폴로 둘러싸여 네오사이타마・시티캅 맙포조차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 그곳에서는, 분명히 이질적인 백의차림의 3인조가, 핀셋이나 샬레를 이용해 실로 흥미로운 샘플의 수집에 임하고 있었다.
그들의 백의의 오른쪽 어깨에는, 요로시・상제약으로부터 파견된 것을 나타내는 황색과 흑의 완장이. 그리고 그 가슴가에는, 소우카이야의 에이전트인 것을 나타내는…… 그리고 소우카이야의 구성원 밖에 모르는…… 교차하는 두 자루의 칼과 「키리스테」의 문자를 나타내는 작은 금속제의 배지가 있었다.
이들의 리더로 보이는 깡마른 장신의 남자는 가슴에 「늘 신세지고 있습니다」「리・아라키 센세이」라고 적힌 회색 네임카드를 달고 있었다. 리 센세이는 불탄 스콜피온의 것으로 보이는 고기 조각 몇 개를 핀셋으로 집어 배양 샬레에 올려놓고 몇 개를 자신의 혀 위에 올려놓았다.
“스콜피온 군은, 좋은 피검체였는데 말이네에……” 리 센세이는, 일체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하고 싶네에……. 멕시코인에 대해서도 닌자・소울의 언셀렉티드・레저렉션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육체로 증명해 주었으니까네에……”
“아아, 정말 그래요, 리 센세이.” 오렌지색 보브컷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조수가 풍만한 가슴을 리 센세이의 팔에 아무렇지도 않게 밀어 넣으며 손에 든 소형 휴대용 선풍기를 센세이의 손끝으로 돌렸다. 잡균의 샬레 혼입과 이로 인한 닌자・컨테미네이션을 막는 것이다.
“후부키・나하타 군, 샬레는 됐다. 샘플 회수는 끝났어.” “어머, 그런가요.” 나하타라고 불린 여조수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양쪽 가슴을 리 센세이의 등에 눌렀다. “센세이, 저쪽 테이블 위에 있는 소사체는 어떻게 할까요?”
“그냥 시체지? 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게 하지 말아줘, 후부키・나하타 군. 나는 닌자 이외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네에……” 리 센세이는 손수건으로 코를 풀면서 말했다. “저런 마케구미들, 몇천 명이 모이든, 1개의 닌자소울의 가치도 가지지 않는 거야……응? 응?!”
그때다. 오오, 나무아미타불! 이 무슨 무서운 광경인가! 아무리 봐도 완전한 소사체로 여겨졌던, 키몬 테이블 위의 시체가 벌떡 일어나 지옥 바닥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원망에 찬 사위스러운 목소리로 포효했던 것이다! “노로이(저주)”라고!
백의 차림의 삼인방은 공포에 얼어붙었다. 홀내의 맙포들도, 그 자리에서 꼼짝 못했다.……하지만, 일어선 새까만 소사체는 앞으로 넘어져 테이블에서 떨어져 어이없이 산산조각이 났던 것이다.
공포를 과학적 호기심으로 극복한 리 센세이가 천천히 기어 다가가 시체를 샅샅이 조사하나, 심음, 체온, 기타 모든 생물학적 조건에 비추어 볼 때 몇 초 전까지 살아있었다고는 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왜?
리 센세이가 우연히 눈을 내리깔자 촛대 낙하로 드러난 무수한 하카이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의 하나에, 고사기에도 쓰여 있는 닌자의 암호, 수리켄・룬 문자가 새겨진 하카이시가 있는 것을, 숙련된 닌자 연구가이기도 한 리 센세이는 놓치지 않았다.
이것은 혹시나…… 시체에 닌자 소울이 빙의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번뜩인 직후 진쟈・카테드럴에서 리 선생의 새된 홍소가 울려퍼졌다. 부스트 수술로 일반인의 몇 배의 사고 속도를 가진 리 센세이의 뉴런이 이제 막 닌자・사이언스의 판도라 상자를 열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레이・댄싱・온・콘크리트・하카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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