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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리뎀션】

この記事は【ザ・リデンプション】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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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두통이었다. 뇌의 모세혈관 하나하나가 호스처럼 부풀어 오른 것 같다. 계속해서 어금니와 관자놀이에 힘을 주고 억누르지 않으면, 순식간에 머리가 안쪽에서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으으……씨발…….”

 죄수복 차림의 야마히로는 신음하며 실눈을 떴다. 그는 001011110100101의 격류 속에 있었다. 보이는 것은 무중력의 어스레함과, 붕괴해 가는 네온 간판의 숲과, 뒤틀린 철골 구조의 해저. 심해어를 방불케 하는 길고 가는, 나타났다가 소멸을 반복하는, 창백하게 빛나는 무언가의 무리. 때때로 불쑥 나타나 바로 곁을 빠져나가는, 거대 물고기와 같은 존재감. 그리고……자신을 감싸는 확실한 핑크색의 빛이었다.

 “야쿠자……텐구=상……?”

 야마히로는 눈치챘다. 자신이 아직도 야쿠자텐구의 늠름한 가슴에 안겨 있는 것을. 그리고 자신들을 기묘한 핑크색의 네온같은 빛이 감싸, 붕괴로부터 지키고 있는 것을.

 두통이 사라져 간다.

 “……닌자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치켜들자, 대지는 사흘 낮과 사흘 밤의 사이 암흑에 휩싸이고, 파라오는 닌자에게 도게자했다…….”

 야쿠자텐구는 암흑의 황야를 정벌하는 성전사를 방불케 하여, 일심불란하게 챈트를 외고 있었다. 제트팩의 불꽃은 아직도 격류에 항거하고 있다. 그리고 야마히로가 눈을 뜬 것을 눈치채자, 그를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곳이 악몽 속인지, 혹은 상상을 초월한 어딘가 인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그 감각은 분명했다.

 야마히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했다. 그날…… 스가모 중범죄 형무소에서 닌자와 싸워, 야쿠자텐구와 함께 하늘을 날아 도망친 그는……함께 네오사이타마 시가의 아득한 상공을 날아, 니춈의 근처에 다다랐을 때……갑자기 발생한 자기 폭풍에 휩쓸려 핑크색 번개에 맞았고……. 의식이 날아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 격류 속에 있었다.

 과연 이곳은 어디인 것인가. 텐구의 나라인가. 아니, 야쿠자텐구조차도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는……천국… 혹은 발할라? 사고가 혼탁해져, 격류가 속도를 더했다. 그렇다면, 육체의 아픔은 모두 착각인 것인가?

 “욱…” 야마히로는 다시 심한 두통에 덮쳐지는 바람에, 기억을 더듬어 보려는 시도를 중단했다. 손끝이 움찔움찔하고 아팠다. 그것은 01붕괴를 개시하고 있었다. 야마히로는 자신이 소멸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듯한 공포였다.

 야쿠자텐구는 그를 붕괴로부터 보호하듯이,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야마히로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야쿠자텐구의 왼쪽 손목에 감긴 손목시계를 보았다.

 고장나 8시 9분 3초에 멈췄을 그 시계는, 이제는, 모든 바늘이 미친 듯 부들부들 떨리며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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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왓-!””

 KRAAAAAASH! 두 야쿠자는 갑자기 중력 아래로 내팽개쳐져 유리창을 뚫었다. 야마히로는 바닥을 몇번이나 데굴데굴 굴렀다. 하늘과 땅이 어지럽게 교체됐다. 세계는 그 몇배나 회전하고 있었다. 사이키델릭 만화경이나 사이버 선글라스 고문처럼 그의 반고리관을 휘저어 놓았다.

 조금 늦게 야마히로의 온몸을 통증과 구역질이 덮쳤다. 그 자기폭풍 속에서 느꼈던 두통과는 다른, 확실한 살과 뼈의 통증이었다. 야마히로는 큰대자로 자빠진 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점차 판단력을 되찾는다.

 여기는 어딘가 넓고 어두운 장소. 먼지가 많은 콘크리트 바닥 위였다. 비에 젖은 유리창 밖에는 낯익은 네온사인의 홍수가 번지고 있다. 네오사이타마다.

 시야 가장자리에 빨강 파랑의 불길한 명멸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경계의 스위치가 켜지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야쿠자의 천적인 경광등의 불빛이다. 희미한 사이렌 소리도 들렸다.

 “으으……뭐야, 이건…….” 야마히로는 신음하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를 악물고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시야의 가장자리에는 아직도 희미한 01110101111의 파티클이 어른거리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 창가에 야쿠자텐구도 쓰러져 있었다.

 “야쿠자텐구=상, 괜찮습니까……!?” 야마히로는 부르려 하다, 토했다. “오곳--!” 뱃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위액 같은 것이 약간 튀는 정도다. “오곳-----!”

 “으으…….” 야쿠자텐구도 또한, 벽에 기대면서, 챈트를 외며,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다. 찰칵하고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복도 쪽에서 들어왔다. 두 개의 빛. 이인조로 노인이 한 명, 맙포가 한 명이다.

 “어이, 누가 있냐!” 라는 위압적인 맙포의 목소리가 들리고, 눈부신 맥라이트와 맙포건의 총구가 휑뎅그렁한 층을 방황했다. “얌전히 나오세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발포할 가능성이 있다!”

 “또 노상 생활 새끼가 숨어들었나, 바카야로-! 이 빌딩을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냐, 바카야로-! 너희들은 스트리트에서 얌전히 얼어죽기나 하라고, 바카야로-!” 건물주라 생각되는 노인이 가지는 라이트의 빛이 좌우로 흔들리다가 야마히로를 비추고는 멈췄다. “앗! 여기입니다!” 이내, 맙포의 불빛도 그리로 향했다. “움직이지 마! 발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봐 기다려……! 기다려 줘!” 야마히로는 그 자리에서 양 무릎을 꿇고, 상반신을 일으킨 뒤, 양손을 핸즈업 했다. 맥라이트의 무시무시한 빛이 야마히로의 시신경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쏘지 말아줘! 우리들은 수상한 놈이 아니야!”

 “뭐냐, 너, 그 옷은……! 죄수냐……!?” 맙포가 당황하여, 트랜시버에 손을 뻗었다.

 “아, 아니야, 이건……! 취미야……!” 야마히로는 이를 갈았다. 그렇다, 죄수복인 채다. 그는 바로 조금 전, 스가모 중범죄 형무소를 막 탈옥했다. 그 자리에 있던 49과의 데커들은 그를 그냥 봐주었지만 그걸 다른 맙포들에게 설명하기란 과연 얼마나 곤란할까.

 야쿠자텐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고, 야마히로는 창가를 언뜻 보았다. 야쿠자텐구는, 없었다.

 “엣……” 야마히로의 온몸에서 한순간 핏기가 가셨다. 그날처럼, 야쿠자텐구가 자신을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나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곧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봐, 너! 지금 우리들이라고 했냐! 여기에 너 이외의 자가……” 맙포가 말을 꺼냈다, 그때. 벽을 따라 살며시 다가서고 있던 검은 슈트의 남자가 어둠 속에서 덤벼들었다. 맙포는 왼쪽을 돌아봐 어둠 속에 떠오르는 새빨간 텐구가면을 보고 숨을 삼켰다. 거의 동시에 검은 가죽장갑으로 덮인 오른 주먹이 내질러졌다.

 “이얏-!” “끄악-!?” 체중을 실은 통렬한 사이버네 의수의 일격이었다. 얻어맞은 맙포는 벌렁 자빠졌다. 야쿠자텐구는 그대로 올라타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건물주라고 생각되는 노인은 맥라이트를 떨어뜨리고 쏜살같이 도망쳐 갔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맙포는 발꿈치를 격렬하게 바닥에 부딪치며 경련. 실금하며, 그대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허어억-……허어억-……허어억-……” 야쿠자텐구는 천천히 일어나, 스스로의 관자놀이에 손을 붙였다. 어떠한 IRC통신을 행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야, 야쿠자텐구=상, 어떡합니까……!” 야마히로가 다가서며 불안하게 물었다. “까고자빠졌넴마-!” “끄악-!?” 야마히로는 얻어맞아 콘크리트 바닥에 자빠졌다. 이 정도로 당황하지말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야마히로는 해석했다.

 “……내 모빌이 응답하지 않는다. 모든 네트워크가 침묵하고 있다…….” 야쿠자텐구는 그렇게 말을 내뱉고, 몸을 구부렸다. 마루에 기절해 있는 맙포로부터 사정없이 레인코트를 뜯어낸 뒤 그것을 야마히로에게 던졌다. “……뭔가가 이상해. 여기서 바로 떠난다.”

 “앗하이!” 야마히로는 시키는 대로 했다. 둘 다 맙포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맙포건은 IRC 인증식이기 때문에, 빼앗아도 소용없을 뿐만 아니라, 들고 다니다가 IP를 역탐지당할 위험성조차 있기 때문이다.

 두 야쿠자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에서 나왔다. 선명한 니춈의 네온사인과 냉기가 그들을 마중했다. 건물주가 사용하고 있었다고 생각되는 검은LED우산이 복도에 놓여져 있다. 야쿠자텐구가 그것을 들었다. 텐구가면을 감추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두 사람은 빌딩 뒤쪽으로 돌아, 비상 계단을 뛰어서 내려가, 혼잡을 틈탔다. 야마히로도 야쿠자텐구도 가끔 다리가 엉켜서, 서로를 부축했다.


◆◆◆


 야쿠자텐구의 초췌함은 분명했다. 이따금 어깨를 빌려주고, 사이버네의 무게에 괴로워하면서, 야마히로는 상가건물의 계단을 올라갔다. 조금 전의 오피스 빌딩에서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라서, 추격자가 올 위험성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야쿠자텐구는, 다짜고짜 그를 그곳으로 향하게 했다. 총탄도 제트연료도 진통제도 부족하다. 우선은 보급을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두 사람은 인적이 드문 상가건물의 복도를 따라 스모 펍(pub), 사라리맨 대상의 론 회사, 초밥 합성소, 노팬티・마작, 젖소 접촉 광장, 지하 프로레슬링 사무소, 스모 펍, 여고생 소개소 등을 지나 문패도 간판도 없는 방 앞에 이르렀다.

 “이걸 써라…….” 야쿠자텐구는 괴로운 듯이 복도에 주저앉아, 발을 뻗더니, 품속에서 검은 가죽 키 케이스를 꺼내, 그 중의 하나를 가리켰다.

 “……맞지 않습니다.” 야마히로는 몇 번인가 시험해본 뒤, 그렇게 알렸다. 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파괴한다.” 야쿠자텐구가 괴로운 듯이 말하며, 두통을 떨치는 듯한 동작으로 일어서더니, 그 사이버네 팔로 문손잡이를 자물쇠째로 비틀어 끊어 파괴했다.

 두 사람은 만취 사라리맨같이 쓰러지듯 어두운 실내로 굴러 들어갔다. 야쿠자텐구는 스위치의 위치를 알고 있는 듯해서, 가죽 장갑으로 싸인 손을 망설임 없이 벽에 뻗었다. 텅스텐등이 깜빡였다. 2LDK*정도 되는 집을 개조한 것으로 생각되는 소규모인 야쿠자 사무소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LDK는 한 방이 거실과 식당 그리고 부엌을 겸하는 것으로 앞의 숫자는 침실의 개수를 뜻한다. 즉 2LDK는 방두개의 집을 말한다.

 “……이건, 사무소, 입니까요……?”

 야마히로는 흠뻑 젖은 코트를 벗고 방안을 둘러봤다. 이곳이 텐구의 나라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벽에 텐구가면은 없다. 대신 연등, 칼, 서예*, 야쿠자 문장이 새겨진 깃발, 상어의 박제 등의 오브젝트가 장식되어 있다. 야마히로는 액자에 들어있는 서예를 읽었다.

*카타카나로 쇼도가 아닌 한자로 서도라고 되어있다.

 “이건……아이언샤크・야쿠자클랜……? 들어본 적이 없는 클랜이다…….”

“……뭔가가 이상하다. 여기에는 마레니미루 사(社)의 사무소가 있었을 텐데…….” 야쿠자텐구는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여, 숨을 조절하며 말했다.

 “마레니미루 사……? 뭡니까, 그건……?” 처음 듣는 이름이다. 낡은 비디오테이프가 흐트러지듯이 시야가 순간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지직지직 하는 노이즈음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아이언샤크・야쿠자클랜이란 건, 야쿠자텐구=상의 친구인게 아닌가요?”

 “아니다. 나는 마레니미루 사의 사무소 자리에, 성전을 위해 신들로부터 공중 투하된 카고를 두고 있었다……. 여기는 야쿠자클랜의 사무소따위가 아니었다……. 이래서는 중금속탄도 ZBR도 성수도 보급할 수 없다……. 뭔가가 이상해……핑크색 빛이……약해지고 있어……”

 “무슨 말을 하, 윽……” 어금니로 모래를 씹은 것 같은 위화감과 심한 두통이, 야마히로를 덮쳤다. 야마히로는 평형감각을 잃고 외다리로 서서 몇 걸음, 쿵, 하고 휘청거렸다.

 순간 의식이 날아갔다. 몇 초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몇 분이 경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야마히로가 정신을 차리니,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죄송함다……” 야마히로가 천천히 일어섰다.

직후, 문이 힘차게 열렸다. 총을 겨눈 야쿠자 슈트의 남자 2명이 복도 측에서 사무소로 뛰어들어 왔다.

 “까고자빠졌넴마-!” “우리 사무소에 어택하다니, 좋은 배짱이잖냠마-!” 그들의 눈을 보고 한순간에, 야마히로에게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무소의 본래 소유주들이다. 소굴을 습격당했다고 생각해, 문답무용으로 죽이러 온 것이다.

 야마히로는 혀를 차며 일어나, 옆으로 뛰어서 야쿠자 테이블의 그늘에 몸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진흙처럼 무거워졌다. 우뚝 선 채로 혀도 돌지 않는다.

 이렇게 어이없게 자신은 죽는가 하고, 야마히로는 아연실색했다. 물론, 야쿠자가 됐을 때부터 각오는 했었다. 똑바로 죽진 못할 거라고.

 그러나, 이런 곳에서 끝난다면, 자신은 무엇을 위해 스가모의 살육을 살아남았는가. 무엇을 위해 그 악몽 같은 자기폭풍을 참고 견뎌낸 것인가. 무엇을 위해 타로 등을 키우고 킬엘리펀트・야쿠자클랜을 부흥시키려 했던 것인가. 무엇을 위해 야쿠자가 되고,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모든 것이, 이런 곳에서, 꼴불견으로 죽기 위해서였나.

 BLAM! BLAM! BLAM! BLAM! 문답무용의 총성이 그의 주마등・리콜을 베어갈랐다. 그 직후, 킹 하는 날카로운 도탄음이 몇 번이고 울렸다. 그것은 금속이 더 견고한 금속에 의해 튕겨지는 소리였다.

 “죽는담마--!” 야쿠자텐구가 소파의 그늘로부터 뛰어나와, 야마히로를 지키듯이, 습격자와의 사이를 가로막았던 것이다. 야쿠자텐구는 두 팔을 방패처럼 몸 앞에 뻗고 있었다. 아무리 중사이버네라 해도 제정신의 판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이해를 초월한 필사의 행동이었다.

 BLAM! BLAM! BLAM! BLAM! 챠카에 장전된 것은 더블 코트탄이나 트리플 코트탄이 아니라 그냥 납탄이었다. “까고자빠졌넴마--!” 사이버네 팔로 총탄을 견디어낸 뒤, 야쿠자텐구는 돌진, 두명의 야쿠자를 후려갈겼다. 상대는 총탄이 막힌 것 때문에 격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야쿠자텐구는 한 쪽 야쿠자에게 강렬한 백너클을 퍼부어 일격에 졸도시켰다.

 “빌어먹을, 군용 사이버네인가……!?” 또 한명의 야쿠자는 몸집이 크고, 카라테에도 뛰어난 듯하였다. 치고 받는 와중 권총을 떨어뜨렸지만, 냉정을 잃지 않고 야쿠자텐구의 맨몸의 배를 무릎으로 강렬하게 차올렸다. “이얏-!” “끄악-!”

 “어디 놈인진 몰라도 아이언 샤크를 만만하게 보지 말람마-!” 덩치 큰 야쿠자는 큰소리를 치며 도스 대거를 뽑았다. “으윽……” 야쿠자텐구는 걷어차인 곳을 누르며 무릎부터 무너져 내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신음했다.

 “죽어람마-!” 야쿠자는 줄질한 상어 같은 이빨을 드러내고 소리를 지르며, 도스 대거를 들고 돌격했다. “야쿠자텐구=상, 아부나이!” 야마히로는 바닥에 쓰러진 야쿠자로부터 권총을 빼앗아, 엄호 사격을 행하려고 했지만, 한 발 늦었다.

 습격자의 칼날이, 야쿠자텐구를 향해 내리쳐진다. 그 때.

 “죽는담마-……!” 야쿠자텐구는 적에게 등을 향하며 도스를 회피한 뒤, 비장의 수인 제트팩 분사를 행했다. 엄청난 불길이 뒤쪽으로 뿜어져 나와, 지근거리에서 도스 대거 야쿠자를 감쌌다. 도스 대거를 든 야쿠자는 비명을 지르며 스프링장치를 방불케 하듯 뒤로 홱 물러섰다. 하지만 늦었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 무시무시한 절규가 실내에 울려 퍼졌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야쿠자는 온몸이 불덩어리가 된 채 방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다가, 벽에 걸린 상어의 박제에 부딪혔다. 박제는 낙하해 사랑스러운 다키마쿠라를 방불케 하듯 불덩어리 야쿠자를 깔아뭉갰다. 야마히로는 일어서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살이나 머리카락이 타는 고약한 냄새가 금세 좁은 사무소 내를 채워 간다.

 “게혹, 게혹--……” 야쿠자텐구는 괴로운 듯 일어나더니, 바닥에 굴러다니는 또 한 자루의 총을 주워 올려서, 박제와 함께 계속 타오르는 불덩어리 야쿠자에게 다가가, 자비를 주었다. 머리에 총을 맞은 불덩어리 야쿠자는 움직이지 않게 되어, 그저 드러누운 채 불탈 뿐인 검은 인형으로 변했다.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 야쿠자텐구는 화장되어 가는 야쿠자를 내려다보고, 어깨로 숨을 쉬면서 말했다. “성전을 멈출 수는, 없는것이다……”

 “야쿠자텐구=상, 괜찮으십니까……!” 야마히로가 다가가, 무릎부터 무너져 내리려고 하는 야쿠자텐구를 부축했다.

 “옷을 갈아 입어라……!” 야쿠자텐구는, 마루에서 기절해 있는 또 한 명의 야쿠자를 붉은 코로 가리켰다. “당장 여기에서 벗어난다……!”

 “앗하이……!” 야마히로는 시키는 대로 했다. 그 자리에서 오렌지색 죄수복을 벗어던진 뒤, 사각팬티 차림으로 야쿠자 슈트 상하의와 검은 셔츠를 벗겨서, 그것으로 갈아입었다. 구두만은 너무 작아서 도저히 신을 수 없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빼앗은 야쿠자 지갑에는 몇 천엔 정도와 동전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야쿠자텐구가 창문을 연 것이다. 연료는 보급되어 있지 않다. 언제 연료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한시라도 빨리 이 야쿠자 사무소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마히로는 다가가 그의 어깨에 달라붙었다. 비상해 상가건물을 떠나 차가운 비가 그들을 맞았다. 수십 초도 안 되는 사이 제트팩의 트윈엔진이 작동불량을 일으켰다.

 한쪽이 완전히 침묵해 둘은 밸런스를 잃었다. 야쿠자텐구는 절반의 추력으로 필사적으로 비행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과잉 건축 빌딩가의 골목길에서 불완전 연소의 배연이 볼품없는 나선을 그렸다.

 “나무삼……!”충돌에 대비해 전신을 굳히면서, 야마히로는 신음했다.

 KRAAAAAAASH!

 직후 두 사람은 유리창을 뚫고 어딘가 어두운 방으로 돌입했다.


◆◆◆


 공중전화와 동전을 사용해 몇 건인가 연줄에 전화를 해봤지만,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의지하던 츠치노코・스트리트의 암의원도 문 닫고, 어느새 아니메 카페가 되어 있었다. 복역중에, 연줄이 모두다 야반도주나 폐점이라도 한 것 같다. 쿄토와의 개전과 계엄령 이래, 뒷세계 직업으로 살아가는 것은 상당히 하드 해졌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군……” 야마히로는 또 한대, 다른 ATM을 시험했지만, 비밀번호 입력 직후에 에러가 발생했다. 「큰 불편을 끼쳐 드리지만, 처리 할 수 없사와요.」어색하게 렉이 걸리면서, 조작 화면상에서는 폴리곤 3DCG의 토끼・메카・오이란이 깊이 절한다. 이걸로 스무 대째다. 초조함이 심해진다.

 “씨발, 이러면 약국이라도 습격해 ZBR를 빼앗는 편이 빠른가……?” 야마히로는 야쿠자텐구로부터 맡은 위법 소자 카드를, 다시 포켓에 넣었다. 야마히로는 지금 번화가에서 한길 옆으로 떨어진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다. 이곳까지 오가는 시민은 드물지만, 야마히로는 더 어두운 장소와, 그 법식을 알고 있다.

 강도짓을 한다면, 몇 년 만일까……레서 야쿠자 무렵, 야마히로는 적대 야쿠자 클랜이 운영하는 「약국」으로 향해, 권총으로 점원을 위협하고, 계산대안에 숨겨 두었던 약포에 들어있는 위법 토로 분말을 모두 백에 넣게 했다. 챠카를 쥔 손은 긴장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먼 기억과 감각이, 아주 한순간 플래시백 했다.

 이 나이 먹고서, 또 그런 보잘것 없는 범죄행위에 손을 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야마히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뒷골목에서 위세 좋은 듯한 야쿠자나 요타모노를 협박해 현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약국 강도와 위험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할 수밖에 없어.” 야마히로는 땀을 닦았다. 중금속 산성비는 그쳐 있었다. 야쿠자텐구를 방치하고 도망간다는 선택지는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런 짓을 하면 손케이가 떨어진다. 야마히로는 그에게 목숨을 구원 받은 것이다. 그에게 몸을 맡긴 것이다.이제 와서 뒤로 뺄 순 없다.

 야마히로는, 어두운 맨션의 한방에서 자신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야쿠자텐구를 생각했다. 지금 야쿠자텐구는 이곳에서 30분정도 거리에 있다. 그 자살적인 제트팩 비행으로 돌입한 곳은, 불행 중 다행으로 로그・해커의 거점으로 보이는 무인 UNIX 방이었다. 실내에는 여러 대의 UNIX가 쌓여 있었으며, 어떠한 자동화된 위법 전자 행위를 행하고 있었다. 경보류는 울리지 않았고, 야쿠자텐구가 잠시 몸을 숨기기엔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야쿠자텐구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졌고, 옆구리로부터 출혈도 있었다. 응급처치는 했지만 약재가 결정적으로 부족했다. 때문에, 야쿠자텐구는 야마히로에게 ZBR이나 총탄의 조달을 부탁하며, 무한히 현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하는 축복받은 위법 소자 카드를 건네준 뒤, 자신은 LAN케이블 투성이의 바닥에 몸을 눕혔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야마히로는 야쿠자 센스를 십분 발휘하여, 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스트리트의 숨결, 그리고 모종의 위화감을 감지하고 있었다. “샤바*는 상상했던 것과 상당히 달라. 뭐야, 이 들뜬 상태는……? 축제라도 하는 건가……?”

*불교 용어인 사바 세계. 즉, 감옥 밖을 가리키는 말이다.

 야마히로는 의아해하면서, ATM을 시험하기 위해 코케시마트에 들어갔다. 스트리트에서도 그랬지만, 가게 안에는 굉장히 그리운 곡이 흐르고 있었고, 야마히로를 노스탤직한 기분으로 만들었다. 소년 시절에 들어본 것 같은 곡들뿐이다. 인공전자음성의 악곡은 하나도 없다. 지금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된, 오가닉한 테크노 가요나 락 밴드나 팝 듀오뿐이다.

 ATM은 역시 원인불명의 에러를 일으켰다. 야마히로는 포켓에 든 동전을 센 다음, 계산대로 갔다. 순식간에 사냥감을 고른다. 계산대 강도도 생각했지만, 도주를 생각하면 너무 불리한 입지였기 때문에, 담배를 사는 데 그쳤다.

 “어이, 형씨, 담배 49번 부탁할게. 그리고 라이터도”

 “앗하이 49번 49번……”

 야마히로는 담배를 기다리며 코케시마트 점원에게 물었다.

 “스트리트가 꽤 북적이는데, 뭔가 하고 있어?”

 “하이. 크리스마스니까요.”

 “아아? 크리스마스……? 오늘이 며칠이지?”

 야마히로는 꾸깃꾸깃한 천엔 지폐를 점원에게 전했다.

 “천 엔 받았습니다. 아, 그러니까, 12월 24일이에요.” 코케시 마트 점원은 계산대를 쳐, 나온 영수증의 타임 스탬프를 노파심에 스스로도 확인하면서, 그것을 야마히로에게 보여 주었다. “이쪽입니다.”

 “……오.” 야마히로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런가, 벌써 그럴 때인가.”

 “하이, 감사합니다.”

 “헤헤, 달력 같은 건 못 보는 직업이라서 말야 ……” 야마히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20개피들이 『조금 밝은 바다』와 라이터 및 영수증을 받고, 그 찍힌 날짜를 한번 더 확인하면서 가게를 나왔다.

 영수증에 찍힌 날짜는 틀림없이 12월 24일이다. 그가 스가모 중범죄 형무소에서 카이쥬에게 습격당한 것은, 확실히 10월의 10일 경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두 달 넘게 그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자기 폭풍 속을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확실히 체감 시간으로는 며칠째 그 악몽 같은 01의 탁류 속을 날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2개월…….

 “응?”

 야마히로는 날짜 옆의 숫자를 알아챘다.

 믿기 어려운 숫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2011이라고.

 “2011년이라고……?” 야마히로는 입가에 손을 댔다. “어떻게 돼먹은거야.” 진땀이 흘려나왔다. 그는 극히 단순한 수학 계산을 했다. 마이너스 하는 것의, 2011. 도출된 답은……27.

 “27년 전이라고? 어이, 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거야, 제기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근처에 있던 뉴스 스탠드로 잰걸음을 해서, 남은 동전으로 코레와 신문을 샀다.

연말 범죄율 미증유의 증가!? 경사스런 시민이 들떠 떠들며 지갑도 느슨해지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에 걸쳐, 암흑사회의 다국적 강도단이나 야쿠자의 사기 집단도 대목이다. 술 취한 아버지들이 요염한 누나의 뒷모습에 끌려 비틀비틀 걸으면 골목길에서 금속 배트에 습격당해 돈도 목숨도 빼앗긴다. 그런 전쟁같은 이상 사태 속에서 정부는 연일 냄비 파티 정치에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하는 무서운 얘기다. 「초차원의 개혁」따위를 갖고 떠들어댔던 경제정책도 헛돌아서 지금은 사어 같은 것이다. 내년 2012년은 절망원년. 그것이 싫으면 지금 당장 정권교체다.

 몇 번을 봐도, 그 날짜는 2011년의 12월 24일이었다.


◆◆◆


 “하이, 도-모” 코케시마트 점원은 전화를 받았다. 무서운 상대로부터의 전화였다. 그는 무의식중에 움츠러들어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 뭔가, 있었습니까…?”

 『슈욱-……. 지금 롤러 작전*이라,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고 있는 거야. 우리 구역 침범한 새끼가 아직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너희 가게에서 요 한 시간 사이에 이상한 야쿠자가 오지 않았냐?』

*로드롤러를 방불케 하듯, 빈틈없이 일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는 이상한 야쿠자뿐이에요.」라고 말하려다, 점원은 그 말을 삼켰다. 상대는 마음씨 좋은 아르바이트 동료나 상사 따위가 아니다. 니춈의 패권을 다투는 신흥세력 중 하나인 아이언샤크・야쿠자클랜이다. 그들은 용서를 모른다. 섣부른 말을 했다가는 다음에 미카지메* 수금하러 왔을 때 몇 대 얻어맞고 발길질을 당할 것이다.
 *흔히 야쿠자가 보호료란 명목으로 뜯어가는 돈을 말한다.

 폭력의 대상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한다. 수상한 손님은 없었던가. 아무거나, 아무나라도 좋다. 자기만 안 맞는다면.

 “앗.” 그 때, 점원의 머리에서, 조금 전의 손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왔었나?』

 “하이, 땀투성이 야쿠자에, 담배를 사갔습니다만. 「오늘이 몇월 며칠이지?」……라고 물어왔었어요.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지 않습니까. 24일이라고 했더니 묘하게 놀라는 얼굴을 했었습니다.”

 『막 출소한 야쿠자는, 날짜감각과 방향감각이 뒤틀린다……. 슈욱- ……. 그녀석의 복장은 어땠지? 』

 “복장…… 아뇨, 보통의 야쿠자 슈트였습니다만”

 『신발은?』

 “신발, 잠깐 기다려주세요……” 점원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범 영상을 되감았다. “앗……” 그리고, 조금 전의 야쿠자로부터 느낀, 모종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찍찍이 달린, 검은색과 흰색 스니커입니다. 형무소에서, 신고 있는거 같은……”

 『……지금 당장 방범 카메라의 영상, 이쪽으로 보내라구.』


◆◆◆


 야마히로는 붓다를 탓하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 할 일은 분명하다. 앞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과거에 있다고는 믿기 어려우나, 그렇다고 한다면 수많은 부정합이 설명이 된다. 잠복해 있는 맨션으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야쿠자텐구에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조금 걷다가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어이, 기다려. 빈손으로 돌아가서 그런 말을 전한다고 어떻게 돼……?”

 야마히로는 어지럽게 흐트러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조금 밝은 바다」 잘 생각 해보니, 2038년에는 이미 단종된 지 오래된 상표였다.

 “야쿠자텐구=상이 2038년까지 데리고 돌아가 준다는 건가? 그것보다 먼저, 우선 약물을 조달해야 하지만……”

 야마히로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다. 마치 레서 야쿠자 심부름꾼처럼 꼴사납다.

 지리리리리리리. 지리리리리리리. 추격타를 치듯이 소란스러운 공중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야마히로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았다. 박스형이 아니라 골목의 블록 벽에 설치된 타입으로,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건메탈 색 전화기가 네 대 늘어서 있었다. 그중 한 대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왜 공중전화쪽에서 그를 호출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드디어 환청이냐……”

 야마히로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보고도 못 본 체하며 전화기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조금 뒤쪽에서 그를 부르는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뭘 꾸물꾸물거려! 이쪽이다! 돌아와!』

 야마히로가 돌아보니 조금 전의 공중 전화가 있는 곳에 오딘 신이 서서, 그를 힘차게 손짓하고 있었다. 미들 롱의 백발에 검은 안대를 찼으며, 황금 투구를 쓰고, 핑크색의 빛을 후광인 듯이 감고 있다.

 “위험해.”

 야마히로는 안색을 바꾸고, 담배를 지면에 내뱉었다. 주위의 통행인을 재빠르게 언뜻 보고 나서, 오딘 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공중전화기 옆에 서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왜 도로에 나와버린거야……! 좀 봐줘! 카타기*의 눈에 띄어버리잖아……!” 하지만 다행히, 자신 이외의 누구에게도, 그 오딘신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카타기란 야쿠자와 무관한 건실한 직업에 종사하는 시민을 말한다.

 『네가 눈을 돌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바보 같은 놈이!』 오딘신은 야마히로의 가슴을 몇 번이나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언짢은 듯이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이몸은 점보제트 안에서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중이다! 너를, 위해서. 지상까지 내려와 있는 거라구! 이 바보 녀석!』

 “알았어, 받는다고. 누구로부터의 전화인 거야.” 야마히로는 수화기를 낚아채듯이 잡고, 왼손으로 옮겨, 귀에 댔다.

 『알려주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너는 성전사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였지 않은가! 알겠느냐, 등을 펴라!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오딘은 그의 어깨를 탁탁 두들기며 용기를 북돋우듯이 말했다. 『성전사로서의 자각을 갖지 않겠나……!』

 “하이, 모시모시, 모시모시……” 야마히로는 쭈볏쭈볏 작은 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등을 블록 담에, 몸을 길쪽을 향했다. 수화기에서는 무언가 자-자- 하는 튜닝이 잘못된 라디오 같은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지만 회선은 분명하게 어딘가에 접속되려 하고 있었다.

 응답을 기다리면서, 야마히로는 스트리트에 눈을 번뜩였다. 행인 중에 자객이나 맙포가 섞여 있지 않을까 경계하면서, 오른손으로는 살며시 주머니의 챠카를 만지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총을 뽑을 태세를 취했다.

 어느새 오딘 신과 핑크색 빛은 사라져 있었다. 수화기 너머의 노이즈는 서서히 형태를 이루고 있다.

 “아리에나잇테*” 두 개 건너 옆의 전화기에는 가느다란 너덜너덜한 청바지에 검은 캡을 쓴 중동인으로 생각되는 남자가 있었다. 야마히로는 눈만 움직이며 그쪽을 언뜻 보았다.
*있을 리 없다니까.

 “다카라, 아리에나잇테*.” 중동인들은 낯선 말과 몸짓 손짓으로 무언가를 빠르게 떠들어대고 있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가끔 껴있는 서투른 일본어 부분뿐. 아마도 위법 물품의 매매가인가에 관한 거겠지. 혹은 믿고있던 거래처에 속았거나 뭔가이거나.
*그러니까 있을 리 없다니까.

 “한파나잇테, 한파나잇테, 코레*.” 중동인은 몰려서 필사적이다. 뼈있는 젊은이다. 언어는 몰라도 야마히로는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반골심은 국경을 초월한 야쿠자의 공통 언어다.

*장난아니라고, 장난아니라고, 이거.

 『……모시모시.』

 그때 느닷없이 노이즈가 사라지더니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마히로는 의식을 옆 중동인에게서 수화기로 되돌렸다.

 “모시모시, 여긴 야마히로입니다……!”

 『여기는 야쿠자텐구……』

 “잘됐다. 야쿠자텐구=상인가……!”

 연결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연결됐다. 야마히로는 밝은 표정을 지은 뒤 곧바로 목소리 톤을 낮췄다. 눈에 띄는 행동은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는 자신의 꿈속 같은 게 아니다. 현실인 것이다. 주위에 대한 경계도 풀어서는 안 된다.

 “……야쿠자텐구=상, 들어 주세요. 소자카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거리에 나와서 여러 가지로 알게 됐거든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네오사이타마가 멸망했나? 아니면, 야쿠자가 멸종했나?』

 “아닙니다……”

 야마히로는 단 한순간만 총에서 손을 떼고 슈트의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짜낸 걸레처럼, 놀랄 정도의 진땀이 몸 안쪽에서 끝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감각이, 새삼스럽게,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야마히로에게 들이댔다.

 “……사무소가 이상하다고 야쿠자텐구=상도 말했지요? 내가 의지했던 샤바의 연줄도, 무엇 하나 연결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아마 여기는 2011년 네오 사이타마입니다. TV도 신문도 스트리트의 모습도 모두 옛날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들 30년 가까이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거기까지 말을 꺼낸 야마히로는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타임슬립해버린거 같아요.”

『2011년이라고……?』

 수화기 너머 야쿠자텐구가 되풀이했다. 야마히로의 제정신을 의심하는 듯한 말투로.

 『타임슬립이라고……?』

 “하이……타임슬립입니다……”

 야마히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야쿠자텐구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 자신은 완전히 착란하고 있어서, 야쿠자텐구가 그것을 충고해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하지만, 야쿠자텐구는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야쿠자 챈트를 반복할 뿐, 대답인듯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3분간 정도 계속 되었다. 옆의 중동인은 교섭이 좋지 않은 듯해, 전화기를 주먹으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야마히로는 순간 움찔하고 그쪽으로 향한 뒤 다시 수화기에 의식을 집중했다.

 『2011년…….2011년이라고……. 게혹! 게혹-!』

 전화 저쪽에서 야쿠자텐구가 목이 메였다. 아이언샤크의 야쿠자에게 총을 맞은 상처 때문일까. 혹은 야마히로를 감싸면서 자기 폭풍 속을 계속 날아다닌 탓일까. 야마히로는, 지금 이 때도 야쿠자텐구의 셔츠에 새빨간 피의 얼룩이 퍼져 가고 있는 모습을, 혹은 그 손발의 말단이 01010101붕괴해 가는 모습을, 손쉽게 마음에 그려냈다.

 그러자 야마히로는 깊이 후회하는 마음에 휩싸였다. 타임슬립 따윈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이 상황을 살아 남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것을, 자신의 제정신이라고 하는 사소한 것을 지키려고, 시간을 낭비하고, 부상당한 야쿠자텐구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죄송함다, 야쿠자텐구=상, 괜찮으십니까?” 

 마음속 어딘가에서 야쿠자텐구는 닌자와 같은 강력한 무적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야쿠자텐구는 무적의 존재따위가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살아 있는 야쿠자이며,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야마히로는 자신의 뺨을 때리고, 키아이(*기합)를 다시 넣었다. 가슴을 펴고 그레이터 야쿠자로 행동하기 위해서.

 “죄송함다, 타임슬립은 이 기회에, 잊어주세요. 네오사이타마는 네오사이타마입니다. 동네 지식은 있어요. 챠카를 써서 약을 조달하면, 금방 돌아올 테니, 거기서 움직이지 마시고……”

『며칠인가?』

 야쿠자텐구가 험악한 말투로 야마히로에게 물었다.

 “뭐라고요?”

『까고자빠졌넴마-……! 2011년 몇월 며칠이냐……! 당장 대답해라……!』

 “하, 하이!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시각은 17시. 곧 해가 저뭅니다”

『점보 제트의 신들이여……』

 야쿠자텐구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강인한 기둥에 의해서 지탱된 야쿠자텐구 안에서, 무엇인가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2011년이라고……』

 야쿠자텐구는, 오열했다. 그런 상황을 야마히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설령 광기에 뒷받침된 손케이라 해도, 어떤 상황에서도, 야쿠자텐구가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오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마히로는 깨달았다. 이제 시간이 없다고.

 “야쿠자텐구=상, 거기서 기다려 주세요……! 이제 끊을 거니까……!”

 야마히로는 맹세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 둘이서.

 “반드시, 곧바로, 돌아오니까요……!”

 하지만 야쿠자텐구의 대답은 달랐다.

『아직이야! 아직 끊지 마! 여기에는 오지 마라……! 그런 시간은, 네게 남겨지지 않았다……!』

 야쿠자텐구는 바리톤 목소리로 신음하듯 말했다.

『……너를 새로운 성전사 견습으로 선택한 내 눈에 틀림은 없었다. 속죄의 성전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야쿠자텐구=상, 뭐라고요? 무엇을,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뭔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일을 알려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야마히로의 온몸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렇다면 적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너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야쿠자텐구의 목소리는 다시 강철처럼 강인해져 있었다. 자기 폭풍 노이즈가 섞이기 시작해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야쿠자텐구=상, 나더러 무엇을 하라고……!? 제게 시킬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무엇이든 말해 주세요! 내 목숨은, 당신한테 맡겼으니까! 뭐든지 하겠습니다!”

 여유를 주지 않듯, 부-, 부-, 부- 하는 통화료 부족의 경고음이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넣지도 않았을 코인이 기계 안에서 삼켜지는 소리가 울렸다. 접속이 끊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씹, 돈이……!”

 야마히로는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동전을 찾았다.

『너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게헨나의 뚜껑을 닫아, 모든 닌자의 재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

 하지만 원래, 이 전화를 건 사람은 야마히로가 아니었다. 일방통행 착신이다. 어떤 원리로 야쿠자텐구와 연결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동전을 넣는것에 의미 따위 있을까. 그것을 눈치챈 야마히로가 시선을 올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접근을 허용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네오・카부키쵸로 향하라…… 모든 것이 늦기 전에……』

 어느새인지, 반대측 차선에는 검은색으로 칠한 야쿠자 세단이 정차 중이고, 선글라스를 낀 세 명의 강인한 남자들이 내리고 있었다. 야마히로는 그것을 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검은 야쿠자 코트를 입고 있었으며, 그 소맷부리에서는 흉악한 총구가 내비치고 있었다. 선두를 걷는 남자가 흉포하게 웃었다.

 그 이빨은, 상어처럼 날카롭게 줄질이 되어 있었다.



 아이언샤크의 자객을 이끌고 있는 것은, 키토라고 하는 키 큰 남자였다. 보르살리노*를 쓴 머리는 스킨헤드였으며 안와는 움푹 패여있고 작은 눈동자는 피에 굶주려 반짝반짝 빛나 활력이 넘쳤다.

*보르살리노는 중절모. 엄밀히는 브랜드 이름인데, 같은 이름의 영화로 인해 유명세를 탄 후 호치키스나 세스나처럼 브랜드명이 대명사가 된 것이다.

 언제나, 키토는 콘크리트를 헤엄치는 상어 같은 탐욕으로 카부키쵸를 순회하고, 금방 사냥감을 찾아낸다…… 그러한 독특한 후각이 있었다. 좋아하는 합성토로 분말을 검은 가죽장갑 위에 Z자로 뿌려서 오른쪽 왼쪽 비강으로 차례차례 들이마시면, 타고난 후각과 촉이 몇 배는 좋아졌다.

 이번에도 그렇다. 키토는 방범 카메라의 영상을 통해 야마히로를 목표로 정하고, 세인트・니치렌즈・스트리트의 공중 전화 앞에서 그를 발견했다.

 야마히로는 통화중이었다.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전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야마히로의 오른손은, 바지 주머니 안에 있었다. 즉, 안주머니의 챠카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키토는 그때를 노렸다.

 야마히로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검은 코트를 입은 야쿠자 세 명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솟아올라, 모든 것이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검은 총구가, 세 개.

『지금 당장 네오카부키쵸로 향해라…… 모든 것이 늦기 전에……』떨어지는 수화기에서 새어나오는 야쿠자텐구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울렸다. 『핑크색 빛이……너를……이끈다……』

 BLAM! 총소리가 울렸다. BLAMBLAMBLAM! 계속 울렸다. 야마히로의 손은 아직 자신의 챠카를 뽑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왜인지 아이언샤크의 한 명이 도로에 쓰러졌다. 코를 찌르는 값싼 초연 냄새가 났다. 총소리는, 야마히로의 바로 옆에서 들렸다.

 “한파나잇테, 코레……” 아이언샤크를 쏜 것은 야마히로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공중전화를 사용하던 중동인 젊은이였다. 야마히로에게나 키토에게나 예상 밖의 일이었다.

 “죽는담마-!” 야마히로는 이 기회를 틈타, 아이언샤크를 향해 총을 쏘았다.

 총알이 키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고, 다른 한 발이 왼팔을 꿰뚫었다. 키토가 자랑하는 검은색 코트에 커다란 펀칭 구멍이 뚫렸다. 피가 스트리트를 물들였다. 행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야쿠자 항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아이엣!?” 중동인은 야마히로의 움직임에 놀랐다. 당황한 나머지, 젊은이의 챠카 총구는, 축 늘어진 그것처럼 아래를 향해 있었다. 이 젊은이는 아이언샤크와는 무관계였다. 그러나 마약판매의 두목에게 시달리다 궁지에 몰린 그는, 이 야쿠자들을 보고서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찾아온 청소부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닌뭐냠마-!” 야마히로는 상관하지 않고, 이 젊은이와 나란히 서서 야쿠자 슬랭과 함께 계속 쏘았다.

 “이런 씹! 동료가 있었나!” 키토가 분한 듯 외치며 또 다른 야쿠자를 이끌고 차의 그늘로 퇴각했다. 노상에는 시체로 변한 야쿠자가 큰대자로 뻗어서 움찔움찔하며 경련하고 있었다.

 “어이, 도망가자!” 야마히로는 중동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한계까지 굶은 듯한, 가느다란 어깨였다.

 “엣!? 엣!? 왜!?” 젊은이는 당황하고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마! 죽고 싶지 않으면 도망가는 거야!” BLAMBLAMBLAM! 야마히로는 정차중인 야쿠자 세단에 위협하듯 두세 발 정도 본보기 같은 총탄을 박아넣어, 앞 유리를 깨뜨려 보였다.

 야마히로는 그대로 크리스마스 팝이 흐르는 큰길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 젊은이는 오지 않았다. 장래성은 있었지만, 망설임이 젊은이를 죽였다. 뒤쪽에서 총성이 울렸고 청년은 납탄에 맞아 쓰러졌다. 직후 야쿠자 세단이 그 시체를 짓밟으며 사나운 상어처럼 다가왔다.

 야마히로는 후방을 언뜻 보고 혀를 차며 안전한 혼잡 속으로 뛰어들었다.

◆◆◆

「맘모스, 맘모스, 즉시대출 맘모스! 즉시대출로 론! 지금 당장 현금!」 「말법칼립스! 말법칼립스의 때가 가깝다!」 「오빠! 어패류! 어패류!」 「장기 남지 않아? 장기 구매한다고!」 「이후 약속 있습니까---!?」 「나지금, 체온 몇 도일까나---!?」위세 좋은 호객꾼들의 소리가 네온사인에 섞인다.

“씨발……. 여기서 뭘 하면 되는 거야……?” 야마히로는 만취 사라리만과 무궤도 대학생들 사이를 걸으면서, 야쿠자 슈트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는 은신처로 돌아가지 않고 야쿠자텐구의 말대로 네오카부키쵸의 변두리로 향하고 있었다.

아이언샤크의 추격자는 따돌린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단기적인 이야기 뿐만이 아니다. 만약에 이 고비를 넘기고, ZBR이나 연료를 손에 넣어, 야쿠자텐구와 함께 살아남았다고 해도……2038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단 둘이서, 이 2011년에서 살아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고 해도…… 무엇인가 어드밴티지를 살릴 수는 없을까? 자신은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미래에서 온 야쿠자이기 때문이다. ……그걸 시노기*로 할 수 없을까?
*시노기란 야쿠자의 생계수단을 말하는 속어이다.

“도박…… 아니, 야구도박인가……” 야마히로는 번뜩였다. 그는 역대 리그 우승 야구팀을 대체로 기억하고 있다. 그 결승전 상대도. 즉, 시즌이 개막된 시점부터 어느 두 팀에 전액 걸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을 2, 3년 계속하면, 틀림없이 억만장자일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발버둥치고 시노기를 찾으려 하는 그레이터야쿠자의 본능이다.

“좋아, 할 수 있어……” 야마히로의 마음에 희망의 빛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직후, 그는 눈앞의 성전으로 다시 끌려왔다. 그 어떤 네온빛보다 눈부신 핑크색의 빛이 그의 전방에 나타난 것이다. 요란한 전화벨 소리를 수반하면서.

『여기입니다, 야마히로여. 서두르세요.』 거기에는 붓다가 서서 그를 손짓하고 있었다. 야마히로는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았다.

“씨발…… 드디어 붓다의 행차인가……” 야마히로는 좌우를 보면서 골목을 건너, 빠른 속도로 박스형 공중전화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역시 이 벨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붓다도 보이지 않는다.

“……모시모시.” 야마히로는 약간 떨리는 팔로 수화기를 들었다.

『가부키쵸군……』 야쿠자텐구의 괴로운 듯한 목소리였다. 그 한숨은 눌어 붙는 듯한 상처의 온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이, 지금 막 동쪽 끝입니다. 지구라트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 앞……북측의 대로에, 가라오케 빌딩이 줄지어 있다……그 끝의 패밀리 레스토랑, 「타카시미즈・다이너」로 향해라……. 챠카의 총알은 남아있겠지……?』

“하이, 아직 남았습니다. 그 레스토랑에서, 무엇을……?” 야마히로는 침을 삼켰다. 품에 감춘 챠카가 묵직하게 무게를 늘린 듯했다.

『닌자의 재앙……그 모든 것이, 오늘 밤 종지부를 찍게 되리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창가의 패밀리석을 찾아라……』

야쿠자텐구는 괴로운 듯 신음하고 잠시 침묵하였지만, 이윽고 이렇게 대답했다.

『쇠퇴한 파라오를 섬기는 2인조 야쿠자가 있다……. 베니우사기・야쿠자 클랜의 야쿠자다……. 한 명은 40 정도…… 또 한명은 20이 조금 안된다……. 고센의 땅에서, 잿빛머리의 마성의 소년이 나타나……그 맞은편에 앉을 것이다……. 그 이름은, 후지오・카타쿠라……. 그 정체는 닌자다. 어두운 닌자다……』

광기 같은 콜라주처럼 군데군데 의미불명인 성경 인용문이 끼긴 했지만, 야쿠자텐구의 지시 자체는, 지금 바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상세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야마히로는 다시 격렬한 이명과 두통에 덮쳐졌다.

“아, 알겠습니다. 그 자리를 찾아내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야마히로는 어금니를 물며, 깨질 것 같은 두통을 참았다.

야쿠자텐구는 신음했다. 괴로운듯이 말을 뱉어냈다.

『……그 전원을, 챠카로 쏴 죽여라……. 그러면, 닌자……태고의 악령이 이 세계에 해방될 일은 없고…… 야쿠자는……평화 속에 통치하게 될 것이다……』

죽여? 전원을? 소년형 닌자까지도? 쏴죽일 수 있다는 것인가?

“야쿠자텐구=상! 기다려 주세요! 내가 닌자를 죽일 수 있는 겁니까요!?” 야마히로는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의 톤을 떨어뜨렸다. 코트를 입은 노부부가 겁에 질린 듯한 얼굴로 그를 언뜻 보고 옆을 지나쳐 갔다. “평범한 챠카로 그런 일이……!”

『먼저……두 명의 야쿠자를 죽여라……. 성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희생이다……. 어느쪽이나 챠카를 숨기고 있다……방심하지 마라……. 너에게는 아직……성전의 의무가 남아 있다……』

“야쿠자텐구=상, 그, 그걸로 우리는 미래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시각을 말해……!』

“이제 곧 19시입니다만……”

“까고자빠졌넴마-!!”

“스, 스미마셍!”

야마히로는 반사적으로 떨었다. 야쿠자텐구는 전화기 너머로 몇 번인가 콜록거리고 나서, 숨을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본래라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서둘러라. 닫히기 전에……!』

“기다려……!”

뚜-, 뚜-, 무자비한 기계음이 울리더니 통화가 끊겼다. 쿵, 쿵, 하고 전화박스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욕설이.

“지랄하냠마-! 바카와돗치담마-! 냉큼 처나오람마-!”

야마히로는 놀라서 하마터면 챠카를 뽑을 뻔했다. 하지만 밖에서 전화박스를 두드리며 야마히로를 노려보고 있던 것은, 아이언샤크도 맙포도 아닌, 단골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추위를 견뎌 내려는 스트리트 오이란이었다.

◆◆◆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네오사이타마에 내리는 중금속 산성비가 잿빛 눈으로 변해가던 밤. 목에서 아뮬렛을 건 초등학생 후지오・카타쿠라는 부모와 함께 네오카부키쵸 인근 레스토랑에 와 있었다. 집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채던 후지오는 모처럼의 사치에 놀랐다.

“괜찮아? 이렇게 사치. 스고이하네.”

그다지 호화로운 요리는 아니다. 단순한 계란・스시와 오하기・스시다.

“괜찮아.” 아버지는 그날 밤처럼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힘은 없었다. 스시가 식탁으로 나온다.

“아빠, 나……” 후지오는 무언가를 전하려다. 말을 멈췄다. “미안, 화장실.”

(((몇 번이고 연습했는데.))) 화장실로 향한 후지오는 큰 거울 앞에서 혼자 복창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으로 네오사이타마 대학에 들어갈 거야. 그리고 고고학을 공부할 거야. 한자의 비밀을 풀 거야.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 같은 건, 믿고 싶지 않으니까……))) 그 말의 무거움도 모르고.

“있잖아, 아빠, 엄마, 나 알고있어. 집에 돈이 부족하다는 거. 그래서 나 정했어. 많이 공부해서 대학에 갈게. 성적이 우수하면 네오사이타마 시가 돈을 대준다고 해. 그리고 고고학을 공부할거야. 잔뜩 돈을 벌고, 그래서……한자의 비밀도 풀어낼 테니까!”

“좋아……” 후지오 소년이 복창을 끝내고 화장실에서 돌아오니, 양친의 모습은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타타미석에 앉아 가슴의 아뮬렛을 천장의 빛에 비춰 테이블에 비치는 에이션트 한자를 보고 있었다. 잠시 후 담배 냄새를 풍기는 야쿠자 두 명이 그의 앞에 앉았다.

후지오는 당황하며 가게 안을 둘러봤다. 어느정도 떨어진 자리에는 야근 중인 맙포가 있었다. 그들은 NSPD 점퍼를 입고 경찰모를 쓰고 있어서 한눈에 알아봤다. 후지오는 의지하려는 생각으로 그들 쪽을 보았다.

그야말로 짧은 순간, 젊은 맙포와 눈이 마주쳤다. 맙포는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놓인 뜨거운 커피와 도넛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

핑크색 불빛이 레스토랑 앞에서 희미하게 깜빡이는 듯했다.

야마히로는 거기에 다다랐다. 지정된 가게 앞에는 후줄근한 야쿠자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되팔 때마다 찌그러진 곳을 몇번이나 고치고 그때마다 마감이 조잡해지는, 전형적인 「오사가리*」였다. 벤츠의 운전석에는 서른가량의 야쿠자가 한 명. 엔진을 켠 채 담배를 피우며 실실 웃는 얼굴로 오이란 그라비아 잡지를 읽고 있었다.
*오사가리란 윗사람으로부터 물려받은 물건을 말한다.

야마히로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태연한 척 걸으며, 이 남자를 곁눈질로 일별했다. 아이언샤크의 앞잡이가 아니다. 누구를 쫓고 있는 모습도 아니다. 완전히 릴랙스, 느슨해져 있다. 그레이터야쿠자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판단한 뒤, 그 차 옆을 지나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랏샤이마세!』전자 마이코 음성이 아닌 케케묵은 인간의 녹음 보이스가 자동문의 차임 소리와 함께 울렸다.

「스시 페어」 「크리스마스」 「스시 페어」따위의 무기질적 노보리가 복도에 줄지어 서서 야마히로를 맞이했다. 대기표는 백지다. 대합석에는 아무도 없고, 점내에는 손님이 반쯤 찬 정도 .

야마히로는 싸구려 적색 융단이 깔린 현관을 걸어 계산대 앞으로 갔다. 웨이트리스의 안내로 4인용 자리에 앉아서는 메뉴도 펼치지 않은 채 코부챠 라떼를 주문했다. 그동안에도 쭉 가게 안의 모든 자리에 눈을 번뜩였다.

“손님, 시츠레이입니다만.” 주문을 종이에 적으면서 웨이트리스가 물었다. “몸이 안 좋으십니까?”

“아니……” 야마히로는 땀투성이였다. 게다가 심한 두통을 견디고 있었다. 이 레스토랑에 가까워지면서 두통과 이명이 심해졌다. 전자석의 같은 극끼리 가까이 갔을 때 발생하는 것 같은, 불가시의 척력 혹은 역장 같은 것이 그의 주위에서 작용하는 것만 같았다. “괜찮아, 암것도 아냐.”

“그렇습니까?” 웨이트리스가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살인을 행하는데, 점원에게 의심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아아, 미안한데.” 야마히로는 겸연쩍게 미소 짓고, 배를 누르며 말했다. “화장실이 어디야?”

“그거라면 좌측 안쪽에 있습니다.” 웨이트리스는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 납득한 모습으로 키친으로 돌아갔다. 야마히로는 일어나 휘청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도중에 잿빛머리 소년과 엇갈렸다.

“응……?” 야마히로는 되돌아보았다.

지리리리리리, 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야마히로는 전격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이너・레스토랑 점내에 핑크색으로 칠해진 복고풍 공중전화가 놓여 있었다. 거기에 핑크색의 빛을 발하는 지저스가 서서, 한 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며 그를 손짓으로 부르고 있었다.

『늦었다고!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 개같이 맞고 싶은 거냐!? 』지저스는 초조해 했다.

◆◆◆

“후지오・카타쿠라 군이지?” 마흔가량의 야쿠자, 시가라가 말했다. 이런 구질구질한 인신매매가 베니우사기・야쿠자 클랜의 전통적 시노기 중 하나였다.

“하이……” 후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모가 좋은 소년이다. 눈과 머리 색깔도 희귀하다. 상당한 돈이 될 것이다.

시가라는 미소지었다. “같이 즐거운 곳으로 갈까?”

“엣.” 후지오는 말문이 막혔다. 아주 싫어하는 담배 냄새가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아빠는……?”

“아빠도 나중에 거기로 올 거야. 아무 걱정할 것 없어. 뭐, 그렇지?” 시가라는 옆에 있는 레서야쿠자 견습을 불러 물었다. 이름은 데구치. 하이틴의 친피라*로, 폼잡는 머리에 멋진 선글라스, 그리고 광택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친피라란 졸개, 말단, 양아치 정도의 뜻이다.

“아아, 그렇지.” 라고, 친피라는 나른한 듯 말했다. “계산대에서, 장난감도 사 줄 수 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총으로 말이야.”

“……거짓말이지?” 후지오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뭐라고 했냐?” 시가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다소 위압적으로 후지오 소년을 바라보았다. “넌 똑똑한 애라고 들었어.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고 있지?”

“아이에에에에에!” 계산대 쪽에서 여직원의 비명이 들렸다. 코부챠와 커피를 나르던 웨이트리스가 손님과 부딪쳐서 포트와 찻잔이 바닥에 굴러 깨졌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탕, 탕, 탕. 하고 연달아서 소리가 울렸다. 여점원의 비명은 이제 절규로 바뀌었다. 데구치와 시가라의 얼굴 사이로 뜨거운 납탄이 스쳤다. 데구치는 고개를 들었다. 볼품없는 슈트를 입은 낯선 야쿠자가 웨이트리스를 뿌리치며 걸어오고 있었다. 이쪽으로 총을 겨누고 있다.

총이 또 불을 뿜었다.

“앗!” 데구치의 오른팔이 뒤로 당겨지더니, 축 늘어졌다. 어깨에 총을 맞은 걸 깨달았다.

“데구치! 카치코미*다! 챠카뽑아 챠카! 죽는담마-!” 시가라가 외치며 챠카를 겨누었다.
*카치코미란 야쿠자들이 다른 야쿠자의 사무소에 쳐들어가는 행위를 말한다.

“앗하이!” 데구치는 크게 허둥대며, 왼손을 써서, 품속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총싸움 따위는 상정도 하지 않았었다. 안전장치도 걸린 채였다.

후지오 소년은 멍하니 자리에 앉은 채 눈앞에서 피를 뿜어내는 야쿠자를 보고 있었다.

“죽는담마-!” 데구치는 일어서서 시가라를 감싸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아밧.” 옆에 있던 시가라의 이마에 총탄이 명중했다. 시가라는 뒤로 쓰러져 마이코・ 캬바레처럼 몸을 뒤로 젖힌 자세로 즉사했다.

"닌뭐냠마-!” 데구치는 역정을 내며 적을 노려보았다. 적은 뭐라고 중얼거리고, 숙연하게 사격을 행하면서 다가왔다. 탕, 탕, 하고 데구치의 야쿠자 슈트가 터졌다. 배때기에 두 발, 구멍이 났다.

데구치는 겨우, 총의 격철을 당겼다. 다가온 습격자의 구둣발 끝이, 그것을 차서 날렸다. 적은 능숙한 그레이터야쿠자였다. 데구치는 총을 잃고 맨몸이 되었다.

◆◆◆

“이 새끼가……!” 친피라는 피를 토하면서 때리려고 덤벼들었다.

야마히로는 정면에서, 왼손으로 꽉 껴안듯이, 그 젊은이를 꼼짝 못하게 했다. 이때 한 대 맞았지만, 팔이 다 뻗기 전이라 결정타에는 이르지 못했다. 마구 날뛰며 팔꿈치를 내려치지만, 야마히로는 개의치 않는다.

“미안하다. 죽어 줘라……!” 야마히로는 그대로, 밀착시킨 챠카 건으로, 젊은이의 가슴에 2발, 총탄을 쏘아 넣었다. 이 녀석도 요즘 보기 드물게 뼈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젊은이가 잘 죽는 날이었다.

“악, 악.” 데구치라고 불린 친피라는 뛰듯이 떨며, 그럼에도 여전히 이를 악물고 버텼다. 또다시 한 발 쏴 버린 다음, 걷어차서 날렸다. 데구치는 눈을 부릅뜨고 경련하며 바닥에 벌렁 나자빠졌다. 몇 분도 안 되어 죽을 것이다.

야마히로는 고개를 돌렸다. 다음은, 후지오였던가 하는 꼬맹이를 처치할 뿐이다. 잿빛머리의 소년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공포에 얼어붙은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소년은 너무나 무력했다.

야마히로는 그것을 보고, 혀를 찼다.

“우우……” 소년은 가슴팍의 아뮬렛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야마히로를 지긋이 보고 있었다. 분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야마히로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방아쇠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야마히로의 두 눈에서는 끝임없이 눈물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선 레서야쿠자가 경련하며 심정지하려 하고 있었다. 그 피가 다이너 바닥의 랜덤한 타일재를 따라 흘렀다.

『죽여! 뭘 망설이고 있어! 죽여!』 지저스가 주먹을 쥐고 야마히로의 어깨를 몇번이나 두드렸다. 『앞으로 한 발자국이다! 그 꼬맹이를 죽여!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면 닌자의 만연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야마히로에게는 긍지가 있었다. 킬엘리펀트・야쿠자 클랜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범죄행위에 손을 댔지만, 무력한 꼬맹이를 먹잇감으로 하는 일만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소년의 정체는 닌자이니까. 그러나 사실인가. 정말로. 이 소년은.

……페이스・투・페이스다. 야마히로는 이를 악물고 몸을 굽혀, 숨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소년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후지오・카타쿠라지……!?” 야마히로가 말했다.

“하이.” 소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닌자냐……?” 야마히로가 다시 물었다. 가게 안에 방범벨이 울리고 안쪽 자리의 맙포들이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채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 맙포스코어의 계산일 것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엣?” 소년은 당황했다. “닌자는…… 아닙니다…… 아빠가 없어져서……”

“씨발……” 야마히로는 얼굴을 떼고, 총을 올려, 소년의 미간을 겨냥했다.

그리고 발길을 돌렸다.

“맘에 드는 옷인데, 다 버렸군.” 야마히로는 말을 내뱉고, 챠카를 바지 뒤로 밀어 넣더니, 튀긴 피투성이의 재킷을 벗어, 내던졌다. 상어 안감의 재킷이었다.

“이런 씹…!” 야마히로는 깨질 듯한 두통을 참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큰걸음으로 걸어갔다. 돈은 내지 않고 계산대 앞을 통과해서 붉은 합성융단의 현관으로 향했다. 점차, 뜀걸음으로 바꾸어 갔다.

야마히로에게는, 거의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의식이 몽롱하여 모든 것이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요란한 방범벨 소리만이 머리 속에서 이 세상의 끝을 알리는 종처럼 맹렬히 울리고 있었다.

자동문이 어이없을 정도로 완만하게 열리며 안색이 바뀐 베니우사기 야쿠자가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벤츠 운전석에 있던 남자였다. 야마히로는 고개를 숙이고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깨가 부딪치자 야쿠자가 뭐라고 외쳤다. 야마히로는 돌아서면서 바지에서 뽑은 챠카를 쏘았다. 총탄은 운전수 야쿠자의 배와 가슴에 명중했다. 야쿠자는 두세 걸음 뒷걸음질치더니 뒤로 나자빠졌다.

야마히로가 휘청거리며 자동문을 통과하니, 가게 앞에 서 있는 야쿠자 벤츠가 보였다. 도어를 통과할 때의 전자챠임소리는 볼륨 10으로 울리는 천계의 팡파르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넌 대단한 타마*야!』 오딘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타구니를 쥐듯이 두드렸다.
*타마란 보오 밑의 구슬을 뜻하며, 야쿠자조직의 조장이나 와카카시라등의 간부의 목숨을 뜻하기도 하다.

“윽!” 야마히로는 얼굴을 찡그리며 다리를 꼬았다.

『너는 손케이를 관철시켰어! 성전사의 사명을 완수한 것이다!』 오딘은 웃었다.

『웃기지 마! 저 꼬맹이를 죽이지 못했잖아! 적당히 하라고! 그러고도 야쿠자냐!? 내 그것을 빨고 싶은 거냐!?』 지저스가 끼어들어왔다. 『전부 죽이라고 했던 것이 들리지 않았던 거냐!? 이 망할 놈이!』

『그만두세요.』 붓다가 강한 핑크색 빛을 발하며 지저스를 제지했다. 『그는 성전사에 어울리는 선택지를 선택했습니다.』

“그만둬, 이제 그만 사라져 버려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야마히로는 신들을 쫓아버리듯 팔을 휘두르고, 눈에 핏발을 세우며 무인의 야쿠자 벤츠를 타고 문을 닫았다.

키는 꽂힌 그대로다. 엔진도 켜져 있었다. 액셀을 밟기 전에, 야마히로는 핸들에 고개를 기대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사라져 버려라, 라고……? 정말로 사라져도 좋은 것이냐……?』 오딘이 창밖으로부터,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괜찮나.』

“……기다려 줘! 방금 것은 잘못 말했어. 가지 말아줘!” 어떻게 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옛날에 제정신을 잃고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은 사실 스가모 중범죄 형무소의 베드 위고, 진정제를 맞아 사이키델릭한 꿈을 꾸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타산적인 놈! 그것이야말로 야쿠자다!』오딘은 웃었다. 그 뒤에, 레스토랑 안쪽에서 NPSD의 맙포 4인방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좆됐다……!” 야마히로는 액셀을 한계까지 밟았다. 야쿠자 벤츠는 급발진했다. 한기가 엄습했다. 아드레날린의 급격한 감쇠에 따른 것이다. 이를 딱딱 부딪히면서, 야마히로는 네오카부키쵸의 중심부로 차를 몰았다.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팔이 떨리고 있었다.

야쿠자텐구를 한시라도 빨리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이것으로 성전이 끝나리라고 말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무엇인가가 완수된 것만은, 이미 야마히로도 알고 있었다. 자기 폭풍에 휩쓸렸을 때부터 계속되는 이명과 두통이 조금씩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야마히로는 오열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 자신을 쏘아 죽인 것처럼……. 뻥 하고,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무언가가 이루어진 것만은 틀림없다.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우욱……!” 야마히로는 이유도 모르고 울고 있었다. 이게 정말 야쿠자텐구가 말한 성전인 것인가? 닌자는 어디에 있나? 저 소년은 닌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한 것은 그냥 무력한 야쿠자를 쏴 죽였을 뿐이다. 이것이 왜 닌자의 부활로부터 세계를 지키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하는가?

이제 야마히로의 행동을 묶는 것은 없었다. 살인행위를 공공장소에서 이토록 화려하게 자행한 이상, 주변 블록에 포위망이 깔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따위로 망설일 틈은 없다.

야마히로는, 가는 길에 야쿠자가 운영한다고 여겨지는 드러그 스토어를 찾아내서, 그 앞에 벤츠를 세우고 신속히 강도행위를 했다. 불과 30초의 훌륭한 솜씨였다. 총알 한 발 쏘지 않고, 귀기어린 야쿠자 슬랭만으로, ZBR 응급키트 몇 개, 그리고 푸른 용기에 담긴 니트로를 강탈했다.

그는 그것을 조수석에 놓고 다시 벤츠를 몰았다. 그러나 그 직후, 후장을 뚫렸다*. 야마히로는 핸들에 이마를 부딪혀 피를 흘렸다.
*후장을 뚫렸다는 것은 일본 남자들의 은어로, 운전 중 차가 뒤에서 받혔을 때에 쓰는 말이다.

◆◆◆

핸들을 잡은 것은, 키토였다. 그의 야쿠자 세단이 야마히로가 모는 야쿠자 벤츠의 뒤에 달라붙은 것이다. 그 프론트 범퍼는, 버거를 먹은 뒤의 케첩 자국처럼 아무렇게나, 그 중동인의 피로 젖어 있었다. 추돌을 받은 야마히로 야쿠자 벤츠는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서도 도주를 재개했다.

“슈욱-……찾았다구, 씨발 새끼가……!” 키토는 발밑에 핏방울을 떨어뜨리며 다시 액셀을 밟았다. 조잡하게 물어 뜯긴 왼손의 새끼 손가락은, 자주적으로 케지메한 자국이었다.

“까고자빠졌넴마-……!” 야마히로는 챠카로 후방을 향해 마구잡이로 응전했다. 두 세 발 쏘자 탄환이 다 떨어졌다. 오히려 2배, 3배나 되는 총탄이 돌아왔다. “씨발……!” 야마히로는 고개를 숙이면서 핸들을 꺾고, 네오카부키쵸의 큰길에서 카 체이스를 펼쳤다. 야쿠자텐구가 기다리는 빌딩을 향해서, 때로는 격렬한 드리프트를 하거나, 신호대기 정차열에 끼어들고, 때로는 맞은편 차선마저 역주행하며 어둠을 억지로 빠져나갔다.

키토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일부러 추적의 속도를 늦췄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게 해서 동료의 위치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사무소가 습격당했을 때의 영상이, 키토 쪽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놈에겐 동료가 있다. 텐구가면을 쓴, 웃기지도 않는 야쿠자다. “텐구가면의 형님은 상처로 움직일 수 없어……그러니까 약국을 습격한거겠지……?” 키토는 슉 하고 숨을 내쉬며 손가락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핥았다. “쿠스리 가져가라고……. 두 사람 한꺼번에 저승으로 보내주지……!”

“하악-! 하악-! 하악-!” 끼기기기긱! 목표한 맨션 앞에서 타이어 자국을 새기며, 야마히로는 자신의 허벅지에 군용인 오토인젝션 ZBR를 한 대 박아넣었다. 이마와 목의 둔한 통증, 그리고 카체이스때에 부러진 것 같은 발목의 격통이, 확 불꽃처럼 흩어져, 멀어져 간다.

적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놓아줬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야마히로는 맨션에 침입, 엘리베이터를 타고,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몇 층 위에서 내려버렸다. 발목이 이상하게 부풀어 오르고 열이 나는 감각만 남아 있었다.

앞으로 조금. 앞으로 조금만 있으면 야쿠자텐구에게 도달할 수 있다. 야마히로는 비상계단을 내려와 어두운 복도를 헤쳐나가며, 잠기지 않은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해커룸으로 들어갔다.

“하악-! 하악-! 야쿠자텐구=상! Z, ZBR와 니트로 조달해 왔습니다……! 일단 여기서 도망쳐……” 거기까지 말을 꺼내고, 야마히로는 말을 잃었다.

야쿠자텐구는, 사라져 있었다.

거기에 남겨져 있던 것은, 피투성이의 야쿠자 슈트와 텐구가면. LAN 직결형 오토매틱 야쿠자 건 2정과 제트팩. 도스대거. 그리고 낡은 한자의 아뮬렛이였다.

벗어 던진 모양은 아니었다. 와이셔츠나 야쿠자 슈트는 모두 단추를 채운 채 마치 그 안쪽의 육체만이 홀연히 녹았거나, 혹은 소멸한 것처럼 그 자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야쿠자, 텐구=상……?” 야마히로는 경악하며, 바닥에 흩어진 야쿠자텐구의 유품으로, 비틀비틀 다가갔다.

“어떻게, 되어버린 거야……?” 탁 무릎을 꿇고, 아뮬렛으로 손을 뻗었다. 그 후지오라는 소년이 목에 걸고 있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상당히 낡고, 때묻고, 가죽끈도 다른 것 같아 보였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야마히로에게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어서 떨리는 손으로 텐구가면으로 손을 뻗었다. 그 새빨간 코를 만지려고 했을 때, 파직파직 하고 전기가 통하는 듯한 통증이 야마히로의 손가락 끝에 스쳤다.

“윽.” 야마히로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텐구가면을 집어들었다. 그 안쪽에 희미하게 100110111의 입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 순간 야마히로는 전격적으로 깨달았다. 야쿠자텐구는, 죽었다고.

복도 쪽에서 키토의 흉악한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마히로는 창 밖을 보았다. 주위에 차가 몇 대나 서 있다. 흉악범을 찾기 위해, NSPD의 헬기도 주위를 돌고 있다. 이제 빠져나갈 길은 없다. 야쿠자텐구가 사라져 버린 지금, LAN 직결형의 제트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챠카는 모두 총알이 떨어졌다. 복도 쪽 문에는 자물쇠를 잠갔지만, 시간벌기에는 거의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야쿠자텐구=상!” 야마히로는 텐구가면을 향해 기도하듯이 외쳤다. “도와줘! 야쿠자텐구=상!!”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야마히로는 실내를 둘러보다가 유선전화기 같은 것을 발견하고, 893을 몇 번이나 다이얼하며 미친 듯이 외쳤다. “도와줘! 도와줘! 응답해줘, 야쿠자텐구=상!”

역시 대답은 없었다. 이젠 여기까지인가. 야마히로는 결심하고, 적어도 허세를 부리기 위해, 붉은 옻칠을 한 오토매틱 야쿠자건을 준비했다.

그때다. UNIX의 디지털 시계가 오후08시09분03초를 알린 것은. 실내의 UNIX 모두가 눈부신 핑크색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야마히로는 당황했다.

『뛰어드는 게 좋다.』 어느 사이엔가, 오딘 신이 에르고노믹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대형 모니터 중 하나를 가리켰다. 그것은 눈부신 핑크색 빛을 발하며 수면처럼 물결치고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너는 사명을 다했다. 발할라를 거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좋다.』

갑자기 비행기의 기밀문이 열리듯이, UNIX 모니터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야마히로를 끌어당겼다. 야마히로는 이를 악물고 그것에 저항했다.

“어이, 기다려줘! 야쿠자텐구=상은 어떻게 되어버린 거야!”

『보는 대로다.』 오딘은 텐구가면을 가리켰다. 『해방되었다.』

“해방이라고!? 무슨 말이야!?” 의도 불명의 여러 가지 사명에 농락당한 야마히로는, 마침내, 신들에게 침을 뱉었다! “신들이라고 까불지 마! 난 말이야, 야쿠자텐구=상을 도와서, 둘이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다고!!”

『그런 걸 알까보냐! 바보 놈!』 오딘이 일어나더니 맹렬히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져서, 실내에 엄청난 폭풍이 몰아친 것처럼 야마히로를 때려눕히고는, 진동케 했다! 『그는 너를 성전으로 이끌었다. 그것뿐이다!』

“까고자빠졌넴마-! 두고 돌아갈수는 없다고! 나는 그 사람에게 받은 은혜가 있어!” 하지만 야마히로는 더욱 싸웠다! “형제의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돌아갈 수는 없다, 이거야! 신들이 뭔지 모르지만, 나는 돌아갈 수 없어! 이런 상황에서 염치없이 혼자서 돌아가면, 손케이가 깎인다고!!”

『이얏-!』 오딘이 때렸다! 신의 주먹이다!

“끄악-!?” 야마히로는 그 자리에 때려눕혀졌다. 눈을 희번덕이며, 몸을 일으키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뺨을 문질렀다!

『카마토토*인 체하고 앉았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을 텐데!』 오딘이 초조한 듯이 말했다! 『네가 죽인 것이다! 아까 네가 쏴 죽인 친피라가, 젊은 날의 야쿠자텐구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어떤 인간을 챠카로 죽이면, 즉시 미래에 있는 그 존재도 사라진다! 영화에서 본 적 있을 텐데!』
*카마토토는 일부러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 이런 건 잘못됐어요, 이런 건……!”

『이러쿵 저러쿵 지껄이지 마라!』 오딘이 문을 가리켰다. 『아이언샤크의
텟포다마*가 다가오고 있어! 총에 맞아 죽는다! 빨리 도망가지 않을 거냐!』

*텟포다마는 그 이름 그대로, 자기도 죽을 것을 각오하고 상대 야쿠자 간부를 암살하는 사람을 말한다. 상대를 죽이고 소모된다는 점에서 생긴 이름인 듯하다.

“아아악----! 야쿠자텐구=상! 야쿠자텐구=상! 우리들이 한 건, 뭐였냐고!? 무엇 때문에 피를 토하며 닌자와 싸워왔단 말이야! 당신은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개새끼……! 먼저 가버리다니! 이런, 이런 일이……!!”

야마히로는 분한 듯 오열하며 울었다.

『어이! 뭐하고 있어!』 오딘신의 목소리가, 제트기의 엔진음과 함께 멀어져 간다. 『너만이라도, 도망쳐라……!!』

하지만, 야마히로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골라잡았다. 두 무릎을 꿇고 울부짖으며 텅 빈 텐구가면을 자신의 얼굴에 장착했다.

그 순간, 시야에 빛이 넘쳐흐르며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언가 쏟아부어지기 시작했다. 야마히로의 뉴런으로.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빛 속에서 소멸하기 직전, 야마히로는 이해했다. 여기가 어딘지를. 여기는 2011년의 네오사이타마이며, 텐구의 나라 그 자체였다. 자기 폭풍 속에서, 흐트러진 그의 혼은 야쿠자 텐구의 미친 자아와 접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야마히로는 사라졌다. 완전하게. 흔적도 없이.

거의 동시에, 키토는 문을 총으로 강제로 부수고, 해커룸에 도착했다. 그는, 텐구가면을 쓴 야마히로가, 눈앞에서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엄청난 빛에 키토는 순간적으로 눈을 가렸다.

“윽……! 섬광탄인가……!?”

다시 눈을 떠보니, 안은, 뱀 허물을 방불케 하듯, 비어 있었다. 야쿠자텐구와 야마히로가 존재한 흔적은,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키토는 당혹하면서, 깨진 창문을 노려보고, 밖에서 대기 중인 병대들에게 분노의 IRC를 날렸다.

“어이, 밑으로 도망쳤냐……!?”

『아뇨, 아무도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높이 보십쇼! 뛰어내리면 그냥……』

직후, 통신기 너머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비명이.

“어이, 너 이 새끼들! 밑에서 뭐하고 앉았어……! 설마 맙포에 손댄건 아니겠지!?”

『베! 베니우사기・야쿠자 클랜 놈들이 장갑차로 돌진해왔습니다!』 BLAM! BLAM! BLAM! BLAM! 『저, 전쟁입니다, 키토=상! 전쟁이 시작돼버렸습니다!』 BLAM! BLAM! BLAM! BLAM!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뭐라고오……!?” 키토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쏘아댄 총탄이, 키토의 옆구리에 박혔다. ZBR로 통증은 사라져 있지만, 배를 납으로 찔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저어지는 것은, 견디기 힘든 감각이었다.

“악-……!” 키토는 신음했다. 베니우사기・야쿠자 클랜의 자객이 쏜 납탄이였다. 키토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돌려서, 엘리베이터 홀 쪽으로 응전했다. 십여 발의 탄환이 복도를 어지럽게 날아갔다. 키토는 두 다리를 당해 꼴사납게 바닥을 기면서, 계속 쏘았다. 적은 네 명. 큰 파도에 돌팔매질을 하는 것처럼, 무력했다.

“상어 새끼가! 우리 시가라=상을 죽였겠다!” “더러운 배신자가!” “죽여! 죽여! 죽여!” “죽는담마-!!” 피에 굶주린 레서야쿠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용 사이버네틱아이를 이식한 듯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자들도 있는지, 적외선 레이저광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이제는, 키토는 사냥당하는 측이었다. 야마히로가 벗어 던진 상어의 안감 재킷이, 베니우사기에게 안성맞춤의 항쟁거리를 안겨주고 만 것이다.

“씨발……새끼가……!” 드디어 총알이 떨어졌다. 적의 총알이 도탄해 어긋난 각도로 복도를 날아와, 한쪽 귀를 베어냈다. 무서운 소리였다. 키토는 빽 하고 한심하게 울부짖고, 엄폐물을 찾아서, 남은 힘을 다해 해커룸 안으로 도망쳤다.

UNIX 모니터의 문자열이 발하는, 무기질의 형광 그린의 빛. 그리고…… 희미한 핑크색의 빛이, 덧없는 파티클을 방불케 하듯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꿈같이 아름다운 빛이었다.

“아……아……” 배에서 피가 멈추지않고 흘러나온다. 체온이 떨어져 간다. 베니우사기 녀석들이 복도를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잔인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온몸이 경련한다. 키토의 뉴런에서 주마등・리콜이 시작됐다.

키토의 시계가 회전한다. 의식이 끊기기 직전, 어릴 적 어머니가 읽어주던 시시한 그림책을 기억해냈다. 요정(페어리) 의 몸에서 흩뿌려진다고 하는 신비적인 빛나는 가루의 일을. 뒤집어 쓴 자를 공중에 띄워 영원히 나라*로 데려간다고 하는 가루를. 그렇다면 우리가 쫓고 있던 것은, 요정인지 뭔지 하는 것이었나. 아니, 야쿠자겠지. 틀림없이 야쿠자일 것이다.
*여기의 ‘영원히 나라(永遠に国に)’는 ‘영원의 나라(永遠の国に)’의 오타로 보인다.

하지만, 만일 그 양쪽 모두…… 야쿠자의 요정이라고 하면 어떨까. 가루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루란……. 견디기 어려운 광기에 짓눌려, 키토의 의식이 끊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보이고 있었다. 죽음에 직면한 키토는, 통증을 견디며 기어갔다. 바닥에 조금 남아있는 핑크색 파티클을 코로 흡입하려 했다. 그리고 총알이 떨어진 챠카를 다시 들고는, 몸을 뒤틀었다. 직후, 출입구 쪽에서 수십 발의 무자비한 총탄 세례를 받고, 누더기처럼 되어, 죽었다.

차가운 정적이, 모든 것을 삼켰다.

눈은 중금속 산성비로 바뀌었고, 하늘에는 황금의 입방체가 떠 있었다.



【더・리뎀션】 끝    【디・앱솔루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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