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우】
1
그날 밤도 당연하게 쏟아지는 중금속 산성비는 무지개빛 붓다・네온의 빛을 흐리게 하고, 창밖의 극채색 광경을 유채물감처럼 더하고 있었다.
“비, 비, 비, 비다……”
“비? 그게 왜?”
키도우는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라인을 긋고, 돌아서서 남자 오이란을 노려보았다.
“좆 같은 기분이 돼.”
“그런 말을 해도……항상 비인걸.”
남자 오이란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게 네오사이타마야.”
“익숙해지란 거냐. 익숙해질 생각은 없거든……평생 익숙해질 생각은 없어.”
“그래.”
“……”
키도우는 침대까지 걸어가, 남자 오이란의 뺨을 때렸다.
“윽!” “나한테 불만이냐?”
“불만이라니? 난폭하게 구는 거?”
키도우는 다시 남자 오이란의 뺨을 때렸다.
“윽……” “네놈, 뭘 짜증내고 지랄이야.”
“짜증내는 건 당신이잖아.”
키도우는 눈을 부릅뜨고, 다시 손바닥을 치켜들다가, 멈췄다. 남자 오이란은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현명해. 내 주인은 내가 아니니까.”
“얕보지 말라고.”
라고 말은 하지만, 키도우는 그 이상의 폭력을 자제했다.
BUZZZ.
버저가 울렸다. 키도우와 남자 오이란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BUZZZ.
“……” “……”
키도우는 인터폰으로 다가갔다.
“뭐야.”
“그……룸서비스여서요.”
호텔보이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 건 주문한 적 없거든?”
“저희 가게의 서비스입니다. 아주 차가운 슈림프・샴페인이……”
“……알았다.”
키도우는 사이드보드(찬장)에 있던 총을 잡고, 현관으로 향했다.
“지금, 연다.”
“잘 부탁드……”
BLAM! BLAM! BLAM! BLAM!
“아이에에에에!”
남자 오이란이 비명을 질렀다. 키도우는 문 너머로 네 발을 쏘아 넣었다. 록을 풀고 문을 열자, 벌집이 된 보이가 앞으로 쓰러지며 들어왔다. 키도우는 시체를 피하고, 복도에 총을 겨눈 다음,문의 뒤편에 총을 겨누어서 클리어링을 했다.
“개좆같은 게.”
키도우는 방으로 돌아가려고 돌아섰다. 그 목에 차가운 칼날이 박혔다. 카타나는 목뼈에서 멈췄다. 키도우는 욕을 하려고 했지만, 피가 넘쳐 흘러서 발음이 안 된다. 키도우는 쓰러졌다. 그리고 킬러의 얼굴을 보려고 했다. 여자였다. 흑발의.
여자는 키도우의 얼굴을 짓밟고, 카타나를 뽑았다. 힘껏 치켜들고 기세를 실어 내리쳤다. 이번에는 카타나가 키도우의 머리를 절단해서, 넘치는 피 위를 목이 굴렀다. 부릅뜬 키도우의 눈에는, 카타나를 칼집에 넣는 여자의 모습이 강렬히 새겨지고 있었다. 여자는 검은 청바지의 허벅지 안쪽 부분으로 도신을 닦고는, 주홍색의 칼집에 다시 넣었다.
“맞아, 정말 개좆같네.”
여자는 중얼거렸다.
【더・글로우】
“울면서 소리질러도 되는데.”
카노코는 침대 위에서 아연히 있는 남자 오이란을 보았다. 남자 오이란은 시트를 여며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가렸다. 그리고 물었다.
“저기……너, 계속 베드 밑에 있었니?”
“그랬지.”
“우리가 전후할 때도?”
“아아, 그랬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실컷 생각하고 있었어. 비참하게 기회를 노리면서 말이야. ……불, 있어?”
카노코는 담배를 물었다. 남자 오이란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카노코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너, 이름은?”
“미오.”
“귀여운 이름이네.”
“나랑, 하고 싶어?”
“아니.”
“날 죽일 거야? 얼굴 봤으니까?”
“아니야. 그 대신, 소문 좀 내 줘. <새끼고양이>의 제재가 내려졌다고. 틀림없는 일이었다, 라고 말야.”
“그렇구나……”
미오는 한숨을 내쉬고, 허둥지둥 옷을 입기 시작했다. 밑단이 긴 작업 팬츠와, 어깨가 빈 긴소매 커트 앤드 소운이다. 눈꼬리에 핑크로 아이라인을 긋고 있다. 실로, 오이란이다.
“슬프니?”
카노코는 목 없는 시체를 보며 말했다. 미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은 손님이었어. 살해당할 짓, 한 거야?”
“그렇지.”
카노코는 대답했다.
“이 형씨 너에게도 씀씀이가 후했지 않았어? 최근.”
“똑같았는걸.”
“쪼잔하네. 가엾어라. ……이놈은 자기 클랜에서 돈을 빼돌렸거든.”
카노코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미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살해당한 거야? 야쿠자란 무섭구나.”
“그런 거지.”
카노코는 목이 없는 시체를 넘어갔다. 미오가 등에 말을 걸었다.
“아까, 한 방에 목이 날아갔으면, 끝내줬을텐데.”
“……”
카노코는 걸음을 멈추고 미오를 돌아보았다.
“한 방에 날린 걸로 해 두자고.”
“알았어.”
카노코는 미오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제스처를 한 뒤, 떠나갔다.
◆◆◆
“훅-……훅-……훅-”
클로젯・바에 발을 걸고 박쥐를 방불케 하듯 거꾸로 매달려, 복근운동을 반복한다.
시지마・카노코. 지지난주 35번째 생일은, 남의 퍽하는 소리와 진동을 침대 밑에서 들으며 맞았다. 지난 주에는 늙은 고양이 미드・캣을 떠나보냈다. 아무래도 이렇게…… 「야쿠*」가 씌어 있다.
*야쿠(ヤク)는 厄(액). 마가 꼈다는 표현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훅-!”
앞으로 구부린 자세로 바를 잡고, 3세트째를 마쳤다.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섰다. 새로운 상처가 몇 개 있다. 상처의 수가 늘었다. 몸은 아직 쇠약해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에 무리를 할 수가 없게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때다 할 순간의 동체 시력. 지극히 미세한 차이. 지극히 미세하지만…… 그녀 자신에게는 부정할 수 없는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실내복을 입고, TV 모니터를 켰다.
「돌리니 FAT! 이녀석은 스고이쨩!」
하이・텐션의 CM 프로그램이 전개된다. 그녀는 TV를 켜놓고, 주전자의 핫 플레이트 스위치를 켜고, UNIX 단말기를 한 손으로 조작했다. 잔고 표시를 훑어보았다. 혀를 차며 IRC를 콜했다.
“모시모시? 수속이 안 돼 있는데. 죽고 싶어?”
『지금……지금 했어.』
다소 당황한 목소리가 돌아오더니, 캬방-! 하는 입금 소리와 함께 잔액이 치솟았다.
“나, 너한테 얕보이게 된 건가? 쿠모치=상.”
『그런 거 아냐! 좀 밀렸을 뿐이라. 운전 자금이……』
“그걸 두고 얕본다고 하는 거야.”
『정말로 미안했어. 것보다, 다음 일, 와 있는데.』
“어? 그거 빨리 말하라고.”
『헤헤헤, 신규 손님인데, 씀씀이가 후해서 운전 자금도 확보할 수 있어서…… 아니, 이쪽 이야기.』
“너, 이쪽 업계랑 안 맞는구나.”
카노코는 단말기를 핸즈프리로 바꾸고, 손톱에 줄질을 시작했다.
쿠모치는 카노코의 A&R(어새신・앤드・레퍼토리)의 남자로, 카노코 이외에도 몇몇 어새신과 거래하고 있다. 쿠모치 자신에게 야쿠자를 떨게 할 만한 박력은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항상 땀을 닦고 있는 통통한 남자로, 보고만 있어도 때리고 싶어진다. 그만큼, 맘대로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건데?”
『어설트야.』
쿠모치는 엄숙하게 말했다. 어설트, 즉 개인의 암살이 아니라 특정 야쿠자클랜의 사무실이나 특정 시설의 파괴다. 보수는 개인 암살보다 값어치는 위.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흐-응……어디의 뭐를?”
『파우더 공장이야. 알고 있지? 스토미・파우더. 오코노미・스트리트 지하에 DIY 공장이 숨어 있는데, 거기서 가루를 정제하는 거야. 오코노미・스트리트는 스타팽・ 야쿠자클랜이 차지하고 있잖아? 아무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아.』
“전부 죽여?”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엉망진창으로 정제 기재를 그……해치워버리고, 몇 명 다치게 해서, 계약서에 사인시키면 된다고 하더라. 당연히 현장에는 수위로 야쿠자가 있으니까, 그걸 쓰러뜨려야 하는 거고.』
“상대의 전력은?”
『데이터 보낼게.』
카카카카……UNIX가 읽기를 시작했다. 카노코는 키를 한 손으로 두드리며, 흐르는 문자열을 보았다.
“귀찮은 것은……흐-응. 모터 야부네……”
역관절 다리와 머신건, 그다지 완성도가 좋지 않은 AI를 갖춘 전투로봇은 오무라・인더스트리의 유산으로 어둠사회에 확산되면서, 야쿠자의 거점 방위에 나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두 대인가. 엄중하잖아.”
『그래.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 혼자가 아니야. 투・맨 셀로 어설트를 할 거야.』
“둘? 그건 또. 나하고 짜는 건 누군데?”
『신규 계약자야. 나이는 ……뭐 그 ……21이었던가.』
“어려.”
카노코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나이에 이런 좆같은 일을? 불쌍하게도, 드디어 네오사이타마도 말법이네. 말해두겠는데, 애 보기는 사양이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하지만 말야, 그 녀석, 닌자라고.』
“하아? 닌자?”
『그래, 닌자!』
쿠모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실재하는 거야, 닌자는. 나도 닌자랑 매니지먼트 계약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니, 실제 대단하다니깐, 닌자라는 건. 내 눈앞에서 그녀석이 보여준 보틀 넥 컷・촙의 솜씨를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당신도 분명 스무드(smooth)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
닌자. 어둠사회에서 그럴듯하게 그 실재가 속삭여지는 초인적인 전투원. 바로 그 실물이 이번에, 카노코의 동업 상대가 된다는 것이다. 보틀 넥 컷촙? 카노코는 입꼬리를 올렸다. 쿠모치도 판타지에 의지하게 됐나, 끝이군. 앞으로의 비즈니스도 위험할지도 모른다.
『클라이언트도 이번에, 당신의 단독 잠입으로는 고개를 끄덕여주질 않는 거야. 상관없겠지?』
쿠모치는 못을 박듯이 말했다. 카노코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었다.
얼마 전의 실패가, 벌써부터 그녀의 「가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그때는 스리・맨 셀로 변호사의 암살을 맡았다. 그리고 카노코만이 살아남았다. 변호사의 보디가드는 다른 두 사람을 죽이고 카노코의 왼쪽 허벅지에 불꽃이 핥은 듯한 관록을 붙여주었다. 변호사는…… 손을 좀 다쳤다.
“……오케이. 그래서. 그녀석 이름은? 그 닌자.”
『데몬핸드.』
“이 무슨 허풍선이 같은 이름. 공갈에도 정도가 있어.”
카노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닌자식이란 거야?”
『뭐 그렇게 말하지 마, 베이비캣=상. 이 장사의 선배로서, 아무쪼록 잘 부탁한다고.』
통신이 종료되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유리창에 빗방울이 통통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래. 이때 카노코는 아직 「해그(요파妖婆)」가 아니라, 벼랑 끝의 베이비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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