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온・이클립스】
【가이온・이클립스】 닌자 명감 & 인덱스
탐정은 되살아난다
무대는 2047년 전후의 교토 공화국. 간도 탐정 사무소의 전(前) 조수였던 시키베 타카코는 최신형 오이란드로이드 바디에 바이오 뉴런 칩이 내장된 상태로 갑자기 이 시대에 되살아났다. 하지만 거기에 간도의 모습은 없었다. 과연 누가 그녀를 되살렸단 말인가? 타카기 간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가이온 이클립스'라 불리는 개기일식 이벤트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스트리트에 해외관광객이 넘쳐 흐르는 와중, 교토 공화국의 어둠 속에서 어떤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키베. 그녀는 가이온 최후의 사립탐정으로서 단 혼자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등장인물 소개
시키베 타카코 : 최첨단 오이란드로이드 바디로 되살아난 전 간도 탐정 사무소의 여자 조수. 그 외견 연령은 22세 전후. 어린 시절 언더 가이온에서 유괴되어 타카기 간도와 그의 스승인 쿠루제 켄 탐정 콤비에게 도움을 받은 바 있다. 두 사람을 모델로 한 탐정소설을 위한 취재를 위해 간도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비와호의 호화 크루즈 선상에서 괴도 스즈키 키요시를 쫓던 도중에 사망. 사후에 출판물 데뷔한 소설가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
타카기 간도 : 간도 탐정 사무소의 소장. 닌자 소울 빙의자로서 과거 닌자 슬레이어와 함께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를 멸망시켰다. 그 후로도 가이온에서 사립탐정 일을 계속한다. 공화국군의 급진파가 아키라노 한카바를 이용하여 추진한 위험한 닌자 병기화 프로젝트 '매직 몽키 계획'을 멈추기 위해 아주르와 함께 밸리 오브 센진으로 떠나 데스드레인과의 전투 도중 모습을 감추었다.
코케시 사이코우 : 코케시사(社)의 회장이며 교토 원로원과의 연줄까지 가진 노인. 과거 그의 아들 코케시 소이치는 괴도 스즈키 키요시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그 뒤 닌자 소울 빙의자가 되어 타카기 간도와 코케시 사이코우의 목숨을 노렸다. 간도와 코케시 사이코우는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에 의해 인생을 농락당한 자들로서 그 뒤로도 함께 오랫동안 싸워왔다.
아키라노 한카바 : 한카바류 카부키의 후계자로 인간국보. 닌자 봉인 기술에 정통하여 현재는 가이온 전역에 짓수 봉인 결계를 펼치고 있다. 그 결계의 힘으로 교토 원로원은 악의를 가진 닌자의 침입과 공격을 막아 국가로서 독립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강제적으로 한 것이긴 해도 '매직 몽키 계획' 건에 관련하여 자책감을 품고 있으며, 자신의 기술로 교토에 이번에야말로 질서와 안녕을 가져오려고 한다.
앰버서더 : 교토 공화국 어퍼 가이온에서 고미술점을 운영하는 쌍둥이 닌자. 형인 디플로마트와 함께 차원 전송 짓수 '포탈 짓수'를 사용한다. 포탈 짓수는 예외적으로 짓수 봉인 포트가 해방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짓수 사용시에는 에메츠 부싯돌이 필요하다.
디플로마트 : 어퍼 가이온에서 고미술점을 운영하는 쌍둥이 닌자. 동생인 앰버서더와 함께 '포탈 짓수'를 사용. 혼자서 포탈을 발생시킨 경우에는 적의 몸 일부(혹은 전체)를 출구가 없는 공간에 쳐박아 01소멸시키는 무시무시한 공격용 포탈이 된다. 과거에는 동상과 함께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 소속 닌자였으며, 거의 예속된 상태였기에 차갑고도 염세적인 성격이었지만 타카기 간도의 설득으로 반역을 결심한다. 이 일로 간도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다.
코요미 우사기 : 팔이 여섯개 달린 오이란드로이드 바디를 가진 수수께끼의 여자 마술사. 지극히 성적이고도 퇴폐적. 블랙도그나 하르퓌아 등 닌자를 여럿 매료하여 사역하고 있다. 10년 전 가이온에서 일어난 '블랙 하이쿠 머더 사건'의 주범격이었으며, 또다시 가이온 이클립스의 그림자에서 암약한다.
시계열 및 용어 정리
2020년대 중반 : 오이란드로이드 아이돌 듀오 「네코네코 카와이이」 탄생. 간도 탐정 사무소의 조수, 시키베 타카코가 비와호의 호화여객선 위에서 총에 맞아 사망. 시키베 타카코의 육체는 죽었지만 코케시 사이코우가 지불한 거액의 의뢰보수로 그 뇌만은 바이오 뉴런 칩이 되었다.
바이오 뉴런 칩은 1개의 생체뇌로 1개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복제는 불가능하다. 또한 그것을 보존하려면 고가의 바이오 뇌장을 사용하여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하거나 제3자의 사이버네틱스 두개골 안에 매립하여 그 사람의 오가닉 뇌장을 이용해야만 한다. 사립탐정이기에 종종 사무실조차 위험에 빠지게 되는 간도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서 자신의 강화 두개골 내부를 골랐다.
2035년경 : 닌자가 된 코케시 소이치(건슬링어)와 타카기 간도의 싸움 끝에 간도는 비와호에 가라앉았지만 카라스(까마귀) 닌자의 소울이 빙의되어 디텍티브라는 이름으로 부활. 이 시점부터 로컬 코토다마 공간 내부에서 종종 시키베 타카코와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시키베는 대부분 잠들어 있다). 이것은 바이오 뉴런 칩의 본래 동작이 아니라 디텍티브의 닌자성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소이치는 친부인 코케시 사이코우도 죽이려고 했지만 디텍티브에 의해 저지당하고 폭발사산했다.
2036-2037년경 : 스즈키 매트릭스 이론 발표 및 유포. 블랙 하이쿠 머더 사건 발생.
2037년 : 교토 공화국과 일본 사이의 전쟁 개전. 타카기 간도는 밸리 오브 센진에서 모습을 감춘다. 간도는 아주르와 함께 센진으로 떠나기 직전 자신의 강화 두개골 내부에 보관하고 있던 시키베의 바이오 뉴런 칩을 적출하여 코케시 사이코우에게 맡겼다.
2038년 : 달 파쇄, 닌자 슬레이어 제3부 끝.
2046-47년경 : 가이온 이클립스 사건 발생.
2048년경 : 제4부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본편.
관련 에피소드 및 샤드
【가이온 이클립스】는 간도 탐정 사무소 계열 에피소드의 2부 ~ 3부 시계열의 집대성적인 에피소드이며, 다양한 과거 에피소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물론 【가이온~】 자체는 독립된 에피소드로, 에피소드 내부에서도 캐릭터의 관계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를 전부 미리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거슬러 올라가 읽어보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제2부 에피소드 【리부트, 레이븐】 : 타카기 간도의 성장과 자이바츠와의 숨겨진 인연, 그리고 디텍티브로서 부활하는 모습을 그려낸 오리진 에피소드. 여기에서 타카기 간도와 시키베 타카코의 만남이나 그녀와의 사별이 그려져 있다. 코케시 사이코우도 여기서 첫 등장.
제3부 에피소드 【레플리카 미싱 링크】 : 과학자인 아버지를 둔 윤코 스즈키는 어느 날 갑자기, 바이오 뉴런 칩 재생자로서 눈을 뜬다. 자신이 로봇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직접적으로 간도나 시키베에 대해 언급되지는 않지만 스즈키 매트릭스 이론을 사용한 부활과 오이란드로이드 바디의 장점과 불편한 점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에피소드에서 닌자 슬레이어와 윤코의 행동을 통해 스즈키 매트릭스 이론은 아마쿠다리에게 독점되지 않고 오픈 소스 논문으로 풀려나 10년 후의 시키베 부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제3부 에피소드 【더 블랙 하이쿠 머더】 : 가이온에서 엽기적인 암흑 하이쿠 연속 살인사건이 발생. 타카기 간도가 수사를 개시한다. 강화 두개골 내부에 시키베 칩을 이식한 시절의 디텍티브가 주인공이며, 코토다마 공간 안에서 시키베와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요미 우사기와 익절티드가 이 사건의 흑막이었다. 간발의 차로 간도는 참극을 막는 것을 성공시키지만 코요미의 범행 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은채 불길함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물리서적 한정 에피소드로 제3부 서적 '킬링 필드 살풍경'에 수록됨)
디스커버리 오브 미스틱 닌자 아츠 (4) : 짓수, 카라테 및 모탈의 관련성에 대하여 : 【가이온 이클립스】에는 모탈이면서도 짓수를 사용하는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한다. '짓수란 무엇인가? 닌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등의 의문은 이 샤드를 읽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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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시대다." 라며 야마시다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블라인드 틈새로 밤의 가이온 시티를 보고 있었다. 같은 메갈로시티여도 교토의 야경과 네오사이타마의 야경은 완전히 다르다. 그 무절제한 시야 한편을 차지하는 네온 사인이나 참을 수 없는 소음을 흩뿌리는 참치 광고 체펠린 같은 것은 가이온엔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가이온의 밤의 대부분은 옻칠한 찬합을 연상시키는 격조 있는 검은색이다. 그리고 군데군데에 계산된 희미한 불빛이 그윽하게 떠오르다 사라진다.
예를 들자면 오미야게 스트리트를 수놓는 벚꽃길의 옅은 본보리(등롱) 라이트업 조명. 혹은 건너편 비와호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하나비(꽃놀이) 나이아가라. 교토 산맥으로 눈을 돌리면 오늘 밤의 가부키 쇼의 상연 목록과 티켓 잔여석 정보가 프로젝션 매핑으로 표시되어 있다.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기분 좋은 오하야시*의 소리가 들려올 터다.
*오하야시(オハヤシ, お囃子)란 일본 전통 악기로, 북의 일종이다.
그것들에서는 전체적으로 몹시 젠을 느낄 수 있다. 그것들이 인공적인 것인지, 오가닉한 것인지는 이미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중요한 것은 배치와 행동이다. 그것들에 교토다운 전통적인 그윽함과 미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신념이 있는지 없는지, 그저 그것뿐인 것이다.
공화국 원로원은 그리 생각하여 관광사업 추가 지원을 진행하는 것과 함께 최신 기술과 전통문화의 융합을 추진했다. 과거 엄격한 출자 규제에 놓여있던 업계 혹은 포지션에서도 유능한 자라면 출신을 불문하고 문호를 열어 맞이하게 된것이다.
그 결과, 가이온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게 되어 일본 붕괴의 여파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국가로서 계속 존재하고 있다. 물론 여러 문제가 남아있지만 현재 교토 공화국의 상태는 이 말법의 세상에 있어서 보기 드문 선정(善政)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하지만 이 남자...... 교토 토박이이자 퇴역군인인 야마시다의 눈에는 온화한 미소 같은 것은 없다.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이온은, 예전보다도 훨씬 시끄럽고 불쾌하며 상업주의적이고 마음이 불편하며 가짜로 가득 찬 사위스러운 장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계획이 성공했다면 지금쯤은 모든 것이 달랐을 것을."
『그 계획이 무엇이와요?』
하우스키핑 AI의 전자음성이 방의 음향 시스템에서 울리고, 그것에 맞추어 책상 위에 놓인 마네키네코의 눈이 부드럽게 깜빡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라며 야마시다는 혀를 찼다.
『알겠사와요. 오늘 밤은 추운고로 난방 온도를 올리겠사와요.』
"음."
(((......그건 지나친 행동이었다. 허락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거다. 그것만 없었다면 온건파 원로들이 떠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을......)))
그는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과거 가이온은 좀 더 격조 높은 거리였다고. 「우리들의 위대한 도시에 특별히 외국인들을 머무르게 하여 세련된 나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라는 프라이드와 기개를 비록 입밖으로 내지는 않더라도 모든 어퍼 가이온 사람들은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야마시다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전세계에서 모인 외국 여행자들이 밤낮으로 가이온을 돌아다니며 들떠서는 소란스러운 사진을 IRC-SNS에 뿌리고 있다. 이 메뚜기떼처럼 몰려다니는 무절제한 관광객들과 그들의 머니에 아첨하듯, 몇년 전부터 어퍼 가이온 곳곳에서는 휴일 없이 24시간 영업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상점이나 요정, 게이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쪽 케곤 폴 자연공원에서는 조명과 일반 관광객의 입장이 허가되어 장갑 셔틀버스가 끊임없이 운행되고 있다. 교토 성터에는 야외용 가부키 스타디움이 만들어져서 가부키 트웬티포, 즉 24시간 영업하는 가부키 공연이 열리게 된 것이다. 전통문화에 24시간 영업을 허가하다니, 그런 것은 돈을 쥐어주면 가랑이를 벌리는 언더 가이온 하층의 스트리트 오이란과 다를 바가 없는게 아닌가.
야마시다는 얼굴을 찌푸렸다. 끝이다. 앞으로 새롭게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 하나 생겨나지 않을 터다. 새롭게 태어난 것은 모두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위대한 교토 문명을 조악하게 복제한 물건, 이미테이션에 불과하다. 우리 가이온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득히 먼 과거에 도달한 정점으로부터 완만한 쇠퇴만을 거듭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생물인 것이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고서 강화 유리에 비추어진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실제 나이는 아직 40대지만 예순을 넘은 노인을 방불케 하는 건강과는 거리가 있는 수척함, 피부는 축 처지고 눈 아래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다. 야마시다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어 그것을 가리고서, 하얀 턱수염을 향해 무거운 숨을 토한 뒤 입가를 닦는다. 그가 실내복을 방불케 하듯 걸친 낡은 공화국 재킷 가슴에는 몇개인가 작고 네모난 훈장이 허망하게 줄지어 있다.
"그럼 나는 대체 뭐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단 말이냐......?"
그 순간, 『손님이와요.』 라고 합성 마이코 음성이 울린다. IRC 인터폰을 누른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야마시다가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니, 방앞에 코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한명 서있었다. "야마시다=상의 댁이 맞나요?" 라고 여자가 인터폰 너머에서 말을 건넸다.
"대상 스캐닝을 해봐." 라고 야마시타가 명령을 내렸다.
『오이란드로이드이와요.』 라고 하우스 키핑 AI가 대답한다.
"그 외에 다른 자는 없겠지?"
『없다고 여겨지와요』 마네키네코의 눈을 빛내며 AI가 대답했다. 언젠가 인류를 능가할 정도로 인공지능이 진화될 것이라는 예감이 느껴지게 하는, 놀랄 정도로 유연한 판단능력이었다.
"상관없겠지."
야마시다는 책상에 놓인 낡은 군모를 쓰고서 『연다』라 적힌 개폐 버튼을 눌렀다.
부앙-. 낮은 부저음과 함께 압축 증기가 뿜어져 나와 엄중한 시큐리티 록이 해제되었다.
"들어오도록."
"도-모.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실에 들어온 여자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실내를 빙 둘러보았다. 그 일련의 동작은 야마시다를 약간 놀라게 했다. 오이란드로이드라곤 생각되지 않는, 마치 살아있는 인간과도 같은 스무스한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너는, 누구지......?" 야사미다는 무심코 그렇게 질문하고 있었다.
행동만이 아니다. 옷차림과 외모 또한 묘했다. 발에는 빨간 워크 부츠. 멜빵으로 고정시킨 교토 헤링본 무늬 슬랙스에 하얀 셔츠와 넥타이. 그 위에 오버 사이즈인 더스터 코트를 걸치고, 소매는 볼품없이 걷어올렸다. 검은 머리는 부스스하고, 언더 가이온 출생인 사람을 연상시키는 하얀 피부 위에는 주근깨. 살짝 기울어진 검은 셀 프레임 안경을 걸쳤으며, 가장 놀라운 점은 덧니가 있다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해서, 너의 그 모습은...... 어떤 걸 이미지하고 있는 거지?"
"아-, 이건 말이죠......"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궁리하다가 기울어진 검은 셀 프레임 안경을 고쳐쓰고서 지극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립탐정임다. 대부분은. 전통적인."
"과연, 사립탐정인가. 그것도 여자인......"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사립탐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여자 탐정 같은 건 아동용 카툰 프로그램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허구인 것이다. 야마시다는 알겠다는 듯 끄덕이고서 미소지었다.
"그런검다." 여자도 의무적으로 미소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이내 시리어스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미행은 없었다고 생각함다만, 혹시나를 대비해서 저 문을 확실히 잠가도 되겠슴까?"
야마시다는 천천히 그 굴절된 귀여움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그렇군, 이것은 정성 들인 취향이로군, 이라 생각하면서. 그리고 책상 위 버튼을 눌러 엄중한 시큐리티 록을 잠갔다.
"하지만 여자 탐정이라니, 상당히 마니악한 플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군. 애초에 내가 선택한 옵션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만......"
"웨에-?" 여자 탐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이야김까?"
"무슨 이야기라니, 너는...... 아아, 됐다. 이런 걸 말하는 건 멋이 없는 일이었군."
야마시다가 상상하고 있던 것은 훨씬 자극적인 강화 PVC 비키니 위에 두꺼운 인조 모피 외투를 입고, 에나멜 군모를 쓰고, 통굽 밀리터리 부츠를 신은...... 그럼에도 자못 나약한 표정을 짓는 오이란드로이드였다. 그렇게 주문을 넣었을 터다. 공화국이 자랑하는 최고급 의체(義體) 메이커, 코요미사(社)의 이러한 파견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게 오차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야마시다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죄송함다만, 이쪽은 그다지 시간이 없슴다. 그러니 우선 빠르게 본론에 들어가도 되겠슴까?"
"찬성이다. 자, 벗게나. 여탐정=상."
야마시다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 옆에 서서 그 코트를 신사적으로 벗기기 시작했다. 목적을 잃고 축 늘어진 그의 여생에서 진정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순간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러 왔을 터인 여탐정 오이란드로이드는 예상 밖의 행동을 취했다. 그것을 거부하고 약간 거리를 둔것이다.
"아-, 신경쓰지 마시길. 시츠레이(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입은 상태인 쪽이 뭐라고 할지, 편리하니까 이대로..."
"요 녀석!"
야마시다는 그 예상 밖의 행동에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의 뉴런 속에서 어떠한 분기 명령 조건이 갖추어진 것처럼 갑작스럽게.
"아이엣!?" 여탐정은 순간 움찔했다.
야마시다는 그대로 그녀의 오이란드로이드 바디를 억지로 껴안으며 가슴을 만지작댔다. 자그마한 오모찌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가슴 부분을.
"이건 훌륭하군! 리얼해! 인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서도 흥분되는데!" 야마시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짐승을 방불케 하며 숨을 거칠게 내쉰다!
"엣? 잠깐만" 여탐정 오이란드로이드는 당혹해하며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마이코 회로의 날카로운 회전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잠깐만, 그만두시는 편이 좋슴다......"
"요 녀석! 사실은 그게 아니지? 윗사람을 향해 그런 못된 말버릇은 뭐냐!?" 야마시다 전(前) 대위는 잔인한 눈빛으로 말했다. "좀 더 해주세요, 겠지!?"
야마시다는 억지로 그녀의 더스터 코트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닫는다. 더스터 코트 주머니가 이상하게 부풀어 있으며, 흔들릴 때마다 무언가가 부딪혀 묵직한 소리가 울린다는 사실을. 게다가 그녀의 허리춤에는 무언가 커다랗고 단단한 강철 덩어리가 있었다. 야마시다는 코트 너머로 그것을 만지며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퇴역군인인 야마시다는 그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진짜 총이다. 그녀는 말도 안되게 커다란 리볼버 권총을 숨겨 가지고 있던 것이다.
"너, 너, 이건 대체."
"이얏-!"
다음 순간, 야마시다는 한쪽 팔이 붙잡혀 주 짓수에 당해 내던져져 뻗어 있었다. "아, 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야마시다는 똑바로 누운 채 눈을 깜빡였다.
"뭘 착각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슴다만, 사립탐정을 얕보지 말아주시길 바람다." 여탐정은 팔짱을 끼고서 말했다. "알겠슴까, 야마시다 전 대위=상. 저는 시키베 타카코. 진짜 사립탐정데스. 덧붙여 이 몸은 전투용 오이란드로이드 바디인고로, 어-, 그렇지, 하려고 마음 먹으면 카라테 펀치로 벽에 구멍을 뚫는 정도는......"
그 와중 『손님이와요.』 라는 AI 음성이 들려왔다. 두 사람이 책상쪽으로 고개를 돌려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자, 거기에는 틀림없이 성적 서비스를 예감케 하는 파견 오이란드로이드가 서있었다. 완벽하게 야마시다가 주문한 대로의 외모로. 나무삼! 사람을 착각한 것이다!
"......도, 돌아가라고 해!" 야마시다는 하우스 키핑 AI에게 명령했다. 파견 오이란드로이드는 AI 전자음으로 방문이 불필요하다고 전달받자마자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아-....." 시키베는 그 모습을 보고서 납득한 것인지 끄덕이고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것이었슴까."
"미안하네, 오해가 있었던 거야! 나는 그런 병이 있어서...... 정기적인 의료행위가 필요한 거다!" 야마시다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몇 년만에 죽음의 공포를 맛보고 나니 갑자기 목숨이 아깝게 된 것이다. "그래서, 대체 너는 누구지? 어새신인가? 나를 죽이러 온건가? 그게 아니면 돈이 문제인가!? 대체 뭐가 목적이야!?"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슴까, 탐정데스, 라고." 여탐정은 야마시다를 일으켜 가죽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도 맞은편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아 아무렇게나 다리를 꼬고서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간도 탐정 사무소에서 파견된 사립탐정데스. 어떤 사건을 말이죠, 수사하고 있슴다. 그 과정에서 야마시다=상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사건이라니?" 야마시다는 꿀꺽 침을 삼켯다. 목에 날카로운 카타나의 칼날이 닿아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오퍼레이션 매직 몽키와 그라운드 제로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알려주시길 바람다."
2037년에 일어난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공화국군(軍)의 일부 부문이 봉인한 데이터의 은닉 장소를. 그것이 그녀의 요구였다.
"기다려...... 난 퇴역했어. 부탁해, 조용히 남은 인생을......"
야마시다는 당황하여 케지메 상처가 남은 양손을 얼굴 앞에서 흔들며 간청을 방불케 하듯 말했다. 과거에 그 또한 말단이기는 하나 그 계획에 연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 뒤, 침묵을 대가로 이렇게 살아남는 것을 허락받은 것이다. 그러한 사람은 그 말고도 몇 명 더 있다.
"아마 조용히 남은 인생을 보내는 건 이제 무리데스 일검다. 오키나와에라도 튀지 않고서야." 라고 시키베는 말했다. "야마시다=상과 같은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최근 몇 주 동안 이미 여럿 소식불명 상태가 된 것, 알고 계셨슴까?"
"뭐라고......? 어째서......?"
"그걸 알아내려고 온 검다. 아까 말했었죠, 입막음이라느니 뭐라느니. 짚이는 건수가 있는 것 아님까?"
"입막음이라고......? 아니, 그럴 리 없어. 나는 대단한 정보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그런 행동을 일으키면 쓸데없이 원로원 내부에 풍파가 일어날 거야. 이제 와서 십년 전의 오점을 만회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을 리가......" 야마시다는 자신의 머리로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해 생각하면서 필사적으로 답변했다. "연구 데이터의 소재지에 대한 것도 내 담당이 아니야.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 시키베는 탐정 수첩을 펼쳐 머리를 긁적이며 조금 생각한 뒤 야마시다의 눈을 응시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 사건에 얽혀 있는 타카기 간도라는 탐정은 모르심까? 저희 소장임다만."
"타카기 간도......? 아니, 그런 인간은. ......잠깐만, 타카기...... 간도....... 간도 탐정 사무소라고 했었지...... 사립탐정...... 디텍티브......" 야마시다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반복했다. 이 여탐정을 실망시키면 자신의 몸의 안전을 보장해줄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닐지 걱정하면서. "잠깐만, 기억났다. 타카기 간도...... 디텍티브라는 닌자 말인가? 매직 몽키 계획을 방해했던......"
"맞슴다! 알고 있슴까!?" 시키베는 몸을 내밀었다.
"기다려 봐, 나는 그다지 중요한 자리에 있지 않았어! 그냥 전해들었을 뿐이야.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그때였다! 수수께끼의 습격자들이 베란다 쪽에서 총알을 쑤셔넣은 것은! """이이이이요오오오옷----!""" BRATATATATATATATATATATA! 무시무시한 머즐 파이어가 번뜩이고, 강화 유리창이 깨진다!
"아부나이(위험해)!" "아이에에에!?" 여탐정은 순간 야마시다를 밀어 넘어뜨렸다! 머신건 총알은 강화 장지문을 찢고 마네키네코 장식물을 부순다! 그 파편이 그녀의 코트에 쏟아진다! 『좀 더 해주세요.』 AI 음성의 단말마가 울리고, 마네키네코는 파직파직 불꽃을 튀기며 폭발!
"아이에-에에에에!" 야마시다는 비명을 지른다! "조용히! 뒤쪽에 숨어주시면 좋겠슴다만!" 시키베는 대구경 권총을 뽑아서 방아쇠를 당겨 어둠을 향해 응전했다. BLAM! BLAM! "끄악-!" 농담과도 같은 총소리가 실내에 울려퍼지나 싶었더니, 베란다 쪽에 있던 적 중 한명이 죽으며 녹색 바이오 혈액을 흩뿌린다! 와자마에(솜씨)! 야마시다는 놀란 나머지 눈을 부릅떴다. 괴물같은 49구경을 자그마한 몸집인 시키베가 한손으로 완벽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BLAM! BLAM! 무시무시한 리코일 반응을 받아내면서도 그녀의 가느다란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야마시다는 핏발이 선 눈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시키베의 오른쪽 팔꿈치의 사이버 네틱스 기구가 전개되어 리코일 제어용 압축 공기를 토해낸다. 그것은 틀림없이 이 괴물 같이 거대한 짐승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팔이었다!
""이요, 이요오오오오오옷----!"" 깨진 강화 유리창을 걷어차 부수며 습격자가 방안으로 돌격한다! 그것은 노멘 형태 페이스가드를 볼트로 얼굴에 박은 광언 강도단! 하지만 목부터 그 아래에는 검은 야쿠자 슈트! 손에는 야쿠자 머신건! 누군가에 의해 광언 강도단으로 위장된 클론 야쿠자다!
"살려줘! 주, 죽고 싶지 않앗!" 책상 뒤에 숨으며 야마시다는 시키베에게 간청한다! BLAM! BLAM! 시키베는 49 매그넘으로 응전한다! 총알이 떨어지자 여탐정은 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뻗어 매그넘 탄환을 재장전하면서 말했다!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슴까!?" BLAM! BLAM! BLAM! "......나, 나도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타카기 간도라면 10년 전에 죽었을 거다, 센진에서......!"
"죽었다고......?" 시키베의 손이 멈췄다. ""이요오오오오오옷----!"" 그 순간의 틈을 타, 살아남은 야쿠자 슈트 광언 강도단이 돌격! BRATATATATATAT! 야쿠자 머신건 일제사격으로 책상과 책장을 산산조각으로 바꾼다! "응앗-!?" 시키베 피탄! 야마시다의 뺨을 총알이 스친다!
""이요오오오옷----!"" 총알을 다 쓴 적은 도스 대거를 뽑아 시키베를 베려 들었다! 아부나이! "이게......! 이얏-!" BLAM! BLAM! BLAM! ""아밧-!"" 간발의 차이! 49 매그넘으로 적을 지근거리 헤드샷 사살!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공황상태에 빠진 야마시다가 도망친다! 문의 시큐리티 록을 해제하여 아파트 홀 쪽으로 도망쳐 간다! ""이요오오옷----!"" 야쿠자 슈트 광언 강도가 두명, 그쪽으로 향한다! 적의 증원이 베란다 쪽에서 새롭게 몇 명 더 돌입한 것이다!
"도망쳐!" BLAM! BLAM! ""아밧-!"" 시키베는 등뒤에서 사격하여 그들을 쏴죽인다! 야마시다의 도주를 지원한다! "일단은! 도망쳐!"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야마시다는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도망친다!
BLAM! BLAM! BLAM! ""아밧-!"" 시키베는 단숨에 뛰쳐 나와서 방안에 있던 클론 야쿠자 둘을 쏴죽인다! "이요오옷----!" 적은 마지막 한명! 도스 대거를 번득이며 거리를 좁힌다! CLICK! CLICK! 49 매그넘은 탄환이 없다! "이요오오옷-----!"
"이얏-!" "끄악-!?" 뛰어오른다! 발꿈치를 똑바로 뻗은 시키베의 수직상승 날아차기가 클론 야쿠자의 턱을 강하게 차올려 뒤로 쓰러지게 만든다! "스고이!" 시키베는 그대로 총알을 재장전하면서 베란다 쪽으로 달린다! 옥상에서 로프가 늘어지고, 추가로 몇명 더 클론 야쿠자가 내려오려 하는 것이 보였다! 방안에서는 방금 전의 클론 야쿠자가 다시 일어나 도스 대거를 고쳐 쥔다!
"아아 진짜, 어쩌면 좋슴까, 이럴 때는!" 시키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 이상은 버틸 수 없다. "이럴 때는...... 이럴때는...... 도망친다......!" 시키베는 사립탐정 인스트럭션을 떠올리며 고급 아파트 5층 베란다에서 거침없이 뛰어 나갔다!
"하악-! 하악-!" 시키베는 총을 숨기고 사방을 경계하며 어둠 속을 내달렸다. 가이온 대로로 나오기 직전에 걸음걸이를 늦춘다. 화옹화옹화옹화옹! 멀리에서 맙포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기억 속 간도의 행동에서 배운다. 시키베는 차분한 얼굴로 손을 들어 인력거를 세우고서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며 올라탔다.
"교토 역까지." "하이요로콘데-!" 오미야게 스트리트와 오중탑 카페를 경유해주세요." "하이요로콘데-! 인기 스폿 강행 스케쥴입니까? 지금은 벚꽃이 볼만하답니다!" LED 바퀴를 반짝이며 인력거가 천천히 질주를 시작한다. 프라이빗 루프를 내려놓고 어퍼 가이온의 혼잡함에 뒤섞이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피탄부분은 두 군데. 왼팔과 등. 방탄 오모찌 실리콘을 파들어가다 외곽 부분에 멈춰있다. 드로이드 바디에 대한 손상은 경미. 더스터 코트는 한쪽이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렸지만 펑크족이라고 우기면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인력거를 탄 채 스시 드라이브 인에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잠시 관광객처럼 거리를 바라본다. 번화가에는 오이란드로이드 아이돌 그룹 NNK-128의 최신 리믹스판 「거의 위법행위」 가 흘러나오고 있다. 화면에는 128대나 되는 휘황찬란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이 나란히 서서 네코네코 카와이이 점프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저렇게 늘어났슴까......" 시키베는 에비스 스트리트의 가두 TV에 나오는 PV를 보면서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그녀가 알고 있던 네코네코 카와이이는 두 대뿐이다. 어느샌가 현실감에서 괴리되어 진짜 가이온을 방문한 관광객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바이오 뉴런 칩이 보여주는 길고도 긴 꿈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OFF시켰던 전자 통각을 잠깐 되돌리자 총알을 맞은 왼팔과 등에서 욱신욱신한 아픔이 전해져 온다. 그녀는 잠시 이 아픔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퍼 가이온은 그녀의 육체가 죽었던 2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최신 기술과 전통이 융합된 격조 높은 와비사비*에 감겨 있었다. 그러나 결코 똑같지는 않다.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이 변한 것만 같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두쪽으로 쪼개진 달이 인(음) · 얀(양) 모양을 방불케 하는 패턴으로 어지러운 구름 사이에 떠올라 있는 것이다.
*와비사비(ワビサビ)란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일본 특유의 미의식을 말한다.
『가이온 이클립스...... 가이온 이클립스가 가까워오는 것이와요...... 부서진 달이 태양을 쫓아 감추는 스고이 스펙터클...... 절경 리조트 호텔방 예약은 지금 바로이와요......』 때마침 그윽한 전자 마이코 CM 음성이 인력거에 탑재된 모니터에서 들려왔다. 그 단어를 듣고 시키베는 작게 몸을 떨었다.
"소장님, 이 빌어먹게 바쁠 때에 대체 어디로 가신 검까......" 시키베는 혼잣말을 했다. LED 인력거의 좌석은 그녀 혼자 타기에는 다소 넓다. (((......타카기 간도라면 10년 전에 죽었을 거다, 센진에서......))) 야마시다의 목소리가 뉴런에서 울린다. "그럴 리가 있겠슴까." 시키베는 49 매그넘을 회전시키며 그 묵직함을 확인하고서 웃었다.
교토역에 도착하자 시키베는 인력거에서 내려서 컨테이너로 향했다. 모자이크와도 같은 기억에 의지해서 그녀는 다시 언더 가이온으로 내려간다. 교토 공화국 지하에 펼쳐진 거대한 다층 도시로.
이동 중에도 그녀는 언더 가이온 곳곳을 사이버네틱스 아이로 계속 관찰했다. 여러 장소에서 숨겨진 '그' 빨간 그래피티를 또 몇개 새롭게 발견한다. 거꾸로 선 토리이에 초승달, 마법진을 방불케 하는 원과 직선, 그리고 「가이온 이클립스」라는 문자가 조합된 불길한 스프레이 그래피티였다.
이클립스. 일식. 그 단어는 시키베에게 스트레이트한 초조함을 준다. 일주일 후에 가이온 상공에 발생한다고 하는, 몇 년 만의 일식. 가이온이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는 것은 그것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마술을 방불케 하는 거꾸로 선 토리이 도형......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 기묘한 부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녀의 기억은 모자이크 상태이며, 거기에 더해 그것이 바이오 뉴런 칩의 꿈과 뒤섞여 떠오르질 않는다. 답답함과 두근거림만이 더해간다.
걷다 보면 탐정적 사고가 정리되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혼란과 초조함만이 더해질 뿐이었다. 마술을 방불케 하는 그래피티와 일주일 뒤의 일식. 그라운드 제로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생각되는 퇴역군인들이 차례로 모습을 감추는 사건. 행방불명인 타카기 간도와 코케시 사이코우. 그리고 자신을 뉴런 칩 상태에서 되살린 것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사건의 윤곽을 형성하는 하나하나의 점인 것만 같아서 견딜 수 없다.
탐정의 감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시키베에게 그리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번 일련의 사건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녀는 아직 미숙하다. 스스로도 그것을 통감하고 있다. 타카기 간도라면 조금 전의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적어도, 순조롭게 야마시다와 함께 궁지를 벗어났으리라. 어쩌면 지금쯤 야마시다와 둘이서 나란히 인력거에 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에 비해서 자신은...... 상처를 입고, 야마시다를 놓치고, 수사 또한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 조직의 주의를 끌었을 가능성도 있다. 미숙함에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간도도 야마시다를 버리는 짓만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해냈다. 그것만은 시키베의 자랑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끙끙 앓아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그때부터 2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센진))) (((오퍼레이션 매직 몽키))) (((코케시 사이코우))) 기억 속 간도의 목소리가 울린다. 바이오 뉴런 칩의 상태로 타카기 간도의 두개골 속에서 보호받던 시절에 대해 시키베는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다.
간도가 닌자가 되어 싸우던 그 시절. 종종 시키베는 깃털처럼 부드러운 잠속에서 깨어나 간도의 로컬 코토다마 공간 안에서 그와 대화를 나눌 때가 있었다. 몇 주에 한번,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때로는 코토다마 공간 속 간도와 함께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 적도 있다. 혹은 극히 드물게, 물리 세계에서 활약하는 간도의 시야를 엿보거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키베는 그 때 일어났던 일들과 꿈을 구분할 수 없다. 어떤 것이 꿈이었는지, 어떤 것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지는 간도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센진))) (((오퍼레이션 매직 몽키))) (((코케시 사이코우)))......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간도의 말은 그녀에게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일까. 그녀를 어디로 이끌려고 하는 것일까. 그녀의 탐정적 직관이 무의식적으로 어떠한 답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바이오 뉴런 칩 재생자에게 종종 찾아온다는 데자뷔 오버플로우 무한광기인가.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슴다." 시키베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쫓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위험하다해도. 왜냐하면 그녀는 가이온에 남겨진 최후의 사립탐정이니까. 그리고 이 수사의 끝에는 분명 타카기 간도가 있을테니까. 그녀는 그리 믿었다.
주먹을 쥔다. 약간의 무리라면 할 수 있다. 조금 전의 전투로도 증명되었듯, 이 오이란드로이드 바디는 미숙한 그녀 혼자서도 탐정다운 수사를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 바디를 준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그녀를 되살린 것일까......? 십년 전에 간도가 죽었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아니 아니 아니, 죽었을 리가 없슴다." 시키베는 다시 한번 작게 웃어넘겼다. 만일 간도가 십년 전에 죽었다면 자신을 오이란드로이드 바디로 부활시킨 것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차피 적을 속이기 위해서 숨어서 살아계실게 틀림없슴다, 언제나 그러셨으니. 죽은 척하기. 소장님의 주특기. 혼또, 질 나쁜 농담은 그만해주었으면 함다만. 이 빌어먹게 바쁠 때에......"
시키베는 기분이 나쁜 듯 부츠 소리를 울리며 언더 가이온을 내려갔다. 기억에 의지해서 찾아간 전(前) 사무소나 익숙한 바(bar)는 죄다 폐쇄되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기억이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해서 다시 한번 그것들이 있던 자리를 확인해 본다. 결과는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다. 시키베는 제행무상한 시간의 흐름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을 따름이었다. 지금의 그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연줄은 지금 향하고 있는 불법 금붕어 가게 뿐이다.
부웅, 부웅, 부우웅부웅. 부웅-, 부웅-, 부우웅부웅. 거의 닫혀 있는 셔터의 사이에서 중저음의 리드미컬한 음악이 새어 나온다. 시키베가 셔터 틈으로 안을 엿보며 말을 걸자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리며 셔터가 절반만 열렸다. 형광 핑크색 수조가 벽 한면에 늘어서 있고, 거기에서 다양한 네온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다. 훌륭한 품종 육성 와자마에다. 하지만 금붕어는 이 가게의 메인 상품이 아니다.
시키베는 미행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주변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금붕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간디를 방불케 하는 풍모였던 늙은 점주는 이제 없지만 하얀 민소매 도복을 입은 드레드헤어 흑인이 그 뒤를 이었다. 불법 유출 데이터 풀에 해킹을 시도하여 시키베에게 퇴역군인 파일을 빼돌려준 것도 그였다.
"잘 안됐나?" 점주는 말도 안 되게 커다란 헤드폰에서 한쪽 귀만 드러내어 시키베에게 질문했다. 그 시선은 UNIX 모니터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다.
"정보는 빙고였슴다만, 수확이 제로임다. 아-, 그래도 습격자와 마주쳤슴다. 그 데이터 해석을 해주시면 무언가......"
"뿟뿌-."* 점주는 퀴즈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듯 입술을 쭉 내밀었다. "미안하지만 타임 아웃. 선대와 아는 사이라 도와줬지만 이 이상은 안돼. 우리집 파이어월(방화벽)이 상당히 따뜻해졌어. 솔직히 이대로 계속해도 내가 얻을 수 있는 대가는 제로. 오로지 리스크 뿐이지. 그리고 솔직히, 병아리쨩이랑 엮여서 죽기는 싫어."
*일본 퀴즈 프로그램에서 '땡' 소리를 의미하는 의성어)
금붕어 가게 주인은 머신건을 방불케 하듯 강한 어조로 말하며 UNIX의 이젝트 버튼을 눌러 손가락 끝에 플로피 디스크를 뱅글 능숙하게 돌리며 시키베 앞에 두 손가락에 끼워 건넸다.
"코케시 사이코우의 은거지 주소 데이터. 지금도 유효할지 어쩔지는 알 수 없어. 진짜 이것 뿐이야. 이걸 받고 나면 앞으로 절대 내 가게에 다가오지 마, 병아리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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