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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데이・디바이스】

[둠스데이 디바이스]

◇ 한국어 종합 목차 ◇ 한국어 트릴로지 에피소드 일람

이 소설은 Twitter 연재시 로그를 그대로 보관한 것으로 오탈자 등의 수정은 기본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가필수정판은 상기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2부의 물리서적 / 전자서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2부의 코미컬라이즈가 챔피온 RED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자 코멘트 : 상기 물리서적 / 전자서적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리서적 / 전자서적은 일본어판인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원본의 오탈자 수정을 가능한 한 진행하고 있으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닌자 슬레이어 공식 디스코드의 KR 채널 혹은 DC인사이드 닌자 슬레이어 마이너 갤러리를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この記事は【ドゥームズデイ・ディヴァイス】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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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咎(허물, 죄, 벌 받을 만한 잘못)

 데스드레인은 벌떨 일어나서 방구석, 벽에 등을 기대어 자는 램페이지의 얼굴을 걷어찼다. "……!" 램페이지는 눈이 뜨여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데스드레인이 그의 목을 오른손으로 붙잡아 졸랐다. "너 이 새끼, 말해 봐." "……" 램페이지는 되쏘아본다. 입가에는 핏줄기. 우시미츠 아워였다.

"너 이 새끼, 슬슬 그만두는 게 좋겠단 생각하고 있는 거냐? 날 따라온 걸 후회하고 있잖냐고?" 데스드레인은 핏발이 선 눈으로 램페이지를 응시했다. "아니면 질렸다는 건 아니겠지?" 램페이지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데스드레인은 혀를 찼다. 방구석에서 자는 아주르를 본다.

"저 꼬맹이도 니 새끼도 꼴받아." 데스드레인이 쥐어짜내듯 말했다. "날 팔아치울 생각이냐? 그게 아니며언." 램페이지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목 조르기를 당하고 있음에도 짜증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살풍경한,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는 빌딩의 어느 방. "니 새끼의 그 팔로, 이 거리에서 날 죽일 수 있겠냐? 응?"

"……해볼까?" 램페이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데스드레인의 뉴런에 끈적한 살의가 일어난다. 그는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램페이지를 밀어내고 자고 있는 아주르를 걷어찼다. "윽." 소녀의 괴로운 신음소리. 데스드레인은 방에서 나갔다. 그 등에는 '咎'이라는 한자 모양으로 도려진 상처의 일부가.

 이윽고 옆방에서 단말마의 절규가, 애원이, 목소리조차 되지 못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와 남자다. 해체해서 죽이고 있다. 데스드레인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는 대개 웃으면서 죽인다. 그러나 이럴 때에는 그는 말이 없었다. 램페이지는 아주르를 보았다. "괜찮나?" 대답 대신에 소녀는 몸을 일으켜 램페이지를 말없이 보았다.

 옆방에 묶여 있떤 남녀는 '벤또(도시락)'다. 데스드레인이 그렇게 부른다. 죽이고 싶을 때 언제든 괴롭히고 죽일 수 있도록, 붙잡아서 자유를 빼앗은 상대를 자는 곳 옆에 팽개쳐 두는 것을 그는 꽤나 좋아한다. 당연히, 이런 희생자들은 기분 전환용으로 소비된다.

 시큼한 피 냄새가 문쪽에서 풍겨 왔다. 램페이지는 일어섰다. 그리고 준비했다. 이윽고 옆방이 조용해지고 데스드레인이 돌아왔다. "더러우니까 나가자고, 여기서." "그런가." 램페이지는 데스드레인을 응시했다. 데스드레인은 머쓱한듯 머리를 긁어댔다. "배신 안하겠지? 새끼들아."

 ……데스드레인은 처음에는 다크닌자의 한자 킬에 의해 생긴 상처를 '훈장 하나 붙은 셈' 정도로 낙관하고 있었다. 끔찍한 상처였으나 그 자신의 암흑둔 짓수……. 끈적이는 진흙을 방불케 하는 암흑 물질을 체내에 순환시킴으로써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치유되었던 것이다. 적어도 육체적으로는.

 그러나 서서히 앙금과도 같은 불쾌감이 그의 뉴런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깨어 있을 때는 괜찮다. 잠이 들 때마다 그는 그동안 그가 자신의 성적 쾌락을 위하여 불합리하게 살해해온 자들의 신음소리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는 죽어가는 죄없는 남녀노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신음소리는 그저 답답하고 괴로울 뿐이었다.

 데스드레인은 이 불쾌감이 당황스러웠다. 인과응보. 죄의 무게. 그의 머리는 죄악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불쾌했다. 다크닌자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죽이려고 했다면 죽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데스드레인은 발작하듯 그런 의심을 품을 때가 있었다. 죽음보다 더 불쾌한 결과.

 실컷 다른 이들을 유린하고, 인생을 망가뜨린 결과 그 자신이 만족하고 죽는다면 그것은 제멋대로 하는 리셋, 도주, 해방, 자기만족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한자 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가라앉을 병인가? 아니면 두 번 다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답은 없다.

 데스드레인은 자신읜 행운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용서받아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닌자 소울 빙의를 통해 압도적인 짓수를 익힌 뒤에 인과의 방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크닌자. 그리고 유적에 나타난 닌자 슬레이어.

 데스드레인의 예민한 지각 능력은 그 한순간의 해후 순간, 닌자 슬레이어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 속에서 엄청난 분노를 읽어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닌자 소울을. 그는 경외감을 품었다. 그것이 용납이 안된다. 놈이 용납이 안된다. 경외감을 느껴버린 자신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최강, 내 짓수는 최강, 모든 게 다 잘 풀려야 하는 거잖아?)

"……배신하리라 생각하나?" 램페이지가 말했다. "헷! 배신당하고 있을까보냐? 이미 시작해버렸다고, 우린! 모른다면 언제든 알게 해주지!" 데스드레인이 웃었다. 램페이지의 미간에 핏줄이 솟았다가 사라졌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그래. 나는 램페이지다. 알겠나?"

"영문 모를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얼버무리지 마." 데스드레인이 노려본다. "……증거를 보여. 램페이지. 램페이지라는 증거를 보이라고." "……" "알고 있을 텐데! 참치 앤드 드래곤이야. 아앙? 해치우자고, 하겠지?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이렇게 돼버린 이상에는?"

 참치 앤드 드래곤. 그의 인생을 파멸시키고, 그가 램페이지가 된 원인을 만든 암흑 메가코퍼레이션. 데스드레인은 그걸 박살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을." 램페이지는 데스드레인을 응시한 채 내뱉었다. "아앙?" 데스드레인의 눈이 충혈되고, 발밑에서는 검은 타르 형태 물질이 배어나왔다.

 둘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다. 아주르는 유리 같은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램페이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네가 만족한다면, 좋다. 거길 치자." "……뭐야, 너 이 새끼?" 데스드레인은 불만스러운 것 같았다. 그러나 암흑 물질은 거두었다. "니 새끼의 적이잖냐! 램페이지." "……"

 그들에게는 아직 오뚝이를 팔아 치운 돈이 있었기에 마음대로 지내는 데는 당분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데스드레인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는 것은 램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참치 앤드 드래곤. 시시하다. 하지만 거기에서 시작하겠다고 한다면, 거기로 됐다. 램페이지는 조용히 생각했다.


2

 ……교토성, 사우전드 오지조우(지장보살 조각)의 방!

 결코 좁지는 않으나 어둡고도 답답한 공간이었다. 직사각형 형태의 방의 벽을 가득 메운 섬뜩한 오지조우를, 무수한 촛불이 비춘다. 촛불은 노예 오이란이 정기적으로 돌면서 불이 꺼지는 일이 없게 관리한다.

 방 중앙에는 놋쇠로 만든 받침대가 갖춰져 있었다. 받침대 한쪽 끝에는 후지오 카타쿠라…… 다크닌자. 맞은편에는 두 명. 한 명은 니드호그. 다른 한 명은 퍼거토리였다. 둘 모두 그랜드 마스터 위계에 오른 강대한 닌자들이다.

 두 그랜드 마스터가 말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지오는 우선 브레이서(손목 장갑)를 벗어 받침대에 올렸다. 다음으로 쿠나이 다트가 수납된 벨트를 풀어 마찬가지로 받침대에 올린다. 퍼거토리가 손을 뻗어 쿠나이 하나 하나를 확인한다. 그리고 끄덕였다.

 다음으로 후지오는 와키자시 닌자 소드를 고정하는 띠를 풀어, 그것 또한 칼집째로 받침대에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무기…… 후지오와 분리하기 어려운 흉운의 칼날, 암흑검 벳핀. 후지오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슴없이 그것도 몸에서 분리했다. 그의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희미한 금속음의 잔향이 방안에 메아리쳤다.

"불안한가?" 퍼거토리가 느릿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후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의 카라테가 있으므로." "그 말대로." 퍼거토리가 끄덕였다. 니드호그가 후지오에게 눈짓했다. "강제 휴가 중에는 이걸 소지하도록." 퍼거토리가 다른 닌자 소드를 건넸다.

 후지오는 공손하게 받아들었다. 강제 휴가. 일정 이상의 위계를 지닌 자이바츠 닌자에게 동일하게 부과되는 시스템이다. 휴가 기간은 6일. 이 사이에 휴가 대상이 된 닌자는 임무에서 풀려나고, 자신의 저택에 다가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6일이라는 갑작스러운 휴가 기간은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닌자를 속속들이 알아내기에 충분하다.

 위대한 로드를 제외하고 상위 계급자들 중에 이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이는 파라곤 오직 한 명이다. 그리고 파라곤은 사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이바츠 닌자에게는 로드의 눈이 닿지 않는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일단 그렇게 되어 있다. 아마 여러모로 은닉할 샛길은 있으리라.

 퍼거토리가 건넨 닌자 소드에는 발신기가 들어있다. 강제 휴가 중에는 사택을 길드에 의해 조사당한다(이미 사택의 열쇠도 맡겼다). 하지만 후지오는 걱정하지 않았다. 의심할 여지가 있는 것은 두지 않았다. 니드호그라는 뒷배도 있다. 역심을 꾸며내어 실각시킨다는 흔해 빠진 계략은 불가능하다.

"모처럼의 휴가일세. 애초에 귀공은 로드의 신임을 받은 자. 아무 생각 없이,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고 오면 되네. 자유롭게 말이야." 마지막으로 퍼거토리가 후지오가 다른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공항 출입국 심사 입구를 방불케 하듯 확인하면서 말했다. 후지오가 끄덕였다. 입구에서 어뎁트 계급인 닌자가 나타나 그를 배웅했다.

 이대로 굳이 교토성 안에서 대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바람직하게 여겨지지는 않겠으나 그 정도라면 니드호그가 감싸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지오에게는 가이온 지표에서 확인해두어야 할 일이 있었다. 몹시 개인적인, 소소한 이유라 불러도 좋은 일이었다. 강제 휴가 또한 새옹 호스라는 것인가…….


◆◆◆


 카페테리아 창가에 앉아 있는 남자의 이름은 마코 츠키노미. 다른 어퍼 가이온 생활자의 꾸밈 없는 아름다움과는 척 보기에도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다른 손님이 마코 쪽으로 시선을 보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 내부의 아트모스피어 전체가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눈가까지 눌러쓴 야구모자, 가죽 블루종. 컵에 든 코부챠(다시마차) 라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접시 위로 돌려 놓는다. 그러자 생각한 것보다 큰 소리가 나서 그의 어깨가 떨렸다. 지나가던 웨이터를 쳐다본다. 웨이터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뿐인데도 마코는 견디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창 밖을 걷는 사람들…… 빛나는 것만 같은 거리…….

 이윽고 입구의 풍경 소리가 울리고, 가게 안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다. 마코는 그 모습을 모자챙 그림자 속에서 눈으로 쫓았다. 회색빛이 도는 머리카락. 심플하고도 주위를 불쾌하지 않게 하는 스타일의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 마코의 테이블을 지나서 바로 뒷자리, 마코의 등뒤의 자리에 등을 맞대듯 앉았다. "도-조 요로시쿠(부디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웨이터가 접객하러 온다.

"……하이 요로콘데-(네, 기꺼이)" 웨이터가 자리를 떠났다. (무언!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주문한 건가?) 마코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들어버렸다. "알고 있는가?" 등뒤의 남자가 의자에 몸을 깊게 기대고 낮게 말한 것이다.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등은 돌리지 마라." 남자가 덧붙였다. 마코는 식은땀을 흘렸다. 바로 자신에게 말하고 있던 것이다.

"뷔페 옆 점원." 이라고 말하는 회색 머리 남자. 마코는 곁눈질로 그쪽을 보았다. 남자는 말을 이어간다. "팔꿈치 근처가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있다. 알겠나? 저건 오토매틱 피스톨이다." 마코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가게 안을 돌고 있는 저 하얀 옷." "…….!" "쟁반으로 한쪽 손을 숨기고 있다. 당연히 그 손에는 총."

"댁……" 이쪽을 보지 말고 챠라도 마시고 있어." 라고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바텐더. 카운터 뒤에는 샷건이 있다. 즉…… 너는? 총은 그 종이봉투 안에 있나? 아니면 특이하게 모자 안인가? 어느 쪽이든 그만두는 편이 좋을 거다. 반격을 받고…… 개죽음이야."

"어떻게 그런, 것을?" 마코가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날 처리하려는 거냐?" "……요전에 우연히 너를 보고, 혹시나 해서 뒤를 밟아 여러모로 조사했다." "젠장……!" "인디언은?" 갑작스럽게 회색 머리 남자가 말했다. 맥락없는 단어를. 마코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

"무, 물고기의 배." 마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밤에는 그물 놓고." 라는 회색 머리 남자. 마코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태양에…… 우으…… 태양에, 활쏘기…… 태, 태양……" 마코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돌아보지 마라, 아직은. 마코=상." "으…… 댁은…… 댁…… 설마, 그럴 수가…… 후지오란 말이야……?"

"그래." "어째서 교토에…… 무, 무사했던 거야?" 후지오는 호출벨을 울리고 웨이터에게 말했다. "자리 좀 바꿔도 될지요?" "요로콘데-" 그는 마코 맞은편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도-모. 무사해서 무엇보다 다행이야." "너야말로." 라는 마코. 눈물을 닦는다. 후지오가 끄덕였다. "나를 봐서 난사는 그만둬."

"저기, 다른 녀석들하고 연락 같은 건 하고 있어?" 마코가 물었다. "아니." 후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누가 살아남았는지도 몰라. 애초에 나말고는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려 했다." "그런가…… 그렇겠군…… 그야 이런 일 저런 일 있었겠지? 그때부터." "여러모로." 후지오는 무기질적인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뇌 속에서는 아마 그 순간, 동일한 이미지가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바이오 피라냐가 가득한 해자로 둘러싸인, 그 사위스러운 네온 유희 가람당…… 산양뿔이 돋은 타락한 붓다 캐리커쳐 네부타*와 일곱 가지 색으로 빛나던 본보리 램프들의 위용. 오이란들의 교성, 꿉꿉한 복도의 어둠.
*철사와 종이로 만든 거대한 모형 구조물. 아오모리 네부타 마츠리가 유명하다.

 겨울 걸레의 얼 것 같은 차가움. 요리사 자이고의 그 천박했던 웃음, 고기 손질용 칼. 세탁실의 노파. 자젠(좌선)에 중독되었던 그 아름다운 아가씨. 깡말랐던 침구사. 병으로 죽은 동료. 양자로 들어간 동료. 종종 하늘을 가로지르던 참치 체펠린의 플라즈마 광고. 닿을 수 없던 자유로운 세계를 과시하던. 계획…… 탈주…… 뿔뿔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웨이터의 목소리. 맛챠(말차)와 오조니(떡국). 오조니 그릇은 둘. "오늘 아침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말이지." "꽤나 많이 먹는구만……" 이라는 마코. "하나는 네 몫이다, 마코=상." 후지오가 말했다. "얼굴이 말이 아니야."

"어디까지 알고 있어? 나에 대해. 젠장……" 마코는 몸을 떨었다. "후지오…… 이런 때에 설마 네가 살아서 나타날 줄은……" "기분은 이해해.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후지오는 무감정한 모습으로 오조니를 한 입 먹었다. "추억이라는 것은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운 것이로군."

"말 돌리지 말아줘." 라는 마코. "나는……" "조직의 버림돌, 이겠지." 후지오가 가로막았다. "네가 여기에서 총기 난사 소동을 일으키는 틈에 실행 부대가 하늘에서 옥상으로 내려오는 걸 테지? 지금 설명한 대로, 너는 만에 하나라도 살아남지 못해." 그의 눈이 빛난다. "……닌자라도 아니면. 그러니 그만둬."

"솔직히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어." 마코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직 실행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어. 실패하면 안 되니까……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려고." "일단 오조니를 먹도록 해." 라는 후지오. 마코가 한숨을 내쉬고 젓가락을 들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곧 허물 없는 동료 사이의 그것이 되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조니를 먹고 조용히 여기를 떠나는 거다. 그리고 가이온을 나와서 어딘가로 사라지는 거지." "그렇게는 못해." 마코가 말했다. "내가 조직에서 끝까지 도망칠 수 있다 해도…… 내 소중한 사람들이 끝장이야. ……너나 나나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여러모로 생겼을 거잖아…… 오랜 시간 사이에."

 후지오가 마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연." "그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마코는 오조니의 국물을 마시고, "열차에 숨어서 교토에 온 뒤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어…… 눈 깜짝할 사이에 이 꼴이야. 이것저것 해봤는데 잘 안되네. 넌 역시 다르구나. 후지오."

 마코가 후지오의 옷차림을 보면서 허전한 듯, 하지만 진심으로 웃었다. "그 빌어먹을 『궁전』에서도 너는 가장 머리가 좋았으니까. 믿고 있었어, 빈말 아니야…… 나는 기뻐. 잘 지내고 있는 녀석이 있다는 게." "잘 지내고 있는, 이라." 후지오가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그렇군."

 후지오가 천장을 올려다 본다. "이 빌딩 3층부터 위쪽은 모두 참치 앤드 드래곤의 사옥이었지. 네 조직은 사장 유괴라도 저지를 셈이야?" "뭐, 그런 셈이지." 라는 마코. "……돈이야. 지금까지도 온갖 일을 해왔어." "쓸데없는 생각을 했군." "그러게." 챠를 마시며 잡담을 방불케 하듯 말할 내용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네 인생에는 미래가 없어." 후지오가 잘라 말했다. 마코는 말이 없었다. 후지오는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운명에 돌을 던져 볼 수는 있을지도 몰라." "무슨 말이야?" 마코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나는 슬슬 시작하겠어…… 마지막으로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만날 수 있었네. 붓다에게 감사해. 가 봐." 그러나 후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너…… 적당히 해!" "돕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다." 후지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마코의 눈을 가만히 보며 미소지었다. "아까 나는 『닌자라도 아니면』이라고 말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난 닌자야." 그는 포크를 집어들었다. "시작하겠나?" "에……"

"나는 안전을 늘 꾀하는 남자야." 후지오가 포크를 만지작대며 말했다. "안전……?" 마코는 그의 말을 그대로 따라했으나, 후지오는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참치 앤드 드래곤 사는 현재 길드의 비호 아래에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성장을 뽐내며 여러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때문에 자이바츠 닌자가 출동하는 일은……없다. 적어도 즉시는.

 하지만 머지 않아, 가이온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자이바츠에서 닌자가 파견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것을 모를 다크닌자가 아니다. ……혹시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헤쳐 나갈까? 지금의 그에게는 명확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마코=상. 떠오르지 않나, 그때가."

"아아…… 아아, 떠오르네, 빌어먹을." "그렇지?" "그 탈주 때도, 헤헤헤, 앞뒤 생각하지 않았었잖아." 마코가 후지오를 보면서 땀을 닦았다. 억지로 웃고서 종이봉투에 손을 넣는다. 안에 든 총을 쥔다. "너한텐 질렸어, 갑자기 나타나기나 하고……" "나도 동감이야." 후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섰다.


3

 마코가 종이봉투에서 권총을 꺼내 천장에 겨눈다. "우오오옷-!" BLAM! BLAM! BLAM! "아이에에에에광인!?" "아이에에에에!" "어째서!? 총격 어째서!?" "이얏-!" 끄악-!?" 가게 안을 돌아다니던 하얀 양복을 입은 자의 쇄골 근처에 포크가 깊이 꽂혔다. 후지오가 던진 포크다.

 몸부림을 치던 하얀 양복의 손에는 짐작대로 서브머신건! "이얏-!" "끄악-!" 번개를 방불케 하듯 달려든 후지오의 발차기가 하얀 양복의 턱을 가른다! 하얀 양복이 떨어뜨린 서브머신건을 후지오는 그대로 잡아, 카운터에서 샷건을 든 바텐더의 어깨와 팔에 쏴버렸다. "끄악-!"

"우, 우오오오-! 우오오오-!" 마코가 마구 방아쇠를 당긴다. 꽃병과 도자기로 만든 마네키네코가 폭발하고, '접대'라고 서도된 액자가 기울어진다. 뷔페 옆 직원이 감춰뒀던 오토매틱 권충을 들려고 했으나 후지오가 그의 팔을 비틀어 올리고, 추가로 목덜미에 일격을 가하여 혼절시켰다.

 점내에 경보음이 퍼지고 손님들은 테이블과 의자를 쓰러뜨리며 혼란스럽게 도망쳤다. 후지오도 천장을 향해 서브머신건을 쏘며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소리쳤다.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 모오다메다(이제 글렀어)-!" 몇 명이 소리치며 정신을 잃거나, 혹은 바닥에 주저앉아 실금했다. "젠장, 좋았어, 젠장." 마코가 달려왔다.

"쓸 수 있나?" 후지오는 마코에게 샷건을 던져 넘겼다. 마코는 받아들고, "너, 정말로 해버리다니…… 그건 그렇고 너…… 너 진짜……" 휙휙 고개를 젓고서 후지오를 본다. "다음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라니?" "아니 그게, 뭐, 이 다음에는 적당히 도망치라고만 정해져 있어서…… 어째……"

 비명과 소란 저편에서 어용! 어용! 하는 케비이시* 가드의 사이렌 소리가 다가온다. 유리창 너머에서는 구경꾼을 방불케 하는 시민들이 가게 안의 상황을 엿보려 하고 있었다. 후지오는 위협하듯 유리창에 총을 쏴서 박살냈다. "아이에에에!" 마구 도망치는 구경꾼들! 그들과 교대하듯 가드들이 나타나서 방패를 들고 전개!
*원문은 ケビーシ로, 検非違使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보인다. 헤이안 시대의 비위 감찰 벼슬로 현재의 검찰, 재판, 경찰 업무를 겸했다는 직책.

"어퍼 가이온의 치안이란 이런 거야. 마코=상." 후지오는 주방 안쪽으로 가라고 마코를 재촉하며 말했다. "어떤 행운이 일어나서 난사에 성공했더라도 케비이시 가드가 곧 도착해서 널 죽인다. 그런 각오는 있었나?" "……어쩔 도리가 없었어." 마코가 씁쓸하게 말했다. 후지오는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에에에…… 죽이지 말아줘어……" 도망친 주방 직원이 몇 명, 자발적으로 도게자하며 머리를 손으로 싸매고 떨고 있었다. "저기, 어떻게 해?" 마코가 다시 물었다. 후지오는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위야. 조직이라는 것에 합류한다. 자세한 것은 가면서 듣도록 하지." "합류?" "그래.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죽인다."

"뭐라고?" "그 수 뿐이지 않나. 지상으로 도망치는 것이 무리라면 위다. 그리고 너를 버림돌로 쓴 조직이 너를 앞으로 어떻게 써먹을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다. 가족도 걱정되겠지?" "하지만……" "너 정도의 말단에게 보복할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박살내면 돼. 그 뒤에 도망쳐."

 두 사람은 업무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야?" 마코가 물었다. "이상하잖아." "이상한가?" 후지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이? 우리들은 무적의 갱이고, 게릴라고, 분노한 기사에, 그 인연은 혈연보다도 나누기 어려우며,"……"……한 사람의 수치는 나머지 모두의 보복으로 갚는다, 인가." 마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상해, 그런…… 옛날 이야기……" "그렇게 말하는 너도, 그리 암송할 수 있잖아."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야 당연하지." 라는 마코. "하지만." "나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아도 돼." 후지오가 가로막았다. "나는 안전을 늘 꾀하는 남자야…… 추억과 리스크를 놓고 저울질한 뒤, 괜찮다고 생각했어."

 액정 패널의 층수를 표시하는 한자 숫자가 계속해서 변한다. 후지오는 마코를 보았다. "여전히 더 이유가 필요한가?" "하지만…… 납득이 안 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니까. 불합리하니까, 하는 거야." "응?" "이쪽 사정이야." 후지오는 눈을 감았다.


◆◆◆


"하악-…… 하악-…… 기다려, 거래하자." 닌자는 부러지지 않은 쪽 팔을 들며 뒤로 물러났다. 뒤는 야속하게도 벽이었다. '유저 숫자'라고 적힌 꺾은선 그래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나는, 네, 네놈에 대해 말하지 않겠어. 좋게 좋게 처리할게." 멘포와 두건 일부가 날아가서 광대뼈가 노출되어 있었다.

"내, 내가 너희에게 무슨 짓을 했어? 아직 아무것도……" "……" 대치하고 있는 검붉은 닌자는 말없이 한 걸음 내딛었다. 그 뒤에서 목소리. "유감스럽게도, 이래야 쌤쌤이라는 거야." 말한 것은 더러운 롱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복면으로 삼아 감은 몸집 큰 닌자였다. 책상 위의 UNIX 설비에 서서 타이핑하며 빈사 상태인 적을 본다.

"나는 자이바츠에게 아무것도 안했어. 거기 그 남자도 마찬가지야. 그쪽이 시작한 거지." 타이핑을 계속하면서, "뭐, 무의미하겠지…… 이런 토론은. 그리고 미안하게 됐어…… 네가 자이바츠 닌자니까, 닌자 슬레이어가 습격해서 죽였다. 오늘의 『이 일』에 대해 저쪽이 그렇게 생각하게 해둘 필요가 있거든."

"에…… 응……? 닌자는 바야흐로 카이샤쿠를 위해 주먹을 쥐는 눈앞의 닌자 슬레이어와, 그 뒤의 수수께끼의 닌자…… 디텍티브라는 이름을 댄 닌자를 곤혹스럽게 번갈아 보았다. "하이쿠를 읊어라. 플로거=상." "기다려……"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의 결단적인 주먹이 플로거의 얼굴을 파괴하고 폭발사산시켰다. "사요나라!" 이 출구 없는 서버 시설에서 노예 엔지니어들을 구속해두고, 불법 영양 수액을 놓으며 혹사시켜 왔던 사디스트의 죽음이었다. 엔지니어들은 이미 이 두 닌자에 의해 풀려난 상태다.

"……어떻지?" 후지키도가 간도를 돌아보았다. 디텍티브……즉, 죽음의 심연에서 카라스(까마귀) 닌자의 힘을 얻어 되살아난 간도……는 묵묵히 키보드를 계속 두드린다. 기하학적 무늬가 모니터 위를 선회하고, 이윽고 그것이 선으로, 점으로 분해되어 흩어졌다. 그리고 '와카리마셍(모르겠어요)'이라는 문자가 떴다.

"아아. 젠 드라이브가 먹혔어." 디텍티브가 닌자 슬레이어를 보았다. 젠 드라이브란 UNIX 컴퓨터의 한계 처리 능력을 뛰어넘는 연속 명령어 입력을 통하여 시큐리티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강행 기술이다. 모니터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타는 냄새가 난다.

 가이온 지표에 같은 간격으로 세워진 5층탑 안에는 이렇게 겉으로는 그윽하게 위장한 불법 시설들이 섞여 있다. 유폐된 엔지니어들을 풀어준 것은 실제 선행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그들의 이번 주요 목적은 아니었다. 디텍티브는 이미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된, 반쯤 망가진 설비의 슬롯에 준비한 플로피 디스켓을 꽂았다.

"확실히 다른 자이바츠 시설들과 비교했을 때 시큐리티가 상당히 허술하군." 디텍티브가 말했다. "정보는 정확해…… 이것으로 디플로마트=상을 믿을 마음이 들었어?" "애초부터 의심도 안했다."라는 닌자 슬레이어. "그들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 행동이니까." "그치."

"중점!" 모터 치이사이(조그맣다)가 날아와서 UNIX 설비 주위를 비행했다. "연결한다." 디텍티브가 설비와 모터 치이사이를 재주 좋게 LAN 직결했다. "눈눈눈눈……" 모터 치이사이가 디스크 처리 소리를 울리며 붉은 불빛을 깜빡였다.

"……있지, 이런 사전 준비가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5층탑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떫은 표정을 지은 디텍티브가 말을 건넸다. "정면 돌파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 말이야.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알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아아, 그래. 지금쯤 낸시=상은 후지산 상공 쯤에 오지 않았을까?" 라는 디텍티브. "조금 긴장되는군, 직접 보려니." "새삼스럽게 무슨 말을." 닌자 슬레이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가이온 지표의 거리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장엄한 여러 건축물들, 지역 통째로 엄격하게 고도가 제한된 빌딩…….

 ……그러던 눈이 부릅 뜨였다. 그의 닌자 시력은 인파의 흐름에서 발생한 혼란을 포착했다. "간도=상." "뭐야?"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그래, 미안하지만 조금 더 거기서 그렇게 관광하고 있어줘…… 어허, 뭐 때문에 그러는데?" 닌자 슬레이어가 디텍티브를 불러 그 방향을 가리켰다.

"어디지, 저기는?" "저것 말인가? 어째…… 뭐야, 저건?" 디텍티브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복면 머플러를 눈 바로 아래까지 올렸다. 닌자 시력은 그가 더 뛰어나다. "저 건물은 참치 앤드 드래곤 사옥…… 연기? 아니, 어허어허어허……" "닌자로군." "기다려, 잠깐, 저건 아마 야바이야."

"내버려 둘 수 없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그대가 나보다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저…… 학살이!" 디텍티브가 괴로운듯 말했다. "어허어허, 큰 일 앞에서 작은 일*은……" "그래. 그런 말 또한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디텍티브를 똑바로 보았다. "그런 말 또한 있다." "그래……"
*大事の前の小事, 큰일을 앞에 두고 하찮은 일에 구애받지 마라.

 디텍티브는 이마의 검은 상처에 손을 댔다. "그래…… 그래. 어쩔 수 없겠군. 큰 일 앞에서 작은 일. 가. 저걸…… 『내버려 둬라』라곤 못하겠구만……" "그래." 닌자 슬레이어가 끄덕였다. "여기는 맡긴다." "잘 하고 와." 라는 디텍티브. 닌자 슬레이어의 대답은 없었다. 창문으로 뛰어나간 것이다.

 ……(((후지키도))) 색깔 있는 바람을 방불케 하듯 건물에서 건물로 뛰어 이동하던 닌자 슬레이어는 뉴런 밑바닥의 꿈틀거림을 느꼈다. 나라쿠! (((또다시 킨보시(전공)! 이런 운때도 그야말로 이 어르신의 도량의 은덕이로구나))) "저 짓수는 무어냐?" (((끌끌끌…… 다이코쿠(대흑천) 닌자……)))

"다이코쿠?" (((오오, 오오, 군침이 멎질 않는구나…… 후지키도, 그 외에도 있구나. 노골적으로 소울을 드러내는 천것이…… 저것은, 저것은 아칼라* 닌자! 킨보시! 어차피 이 타락 시대의 카라테 따위 뻔할 뻔자로다! 짓수만 가진 잡것일 테지! 두 마리 모두 반드시 사냥해야만 한다!))) "짓수 쪽을 설명해라!"
* 부동명왕의 산스크리트 이름인 Acala 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다이코쿠 닌자는 옛적의 닌자…… 케이토 닌자가 저 놈을 함정에 빠뜨려, 뜨거운 납 목욕탕에 빠뜨려 죽였다. 놈의 짓수는 암흑둔…… 대지의 정수를 사역하지…… 끌끌끌…… 빛이 비치지 않는 어둠…… 끌끌끌끌…… 아칼라 닌자는)))…… 닌자 슬레이어는 착지했다. 죽음의 한가운데에.


◆◆◆


 몇 분 전!

"오우, 오우, 오우." 데스드레인이 등을 고양이처럼 숙인 채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뭔가 시작된 것 같은데?" "그런 듯하군." "그런 듯하군, 이 아니잖아!" 데스드레인이 고개를 숙이고 램페이지를 본다. "시시하지 않냐고, 이래서야." "……한다, 그뿐이다."

"한다, 라." 데스드레인이 황홀한 듯 웃었다. "좋구만, 좋아. 그러면 됐어. 넌 어쩔 거냐! 아주르!" 소녀는 무감정한 눈으로 데스드레인을 돌아보았다. 도망갈 우려가 없다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에 지금은 이미 목줄은 차고 있지 않았다. "너, 빈집 지키고 있을거냐? 아니면 갈거냐?" "갈래." "헤헤헤!"

 어퍼 가이온 거리에 이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이상했다. 후드를 푹 눌러 쓴 깡마른 남자, 쇠고리와 가죽 벨트가 종횡무진 교차되어 있는 구속복을 방불케 하는 옷. 옆에 서있는 것은 금속으로 만든 복면으로 얼굴 모두를 가리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는 남자. 팔은 사이버네틱스…… 정신 나간 사이즈인. 그리고 소녀. 소매를 억지로 뜯은 드레스.

"꺼으억-." 데스드레인이 지저분하게 트림했다. 인파 끝은 목적지인 참치 앤드 드래곤 사옥 빌딩이었다. 세 사람은 배수 시설을 거슬러 오르듯 어퍼 가이온으로 나왔다. 램페이지는 이 지역의 지리에 밝았다. 곧장 도착했다. "노잼이구만-, 저거." 이윽고 총소리. 그리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 사람들이 마구 비명을 질렀다. "어용! 어용!" 세 사람 앞쪽 골목에 케비이시 왜건이 나타나서 해치백을 열고 케비이시들을 쏟아냈다. 그들은 다들 무장을 갖추고, 인파들을 밀어내듯 사옥 빌딩을 향해 이동했다. 데스드레인이 하품했다.

"어용! 어용!" "이얏-!" KRAAAASH! 데스드레인은 고개를 돌렸다가 배꼽을 잡고 폭소했다. "바하하하하하!" 램페이지가 뒤에서 달려온 다른 케비이시 왜건 쪽으로 몸을 돌려 갑자기 펀치를 꽂은 것이다. 압축된 고철이 삐걱이며 미끄러진다!

 탑승했던 이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전원 사망! 인파 속 몇 명이 우연히 돌아섰다가 그것을 목격하고 비명을 지르며 실금했다. "아이에에에에에!?" "해볼까아!" 데스드레인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인파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검은 액체가 간헐천을 방불케 하듯이 시민들 발밑에서 솟아난 것이다.

"아밧-! 아바밧-!?" 하늘로 날아간 십여 명은 그대로 촉수를 방불케 하듯 땅에서 솟아난 암흑 물질에 붙들려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다. 맨 앞줄에서 사옥 쪽으로 방패를 들고 있던 케비이시 가드들이 비명 소리에 뒤쪽을 돌아봤다가 아연실색했다. "……어째서?" "뭐야……?" "위라고, 위!" 라는 데스드레인.

 나무삼…… 그것은 암흑의 식물을 방불케 하며 꼼짝도 못하는 시민들의 입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체내로 파고 들더니, 차례차례 안쪽부터 파괴시켰다! """아밧-!""" 케비이시들의 머리 위로 피와 살점이 쏟아진다! "이얏-!" KRAAAASHHH! 램페이지가 뛰쳐나와서 전방에 있던 또 한 대의 왜건을 때렸다! 압축 분쇄!

 왜건은 찌그러지면서 케비이시들에게로 날아가, 질량으로 그들을 압살! """아밧-!?""" 나무아미타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머리 위에 있던 암흑 물질들이 묵직한 살육의 후톤 이불로 변하여 덮쳐든다! """아밧-!?"""

"참을 수 없네! 참을 수 없게 돼버렸어! 헤헤헤하하하하!" 데스드레인이 홍소를 터뜨렸다. "여자아! 여자는 없나? 여자랑 억지로 뜨고 죽이고 억지로 뜨고 싶어엇! 살아있는 여자 없냐고오?" 그는 시체를 걷어차며 어슬렁어슬렁 카페테리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램페이지를 문득 본다. "야아, 이거면 되잖냐고! 역시나아?"

 철가면이 데스드레인 쪽을 보았다. 이 거리에는 그들 이외에 살아있는 자가 없었다. 잠시의 정적. 램페이지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 있어라. 먼저." 옆 건물로 돌아선다. "헷! 부숴버리고 싶어서어? 어울려주질 않는구만! 헤헤헤! 이리 와, 아주르!" 소녀가 꺾어 신은 스니커로 시체를 밟으며 달려왔다.

"이얏-!" 두 사람이 들어간 참치 앤 드래곤 사옥을 곁눈으로 보며, 램페이지는 붉은 벽돌로 만든 은행 건물 모서리를 후려쳤다. KRAAAASH! 또다시 일격. KRAAAASH! 3층 창문 블라인드가 열리고, 진동에 당황한 시민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눈을 부릅떴다. 아무래도 유리 너머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얏-!" KRAAAAAASH! 결정적인 붕괴! 충격이 건물을 따라 오르며, 흙먼지와 함께 가라앉기 시작한다! "아, 아이에에에에!?" 출구 근처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가 길거리로 뛰어나가려 했다. "이얏-!" 램페이지는 그들을 가로막고 주먹을 꽂았다. 비명조차 없이 두 사람은 날아가 사라졌다.

 ZGGGGGGGT…… 분진과 붕괴를 우뚝 서서 바라보던 램페이지는 등뒤에서 닌자 존재의 살의를 느꼈다. 램페이지는 고개를 돌려 그것을 눈으로 보았다. 맞은편 건물 옥상에 똑바로 선 그림자를. 램페이지가 몸을 돌렸다. 거대한 파괴 팔을 흔들며.

"도-모. 램페이지=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검붉은 닌자 멘포에 조각된 '인(忍)' '살(殺)'이 어둡게 빛났다. "그대인가." "……무얼 하러 왔지? 우리를 막으러 왔느냐." "그대들을 죽이러 왔다. 죽인다." 닌자 슬레이어가 즉답했다. "그대들을 처참하게 죽이고, 목을 잡아 뜯어 매달아 주마."

 닌자 슬레이어의 눈에는 고요하고도 맑은 분노가, 살의가 서려 있었다. 사나운 폭풍이 지나간 뒤 같은 고요함이. 나라쿠의 분노, 그리고 후지키도의 격렬한 분노가 그 눈동자에 가득했다. 램페이지의 철가면 속 표정은 짐작할 수 없었다. 거대한 주먹을 맞부딪힌다. "내가 소바 셰프 램페이지 사건이다."


4

 후지키도의 뇌리에 형무소에 있던 사람들……린도우 방 사람들…… 영화 레크레이션…… 여러 정경이 일순간 흐른다. 모두, 죽었다. 죄수들을 벌레처럼 폭탄으로 바꿨던 이그조스천 또한 죽었다. 그리고 지금. 살아남은 젠다는 램페이지가 되어 시민들을 벌레처럼 학살하는 쪽에 섰다. 죽여야만 하는 적으로서.

(((아칼라 닌자가 먼저인가. 좋구나))) 나라쿠의 사악한 함박웃음이 뉴런을 더럽힌다. (나라쿠) 후지키도는 백일몽을 한순간에 버렸다. (((옛 아칼라 닌자는 다른 닌자보다 몸집이 두 배는 되는 오니였다. 남은 흔적은 저 팔인가))) (옛날 이야기는 됐다)

(((아칼라 닌자의 카라테를 정면에서 받아내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 교만하게 굴지 말거라))) (그대가 교만 이야기를 하는가?) (((끌끌끌……))) 조소하는 듯한 나라쿠의 웃음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은 붉은 빛을 띠었다. 나라쿠와 후지키도의 살의가 공진하며 녹아내린다.

 올려다보는 램페이지의 양 팔꿈치에서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램페이지가 발을 내딛는다. 닌자 슬레이어가 옥상에 서 있는 부동산 업자 사무소를 향해. "이얏-!" "!" 닌자 슬레이어는 뛰었다. 램페이지는 기세를 죽이지 않고, 달리면서 주먹을 들어 건물을 때렸다! KRAAAASH!

 닌자 슬레이어는 램페이지의 등뒤에 착지! "이얏-!" 뒤돌아보며 발차기를 날린다! 램페이지는 목덜미에 발차기를 맞았으나, 그 순간 더욱 앞으로 파고들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대미지는 경감하게 되었다. "이얏-!" 램페이지는 두 번째 주먹을 부동산 업자 사무소에 꽂았다! KRAAASH!

 두 번의 타격으로 인하여 건물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붕괴! "아, 아밧-!?" 무너져 가는 건물 안에서 잘 들리지 않는 비명이 희미하게 새어나왔다. 꼭대기층 비상 계단에서 뛰쳐나온 남자가 굴러 떨어져, 램페이지 바로 옆에 머리부터 부딪혀 죽었다. 램페이지는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뒤돌아보면서 훅 펀치를 날린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지면에 닿을락말락하게 회전하면서 몸을 숙여 훅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대로 램페이지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복부에 백 너클을 꽂았다. "이얏-!" "끄악-!" 램페이지의 기세가 꺾인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어서 반대쪽 손으로 정권을 날린다! "이얏-!"

 그 순간이었다! BOOM! "끄악-!?" 닌자 슬레이어가 순간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램페이지의 양팔 측면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와서 닌자 슬레이어에게 퍼부어진 것이다! 램페이지는 자신의 가슴 또한 열기에 쏘이게 되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한쪽 팔을 들어 발밑의 지면을 향해 꽂는다! "이얏-!" KRAAASH!

 아스팔트가 부서지고 주위에서 파편들이 튄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멀리 떨어지면서 수리켄을 투척, 쏟아지는 파편들을 맞혀 떨궜다! 램페이지는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추격 준비 동작! 활시위를 당기듯이 오른팔을 뒤로 당기며 돌진! 팔꿈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이이이야아아아아앗-!"

 닌자 슬레이어의 눈챠쿠가 순식간에 봉인이 풀리며 전개! 공중에서 그는 신기의 사슬을 팽팽하게 당기고, 그것으로 램페이지의 파멸적 직진 질량 공격을 받아냈다! "이얏-!" 눈챠쿠의 곤봉 부분에 '인(忍)' '살(殺)'이라는 불꽃 문자가 타오르고,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에 쇠사슬은 검붉은 불꽃을 흩뿌렸다!

"끄악-!" 파멸적 기계 팔과 신기가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잠시 뒤에 그 질량에 눌린 닌자 슬레이어가 뒤쪽으로 마치 와이어로 끌려가듯 날아가 버렸다. 붕괴된 은행의 잔해 더미 위에서 닌자 슬레이어는 나뒹굴었다. 램페이지는 팔 부분 매니퓰레이터 상태를 확인하듯 열고 닫은 뒤 걷기 시작했다.

"……?" 램페이지가 가면 아래에서 묻는다. "뭐냐, 그 무기는?" "누우웃……" 닌자 슬레이어는 깊게 호흡하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발밑. 벽돌과 철골 아래에 여자가 보였다. 아이를 감싸고 있다. 양쪽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닌자 슬레이어는 램페이지를 응시했다. 램페이지의 접근 속도가 증가한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빠르게 눈챠쿠를 거두고 수리켄을 4장 투척! 램페이지는 기계 팔로 상체를 지키며 돌진한다. 수리켄은 튕겨져 나갔다. "이얏-!" 더욱 더 수리켄 투척! 동시에 그는 비스듬히 뛰어, '당신의 거리'라고 적힌 네온 간판을 박찼다! "이얏-!"

 간판을 박찬 닌자 슬레이어가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위쪽에서 램페이지에게 뛰어들었다! "이얏-!" 거기에 더해 수리켄 투척! 램페이지는 대퇴부에 1장이 꽂혔으나 개의치 않는다! "이얏-!" 램페이지는 아래에서 위로 해머를 방불케 하듯 기계 팔을 휘둘러 올렸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고속으로 세로 회전하면서 눈챠쿠를 내리쳤다! 거대한 주먹과 성스러운 흑단나무 신기가 서로 부딪히고, 다시 검붉은 불꽃이 터져나온다. "끄악-!" 역시나 밀린 것은 닌자 슬레이어! 바로 위로 튕겨져 날아간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직으로 날아가면서도 여전히 빙글빙글 계속 회전하고 있었다. 램페이지는 닌자 슬레이어의 낙하 타이밍에 정면에서 주먹을 꽂을 수 있도록 기계 팔을 뒤로 들었다. 격렬한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이이이……" 벌거벗은 가슴팍에 핏줄이 솟는다! 닌자 슬레이어는 여전히 회전!

"이얏-!" 닌자 슬레이어의 착수가 한 발 빨랐다! 고속 회전하는 닌자 슬레이어가 날린 것은…… 무수한 수리켄! 고우랑가! 이것은 헬 타츠마키(소용돌이)다! 지금까지 무수한 클론 야쿠자 집단을 순식간에 섬멸해 왔던 수리켄 공격을, 이 타이밍에서 사용한 것이다!

"누…… 우…… 끄악-!?" 아랑곳 않고 주먹을 꽂으려던 램페이지였으나 그의 팔의 관절 부분에서 갑자기 스파크! 검은 연기를 뿜는다! 세키바하라 황야에 종종 떨어지는 그 무시무시한 중금속 우박을 방불케 하듯 무수한 수리켄이 램페이지를 덮쳐, 그것들 중 몇 개가 크리티컬한 가동 기구를 손상시켰던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떨어지면서 더욱 회전! 그 위력을 싣고 이번에는 눈챠쿠를, 기세가 죽은 램페이지의 주먹을 향해 휘둘렀다! "이얏-! 이얏-! 이얏-!" "끄악-!?" 한 차례의 격돌로 폭주하는 눈챠쿠가 순식간에 세 번의 타격을 꽂아 매니퓰레이터를 박살냈다!

 램페이지의 왼팔이 힘을 잃고 축 늘어진다! "이얏-!" 거기에 더해 공중에서 몸을 비튼 닌자 슬레이어가 번개를 방불케 하는 공중돌려차기를 목가에 꽂는다! "누웃-!" 둔탁한 충격음! 산시타였다면 목이 천 갈래로 찢어졌을 필살의 발차기다. 그러나 램페이지의 목은 이 공격을 견뎌냈다. 이 무슨 닌자 내구력!

"이게!" 램페이지가 몸을 뒤로 젖혔다. 닌자 슬레이어는 열증기 공격을 경계하여 몸을 날려 떨어져 눈챠쿠를 들었다. "어쨌단 거냐!" 램페이지가 상체를 비튼다. 축 늘어진 왼팔이 쇄분동을 방불케 하듯 흔들리다, 옆으로 휘둘려 닌자 슬레이어를 때린다! 오른팔에 집중하고 있던 그에게는 실제 기습!

"끄악-!?" 닌자 슬레이어가 튕겨져나간다! 카라테가 담겨져 있지 않은 원시적인 타격이었기에 가볍다. 하지만 램페이지의 진정한 공격은 오른팔! 팔꿈치에서 분출되는 증기! "이얏-!" 공중의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날아간다! "이얏-!" 눈챠쿠로 가드! 하지만 램페이지는 닌자 슬레이어를 때리지 않는다! 잡는다!

 투박한 매니퓰레이터가 닌자 슬레이어를 강하게 조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내장을 파열시켜서 죽일 속셈이다. "이얏-!" "끄악-!" 조임틀을 방불케 하듯 늘어나는 닌자 사이버네틱스 악력! 증기 분출! "이얏-!" "……!"

 철가면 아래에서 램페이지는 눈을 크게 떴다. 손안의 닌자 슬레이어가 쇠약해지기는 커녕,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어 램페이지를 노려본 것이다! 그 눈에는 무시무시한 검붉은 불꽃이 빛나고 있었다. 적을 꽉 쥔 매니퓰레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발력을 램페이지의 뉴런에 주입한다! "!"

"이얏-!" 램페이지는 순간적인 판단이 그의 남은 손을 구했다…… 그는 힘껏 팔을 휘둘러 닌자 슬레이어를 내던졌던 것이다. 여기에서 램페이지가 조여 죽이기에 콤마 1초라도 더 집착했다면 닌자 슬레이어는 밧줄을 잡아 뜯듯이 안쪽에서 매니퓰레이터를 파괴했으리라!

"누웃-!" 그리고 이 투척은, 우주식민지를 꿈꾸었던 화려한 시대에 시도되었던 매스 드라이버를 방불케 하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닌자 슬레이어를 똑바로 발사했던 것이다! 섬뜩할 정도로 고요해진 시가지, 그 도로 막다른 곳, 도달점에는…… 시청 청사! KRAAAAAAAAAASH!

"끄악-!" 정면 현관의 '무엇이든 상담자가 듣습니다'라고 예의 바르게 적힌 노렌(포렴)과 유리 장지문을 뚫으며 카운터에서 튕겨진 닌자 슬레이어가 기둥에 쳐박혔다가, 바쁘게 일하는 시 직원 한가운데로 낙하했다. "아이에에에에!?" "닌자!?" "닌자 어째서!? 아밧-!?"

 시청 청사 안은 순식간에 닌자 리얼리티 쇼크가 발생한 사람들이 거미 새끼 흩어지듯 내달리며 울부짖고 실금하는, 아비규환의 장으로 변했다. "누우……"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ZOOOM…… 시청 청사가 흔들리더니 기울어졌다. 지진? 아니다. 땅은 흔들리지 않았다. ZOOOM…… 또다시 진동!

"이것은!" 닌자 슬레이어가 신음했다. 당연히 이것은…… 백주대낮에 아무도 없는 거리, 청사 밖에서 네 귀퉁이의 기둥을 차례로 때리고 있는 것은, 램페이지! 탈출은…… 이미 늦었다! KRAAAAAAAAAAAAAAASH!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 "아…… 아밧-!"

…… "……" 파괴를 마친 램페이지는 시청 청사 정면으로 돌아와서는 분진 속, 바로 방금 전까지 시청 청사가 있었던 자리에 어처구니 없이 파괴된 것을…… 그 자신의 파괴와 살육의 결과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왓장, 벽재, 철골, 한때 목숨이 있었던 자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하야이 츠카이테*단. 구성원은 약 15명. 진보적 아나키스트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을 협박해서 쩨쩨한 돈을 버는 집단." 엘리베이터에서 마코와 마주 보고서 후지오는 담담하게 말했다. 마코는 침을 삼켰다. "조사했어?" 후지오가 끄덕였다. "너와 관련해서. 이 정도의 기본 정보라면."
* 빠르고 솜씨가 능숙한 사람

 후지오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수령인 독일계 이민자는 닌자로, 뱅퀴시라고 자칭하고 있다지." "아…… 아아, 그래." 마코가 끄덕였다. "그 말대로야. 닌자야. 하지만 설마 거기까지……" "나도 닌자니 말이야." 후지오가 말했다. "재난이로군, 마코=상. 산시타 닌자의 장기말로 쓰인다는 것은."

"헤헤." 마코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그래. 어쩔 도리 없는…… 운이 동난 녀석이지." "닌자는 오나?" "그래. 와. 그 녀석은 아무도 믿질 않아. ……네 말은 정답이야. 옥상에 부대가 헬기로 내려와서, 임원을 구속할 거야." "당연히 그때를 노려 죽인다. 슬슬 시작했겠지?" "응."

"10층이와요." 마이코 음성이 알린다. 건물의 고도 규제가 철저한 어퍼 가이온에서, 이 구획의 빌딩들만은 예외를 방불케 한다. 행정기관에 돈을 다발로 넣은 것이다. 주축이 되어 로비 활동을 실시한 것이 이 참치 앤드 드래곤 사로, 그 점이 자이바츠의 분노를 사는 원인이기도 했다.

 금박으로 칠해진 복도의 벽에는 참치와 드래곤이 그려진 그윽한 수채화가 번갈아 장식되어 있었다. 이 플로어에는 한쪽 면을 강화 유리창으로 만들어 가이온을 살피는 거대한 사장실과 전용 주방, 전용 다실, 전용 오이란 편백 목욕탕 뿐이다. 총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은 곧 사장실이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타타타타, 타타타타. (까고자빠졌넴마-!) 타타타타, 타타타타. (죽인담마-!) 타타타타, 타타타타. (아이에에에에!) 후지오는 손을 들어 마코를 멈춰 세웠다. 앞쪽에 가드맨으로 보이는 검은 양복이 두 명, 온몸에 총알을 맞고 피바다에 잠겨 있었다. "너는 아무튼 죽지 않게 주의해."

"아아, 그래." 마코가 끄덕이며 샷건을 껴안듯이 들었다. "방해는 되지 않게 할게." 닌자의 이쿠사 배틀을 같은 패거리로서 봐왔던 자이기에 갖춘 겸허함이었다. 두 사람은 요란한 카본 후스마 도어 앞에 섰다. 참치와 드래곤이 은으로 그려져 있다. 후지오는 후스마 도어에 손을 대어 열어 제꼈다.

 텅-! 후지오가 발을 들여놓자, 칸막이 하나 없는 사장실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순간 얼어붙으며 그가 들어온 방향을 보았다. 후지오의 핏속에서 닌자 아드레날린이 순환하고 뉴런이 가속. 시간 감각이 진흙탕을 방불케 하듯 느려진다.

 정면, 안쪽에는 사장 데스크. 데스크를 방패로 삼은 듯한 1명, 2명, 3명. 1명은 참치 앤드 드래곤 CEO, 2명은 호위. 돌격소총을 재장전하고 있다. 바닥에는 죽은 늙은 사라리맨과 젊은 사라리맨이 총 네 명. 죽은 호위가 한 명. 검은 특수부대를 방불케 하는 복장을 한 남자 또한 두 명이 죽어있다. 반격에 당한 놈들이다.

 8명이 데스크를 둘러싸고 돌격소총을 들고 있었다. 오른편 약간 뒤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바라클라바(스키 마스크)를 쓴 남자. 닌자다. 뱅퀴시. 닌자 복장 위에 탄약 벨트를 여럿 감았으며 오른손에는 카타나, 왼손에는 서브머신건. 그 주변에 4명의 구성원. 그리고 알몸으로 팔을 뒤로 해서 묶인 오이란.

 모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건너편, 강화 유리창 너머에는 교토의 하늘. 그리고 가이온. 5층탑. 템플. 쉬라인. 교토성. 과연, 이 경치를 얻기 위하여 모든 것을 잃었는가. 데스크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작은 몸집의 CEO. 아직 젊다. 교토의 질서를 흙발로 밟아 어지럽힐 정도로 무지한. 그 대가.

 후지오는 서브머신건을 들이밀고, 데스크를 둘러싼 8명을 총알 세례로 쓰다듬어 주었다. 반응이 빠른 두 명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뻗는다. 맞으면서 방아쇠를 당기자 총알이 3발씩 각자의 총구에서 튀어나온다. 후지오는 퍼거토리에게 받은 닌자 소드를 뽑아, 마코에게 맞을 가능성이 있는 총알을 두 쪽 냈다.

 8명 중 3명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몇 초는 아무것도 못한다. 총알을 가로로 절단한 닌자 소드를 그대로 오른편의 적군에게 내민다. 날아온 총알 두 발이 잘려나간다. 후지오의 왼쪽 무릎을 향해 한 발이 날아온다. 맞지 않기 위하여 그는 도약했다. 그리고 나선 회전. 공중에서 거의 수평을 이루며.

 데스크 뒤에서 CEO 호위병들이 총을 들어, 진영이 무너진 8명에게 반격 사격했다. 요행이다. 3명 중에 2명은 이것으로 마무리가 지어졌다. 후지오는 수평 회전 도약하면서 닌자 소드를 휘둘러 1명을 어깨부터 허리에 걸쳐 베어버렸다. 뱅퀴시는 무기를 든 양손을 교차한 채. 아직 나서지 않는다.

 후지오는 회전하면서 뱅퀴시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뱅퀴시는 마침내 카타나로 응전. 후지오는 그의 턱을 차며 반동으로 뛰었다. 문설트 회전하며 호위 3명과 오이란의 머리 위를 넘어간다. 칙지 순간에 그 중 한 명의 목등을 베어 죽인다. 착지. 죽은 호위의 어깨를 붙잡는다. 고기 방패.

 우선 8명 중 최후의 1인이 된 부상자가 쏜 총알. 이것을 일단 고기 방패로 받아낸다. 다음으로 뱅퀴시의 호위 2명이 총을 쏜다. 마찬가지로 고기 방패로 받아내며, 후지오는 이 고기 방패를 든 채로 돌격소총의 방아쇠에 뒤에서 손을 걸어, 방아쇠를 당겨 호위 두 사람에게 반격했다.

 그러자 그 순간 마코가 방에 들어와서 8명 중 1명에게 샷건을 퍼부어, 그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호위 2명은 돌격소총 공격을 근거리에서 맞고 사망. 쓰러진다. 후지오는 고기 방패를 발로 차서 뱅퀴시에게 던진다. 뱅퀴시는 카타나를 옆으로 휘두른다. 고기 방패가 허리 부분에서 위 아래로 절단.

 날아가 버리는 절단 시체. 뱅퀴시는 다른 쪽 손으로 서브머신건을 들어 쏴제꼈다. 후지오는 양손으로 퍼거토리의 닌자 소드를 움켜쥐고, 날아온 7발의 총알을 튕겨냈다. 유탄이 오이란의 어깨와 쇄골에 맞았다. 중상이지만 후지오에게는 알 바 없는 남이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하여 뱅퀴시에게 오지기.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뱅퀴시=상. 다크닌자입니다." "도-모. 뱅퀴시입니다. ……다크닌자라고? 치잇…… 이게 어찌된 거지?" 뱅퀴시가 눈썹을 치켜떴다. "자이바츠가 어째서? 여기는 참치 앤드 드래곤이란 말이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후지오가 발을 내딛었다.

"개인적으로 네놈을 죽이러 온 것이니." "이, 이얏-!" 뱅퀴시가 그 접근을 거절하듯 서브머신건을 후지오에게 겨눈다! 하지만 후지오의 이아이도가 한 발 빠르다. 칼이 들어간 자리부터 총의 뿌리까지 서브머신건 총구를 상하로 슬라이스! "이얏-!" 거기에 더해 사이드킥! "끄악-!"

 뱅퀴시의 몸뚱이가 ㄱ자 모양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그 또한 무장 집단을 이끄는 닌자. 공중에서 회전, 강화 유리를 박차고 후지오를 향해 공중 공격을 시도한다! "이얏-!" 후지오는 목을 기울여 머리로 날아든 가로 참격을 회피! "이얏-!" 앞차기를 뱅퀴시의 복부에 꽂는다! "끄악-!"

 후지오는 돌진하면서 곁눈으로 마코를 보았다. 마코는 데스크 건너편까지 걸어가서 CEO의 호위병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삼엄한 표정으로 무어라 말하고 있었다. 얌전히 있어, 라든가 그런 말을. 뱅퀴시는 카타나를 고쳐 쥐고 후지오를 요격했다. 후지오도 그것을 받아 선다.

"이얏-!" 뱅퀴시의 세로 참격! 후지오는 몸을 반으로 접으며 파고들어 이것을 회피, 백 너클을 뱅퀴시의 안면에 꽂았다. "이얏-!" "끄악-!" 거기에 더해 축발쪽 무릎을 향해 비스듬히 발꿈치를 내리 찍어서 박살낸다. "이얏-!" "끄악-!" 뱅퀴시는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아밧…… 이런 일이…… 바카 같은……" "네놈은 행운이다. 똑바로 죽을 수 있으니." 후지오가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듯 중얼거리고, 뱅퀴시의 목 위에 닌자 소드를 댔다. "하이쿠를 읊어라." "하…… 하이쿠 같은 것은 없다. 네놈, 개인적인 이유라고 했겠다? 우리는 자이바츠와도 무관하지 않아! 개 같은 새끼, 숙청이나 당해라!"

"이 정도 행동으로 흔들릴 입장이라 생각하는가?" 후지오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나도 얕보였구나." "그만……" "이얏-!" 후지오는 칼날을 내리쳐 일격에 카이샤쿠했다. "사요나라!" 뱅퀴시는 폭발사산했다.

"해…… 해냈다, 해내버렸어." 마코가 샷건을 든 채로 경계하면서 다가왔다. 후지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그대로 스쳐 지나가서 데스크 뒤의 CEO와 경호원들을 보았다. "도-모, 토나시미=상. 기분은 어떠신지?" "아…… 아…… 자이바츠…… 인 건가?" 토나시미 CEO는 떨면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당신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생각해두지 않았다." 후지오는 팔짱을 꼈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상황에 따라 움직인 고로." "아이…… 에." CEO는 숨을 삼켰다. "후지오." 마코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후지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들어온 입구…… 열었던 카본 후스마 도어를 보았다.

 몇 초 뒤, 그곳에 불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 나타났다.


5

"전층 답파 완료오-" 사람들을 바보로 여기는 것 같은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절단된 인체 부위를 무수히 달고 있는 검은 인간형 점액질 덩어리였다. 그 머리 부분이 열리고, 안에서 검은 머리가 솟구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구속구를 방불케 하는 멘포, 졸린 듯한 눈. 피바다가 된 사장실을 둘러본다. "뭐 하고 앉았어, 이거?"

"아이, 아-이에-!?" 참치 앤드 드래곤 CEO는 뜯겨 나간 인체로 장식된 비현실적인 엔트리 닌자를 보고 끝내 이성을 잃었다. 호위인 검은 양복은 어떠한가? 알 길이 없다. 그 순간 늘어난 검은 점액질이 사장 데스크를 넘어 일단 그 검은 양복 두 사람을 먹잇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후지오는 반사적으로 백 플립하여 마구잡이 앰부쉬에서 도망쳤다. 그는 마코 바로 옆에 착지했다. 호위 두 명을 압살한 점액질 덩어리는 당연히 참치 앤드 드래곤 CEO를 삼켰다. "앗…… 고봇." 구할 길이 없다.

"아-…… 끄어억." 검은 점액질이 끈적끈적 떨어지고, 구속구를 방불케 하는 닌자 복장을 입은 남자가 트림과 함께 정체를 드러냈다. 그 뒤에서 또 한 명, 상태가 이상한 소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후지오를 보았다. "있지, 어이, 왜 우리 재미보는 걸 미리 양해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말이야…… 멋대로, 아앙?"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아? 너 이 새끼, 다크닌자지? 어이, 나야, 데스드레인이라고오. 어이, 새꺄!" "……" 후지오는 닌자 소드를 들고 몸을 낮췄다. "뭐야, 그, 아아?" 데스드레인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피가 흘러나온다. 팔끝으로 검은 점액질이 기어나와 떨어지는 혈액을 빨아먹었다.

 그 발밑에서는 소녀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펼쳐진 점액질을 멍하니 손가락으로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소녀는 손끝으로 격자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그나저나아." 데스드레인이 한 걸음 나섰다. "지금 개같이 꼴받는데에, 이거, 운빨 좀 섰구마안?" "후지오? 뭐야?" 마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상대는 아니다. 산시타 쓰레기다." 후지오가 대답했다. "하지만 뱅퀴시처럼 쉬이 풀리진 않을 거다." 후지오는 데스드레인이 나서는 것을 경계하며, 동시에 마코의 도주 경로를 생각했다. 뒤에 있는 장지문을 통해 별실로 도망칠 수 있을까? "……내가 준 비천한 목숨을 여기서 돌려주려느냐? 천것." 후지오가 말했다.

"오우, 보셔, 보시라고, 으응, 어이?" 데스드레인이 구속구를 방불케 하는 닌자 복장을 붙잡아 찢듯이 열었다. 깡마른 상체가 드러난다. 거대한 상처 자국이 얼굴 상처까지 이어져 있다. '咎'이라는 한자였다. "이거야! 민폐가 장난 아니라고…… 건방진 짓거리를 해대고." "흥." 후지오가 입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저주의 상태는 어떻지?"

"나한테 뭔 짓을 한거냐……" "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후지오가 말했다. "아앙?" "너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아주르가 격자 무늬를 더욱 펼쳐나간다. 몇 개의 격자 안에는 눈꺼풀이 없는 눈이 그려져 있었다. 후지오가 마코에게 눈짓했다. 마코가 뒤로 뛰기 시작한다. 검은 점액질이 지체없이 덮치려 든다! "이얏-!'

 후지오가 인터럽트했다. 날아든 암흑 물질의 혀 같은 것을 목표로 카타나를 쥐지 않은 맨손으로 백 너클을 꽂은 것이다. "우옷?" 데스드레인이 헛발을 딛었다. 암흑 물질은 후지오의 손에 엉키지 못하고 튕겨져 날아갔다. 위축된 점액질은 바닥에 떨어져 주인이 있는 곳으로 기어서 돌아갔다. "뭐야? 이 새끼!"

"카라테다." 후지오가 낮게 말했다. 그렇다, 카라테의 충격력이 짓수를 튕겨낸 것이었다. 강력한 닌자는 때때로 이런 재주를 부린다. 운이 좋았기에 우연히 이런 반격 방법을 겪어보지 못한 데스드레인에게 있어서 치욕적인 체험이었다. "뭐가 카라테냐, 빌어먹을 것아아!' "가!" 후지오가 마코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


"말씀 올리겠습니다." 황금 다실 복도에 무릎 꿇은 어뎁트 닌자, 보로고브가 엄숙하게 고했다. 다실에 마주 앉은 것은 퍼거토리, 그리고 니드호그였다. "아라쿠사마 시가지의 닌자 피해가 확대중이라 합니다." "호오?" 니드호그가 눈썹을 치켜떴다. 퍼거토리는 차과자를 손에 들었다.

"참치 앤드 드래곤 엔터프라이즈 사옥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서 파괴 행위, 시청 청사에도 피해가 미쳤다고……" "알겠다. 물러나라." "하핫-!" 보로고브가 도게자한 뒤, 조용히 달려 물러났다. "사옥 바깥?" 니드호그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흠." 퍼거토리는 차과자를 입으로 옮겼다.

"참치 앤드 드래곤…… 슬로핸드=상이 무슨 말을 했던 듯한데." "그, 범죄 조직의 교란 행동 지원이랬던가……" 퍼거토리가 한 번 하품했다. "하지만 시청 청사라니, 슬로핸드=상도 무얼 생각하고 있는건지. 로드께서도 피곤하시겠군." "……" 니드호그는 퍼거토리를 보았다.

 치치치. 니드호그의 IRC 알림이 울린다. 그는 살짝 표정을 움직였다. 아이보리 이글의 짧은 메시지였다. "놈들인가." "놈들이라면?" "속보다. 기억하고 있나? 그 오미야게 스트리트, 코훈 유적…… 주요 경계 대상인 무법 닌자들 말이야." "있었지, 그런 잡배들도. 또 소란을 피우고 있는가?"

"……" "무엇이지, 아까부터? 차과자라도 묻은겐가?" 라는 퍼거토리. 니드호그는 걸상에 팔꿈치를 두고, 접부채를 자신 쪽으로 부쳤다."아니, 어쩌면 귀공, 이미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하! 하! 하! 너무 높이 사주는군." 퍼거토리가 웃었다.

 니드호그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다크닌자=상은 어디에 있는가?" "……응? 징벌기사공 말인가? 휴가중인? 아아, 발신기 말이군! 그래, 그랬지." 퍼거토리가 자신의 브레이서에 내장된 UNIX 단말을 조작했다. "어허, 이건!" 퍼거토리가 놀라움의 목소리를 냈다.

"아라쿠사마 지구가 아닌가! 어허, 큰일 아닌가! 상세 좌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이러다 휴가중에 말려들기라도 하면…… 아니, 보자! 오히려 잘된 것이 아닌지? 아무튼 그의 카라테는 훌륭하니……" "그렇지." 니드호그가 끄덕였다. 그리고 챠를 마신다. 퍼거토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큰일이로세. 아라쿠사마의 닌자 치안은 바야흐로 휴가중인 징벌기사공에게 걸려있다는 것인가!" 라는 퍼거토리. "하지만 강제 휴가라는 룰은 신성불가침한 규칙! 우리라 해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이야! 하물며 산시타 닌자의 행패에 신기와 무기를 전해주러 가다니…… 그에게 모욕을 줄 수야 없지."

 퍼거토리의 시선이 모종의 살기를 띠었다. "……그렇지 않나? 니드호그=상. 특히 귀공, 그의 카라테를 높이 사고 있던데." "뭐, 그렇지." 니드호그는 느긋하게 그 시선을 받아냈다. 퍼거토리가 말했다. "신뢰 또한 한량없군! 만반의 장비가 아니더라도 그는 반드시 곤란을 극복하겠지……?"

"문제없겠지." 니드호그가 말했다. "한 번 겨뤄본 상대에게 뒤쳐질 놈은 아닐 거다. 혹시 무기가 없다고 패배한다면……." 퍼거토리는 끈적한 시선으로 니드호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니드호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패배한다면 거기까지일 뿐인 남자겠지." "과연, 과연!" 퍼거토리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대로 챠를 나누며 그의 빛나는 충성 행위의 결과를 함께 지켜보기로 할까! 시텐노(사천왕) 녀석들은……. 그 왜, 그걸세, 다른 용건이…… 조금 전 5층탑 UNIX 시설 습격 조사이니, 그 뒤에도 뭐, 여러모로 다른, 중점해야할 미션이 있을거니 말일세! 가지 못하겠지만!" "……음."

"이 후 특별히 예정은 없겠지, 니드호그=상?" "음." "조금 더 여기에서 이대로 챠를 즐기도록 할까." "좋지." "오이란을 불러도 좋네." "아니, 됐다." "그에게 직접 음성 IRC로 사태 수습을 명령하게나. 자, 지금 바로." "음." 니드호그는 담담하게 단말을 열었다.


◆◆◆


"이얏-!" 뛰어든 암흑 물질을 다크닌자의 정밀한 돌려차기가 날려버린다! "아아아젠장!" 점액질 팔이 또 하나 지면에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지다, 상처입은 알몸 오이란에 엉켰다. "나 워언…… 아직 살아있으니, 가지고 가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이." 숨이 당장 끊어질 것만 같은 오이란을 치켜든다.

"아주르! 아주르, 봐 봐!" 격자 무늬를 계속해서 그리던 아주르가 고개를 들었다. 암흑 물질은 오이란을 질질 끌며 옆으로 밀어왔다. 채찍처럼 휘둘리더니, 그대로 오이란을 강화 유리창에 퍽하고 내리쳤다. "유리 딱딱하구마안." 뗐다가 다시 내리쳤다. 유리가 깨지고, 죽은 오이란은 밖으로 내던져졌다.

"헤헤헤하하하하, 헤헤헤헤헤하하하하." 데스드레인이 어깨를 흔들며 웃고, 곁눈으로 다크닌자를 보았다. 다크닌자는 우활하게 나서지 않는다. 데스드레인이 공격을 건 순간이 돌파구가 된다. "사장은 말이야아, 좋은 곳에서 살고 있구만." "……"

"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모 얼굴도 모르고, 계속 모르는 남자에게 얻어맞으면서 자라서 말이지이, 사회에 복수해야겠다 생각했어. 이게 그 힘이야. 응? 사회에 반역할 힘." "……" 다크닌자가 무감정한 눈을 그쪽으로 향했다. 데스드레인이 고개를 기울였다. "어라? 전부 거짓말인거 눈치 깠어? 역시 안되나!"

 데스드레인의 발밑의 암흑 물질이 들끓었다. 그리고 분출된다! 여덟 개의 간헐천이 솟구쳐, 복잡한 궤도를 그리며 덮쳐온다! "이얏-!" 다크닌자는 달린다! "그러며언, 바꿔볼게. 나는 이 회사의 후계자였어. 그런데 음모로 말이야아, 감금되어 있었다지, 계속. 이렇게 복수를……"

"이얏-!" 다크닌자가 회전! 대각선 뒤에서 덮쳐오는 암흑 물질을 닌자 소드로 잘라내고 돌려차기로 파괴! 그대로 데스드레인에게 사이드킥을 날린다! "이얏-!" 암흑 물질이 발밑에서 솟구쳐, 벽이 되어 이를 막는다! "헤헤헤헤!" "이얏-!" 다크닌자는 도약!

"믿어주라아! 나는 야쿠자 클랜에 의해 동료를 몰살당했거든! 그런데 뎃카가 야쿠자와 뒤에서 짜고 말이지이, 내가 모조리 뒤집어쓰고 말았던거야! 그러니 복수하는거지, 사회에! ……안되나? 으응? 이것도 NG?" 휭휭하고 암흑둔이 소용돌이치며 다크닌자를 쫓는다!

"이얏-! 이얏-! 이얏-!" 다크닌자는 몸을 돌리며 컴팩트한 찌르기를 세 번 날렸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로 구사된 찌르기가 도달한 암흑둔을 모두 쳐부쉈다. 새로운 암흑둔이 데스드레인의 발밑에서 계속 솟구친다. 그것들이 벽을 따라 강화 유리창을 향해 여러 개 날아갔다.

 거기에 더해 천장에서 바닥, 바닥에서 천장! 그곳에 나타난 것은 가로세로로 우리를 방불케 하듯 둘러 쳐진 암흑둔 우리였다. "아-, 내가 너무 재능이 없는건가아? 에-또, 그러면, 그거야, 나는 이 회사 때문에 가게가 망해서 말이지! 가족도 장사도 모조리 사라져 버린거야! 그래서 여기서 날뛰다 체포되어 버린거지! 그래서 복수!"

 치치치. 가슴의 핸즈프리 IRC 알림. 『다크닌자=상. 니드호그다』 다크닌자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데스드레인과 교전중이다." 『알겠다. 일당을 배제하라. ……구원군은 없다』 "아아. 이해했다." 콤마 몇 초, 니드호그가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살아남아라』 "당연하다."

"있지, 위야? 아래야?" 검은 우리를 사이에 두고, 벽을 등진 데스드레인이 물었다. 다크닌자는 우리의 성질을 검토하며 어떻게 데스드레인까지 도달하여 그를 죽일 것인지를 고속 사고했다. "위야? 아래야? 알려주라. 옥상에 헬기라도 있나? 아니면 지상으로? 네 친구, 어느 쪽으로 도망쳐?"

 다크닌자가 바닥을 박찼다. 데스드레인은 소녀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아주르! 멍때리면 쓰나. 죽일거야! 좀 더 가까이 와!" 소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데스드레인이 소리친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오면 이 꼬맹이의 목숨은 없어어! 헤헤헤하하하하! 안 먹히나? 뭐 어때, 아까 이야기!"

"이얏-!" 다크닌자가 눈앞의 우리를 닌자 소드로 베어냈다. 절단면에서 담쟁이덩굴을 방불케 하는 가느다란 암흑둔이 엉망진창 뻗어나와 다크닌자를 붙잡으려 했다. "이얏-!" 참격의 속도를 이용하여 그대로 다크닌자는 고속 회전! 뻗어오는 촉수를 절단하며 다가간다!

"알려주라니깐? 위야? 아래야? 여기서는 일단 감으로 정해볼까! 나의 신께 여쭤볼테니까……" "이얏-! 이얏-!" 용오름을 방불케 하는 참격 덩어리로 변한 다크닌자가 다가온다! "헤헤헤헤, 위다앗-!" 데스드레인은 입에서 암흑둔을 토해내서 바로 옆, 자기가 있는 바로 옆 강화 유리를 때려서 박살냈다.

"이얏-! 이얏-!" 검은 우리를 차례로 자르고, 촉수를 베어내며 다크닌자는 도달했다! "이얏-!" 데스드레인의 바로 옆으로 뛴다! 암흑둔이 벽이 되어 참격을 방어! "시간이 모자랐구마안-!" 아주르를 껴안고서 데스드레인은 빌딩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데스드레인은 공중에서 위로 양팔을 내밀었다. 아주르가 데스드레인에게 매달렸다. 데스드레인의 손톱 사이에서 검은 분류가 솟구친다! 두 사람은 아래로 늘어지던 끈적이는 암흑둔에 안겨 위로 끌어올려졌다.

 다크닌자는 혀를 찼다. 즉시 발길을 돌려 옥상으로 가는 비상 계단을 향해 달린다. 마코는 조직이 타고 온 헬기를 이용해 도망치려고 했을 터다. "이얏-!" 그는 계단을 뛰어오르고, 계단참의 벽을 박차며 뒤이어 도약했다. "이얏-!" 그리고 비상문을 차부순다! "이얏-!" 옥상의 바람이 다크닌자의 코트를 나부끼게 했다!

 타타타타타타타타. 헬기의 로터 소리가 상풍경한 헬리포트에 퍼진다. "……." 다크닌자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수송 헬기가 공중에 정지해 있다. 헬기의 랜딩기어에는 검은 것이 달라붙어, 아래에서 연줄을 방불케 하듯 뻗어나와 있었다. 그 조종자는…… 당연히 데스드레인이었다. 다크닌자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위험했구만! 제때를 맞췄군! 헤헤헤헤!" 데스드레인이 웃었다. "그치마안! 실제 큰일이라구! 날아가버리면 어쩌냔 말이야! 풍선으로 여행하는 카툰 있지 않았나? 저기, 얼마나 고생했나 알겠어?" 발끝이 암흑둔으로 덮혀, 지면에 박힌 쇠붙이에 결속되어 있다. "내 몸! 천 갈래로 찢길지도 모르겠네!"

 다크닌자는 달렸다. 닌자 소드로 절단해야만 한다. 그러나 데스드레인은 조소했다. "헤헤헤하하하! 왠 표정이람! 네 친구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뭐, 죽여버릴까! 이얏-!" 힘을 주어, 헬기와 연결된 암흑둔 로프를 휘두른다…… 다크닌자를 향해!

 헬기가! 떨어진다! 다크닌자의 온몸에 닌자 아드레날린이 순환한다. 모든 시각 정보를 검토하고, 마코를 구출하는 선택지를 골라낸다. 그의 닌자 시력은 포착하고 있었다. 조종석의 마코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고, 검은 타르 같은 무언가가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 데스드레인.

 다크닌자는 가속했다. 데스드레인이 웃는다. "어라? 뭐야, 친구는 이제 됐어?" "……" "아, 혹시 짓수를 안으로 넣어서 죽여버린 거, 눈치챈건가? 봐버렸어? 들켜버렸나?" 다크닌자의 등 뒤 콘크리트에 헬기가 부딪힌다. KABOOOOOM!

"일부러 너한테 이걸 해주려고…… 봐봐, 나 말이지, 귀찮은데도 노력했다구! 헤헤헤헤! 잘됐구만!" 데스드레인이 소리쳤다. 다크닌자는 달리면서 몸을 숙여 더욱 가속했다. 좌우, 그리고 배후에 추락한 헬기 안에서 암흑둔이 소용돌이치며 덮쳐온다.

 그 순간 다크닌자의 뉴런에 떠오른 것은 비합법 상업 시설 시절의 기억이 아니라…… 어째서인지, 마루노우치 스고이타카이 빌딩에서의, 그 항쟁의 기억이었다. 아직 숨이 붙은 부모와 자식에게 마무리 일격을 취했던 바로 그 순간의 손맛이었다. 그리고 두 팔에 불꽃을 휘감고 다가오는 검붉은 닌자의 모습이었다.

 달리면서 그는 데스드레인을, 데스드레인의 벌거벗은 상반신의 거대한 상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자 킬의 상처를. 오미야게 스트리트, 다크닌자는 데스드레인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이지 않았다. 대신 한자 킬로 저주했다.

 한자의 저주는 그 대상을 인과의 중압으로 미치게 만든다. 그것은 심판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닌자가 닌자를 심판할 수 있는가? 어떤 청렴결백한 자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 없다. 그런 것은 없다.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단죄다. 그것은 사람을, 닌자를 통제하는 자…… 눈자만의 기술이다.

 벳핀은 눈자만의 기술을 가능하게 한다. 한자의 저주를 받은 데스드레인은 그 죄로 미쳐 운명을 어지럽힌다. 케오스의 씨앗, 버터플라이 이펙트의 씨앗이 되어, 다크닌자의 앞길에 질서정연하게 깔린 레일을 파괴하는 인자 중 하나가 된다. 운명자 마스터 토터스가 예정에 없이 멸망한 것처럼.

 ……하지만 다크닌자가 처음부터 그러한 행동을 선택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데스드레인을 죽였다면…… 마코의 죽음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이것이 운명에 돌을 던졌다는 대가? 보다 큰 인과응보란 말인가?

 어디에서 틀렸단 말인가? 벳핀을 가졌다고는 하나 눈자만의 기술은 고작 하가네 닌자의 빙의자에 지나지 않는 자에게는 지나친 힘이었던 것인가? 마코는 어째서 후지오 앞에 나타난 것일까? 어디에서 그르쳤던가? 아니면 아무것도 그르친 것은 없는 것인가? 운명에 던진 돌 하나가 가져온, 조용히 통과해야만 하는 작은 시련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후지오는 괄목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것 뿐이다) 꼬이기 시작한 생각을 떼어낸다. 그러자 눈앞에는 데스드레인. 그 눈은 경악으로 부릅뜨여 있다. 2초 전부터의 공백이, 댐 붕괴를 방불케 하듯 다크닌자의 기억에 밀려들었다. 그는 여덟 방향에서 덮쳐오는 암흑둔을 모조리 피하고, 적의 눈앞에 도달해 있었다.

"위험해…… 위험해! 무슨 수가 없나, 젠장…… 아주르! 뭐라도 해봐! 아주르…… 램……" "이얏-!" 다크닌자는 데스드레인의 대각선 뒤쪽에 돌아서며 착지했다. 그 손에 있던 닌자 소드가 부서졌다. "끄악-!"  데스드레인은 어깨부터 허깨에 걸쳐 일직선으로, 찢어진다!

"오곡…… 아밧-!" 데스드레인이 비틀거렸다. 어깨 상처가 좌우로 스트링 치즈를 방불케 하듯 찢어져 간다. "아밧-!' 그 상처에서 바로 위로 솟구치는 선혈! 하지만 이윽고 그 넘쳐나던 액체는 새까맣게 변색되어, 끈적이는 타르 같은 액체로 변한다. 그것이 찢어지려던 상반신을 연결하며 끌어당겼다!

"빌어먹을 것이…… 젠장…… 죽을까 보냐…… 내가 죽을 리가 없어……" "그렇겠지." 다크닌자가 맨손 카라테를 꽂기 위하여 똑바로 다가갔다. 걸어가는 그의 옷가지들의 섬유질이 뒤틀리며 짜이고, 여분의 천이 떨어져 나가자, 그곳에는 흑요석 빛깔의 닌자 복장으로 몸을 감싼 닌자의 모습이 있었다.

"아…… 아……" 데스드레인이 몸을 돌리며 손을 치켜들었다. 암흑둔이 뚝뚝 콘크리트로 떨어져 검은 웅덩이를 만든다. ……"저기, 당신 죽을거야?"

"안 죽어…… 죽고 싶지 않아." 데스드레인 앞에 선 것은 아주르였다. 그녀는 다크닌자를 무감정하게 보았다. "이 사람이 죽으면 아무도 나를 데리고 가주지 않아. 그건 용납할 수 없어." "……" 다크닌자는 주먹을 쥐었다. 불온한 움직임이 있으면 카라테를 꽂는다.

"도와줘…… 아주르, 날 도와." 데스드레인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주르는 데스드레인을 보았다. 퍼져가는 검은 웅덩이에 발자국이 하나씩 생겨난다. 성인의 머리 정도는 될 짐승의 발자국이었다. 아주르가 데스드레인에게 말했다. "……꼴좋네, 너."


6

"!" 다크닌자는 닌자 제6감을 발휘하여 순간적으로 백 덤블링을 구사했다. 검은 웅덩이가 철퍽 튀더니 거대한 발자국이 또 하나 생겨났다. 다크닌자가 직전까지 있던 자리에서 우득하는 무언가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짐승의 숨결. 다크닌자는 카라테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주르는 다크닌자를 잠깐 보고서, "다가오지 마." 라고 말했다. "다가오면 그 녀석이 죽일거야." ……다크닌자는 자신과 데스드레인, 소녀의 사이에 서서 그곳을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질량을 느꼈다. 기척을 잘 감추고 있다. 닌자? 아니…… 사람이 아니다. 거대한 네발 짐승을 방불케 하는 존재다.

"너도 닌자인가?" 다크닌자가 무감정하게 말했다. "이름을 대라." "아주르." 소녀의 하늘색 눈이 겁먹는 기색 없이 다크닌자의 시선을 받아쳤다. "눈 색깔이 아주르(하늘색)니까, 이 이름으로 했대. 그 녀석이 그랬어." 데스드레인을 가리킨다. 다크닌자는 투명한 짐승이 어떻게 나올지 살폈다.

 다크닌자는 투명한 짐승과 그 사역자로 보이는 소녀에 대해 분석했다. 몇 분 전까지와 모습이 다르다. 처음부터 이상한 아트모스피어를 풍기는 소녀였다. 하지만 닌자 소울 발현은 이제 막인가? "젠장……" 데스드레인이 검은 피를 토했다. 아주르는 그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널 평생 용서하지 않아."

"너 이 새끼…… 평범하게 말할 수 있는 거냐고오…… 배신할 셈이냐?" "배신?" 아주르가 말했다. "뭘?" 데스드레인은 몽롱해져서 다크닌자에게 도망치듯 땅 위를 기어갔다. "고봇…… 젠장, 개똥 같은…… 자이바츠! 날 버릴 셈이냐! 어이! 어차피 듣고 있을텐데에!" "……" 다크닌자의 눈썹이 움직였다.

"자이바츠라 했는가?" "아아악-! 젠장! 젠자앙! 래, 램페이지! 램페이지는 어디야!" 다크닌자가 상황을 헤아렸다. 그들에게 어떤 접촉자가? 언제? 어느 정도나? 이 습격을 일으켰나? 어째서? ……하지만 설령 이 뒤에 데스드레인을 고문해 봤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겠지.

"가까이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발을 내딛는 다크닌자를 향해 아주르가 소리쳤다. "이얏-!" 다크닌자는 공기의 흐름을 읽어, 쇄도하는 투명한 짐승을 옆구르기로 회피! "이 녀석은 통과시키지 말라고 했지? 나…… 나는." 아주르의 눈에 굵은 눈물이 맺혔다. "나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다크닌자에게 회피당한 짐승은 바닥을 박차고 아주르에게로 다시 뛰어왔다. 엎드리고 있던 데스드레인의 몸을 들어올린다. "끄악-!" 그 등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송곳니다. 투명한 짐승이 물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몸이 떠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 아주르는 눈물을 닦고 짐승에게 명령했다. 짐승은 달리기 시작했다. 다크닌자는 쫓는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그 발밑이 크게 흔들렸다! 아래, 아득히 아래쪽이다! 짐승도 다크닌자도 기세가 흔들리는 일 없이 옥상 가장자리를 향해 내달린다. 또 굉음, 진동! 달린다! 달린다!

 KRAAAAASH! 분진을 흩뿌리며 무너져가는 참치 앤드 드래곤 사옥 빌딩에서 아주르의 짐승이 도약하고, 뒤이어 다크닌자가 도약했다. 다크닌자는 공기 저항을 억누르며 쭉 뻗은 자세로 수직 낙하했다. 짐승에 매달린 채 낙하하는 아주르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려 다크닌자를 보았다.

 수직 낙하한 다크닌자가 아주르의 짐승 바로 옆에 도달했다. 아주르는 짐승에게 더 강하게 매달렸다. "이얏-!" 다크닌자는 거꾸로 낙하하면서 돌려차기를 날렸다! "GRRR!" 짐승이 울부짖는다. 고통에 찬 소리다! 옆구리를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듯 걷어차여서 날아가며 데스드레인을 뱉어낸다!

"GRRR!" 짐승은 붕괴하는 빌딩을 박차고 튕겨져 나오며 다크닌자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다크닌자는 공기의 흐름과 상대의 행동 패턴을 읽어, "이얏-!" 그 콧등을 향해 다시 돌려차기를 꽂는다! 달인! "GRRRR!" 반동으로 다크닌자는 옆 빌딩으로 도약하여 비스듬히 아래로 벽을 박찬다!

"이얏-!" 그 대각선 아래의 낙하 궤도에는 데스드레인이! 다크닌자는 빈사 상태인 데스드레인에게 도달하며…… 낙하! KRAAAAAASH!

"……" 다크닌자는 데스드레인을 짓밟으며 착지했다. 움직이지 않는 데스드레인에게서 물러난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 붕괴하고 있는 빌딩을 등에 업고 말없이 낙하하는 아주르와 짐승을 올려다 보았다. 잔해 파편이 떨어져서 데스드레인의 몸통에 꽂혀 그를 대지에 못박았다.

 아주르와 짐승이 그의 눈앞에 착지! "싫…… 싫어!" 아주르의 외침은 비통했다. "죽지는 않았다." 다크닌자는 땅 위에 못박힌 데스드레인을 보았다. "이 녀석의 저주는 나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빈손으로 자이바츠에 돌아갈 수도 없지." 그는 IRC 통신기로 처리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보냈다.

 데스드레인의 짓수는 다이코쿠 닌자에게서 유래한다. 다크닌자는 호우류우 템플(호류사)의 고문서를 통해 이 과거의 아치 닌자의 전설을 익힌 바 있었다. 대지의 정수는 술자의 육체로 들어가 피와 살점이 되어 상처를 메운다. 확실하게 죽이려면 머리나 심장의 파괴가 필요하다. "몸부림이나 치도록 해라."

 데스드레인의 신체가 경련하고, 잔해가 관통한 복부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검은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다크닌자는 냉정하게 잠시 그를 보았다. 머지않아 이 장소에 자이바츠의 처리 부대가 나타나리라. 죽느냐. 사느냐. 어느 쪽이라도 좋다. (하지만 또 한 마리) 그는 데스드레인의 동료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빌딩을 파괴한 자에게.

 붕괴하는 빌딩의 굉음 속, 다크닌자는 시체와 말라버린 암흑둔, 자동차 잔해, 꼳아지는 기왓장이 어지럽게 흩어진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길위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주르는 데스드레인과 다크닌자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다크닌자의 어깨 너머, 거리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이형의 그림자를 인식했다.

"도-모. 다크닌자입니다." 다크닌자가 접근한 그림자를 불렀다. "네놈의 이름을 잊었다. 이름을 대라." "……램페이지……." 다크닌자의 닌자 청력이, 철가면 안쪽에서 나온 이름을 대는 흐릿한 목소리를 포착했다. 다크닌자는 여기에 더해 후방에서도 또 하나 다른 닌자 존재를 감지했다.

 도로 한쪽에는 램페이지. 반대쪽 멀리에서 걸어오는 또 한 사람. 다크닌자의 바로 근처에는 아주르. 다크닌자에게는 무기도 없다. 구원군도 없다. 누굴 죽이고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다크닌자의 뉴런이 가속한다.

 아주르는 짐승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투명한 짐승은 언제든지 적에게 달려들 수 있게 온몸에 힘을 넘치게 했다. 아주르가 소리쳤다. "램페이지! 죽여! 저 녀석……" 아주르의 목소리가 서서히 잦아들다 사라졌다. 다가온 램페이지는 땅에 엎드려 있는 데스드레인을, 아주르의 모습을 인식했을 터이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램페이지는 걸으면서 오른손의 매니퓰레이터를 여닫았다. 왼팔은 축 늘어져 있다. 그 가면 아래의 표정을, 감정을 더 이상 누구도 엿볼 수 없다. 접근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모습을 한 하나의 장치…… 폭력을 행사하여 죽이고 부수는 장치였던 것이다.

"다크닌자." 램페이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안쪽, 도로 위를 걸어오는 그림자를 보았다. "살아있었는가. 닌자 슬레이어. 돌아왔구나. 방해하러 온건가?" 팔꿈치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해다. 날 방해하지 마라."


◆◆◆


"오오, 이거 참. 통신이 왔군, 퍼거토리=상. 다크닌자=상이 그 데스드레인을 쓰러뜨렸다고 말이지!" 니드호그가 퍼거토리를 보았다. "동시에…… 감시중일 귀공의 척후에게서도…… 목격 보고가…… 들어왔으려나? 응?" "그런 것 같군." 퍼거토리가 낮게 말했다. "눈부신 활약이로다."

"하지만 이건 실제 대단한 문제로군, 퍼거토리=상. 보게, 눈가리고 아웅할 수 없는 참상을. 참치 앤드 드래곤을 비롯해서 뭐, 이 지역의 천박한 벼락부자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해도, 이 정도로 대규모로 박살나서야 주변 지역에 누를 끼치겠구먼! 실로 위험한 것 아닌지?" "……그래서?"

"여기까지 피해가 확산되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휴가중인 징벌기사 한 명에게 맡기고 사태를 내버려뒀다고 하면…… 그렇지 않나? 꽤나 듣기에 나쁘이!" "해서……" "유감스럽게도 징벌기사에게 맡아둔 시텐노들은 5층탑에서 미션을 전개하고 있는 듯허이, 귀공의 판단에 따라. 아니, 그 판단 자체는 실로 적절해." "……"

"징벌기사공도 훌륭한 카라테를 보여주며 멋지게 주모자를 해치웠지. 이 이상의 사태 수습을 그 한 명에게 강요하여 주위 지역으로의 피해 확대를 앞에 두고 모른 척을 하고 있으면, 그래…… 오히려 그윽하지 않은 행동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이것은 노파심에 따른 충고이네만……" "……"

 퍼거토리가 차과자를 잡으려고 손을 움직였다. 한 발 빠르게 마지막 하나는 니드호그의 손안에 있었다. 니드호그가 눈썹을 꿈틀했다. "……?" "……" 퍼거토리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니드호그는 끄덕이고서 차과자를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으며, "그래서 어떻게 하지, 퍼거토리=상?"

"어떻게라니?" "나는 안할 거네만? 시텐노도 움직일 수 없고." 니드호그가 말했다. "사태의 수습을 징벌기사공에게 맡겨두면 귀공의 이름이 떨어질 우려도 있지. 하지만 귀공의 도량을 보여줄 찬스 또한 되지 않겠는가. 아직 늦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주위에 숨어있겠지? 귀공의 닌자들이. 잘됐구먼!"

"음…… 바로 사태 수습에 임하라고 하겠네." 퍼거토리가 말했다. "실로…… 요행이군…… 내 부하들이 깔려 있어서 실제 딱 좋아. 징벌기사공은 행운이 붙어있는 듯해." "행운?" 니드호그의 눈이 이글 빛났다. "외람되지만 그건 아니지. 놈의 카라테일세. 카라테가 있을 뿐이야."


◆◆◆


 BLAM! BLAMBLAM! 양손의 49 매그넘이 상공에서 원을 그리는 날개달린 닌자를 노렸으나, 트리키한 비행에 의해 아무렇지도 않게 회피당하고 만다. 간도는 5층탑의 사각뿔 지붕의 기왓장을 밟고서 습격한 닌자를 견제했다…… 하지만 결국 숫자 앞에 장사 없음이라. 지리 푸어(서서히 불리)다.

 까앙-! 독특한 사출음이 울리고, 아슬아슬 몸을 비껴낸 간도의 코앞으로 기괴한 수리켄이 지나갔다. 수십 미터 떨어진 다른 5층탑에서 다른 닌자가 던진 수리켄이다. 간도의 시야에 빛나는 고리가 새겨지더니 먼 곳의 닌자를 가리킨다. 간도는 즉시 되쐈다. BLAM! "끄악-!?"

"불스아이!" 간도가 중얼거렸다. "날 너무 얕봐서야 쓰나……" 머리 위를 올려다보고, "어이쿠, 여기도 지고쿠 헬인가! 이얏-!" 급강하하는 아이보리 이글을 향해 돌려차기를 날린다. 발차기와 발차기가 딱 부딪힌다! 아이보리 이글은 두 번 발차기를 날리고, 그 반동으로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얌전히 항복해라, 천것!" 공중을 선회하며 아이보리 이글이 외쳤다. "그쪽은 한 명. 우리는 실제 다수다!" "곤란하구만." 간도가 소리쳐 대답했다. "이쪽도 장난치고 있는게 아니야!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땅에 내려갈 시간을 주면 고맙겠는데."

"아저씨?" 바로 옆의 약간 높은 빌딩 옥상에서 목소리. BLAM! 간도가 그쪽으로 돌아서면서 총을 쐈다. 새로운 닌자는 요염하게 몸을 비껴내며 그 공격을 회피! "파하하하! 너무 들이밀면 싫어요, 멋진 아저씨이?" "아-, 이름을 안대도 될까? 귀찮구만……" "파하하하!"

 간도는 눈 아래의 고도 기준에 아슬아슬한 빌딩을 내려다 보았다. 풍만한 가슴을 스스로 흔들며, 가죽 닌자 복장을 입은 여닌자가 아이사츠했다. "도-모, 퍼플 타코입니다. 제대로 아이사츠 해줘어." "아-, 도-모, 디텍티브입니다." "파하하하! 멋지네! 아카쨩(아가야) 아저씨!"

"미안하지만 그런 괴짜 같은 취미는 없는데 말이지……" 간도는 양팔을 교차하며 총격! 한쪽은 퍼플 타코를, 다른 한쪽은 급강하하는 아이보리 이글을 노린다! BLAMBLAM! "이얏-!" "끄악-!" 양쪽 모두 맞지 않는다! 아이보리 이글이 몸을 비틀며 날린 발차기가 직격!

"내려가게 해달라고 부탁은 했지만서도!" 날아가던 간도는 빙글빙글 회전, '사스마타에 한 번 찔리자'라고 쇼도(서도)된 철물점 지붕 위로 낙법을 치며 착지했다. 낙하 충격으로 기왓장이 몇 장 박살나서 튀어올랐다. "조금 거칠다고 생각하지 않나!" 몸을 일으켜 먼지를 턴다…… "편리하군, 닌자의 몸은."

"네 운명은 여기까지다, 디텍티브=상……" 철물점 지붕 위로 걸어 나오는 새로운 닌자 있음이라. "도-모. 섀도우위브입니다." 젊은 닌자는 넘쳐나는 적의와 함께 오지기했다. 간도는 49 매그넘을 들었다. "어허어허…… 나 같은 녀석에게 상당히 대가족으로 왔구만 그래. 그렇게 무서웠나?"

"복수하기에 좋은 날이군…… 이 손이 네 피를 가지고 싶어 한다." 검은 사이버네틱스 암이 소리를 낸다. "아아…… 기억나, 물론 기억은 나는데, 조금만 더 힌트를 주지 않겠어?" 간도가 도발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인과를 쌓을 수 밖에 없는 장사라, 원망당하거나 원망하기에 바빠서 말이지, 에-또……" "네놈!"

"파하하하! 아카쨩!" 등 뒤, 지붕의 다른 쪽 가장자리로 퍼플 타코가 내려와서 간도의 어깨 너머로 섀도우위브를 비웃었다. "안되지, 그렇게나 열을 내며 딱딱해져서야…… 응? 확실히 해내야지……" "알고 있습니다!" 섀도우위브가 카라테 자세를 잡았다. "간다!"

"어어, 기다려!" 몸을 옆으로 돌리고, 양팔은 가슴 앞에서 교차하여 각각의 총으로 섀도우위브와 퍼플 타코를 겨눈다. "저쪽은 됐나? 야바이한 것 아니야? 게으름부리고 있어도 돼?" 간도가 턱짓으로 가리킨 것은, 분진을 뿜는 대파괴의 광경이었다. 두 닌자가 한순간 주의를 빼앗긴 사이 간도는 방아쇠를 당겼다!


◆◆◆


"스읍-…… 하악-……" ZGGGGGT…… 굉음과 붕괴를 앞에 두고 닌자 슬레이어는 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면서 그는 챠도 호흡을 반복했다. 깊게. 보다 깊게. "스읍…… 하악……" 앞길에는 여러 개의 그림자. 붕괴하는 빌딩 옆에 몇 명. 모두가 닌자다. 그리고 그 앞에 램페이지.

"스읍-…… 하악-……" 피해는 확대되고 있다. 자신이 늦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스읍-……. 하악-……" 그는 마음을 억눌렀다. 능력 이상의 것을 떠안아서는 안된다. 허나 램페이지는 여기에서 죽여서 파괴를 멈춰야만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윽고 새로운 닌자들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잔해에 관통당한 닌자. 뉴런에 녹아있는 나라쿠의 의식이 전한다. 저건 다이코쿠 닌자의 빙의자다. 옆에 서있는 것은……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만 같은 감각…… 저것은, 다크닌자. 다이코쿠를 해치운 것은 다크닌자인가? 그리고 또 한 명…… 닌자 슬레이어는 미심쩍음을 느꼈다. 소녀.

"스읍-! 하악-!" 이 자리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더욱 깊이 챠도 호흡했다. 다크닌자! 섀도우 콘! 유카노! 후유코, 토치노키! "스읍-! 하악-!" "네놈인가, 닌자 슬레이어=상." 다크닌자가 돌아섰다. "도-모. 다크닌자입니다."

"……" 닌자 슬레이어는 멈춰 서서 오지기를 돌려주었다. "……도-모, 다크닌자=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그는 마음을 억눌렀다. 상황을, 다음에 취할 행동을 꿰뚫어 보려 했다. 램페이지가 걸어온다.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 시력 · 닌자 주의력이 뉴런에 경고한다.

 축 처진 램페이지의 왼쪽 기계 팔이 전기 충격을 당한 듯이 움찔 떨렸다. 챠도 호흡에 의해 극도로 날카롭게, 한 점에 집중된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 주의력은 그 순간 포착했다. 혈관을 방불케 하듯 상완에서 기계 팔로 흘러 들어가는 램페이지의 닌자 소울의 움직임을.

 램페이지의 왼팔 매니퓰레이터가, 움직였다. 쥐었다, 펴졌다. 그리고 팔꿈치가.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걸으면서 램페이지는 가슴 앞에 두 주먹을 맞댔다. 3명의 시선이 엇갈린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것은…… 그 셋 중 누구도 아니었다. 소녀였다.


7

"기다려." 소녀는 맥없는 발걸음으로 다가가, 손을 뻐어 다크닌자의 닌자 복장을 잡았다. 평소 때의 이쿠사 배틀이었다면 이 순간 다크닌자는 몸을 돌리며 돌려차기를 구사하여 접근한 자의 전투 능력을 빼앗았으리라. 하지만 소녀는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같은 동작으로, 적의가 없는 몸짓이었다.

 소녀는 투명을 방불케 하듯, 적의로 무장한 세 닌자의 대치 상태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던 것이다. 소녀가 그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날 도와줘." 다크닌자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뿌리치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 대각선 위쪽에서 날아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짐승! "당신이 죽어서, 도와줘!" "GRRR!"

"이얏-!" 다크닌자는 거대 짐승에게 훅을 꽂았다. 하지만 무겁다! 그는 땅 위로 쓰러졌다! "끄악-!" "GRRR!" 짐승이 다크닌자를 물어뜯는다! 다크닌자는 투명한 위턱과 아래턱을 순간적으로 붙잡아 억지로 벌렸다! "누웃-!" "램페이지! 이 녀석을 죽여!" 소녀가 소리쳤다!

 램페이지는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다크닌자와 아주르가 있는 쪽으로 접근했다. 아주르는 그 모습을 보고 기가 눌렸다. "램페이지? 아까부터 대체...... 대답을 해줘!" 램페이지는 대답하지 않는다. 접근한다. "램페이지!"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한편 닌자 슬레이어 또한 전력 질주를 개시한 상태였다. 분진 속, 거대한 늑대를 방불케 하는 투명한 윤곽이 드러나 있다. 그것이 다크닌자를 위에서 짓누르며 격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소녀는 접근하는 램페이지를 보고 뒷걸음질치다, 마침내 비명을 질렀다! 램페이지는 기계 팔을 들어올린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빠르다! 검붉은 바람이 회전하면서 기괴한 투명 짐승의 위를 뛰어넘어, 바야흐로 주먹을 꽂으려던 램페이지의 가슴에 날아차기를 명중시켰다! "끄악-!" 직후, 다크닌자 또한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 나왔다. 턱을 잡은 채 짐승의 아랫배를 걷어차서 머리 위로 던져버린 것이다! 토모에(배대되치기)다!

 램페이지는 쓰러졌다! 아주르는 비명을 억누르며 잔해로 땅에 고정된 데스드레인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닌자 슬레이어=상이라니?" 다크닌자가 재빨리 일어나 카라테 경계했다. "귀찮은 상황에 나타났군......!" "네놈." 닌자 슬레이어는 증오에 찌든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네놈......!"

 닌자 슬레이어는 더욱 날뛰려 드는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눌렀다. 상황 판단해라! 공진이 깊어져 뉴런에 동화된 나라쿠가 후지키도에게 언어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식의 편린이 흘러 들어왔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짐승은 소녀와 연결되어 있다. 소녀는 닌자인 것이다. 다크닌자와 적대하고 있다.

 소녀는 램페이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즉...... 학살자 일당! 그렇다면 적대하고 있는 다크닌자는? "어째서 그대가 여기에 있지! 다크닌자=상." 닌자 슬레이어가 묻는다. "뭘 꾸미고 있는가......?" "네놈과는 인연이 없는 일이다." 다크닌자가 내뱉었다.

"아울! 아울!" 보이지 않는 짐승의 숨결이 들려온다. 다크닌자에게 내던져저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얏-!" 다크닌자는 큰길 반대쪽으로 한달음에 도약, 부서지지 않은 건물을 등졌다. "방해다." 램페이지가 다시 주먹을 맞부딪혔다. "전부. 전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 나인가? 이 녀석들인가?" 다크닌자가 닌자 슬레이어에게 물었다. "네놈은 실제 몹시 눈에 거슬린다, 닌자 슬레이어=상. 네놈이 아직도 살아서 기어다니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신물이 나. ......하지만," "이얏-!" 램페이지가 고개를 돌리며 다크닌자를 때리려 한다!

"흥." 다크닌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도약하여 배후의 벽을 박차고 도약한다. KRAAAAAASH! 램페이지의 직선적인 카라테가 건물을 직격! 분쇄 붕괴! 이로 인해 주민 수십 명이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피난하는 사람들도 없다!

 대체 어째서? 너무나도 부자연! 그렇다,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실제 이것은 무시무시한 규모의 짓수가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오의의 이름은 허실전환법 짓수...... 다름아닌 로드 오브 자이바츠의 짓수였다! 시민들은 바로 지금 자신들의 바로 옆에서 전개되고 있는 닌자 비인도 파괴 행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죽여!" 소녀가 명령하자 투명한 짐승이 착지하는 다크닌자에게로 다시 달려들었다. 다크닌자는 사이드 스텝을 밟아 돌격을 회피! 옆에서 발차기를 날린다! "이얏-!" "GRRR!" 짐승은 도약하여 이를 회피! 그리고 램페이지가 다크닌자를 돌아본다...... 발꿈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닌자 슬레이어는 달렸다...... 램페이지를 노리고! "이얏-!" "이얏-!" 눈챠쿠와 기계 팔이 딱 부딪혔다! "누웃-!' 검붉은 불꽃이 튀고, 램페이지는 뒤쪽으로 비틀거린다! 닌자 슬레이어는 눈챠쿠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대는 이 녀석 다음으로 죽인다." 등 뒤의 다크닌자에게 고한다. "반드시다!"

 한편 다크닌자는 투명한 짐승과 대치하여 카라테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렇다면 네놈은 이놈들의 파괴를 막으러 왔단 말이냐. 네놈에게 있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거지?" 등 뒤의 닌자슬레이어를 향해 중얼거리듯 말한다. "......선의인가? 시민들을 향한? 인연 없는 시민 따위, 일말의 가치도 없다. 선의란 불편한 것이다. 약점밖에 되질 않아."

"의외로 잘 떠드는 사내로군." 닌자 슬레이어가 대답했다. "그대는 모를 것이다. 사람을 쓰레기처럼 죽이고 반성하지 않는 그대로서는." 그 눈이 붉게 빛나고, 시선은 램페이지를 꿰뚫는다. 복수와 등을 맞대고서도 이 파괴와 그를 맞서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인간성이다...... 인간성이야말로, 그를 그로서 있게 해주는 고삐인 것이다!

"아주르......!" 검은 점액질을 토해내면서 데스드레인이 곁에 있는 아주르를 불렀다. 소녀는 가느다란 팔로 잔해를 뽑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빌어먹을, 너 이 새끼...... 아까는 건방진 말투로 지껄이긴...... 램페이지는 어쨌어?" "그 녀석은." 아주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무엇도 보이지 않아."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다고오!" 데스드레인이 기침을 하며, 머리를 움직여 이쿠사 배틀을 살피려 했다. "젠장맞을! 저 녀석은 뭘 하고 앉았어...... 아직이냐? 아직이냔 말이야!" 상처에서 끓어오르는 암흑 물질이 스며나오고 있지만 암흑둔의 힘은 여전히 약해서 자칫하면 어깨의 상처가 다시 벌어져 죽을 수도 있다. "빌어먹을-!"

 ......닌자 슬레이어는 눈챠쿠를 휘두르며 서서히 램페이지와의 간격을 좁혔다. 신기는 불꽃의 궤적을 그리고, 이윽고 램페이지는...... 달려든다! "이얏-!" 파고든다! 정권! 팔꿈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BOOM!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눈챠쿠의 사슬로 주먹을 받아낸다! KRAAASH!

 검붉은 화륜(火輪)이 폭발하고, 두 사람은 서로 튕겨져 나갔다. 닌자 슬레이어는 땅을 박차고 다시 파고든다! "이얏-!" "이얏-!" 램페이지의 반대쪽 팔이 그를 요격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비틀면서 도약! 이 치명적 타격 또한 회피!

 BOOM! 기계 팔의 측면에서 열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얏-!"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예측하고 있었다! 거대한 팔을 한발 빠르게 걷어차, 회전하면서 수직으로 뛰어오른다! 램페이지는 오른팔을 크게 휘둘러 상공의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대각 45도 각도에서 정권을 날린다! "이얏-!"

 공중에서 내리친 닌자 슬레이어의 눈챠쿠와 주먹이 맞부딪힌다! 검붉은 화륜이 폭발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충격을 견딘다! 그리고 다시 눈챠쿠를 내리친다! "이얏-!" KRAAAASH! 램페이지의 오른쪽 주먹이! 부서진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공중에서 발차기를 날렸다! "이얏-!" "누웃-!" 램페이지의 얼굴에 발차기가 직격! 그러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램페이지의 왼팔이 옆에서 때리러 온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눈챠쿠를 휘둘러 이 또한 방어! 더 나아가 램페이지의 가슴을 찬다! "이얏-!"

"끄악-!" 램페이지는 뒤로 비틀댔으나 물러나지는 않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회전하면서 후방으로 날아가 착지! 램페이지는 부서진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오, 보라! 파괴한 팔 부분의 균열에서, 케이블 형태의 금속이 근섬유를 방불케 하듯 무수히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이 어찌나 기괴한!?

 금속 섬유는 순식간에 박살난 주먹을 뒤틀어 수복시켰다...... 아까와 같은 현상이다! 램페이지는 전진을 시작! 철가면 틈새로 같은 형태의 무수한 금속 섬유가 자라 나와서 목을 타고 덮어간다! "전부다! 전부다! 전부다! 전부다! 전부다! 전부다! 전부다!" 이형의 가면에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스읍-......! 하악-......!" 대치하는 닌자 슬레이어는 허리를 반쯤 내린 자세로, 왼손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손은 겨드랑이에 한쪽 자루를 낀 눈챠쿠를 움켜쥐며, 히사츠(필살)의 일격을 안겨주기 위하여 챠도 호흡을 통해 혈중 카라테를 억지로 시메나와(금줄)을 방불케 하듯 단단히 다듬고 있었다. 그 어깨와 팔에 밧줄을 방불케 하는 근육이 솟아난다!

"이얏-!" 한편 다크닌자는 몇 번의 격돌을 거쳐, 사나운 보이지 않는 짐승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 땅에 쳐박힌 짐승의 옆구리를 발꿈치로 밟으며 도려내듯 비튼다. "GRRRRRR!" 내려다 보는 다크닌자의 눈은 차갑고도 무감정했다. 그는 아주르와 데스드레인을 보았다.

"램! 페! 이! 지!" 데스드레인이 몸을 뒤로 젖히며 소리친다! 자신을 꿰뚫은 잔해 위에 손을 얹고 힘을 준다...... 양손의 손끝에서, 배의 상처에서, 암흑 물질이 거품을 일으키며 뿜어져 나온다! "너 이 새끼! 제멋대로 굴다니! 까불지 마!"

 데스드레인은 고통의 외침을 짜냈다! 잔해의 뿌리를 암흑 물질이 뒤덮고...... 서서히...... 들어올린다! 그 순간이었다! 인접한 건물에서 차례로 뛰어내린 그림자가 데스드레인과 아주르를 에워싸듯 착지했던 것이다. 그 숫자, 5! 모두 닌자다!

 다크닌자가 눈썹을 움찔했다. 새로운 다섯 명을 잰다. 사이렌. 갤러해드. 헤비 메이스. 펄션. 크롤러. 모두 퍼거토르 휘하의 닌자들이다. 이 자리를 감시하고 있던 자들이 구원군으로 돌아선 것인가? 교토성에서 어떠한 방침 변경이 있었던가. 갤러해드가 다크닌자를 잠깐 보았다.

"싫어! 싫어! 싫어!" 아주르가 울부짖는다. "싫다고-!" "도-모, 다크닌자=상. 갤러해드입니다." 갤러해드가 그 자리에서 아이사츠했다. "그랜드 마스터 · 퍼거토리=상으로부터의 찬사를 전합니다. 훌륭하게도......" 다크닌자는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데스드레인을 가리켰다.

"빌어먹을-!" 그 순간, 잔해가 튀어나왔다! "엣?" 어프렌티스에 지나지 않는 크롤러는 어안이 벙벙한 채 거대한 잔해가 그리는 궤적을 눈으로 쫓았다. 따라서 제일 먼저 죽었다. 암흑 물질이 이 닌자의 다리를 얽어매어 움직임을 봉한 것이다. 그 위로 잔해가 떨어져서 두 동강으로 찢겨 죽었다. 인과응보!

"램페이지! 웃기지 마!" 데스드레인이 벌떡 일어났다. 헤비 메이스가 재빠르게 자신의 무기로 데스드레인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넘쳐나온 암흑 물질은 무기를 들어올린 자세 그대로 그를 구속하고 있었다. 펄션은 그 순간 이미 멘포가 벗겨져서 입안에 암흑 물질이 흘러들어 죽어 있었다.

"이 녀석이!" 사이렌과 갤러해드는 백 덤블링을 반복하며 암흑 물질의 추격을 회피! 다크닌자는 투명한 짐승을 밟은 채로 담담하게 말했다. "귀공들의 도움에 감사한다. 그 닌자는 소생 능력만이 장점이지만 나로서는 힘에 부친다. 나머지는 귀공들께 맡기고자 한다." "램페이지!" 데스드레인이 소리친다!

 데스드레인이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다. 배의 구멍에서도 암흑 물질이 계속 흘러나온다. 멀쩡한 상태가 아닌 것이다. "너 이 새끼! 멋대로 굴면 되냐고오!" 그를 가로막는 자이바츠 닌자! "도-모, 갤러해드입니다." "도-모, 사이렌입니다." "시끄러워!" 데스드레인은 격노했다. 검은 촉수가 소용돌이친다!

"램페이지. 램페이지." 세 걸음. 네 걸음. 램페이지는 지면에 균열을 일으키며, 금속 섬유로 군데군데가 덮인 몸뚱이로 밀고 나간다. "스읍-! 하악-!" 닌자 슬레이어는 챠도 호흡을 깊이 했다...... 깊이 했다...... 깊이 했다...... 깊이 했다! "이얏-!" 램페이지의 팔꿈치가 폭발! 추진! 주먹을 날린다!

『모탈의 분노를!』 닌자 슬레이어가 뒤쪽 손에 든 눈챠쿠를...... 날린다! 『받아라!』 눈챠쿠의 한쪽 자루가 똑바로 날아간다! 한편, 램페이지의 압도적인 속도의 정권 찌르기는 닌자 슬레이어를 스친 채였다. 닿지 않았다!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의 '인(忍)' '살(殺)' 멘포는 박살나 날아가 버렸다!

 눈챠쿠의 끝부분은 램페이지의 철가면 이마 자리에 직격해 있었다. 가면이 파괴된다. 안에서, 인간의 얼굴이...... 금속 섬유를 혈관을 방불케 하듯 달고 있는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이 나타났다. 반대쪽 팔을 치켜든다. 노리는 것은 공격 직후의 닌자 슬레이어. 팔꿈치가 불을 뿜는다! "이얏-!" BOOM!

"......" 램페이지는 치켜올렸던 자신의 팔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았다. 팔꿈치부터 끝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팔을 보았다. 검붉은 불꽃이 살점과 기계의 경계에서 균열을 방불케 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쪽 팔도 땅바닥에 떨어졌다. 검붉은 불꽃은 금속 섬유에 침식된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램페이지는 발을 내딛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찢어진 두건이 풍화되어 후지키도의 민낯이 완전히 드러난다. 후지키도와 램페이지의 시선이 마주쳤다. "젠다=상. 끝이다." 램페이지는 대답하지 않고 닌자 슬레이어 옆을 지나갔다. 그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위태롭게 발을 내딛을 때마다 그 몸에서 검붉은 불꽃이 일어났다.

 불꽃은 한 번 일어날 때마다 램페이지의 신체의 금속 섬유를 연소시켜 없애간다. "램페이지!" ""이얏-!"" 사이렌과 갤러해드가 빈틈을 포착하여 좌우에서 발차기를 날렸다. 암흑 물질이 두 닌자의 다리를 받아낸다. "램페이지. 뭘 하고 앉았어?" 데스드레인은 하늘에서 그들을 거꾸로 비틀어 죽였다.

 램페이지의 걸음은 데스드레인에게로 향했다. 데스드레인은 고개를 기울이며 귀를 후볐다. "뭘, 멋대로 하고 앉았냐고?" 다크닌자도, 닌자 슬레이어도 보이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다크닌자는 발밑의 짐승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계속 꺼내둘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 아주르는 데스드레인 옆이었다.

 램페이지가 데스드레인을 보았다. "넌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램페이지가 낮게 말했다. 그의 입가가, 웃는 듯이 치켜 올라갔다. "먼저 간다. 미안." "나 원 참." 데스드레이닝 말했다. "실망이야, 운이 없구만, 너. 꼬맹이는 어쩔거야?" "......" 램페이지는 무릎을 꿇었다. 엎드려서, 죽었다.

 데스드레인은 닌자 슬레이어를, 다크닌자를 보았다. "불리하구마안. 나는 배에 구멍이 나있고 말이야아. 꼬맹이도 아직 익숙치가 않고오." 아주르의 머리채를 붙잡아 끌어당긴다. 닌자 슬레이어는 카라테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다크닌자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서 닌자 슬레이어와 대치했다.

"오? 뭐야, 지켜줄 거야? 그런데 그쪽 놈은 나랑 뜰 생각이 한가득인데? 괜찮겠어? 헤헤헤!" 데스드레인이 웃었다. "어디로든지 가라." 다크닌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 그러셔! 그러면 뭐, 그 말에 따르기로 할까아!" 데스드레인이 몸을 날린다. 아주르가 쫓는다.

"......이얏-!" 다크닌자는 등 뒤로 백 너클을 날렸다. 앰부쉬를 방불케 하듯 날아든 암흑둔이 카라테를 맞고 튕겨져 날아갔다. "역시나 무린가! 헤헤헤! 조만간 네놈이 달아준 저주의 뒤처리를 하게 해주겠어!" 데스드레인은 아주르를 데리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리하여 죽음과 파괴의 폭풍이 몰아친 흔적에 남은 것은 대치하고 있는 두 닌자 뿐이 되었다.


8

"스읍-......" 닌자 슬레이어는 주 짓수의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나라쿠의 기척은 멀어지고, 눈챠쿠는 다시 단단히 봉인되었다. "하악-......" 의지할 것은 다시금 자신의 카라테 뿐. 닌자 슬레이어는 상처가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의 대치 상황...... 섀도우 콘 직후와 비교하면 아득히 좋다.

 다크닌자의 상태를 살핀다. 맨손 카라테. 어떤 사정인지, 무기였던 닌자 소드는 없다. 그로 인해 전력은 깎인 상태인가? 아니...... 경험이 아니라고 고한다. 그리고 아마도 상처는 없다. 주위는 아라쿠사마 시가지. 램페이지가 그동안 벌인 파괴행위로 인하여 곳곳의 건물이 무너져, 군데군데 이가 빠진 모습을 방불케 하는 참상이다.

 눈챠쿠의 해방은 나라쿠에게 있어서도 부담이 크기에 사용 직후에는 잠시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번 주목적...... 학살자 중 하나는 처치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을 추적하여 죽이는 것은 다크닌자에게 저지된 상황이다. 나라쿠의 의식이 있었다면 무어라 질책하는 소리가 뉴런에 흘러들었으리라.

"어째서 도망치게 했나?"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다크닌자가 대답한다. "네놈이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이야기다." 그는 옆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닌자 슬레이어 또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원을 그리듯 움직이며 공격의 실마리를 찾는다. "한자의 저주를 받은 그 남자는 운명을 어지럽힌다. 그것이 나의 이익이 된다."

"이 참상은 그대의 그 저주라는 것의 결과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죽음과 파괴로 침묵하는 아라쿠사마를 가리켰다. 다크닌자는 무감정하게 대답했다. "누가 알겠는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하나하나의 인과를 따질 의미는 없다. ......다음은 이쪽이 물을 차례다." 다크닌자가 말했다. 문답의 물물교환이다.

"네놈에게 깃든 나라쿠 닌자에 대해 대답해라." 다크닌자가 닌자 슬레이어를 보았다. 그는 살짝 눈을 부릅떴다. 나라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질문을 무시하고 공격을 가할 수는 없다. 다크닌자의 '반문'은 신성한 옛 닌자 예의범절로, 본능이 그 예의범절에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반문의 예의범절은 아이사츠와 마찬가지로 예로부터 전해지는 예절이지만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올바른 절차를 밟아서 그 나름의 중요한 비밀을 밝히면 상대가 이 질문을 거절하기란 지극히 어려워진다. 다크닌자가 밝힌 비밀은 그의 질문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나라쿠 닌자는 태고의 힘이다. 나도 정체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힘이 된다. 그대를...... 닌자를 죽이는 힘이 된다." "역시 알지 못하는가." 다크닌자가 다소 실망한 듯이 말했다. 보다 깊이 파고들려면 더욱 중대한 자신의 비밀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하나 더. 개인적인 질문이다."

"......" "복수를 위해 나를 죽이고. 다른 닌자를 죽이고. 자이바츠를 멸망시키고. 그리고 그 뒤에. 네놈은 어찌할 건가?" 차가운 눈동자가 닌자 슬레이어를 응시했다. 처자식을 빼앗은 장본인이 담담하게, 그렇게 물어온 것이다. 그 목소리에 도발의 울림은 없었다. 후지키도는...... 그 자신도 의문스러웠지만...... 차분하게, 질문을 들었다.

"모른다." 이윽고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답을 찾겠다...... 그대들을 멸망시킨 뒤에." "답을?" 다크닌자가 코웃음쳤다. "내가 생각해도 부질없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군." "그대의 꿍꿍이는 뭐지?" 다크닌자가 무언가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눈 앞 공간이 뒤틀리는 것이었다.

"0100101011" 노이즈가 거대한 몸을 이루고, 양쪽에게 있어 처음이 아닌 존재의 모습을 취했다. 사자춤 탈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가면과 몸 전체에 '두루미'라는 텍스타일이 입혀진 닌자 복장...... 두 사람 사이에 출현한 그것이 문답을 멈추게 했다. "도-모. 마스터 크레인입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후방으로 회전 점프하여 자세를 잡았다. 마스터 크레인! 다크닌자를 따르는 초자연적 시종. 무기는 손끝에서 쏘아 내는 수리켄 발칸...... 닌자 슬레이어는 공격에 대비했다. 이형의 존재는 다크닌자를 돌아보았다. "아니됩니다."

"물럿거라!" 다크닌자가 명령했다. "네놈이 나설 자리가 아니다." "좋지 않은 힘이 작용합니다." 마스터 크레인이 손끝으로 닌자 슬레이어를 가리켰다. "천것에게 개의치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상공이다! 폭음이 접근하고, 3기의 VTOL이 흐린 하늘을 가로지른다! 각각의 기체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다크닌자와 닌자 슬레이어는 순식간에 그것이 새로운 닌자임을 알아챘다. 똑바로 날아서 떠나는 기체의 배에는 '죄벌(罪罰, 자이바츠)' 엠블럼이 그려져 있었다! "이-아아아아-" 마스터 크레인은 머리를 회전시켜, 새로운 닌자가 낙하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0과 1의 노이즈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낙하한 세 사람은 역시나 모두 닌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어두운 은색 복장 닌자가 다크닌자 · 닌자 슬레이어 각자로부터 같은 거리의 위치에 착지, 엄숙하게 아이사츠했다! "도-모. 다크닌자=상. 그리고 닌자 슬레이어=상. 슬로핸드입니다."

 어두운 은색 복장의 닌자, 슬로핸드......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의 그랜드 마스터다! 거기에 더해 그 뒤쪽으로 뒤따라 온 두 사람이 착지! 용을 방불케 하는 뿔이 달린 풀 멘포를 쓴 닌자가 오지기했다! "도-모, 재버워크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섬뜩한 망토와 일체화된 하늘색 닌자 복장을 입은 거구의 닌자! "도-모, 블루 오브입니다." ......나무삼...... 그들 두 사람은 슬로핸드 직속 마스터 닌자다! "잘 해주었다. 다크닌자=상." 슬로핸드가 앞으로 나섰다. "이 이상의 피해 확대를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

"도-모, 슬로핸드=상." 다크닌자가 아이사츠를 돌려주며 이 그랜드 마스터의 진의를 탐색하려 했다. 하지만 잠시 뒤, 슬로핸드는 이미 그의 원 인치 거리에 있었다. 다크닌자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귀공은 충분히 싸웠다. 이제 이 자리는 내게 맡기고 귀환하여 보고를."

"이얏-!" 동시에 재버워크가 닌자 슬레이어를 날아차기로 공격! 닌자 슬레이어는 백 덤블링을 구사하여 이것을 회피!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후리켄을 던져 반격한다! "이얏-!" 재버워크가 양손을 벌리자 철침이 손가락 사이에서 튀어나오더니 수리켄을 격추했다!

 여기에 더해 블루 오브가 측면으로 파고든다. 망토가 펄럭이더니 기괴한 거대 비눗방울을 만들어 낸다! "닌자 슬레이어라니, 실제 어느 정도일까앗-!" "과연." 다크닌자는 어쩔 도리 없이 응전하는 닌자 슬레이어를 잠시 본 뒤, 슬로핸드에게 그윽하게 다시 오지기했다.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음. 잘 부탁함세." 슬로핸드가 끄덕였다. 올려다보자 VTOL이 한 대 수직 강하한다. "쓰도록 하게." 거기에 더해 도로 저쪽에서 속속 달려오는 자동차 행렬...... 케비이시 비클이다! "어용! 어용!"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들 치안 기구를, 슬로핸드는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얏-!" 블루 오브가 사람 하나 정도 크기는 될 거대한 비눗방울을 날렸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수리켄을 투척! 그러나 비눗방울은 수리켄을 점착질 벽을 방불케 하듯 받아내 세워버렸다. 그럼에도 터지지 않는 것이다. 불가사의! "이얏-!" 비눗방울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이얏-!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옆구르기를 연속으로 반복하며 대응! 하지만 재버워크 또한 옆구르기를 반복하며 닌자 슬레이어를 딱 붙어 쫓는다! "이얏-! 이얏-! 이얏-!"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지옥의 수레바퀴를 방불케 하듯 옆구르기로 나란히 질주! 게다가 옆구르기를 하면서도 서로에게 수리켄과 철침을 던진다! 혹시 이 응수 사이에 바이오 참새가 날아들기라도 한다면 온몸에 수리켄과 철침을 맞아 카도 오브제가 되어버리리라!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한편 슬로핸드는 팔짱을 낀 채 방관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가장 큰 목적은 아라쿠사마 시가지의 파멸적 사태를 수습하는 것에 있었다. 다크닌자의 VTOL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본 그의 옆에 케비이시 비클이 여러 대 정차했다. "도-모, 고문 센세이." 엘리트 케비이시가 황급히 하차하며 무릎을 꿇었다.

"고생이 많군." 슬로핸드가 내려다본다. 평소 슬로핸드는 닌자 복장을 입고 그들 치안부대와 접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케비이시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바로 근처에서 전투하고 있는 닌자 슬레이어와 슬로핸드의 마스터 닌자들이 시야에 들어와도 닌자 리얼리티 쇼크에 빠지지 않는다. 중점 허실전환법의 영향 하에 있기 때문이다.

"메구미 비클*이 10분 이내로 화재 현장에 도착하여 방수를 시작합니다." "빠를수록 좋지." 슬로핸드가 끄덕였다. "실로 딱한 사건이군. 너무나도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어...... 부흥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보다 아름답고 그윽한 거리로 만들고 싶군 그래." "하핫-!" 엘리트 케비이시가 도게자했다.
*메구미에는 본래 은혜, 은총 등의 의미가 있으며, 문맥으로 보아 소방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슬로핸드는 옆구르기하면서 싸우는 닌자 슬레이어와 재버워크, 그 뒤를 쫓으며 버블 공격의 기회를 노리는 블루 오브를 멀리서 보았다. 그가 IRC 통신기에 속삭였다. "깊이 쫓지 않아도 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어 죽인다. 얕보지 마라."

""하핫-!"" 두 마스터 닌자가 동시에 응답했다. 그들과 전투를 벌이는 닌자 슬레이어는 옆구르기와 수리켄 투척을 구사하며 뉴런 일부를 상황 판단에 배정, 불타버릴 정도로 고속 사고하고 있었다. ......저것이 슬로핸드. 잊을까 보냐. 마루노우치 항쟁에 참가한 닌자다.

 그러니 죽인다. ASAP로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하지만 지금 당장 들개를 방불케 하듯 이판사판으로 덤벼봐야 상황을 쓸데없이 악화시킬 뿐이다. 그는 간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자이바츠는 움직이고 있다. 간도 역시 닌자의 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얏-!" 재버워크가 철침을 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수리켄을 던져서 상쇄! 몇십 번째의 응수인가!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옆구르기에 이어 몸을 비틀어 뛰며 재버워크를 향해 내려찍기를 날렸던 것이다! "이얏-!" "끄악-!"

 재버워크는 내려찍기를 어깨에 맞고 땅위에서 바운드! 회전하며 낙법을 치고, 도약하며 더욱 철침을 쐈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도약, 교차로 옆에서 달려온 트레일러의 측면을 박차 반대쪽으로 뛰었다. 블루 오브의 버블이 닌자 슬레이어 포착에 실패한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도약하며 블루 오브를 향해 수리켄을 투척! 버블 사출 직후인 블루 오브는 다음 버블을 충분히 키우지 못한 상태였다. "끄악-!" 어깨에 수리켄을 맞아 쓰러진다! 거기에 교차로 옆에서 달려온 스쿠터가 충돌! "끄악-!" "아밧-!"

 닌자 슬레이어는 교차로 모퉁이 건물의 간판 '파를 굽는다'를 박차고 다시 교차로를 향해 뛰었다! 조금 전의 스쿠터는 블루 오브와 충돌하여 공중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있었다(운전자는 굴러 떨어져 골절)!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공중에서 이 스쿠터를 박차고 다시 점프! 달인!

 닌자 슬레이어는 교차로 건너편에 착지하여 추격자를 돌아보았다. 총알을 방불케 하듯 차례로 달려오는 트레일러, 혹은 로켓 인력거! "치이잇-!" 블루 오브가 일어나서 분풀이로 길 위에서 몸부림치는 운전자를 찬다! 무참! 닌자 슬레이어는 발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


"끄악-!" 간도가 지붕에 강하게 쳐박혔다. 검은색 일색에 보라색 눈을 가진 불가사의한 닌자가 잔심*했다. 그 발밑에서 신체와 같은 색의 그림자가 뻗어나와 섀도우위브와 연결되어 있었다. "어허어허어허, 이 녀석은......" "푸슉!" 퍼플 타코가 입의 촉수를 열어 점액질 수리켄을 사출!
*적을 쓰러뜨리고도 대비를 늦추지 않는 자세.

"우오옷-!" 간도는 지붕 위를 굴러 추격을 회피! 착탄 지점에 산성 물질이 흩날린다! ......그렇다, 촉수다. 풍만한 본디지 닌자 복장을 입은 이 미녀 닌자 퍼플 타코의 베일 아래에는 촉수가 감춰져 있으며, 그곳에서 수리켄을 날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도도 깜짝 놀랐으나 끈질기게 연계 공격에 계속 대처하고 있었다.

"이얏-!" 간발의 차도 두지 않고 활공해 온 것은 아이보리 이글이었다. "이얏-!" 간도는 발차기로 반격했으나 위력이 모자라, 연속 발차기의 두번째 공격을 맞고 날아갔다. "끄악-!" 위력! 피스톨 카라테의 기폭제가 될 사격 반동이 없다. 49 매그넘에 총알을 다시 넣을 틈을 주지 않아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있지, 조금 쉬지 않겠어?" "거절한다!" 섀도우위브가 접근했다. "시각은 아직도 태양 아래...... 네놈은 오늘 밤의 달을 보지 못하고 죽는 거다." 방금 그가 만들어 낸 그림자 분신체! 카라테 솜씨는 본체 이상으로, 실제 버겁다. 상황은 더욱 더 방어일변도로 흐른다!

"이얏-!" 분신체가 발차기를 날린다! "이얏-!" 간도는 백 덤블링하여 회피! 옆 건물의 기와 지붕으로 뛰어 옮겨간다. "파하하하하!" 그 즉시 퍼플 타코가 도약, 간도의 등 뒤에 착지! "같이 가주지 않으면 싫어엇-......" "이얏-!" "파하하하!" 간도의 뒷발차기를 몸을 비껴내어 회피!

"이얏-!" 그 틈을 노려 아이보리 이글이 등 뒤에 착지! 간도에게 날개죽지 조르기를 건다! "누웃-" 간도는 힘을 담아 뿌리치려 했다. 타고난 체격과 닌자 근력에 의해 그 폭발력은 실제 강력하다. 그러나 아이보리 이글은 놓지 않는다! "쓸데없는 짓이다. 내 카라테는...... 강하다고...... 크크......"

"아-라라." 퍼플 타코가 어깨를 으쓱했다. "굉장히 노력해서, 오래 버텼다고 생각해, 아저씨." 날개죽지 조르기에 걸린 간도에게 몸을 기대고, 귓가에서 촉수가 기어다니게 한다. "그래도 좀 더 기분 좋아지자?" "그만하라고." 간도가 몸부림쳤다. 그러나 아이보리 이글의 구속력은 강인!

 퍼플 타코는 간도의 정면으로 돌아 들어가서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풍만한 가슴을 들이밀며, 눈만 치켜뜨고 간도의 눈을 들여다 본다. 퍼플 타코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났다. 대상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는 히프노* 짓수다! "퍽한 다음에 뇌척수액도 탐나네에......" "죽이는 건 안된다." 라는 아이보리 이글. 
*최면을 의미하는 hypnosis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원수를 어서! 어서 갚읍시다!" 섀도우위브가 진언했다. "바카 녀석! 명령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해라!" 아이보리 이글이 질책했다. "이 놈은 가능한 한 살려서 포획하는 편이 좋아. 고문......해서, 알아내는 것이다. 여러모로. 사사로운 정을 일에 끼어들게 하지 마라." "파하하하하!"

 퍼플 타코의 눈동자가 빛난다...... 빛난다...... 간도는...... 간도는 눈을 깜빡였다. 퍼플 타코는 숨을 삼켰다. "이 녀석이?" "왜 그러지?" 아이보리 이글이 힘을 줬다. "무언가...... 프로텍트가......! 히프노가 먹히지 않아......" 퍼플 타코가 뒷걸음질치며 떨기 시작했다. "주...... 죽여줘. 안돼."

"안 먹히나?" 간도가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퍼플 타코는 자신의 팔뚝을 껴안고서, 몸이 뻣뻣해지며 뒤로 물러났다. "이런 건...... 어째서...... 싫어." 섀도우위브가 달려왔지만 되밀친다. "치잇." 아이보리 이글은 혀를 찼다. 간도를 안은 채로 로켓을 방불케 하는 속도로 수직 도약!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살려서 포획......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죽일 따름이다!" 등의 날개로 힘차게 날갯짓하며, 무시무시한 속도와 함께 상승해 간다! "어허어허어허, 설마 아니겠지?" "고고도 앨라배마 떨구기...... 죽어! 이얏-!" "끄악-!" 천지가 뒤집힌다! 나선 회전하면서 두 사람은 수직 낙하!

"이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겠는걸!" 간도는 떨어지면서 사납게 웃었다. 죽지는 않는다. 근거는 없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에게 그렇게 확신하게 만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섀도우위브가 만들어낸 그림자 분신체에서, 가느다란 그림자 덩어리가 산산히 찢어져 나왔다. 그리고 차례차례 그림자 까마귀가 되어 날갯짓했다.

 그림자 까마귀는 떨어지는 간도와 아이보리 이글 주변을 날다가, 이윽고 간도의 양손의 49 매그넘 탄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간도는 장전했다. 까마귀 탄환을. 그는 팔을 구부렸다. 아이보리 이글의 측두부에 좌우 각각의 총구를 들이댄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BBLLAAMM!! 구속이 풀린다! 간도는 퍼플 타코와 섀도우위브의 옆 건물 지붕에 떨어졌다. "끄악-!" 등부터 떨어지고 기왓장이 박살나 날아간다. 공기를 토해내고 폐가 텅 빈다. 간도는 몸부림치다 몸을 일으켜, 바로 옆에 떨어진 적을 보았다. 머리가 사라진 아이보리 이글을.

"오탓샤데." 간도는 잔심했다. 머리가 날아가버린 아이보리 이글의 몸이 부풀어 오르다 폭발사산했다. "아이보리...... 이글...... 상." 섀도우위브가 아연해하며 시텐노의 이름을 불렀다. "미안하게 됐군, 형씨." 간도가 총을 겨눈다. "그림자, 써버렸네. 필사적이 되어놔서."

"우...... 아." 섀도우위브는 간도와, 옆에서 마음이 흐트러져 있는 퍼플 타코를 번갈아 보았다. "아직...... 아직 할 수 있어!" 섀도우위브는 힘을 주었다! 그림자 분신체가 달려든다! "이얏-!" 간도는 양팔을 교차하여 요격했다. 피스톨 카라테! "이얏-!"

 분신체가 덤벼든다. 간도는 총격! BLAM! "이얏-!" 분신체는 옆으로 뛰어 이것을 회피. 간도는 총격의 반동을 이용하여 회전, 기세를 실어 팔꿈치 찍기를 날렸다! "이얏-!" "이얏-!" 분신체가 발차기로 팔꿈치 찍기를 상쇄! BLAM! 간도는 총격을 통해 반동을 살려 후방으로 뛰어 간격을 벌렸다!

 간도는 대충이나마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그림자에서 까마귀 총알이 생겨났고, 그걸 불러들여 장전했다. 그렇게 된 것이다. (과연, 이 형씨, 상당히 운이 없었구만) ......분신체가 방심하지 않는 카라테로 서서히 간격을 좁혀온다. 간도가 그에 응했다. (그렇다는 것은, 결국 내 무기는 피스톨 카라테인가? 닌포는 없는 거냐고)

(위력은 어떻지? 실탄과 비교해서...... 영거리에서 쏜거야 당연히 효과가 있었지만) 간도는 X자로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BLAM! "이얏-!" 분신체가 옆구르기, 탄환을 피하면서 접근! 옆구르기에 이어 발차기를 날린다! "이얏-!" 간도는 옆으로 뛰어서 회피, 손을 짚으며 백 플립! 그리고 총격!

"끄악-!" 분신체가 총격을 맞고 휘청인다. 까마귀 탄환이 명중하자 그림자가 폭발한다. 하지만 분신체는 돌진해 온다! (실탄처럼은 안되나? 뭐, 사치스러운 말은 못하지...... 카라테를 위한 반동에는...... 딱이군) 다시 간도는 피스톨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젠장......" 섀도우위브는 미간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집중했다. "해치워야만 해...... 내가......" "안돼." 퍼플 타코가 말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반복하며 두려움을 떨쳐냈다. "무리는 안돼...... 미안해, 이제 괜찮아."

"이얏-!" 분신체가 달려든다. 사이드킥! 간도는 총격 반동으로 번개를 방불케 하듯 상체를 비껴내어 회피! 거기에 더해 쏠 때의 추진력으로, 반동을 살린 돌려차기를 날린다! "이얏-!" "이얏-!' 분신체가 허리를 반쯤 내린 자세로 파고든다! 퐁 펀치(붕권)! "끄악-!?" 간도는 복부에 타격을 입고 날아간다!

 간도는 낙법을 치고 몸을 일으켰다. 탄창을 열자 발밑에서 몇 마리의 그림자 까마귀가 날갯짓하다, 간도의 주변을 날면서 총알로 모습을 바꾸어 장전되어 간다! "푸슉!" 퍼플 타코가 8장의 점액 수리켄을 사출! 간도는 까마귀 탄환을 연사하며 자신에게 맞을 궤도로 날아오는 수리켄을 파괴!

"이얏-!" 공중 내려찍기를 날리며 분신이 밀고 들어온다! 간도는 머리를 겨냥해서 총격! 분신체는 빠르게 회피! 간도는 반동을 몸을 젖히고, 물구나무로 서서 발로 찬다! "이얏-!" "끄악-!" 분신체가 날아간다! 용수철 장치를 방불케 하듯 벌떡 일어난 간도가 까마귀 탄환을 쏜다! 분신체는 굴러서 회피!

"푸슉!" 그 순간 퍼플 타코가 다시 점액질 수리켄을 8장 사출! 간도는 옆구르기하여 즉시 회피! "어허어허, 한 명 줄어도 실제 힘들구만......" "시텐노!" 분신체가 소리치고, 몸을 뒤로 젖히며, 용을 방불케 하는 그 입을 열었다! " 뭣!" SPLAASH! 안개를 방불케 하는 그림자가 간도를 덮친다! "끄악-!?"

"어떠냣!" 섀도우위브가 외쳤다. 극도의 집중으로 그는 두 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가...... 그 짓수는?" "끄악-!" 간도는 검은 안개에 휩싸여 고통에 차 소리쳤다. 호흡을 빼앗긴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을 죽이겠습니다." 라는 위브. 하지만 퍼플 타코는 주저한다. 철수 명령이 들어온 것이다!

(다크닌자...... 귀환...... 이쪽으로...... 닌자 슬레이어...... 향했을 가능성...... 귀환해야만) 임플란트가 비음성 진동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보리 이글의 바이탈 사인 소실은 이미 전해졌다. 퍼플 타코는 섀도우위브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소리쳤다. "죽어! 원수를 갚겠다!"

"끄악-!" 기왓장 지붕을 구르며 몸부림치는 간도를 카이샤쿠하기 위하여 분신체가 한쪽 다리를 높이 들고 그를 겨냥했다. 그리고 내리친다! "이얏-!" "Wasshoi!" 기요틴을 방불케 하는 쿠 데 그라*를 인터럽트 한 것은, 아래쪽 길에서 지붕으로 도약한 검붉은 닌자였다!
*Coup De Grâce, 자비의 일격. 뛰어내려 적을 짓밟는 프로레슬러 핀 밸러의 피니시 무브.

"이얏-!" "끄악-!?" 도약하면서 돌려차기 앰부쉬를 분신체의 척추에 꽂아 넣는다! 날려버린다! "이얏-!" 거기에 더해 닌자 슬레이어는 수리켄을 새도우위브와 퍼플 타코를 향해 4장 투척! "이얏-!" 퍼플 타코는 카라테로 이것들을 튕겨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부림치는 간도 앞을 막고 서서 아이사츠했다. "머릿수만 믿고 건방지게 구는 시간은 끝났다, 자이바츠. 먼저 죽고 싶은 쪽은 누구냐. 말해라!" "미, 미안하지만 신세 좀 질게." 간도가 신음했다. "닌포가 있었다면......" "닌포?"

"질까보냣-!" 섀도우위브가 소리쳤다! "시텐노!" 분신체가 상체를 젖힌다. 그림자 브레스다! 허나 "이얏-!" "끄악-!" 하야이(빠르다)! 닌자 슬레이어는 재빠르게 파고들어, 어깨에서 등에 걸쳐 벽에 쳐박기를 방불케 하듯 공격을 가한 것이다! 암흑 카라테, 보디 체크다!

"우오오옷-! 죽어엇-!" 섀도우위브가 자신의 오른팔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날아갔던 분신체가 벌떡 일어선다! "이얏-!" "끄악-!?" 섀도우위브는 몸을 ㄱ자로 굽히며 기절했다. 퍼플 타코다! 그녀가 갑자기 섀도우위브의 명치에 숏 훅을 꽂은 것이다.

 그러자 그림자로 만들어진 분신체가 갑자기 윤곽을 잃고 무너졌다. "......" 퍼플 타코는 기침하는 섀도우위브를 안아 들고 도약했다. 옆 지붕, 그리고 더 옆으로. 전속력으로 철수해 간다. 닌자 슬레이어는 간도를 돌아보았다. "설 수 있겠나?" "힘들구만......" 그는 기침하는 간도에게 손을 빌려주었다.

"......어땠어?" 간도는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 닌자 슬레이어가 대답했다. "한 명은 놓쳤다. 다른 한 명은 죽였다. 학살은...... 멈췄다. 하지만 산더미 같이 죽었다. 자이바츠에 대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하지." "네 탓이 아니야." 간도가 말했다. "네 행동으로 죽음을 면한 자들을 생각해. 그거면 됐어."

"......" 이윽고 닌자 슬레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다음이다." "그래, 다음 미션이군." 간도가 머리를 긁적였다. "낸시=상도 올테고 말이야." "......" 닌자 슬레이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쿠사 배틀 무대를 돌아보았다. 분진으로 뿌얘진 아라쿠사마 시가지를.

 그리고 그 황폐함을 가져온 자를...... 파괴의 한계에 도달하여, 닌자 슬레이어의 손에 의해 멸망당한 남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다크닌자의 물음을. 언젠가는 답을 찾겠다...... "끝내자." "엉?" "아무튼 끝내는 거다." "그래, 그건 그렇지. 언제까지고 이런 일은 못해."

"세키바하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간도가 눈을 깜빡였다. "세키바하라? 그 죽은 이그조스천 녀석 말인가?" "그 날 있었던 시시한 이야기다." "아아, 카툰이니 뭐니,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말이지." 닌자 슬레이어가 끄덕였다. 그리고 그곳을 떠났다.


에필로그

 교토성, 자은(紫銀)의 다실!

 검게 칠한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그리 크지 않은 다실이었다. 화로를 사이에 두고 정좌하여 마주보고 있는 것은 퍼거토리, 그리고 다크닌자였다. 벽에는 '불여귀'라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으며 은방울꽃 생화가 꽂혀 있었다. 도자기로 만든 본즈 헤어(대머리) 후쿠스케*가 두 사람의 다도 자리에서의 예의범절을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원문은 フクスケ로, 福助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복을 가져다 준다는 머리가 큰 인형.

 다크닌자는 이번 인시던트에 따라 특례를 방불케 하듯 휴가를 우선 끝내고 이렇게 다시 불려온 모습이었다. 이미 벳핀은 그의 손에 돌아갔으며, 복장을 갖춰 입은 그의 팔에는 신기 브레이서가 있었다. 퍼거토리는 편안한 모습으로 바닥용 걸상에 팔꿈치를 올렸다. "아니...... 실로 무시무시한 사태를 초래할 뻔 하였어."

 멘포 안쪽, 퍼거토리의 표정은 알아볼 수 없다. 챠를 마실 때만 입가가 열리는 것이다. "귀공의 휴가 중임에도 그에 개의치 않은 적절한 대처가 반 자이바츠적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미연에 막은 게지. 훌륭한 일처리였네." "아닙니다." 다크닌자가 고개를 저었다. "존체께서 신속하게 구원 인력을 수배해주신 덕분입니다." "흠......"

 다크닌자는 그윽하게 상대를 치켜세웠다. 퍼거토리는 최속 최선으로, 마스터 닌자 갤러해드를 포함한 닌자 집단을 파견하여 반 교토 · 반 자이바츠 행위를 벌인 닌자와 전투하게 했다. 거기에 더해 슬로핸드를 설득하여 케비이시도 움직여 사태를 눈부실 정도로 신속하게 수습했다......는 것이다.

 직속 닌자를 다섯 명이나 잃으면서까지, 몸바쳐 실행한 질서 회복 행위. 로드의 심증 또한...... 경사스러운 것이었다. "용납할 수 없는 점은 데스드레인. 제 힘이 모자라 염치도 없이 도망치게 만들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마음 쓰지 말게, 다크닌자=상. 훌륭한 일처리를 보여주었어. 노고를 치하해야겠다 생각해서 말일세." "분에 넘치는 기쁨입니다." 그는 머리를 조아렸다.

"신성한 휴가를 중단하게 되어 마음이 불편하군." "천만의 말씀입니다." 다크닌자가 퍼거토리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어떠한 인과인지...... 평범하게는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우연......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우연과 마주했습니다. 옛 친구와 뜻하지 않게 재회한 것입니다." 다크닌자는 눈을 깜빡이지 않고 퍼거토리를 응시했다.

"호오!" 퍼거토리가 탄성을 질렀다.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우연이로군."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우연입니다. 말하자면 존체께서의 관대한 배려가 돌고 돌아서,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일어난 요행......" 다크닌자는 결코 눈을 떼지 않고 낮게 말했다. 퍼거토리는 그 시선을 받아냈다. "그건 잘되었네."

"만난 것은 몹시 좋았습니다만." 다크닌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나 실로 유감스럽게도...... 이번 피해에 휘말리는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무어라." 퍼거토리가 슬픈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무슨 비극이란 말인가." "이 또한 제 부덕함이 불러온 인과가 아닐지요." "그런 말 말게, 징벌기사공."

"저에게는 여러모로......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들려오고는 합니다." "그것은 귀공에게 있어 귀찮은 일이겠군." 퍼거토리가 말했다. "적을 늘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야. 뒷배가 되어주고 싶은 참이네만."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데스드레인 일당의 아라쿠사마 시가지 침입을 유도한 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무어라! 무시무시한 음모로세." 퍼거토리가 눈썹을 찡그렸다. "정말 그러합니다." 다크닌자는 전혀 눈을 깜빡이지 않고 퍼거토리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존체께서 힘을 써주신 덕분에...... 무사히. 상처 없이. 어떠한 부상도 없이.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머리를 조아린다. "감사드립니다."

 다크닌자가 고개를 들었다. 이 순간 그는 노골적인 모멸과 비웃음의 빛을 그 눈에 드러냈다. 퍼거토리의 미간에 핏대가 선다. "챠를 마시게나." 그는 몸을 들어 다기를 내밀었다. ......다기가 두 쪽으로 쪼개지고, 챠가 다다미를 적셨다. 다크닌자가 코웃음친다. "이거 참 불길한."

"......" "보십시오. 이상한 후쿠스케로군요." 다크닌자가 갑자기 말했다. "뭐라?" "이런 후쿠스케는 처음 봅니다." 그가 웃었다. "덕분에 제 카라테는, 가슴에 수리켄이 꽂히는 것보다 빨리 불여귀 족자 뒤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비천한 겐(환) 짓수를 쓰는 닌자를 두 동강 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상당한 솜씨로세." "감사합니다. 여기에 더해 카타나를 되돌려, 혹시 남아 있는 다른 적이 있다면...... 목을 날리겠나이다." 다크닌자의 살의가 퍼거토리에게 꽂혔다. "아시겠습니까?" "그것 참 훌륭한 카라테. 수상쩍은 자도 감히 나서지 못할걸세." "호오. 나서지 못한다는?"

 다크닌자가 일어섰다. "다기도 깨지고 불길합니다. 중간에 자리를 뜨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퍼거토리=상. 저는 어느 쪽이라도 좋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천것!" 다크닌자가 날이 시퍼렇게 선 목소리로 족자를 향해 외쳤다. "내 그림자를 밟는다면 네놈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함을 알라! 나의 카타나가 네놈에게 닿을 것이다!"

"......" 퍼거토리는 펑정심을 가장했다. 다크닌자의 목소리는 당연히 어느 누구보다도 퍼거토리를 향해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보았다. 다크닌자는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복도를 조용히 걸어가던 다크닌자가 니드호그가 있음을 눈치챘다. "오우. 좋은 달이군." 니드호그가 말했다. "팽팽하게 날이 섰구먼. 그렇다면 다실에서도 암살에 실패한 겐가. 퍼거토리는 깨끗하게 체념을 할 줄 몰라서 말이지." 다크닌자가 끄덕였다. "다음에는 죽이겠다고 전했다." "하하하!"

 이어서 그는, 자신이 가야하는 방향에 원망스럽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있는 닌자를 바라보았다. 섀도우위브. 다크닌자가 지나친다. "어찌하여 철수 명령을?" 섀도우위브가 말했다. 다크닌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너로서는 닌자 슬레이어를 쓰러뜨릴 수 없다. 하찮은 개죽음이다." "......!" 섀도우위브는 분함을 씹으며 억눌렀다.

 다크닌자는 홀로 어두운 복도를 걸어간다. 그는 참치 앤드 드래곤 사옥 엘리베이터에서 마코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있지, 솔직히 난 이미 글른 것 아닐까?) 그는 후지오에게 말했다. (그러니 미리 말해두자 싶어서 말이야) (무슨 바카 같은 이야기를?) (됐으니까) 그 순간 마코는, 어딘가 그 속 깊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것만 같은 엄숙한 눈빛이었다. (......고마워. 후지오)

"......고맙다." 다크닌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그 말을 들은 이는 없었다. 벳핀의 자루가 희미하게 울렸다. 그의 뒷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둠스데이 디바이스] 끝


N-FIELS (설정 자료, 원작자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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