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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메일드・바이・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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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닌자 슬레이어 제3부의 Twitter 연재시 로그를 그대로 아카이브한 것입니다. 연재시의 문서를 그대로 아카이브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오탈자 등의 수정은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가필수정판은 아래의 물리서적에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자 코멘트 : 상기 물리서적 / 전자서적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리서적 / 전자서적은 일본어판인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원본의 오탈자 수정을 가능한 한 진행하고 있으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닌자 슬레이어 공식 디스코드의 KR 채널 혹은 DC인사이드 닌자 슬레이어 마이너 갤러리를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この記事は【ブラックメイルド・バイ・ニンジャ】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블랙메일드 바이 닌자]




1

"시작형 체펠린 MG775 기체가...... 거의 상처가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아사노 미츠이 부장은 레인반사(社)에서 만든 최고급 선글라스를 치켜 올리며 비치 체어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이, 정말인 것 같습니다." 그의 IRC 대리 타이핑 전용으로 고용된 해커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고속 타이핑을 이어갔다.

"귀찮은 일이군." 아사노는 명백히 초조해하며, 밝은 다갈색으로 탄 살찐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오키나와 블루 파인을 나르는 오이란드로이드의 부드러운 히프를 주물럭거렸다. 천장의 데미 태양광이 쨍쨍하게 빛나며 칵테일의 얼음을 녹여 무너뜨린다. 칵테일 글라스의 측면에 흐르는 물방울을 방불케 하듯, 아사노도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발견한 것은 스마코치라사인가...... 템플릿8로 감사의 뜻을 표한 후에 자세한 내용을 들어봐라!" "하이." 아사노가 명령하자 해커는 양손을 사용하여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타이핑했다. 상당한 물리 타이핑 속도다. 최소한 스고이급 해커일 것이다. "추락 포인트는 교토 공화국과의 국경 부근인 것 같습니다."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데미 태양광 때문에라도 도저히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해커는 옷깃조차 풀지 않았다. 고온다습한 이 곳에서 T셔츠, 와이셔츠, 넥타이 거기에 더해 쓰리 버튼 양복의 단추까지 전부 채운 스타일이다. 그래도 타이핑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프로페셔널인 것이다.

 이곳은 어디인가? 오키나와인가? ......아니. 두꺼운 말법급 오염 구름에 덮여 중금속 산성비가 쏟아지고 있는 네오 사이타마다. 아사노상 파워즈사 제7사옥 최상층에 있는 중역 전용 휴식 룸이다. 여기에는 실내 수영장, 죽림, 미니 골프 코스, 최신 트레이닝 기기가 갖추어진 짐(Gym) 도죠가 있다.

(((젠장맞을! 공중폭발해서 산산조각났거나 바다 속 쓰레기가 되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사노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마음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함부로 입에 담았다간 해커가 그것을 IRC 내부로 타이핑하여 관련된 각 회사에서 발언을 조회할 우려가 있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간 케지메로는 끝나지 않는다.

"흐음." 아사노 부장은 화면을 보면서 고민했다. ......MG775 시제품에 탑재된 파워즈사의 하이브리드 뉴크 연료로(燃料炉)에는 사실 중대한 결함이 있었다. 기체가 회수된다면 그 문제가 밝혀질 것이다. 아사노상 파워즈사의 주가는 틀림없이 폭락한다. 그러므로 이대로 원인불명인 채 사라지길 바랐었던 것이다.


#DANGOU:YASU@SUMAKOCHIRA:어떻게 할까요? ||| 
#DANGOU:ASANO@ASANOSAN: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 
#DANGOU:YASU@SUMAKOCHIRA:아직 모릅니다. 확인하고 싶군요 |||
#DANGOU:ASANO@ASANOSAN:그러게 말입니다 |||

"후욱......" 아사노는 화면을 노려보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서로의 속을 떠보는 것이다. 어리석은 발언을 했다간 IRC 로그에 내용이 남아서 나중의 화근이 된다. 아사노가 하는 말을 즉시 물리 타이핑하기 위해서 옆에 있는 해커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기했다.

#DANGOU:ASANO@ASANOSAN: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교토 공화국 부근이라면 아무래도 좀 귀찮은 일이 되지 않을지? ||| 
#DANGOU:IDEYASU@SUGOITECH:일리가 있습니다 ||| 
#DANGOU:YASU@SUMAKOCHIRA:분명 그렇군요 |||

 아사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언 속도로 회담을 이끌었다. 유능한 해커를 끼고 있다는 것의 의미는 크다. 그는 이 회담에 참가중인 관계사들 중에서 실제 리더적인 입장이다. 하물며 지금은 이런 류의 회담을 관리하는 어둠의 조직, 소우카이야 신디케이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독무대다.

 아사노는 교묘하게 주제를 유도하고, 상대의 사고를 읽어내어...... 마침내 승기를 쥐었다. (((하하아, 아무래도 놈들도 자기네 회사의 시스템이 원인일 경우의 리스크를 떨쳐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아사노는 눈썹을 치켜뜨며 헤이안 시대의 병법가 미야모토 마사시의 코토와자 '도둑질이 걸린다면 집에 불을 질러라'를 떠올렸다.

#DANGOU:ASANO@ASANOSAN:어떻게 할까요, 차라리 폭파시키는게? ||| 
#DANGOU:IDEYASU@SUGOITECH:저도 그렇게 말씀드리려던 차입니다 ||| 
#DANGOU:YASU@SUMAKOCHIRA:회수비용보다 싸게 먹히겠군요 |||

"얏따!" 아사노 부장은 작게 빅토리 포즈를 지으며 비치 체어에 다시 몸을 젖혀 기대고서 칵테일 빨대를 입가로 옮겼다. 이것으로 아사노상 파워즈의 주가는 지켜낼 수 있다. "감사를 템플릿5로 해두도록." 그러고서 큰 소리를 내면서 단숨에 오키나와 블루 파인을 빨아 마셨다.

"아이에에에에!" 갑자기 해커가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 아사노 부장이 다시 레이반 선글라스를 치켜 올렸다. 해커가 땀을 닦으며 필사적으로 타이핑한다. "IRC 회담으로부터 절단되었습니다." "뭐라고? 설마 적대적 해킹인가?" "아뇨, 아닙니다......! 이건 물리절단입니다! Ping이 그렇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빨리 어떻게든 해라!" "하이!" 해커는 험상궂은 얼굴로 일어서서 UNIX의 LAN 단자를 확인했다. 아사노는 주변을 돌아본다. LAN 케이블의 반대쪽 단자는 이미테이션 죽림에 숨겨진 서버에 꽂혀있다. 지금 이 거대한 휴식 룸에는 그와 해커, 오이란드로이드들 뿐이다.

"젠장, 어째서 이런 때에...!" 아사노는 휴식 도중에 긴급 IRC가 들어왔다는 불운을 저주했다. 이 휴식 룸은 완전한 시큐리티가 적용되어 있어서 그 이외의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 "너는 이쪽을 확인해! 내가 서버 쪽을 보고 오겠다! 연결이 복구되었을 때를 위해서 너는 즉시 타이핑 할 수 있게해 둬!" "하이!"

아사노는 수영장 옆을 달려서 골프 코스 옆을 지나 에메랄드색 LAN 케이블을 따라갔다. 그리고 시원하면서도 훌륭한 만듦새인 이미테이션 죽림을 헤치며 나아가...... UNIX 서버를 발견했다. 그리고 보았다. 케이블 단자의 고정부가 부러진 탓에 끝이 빠져서 힘없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웃기지도 않는군! 빠진 것 뿐이다! 어이, 지금 당장 복구하겠다! 타이핑 준비를 해둬!" 아사노는 이마를 두드리며 웃었다. 그리고 몸을 웅크려 LAN 케이블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때 검은 발이 갑자기 나타나서 LAN 케이블의 끝 부분을 밟았다. "어......?" 아사노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닌자가 있었다.

"닌자......?" 아사노는 천천히 일어나 선글라스를 들어 올리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것은 틀림없는 닌자의 모양새로 보인다. 검은 닌자 복장을 한 남자가 눈 앞에서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하하하하하하! 어이, 잠깐 기다려 봐. 이건 무슨 종류의 조크지? 내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나 뭐 그런건가!?"

 아사노의 사고는 극한의 혼란 속으로 치닫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닌자따위 실존하지 않는다. 픽션의 산물이다. "아니, 기다려 봐......" 그러나 열 겹, 스무 겹으로 된 시큐리티를 돌파해서 이곳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 "설마......" 그 순간, 닌자는 발밑을 구르는 골프공을 발끝으로 차올려서 쥐었다.

 그리고 카라테 샤우트와 함께 힘을 주었다. "이얏-!" "설마......!" 이 남자는 악력만으로 골프공을 쪼개려 하는건가?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닌자 뿐이다. 아사노는 상대의 주먹을 응시했다. 설마 진짜로 닌자인 것은 아닐까? 제발 그만 둬. 그런 걸 증명하지 말아줘. 아사노의 혼이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얏-!" KBAM! 골프공은 산산조각으로 손바닥 속에서 분쇄. 나무아미타불! "아이에에에에!" 그 카라테를 본 아사노는 실금했다. 닌자다. 닌자가 실존한다. "도-모, 아사노=상." 닌자는 두려움을 심어준 뒤에 비웃듯이 아이사츠했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어, 어째서 내 이름을......!?" "아사노=상, 내 이름은 블랙메일입니다. 나는 보다 큰 비즈니스를 제안하러 왔지." "어이, 시큐리티......! 시큐리티를......!" "아사노=상, 공교롭게도 시큐리티는 오지 않는다" "어째서?" "죽였기 때문이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사노는 죽음을 각오했다. 닌자에게 저항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거스른다면 저 골프공을 방불케 하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좋아. 아사노=상, MG775는 추락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다. 교토 쪽의 손에 의해 격추되어, 교토의 메가코퍼레이션에 의해 기체가 회수된 것이다."

"뭐라고? 그런 사실은......" "이얏-!" 블랙메일은 앞뒤를 따지지 않고 힘으로 아사노 부장의 검지를 꺾었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아사노=상, 조금 더 똑똑하게 굴어주게. 이 사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 지금부터 일어나게 할거다. 네가 폭발사고를 일으키려 한 것처럼."

"뭐라고? 그런 짓을 했다간......" "이얏-!" 블랙메일은 앞뒤를 따지지 않고 힘으로 아사노 부장의 중지를 꺾었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분명 그런 짓을 했다간 양국의 긴장 상태는 극도로 솟아 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너와 무슨 관계가 있지? 너에게 선택권은 없는 것이다." 나무삼! 이 무슨 횡포!

"알겠다, 어떻게 하면......" "이얏-!" 블랙메일은 앞뒤를 따지지 않고 힘으로 아사노 부장의 약지를 꺾었다! "아이에에에에에!" 무자비! 아사노는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았다. 완전굴복. 카치구미 기업의 중역...... 돈과 지위로 보호받고 있었을 터인 자신이 사바나에서 사자에게 사냥당하는 가련한 초식동물과 다름없는 꼴이다.

"너에겐 질문할 권리가 없어." 블랙메일은 아사노의 멱살을 쥐었다. 주위에 검은 테두리가 둘러진 불길한 눈...... 홍채가 없는 가늘고도 검은 눈동자가 아사노 부장을 쏘아 죽일 것 처럼 노려보았다. "이 마키모노 스크롤의 줄거리대로 진행해라." 닌자는 품에서 검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꺼내어 낮게 억누른 데스 보이스로 그리 말했다.

 그 마키모노 스크롤에는 아마쿠다리의 문장이! 사악한 닌자 조직의 표시! "하이." 그러나 아사노는 몰랐다. 깊게 알 생각도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마키모노 스크롤을 받아들 뿐. 이 지옥에서 튀어나온 무자비한 괴물은 교섭도 매수도 목숨 구걸도 통하지 않는다...... 다른 종류의 생명체인 것이다...... 그러한 문답무용의 절망감과 함께.

 블랙메일은 LAN 케이블을 연결하여 복구시켰다. "......가라.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짓을 했다간 수리켄이 날아갈 거다. 나는 여기에서 지켜보고 있겠다." "하, 하이." 풀려나서 뒤로 돌아선 아사노는 죽림에서 굴러나오듯 빠져 나왔다. 죽림의 냉기가 등 뒤에서 가시고, 다시 데미 태양광이 쨍쨍하게 내려쬐는 실내 골프 코스로.

"얏따! 접속복구!" 해커의 목소리가 수영장 멀찍이서 들려온다. "아아...... 아아..." 아사노는 백일몽을 방불케 하는 기분으로 골프 코스 위를 걸었다. 마치 무한한 사막을 걷고 있는 것 같은 현실감 괴리. 그러나 오른손의 통증과 열이 그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현실로 돌려 놓는다. 자신은 닌자에게 협박당했던 것이다, 라고.

 회사를 배신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거절하면 닌자에게 살해당한다. 무릎이 떨려서 달릴 수 없다. 뒤쪽을 한번 돌아본다. 죽림은 이미 멀다. 닌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알 수 있다. 그 속에 닌자가 있으며, 계속해서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야만 한다. 공포로 다시 다리가 움츠러 든다. 아사노는 어쩔 수 없이 골프 카트에 올라 타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사노=상! 위험했습니다, 회선 복구가 앞으로 몇 분 더 늦었더라면 다른 회사에게 주도권 탈취 가능성!" 해커는 UNIX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그런가, 다행이군." 아사노는 숨을 헐떡이며 소형 카트를 수영장 옆에 대고 비치 체어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마키모노 스크롤을 정독했다.

"절단에 대한 사과를...... 템플릿3으로." "하이!" 해커가 고속 타이핑한다. "......그리고, 이렇게 타이핑해. ...... 절단이 되어있는 동안 자젠(좌선)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폭파는 그만두고 회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번에는 모두 당사가 비용부담하여 회수 및 운반토록 하겠습니다......" "하이!" 해커가 고속 타이핑했다.

 이 해커는 모든 일에 담담한, 자아가 희박한 프로페셔널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위화감을 느끼고 고속 블라인드 타이핑*하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위엄을 잃고 변해버린 부장의 아트모스피어를 보고 숨을 삼켰다. "아사노=상, 혹시 몸상태가 안좋으신지?" 해커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키보드를 보지 않고 타이핑 하는 것

"넘어진 것 뿐이야." 아사노는 파리라도 쫓아내듯 손을 흔들었다. "스미마셍." 해커는 다시 앞을 보았다. 부장은 마키모노 스크롤의 정보를 계속해서 확인하며 이 내용을 어떻게 수행할 지를 생각했다. 괴로운 듯 한숨을 토해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부장은 자신의 지위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포악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한 남자였다.

 단순한 피로인가? 무언가 묘하다. 아트모스피어가 묘하다. 평소에 그렇게 파워가 넘치는 아사노 부장은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지금 그의 상태는...... 카와이소우(불쌍)하다. "......아사노=상." 그리고 어떠한 뇌내 물질의 케미컬 반응인지 모르겠지만, 해커는 자신의 가슴까지 조여드는 것만 같아서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아사노 부장은 무거운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아사노=상, 이번 건은 분명 터무니 없이 엄청난 비즈니스겠지요. 해커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건방진 일일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주십시오. 아사노=상께는 언제나 큰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이얏-!" "끄악-!" 아사노는 갑자기 해커를 때렸다! 나무아미타불! "이얏-!" "끄악-!" 더욱 더 때렸다! 해커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져 코피를 뿜는다! "닥치고 타이핑에 집중해, 이디오트 놈! 계산을 방해하지 마! 너 따위의 하등 뉴런으로는 내 일의 1%도 감당할 수 없어!"

"스, 스미마셍......" 해커는 코피를 닦으며 타이핑 자세로 돌아왔다. (((쓰레기가......! 이상한 짓을 했다간 나는 수리켄으로 살해당한다고! 네놈의 연봉은 얼마냐!? 내 몇 분의 일이냔 말이야!?))) 아사노 부장은 거친 숨을 내뱉고 다시 마키모노 스크롤로 눈을 돌렸다. (((그런 놈이 나를 동정한다고!? 젠장!)))

"...... 교토 국경도 가깝기 때문에 자극하지 않도록 귀사의 탐색대는 우선 해산을." "하이." 해커가 고속 타이핑한다. 오오...... 나무삼! 모든 것은 아마쿠다리의 줄거리대로다! 이대로 아사노 부장은 꼭두각시가 되어 다수의 희생자를 만들게 되는 교토 전쟁의 불씨를 낳게 되는 것인가!? ...... 그 순간!

"이얏-!" 후스마 도어를 열어 제끼며 수수께끼의 3인조가 갑자기 난입! 한 사람은 권총을 든 사라리맨! 뒤따르는 두 사람은 청소부로 위장한 스모토리와 슬래셔...... 살인의 프로다! "죽어! 아사노=상! 죽어-!" BLAMBLAMBLAM! 사라리맨은 웅크려서 이를 악물고 수영장으로 총격! 나무아미타불!

"아밧! 아바바바바밧-!" 부장에게로 향하는 사선을 가로막는 위치에 있던 해커가 총알을 온몸으로 받으며 댄스를 추듯이 수영장으로 굴러 떨어져서 즉사! 풀에 시체가 떠올라 피가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사노 부장은 골프 카트 뒤로 굴러 들어가 총알을 피했다.

"마, 마치카네 과장이군! 케지메하고서 도산코* 지사로 경질되었을 텐데! 살아있었단 말인가!?" 아사노는 반바지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었던 권총을 빼내어 왼손으로 무작정 응전! BLAMBLAMBLAM! "삐가각-!" 운없이 사선 위에 있던 오이란드로이드가 총알에 피탄! 머리 부분이 대파되어 수영장으로 굴러 떨어져 사망!
* 인살세계의 홋카이도

"그렇다! 아사노=상! 죽어-!" "이얏-!" "돗소이!" 노란색 청소부 복장을 입은 프로 살인자들도 손을 총쪽으로!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사노는 절망의 비명을 질렀다! 그 때! "이얏-!" 죽림에서 검은 그림자가 천둥번개를 방불케 하며 날아올랐다! 블랙메일이다!

 하야이(빠르다)! 이 무슨 속도! 아사노를 지키기 위해 검은 질풍과도 같이 닌자는 골프 코스를 달려 나간다! 높게 도약하며 수리켄 투척! "이얏-!" "아밧-!" 슬래셔의 정수리에 명중! 슬래셔는 수영장으로 굴러 떨어져서 즉사! 풀에 시체가 떠올라 피가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아이엣!?" 스모토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눈 앞에 블랙메일이 착지하여 노려본다! "이얏! 이얏! 이얏-!" "끄악-!" 삼연속 회전 카라테 킥으로 스모토리를 압도! 하지만 스모토리는 맷집이 강하다. 거기에 더해 사이버네틱스로 강화되어 있다. 그리 판단한 닌자는 날카로운 탄토(단도) 대거를 뽑았다!

"맛떼(기다려)!" 스모토리가 본능적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닌자는 멈추지 않는다. 적의 무릎을 차올려 단도를 목에 박아 넣는다! "이얏-!" "아바바밧-!" 스프링쿨러를 방불케 하는 피보라! 스모토리는 풀로 굴러 떨어져서 즉사! 풀에 시체가 떠올라 피가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스모토리의 피보라를 맞으며 아사노는 떨고 있었다. 공포만이 아니다. 닌자의 무자비한 카라테...... 새까맣고도 사악한 솜씨...... 피도 눈물도 없는 금기의 웨폰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기쁨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이 뉴런에서 생겨난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협박했던 상대인데도!

 뇌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아사노는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듯이 보였다. 닌자는 멋지게 착지했다. 그 너머에 복수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치카네 과장이 보였다. 마치카네는 닌자로부터의 공포를 광기로 빈틈없이 덮어 씌웠다. 그리고 닌자에게 총을 쐈다. "아부나이!" 아사노는 주먹을 쥐고서 그리 외치고 있었다.

 총알이 다가온다. 그러나 "이얏-!" 무릎서기 착지 자세인 채로 블랙메일은 강렬한 닌자 샤우트를 뿜어냈다. 키잉! 키잉! 키잉! 마치 온몸이 견고하기 그지 없는 사이버네틱스 장갑으로 덮여 있기라도 한 것 처럼 닌자는 총알을 튕겨냈다. 이것이야말로 온몸을 강철로 만드는 짓수, 무적 애티튜드였다.

"바카같은!!" 마치카네 과장이 눈을 부릅떴다. 권총이 찰칵거리는 소리를 냈다. 총알이 다 떨어진 것이다. 총이 없는 일반인이 닌자에게 이기는 것 따위, 이미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블랙메일은 무적 애티튜드를 풀고 돌진하여 가혹한 연속 카라테를 때려 박았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마치카네가 무장집단의 리더라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블랙메일은 그를 즉시 죽이지 않았다. "이얏-!" 한판 뒤집기로 타일 바닥에 쳐박는다. "아밧-!" 온몸이 저려 움직일 수 없는 마치카네. "이 녀석을 알고 있군? 만일을 위해 심문해라. 서둘러서." 닌자는 아사노에게 명령했다.

"하이!" 분명히 그것은 아사노 부장쪽이 더 적임이었다. 마치카네는 광기의 열기에 빠져서 닌자에 대한 공포에도 저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어째서 이런 짓을!" 아사노는 총을 들이밀고 침을 뱉었다. "그...... 그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인 당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마치카네는 신음했다.

"MG775 말인가!" "아아, 그래." 마치카네가 말했다. 닌자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사노는 말을 이어갔다. "충분한 입막음료가 지불되었을 터다! 그런데 어째서 오퍼를 받아들이지 않고 도산코로 쫓겨난 거냐!? 숨기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인가? 너는 그런 물렁한 남자였단 말인가!? 아니면 적대하는 기업에게 매수된 거냐!?"

"나 개인의 복수다. 하...... 하하하하......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 같은 일족인 라이벌들과 서로 견제하느라 가족도 무엇도 가지지 못하고 돈과 지위만을 가진 남자는. 사랑하는 것을 잃는다는 슬픔을...... 공허함을......" 마치카네는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 네 돈과 지위를 망쳐주자고 생각한 거다."

"광인 놈! 어째서 네가, 나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다는 거냐!?" "나는...... 이미 이혼해서 독신이지만, 헤어지기 전에 태어난 딸이...... MG775에...... 스고이테크사의 OL(사무직 여성)로서 탑승해 있었다." 마치카네는 이를 악물었다. "제7개발부는 프로토타입 제네레이터의 결함을 보고했었을 터다. 그러나 당신은 억지로 밀어붙였어!"

"하! 안심해라. 너는 실제 운이 좋군. 행방불명이 되었던 MG775는 방금 전에 교토 국경 부근에서 무사히 발견되었다." 블랙메일이 말했다. 아사노 부장에게 UNIX로 가라고 재촉하면서. "뭐...... 라고!? 그렇다면, 내 딸도......!?" 탁해져 있던 마치카네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물론 전부 시체가 되서 말이지. 이얏-!" 블랙메일의 강렬한 카라테 킥! "아밧-!" 마치카네의 목을 축구공을 방불케 하듯 수영장 위로 높이 날려 즉사시키는 무자비함! "쓰레기 놈이. 메가 코퍼레이션과 엮여있지 않다면 튀어나오지 말란 말이다.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잡아먹었군." 닌자는 시간 낭비에 혀를 찼다.

 SPLAAAASH! 목이 수영장으로 떨어져 물기둥이 솟아오른다. "아이에에에에......" IRC 타이핑하고 있던 아사노는 그것을 보면서 다시 실금했다. 한순간이나마 블랙메일이 같은 편인 것같은 착각에 빠졌었지만 아니었다. 놈은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회담을 마무리 지어라." 닌자는 차갑게 말했다.

 마치카네의 몸뚱이가 닌자의 손에 의해 마구잡이로 집어던져졌다. 풀에 시체가 떠올라 피가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아이에에에......" 아사노는 IRC를 했다. 이 회담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다음은 자신이 풀에 떠오를 차례다. 그러나 타이핑이 느리다. 서서히 다른 회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뭘 느릿느릿 구는거냐! 죽고 싶은 건가!" 닌자가 UNIX 화면을 들여다보고 짜증을 냈다. "아이에에에...... 필사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사노는 구타당할 각오를 하고서 부러진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전속 해커는 죽었다. 아사노는 생체 LAN 단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누웃." 닌자가 혀를 찼다.

 시간은 시시각각 흘러간다. 회담이 실패로 끝난다면 아사노는 회사 내에서의 지위를 잃고, 블랙메일도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의 입장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스, 스미마셍......" 아사노는 오열하면서 꼴사납게 목숨을 구걸했다. 죽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지금 살아남는다 해도 회담이 실패한다면 회사에서 세푸쿠를 명령할 것이다. 모든 수단이 떨어졌다.

 블랙메일은 경쟁 업체의 타이핑 속도를 확인하고서 그 재빠름에 혀를 찼다. 뒤이어 중추와 연락하기 위해 휴대 IRC 단말을 보고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논리 타이핑하겠다. 입으로 내용을 설명해라." 블랙메일이 두건을 벗었다. 후두부의 생체 LAN과 여성스러운 아름다운 목덜미가 드러났다. 남자가 아니었다. 여성이었다.

"앗......!" 아사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지금도 멘포에 덮인 얼굴을 정면에서만 본다면 여자라는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검은 머리카락과 목덜미는 틀림없는 여성의 것이다. 닌자는 UNIX와 LAN을 직결하여 낮게 억누른 데스 보이스로 말했다. "쓰레기 놈, 들리지 않는 거냐? 내가 논리 타이핑하겠다. 네놈이 입으로 내용을 설명해라."

 아사노는 피로 끈적하게 젖은 얼굴로 끄덕였다. "하이." 그리고 회담의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입으로 타이핑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데미 태양광은 손상되어 위험하게 깜빡거린다. 유탄을 맞은 오이란드로이드가 손상된 회로에서 파직파직 불꽃을 튀기며 웃는 얼굴로 칵테일을 들고 왔다. 수영장 풀에는 시체가 몇 구 떠있었다.



2

 아사노 미츠이 부장은 케블라* 트렌치 코트의 옷깃을 세우고 모자를 눈까지 눌러쓰고서 심야의 사옥 지하주차장을 걷고 있었다. 시간은 우시미츠 아워에 실제 가깝고, 중역용 주차장에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있는 것은 파란 네온 궤적을 그리는 시큐리티 잠자리 드론의 그윽한 비행음과 스캔광(光) 뿐이다.
* 내열성 합성섬유. 방탄복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코트의 소매를 걷어 휴대용 UNIX의 키를 두드린다. 삐뽀뽓. 붉은 레이저 빛이 발사되고, 카타나 오토 치카라사에서 만든 최신형 비클이 그 견고한 문을 열었다. 아사노는 무언가를 경계하듯 지하주차장을 한번 더 둘러본 뒤, 미끄러지듯 운전석으로 들어가 자동조종 모드로 차를 발진시켰다.

 주차장의 3중 장갑 격벽이 열리고, 검은 차체는 밤의 네오 사이타마에 삼켜졌다. 그리고 가속한다. 강화 카본 타이어가 메갈로 하이웨이를 향하는 카치구미 전용 유료 도로의 축축한 아스팔트를 포착했다. 차 내부는 무음. 규칙적인 UNIX 소리와 희미한 엔진 소리만이 무표정한 앰비언트 뮤직*을 방불케 하며 울린다.
* ambient music. 감각을 자극할 목적으로 생활 환경 속으로 흘려 보내는 음악.

 비클은 이미 시속 160킬로미터에 달하여 아사노상 파워즈 사옥에서 멀어져 간다. '세계 베스트' '본격 클린 연료' '지금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 사이드 미러에는 사옥 벽면에 기념 조각상을 방불케 하듯 표시된 장엄한 파란색 LED 문자가 비춰지고, 중금속 산성비로 희미하게 일그러지며 뒤쪽으로 흘러가 사라졌다.

 과거 그것은 아사노 부장의 긍지였으며, 아사노상 파워즈사의 사옥이야말로 그 자신의 신전이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회사의 슬로건 하이쿠는 네오 사이타마 IRC에 범람하는 무의미한 카피 성전 구절과 같은, 그저 공허한 문자들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충성심이란 이리도 덧없고 연약한 것인가, 하고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2주 전, 그는 닌자에게 협박당하여 파워즈사를 배신했다. 파워즈사의 주가를 지키기 위해서 폭파 처리될 예정이었던 시작형 참치 체펠린 추락 기체는, 몇 개의 유령 회사를 거쳐서 이제 곧 쵸코빈사에 의해 국경을 넘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사노는 아무 일 없이 부장 자리에 남아있었다.

 2주 전의 참극은 모두 마치카네 과장의 흉행이었던 것으로 처리되었다. 이미 익숙한 일이다. 은폐와 불상사를 감추는 것이야말로 아사노가 가장 특기로 삼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담합 행위와 은폐 처리가 끝날 때까지는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나 실제 끝나고 나니 뒤늦게 찾아온 것은 허탈감 뿐. "...그건 환각이었던 건가?"

 그 뒤 닌자는 홀연히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망막 안쪽에 새겨진 그 불길한 하얀 살갗을 어떻게 부정한단 말인가. "자아과(인살 세계의 정신과)에 가자......" 아사노는 대쉬보드에 아무렇게나 던져놨던 강한 데킬라 '코쿠(감칠맛) 8' 병을 쥐어 들이켰다. IRC를 할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래...... 나는 미친거다."

 그러나 아사노의 이성과 생존 본능이 그것을 부정했다. 자아과에 간다면 저질러 온 모든 부패행위가 드러난다. 쌓아올린 지위와 연봉을 모조리 잃게 된다. 아사노는 사라리맨으로서 태어나 지금까지의 50년 동안 자신의 행복을, 지위와 연봉 이외의 수치로 정의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악몽이로군." 아사노는 탄식했다.

"......공교롭지만 네놈은 다른 일을 더 해줘야겠다." 갑자기 뒷좌석에서 억누른 데스 보이스가 들려왔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사노는 눈을 부릅뜨며 공포로 찬 비명을 질렀다. 차안의 램프가 뒷좌석을 비추자...... 오오, 나무아미타불! 그곳에는 탄토 대거를 번뜩이고 있는 블랙메일의 모습이!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아사노는 손을 떨면서 자동조종 상태인 핸들을 쥐었다. 과연 블랙메일은 언제부터 뒷좌석에!? 달리고 있던 도중에 들어온 것인가? 말도 안돼! 주차장에서 미리 타고 있었던 것인가? 최고급 시큐리티 록을 어떻게 해제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째서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단 말인가!?

 답은 무자비하게 명백하다. "......닌자니까." 아사노는 체념하는 표정이 되었다. "항상 어둠 속에서 닌자가 네놈을 감시하고 있음을 떠올려라." 블랙메일은 대거의 차가운 칼날을 부장의 목덜미에 대고서 말했다. "어리석은 짓을 했다면 죽음이 있을 뿐." "하이." 아사노의 목소리는 다시 공포에 젖었다.

"......다음 명령이다." 블랙메일은 탄토 대거를 넣고 품에서 새로운 미션 마키모노 스크롤을 꺼냈다...... 비밀결사 아마쿠다리 섹트의 문장이 새겨진 마키모노 스크롤을. 아사노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오른쪽으로 꺾사와요』 운전 AI가 무감정하게 알린 뒤 하이웨이를 향해서 미끄러지듯 오른쪽으로 꺾었다.

 아사노는 꿀꺽 침을 삼키고 마키모노 스크롤을 펼쳐서 중얼거리듯 읽었다. "......추락기 공작 건은 추후 제2단계로 넘어간다. 그동안...... 아사노상 파워즈사의 비밀 장부를 사용하여...... (((어째서 그걸 알고 있단 말인가!)))...... 다음주 리론 케미컬사에서 분리 독립하여 상장하는 대뱃살 정제 기업의 주식을......"

"온힘을 다해 사라...... 또한 이 새 기업 미카케 케미컬사는 반년 후에...... 재개발 예정 슬럼 지구에서 폭발 사고를 일으켜 계획 도산 예정......" 나무삼! 이 무슨 복잡하게 뒤섞인, 내부자 거래와 암흑 돈세탁을 한 몫 거들게 만드는 무도하기 짝이 없는 명령! 파워즈사에 치명적인 대미지를 초래할 수 있다!

 아사노는 이를 악물고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 보았다. 지위만이 아니다. 일족의 긍지인 파워즈사조차 위험하게 만들게 된다. (((하지만 혹시 거래를 성공시킨다면...... 터무니 없는 돈이 움직인다. 나는 유능함을 인정받아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그리고......))) 뒷좌석을 슬쩍 보았다. "도장을 찍어라." 닌자가 비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이." 아사노가 대답하고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꺼냈다. 마키모노 스크롤에 도장을 찍어 그것을 닌자에게 넘긴다면 영혼을 인질로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도장을...... 찍었다! 두려움 때문에, 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뉴런에 새겨진 저항할 수 없는 악의 매력...... 파워를 향한 야망을 위해!

 블랙메일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받아들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아사노 부장을 다시 백미러를 통해 노려보아 실금시켰다. 닌자의 바늘처럼 날카로운 눈은 인간과는 아예 다른 종류의 크리쳐를 떠올리게 만들어 그의 심장을 차갑게 식게 만들었다. "스미마셍." 아사노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나머지 눈을 돌렸다. 그 직후 "이얏-!"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아사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했다. 뒷좌석에서 블랙메일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단숨에 무시무시한 바람과 중금속 산성비가 차 안으로 쏟아들었다. "자, 자동 조종 해제!" 아사노는 핸들을 쥐고 비클을 갓길에 급정차시켰다.

"브...... 블랙메일=상!?" 아사노는 중금속 산성비도 상관치 않고 충동적으로 문을 열고 도로로 나섰다. 하이웨이의 조명만이 주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추고 있다. ......닌자는 임무를 마치고 사라진 것이다. "시속 160 킬로미터인 차에서 뛰어내렸단 말인가......?" 그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닌자니까다."

 아사노는 중금속 산성비를 맞으면서 광대하고도 끝없는 메갈로 시티의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져 있던 추잡하고도 더러운 네온 사인의 바다는 어째서인지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


"도-모." "도-모." 어둠 속에서 정장을 입은 두 사라리맨이 오지기하고 굳게 비즈니스 악수를 나누었다. 어둠 때문에 두 사람의 얼굴은 거의 판별할 수 없다. 다만 두 사람의 넥타이에는 '천하*' 라는 문자를 본 떠 만든 백금으로 된 비밀결사 넥타이 핀이 찬란히 빛난다. 그들은 사악한 아마쿠다리 섹트의 일원인 것이다!
* 天下, 아마쿠다리는 天下り라 적을 수도 있다.

"신규 비밀장부 건, 부디 요로시쿠!" 상대의 어깨를 두드리고 힘차게 미소짓는 것은...... 아사노 부장이었다. "대단히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그 담합 상대는...... 나무삼! 특별감사법인 오메코보시 어카운팅사의 회계담당이 아닌가! 아사노는 새로운 비밀장부를 독단으로 개설한다는 극한의 배신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엔 제가 경비를 챙겨 왔으므로 마음껏 즐겨주세요." 아사노가 코트를 껴입는다.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죄송스러운데요." "괜찮아요." "도-모." 회계담당은 깊이 오지기하여 예를 표했다. 아사노는 능숙하게 먹이를 뿌리는 것으로 우위에 섰다. 훌륭한 비즈니스 매너와 담합 능력의 융합이다.

 아사노는 모자를 눈가까지 푹 눌러쓰고 문을 열어 회원제 비밀 뇨타이모리* 바에서 나왔다. 금세 검은 LED 우산을 든 클론 야쿠자 몇 명이 따라붙어 SP 보디가드를 방불케 하며 리무진까지 가는 길을 경호했다. 그들의 야쿠자 양복 단추에 아마쿠다리 문장이 새겨져 있다는 것은 새삼 말할 것도 없으리라.
* 여성의 나체 위에 초밥, 회 등을 올려놓고 먹는 문화. 

 그때부터 아사노는 몇 번이나 선을 넘었다. 이내 죄악감은 사라져 버렸다. 그의 애사정신은 황폐해져서, 매주 조례 때에도 사가를 부르지 않게 되었다. "아니, 내 인생 따위 처음부터 황폐해져 있었던 거야......" 아사노는 혼잣말했다. 이미 담합 때의 비즈니스 스마일은 사라지고 냉혹하기까지 한 무표정만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블랙메일의 사고는 아직 이해불능에 신출귀몰했다. 단 미션을 마치면 반드시 나타나서 불합리한 폭력과 공포로 그를 지배했다. 어떤 때에는 그의 맨션에 예고없이 침입하여 실내에서 풀어놓고 키우던 집 지키는 개까지 당연하다는 듯 수리켄으로 살해한 뒤, 유유히 스시를 먹으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사노는 옆구리의 아픔과 함께 그 밤의 공포와 부조리함을 다시 떠올렸다. ......그 밤, 아사노는 망연해져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죽인건가?" "죽였다." "어째서?" "방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카라테로 후려치며 "이얏-!" "아밧-!" 양쪽 눈을 수리켄으로 관통당한 가련한 개의 시체 옆에서 기어다니게 만들었다.

"또 잊어버린 거냐, 네놈에게 질문할 권리는 없다." "아이에에에에...... 스미마셍..." 아사노는 입가를 누르며 목숨을 구걸했다. 이는 몇 개나 부러져서, 피가 카펫에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블랙메일은 그의 옆구리를 걷어차고는 멱살을 잡아 들었다. "말단 뱃지를 받은 정도로 대등한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쓰레기 놈이."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아사노는 목덜미에 닿은 수리켄의 칼날에 공포에 질려 꼴사납게 실금했다. ......사사건건, 아사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맛보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는 자신과 닌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타마 리버보다도 넓고도 깊은 거리를 느꼈다.

 ......아사노는 회상을 마치고 리무진 옆에 도착했다. 클론 야쿠자들이 빠르게 문을 연다. 이 또한 그가 손에 쥔 파워의 한 모습이다. 아사노는 고급 오가닉 가죽으로 된 뒷좌석에 앉았다. 문이 잠기고 운전 야쿠자가 액셀을 밟는다. 아사노의 옆에는 블랙메일이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족했는가?" "하이." 아사노는 끄덕였다. 비합법 뇨타이모리 바의 회원권은 섹트에서 주어진 성공보수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아사노는 다양한 비합법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 암살 서비스권...... 구세기 오가닉 냉동 참치에서 추출하여 정제한 최고급 대뱃살 분말...... 비합법 골프 회원권......

 그 어느 것에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새로운 미션을 추구했다. 그의 능력에 주목한 아마쿠다리의 판단은 짧은 시간에 증명되어 갔다. 섹트는 닌자 절대 상위 조직은 아니다. "...이번에도 멋진 솜씨였다." 그의 지위가 계속해서 오르자 블랙메일도 그에게 과도한 폭력을 가하지 않게 되었다.

 아사노는 다음 검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받아 들었다. 손에 땀이 배인다. 차안에는 고요함과 팽팽하게 당겨진 폭력의 긴장감만이 있었다. 아사노는 그 아트모스피어를 좋아했다. 살인만을 위해 단련된 죽음의 사냥개가 옆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서로의 길 끝에는 파멸만이 있다는 것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아마쿠다리는 거대한 음모 조직이며, 그 전모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 넥타이 핀을 부여받고도 모든 정보는 검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통해 전달될 뿐. 그리고 강대하고도 무자비한 블랙메일조차 아마 섹트의 일개 구성원에 불과하다......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아사노는 옆의 흉기를 조용히 슬쩍 보았다.

 위험하지만 매혹적이었다. 엄격한 IRC 네트워크 매너와 사훈에 의해 조율된 아사노는 이러한 감정을 품는 일이 없었다. 과거 어린 시절에는 분에 넘치는 야망을 품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일족 내부의 가혹한 파워 게임 속에서 패배하여, 카치구미면서도 서서히 패배자의 사고방식에 젖어들었다.

"도장을 찍어라." "하이." 아사노는 희미하게 손을 떨면서 도장을 꺼냈다. 자신은 돈과 지위 외의 것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 혹독하고도 박정하면서 무감정한 남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한 자신에 대해 자부심마저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이 속해 있는 암흑 메가코퍼레이션 덕분인 것이었다면. 닌자의 횡포로 그것이 뚫려버린다고 한다면.

(((이런 부정행위가 언제까지고 이어질 수 있을 리가 없어......))) 마침 전방에는 '인과응보' '조상님이 감시중' 같은 전자 간판들이 미래암시를 방불케 하며 깜빡이고 있었다. (((내 배신행위는 들킬 것이고 무조건 파멸이 찾아온다. 그 때에는 어떻게 될까...... 블랙메일은...... 그녀의 조직은...... 나를 구해줄 것인가?)))

 차는 카치구미 전용 유료 도로를 향하여 크게 오른쪽으로 꺾으려 했다. 아사노가 검은 마키모노 스크롤에 도장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왔구나......!" 뒷골목에서 당겨지는 논리 트리거! KRA-TOOOOOM! """끄악----!""" 나무삼! 리무진을 향해 대전차탄이 쳐박혀 명중!

 검은 연기를 토해내면서 리무진은 갓길 방벽에 충돌하여 정지! """까고자빠졌넴마-!""" 전투 사이버네틱스화된 프리랜서 야쿠자 부대가 폐빌딩의 어둠 속에서 뛰쳐 나와 포위! 앞뒤 가리지 않고 강철로 된 화장용 관짝으로 변한 리무진을 향해 샷건을 과잉 연사! BLAMBLAMBLAM! """죽인담마-!"""

 곧 리무진은 산업 폐기물을 방불케 하는 참혹한 모습으로 변했다. 죽음의 정적. 검게 타버린 차체의 문 잔해 사이로 운전 클론 야쿠자의 녹색 피가 새어나왔다. "이 정도면 틀림없이 죽었을 겁니다, 도-조." 대장격인 야쿠자가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IRC 무선기로 보고했다. "과잉 살해 보너스와 오키나와 여권도......"

 그 찰나, 뒷좌석 문이 안쪽에서 폭발적인 기세로 걷어차여 날아간다! "이얏-!" "아밧-!" 경첩 부분이 파괴된 살인 비행 철판으로 변한 문의 잔해가 앞쪽에 있던 사이버네틱스 야쿠자를 튕겨 날려 죽인다! ""뭐얌마-!?"" 두 야쿠자가 샷건을 고쳐 든다. 그러나 차안에서 뛰쳐 나온 것은 잔인한 죽음의 화신이었다.

 블랙메일의 복장은 누더기와도 같은 꼴이었지만 몸에는 상처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어째서인가? ...... 닌자의 힘이다. 대전차탄이 착탄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무적 애티튜드로 온몸을 강철로 만든 것이다. "이얏-!" 그녀는 날카로운 4연속 옆구르기로 산탄을 회피한 뒤에 탄토 대거를 빛내며 날렸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살육이 시작되었다. 살인의 프로페셔널들은 사냥당하는 쪽으로 바뀌어 꼴사납게 비명을 지를 뿐인 트레이닝용 나무인형으로 변했다. "이얏-!" "아밧-!" 야쿠자의 시체가 구르고, 오염된 흙을 피로 더럽힌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콜록! 콜록-!" 아사노는 뒷좌석에서 기어나와 땅에 웅크려 폐 속에 쌓인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 가벼운 상처. 블랙메일이 같이 있지 않았다면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그는 빗속에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이얏-!" "아밧-!" 무자비한 닌자의 카라테 궤적이 네온 불빛을 반사시킨다.

 ......끼이이이이이이잉. 대전차탄의 영향으로 아사노는 청각과 평형감각에 상당한 혼란을 느꼈다. 블랙메일은 반죽음한 대장격 야쿠자를 추궁하며 손가락을 꺾어서 심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캐내고서 카라테로 죽였다. 피가 얼룩지며 아스팔트에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블랙메일이 다가온다. 아사노는 도와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차안에서는 몸을 던져서 마치 검은 갑옷과도 같이 자신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러터진 생각이었다. 그녀는 짜증을 내는듯 아사노의 멱살을 쥐고 끌어올려 심문하는 것 같은 어조로 무언가를 말했다. 사람의 것이 아닌 눈동자에는 틀림없이 분노가 채워져 있었다.

 청각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아사노는 혼란스러웠다. 닌자는 아사노의 목 뒤로 손을 돌렸다. 무시무시한 카라테로 목이 잘려 떨어질 것이라고 아사노는 각오했지만 아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양복 옷깃에 넣어진 소형발신기를 끄집어 내어 그것을 보여주었다. 위치 좌표만을 송신하는 야마다사의 최신형 장치 YPS33이었다.

 닌자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아사노 미츠이는 어리석은 남자가 아니다. 모든 것을 이해했다. 흑막은 아사노상 일족 제3부장, 아사노 모치로우다. 뉴런에 분노가 돌고 있었다. "놈을 없앤다." 아사노가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그 사악한 시선이 닌자의 시선과 겹쳐졌다. "오늘 밤, 지금 바로."


◆◆◆


"나이스샷이와요." 캐디형 오이란드로이드가 부드럽게 프로그래밍된 미소로 박수를 쳤다. "그렇지?" 아사노 모치로우 부장은 골프 카트에 앉아서 시가를 물더니 오이란드로이드의 가슴을 마음대로 주물러댔다. "좀 더 해주세요" 오이란드로이드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카트를 운전했다.

 이곳은 어디인가? 오키나와인가? ......아니. 두꺼운 말법급 오염 구름에 덮여 중금속 산성비가 쏟아지고 있는 네오 사이타마다. 아사노상 파워즈사 제3사옥 최상층에 있는 중역 전용 휴식 룸이다. 여기에는 실내 수영장, 죽림, 미니 골프 코스, 최신 트레이닝 기기가 갖추어진 짐 도죠가 있다.

"미츠이 상은 어리석은 남자였다. 갑자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잃고 엉뚱한 야심에 눈뜰 줄이야." 그가 주최한 노미카이(술 모임) 권유를 거절한 것으로 그것은 명백해졌다. "가슴이 후련하군!" 모치로우는 시가를 피우고 벙커 근처에서 카트에서 내렸다. 다른 오이란드로이드가 정좌하고 기다리다가 그의 신발을 닦았다.

"어려운 샷이와요." 최고급 오이란드로이드가 골프채를 재빨리 내밀었다. 모치로우가 그 가슴을 주무른다. "아이엣!" 고급 수치심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최신형이다. 모치로우는 끄덕이면서, 자신의 강대한 파워에 취하여 그 다음 행위에 나서려 했다. 그 순간, 쿠당-! 갑자기 장갑 후스마 도어가 실외에서 열렸다!

"아이엣!?" 모치로우가 뒤돌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실내 수영장을 사이에 둔 너머에 아사노 미츠이 부장이 서있었다. "어째서...... 살아있는 거냐!? 어떻게 여기에......!?" 미츠이의 생체 인증권한이라면 분명 이 복리후생 룸에 액세스 가능하다. 그러나 경비부대를 어떻게 돌파했단 말인가?

 아사노 미츠이는 대답하지 않고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가온다. "DAMNIT! 이유는 뭐든 됐다! 그 녀석을 구속하라!" 모치로우는 수영장 쪽에 있던 사병 부대에게 명령했다. 클론 야쿠자가 경봉을 휘두르며 아사노를 노린다. 그러나 "이얏-!" ""아밧-!"" 수수께끼의 카라테 샤우트가 울리고 야쿠자 즉사!

"아이에에에에!" 모치로우는 전율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미츠이가 한 것인가? 그러나 인간의 솜씨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실제 미츠이는 숨 하나 헐떡이지 않고 양복 모습인 채로 걸어오고 있지 않는가! 사이버네틱스 중무장한 광학미채 자객이라도 같이 있단 말인가?! "쏴라! 쏴랏-!" 모치로우는 자신도 총을 뽑으면서 절규했다!

"이얏-!" "아밧-!" 미츠이에게 총구를 들이댄 야쿠자가 갑자기 사망! 그 뺨에는 수리켄이 꽂혀 있었다. "수...... 수리켄!?" 모치로우는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순간 무시무시한 속도로 싸우는 닌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 직후 "이얏-!" "아밧-!" 모치로의 손목에도 수리켄이 박혀 그는 무력화되었다.

"이얏-!" "아밧-!" 블랙메일에 의한 호위부대 살육을, 미츠이는 차가운 눈초리로 힐끗 보고서 걸어갔다. 참치마냥 굴러다니는 아홉 구의 시체. 츠키지를 방불케 하는 참상. 피 얼룩이 수영장에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아이에에에에!" 모치로우는 격렬한 통증과 공포에 젖어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

"경비로 꽤나 비싼 물건을 사들인 것 같군. 오이란드로이드의 수치심 불법 프로그래밍은 중죄야, 모치로우=상." 미츠이는 갈라진 목소리로 다가섰다. "네, 네 이놈-! 패배자 주제에......!" BLAMBLAMBLAM! 모치로우는 애사정신을 담아 방아쇠를 계속해서 당긴다! "죽엇-!!"

 그러나 야바레카바레(이판사판)로 쏜 총알은 미츠이의 몸에 닿지 못하고 빗방울 마냥 튕겨져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 땅을 박차고 나선 블랙메일이 가로막고 무적 애티튜드를 사용한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 닌자!?" 암흑사회에서 조용히 전해지는 닌자라는 존재. 그 진실을 눈앞에 두고 모치로우는 실금했다.

"어째서냐...... 대체 어째서. 어째서 닌자가 여기에......! 미츠이=상, 어째서 닌자와 함께......!" "어리석은 남자군, 모치로우=상. 네놈은 아마쿠다리라고 하는 강대한 괴물의 꼬리를 밟은 것이다." "......아, 아마쿠다리라고...... 그게 대체 무슨......" "일어서라." 블랙메일이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처형자를 방불케 하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하이." 모치로우는 일어섰다. "나는 너에게 복수하고 네놈의 더러운 시체를 이 수영장에 띄워둘 셈이었다." 아사노가 지독하게 차갑고도 사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전의 아사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아이에에에에!" "하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그, 그게 대체 무슨......!" "우리들은 너와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

"나, 나에게 회사를 배신하라는......?" 모치로우가 말했다. "이 무슨 타락이란 말인가, 닌포*로 조종이라도 당하고 있는건가, 아사노=상. 정신 차리게, 이런 짓을 해서는...... 앞에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나는 절대 굴하지 않아." "따님은 대학생이었던가?" "야메떼(그만둬)." 모치로우가 절규했다. "뇨타이모리 연수를 보내고 싶은가?" "야메떼."
* 인법에서 유래된 표현. 허무맹랑한 닌자 매직.

"그러나 이런 불법 드로이드 사실이 특종으로 밝혀진다면 따님은 돈 때문에 곤란해지겠군." "야메떼." "가족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다. 사법도 매스컴도 우리 편이다." "야메떼." "그렇다면 도장을 찍어라." "......하이." 눈앞의 닌자의 공포와 같은 일족이 던지는 명확한 협박......! 합체기술 한판으로 모치로우는 굴복했다.

"좋은 판단이다. 이게 회사를 지키는 일과도 연결될거야." 아사노 부장은 희미하게 웃고 등을 돌려서 오이란드로이드가 가진 담배를 받아 물었다. "하이." 모치로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순간만 넘길 수 있다면...... 그러한 어슴푸레한 희망이 실제 남아있었다. 그리고 도장을 찍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닌자에게 넘기어, 닌자는 그것을 품속에 넣었다.

 그러나 "이얏-!" "끄악-!" 갑작스러운 카라테! 블랙메일의 불합리한 주먹이 모치로우의 살찐 배에 꽂힌다! "어째서! 나, 나는 말한대로....!" 벙커에 쓰러진 모치로우 부장의 멱살을 쥐고서 블랙메일은 더더욱 그를 고통 속으로 몰아 넣었다. "이얏-!" "끄악-!" 공포가 새겨져 간다.

"쿠바산 시가이와요." 오이란드로이드가 순진한 미소로 불붙이기 서비스를 실행했다. "후욱......" 아사노 미츠이 제7부장은 연기를 뿜고 창문을 통해 야경을 바라보았다. "이얏-!" "아밧-!" 뒤쪽에서는 닌자가 피도 눈물도 없는 카라테를 계속하고, 제3부장은 비명만을 지를 뿐인 죠루리 인형과도 같이 변해갔다.

(((......어째서 내가 아마쿠다리에게 선택받은 것인가. 이유는 명백하다. 이 놈들은 무능하고도 어리석은 이디오트들이었기 때문이다. ......가족 따위에 연연해서 판단을 그르치는 약한 자는 이놈도 저놈도 정신이 빈틈투성이다......))) 아사노 미츠이는 황폐해진 눈빛으로 우뚝 솟은 술병 모양 아사노상 파워즈 제1사옥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아사노는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오이란드로이드가 시중을 들었다. 온몸에 권력과 머니의 피가 돈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일족에게 송곳니를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억제해온 유열이 뇌내 마약과도 같이 그의 정신을 잠식하여 고양시켰다. (((......언젠가는, 사장이!)))

 그러나 갑자기 막연한 불안이라는 이름의 공포가 고개를 쳐들어 아사노의 고양감은 사그라들었다. 이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는 예상하고 있었다. 2, 3일이 지나면...... 곧바로 다시 허탈감이 덮쳐올 것이다. (((사장이 된다면 그 다음엔......? 아마쿠다리의 전모는? 블랙메일은?)))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검은 안개 속.

"......파멸밖에 없어." 아사노 미츠이는 무표정하게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웃었다. 해골을 방불케 하는 보름달이 흐트러진 구름 사이에 떠올라 '인과응보'라는 말을 던지고 있는 것만 같다.

 이리하여 모치로우 부장을 부하로 삼은 아사노는 아마쿠다리 섹트에서 내려지는 명령에 적극적으로 기여함으로서 회사 안에서의 지배력의 뿌리를 넓혀갔다. 그리고 마약에 굶주린 중독자를 방불케 하며 블랙메일이 전해줄 다음 검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기대하고 있었다. 동시에 이것은 절대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오 사이타마의 사신이 나타난 것이다.



3

 갓길에 세워두었던 자동차가 오토 운전을 재개했다. 창밖에는 네온 불빛이 중금속 산성비로 물들며 뒤로, 또 뒤로 흘러간다. 어두운 차 속에서 아사노 미츠이는 거울을 보면서 옷깃을 바로 잡았다. 동공은 ZBR 중독자를 방불케 하듯 열리고, 여전히 숨은 거칠어져 있었다. 정신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차갑고도 전자 디바이스를 방불케 하듯 메말라 있었다.

 이미 블랙메일의 모습은 없다. 조금 전까지의 고양감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용건을 마치고 중금속 산성비 속으로 사라졌다. 희미한 잔향과 검은 마키모노 스크롤만이 차 속에 남아있었다. 스가타사에서 만든 사이버네틱스 인공 피부를 방불케 하는 하얀 살갗과 테두리를 따라 검게 물든 냉혹한 눈이 아사노의 망막 속에 여전히 새겨져 있다.

 아사노는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미션 마키모노 스크롤에 손을 뻗어서 그것을 다시 읽었다. 아사노상 파워즈사 CEO, 아사노 몬자부로의 암살 계획. 2개월 후에 있을 딸의 결혼식에 출석하는 몬자부로는 식장에서 개최될 최고급 오스모우 쇼를 가까이에서 볼 새도 없이 부녀가 사이 좋게 죽게 될 것이다.

 많은 무관계한 사람들도 아노요(저세상)로 떠나게 되겠지만 아사노는 무엇 하나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애초에 이 암살 계획 자체가 아사노 본인이 꼼꼼하게 기획하여 블랙메일에게 제안한 것이다. ...... "나에게는 더 이상 양심 같은 건 조각 하나 남아있지 않아." "네놈에게 그러한 것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 그는 몇 분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사노가 부장 지위를 사용하여 밑준비를 진행하고 블랙메일이 암살을 실행한다. 그녀는 말하자면 한 자루 잘 갈아진 흉기지만, 섬세함은 부족하기에...... 아니, 틀렸다. 그녀는 닌자인 것이다. 닌자가 그러한 하찮은 일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 폭발적 폭력이 둔해진다. 교섭은 자신 같은 자의 일이다. 아사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고의 아부나이다.(최고로 스릴있어.)" 아사노는 웃어 보였다.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가 흐르고 맥박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좀 더 힘을 원해. 오이란드로이드로도, ZBR로도 안돼. 나는 제대로 죽진 못할 거야." "네놈을 죽게 두진 않는다. 손실이니까." 목소리가 귓속에서 울린다.

 ......아사노는 플래시 백 회상을 통해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어떠한 불법행위 보다도 모독적인 것이었다. 앞에는 '인과응보' '조상님이 감시중' 따위의 전자 간판이 미래암시를 방불케 하며 깜빡이고 있었다. ...... "탐정을 조심해라." 헤어지는 순간, 블랙메일은 그렇게 말했다.

"탐정이라니?" 아사노는 질문했다. 그는 이미 질문이 허가된 상태였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권한을. 잠깐 불길한 침묵이 지나갔다. "내 은폐는 만전의 상태다. 탐정 따위가 무슨......" 아사노가 식은 땀을 닦고 고개를 든 순간 닌자는 이미 중금속 산성비 속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아사노는 갓길에 댔던 자동차의 오토 운전을 재개했다.


◆◆◆


 몇 주가 지났다. 아사노는 여러 비도덕 행위에 손을 물들이고, 신변보호에는 아마쿠다리 섹트에서 제공된 최신형 클론 야쿠자가 배치되었다. 그의 음모의 구린내를 맡으려 하는 어리석은 자는 외부의 저널리스트든 회사 내부의 인간이든 용서없이 오토매틱 자동적으로 살해되어 입막음 당했다.

 도장 스캔에 쇼도(서예) 필적 확인까지 적용된 고급 클래스 4단계 인증 시스템을 넘어서 아사노의 차는 자택 카치구미 맨선 주차장으로 조용히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무장 벙커를 방불케 하는 회색빛 최고급 맨션은 그의 지위를 상징하는 것처럼 무자비한 외관을 자랑하며 견고한 시큐리티를 갖추고 있었다.

 텅 빈 주차장에 아사노는 홀로 차에서 내렸다. 블랙메일은 1주일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드문 일은 아니다.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때, 혹은 새로운 검은색 마키모노 스크롤을 건네줄 때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미션의 달성 상황을 생각해 보자면 어제는 모습을 드러내야 했을 터였다.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무의식적으로 아사노는 코트의 옷깃을 세우고 모자를 눈까지 눌러쓰고서 주위를 경계하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사노의 손에는 더러운 머니 결정 소자로 구입한 최고급 교쿠로*와 오가닉 대뱃살 찬합이 들려 있었다. 블랙메일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 챙겨둔 것이다.
* 일본의 고급 녹차. 옥로라고도 한다.

 문을 열었을 때 아사노는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냉기와 중금속 산성비 냄새가 밴 바람을 느꼈다. "뭐야?" 아사노는 거실로 달려갔다. 『저렴함, 저렴함, 실제 저렴함, 코케시, 코케시, 코케시 마트』 코케시 체펠린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3중 유리창으로 완전히 차단되어 있을 바깥의 소리가 어째서.

 아사노는 파멸을 떠올렸다. 그리고 후스마 도어를 열었다. "하악...... 하악...... 하악." 그곳에는 가죽 소파에서 스스로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블랙메일의 모습이 있었다. 창문은 깨지고 커튼은 중금속 산성비가 섞인 바람을 품고 미친 것 처럼 펄럭여, 머나먼 번개의 불빛이 어두운 방 안에 있는 그녀의 윤곽을 비추었다.

"블랙메일=상, 이게 대체 무슨." 아사노는 온몸의 핏기가 가시고 발밑이 무너지는 것 같은 현기증을 맛보았다. 낮은 테이블 위에는 부러진 탄토 대거가 보였다. "하악...... 하악......" 블랙메일은 대답하지 않고 혀를 차고서 1분 1초가 아깝다는 듯이 조용히 응급 ZBR 키트를 사용했다.

"그걸 넘겨." 블랙메일은 아사노를 노려보며 명령했다. "하이." 아사노는 심하게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스시 찬합을 내려 놓았다. 블랙메일은 멘포까지 벗고서 대뱃살 스시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그녀는 만신창이였다. 무적의 존재인 닌자가 어째서 이런 꼴이. 아사노의 뉴런은 아직 이해를 거부하고 있었다.

"블랙메일=상, 마키모노 스크롤은......" 아사노가 망연히 혼란 속에서 질문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없다." 블랙메일이 대답했다. "빼앗겼어." "빼앗겼다니...... 설마...... 그런. 대체 누가?" 아사노는 자기 자신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는 것 같은 충격을 맛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쓸데없이 수다를 떨지 마라, 쓰레기 놈. ZBR 비축분이 있겠지? 그걸 가져와라. ...... 뭘 멀뚱멀뚱 보고 있나! 죽고 싶은 거냐, 이디오트 놈이!" 닌자는 순간적으로 분노하며 아사노를 노려보았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아사노는 떨면서 서재로 향하여 책장과 UNIX를 뒤져서 비축해 둔 ZBR를 찾았다.

 아사노는 고순도 ZBR와 호신용 권총을 가지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금 그녀를 보았다. 무적의 닌자가 이 정도까지 몰려있다니. 지금의 그녀는...... 카와이소우(불쌍)하다. "......블랙메일=상." 그리고 어떠한 뇌내 물질의 케미컬 반응인지 모르겠지만 아사노는 자신의 가슴이 조여드는 것만 같아서 말했다.

"뭐야?" 닌자는 약물을 주입하면서 근육의 반응을 확인하며 혀를 찼다. "그런 장난감으로 뭘 하겠단 거냐, 이디오트 놈." "무언가 무시무시한 존재가 다가오고 있는 거겠지. 나도 죽을 때까지 싸우겠어. 뭐든지 하겠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건방진 일일지도 모르지만...... 죽지 않길 바라. 살아서 도망치자."

"이얏-!" "끄악-!" 닌자는 갑자기 아사노를 때렸다! 나무아미타불! "이얏-!" "끄악-!" 더욱 더 때렸다! 아사노는 총을 놓쳐 떨어뜨리고 튕겨져 날아가 코피를 뿜었다! "이 이디옷트 놈이! 비닌자 쓰레기가 뭘 할 수 있단거냐! 네놈은 내 족쇄에 지나지 않는다! 사라져 버려! 내 눈에서 보이지 않게 사라져라!"

 그 닌자의 모습은 몇 배나 위압적이며 사악하게 보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사노는 바닥에서 몸부림쳤다. "이얏-!" "아이에에에에에!" 얼굴 바로 옆에 수리켄이 박혔다. 강아지가 죽었던 밤의 공포가 피드백 된다. 실금하고 거실에서 기어 나와 도망친다.

"......하악......하악......하악......!" 아사노는 오열하면서 꼴사납게 기어갔다. 그는 그 뒤에 찾아올 터인 파멸에 대해 깨달았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아마쿠다리 에이전트의 가면과 아우라는 산산히 부서져서 벗겨져 떨어져 나갔다. 모든 시간이 되감겨서 그 실내 수영장에 있었던 밤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손님이와요!』 갑자기 전자 마이코 음성이 울렸다. 초인종이 눌린 것이다. 아사노 미츠이는 사형선고를 받은 남자를 방불케 하듯 일어나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던져저 날아갔던 충격으로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다시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모시모시, 누구냐?" 아사노는 수화기에 대고 물었다. "탐정입니다." 라고 사신이 대답했다.

"돌아가 주게." 라고 아사노가 말했다. 코피가 방울방울 하얀 수화기에 떨어졌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자 어째서인지 문이 열리고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트렌치 코트를 입은 남자가 복도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닌자로군." 아사노는 탐정의 코트 자락을 잡고서 말했다.

 탐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금속 산성비와 피냄새가 난다. 탐정은 단 한순간만 멈춰서서 뒤돌아 아사노를 보았다. 헌팅캡 아래에는 엄숙한 눈초리가 있었다. "죽이지 말아주게." 아사노는 호소했다. 사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실을 향해 무자비하게 전진했다. 아사노는 쥐고 있던 옷자락을 놓치고 복도에 무너져 내리듯 쓰러졌다.

"아아, 아아." 아사노는 복도를 기어가면서 고개를 들어 멀리서 거실로 향해 가는 탐정을 보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카라테가 공기를 팽팽하게 당긴다. 천둥이 울렸다. 거실 앞에서 탐정이 코트와 헌팅캡을 벗어 던지자 그 아래에는 상처 투성이인 검붉은 닌자 복장과 강철 멘포가 숨겨져 있었다.

"도-모, 블랙메일=상." 사신이 말했다. "왔느냐, 닌자 슬레이어=상. 결판을 내자. 죽이겠다." 카라테 자세를 취한 블랙메일의 목소리는 다시 사악한 위엄에 차있었다. 마키모노 스크롤을 빼앗긴 블랙메일은 자기자신의 손으로 결판을 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 직후, 수리켄이 어지러이 날아갔다.

"웃-......" 아사노는 벽에 기대어 일어섰다. 그리고 납처럼 무거운 몸을 끌고서 거실로 향했다. 세계가 회전하며 소리와 바람을 느꼈다. 닌자의 이쿠사 배틀은 너무나도 빠르고도 무자비했다. 보이지 않는 폭풍이 거실에 불어 닥친 것만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들이 미쳐 날뛰고 있는 듯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모습은 보이지 않고, 멀리 어둠 속에서 튀는 불꽃과 무시무시한 카라테 샤우트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죽어! 닌자 슬레이어=상! 죽어! 이얏-!" ...아사노의 가슴을 무시무시한 카라테 샤우트가 뚫고 지나가, 그는 전기충격을 맞은 것 처럼 떨었다.

 이것이야말로 닌자이며, 나를 매료시킨 닌자 그 자체라고 아사노는 소리 없이 아우성쳤다. 여자도, 남자도, 사람조차도 아니다. 카라테와 폭력의 괴물. 인간 따위는 어떻게 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존재! 어떠한 족쇄에도, 멍에에도 매여서는 안되는 존재! "죽여! 블랙메일=상! 죽여! ......사신이라도 죽여버려!"

 아사노는 블랙메일의 승리를 기원했다. 블랙메일은 비장의 수단인 무적 애티튜드를 사용했다. 중금속탄의 일제사격조차 견뎌내는 초자연적인 짓수를. 그러나 사신의 카라테는 그것조차도 분쇄한다. "이얏-!" "끄악-!" 블랙메일은 튕겨져 날아가 충돌하기 직전에 몸을 돌려 벽을 박차고 날아들었다.

"이얏-!" "이얏-!" "끄악-!" 한층 더 장렬한 카라테 샤우트가 울려 퍼진다. 다시 번갯불이 번쩍하자 사신의 피도 눈물도 없는 춉 찌르기가 블랙메일의 심장을 깊숙히 관통하는 실루엣이 새겨졌다. 닌자를 죽이는 자가 나타나서 바야흐로 이 악덕에 파멸이 도래했다는 사실을 아사노는 깨달았다.

 물론 아사노의 눈으로는 카라테의 전모를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그가 깨달은 것은 자신의 야심과 블랙메일의 패배 뿐이었다. "사요나라!" 블랙메일은 폭발사산했다. 아사노 미츠이도 마찬가지로 파이어 월을 돌파당하여 뉴런이 구워진 해커를 방불케 하며 눈이 뒤집어져 졸도했다.


◆◆◆


 거실의 깨진 유리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아사노가 눈을 뜨자 이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신은 모습을 감추고 블랙메일도 마찬가로 온데간데 없었다. 피의 얼룩도,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마치 잿더미가 되어 지고쿠 헬로 돌아간 것처럼 블랙메일은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꿈이라도 꾸었단 말인가?" 아사노는 깨질듯이 아픈 머리를 움켜쥐면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ZBR 앰플이 깨져서 카펫에 스며있고, 호신용 권총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아마쿠다리 넥타이핀은 없었다. 모든 것은 IRC 자아희박화 증상과 약물이 일으킨 망상인 것은 아닌지, 하고 전율했다.

"하지만 그럴리가......" 아사노는 고개를 들자 깨진 창문 너머를 날아가는 참치 체펠린 대형 모니터에 심야 오이란 뉴스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시운전 중에 소식이 끊겼던 시작형 체펠린이 국경 부근에서 발견. 그러나 쵸코빈사의 대변인 발언에는 부자연스러운 점이 실제 많아 어둠의......』

"뭐라고?" 아사노는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가 체펠린을 교토 쪽의 총격 사고로 보이게 하여 불상사를 은폐하려한 가능성이 익명으로 공개된 기밀 데이터를 통해 엿보인다고 발표...... 당국은 이 기밀 데이터의 출처를 자세히......』 "뭐라고?" 『관계된 각 회사들의 주가는 급락하여......』

 아사노는 권총을 쥐고 일어서서 충혈된 눈으로 서재로 향했다. UNIX에는 수수께끼의 플로피 디스켓이 꽂혀 있었으며 야바이급 해커의 원격 고속 타이핑에 의해 IRC 커맨드가 계속해서 실행되고 있었다. 그가 감추어 왔던 음모에 관한 모든 것이 어딘가로 송신되고 있었다. "......파멸인가." 아사노는 권총을 보았다.

"네 이놈...... 네 이놈......!" BLAMBLAMBLAM! 아사노는 거칠게 외치며 이를 악물고서 총알을 UNIX에 때려 박았다. KA-DOOOM! 폭발하는 UNIX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땀을 닦으며 복도로 나온다. 무법자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딱딱한 오토매틱 권총을 바지에 난폭하게 꽂아넣고서.

 금고를 열어 미공개 주식을 꺼내 거칠게 가방에 쑤셔 넣는다. "......모자라! 턱없이 모자라! 어떻게 해서든 도망가주마!" 주식이 가방에서 새어 나오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코트의 옷깃을 새워서 혈안이 되어 달려 맨션 복도로 나섰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차에 올라 타서는 주차장에서 폭주 기관차를 방불케 하는 기세로 튀어 나왔다.

『위험하와요』 "닥쳐, 닥쳐, 닥쳐!" 대쉬보드를 총 손잡이로 후두려 치면서 자동조종을 해제하고 아사노는 핸들을 쥐고서 위험 영역까지 액셀을 밟았다. 뒤쪽에서는 맙포 혹은 야쿠자 벤츠가 피냄새를 쫓는 상어 무리를 방불케 하듯 다가왔다. 니트로 부스트는 그것을 즉시 제쳤다.

 자수할 생각 따윈 없다. 섹트에 의해 처리당할 생각도 없다. 카치구미 기업의 부장 클래스가 사용하는 최고급 무장 비클은 심야의 하이웨이 위를 폭주했다. 스톤헨지 신전을 방불케 하는 아사노상 파워즈사의 우뚝 선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이웨이를 빠져나와 회사 사유지 앞 무인 무장검문소에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도박을 걸었다.

『수고하셨사와요』 인증장치는 아사노 미츠이 부장을 성역과도 같은 회사 사유지로 반갑게 맞이했다. 아직 그의 사악한 행위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부장 ID는 아직 유효했다. 거대한 무장 방벽과 자동인식 라이엇 건은 어떠한 추적 차량도 다가오게 하지 않는다. 아사노는 자신의 사옥으로 향하여 최상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다.

 시큐리티를 부장 ID로 돌파하여 릴랙션실로. 머리는 헝클어져서 연속강도 살인귀를 방불케 하는 모습! "아이에에에! 제7부장님! 좋을 때에 오셨습니다! 체펠린 사건이 큰일이 되었어요!" 제7과장인 호시게가 그가 왔음을 깨닫고 달려왔다. "그렇더군." 아사노는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아밧-!" 호시게는 시체가 되었다.

 덜컹-! 넓은 릴랙션실의 후스마 도어가 열린다. 데미 태양광이 쨍쨍하게 내리 쬐인다. 아사노는 총을 들고 무인 풀 사이드 위를 달렸다. "하악-! 하악-!" (((UNIX를 조작해서 돈을 비밀계좌로! 그리고 금고에서 가능한 돈과 소자를 챙겨서 도망친다! 오키나와로 내빼는 거다!)))

 이미 어디까지가 망상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따위 그에게는 문제가 아니었다. "젠장맞을! 내 ID도 앞으로 조금 더 있으면 블록 당할 게 틀림없어! 나에겐 이제 돈밖에 없다! 돈뿐이다! 돈뿐이다! 나의 목숨을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손에 넣겠어!" 아사노는 미친듯이 UNIX 키보드를 두드렸다.

 잠시 뒤에 『커넥션 행방불명인』 이라는 문자가. "AARRRRRRRGH!" 아사노는 주먹이 으스러질 정도로 UNIX를 때리고 필사적으로 LAN 케이블을 더듬어 가서 미니 골프 코스를 빠져나와 이미테이션 죽림으로. 서버에 케이블을 다시 접속시키고 문득 발밑을 보았다. 부서진 골프공 조각이 있었다.

 아사노 미츠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충격을 맛보았다.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만 같은 상실감을 맛보았다. 그러한 일은 지금까지 평생 한번도 없었다. 그의 생애에 단 한번도. "아아, 아아......!" 아사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 그 순간!

 덜컹-! 후스마 도어가 열리고 수수께끼의 4인조가 갑자기 난입! 한명은 권총을 든 사라리맨! 남은 3명은 클론 야쿠자! "죽어! 미츠이=상! 죽엇-!" BLAMBLAMBLAM! 총격! 나무아미타불! 그것은 아사노상 일족의 제3부장, 아사노 모치로우였다! 그의 가슴에는 섹트의 넥타이핀이 빛나고 있었다!

"ARRRRRRRGH!" BLAMBLAMBLAM! 아사노 미츠이는 권총을 들어 짐승과도 같은 모습으로 돌격했다. "아밧-!" 클론 야쿠자 총살! 그러나 이미 검은 갑옷*은 존재하지 않는다. BLAMN! 적의 총알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그의 무릎을 꿰뚫었다. "끄악-!" 그는 공중제비를 돌며 풀 사이드 위로 쓰러졌다. 
* mail에는 갑옷이라는 뜻이 있다. 참고로 blackmail에는 갈취, 협박이라는 뜻이 있다.

 미공개 주식이 산산히 흩어져 아사노 미츠이 주변에 뿌려졌다. 그는 시야가 흔들리는 채로 이를 악물고서 하늘 위의 데미 태양광을 사위스럽게 노려보면서 방아쇠를 계속해서 당겼다. 그러나 총알은 떨어지고 철컥 거리는 소리만이 울린다. "기다려! 그리 간단히 죽이지 마! 그 쓰레기는 내가 처리하겠다!" 모치로우의 무자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쓰레기놈, 나를 협박했다는 어리석음을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해주지......" 모치로우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흥분, 기쁨으로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아마쿠다리 내부 지위는 내가 이어받아서 언젠가 아사노상 CEO 지위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사노 미츠이는 이미 거의 들리지 않는다.

"...... 죽기 전에 눈물로 나와 붓다 그리고 조상님들께 자비를 구걸해라......" 모치로우가 말했다. 배신 행위는 반드시 드러나 심판받는다...... 설령 살아있는 동안 심판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죽은 뒤 삼도 리버에서 킹 염라에 의해 심판받는다...... 퇴폐적인 메갈로시티에서는 풍화된 지 오래된 옛 시대의 도덕규범이 뇌속에 메아리 쳤다. 

 하지만 아사노 미츠이에게는 자비를 구걸할 마음 따위는 없었다. 지고쿠 헬이야 말로 어울린다며 웃었다. 광인놈, 이라며 모치로우가 혀를 차고서 일제히 총알을 퍼부었다. "끄악-!" 아사노 미츠이는 시체가 되어 모치로우에게 걷어차여 수영장에 빠졌다.

 또 하나 풀에 시체가 떠올라 피가 퍼져간다. 더러운 돈에 물든 더러운 피가. 그 옆에는 골프공 조각이 갈 곳을 잃고 떠있었다. ......창 밖, 오징어 먹물을 방불케 하듯 흐트러진 구름 속에 떠오른 해골을 방불케 하는 달은 '인과응보'라는 말을 던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블랙메일드 바이 닌자] 끝




N-FILES

아사노상 파워즈사의 아사노 미츠이 부장은 사악한 닌자 비밀 결사, 아마쿠다리 섹트에게 찍혀 지독한 협박을 받게 된다. 블랙메일이라고 이름을 댄 닌자가 그에게 고했다...... 아마쿠다리의 음모에 가담하지 않으면 죽음만이 있을 뿐, 이라고. 아사노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애사정신을 버리고 굴복했다. 협박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아마쿠다리의 꼭두각시로 둔갑하는 아사노. 하지만 점차 아마쿠다리의 권력 구조와 블랙메일의 사람이 아닌 듯함을 방불케 하는 위험한 매력이 아사노 속에 잠들어 있던 야심을 자극해 간다. 노 퓨처를 방불케 하는 예감을 떠올리면서도 결국 아사노는 블랙메일과 함께 악행 속으로 돌진해가는 것이었다....... 메인 저자는 필립 N 모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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