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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소스 언더 파이어】

この記事は【ナクソス・アンダー・ファイア】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낙소스 언더 파이어】



1

 KA-BOOOOM! KA-BOOOOOM! 폭발음이 폭발음을 덮어씌우고, 엄청난 진동과 충격파가 사방팔방에서 덮쳐든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상공에서 해골을 방불케 하는 형상으로 응어리지는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폭탄이 투하되고 있다. 쾅……쾅……쾅……쾅……. 폭탄의 대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거대한 마구로 체펠린. 슈퍼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전장은 공포와 함께 이를 올려다보는 이들에게서 거리감을 빼앗는다…….

"살려주아밧-!"

 도망칠 때를 놓쳐 실내로 뛰어들려 하던 시민이 폭풍에 나가떨어져, 끔찍한 모습으로 공중에 흩날렸다. 공포와 긴장의 극한 상태에 표정이 얼어붙은 아이들이 그 비극을 눈으로 좇으면, 모친은 비통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돌리게 한다. 나무아미타불……이 무슨 대낮의 참극인가. 하지만 이러한 폭격 행위는 작금의 에게 해에서는 다반 인시던트이다. 전자 귀족 보퍼 울베인 경이 에게 해 연안 여러 지역을 완전히 통일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야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울베인 경의 행동은 냉소와 함께 받아들여졌다. 그의 계획은 유럽 지역의 암흑 메가코프 세력에 의해 수 시간 내에 박살 날 것으로 보였다. 그는 태고의 리얼 닌자도 아닌 단순한 소지역의 영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시간, 며칠…… 결국엔 일주일이 경과해, 지금 그런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식자는 없다. 울베인 경은 수수께끼의 어둠의 무기상, 닥터 도모를 뒷배로 얻었기 때문이다!

 낙소스 섬은 에게 해 키클라데스 제도 중 하나이며, 오가닉 감자나 다양한 오가닉 과실 등의 농작물을 주변 암흑 메가코프령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생활이 평온하게 윤택해져 있었다. 이번 폭격의 원인은 그것 때문이다. 낙소스 섬이 특정 암흑 메가코프에게 따르는 것을 좋다 생각지 않고 복잡한 파워 밸런스 속에서 자주독립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것도, 이런 유사시에는 맞지 않았다. 암흑 메가코프 세력이 보낼 구원 파견의 초동이 상호 견제 속에서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와중에, 울베인 경의 「전자 에게 해 제국」은 확고한 국가 체제를 쌓아 올리고 만 것이다……!

 울베인 경이 식료 기반 시설의 요점을 장악하면, 세계의 메가코프가 전자 에게 해 제국의 존재를 승인할 수밖에 없어지겠지. 몇몇 경제 뉴스에서는 이미 비밀리에 전자 에게 해 제국에게 접근하기 위한 사자를 파견하고 있다는 진위 불명의 유출된 정보를 게재하고 있었다. 너무 늦었다. 늦은 나머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폭격이 끝나면, 강하 제2파가 개시되었다. 이번에 내려온 것은 폭탄이 아니라 정복 완수를 위한 지상 전력이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완전한 무기물. 기계 병사이다. 6피트 조금 되는 원기둥꼴의 몸체, 가늘고 긴 팔, 땅딸막한 다리라는 특징적인 형태를 하고 있으며, 동체 상부에 있는 수평 슬릿 안쪽에서는 LED 아이가 빛나고 있다. 정수리에서는 홀로그램 영상이 투사되어 「도모」라는 형광의 정복적 카타카나가 기치를 방불케 하며 공중에 번져나갔다. 악명 높은 도모 트루퍼다!

"지켜라! 지키는 거다!" "싸워라!"

 길 위의 바리케이트의 그늘로부터 제각기 외치며 아무리 봐도 미덥지 않은 불하품 어썰트 라이플을 잡는 것은, 이 마을의 용감한 저항 시민……중……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였다. 공격 제1파로 낙소스 섬의 방비는 맥없이 무너졌다. 이미 전황은 적군의 승리로 결정났다 해도 될 것이다. 지켜? 무엇을 지키는 것인가? 그들 자신마저도 모르는 일이다.

 BRATATATA! BRATATATATA! "삐각-!" 결사적인 어썰트 라이플 공격을 받고 도모 트루퍼 중 한 체가 손상되어 불꽃을 일으키며 쓰러져, 지붕에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그 세 배가 새로 지붕에 착지해 도모 건으로 반격했다. BRAKKA! BRAKKA! "끄아-악!" "아바-앗!" 나무아미타불!

"잔존 인체, 1." "제로화 개시." 도모 트루퍼는 LED 아이를 명멸시키며 지붕에서 골목으로 깡충깡충 능숙하게 내려온다. 살아남은 한 명은 동료들의 사체를 절망적으로 내려다보고, 비명을 지르며 불하품 샷건을 재장전했다. "아아아아-앗!" BRAKKA! BRAKKA! "아바-앗!"

"잔존 인체, 제로." "제로화 완료." "인접 가구, 확인." "노력." 도모 트루퍼는 무기질적인 음성을 발하고는, 머리 위에 "도모" 카타카나를 투사하며 더 많은 사냥감을 찾아 질서정연하게 나아간다. 상공에는 4익 자이로식의 드론, 드론 도모가 부유하며 주민들에게 경고를 행한다.

"시민 여러분,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오늘부로 이 낙소스 섬은 전자 에게 해 제국의 영지가 되었습니다. 옥외로 나오지 말아 주십시오. 노상에서 부당하게 남아있는 이는 반란의 의지가 있다 취급당해, 즉시 사살됩니다. 이후 포르타라에서 우리의 영광스러운 지도자, 보퍼 울베인 경이 연설을 진행하십니다. 여러분이 포르타라에 모이는 일은 허가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IRC 중계가 이루어지므로, 각자 가정에서 반드시 시청해, 국민 의식을 고양해주십시오."

 BRATATATATATA……BRATATATATA. 산발적인 총격음. 검은 연기. 이미 돌계단과 하얀 벽의 아름다운 거리는 파괴와 침묵에 감싸여, 주민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덮친 불합리한 폭력에 대한 곤혹과 분노와 슬픔을 억지로 참고, 숨을 죽이며, 자신들에게 내려온 가혹한 운명을 무력감과 굴욕 속에서 지켜보는 것 이외의 선택지를 받지 못했다. 나무아미타불!

 경고 음성이 말한 "포르타라"는 무엇인가? 그것은 낙소스 섬의 북서부, 데지마*와 같이 뻗어 나온 육지에 세워진 고대 유적이며, 아폴론 사원의 흔적이다. 낙소스 본섬의 거리를 지켜보는 거대한 돌문은 토리이 게이트와 같으며, 평시라면 이는 신들의 고마운 은혜와 보살핌을 상기시키는 랜드마크였겠지만, 지금 이때엔 이야기가 달랐다.

(*역주:바다쪽으로 반도처럼 튀어나온 지형.)

 포르타라의 상공에는 슈퍼 드레드노트급 마구로 체펠린 "마구로 도모"의 그림자가 있었다. 마구로 도모는 일반적인 마구로 체펠린의 열 배에 가까운 전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측면에는 탐욕스러운 카타카나로 "도모"라 페인트되어 있다. 이 기체 그 자체가 엄청난 대지상화력을 갖추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에는 도모 자이로, 도모 어태커, 도모 리플렉터 등의 함재기를 격납하고 있으며, 수수께끼의 테크놀로지에 의해 일정 거리의 순간이동마저 가능했다.

 사악한 무기상 닥터 도모는 이전부터 그 존재 자체가 안전보장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암흑 메가코프 회의에서 자주 의제에 오르곤 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도 이 마구로 도모의 압도적 군사력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신출귀몰한 공중전함……그런 것이, 도를 벗어난 야심을 숨기지도 않은 전자 귀족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가오오오오오오옹!"

 마구로 도모가 포효하고, 불온한 고주파가 방사상으로 흩어졌다. 이 슈퍼 드레드노트급 체펠린에는 신화의 짐승 같은 안면과 턱이 갖춰져 있으며, 실제 울부짖을 수 있다! 그것은 이 세상 끝의 바다를 지배하는 리바이어던과 같다! 그리고……오오, 보라! 포르타라 아래, 흑금빛 망토를 나부끼는 군모 군장, 장신의 남성이 위압적으로 서 있는 모습을!

 마그마와 같은 광적인 열을 두 눈동자 속에서 빛내고 있는 이 남자야말로, 지중해를 위협하는 마인, 전자 귀족 보퍼 울베인이 틀림없다!

"세계여, 들어라!"

 울베인 경은 허리에 찬 군도를 칼집에서 뽑아, 비스듬히 들고 외쳤다!

"나야말로 자유기사, 희망의 사도, 말법칼립스의 평정자! 보퍼 울베인이다! 지금 여기에, 나는 키클라데스 제도 전역의 영유화를 선언하며, 암흑 메가코프 각 사에 대해서는 국가 성립의 승인을 요구한다!"

 그의 주위에는 수 기의 드론 도모가 부유하며, 그 연설을 빠짐없이 여러 카메라 앵글로 중계! 포르타라 주변은 건물이나 차폐물이 전혀 없는 광장을 방불케 하는 장소이며, 그곳에 정렬되어 있는 것은 검게 칠해진 도모 트루퍼들이었다. 도모 트루퍼 12체마다 1체, 전장 10피트의 마이너 도모가 배치되며, 12체의 마이너 도모마다 1체, 전장 20피트의 메이저 도모가 배치되어 있다. 정연한 병정개미와도 같은 전력!

"보라, 이 압도적 군사력을! 무한한 사기와 충성을 가진 도모 트루퍼가 나에게 있으니!"

 그는 군도를 칼집에 넣고, 최전열의 도모 트루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 악물어라!" 그리고 손바닥으로……쳤다! "이얏-!" "삐각-!"

 얻어맞은 도모 트루퍼는 울베인 경에 대해 일체의 불평을 내뱉지 않고, 뒤로 돌아서더니 한 대 뒤의 도모 트루퍼를 후려갈겼다! "이얏-!" "삐각-!" 얻어맞은 도모 트루퍼는 더 뒤의 도모 트루퍼를 때린다! "이얏-!" "삐각-!" 도미노 쓰러뜨리기와 같이, 얼마나 뒤에 있는지도 모를 최후미까지 이어지는 구타 연쇄! 이 무슨 불평불만 한 마디 없는 로보 AI 군사력으로 지탱되는 파시즘 체제인가!

"이것이 나의 힘! 내 친우 닥터 도모의 과학력이다! 세계여, 떨도록 해라!"

(무슨 일이냐…….)

 큰 바위의 그늘에 몸을 숨긴 그림자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경악에 질린 신음을 토해냈다. 그 신음은 전자 음성이었다. 꾀죄죄한 판초를 입고 풀 페이스 헬멧을 뒤집어쓴 그 자……아니!

 그것은 헬멧이 아니다. 그것은 금속 장갑으로 덮인 메카니컬 두부임이 틀림없다. 판초 밑의 신체도 전부 무기물. 인간형 기계이다. 그 자는 사이버네틱스 LED 아이를 명멸시켜, 극비 IRC 통신 채널을 열었다.

"어이, 영감. 들리나? 이쪽은 노부자메 E."

『제대로 아이사츠하지 못할까!』

"아아 진짜, 시끄러워……. 모시모시, 닥터 마토모. 이쪽은 나, 노부자메 E다."

『상황은 어떠냐!? 놈, IRC 중계를……!』

"그래, 중계가 시작된 모양이야. 저기 영감. 그 중계로 보이나? 큰일이야. 저 자식, 이렇게까지 엄청난 군세를 몰고 올 줄이야……"

『어떻게든 하는 거다, 노부자메 E! 이 기회를 놓치면 더는 도모 리액터 탈취는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해진다……!』

 귀에 격납된 IRC 통신기가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노부자메 E」는 냉철히 상황판단했다.

"적의 수가 너무 많아서 다가갈 수 없어. 똑바로 말하자면 무리라고."

『나는 그대에게 내 기술력의 정수를 집약시켰다고! 그대의 펀치는 일반적인 닌자를 능가한다. 즉, 저기서 떼거리로 모여 있는 도모 트루퍼 따위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카라테와 테크놀로지, 즉, 카라테크를 보여주거라!』

"그러니까 무리야! 내 냉정한 연산장치가 완전히 알리고 있다고. 습격 성공 확률 0%다. 작전을 다시 세우지 않으면 어쩔 도리도 없어. ……카라테크는 뭐야? 테크노 카라테 말하는 건가?"

『하나하나 말대꾸하지 마라. 그대도 텐션을 올려야만 한다. 알겠나, 그대는 도모 트루퍼들을 때려눕히고, 전격적으로 접근해, 저 울베인 경이라 하는 애송이를 장악해서…….』

"저 녀석, 닌자네. 소울 반응이 있어." 찰칵찰칵. 노부자메 E의 눈이 가동음을 내며 렌즈 배율이 미세하게 변화한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저 녀석 뿐이지만, 다른 닌자가 숨어있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울베인 경을 협박해, 녀석 자신을 인질로 상공의 마구로 도모에 들어가라. 그러면 그 뒤는……어떻게든 된다. 닥터 도모 녀석……. 뭐가 도모 리액터냐. 그건 내 연구라고. 그걸……용서 못 한다!』

"어떻게 될 리가 있겠냐! 제기랄." 노부자메 E는 신음했다. "당신에겐 받은 은혜가 있지만, 

은혜 갚기의 범위를 넘었다고. 당신과 닥터 도모의 일도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작전은 일시 변경! 알겠지!"

『으응……! 하지만……이건……!』

"뭐야!?"

노부자메 E는 바위 그늘에서 무심코 몸을 내밀었다. 소란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정연하게 정렬하는 도모 트루퍼의 끝에, 누군가가…….

"이얏-!" "삐각-!?" "이얏-!" "삐각-!"

 SMAASH! CRAAASH! 베어 갈린 금속 파츠가 비산하고, 파열하고, 공중을 날며, 색을 가진 그림자가 땅을 박차고, 춤추듯이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다.

"뭐……뭐라고?"

 노부자메 E는 LED 아이를 점멸하며 심상치 않은 몸놀림의 난입자를 눈으로 좇으려 했다. 그 즉시 도모 트루퍼들도 난입자에게 반응해 대열을 재편셩시켜 응전을 개시했다. BRAKKA! BRAKKA! BRAKKA! 난비하는 총탄!

"이얏-!" "삐각-!"

 수류탄 폭발을 방불케 하는 충격파가 일어나, 다시 여러 체의 도모 트루퍼가 공중을 난다. 그 잔해를 공중에서 징검다리를 방불케 하며 걷어차고, 그림자는 햇빛에 카타나를 번쩍 쳐들었다.

 닌자였다. 긴 흑발의 여성이, 군대 그 자체인 도모 트루퍼 속으로 파고들어 전투를 개시했다. 찰칵찰칵……. 노부자메 E의 분석 프로그램이 에러를 토해냈다. 닌자의 카타나는 기묘했다. 어둠색의 불꽃을 물질로 굳힌 듯, 그것이 휘둘러질 때마다 공기는 검게 물들어 불온한 신음이 들리며 노부자메 E의 시야에 블록 노이즈가 생겼다. 여성은 검은 일색. 신체엔 검은 폴리머를 마구 바른 듯한 장속을 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강력한 닌자 소울 반응이 느껴졌다. 아마 닌자 소울 생성 장속이다.

"뭐냐 저 녀석……어이쿠!"

 노부자메 E는 자세를 취했다. 큰 바위 부근의 도모 트루퍼가 그녀의 습격에 의해 전투 모드로 바뀌며 노부자메 E의 존재도 감지해버린 것이다.

"비도모 무기물 1." "제로화 개시."

 도모 건을 들고 여러 도모 트루퍼가 다가온다. 노부자메 E는 옷을 나부끼며 일어나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어쩔 수 없지, 후려갈겨버리겠어!"

『무슨 일이냐! 스텔스 실패인가!』

"아아 그래. 방해가 들어왔다. 저건 뭐냐? 닌자 같은데……아무튼 살짝 비상사태라고!"

『뭐라고?』

"제로화 개시." "제로화 개시."

"시끄러워! 이얏-!" "삐각-!" "이얏-!" "삐각-!"

 노부자메 E는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순식간에 도모 트루퍼의 원인치 거리로 접근해 연속 카라테 훅으로 두 체를 침묵시켰다. BRAKKA! BRAKKA! 도모 건이 덮쳐온다! 노부사메 E는 몸을 굽혀 미끄러지는 듯이 달려 나갔다.

 BRATATATATATA! BRATATATATATA! 총탄이 난비하며, 머즐 플래시가 번쩍이며, 도모 트루퍼의 잔해가 공중을 난다. 울베인 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소란의 원인……충실한 도모 트루퍼와는 이질적인 두 자가 서서히 그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알아챘다.

"대처한다. 중계방송은 프로파간다 녹화 영상으로 바꿔놔라."

 그는 IRC 지시를 내렸다. 검은 그림자가 지그재그로 싸우면서 그에게로 다가왔다. 도모 트루퍼를 쳐부수고, 마이너 도모를 쳐날리고, 메이저 도모의 발밑을 빠져나와 번롱하고 그가 있는 곳으로. 마치 소형의 폭풍이 헤매는 듯하다. "흥." 울베인 경은 모멸적인 콧소리를 냈다. 일 초 후!

"이얏-!"

 그림자는 고속으로 회전하며 포물선의 형태로 뛰어, 공중에서 울베인 경을 치려 했다! ZAAAAAAP!

 벌집 구조의 전자 카라테 배리어가 검은 카타나와 접촉해, 강렬하게 반응했다. 울베인 경은 흥미 깊게 한쪽 눈썹을 올렸다. 벌집 구조의 전자 카라테 배리어는 비명을 지르는 듯이 비이상적인 색채로 바뀌었다. 울베인 경은 군도를 뽑아 들어 자세를 취했다. 배리어를 사이에 두고 양자는 서로 노려보았다. 그 시간, 콤마 5초.

 습격자인 흑발의 여자에겐 양 눈의 아래에 특징적인 눈물점이 있다. 울베인 경이 전해들은 「은퇴한 닌자 용병」의 외견적 특징대로다. 이 레드해그라 하는 여자의 존재는 이 낙소스 섬에 있어서의 잠재 위협으로 리스트 업 되어있긴 했다. 실제 그것이 이빨을 드러내고 덮쳐온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만약을 위해 보낸 자객은 도리어 당한 것인가? 그는 이해했다. 그리고……콧소리를 내며, 모멸적으로 작게 웃었다. "흥."

 ZZZZZZZZZZZZKT!

 전자 카라테 배리어가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여자는 배리어를 파괴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메이저 도모들이 그녀에게 파멸적인 「도모 포톤」의 조준을 맞췄다.

 BOOOOM! BOOOOOM! BOOOOOOOM!

 번개를 구형으로 굳힌 듯한 파멸적 탄환이 그녀를 덮쳤다.

"이얏-!"

 그녀는 공중에서 검은 카타나를 휘둘렀다. 이치! 니! 산! 이아이로 시험 삼아 베이는 수박과도 같이 베인 도모 포톤의 탄은 분해되며 그녀의 뒤에 쏟아져 내려, 다수의 도모 트루퍼를 휘말리게 한다! "삐각-!" "삐가가각-!"

"뭐냐? 그 카타나는?"

 울베인 경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저격용으로 원거리에 배치되어 있던 킬 도모가 절묘한 타이밍에 그녀를 저격했다.

"……뭐냐?"

 울베인 경은 한 번 더 수상쩍어 했다. 그의 닌자 동체 시력은 1km 밖에 배치된 킬 도모 저격총의 전파 탄환이 회피 불능 타이밍에 레드해그의 가슴으로 날아가는 것을 포착했다. 하지만 그것은 도달 직전에 막혔다. 다른 한 사람……아니……다른 한 체의 난입자가 옆에서 끼어들어 여자를 안고 착지한 것이다.

 

 BRAKKA! BRAKKA! BRAKKA! BRATATATATATA! 그 즉시 쏟아지는 도모 트루퍼의 총격!

"위험해!"

 노부자메 E는 소리치며 도주한다!

"어이!"

 안겨있던 여자가 노부자메 E의 측두부를 후려쳤다.

"놔!"

"구해줬잖냐!"

 노부자메 E는 1초 만에 말대꾸하고, 원하는 대로 전방으로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여자는 지면에 손을 짚고 한 바퀴 회전하고는 낙법을 취해, 노부자메 E와 나란히 달렸다. BRAKKA! BRAKKA! BRAKKA! 뒤따라오는 총탄! 둘은 이제 돌아보지도 않고 데지마를 벗어나 시가지를 향해 계속해서 달렸다.

"죽이지 못했다!" 여자는 외쳤다.

"그렇겠지!" 노부자메 E는 외침을 돌려줬다. "어떻게 되든 죽었다고! 네가 말이야!"

 둘은 시가구에 도달. 좁은 골목에 파고들어 쫓아오는 도모 트루퍼에게서 몸을 숨겼다. 그림자 속, 숨을 죽이고, 수 분. ……드디어, 노부자메 E는 여자에게 질문했다.

"너, 이 섬의 주민인가? 무모하기 그지없는 녀석인데."

"너야말로, 갑자기 뭐야?"

 여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노부자메 E를 가까이에서 보았다.

"……묘한데, 너?"

"인간에겐 묘하게 보이겠지. 흥." 노부자메 E는 LED 아이를 명멸시켰다. "나는 로봇이다. 유기물 제로 퍼센트. 퓨어 중의 퓨어라고."

 그리고 다시 아이사츠했다.

"도-모. 나는 말이지, 노부자메 E입니다."

"……잘 안 풀리네. 뭐냐고." 여자는 머리를 헤집었다. 하지만, 아이사츠에 응했다. "도-모, 시지마……아니." 말하려던 이름을 부정하고, 다시 이름을 댔다. "레드해그입니다."

 노부자메 E는 그렇게 이름을 대는 말에 수많은 감정이 어려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2

 테오의 병세가 급변한 것은 딱 날짜가 바뀌었을 때였다. 이미 의사는 돌려보냈었다. 다음의 아침을 맞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였고, 카노코의 감각으로도 그건 틀림없어 보였다. 카노코는 이 어려운 시기에도 주치의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집을 방문해준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그녀는 테오의 침대 곁에 앉아 말없이 손을 잡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 오는 테오의 맥박은 완만하게 쇠약해져 갔다. 슬픔이나 불안, 초조, 때로는 운명에 대한 분노, 그런 감정은 이미 카노코의 가슴에 한바탕 오간 뒤였기에, 지금은 그저 조용히 테오가 이 세상이라는 잠깐의 장소에서 해방돼서 49일 동안의 오히간 여행을 떠날 때까지 이렇게 함께 앉아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카노코의 손을 테오가 강하게 되잡았다. 그는 심하게 기침을 하고 눈을 부릅뜨며 카노코를 보았다. 카노코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힘차게. 카노코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도록. 그것이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카노코는 무리해서 미소로 되돌려주었다. 테오는 눈을 감았다.

 체온의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카노코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바깥은 시끄러웠다. 창문을 닫고 셔터로 막아도 공습의 소리는 쭉 울려오고 있었고, 단속적인 땅울림의 감각도 있었다. 보퍼 울베인 경의 키클라데스 제도 침공은 전격적인 속도였다.

 뉴스에서 첫 보도가 전해지고 얼마 안 있어 이 낙소스 섬도 전쟁의 불꽃에 삼켜졌다. 카노코는 죽음의 문턱에 있는 테오에게 일부러 불온한 뉴스를 전하지는 않았다. 테오는 전쟁에 대한 것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죽었다. 바라건대 이 땅을 고향으로 깊이 사랑했던 그가, 수수께끼의 전자 귀족의 야망대로 지중해를 짓밟는 모습을 죽기 직전에 알았더라면 틀림없이 괴로웠겠지.

 모탈이라 해도 그는 감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제대로 얼버무릴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무언가를 눈치챘다 하더라도, 그는 카노코가 전화를 알리지 않고 계속해서 숨기고 있던 사실 그 자체에 감사했겠지. 전화에 대한 건 아무래도 좋다. 그저, 카노코가 그렇게 신경을 써준 것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그런 남자였다.

 "이 7년간, 지루하지 않았어. 즐거웠어."

 카노코는 혼자 중얼거리고는, 테오의 차가운 손을 놓았다.

 닌자와 비 닌자는 노화의 속도가 다르다. 그런 이야기였다. 그러니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면 이윽고 카노코가 테오의 최후를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쿠사에서 손을 씻고 테오와 함께 살던 7년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로 "인간적인" 세월이었다. 이대로 풍파가 닥치지 않는다면 함께 죽는 것마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테오의 죽음은 모탈이라 해도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카노코는 테이블 위에 있던 앨범을 펼쳐, 천천히 시간을 들여 사진을 보았다. 한때 레드해그라는 이름의 닌자로 싸우던 그녀는 테오와 결혼해 이 섬에 자리 잡아 다시 「카노코」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었다.

 달이 부서지고 자기 폭풍이 사라지자 그녀는 당연하게 그 카라테와 험악한 경력을 살려 자유 용병이 되어 세계를 누볐다. 그녀는 암흑 메가코프에 속하지 않는 용병 닌자를 부조하는 조직 「델타 시노비」의 창설 멤버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그녀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위험이나 피, 화약과는 무연한 세계에 있는 남자였다. 그녀는 처음, 자학적으로 「마가 끼었다」「무디어졌다」라 말했다. 구혼한 건 어느 쪽이었지? 부끄러운 것도 있어서, 그다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테오는 우키요에 화가로, 이 섬에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오렌지 농원을 부업으로 운영하며 덤덤하게 지속해서 작품을 발표하던 남자다. 이 섬을 「일」로 방문했던 카노코와 테오는 사소한 계기로 서로 알게 되어……서로를 깊게 사랑하게 되었다. 카노코는 레드해그라는 이름을 버리고, 이쿠사를 버리고, 방치되어 있던 오렌지 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테오는 현세이익에 너무나도 관심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 이래로, 카노코는 야쿠자나 닌자가 아니라 시장이나 해충을 상대로 하는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다.

 카노코와 테오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카노코는 닌자이며, 아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학적인 확증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닌자 소울 빙의자 사이에서 그것은 거의 상식과 같이 공유되던 사실이었다.

 카노코는 앨범을 닫고 테오의 시신을 본다. 잠자는 듯한, 이제 와선, 단순한 육체,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에 불과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어젖히자 새벽하늘은 회색이었다. 그녀는 몸을 내밀어 언덕의 경사면, 그녀와 테오의 살림을 지탱해 온 오렌지 농원을 둘러보았다. 시커멓게 전부 타버린 끔찍한 모습이었다. 아아. 화려하게 당한 참이다. 어젯밤

부터의 공습. 테오의 임종을 지켜보며, 카노코는 내심 이대로 집째로 불타서 함께 타죽는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까지 생각했다. 함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잡한 폭격은 집을 남기고 농원을 망쳤을 뿐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확실한 결론이 내려졌다 할 수도 있겠다. 새벽까지 버티지 못하고 테오는 떠났고, 테오와 행복하게 살던 카노코의 인생도 없어졌다. 그리고 「레드해그」가 남겨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이해했다.

 붉게 물든 시가지에서 검고 거대한 그림자가 보인다. 그녀의 닌자 시력은 그 거대한 그림자를 중심으로 한 공중전의 기영과 폭발을 가까스로 포착할 수 있다. 그렇다. 그 그림자야말로 「참치 도모」……어둠의 무기상 닥터 도모가 보퍼 울베인 경에게 준 신출귀몰의 슈퍼 드레드노트급 참치 체펠린. 경의 광기적 야심의 상징이다.

 "……."

 그녀의 시선이 갑자기 차게 식는다. 태양은 천천히 동쪽 하늘로 올라간다.

 다시 한 번 농원을 보면, 언덕을 올라오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그것이 닌자라 알아챘다. 아무래도 목적지는 이 집인 모양이다.

 

"그렇구나."

 그녀는 창문에서 떨어져, 전신 거울 앞에서 실내복을 벗어 던졌다. 자신의 거울상을 노려본다. 거의 사라져가던 옛 상처와, 이 7년에 상응하게 나이를 먹어 근력이 약해진 신체. 둘 다 자신의 인생의 총체이며, 어느 쪽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귓속에서 삐걱삐걱 들려오는 소리는, 자신의 뼈가 삐걱대는 소리다……닌자 소울이 떨리고, 잉걸불과 같이, 저주와 같이 남아있던 닌자 근력이 지금 다시 그녀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검정 일색의 옷을 골랐다. 조의를 위해. 거창하네, 하고 테오가 쓴웃음을 짓는 얼굴이 뇌리에 떠오른다.

 "아아, 아아, 시간이 없네. 정말."

 그녀는 투덜거리면서 서둘러 안쪽 방으로 행했다. 닌자 제육감은 내방자의 접근을 감지하고 있다. 사다리로 다락으로 올라가, 햇살이 비치는 아틀리에 구석의 마루 밑. 그곳에 그녀는 몰래 「그것」을 숨겨두었었다.

 "우엑, 콜록콜록! 콜록콜록!"

 마루를 들어내고 먼지에 목이 막히며 「그것」을 손에 들었다. 검은 칼집에는 반야심경의 한 구가 새겨져 있으며, 금으로 도장되어 있다. 7년이나 방치된 채로 뒤돌아보지도 않았던 「그것」이었지만, 그녀의 손의 체온을 느끼자 미미한 진동으로 대답해주었다. 마치 얼어붙은 나그네가 오카야마 현의 온천에 목까지 몸을 담가, 금세 생기를 되찾는 것처럼. 그 감각은 그녀에게 있어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지……시간이 없다.

 그녀는 말없이 카타나를 반쯤 뽑아, 검은 도신을 확인했다. 그곳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닌자 그 자체였다.

 삐-입. 삐-입. 요란하게 울리는 현관 버저를 들으며 그녀는 천천히 내려갔다. 한 번, 테오의 시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삐-입. 삐-입. "네 네, 지금 나간다니까……"

 문을 열면, 군장을 입은 닌자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닌자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

 "괜찮으신지?" "뭐야."

 "레드해그=상이 맞으신 지?"

 "……그러는 당신은?"

 "도-모, 차이트가이스트입니다."

 "그거냐? 지금 난폭하게 날뛰고 있는 울베인 경의 수하겠지, 그 모습은."

 "여러모로 어폐가 있군요……뭐, 그 말 대로입니다. 저는 전자 에게 해 제국의 닌자입니다. 오늘은 일진도 좋고……음후후."

 닌자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한 걸음 물러나 오지기했다. 이어서 머리를 올리며, 그는 자주색 천으로 싸인 코베인 다발을 내밀었다.

 "도-조."

 "허엉?" 그녀는 그것을 받아 들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다. "이 돈은 뭐야?"

 "아아, 이건 퇴거 비용이라 생각해 주시길. 레드해그=상." 차이트가이스트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전자 에게 해 제국 영토 내에서 귀하와 같은 비소속 닌자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귀하와 같이 과거에 용병 경험이 있는 닌자는 시큐리티 상의 문제가 있으니 말이지요."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타버린 농원을.

 "음후후……. 귀하가 소유하는 농원일까요? 폭격은 실로 불운이었습니다. 하지만 뭐, 그 대신, 좋은 계기라 생각해주신다면. 결과적으로 이 토지에 대한 미련도 사라진 게 아닐지?"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재밌네. 해보자고."

 "흐음……?"

 차이트가이스트는 의아했다. 아트모스피어가 명백히 바뀌는 것을 감지한 그는 반사적으로 타타미 네 장 뒤로 뛰어 물러나, 허리의 홀스터에 있는 전자 톤파에 손을 가져댔다.

 그녀는 얼굴을 올렸다. 그리고 칼집에서 검은 카타나를 뽑았다. 끼이이이익. 불온하게 삐걱대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자, 그녀의 의복은 녹아내려, 그 신체에 페인트와 같이 들러붙었다. 그것이 그녀의 닌자 장속이었다. 불러 깨워진 닌자 근력이 그녀의 신체를 강철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긴장시켜, 혈중 카라테가 핏줄을 타고 돌아다닌다.

 

 "흐음……." 차이트가이스트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전자 에게 해 제국의 닌자. 저에게 반항한다는 것은, 제국에 반항한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 죽는 것을 고르시겠다고."

 "앗핫하. 자신 넘치네, 당신." 레드해그는 7년 만의 처참한 미소를 띄웠다. "개인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마침 나는 훌쩍거리고 있었거든. 그야 그렇겠지. 좋아하는 남자는 죽었으니까."

 "그건 참. 애통하기 그지없군요. 그러다가 결국 자포자기한 것입니까."

 "그건 아니야. 케지메를 짓고 싶은 기분이야." 레드해그는 말했다. "당신들이 내 농원을 깔보는 짓을 해준 건 하늘의 계시일지도 모르겠네. 좋은 계기. 그 말대로야. 마음을 다잡게 해준 건 감사하고 있어. ……용서하진 않겠지만."

 "호호오."

 차이트가이스트는 미소를 지었다. 엄청난 살기가 양자의 사이에 응집되었다. 그리고…….

 ""이얏-!""

 그들은 동시에 뛰어올랐다! 검은 카타나와 전자 톤파가 서로 부딪히자, 비명과도 같은 기괴한 충돌음이 울려 퍼지며, 공간에 검은 얼룩이 생겨났다. 얼룩이 확산하며 사라지는 사이에, 두 사람은 다시 서로 부딪혔다.

 "이얏-!" "이얏-!"

 "좋네, 눈이 뜨인 건가, 당신도!"

 레드해그가 말을 건 상대는 검은 카타나였다. 카타나는 대답하는 듯이 서서히 진동했다. 간격을 벌리고 카라테 자세를 다시 잡은 차이트가이스트의 미간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레드해그가 어떤 닌자인지도 그리고 그녀의 흑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낙소스 섬에 잠복한 전 용병 닌자. 그 진정한 두려움을 그의 모든 닌자 제육감이 감지했을 때……. "아바-앗!" 그의 정수리는 두 동강이 났고, 뇌장과 선혈을 하늘 높이 뿜어내고 있었다.

 "사요나라!"

 폭발사산한 차이트가이스트의 등 뒤의 땅을 밟은 레드해그는 검은 카타나를 칼집에 넣고 중얼거렸다. "그러면……. 다시 잘 부탁해, 오부츠단. 당신과의 관계를 원래대로 돌리는 건, 내게 있어선 조금도 기쁘지 않지만."

 카타나는 불평을 하듯 도신의 심에서 금속질의 신음을 냈다.

◆◆◆

 "……라는 이유로 말이야. 전자 에게 해 제국인지 전자 지중해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깔봤으니까 때려눕힌다는 이야기……"

 레드해그는 오렌지 농원이 불탄 자리와 차이트가이스트와의 전투에 대한 것 이외는 전부 할애해서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케모 스트롱 병맥주를 들이켰다.

 "정말로, 첫날부터 이 꼴이면, 앞이 염려되네." 노부자메 E는 양손에 파인 캔을 들고 돌아왔다. "전쟁이 한창이잖아. 소문 이상이야. 어떻게 된 거냐고 이 섬은."

 끼이이익! 인간형 기계는 손목에서 선반을 내서 테이블 위에 놓인 파인 통조림을 개봉해간다.

 

"내게 묻고 있는 건가? 이 섬의 주인은 다들 한창 자고 있을 때 습격당한 것 같은 거야."

 그녀가 다 마신 병을 테이블에 쿵 하고 KRAAASH! 등 뒤에서 무언가가 요란하게 낙하했다. 모르타르가 무너져 바닥에 떨어지면서 천장과 벽의 갈라진 곳이 벌어진 것이다. 노부자메 E는 레드해그를 비난하는 눈길로 봤다. 레드해그는 살짝 당황했다.

"아니, 아냐! 애초에 건물이 오래됐으니까 그런 거겠지!" "흥."

 기계는 고개를 저었다. 레드해그의 맞은편에 앉아, 무뚝뚝하게……검지 끝에서 과일 포크를 꺼내서……장갑을 방불케 하는 턱을 움직여 통조림 파인애플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는 건가."

 "아아? 오이란드로이드도 먹잖아. 로봇을 너무 깔보지 말라고."

 지금 둘이 있는 장소는 카운터 바……였던……무인 폐허다. 벽이 벗어져 떨어져, 천장에도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어제까지는 현지인 손님이나 관광객들로 떠들썩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점원이나 손님 따윈 일찍이 이 부근엔 남아있지 않다. 파인 캔도 케모 스트롱 비어도 완전히 파괴된 이 가게에 방치된 물건을 빌린 것이다. 냉장고 전원은 당연히 꺼져서 미지근하다.

 "아……잠깐만,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아직 하지 않았네!"

 노부자메 E는 문득 생각나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걸 건네주지 않았다고. 나는 이런 것입니다."

 품에서 꺼낸 것은 홀로그램 명찰이었다. 떠오른 홀로그램 문자는 「노부자메 E 출신:가이온 시티」.

 "가이온?" 여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E는 뭐야."

 "오버홀을 받아서, 그 버전 표기다. 원래는 그냥 노부자메였지만 말이지. 지독한 테러에 휘말려서……알고 있나? 문바이랑 가이온이 엉망진창이 됐잖아. 그래서, 마침 가이온에 관광을 왔던 닥터 마토모라는 이름의 과학자가 있어서 말이지. 성가신 영감이지만, 나를 불쌍하게 여겨서 오버홀해서……."

"후-, 신상 이야기가 시작되버렸나."

"당신이 설명하라고 했잖아." 노부자메 E는 분개했다. "이러니까 인간은 비합리적이라고.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그렇지. 나는 가이온에서 리키셔 경비원을 했단 말이야. 리키셔, 알고 있나?"

"택시 같은 거잖냐."

"그래, 택시. 인력으로 움직이는 거. 인력? 만약 내가 리키셔를 끈다면, 로봇력으로 움직이게 되겠군. 핫핫하. 이거, AI 조크라고. 웃어."

"딱히 재밌지 않으니까."

 여자는 통조림에 손을 뻗어 파인애플을 한 조각 집었다. 노부자메 E는 턱을 괴었다.

"칫. 뭐 됐어. 아무튼, 나는 대수술을 받아서 살아 돌아왔다는 거다. AI도 향상돼서 이렇게 머리 회전도 좋아졌다. 그래서, 뭐, 마토모 박사는 은인이라는 것이 되니까, 나도 가능한 한 고맙게 여기려고 해서……. 그걸로 이번 미션을 맡게 된 거다. 이 섬에 온 건 여행을 위한 게 아니야. ……자, 그러면 당신 차례라고. 당신은 뭐야? 어디에서 왔어."

"레드해그. 주소는 이 섬……이었지." 그녀는 이름을 댔다. "이상한 기분이네. 로봇 상대로 자기소개한다는 건."

"코드네임인가? 묘한 이름인데."

"닌자니까."

 레드해그는 아무렇게나 말했다. 노부자메 E의 눈이 점멸했다.

"닌자." "그래. 요즘 같은 때니까 하나나 둘 정도는 본 적 있겠지."

"데이터베이스엔 있다고, 물론." 노부자메 E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흐응……닌자 말이지. 그러니까 그런 카라테가 가능했다는 건가. 이해했다. 울베인 경을 밀어붙인 당신의 카라테, 대단했다고. 강화된 내 카라테에 뒤지지 않군."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도 모르겠는 로봇에게 칭찬을 들어도 말이지."

"아까부터 흘려 넘길 수 없겠는데. 나 같은 "우수한" 로봇은 세계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을 거야. 내 AI는 그, 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는 우키요들과는 다르니까 말이지. 테크라고. 닥터 마토모는 실제 박사다.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

『거기선 제대로 칭찬하지 못할까!』

 노부자메 E의 쇄골 부근에서 잡음이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레드해그가 미심쩍게 바라보자, 그곳에는 직사각형의 작은 액정 패널이 있어, 「박사 온라인인」의 민초 문자가 LED 점등하고 있었다.

"영감, 도청하던 거냐고."

『통신이 제법 안정돼서 말이지.』

 위잉위잉위잉……. 기괴한 구동음과 함께 액정 패널에서 테이블로 홀로그램 영상이 투사되었다. 맥주병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덥수룩한 흰머리를 한 학자풍의 남자가 떠올랐다. 이게 닥터 마토모다.

『이것 참,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자니, 아름다운 분이 아닌가!』

"미안하군." 노부자메 E는 레드해그에게 사과했다. "박사 녀석, 통신 확립 시에 내 시야를 IRC로 훔쳐본단 말이지." 목의 액정 패널을 가리킨다. "영감이 훔쳐볼 때에는 이 표시로 알 수 있어. 성가시지만……"

『파손은 없나? 수리가 필요한 부분은? 온라인 진단에선 가동 이상은 없다고 나와 있다만……』

"당연히 무상이겠지."

『지금 있는 장소는? 어떻게 된 거냐? 도모 트루퍼는 거기에 없는 건가. 거듭 말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울베인 경의 진격 속도가 빨랐다! 상정 외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그러니까 말했잖아. 물러나는 게 정답이었지. 애초에 당신 정보가 너무 느려. 포르타라에서의 연설의 방비도 말이지……나한테 좀 더 유효한 데이터를 보내봐. 설마, 정시 뉴스 방송이 정보원인 건 아니겠지?"

『예산의 최적화를 행하고 있는 거라네.』

"역시 정시 뉴스 방송이 정보원이냐고."

『하지만, 돌파구를 열 수는 있다! 믿는 힘과 용기가 중요하네. 그쪽 분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허엉? 나?"

 레드해그는 자신을 가리켰다. 닥터 마토모는 격렬한 몸짓을 섞어가며 말했다.

『그 말대로! 울베인 경에게 단신으로 향한 기개가 노부자메 E에게도 있다면, 공격자가 둘이 되는 것으로 두 배, 돌파력은 백 배가 되었다. 노부자메 E는 당신의 기개를 배워야만 하네. 뜨거운 감정을 말이지. 뭐, 그 백 배로 실제 그 전자 배리어를 깨뜨릴 수 있었는지는 다른 이야기다만……아마 도모 리액터에서 유래한 테크가 사용되었다 보네.』

"아아, 그래. 전자 배리어에 대한 이야기다."

 노부자메 E는 그 이상 닥터 마토모를 상대로 해주지 않고, 레드해그에게 직접 말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았지. 정공법으로는 무리라고. 저건 위험한 테크놀로지다. 당신의 카타나 일격도 신경 쓰이지만 말이지. 분석 불능의 노이즈가 나왔다고."

"내 카타나엔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이야기하면 길고, 이번 건에선 아무래도 좋아." 레드해그는 설명을 거부했다. "아무튼, 그 울베인 경을 섬에서 내쫓겠어. 나는 그렇게 정했어. 당신들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관계의 일치로 볼 수 있겠군!』 닥터 마토모가 끼어들었다. 『노부자메 E여. 이 레드해그=상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 상책이야. 그러면 도모 리액터 탈환할 기회도 생길 것이고. 만약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보수를 제시해온다면, 내가 어떻게든, 부디 성의를 보이려 노력할 테니…….』

"전부 들리고 있어, 당신." 레드해그는 말했다. "그 도모 리액터인가 뭔가 하는 게 당신들의 목적인가?"

『그러네. 원래, 도모 리액터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분하지만……. 일의 발단은 닥터 도모라네. 알다시피, 보퍼 울베인 경의 그 무시무시한 과학 전력을 지탱하는 어둠의 무기상 닥터 도모. 그 녀석은 말이지, 원래는 내 랩의 연구원이었었다네.』

"미안하지만, 나는 그 무기상에 대한 건 몰라. 7년간 오렌지 농사를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쯤의 정세는 지금부터 공부하도록 하지."

『으음……아무튼, 그 악명 높은 닥터 도모는 나를 배신해 최대의 연구 성과를 탈취했네. 그리고 도모 리액터를 만들어냈어. 그 참치 도모의 심장부가 바로 그것이네! 확실히 녀석은 내 제자 중에서도 가장 총명한 남자였다네. 그 두뇌는 실제 격이 달랐다. 하지만 그 인간성은 사악의 극치였다! 가슴 속에서는 나의 연구를 어떻게 훔쳐, 어떻게 어둠의 비즈니스에서 활용할지, 사악한 계획을 세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거야! 용서 못 한다!』

"조금 진정해. 그래서? 당신은 무슨 학자인 거야?"

『IRC-SNS로 부디 나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좋은"을 눌러주길 바라네. 그렇게 한다면 레드해그=상, 당신도 나의 고마움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나는 달이 부서진 세계의 순교자적 연구자로, 돈만이 목적인 암흑 메가코프 연구원들과는 뜻의 레벨이 다르다. 에메츠 에너지의 평화 이용……아이들의 미소. 그것이 내 꿈과 이상인 거라네…….』

"그래서?"

『이 뒤에 반드시 IRC-SNS를 확인하고 "좋은"을 눌러주라고. 그래서, 보아하니, 당신은 단신으로 보퍼 울베인 경에게 도전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야, 이 섬에 군대라 부를 만한 건 없으니까 말이지."

『즉 이해의 일치라는 거다. 참치 도모의 도모 리액터를 탈환하는 것. 보퍼 울베인 경을 쓰러뜨리는 것. 이는 거의 비슷한 목표라네. 따라서 당신은 이 노부자메 E와 협력할 이유가 있네. 이유밖에 없어!』

 닥터 마토모는 눈을 부라리며 주장했다.

"흥……뭐, 그것에 관해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노부자메 E의 눈이 명멸했다.

『닥터 도모가 제공한 참치 도모는 실제 울베인 경의 힘의 근원인 거다! 그걸 무력화하면 주변의 암흑 메가코프의 공격에 버티는 것은 불가능할 터. 그런 거다! 나는 실제 도모 리액터의 본래 발명자니, 그것을 멈춰, 참치 도모를 무력화하기 위한 이론은 확보해두었네. 이론상 가능이라는 것은 이긴 것과 같다! 레드해그=상, 다시 제안하겠네만, 이 노부자메 E와 행동을 함께하는 것이네. 우리들이 힘을 합쳐 녀석들의 야망을 꺾어보지 않겠는가!』

"나는 어느 쪽이든 됐어." 노부자메 E는 끄덕였다. "적어도 당신이 방해되지는 않는다는 건 확인한 참이니까. AI는 냉정하게 그런 걸 판단하는 거야."

"으음."

 래드해그는 의자에 기대, 박사의 영상과 노부자메 E를 교차해서 보았다. 그리곤 말했다.

"……오케이, 그걸로 가자. 나한테 계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멈춰있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말이지."

『결정됐군. 좋은 판단이라네!』

닥터 마토모는 굿 사인을 날렸다. 하지만 박사의 라이브 영상은 거기서 사라졌다. 노부자메 E가 투사를 중지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의 바깥으로 몸을 돌렸기 때문이다. 레드해그는 노부자메 E를 눈으로 좇으며 자신도 일어났다. 둘의 시선의 끝에 원기둥 모양의 악마 병사의 실루엣이 넷, 역광을 띠고 있었다.

"비 도모 무기물 1. 인체 1."

 끼이이이익. 긴장감을 조성하는 구동음과 함께, 머리 위에 「도모」 홀로그래피가 떠올랐다. 이에 더해 그 안쪽에 하나 더. 역삼각형의 상체를 가진 근육질 인간의 형체를 한 기계병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음 놓고 파인도 못 먹겠군."

 노부자메 E는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레드해그는 카타나를 뽑았다. 진동하는 검은 도신. 공기가 배어난다.

『주의하는 거다!』 영상의 투영은 없지만, 계속해서 노부자메 E의 목 아래에서 닥터 마토모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뒤의 마이너 도모는 도모 트루퍼를 총괄하는 강한 개체이며, 그 전투력은 얕잡아 볼 수 없네!』

"이얏-!"

 노부자메 E가 이쿠사의 시작을 끊었다! 자이로 음과 함께 바닥을 미끄러져 급접근! 몸을 비틀자, 어깨에서 등까지를 가장 앞의 도모 트루퍼에게 충돌시켰다!

"삐각-!"

 나무삼! 고도 카라테 기술, 보디 체크다! 산산조각이 나는 도모 트루퍼! 레드 해그는 피드백 배기하는 노부자메 E를 회전 점프로 뛰어넘는다!

"이얏-!" "삐각-!"

 레드해그는 도모 트루퍼의 정수리를 스톰핑으로 파괴하고 추가로 뛰어올라 마이너 도모의 눈앞에 도달했다. 마이너 도모는 오른팔을 올렸다. 도모 테크의 주력 화기 중 하나, 풀 오토 산탄총 「헤비 사토시」가 팔 끝에 직접 장착되어 있다! 아부나이!

"제로화……." "이얏-!"

 레드 해그는 공중에서 소용돌이를 방불케 하며 고속 회전, 검은 칼날을 가로로 세워 휘둘렀다! 마이너 도모의 헤비 사토시는 오른팔째로 도려내져, 으스러져, 무너져, 

파쇄되어, 초자연적인 칼날은 그대로 어깨에서 머리까지 도달해 단칼에 처참하게 잘라냈다! "삐가각-!" 파괴!

"이얏-!" "삐각-!" "이얏-!" "삐가가각-!"

 노부자메 E는 남은 도모 트루퍼에게 순간적인 돌진 후 팔꿈치 내려치기를 때려 박아, 레드해그가 뒤돌아봤을 때에는 그 모든 것을 정리한 뒤였다.

『해냈나! 역시로군!』

 닥터 마토모의 음성이 갈채했다. 노부자메 E는 굿 사인을 펼치고, 눈을 빛냈다.

"아아, 그러면, 일단 앞으로도 잘 부탁해. 노부자메 E=상."

 레드해그는 노부자메 E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남은 케모 스트롱 맥주병을 전부 마셨다. 빈 병을 테이블에 다시 올리자, KRAAASH! 모르타르가 더 무너져 바닥에 떨어지며, 천장의 푸른 하늘이 점점 더 넓어졌다.




3

 낙소스 섬 북부의 해안, 하늘과 바다……파도는 잔잔하며, 태양도 따뜻하다. 이 지방의 색채는 선명한 흰색과 파란색으로 되어 있다. 집들의 벽은 하얗고, 장식으로 사용된 도장은 깊은 파랑. 그건 이 지방의 자연에서 직접 팔레트를 따온 것 같기도 하다. 탁 트인 바다는 흰색과 파란색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하늘의 파란색과 층을 이룬다.

 평소대로라면 관광객들로 떠들썩할 터인 이 구역도, 지금은 유사시의 생기는 긴박감이 지배하고 있었다. 불안에 어두운 표정을 짓는 몇 가족이 모여 앉아 해안선을 빤히 보고 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통상 연락선이다. 이 섬에서 배를 타고 탈출해 지중해 연안의 도시들로 일단 피한다. 고향을 떠나는 고통을 참으며 안전을 확보하기로 정한 사람들이 이 해안에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엄마, 나, 나 안 울 거야."

 아직 작은 남자아이가 묻지도 않았는데 강하게 선언하며 모친의 손을 잡았다.

 "내가 제대로 안하면, 엄마가 곤란하잖아."

 "레반……레반!"

 초췌해진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빛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가족들도 오열했다. 그들은 어제까지만 해도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갑자기 빼앗기고 말았다.

 "봐!"

 누군가가 외치며 손가락질을 했다.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수평선의 작은 그림자가 서서히 이 해안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틀림없이 연락선이었다!

 "오오, 신이시여……" "다행이다……!"

 뿌우-. 연락선이 기적을 울렸다. 서로 끌어안고 쾌재하는 이도 있다.

팽팽하던 긴장감이 이제 풀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SPLAAASH……연락선은 두 동강이 나서 덧없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

 희망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바뀌었다! 대체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연락선을 파괴한 것은 바닷속에서 솟구쳐 선체를 꿰뚫은 강철 뱀이었다. 아니, 뱀이 아니다. 그것은 촉수다. SPLAAASH……잔해로 변한 연락선과 자리를 바꾸듯 해상에 모습을 드러낸 촉수의 본체는 타원형의 강철 기계였다. 마치 문어와 같다. 문어를 섬뜩한 기계 신앙 컬트의 가치관으로 비틀어 놓은 듯한 이형이다. 울베인 경의 전력임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미 이 낙소스 섬은 마구로 도모의 일점 돌파만이 아니라 전개 전력에 의해 제해권도 손에 쥐고 있다. 구조선을 기다리는 등의 행위는 너무나 낙관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결말은 당연하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그들과 같은 무력한 시민에게 그것을 상상하라 하는 것도, 가혹한 이야기가 아닌가?

 낙소스 섬은 평화롭게 졸고 있었다. 그것은 주변 지역의 치열한 기업 전쟁, 상호 위협이 빚어낸 에어 포켓으로서의 평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평화는 고귀한 것이었다. 보퍼 울베인의 야망은 그것을 무참히 파괴한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거대한 물기둥이 물보라를 일으키고, 밀려온 파도가 해안을 짓밟았다. 타원 촉수 기계는 놀라운 속도로 상륙을 달성했다. 머리 위에는 거대한 「도모」 홀로그래프를 투사했고, 타원에 가로세로 무작위로 여러 개 파인 선 안쪽에서 카메라 아이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불온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비무장 시민 확인. 캡처 개시."

 다관절 각부가 뱀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휘어져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첨단부의 매직 핸드 카와이이 캐치와 같은 머니퓰레이터가 개폐했다.

 "캡처 진행." "아이에에에에!"

 머니퓰레이터가 달려 도망치는 시민을 무자비하게 잡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정수리가 해치를 방불케 하며 열리고, 그곳에 날뛰는 시민을 아무렇게나 던져 넣었다.

"캡처 완료. 진행도 2%"

 나무아미타불! 이 기체는 틀림없이 닥터 도모의 악마적 무기 중 하나! 마인드 도모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캡처 계속. 진행도 2%."

 마인드 도모는 가까이 있는 시민에게 각부를 뻗어, 머니퓰레이터로 잡아 정수리의 구멍에 던져 넣는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

 "캡처 계속. 진행도 26%."

 하나둘 잡혀가는 시민! 늘어가는 진행도!

 "아이에에에에! 레반!" "엄마!?"

 나무삼! 모친이 캡처 당했다! 아이에게서 무자비하게 때어낸다!

 "레반! 도망쳐! 엄마는 괜찮아!" "엄마-앗!"

 들어 올려지는 모친!

 "놔! 이 녀석!"

 시민 중 하나가 고함을 지르며 총을 겨누었다. 절망적인 공격 의지이다. 하지만 다른 다관절 각부가 즉시 그 시민을 후려갈겼다.

 "아바-앗!" "화기 소지 시민 확인. 제로화 완료."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

 나무아미타불! 거대 기계는 덤덤히 시민 캡처 행위를 개시했다! 하지만 보라! 그때 비치를 향해 화살과 같이 달려오는 존재를! 그것은 1기의 오토바이였다. 탑승자는 노부자메 E. 시트 뒷부분에 추가로 1명. 전속력으로 주행하는 중, 무리하게 일어나, 레드해그는 도약했다.

"이얏-!"

 레드해그는 마인드 도모를 뛰어넘어, 공중에서 뒤를 돌았다. 그 손에는 검고 불길한 카타나 「오부츠단」! 그 일련의 동작 속에서, 그는 이미 공격을 끝냈다. 한순간 뒤 모친을 붙잡았던 다관절 다리가 도중에 도려내진 듯 절단되어 떨어졌다.

 "아이에에에에에!" "이얏-!"

 악력을 잃은 머니퓰레이터에서 공중으로 내던져진 모친을 시차로 오토바이에서 도중에 내린 노부자메 E가 안아 착지했다. KRAAASH! 등 뒤의 차체는 넘어졌다.

 "아이에에에에에!" "안심해. 나는 보는 대로 기계지만, 도모의 기계와는 관계없다고."

 노부자메 E는 모친을 진정시키고 아이의 곁으로 돌려보냈다.

 "엄마! 엄마!" "레반……! 오오, 어,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감사는 필요 없어! 귀찮으니 말이지!"

 노부자메 E는 마인드 도모를 향해 서서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부릉……부르르릉! 카라테 엔진이 소리를 내며 관절부에서 슬쩍 보이는 파워 튜브가 열을 감싸고 빛나기 시작했다.

 "이얏-! 이얏-!" "삐가각-!"

 레드해그는 마인드 도모의 다관절 각부를 재빠른 참격으로 파괴했다. 검은 칼날은 벤 대상이 아무리 강고한 소재라도 카라테와 함께 도려내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공훈을 저 녀석에게만 줄 수는 없지!"

 노부자메 E는 쌓아둔 힘을 해방했다.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부스터의 초가속으로 마인드 도모에게 접근해, 활주의 기세를 실은 무시무시한 정권 찌르기를 마인드 도모의 복부에 때려 박았다.

 "이얏-!" KRAAASH! "삐가가각-!"

 "한 발 더 간다! 이얏-!" KRAAAAASH! "삐가가가각-!"

 파쇄! 노부자메 E는 균열에 양손을 억지로 집어넣어, 강인하게 찢어 벌려 나갔다. 튜브류가 갈기갈기 찢기고, 뜨거운 기계유가 쏟아졌다.

 "이얏-!" "삐가가각-!"

 나무아미타불! 옆구리가 찢긴 마인드 도모는 경련하다 기능 정지! 이윽고 찢어진 복부에서 방금 삼켜진 시민이 기어나온다!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

 무사! 레드해그도 아래로 내려와, 노부자메 E와 함께 그들의 탈출을 도와줬다.

 "지독한 하루네, 당신들." "아이에에에……감사합니다……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감사합니다……." "아이에에에에, 아……카노코=상? 카노코=상인지?"

 구출된 사람 중 하나, 조금 통통한 남성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레드해그는 바로 알아봤다. 야니다. 현지 사람으로, 오렌지 농가와 오랜 교류가 있다.

 "야니-상인가, 기우군. 도망친 건가?" "아, 아아, 그래. 하지만 그……어떻게 된 건가, 그런 두려운 모습으로!"

 "이 녀석들에게 우리 농가가 당해버려서 말이야. 전멸이다. 그러니까, 옛적에 익혔던 걸 다시 쓰기로 했어. 남편도 막 가버렸으니까, 좋을 때지."

 "아아." 야니는 곤혹스러운 가운데 눈을 내리깔았다. "테오=상은……돌아가셨는가, 그런가."

 "아아, 그야말로 폭격의 와중에서 왕생했지. 병으로 말이야." 레드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살아나지 못했어."

 "유감이었군……."

 "뭐, 무슨 타이밍에 죽어버린 거냐, 라고는 생각하지만. 남편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지 않겠어. 이런 때에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지."

 "하지만……그……당신이 설마, 그런 뒤숭숭한.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건가."

 "시츠레이네!" 레드해그는 웃었다. "뭐, 이쪽의 일도 여기에 오기 전에는 그럭저럭 길게 하고 있었거든. 속인 것 같아서 미안했어."

 "미안하기는! 당신의 오렌지는 매년 좋은 과실을 맺고 있었어." 야니는 레드해그의 손을 강하게 쥐었다. "자세히는 묻지 않겠어. 무엇보다 지금 이렇게 내 생명의 은인이 되어주지 않았나? 하지만 그런 거친 일을……걱정이네. 나는 그……당신의 팬이었으니까."

 레드해그는 신묘한 표정을 하고, 야니를 안았다.

 "음울한 건 싫거든. 그쯤 해둬. 아무튼, 그 뭐시기 빌어먹을 녀석은 내가 제대로 벌을 줄 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고."

 "……오탓샤데……!"

 "어이 봐라, 이 녀석들 상태가 이상하다고."

 노부자메 E가 구출된 사람 중 몇 명을 가리켰다. 목숨을 구하고서도 환희나 공포를 드러내지 않고 그저 멍한 듯 주저앉아 있다.

 "PTSD인가?"

『아니, 다르다. 이게 마인드 도모의 무서움이네!』 닥터 마토모가 말을 걸었다. 『마인드 도모는 잡은 인간의 정신을 침식해, 최종적으로 노예화해버리네. 그들은 캡처되고 나서 시간이 지났겠지. 분명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먼저 잡혀버린 거라네. 악마의 과학인 거야!』

 "이건 당신의 연구와 관계 있는 건가, 영감?"

『기초 연구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네. 닥터 도모는 그걸 사악하게 응용해서 이런 병기를 만들어냈어! 녀석을 내버려두면 큰일이 난다!』

 "기초 연구……뭐라고? 역시 당신이 발단인가?" 노부자메 E는 어이가 없었다. "당신이 앞뒤를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일어난 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흐리지 말아라. 아무튼, 그 무기력한 시민은 자아가 박탈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네. 적절한 영양과 시간 경과에 따라 자아를 되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겠지. 그리 전하도록.』

 다른 시민이 무기력 시민을 도와 일으키고 맞아들였다. 사람들은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에게 오지기를 하며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 육지 쪽으로 돌아간다. 그들을 기다리는 운명은 계속해서 가혹하겠지.

 "카노코=상." 떠날 때에 야니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로 당신, 울베인 경을 이 섬에서 내쫓는 거겠지?"

 "아아, 그래."

 "그게 끝나면, 다시 돌아오는 건가?"

 "앗핫핫하. 조심해서 가라고."

 레드해그는 손을 흔들었다. 야니는 슬픈 듯이 다른 시민의 뒤를 따랐다.

 "그래서? 지시대로 이 녀석은 확보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레드해그는 마인드 도모의 몸체를 두드리며 닥터 마토모에게 물었다. 노부자메 E는 발밑에 닥터 마토모의 홀로그램 영상을 투사했다.

『아아, 그렇지, 그렇지! 내가 조사한 바로는, 도모 트루퍼는 개미를 방불케 하는 피라미드형의 지령 구조로 되어 있네. 녀석들의 뉴런은 네트워크 접속으로 공유화되어 있어서, 지휘가 원활하게 말단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거야. 도모 트루퍼는 마이너 도모에게 통괄되고, 마이너 도모는 메이저 도모에게 통괄된다. 이렇게 프로세서 부하를 분산시켜서 최적의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네. 이 시스템에는 원활한 IRC 네트워크가 필요 불가결. 그것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이 마인드 도모란 말이네.』

 "그래서?"

『사고를 관장하는 부위가 있을 터. 그곳에 송수신 유닛이 접속되어 있을 것이네. 노부자메 E, 전자 서치로 확인하는 거다.』

 "예예……이거지?"

 노부자메 E는 마인드 도모의 몸으로 기어올라, 정수리 부근의 파인 곳을 비틀어 커버를 벗겨 냈다. 그곳에 손을 꽂아넣어 코드가 연결된 회로 기판을 떼어냈다.

 "아마 이거라고. 보이나, 영감."

『음! 틀림없다. LAN 직결하는 거다. 시간은 얼마 없네!』

 노부자메 E는 케이블을 직결했다

"아아……보이는데. 나뭇가지 형 구조인가? 그래서? 이 상위 계층을 해킹하는 거지? 나는 불가능하다고. 영감이 하는 거지?"

『해킹이라고? 그런 가공할 범죄행위 기술을 나와 같은 선량한 과학자가 가지고 있을 리 없다. 당연하네. 하지만 동기는 완료했지? 해킹하지 않고도 충분한 정보를 얻었을 터. 다른 마인드 도모의 좌표는 알겠지?』

"아아, 알 수 있게 됐군."

『해냈군! 그걸로 충분하네! 데이터를 이쪽에 송신해주게나. 마인드 도모는 앞으로 몇 체 있나!?』

"둘이다."

『과연! 이 낙소스 섬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타당한 배치겠지. 알겠나, 그것들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퍼 울베인의 전자 배리어를 무효로 할 수 있을 거네. 놈의 전자 배리어는 성가셨겠지? 그건 마구로 도모가 출력한 것으로 보아, 울베인 경의 주변에 전개하기 위해서 지상의 중계점이 필요하다. 그것이 마인드 도모의 도모 마인드 공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일절 없는 사실이다!』

"하나하나 순서대로 하는 건가? 그렇게 간단하게 되려나." 레드 해그가 의문점을 말했다. "지금 한 습격도 상대에겐 전해질 거야. 울베인도 바보는 아니겠지. 대비할 거야."

『그건 당신의 그 훌륭한 전투 기술과 노부자메 E의 카라테크를 사용하면 어떻게들 될 것이야. 나는 전문 외니 그런 부분은 잘 모르네. 기대하고 있겠네.』

"당신의 우려에는 일리가 있군, 레드해그=상." 노부자메 E가 인정했다. "내 AI의 계산에도 그렇게 나와 있어. 다음 마인드 도모를 격파하더라도, 적은 그 다음 마인드 도모에 상당한 전력을 할애할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는 수적으로는 결국 둘……아니, 그런가. 결국, 두 마인드 도모를 동시에 덮치면 된다. 알겠나?"

"이의 없음."

 레드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자메 E는 박사와의 통신을 종료하고 지도 데이터 참조에 들어간다. 최적의 습격 경로를 도출하는 계산을 시작하자, 관자놀이의 LED가 불규칙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다소 할 일 없이 따분한 대기 시간이 시작됐다.

"레드해그=상, 아까 이야기, 몰래 듣고 있던 건 아니지만."

"응? 아아, 야니=상과의 이야기인가? 곤란하네."

"여러모로 큰일이었던 것 같군."

"로봇에게 격려받는다는 건 이상한 기분이야."

"내 AI의 감정 기능은 풍부하니까 말이야. 공감을 표하는 거야. 정신적인 스트레스 상태는 어때. 스캔할까?"

"필요 없어." 레드해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이야기가 되는 게 귀찮으니까 조용히 하고 있었던 거야. 헤아려줘, 로봇 씨."

"속이 깊군."

"신상 이야기를 하는 김에,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줘. 쿄토에서 리키셔의 경비원을 하고 있었다며? 당신, 그 때부터 이렇게 술술 말하던 건가."

"뭐 그렇지. 대신, 더 단순한 구조였어. 회화의 IF 구문이 여러 개 들어있었던 거야. 지금은 더 회화를 세밀하게 나눠서, 재배치하고, 더 자연스러운 회답이 가능하도록 말하고 있지. 그게 가능하게 된 건 그 마토모 영감 덕이지만……."

 노부자메 E의 눈이 점멸했다.

"덕이지만, 그래서?"

"그 영감에게는 말하지 마. 영감도 저런 상태야. 자신의 시도가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줄 알고 있어. 다만……영감은 내 프로세서에 에메츠를 썼지. 그 결과, 나는 똑똑해졌어.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나 자신도 그 이유는 잘 몰라. 즉, 재현성이 없고, 블랙박스인 거야. 아마 똑같이 에메츠를 사용해서 다른 AI의 지능을 향상하려고 해도 제대로 안 될 거야. 불안정한 검은 돌에 대고 도박이라니……. 그런 건 이론적이지 않잖아."

"에메츠인가. 이 10년 사이에 자주 듣게 됐지."

"그러니까 내 인생의 목적은 나 자신의 지능 향상 이론을 확실히 데이터화하는 거야. 나라도 말이지, 같은 처지의 녀석이 나 말고 아무도 없는 건 싫으니까 말이야. 우키요는 축복받은 거지. 모일 수 있으니까……. 아아, 경로 산출이 끝났다고."

 관자놀이의 LED가 재점멸. 노부자메 E는 조심스럽게 옆구리에서 시트를 프린트해서 레드해그에게 건넸다. 낙소스 섬의 간이 지도다.

"재주 좋은데. 맛챠나 커피도 나오나?"

"놀리는 거냐? 알겠지, 마킹을 해놨다. 봐. 토지 감각은 나보다 당신이 있을 거야. 하나는 구

시가지의 베네치안 요새 터. 그리고 자스 산의 동굴 근처지."

"자스 산이라고? 벌받아 마땅할 녀석들이네."

"산 쪽은 내가 가지. 길은 간단하니 말이야. 구시가지는 당신이야. 그걸로 괜찮나?" "상관없어. 가까우니까."

 레드해그는 동의했다. 노부자메 E는 옆으로 쓰러져있던 오토바이를 일으켜,  걸쳐앉아 엔진에 불을 붙인다. 부릉, 부릉, 부릉, 부릉.

"고장이 안 나서 다행이군!"

"뒷일 생각지 않고 내던지니까 그런 거겠지. 정말."

"조금 열이 붙었으니까! 좋아, 그러면 당장 박살내러 가자고!"

◆◆◆

 둘로 나뉘어 이동을 개시한 둘을, 근처의 높은 곳에서 스코프로 감시하는 닌자 존재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내버려 둘 수 없겠는데-" 곤충을 방불케 할 정도로 깡마른 닌자는 스코프를 내리고 중얼거렸다. "역시 말이야-, 확실한 일이라는 건 말이야, 기계만으로는 무리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살아있는 몸의 따뜻함……고기의 따뜻함이 있어야 하는 거야. 알겠나, 스스키=상아?"

"……."

 스스키라 불린 눈매가 예리한 우키요는 함께 스코프 감시를 계속하며 닌자의 물음을 무시한다.

"어이. 들리고 있겠지. 스, 스, 키, =, 상."

"네 잡담에 대답할 필요가 있나? 헬리코이드=상."

"케, 케케, 케……깔보기는. 사이좋게 지내자고, 스스키=상아."

 스스키는 무시했다.

"커뮤니케이션 부전이 미션의 실패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회피해야 합니다. 서로 리스펙트하고, 올바른 접근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으로 작업 효율과 미션 성공률이 향상됩니다. 헬리코이드=상의 커뮤니케이션은 불쾌지수가 높고, 잠재적인 스트레스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요."

 옆에 떠있는 농구공 크기의 다각형 드로이드가 UNIX 라이트를 명멸시키며 코멘트했다. 자기 폭풍 소실 이전의 테크에 자세한 이는, 그 형상에서 오무라 인더스트리의 모터 치비를 상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이즈가 실제 크며, 투박한 부분이 있고, 또한 에메츠로 만들어진 수수께끼의 블레이드가 장갑의 틈새에서 슬쩍 보였다. 장갑판에는 「데스 도모 코어 DDC-01X」라는 카타카나가 각인되어 있다.

"시끄럽다고, 장난감 녀석."

"저는 빨리 인간을 잔뜩 죽이고 싶습니다. 실로 즐거운 행위입니다."

 데스 도모 코어는 덧붙였다.




4

"조회 결과가 돌아왔습니다."

 데스도모코어 DDC-01X가 도모마인드에 문의한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헬리코이드와 스스키는 스코프를 들고 둘로 나뉘어 이동하기 시작한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의 목적지를 가려내고 있었다.

"인간형 닌자는 틀림없이 낙소스 섬에 주재하고 있던 용병 닌자이며, 닌자 네임은 레드해그."

"아-? 잠깐 기다려봐."

 헬리코이드가 ZBR 스낵을 씹으며 끼어들었다.

"그 녀석, 차이트가이스트가 생각 없이 갔다가 당한 상대지? 그 녀석이 당한 건 꼴 보기 좋지만, 조금 신경이 쓰이는군."

"네. 차이트가이스트=상은 그 인간형 닌자에게 쓰러졌습니다. 차이트가이스트=상은 도모마인드 접속자가 아니므로 그 경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폭발사산한 것이 확인된 상황입니다. 미션을 실패한 사실은 확실합니다."

"케, 케, 케……보아하니, 은거 닌자라 하기엔 제법 하는 것 같지 않나? 그 카타나는 뭐지? 멀리서 보기엔 꽤 위험해 보였다고……."

"데이터가 없습니다. 깊게 조사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도모 메모리 분할 용량을 늘릴 필요가 있어, 승인 처리가 필요합니다. 현재의 우선 사항은 이 섬의 제압이기에, 승인은 어렵겠지요. 그 가능성은 제 개인적인 견해에 의하면……."

"뭐 됐어, 죽여버리면 같은 거다. 적의 무기가 뭐든, 나에겐 직접 관계없으니 말이지!"

"레드해그는 포르타라에서 미디어 대응을 하고 있던 울베인 경에게 직접 공격을 걸었다가, 격퇴당해 도주. 도주를 도운 것은 것이 다른 한쪽의 인간형 로봇으로, 이에 관한 것은 데이터가 불충분합니다. 아이사츠 기록에 의하면 노부자메 E라는 고유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목적지는 짐작할 수 있었나?" 스스키가 물었다. "명확하게 목적을 가진 이동이라고."

"각각의 목적지는 현재 좁히는 중입니다. 레드해그 쪽이 7개의 가능성, 노부자메 E 쪽이 11개의 가능성입니다."

"쓸데없네, 컴퓨터 녀석.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아무 의미도 없어."

"그런 일은 없습니다. 좁히는 속도는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상당히 빠릅니다."

"느긋하게 하고 있을 수 있겠냐? 역시 고기여야만 한다, 고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이 앞이 걱정되는군." 헬리코이드가 말했다. "어디 어디, 놓치기 전에 직접 쫓아가라. 레드해그는 네놈이 가라, 고물. 우키요, 너는 저 뭔가 하는 로봇 인간이다."

"저는 고물이 아닙니다." 데스도모코어의 LED가 명멸했다. "하지만 표적 선택에는 동의합니다. 확실히 제가 죽였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인간입니다. 로봇은 스스키=상에게 맡기겠습니다."

 스스키는 한숨을 쉬었다. 동의의 사인이다. 헬리코이드는 끄덕이고, 하품했다.

"그러면, 빨리 가라……내가 적절히 IRC로 지시할 테니까 말이야."

 스스키는 옆에 세워둔 반중력 바이크에 단번에 올라타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 BOOOM! 백파이어를 한바탕 뿜어내며, 황야 방향으로 날아갔다. 데스도모코어는 반중력 바이크에 둥실둥실 떠서 다가서곤, 자신의 다각형 바디를 여러 개의 파츠로 순식간에 분해, 바이크의 보디에 추가 장갑과 같이 달라붙었다. 털털털털털. UNIX 동기음을 울린 뒤, BOOOM! 이형으로 변한 반중력 바이크는 스스키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흥……."

 헬리코이드는 데스도모코어나 스스키와 동행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아그라 메디테이션 자세로 ZBR 스낵을 한 장 더 어적어적 씹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하늘을 향해 무수한 조각을 던졌다. 그것들은 주먹 만한 크기의 기묘한 금속 조각이다. 금속 조각은 모기를 방불케 하는 공중 정지와 고속 비약을 반복하며 여러 방향으로 퍼져 간다. 그리고 그는 거대한 무기를 조립했다.

 그것은 10미터 이상의 터무니없이 거대한 총신을 가진 스나이퍼 라이플이었다. 「키세루 오브 데스」. 그것이 이 총의 이름이다. 조립을 끝내자, 지극히 이형인 그 총은 그윽한 스텔스 미채 장치에 의해 불가시화되었다.

◆◆◆

 자스 산은 키클라데스 제도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고, 치칼라리오의 암석 구릉 지대를 내려다보는 신비적 랜드마크이다. 해발고도가 1000m에 가까운 이 장소에는 주거류의 건물은 없다. 산맥의 경사면은 부서진 돌로 가득 차있고, 둥근 덤불이 이곳저곳에 널려있을 뿐이다. 하지만……그곳에 있는 한 지점에, 자연적인 동굴과는 확실히 다른 직사각형의 각진 구멍이 열려 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이 장소에 오도카니 존재하는 이 어둠은 올림포스의 주신인 제우스와 관련된 고대 유적이다. 자스는 즉 제우스이며, 신들의 으뜸인 그가 태어난 것은 이 동굴에서의 일이라 한다.

각진 어둠 속에는 천연암으로 된 동굴이 펼쳐져 있다. 천장은 낮고, 그 구조는 인공적인 것과 자연에서 유래한 것이 반반이다. 그리고 지금……보아라, 몇 군데에 자리 잡은 백열광을. 회중전등을 기대어 세운 그것은 아무리 봐도 믿음직해 보이지 않지만, 이 가공할 어둠을 비추는 것을 도왔고, 그 부근에 꿈틀대는 그림자는 맥없이 무너진 소수의 사람이었다.

"텔레비전은 나오려나. IRC는?"

"시도하고는 있지만, 이상하네……."

 치익치익. 모니터에서는 모래 폭풍을 방불케 하는 강렬한 잡신호가 발생해, 제대로 방영을 수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리는 어떻게 되어 있으려나." "돌아가진 않을 거야."

 띄엄띄엄 말을 나누는 이들은 작업복을 입고 있으며, 벨트에는 탐지기를 방불케 하는 UNIX 기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 부근의 에메츠 광맥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온 학술 조사원들이었다. 새빨갛게 물든 시가의 하늘, 여기까지 들리는 굉음이 두려워, 그들은 하산하지 못한 채로 있었다.

 그들과 섞여서, 10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무릎을 안고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배낭이 있었다. 관광객의 옷차림이었지만 보호자로 생각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곧 자세한 걸 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조사원 중 한 사람이 아이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아이는 그쪽을 보았지만, 대답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무리도 아니지」라고 서로 말하며 아이를 챙긴다.

"울베인이란 건 뭐야." "알까보냐." "시대착오적인 정신이 나간 독재자야."

 조사원은 어둡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 에메츠 자원을 위해 이 섬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당연히 보퍼 울베인의 이번 침략을 사전에 알 수 있을 리도 없기에, 그들로서는 뜬금없는 사태라 할 수 있겠다. 이 동굴은 편리한 임시 피난소가 되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IRC 네트워크를 통해 단편적으로 얻은 뉴스에서 얻은 정보로는, 섣불리 시가로 돌아왔다간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울베인 경의 연설에 그들은 충격을 받았다. 주변 암흑 메가코프가 철수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절망을 깊게 하는 결과가 되었다. 게다가 그런 뉴스를 얻기 위해 사용하던 통신 설비마저도 최근 몇 시간 사이에 강렬한 노이즈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그들은 가져온 식량을 소비하면 이 동굴에서 열흘 안팎은 숨어 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일단은 상황을 정리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참에, 이 남자아이가 헤매서 들어온 것이다.

 아이는 단 한 명이었다. 보호자는 이 장소로 도망쳐 오던 중에 헤어지거나 살해당한 것 같다. 충격 때문에 아이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조사원들은 이 아이에 관해 좀 더 신중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이 부근에서 실제로 위험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다름없었으니까. 하지만 시가에서 일어난 살육의 현장을 실제로 본 것도 아닌 그들에게 그러라고 요구하는 건 가혹했을지도 모른다.

 백열등은 소박한 벽화를 비추고 있었다. 수소가 달리고, 키가 큰 사내가 하늘을 향해 창을 치켜들고 있었다.

"이건 신화인가 뭔가려나."

"글쎄……."

"아아 빌어먹을,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이, 저건?"

 그때, 한 사람이 동굴의 출구를 돌아보고 의아하다는 듯 손을 눈 위에 얹었다. 역광이 진 사람 모양의 형상이다.

"이 근처 사람인가?" "이 애의 부모일지도."

 조사원 중 하나가 수상쩍어하며 출구로 향했다. 붉은 스캐너의 빛이 그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잔존 인체 5."

 출구의 형상이 무기질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 머리 위에는 기묘한 홀로그램이 투사되었다. 「도모」라고.

"아이엣……." "제로화 개시."

 BOOOOM!

"아밧-!?"

 회중전등의 빛을 덮어 지울 만큼 강렬한 빛이 동굴의 어둠을 비춘다! 불운한 조사원은 상반신이 타고 녹아서 처참하게 죽어 나뒹굴었다!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

 패닉에 빠진 조사원들! 안쪽의 어둠으로 도망쳐 간다! 도모트루퍼는 「도모」 홀로그램을 투사한 채로, 숙연히 걸음을 옮겼다!

"잔존 인체 4. 예측 제로화 필요 시간, 55초."

"이얏-!" "삐각-!?"

 나무삼! 그때다. 동굴에 새로 엔트리한 자가, 도모트루퍼에게 토비게리 앰부쉬를 건 것이다! 발에 차인 도모트루퍼는 벽에 격돌해 경련!

"삐가각……!?"

"이얏-!" "삐가가각-!"

 추가타인 점프 펀치가 도모트루퍼를 벽째로 관통해, 완전 파괴!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저지자는 더는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윽하게 아이사츠했다.

"도-모. 노부자메 E입니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잠깐! 기분은 알겠지만 나는 적이 아니다! 겉모습은 로봇이니까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뒤입니다!"

 조사원을 가리켰다. 나무삼! 추가의 적!

"이얏-!" "삐각-!" "이얏-!" "삐가각-!"

 노부자메 E는 재빠르게 뒤로 돌아, 계속해서 향해 온 도모트루퍼 2체를 연속 카라테로 분쇄 파괴했다!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이 녀석들과는 달리 뜨거운 하트가 있다고! 알겠냐!?"

"알겠습니다."

"좋아! 이걸로 정리된 거냐!?" 노부자메 E는 잔심했다. "당신들, 이 굴 안쪽은 어떻게 된 거야!"

"이쪽은 안전합니다." "저희들은 이 주변의 지질 조사를 위해 왔지만, 하산할 수 없게 됐기에 도망쳐 와서……."

"거 잘됐군." 노부자메 E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시점에서 무언가를 눈치챘다. "어? 아이도 있는 건가?"

 아이는 노부자메 E를 응시하고, 멍하니 서서 떨고 있다. 노부자메 E는 당황했다.

"꼬맹이를 상대하는 건 질색인데. 아무튼, 나는 놈들의 동료가 아니라……."

"슈라우버!" 이윽고 아이는 외쳤다. 노부자메 E를 가리키며 흥분하며 뛰어올랐다. "슈라우버! 슈라우버!"

"뭐냐 그건!"

"애니메이션이다!" 조사원 중 1명이 생각해냈다. "옛날 카툰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야. 로봇 탐정이라고. 확실히 그, 당신도 로봇이니까……."

"슈라우버! 슈라우버!"

"너, 실례야!" 노부자메 E는 아이를 다그쳤다. "나한텐 노부자메 E라는 이름이 있다고! 노, 부, 자, 메다!"

"그, 거리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 겁니까." 한 사람이 쭈뼛쭈뼛 질문했다.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아? 그러지 마. 아래는 엉망이라고." 노부자메 E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분간 여기에 숨어있는 편이 무난해. 굴 밖으로도 나가면 안 돼. 설명하기 귀찮지만, 지금 당신들을 덮친 놈들의 거점이 이 동굴 근처에 있어서 말이지. 나는 그곳을 박살 내러 왔어. 지금부터 잠깐 가서 정리하고 올 테니까, 그때까지는……."

 깡. 맑은 금속질의 소리가 울렸다.

"아밧-!"

 노부자메 E와 이야기하고 있던 조사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단말마였다. 노부자메 E의 나이트 비전은 그의 이마를 총탄이 꿰뚫는 순간을 목격했다. 깡. 다시 맑은 금속질의 소리가 울렸다.

"아밧-!"

 다음에 쓰러진 것은 옆에 서있던 조사원이었다. 노부자메 E는 순간적으로 아이를 감싸며 쓰러졌다. 깡. "아밧-!" 마지막 조사원이 관자놀이를 꿰뚫려 죽었다! 나무아미타불!

"젠장!" 

노부자메 E는 정체불명의 공격을 파악하려 했다. 바깥으로부터의 저격인가?

"어이, 꼬맹이! 알겠냐? 그대로 누워 있어라. 맞아버리니까."

"……!"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자메 E는 아이에게서 떨어져, 허리를 숙인 자세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시야 내의 이상한 물체를 검출하려 했다. 이윽고, 동굴 출구 부근에 부유하는 작은 금속 조각의 존재를 감지했다.

"이얏-!"

 KRAASH! 노부자메 E가 던진 돌은 부유 금속 파편을 파괴했다.

"……이걸로, 할 수 있나?"

 그는 AI적인 각오를 다지며 일어섰다.

"……."

 탄환은 날아오지 않는다. 방금의 행동은 효과가 있었다.

"알겠냐, 그대로 누워 있어라. 이해했지."

 아이에게 주의하고, 노부자메 E는 출구로 향했다. 저격수의 배제, 마인드도모의 파괴……이에 더해, 아이에 관한 문제. 그의 연산 UNIX는 극한 상황 아래에서 한계 가까이 열을 올렸다.

 새로운 그림자가 동굴의 출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

『칫. 리플렉터를 부숴버렸다. 감 좋은 녀석이군. 귀찮아…….』

 스스키는 헬리코이드의 IRC 통신을 들으며, 동굴 안에 굴러다니는 시체를 보았다. 헬리코이드의 저격으로 살해당한 이들을. 전부 하잘것없는 비전투원이라는 사실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헬리코이드는 그저 즐겁기 위해서 죽인 것이다.

 스스키는 유능한 우키요며, 카타나 오브 리버풀 사의 에이전트로서, 현재는 닥터 도모에게 파견되어 있다. 카타나 사는 도모 테크를 에워싸려는 의도로 자금 면이나 인재 면에서 닥터 도모를 지원하고 있었다.

 한편, 헬리코이드는 울베인 경이 포섭한 닌자 중 하나이며, 숙련된 스나이퍼 닌자다. 대구경 스나이프 라이플을 공중에 띄워 쏘며, 대기권에 존재하는 「리플렉터」에 반사해서 지상의 임의의 장소로 쏘아내린다. 이에 더해 그 후, 탄환은 지표에 존재하는 다른 리플렉터에서 또 다른 리플렉터로 계속해서 도탄 되며 지그재그 형상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리플렉터는 에메츠의 반중력 구조와 IRC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며, 드론을 방불케 하며 부유해 탄도를 형성한다. 이것으로 표적이 실내에 있든, 지하에 있든, 몇 번의 반사로 반드시 꿰뚫는 것이다.

 원격 사격에 특화된 카라테를 가진 헬리코이드는 자연히 스스키와 데스도모코어의 오퍼레이션 역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헬리코이드와 스스키는 직접적인 주종 관계는 아니므로 서로의 의사소통에는 항상 모종의 위태로움이 발생했다.

『어이. 안은 어떻게 되어 있어. 새로운 리플렉터를 꺼내라, 스스키=상. 귀찮겠지만.』

 스스키는 이번의 표적인 인간형 로봇, 노부자메 E와……그 뒤에 엎드려 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쓰러져 있지만, 아무래도 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스키는 콧소리를 내고, 리플렉터를 공중에 뿌렸다.

"남은 건 표적뿐이다. 교전한다."

『발목을 잡지는 마라, 우키요!』

"도-모, 노부자메 E입니다."

 노부자메 E가 아이사츠했다 스스키는 응했다.

"도-모, 스스키입니다."

"울베인 경의 수하인가, 너? 우키요지?" 노부자메 E가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이곳의 녀석들을 죽인 건 네놈들이냐?"

"그렇게 생각해도 문제없다." 스스키는 대답하고,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내 표적은 너다. 지금부터 너를 파괴해, 데이터를 받아간다."

"무리군. 나에겐 하트와 카라테가 있으니까 말이야." 노부자메 E는 단언했다. "나는 말이지, 인간의 감정이란 걸 100% 이해할 수는 없어. 어쨌든 AI니까. 하지만 잘못된 건 알 수 있다고. 이쿠사 배틀도 아닌데, 어째서 이 녀석들을 죽였지? 그냥 약해빠진 인간이잖아. 네놈들 같은 외도는 용서 못 해."

"잘 떠드는 로봇이군." "자주 듣지."

"이얏-!" "이얏-!"

 스스키와 노부자메 E는 순식간에 원 인치 거리로 다가가, 서로의 카라테를 부딪혔다. 압력! 스스키가 혀를 차며 2연속 백플립으로 동굴 바깥으로 나가자, 노부자메가 요격했다.

"이얏-!" "이얏-!"

 노부자메 E의 점프 펀치가 덮쳐 온다! 스스키는 가드 팔로 밀어서 흘려 내고, 노부자메 E의 기계 턱을 아래에서 팔꿈치로 타격했다.

"이얏-!" "끄악-!"

 노부자메 E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날아갔다. 스스키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가락에 총구가 전개되어, 총탄을 쏘기 시작한다!

BLAMBLAMBLAMBLAMBLAM!

"이얏-!"

 하지만 노부자메 E의 공중 자세 복귀는 빠르다! 허리의 분사구에서 압축 공기를 뿜어내, 그 기세로 고속 회전, 날아오는 총탄을 돌려차기로 쳐내고, 고속 착지로부터 파고들어 팔꿈치 타격을 시도했다.

"이얏-!" "이얏-!"

 스스키는 사이드 스텝으로 팔꿈치 타격을 피하고, 채찍을 방불케 하는 로우킥에서 하이킥으로 이어지는 공격을 가했다. 그녀의 베이스가 되는 카라테는 무에타이 카라테이며, 커스텀 오이란드로이드 소체의 고도 운동 기능이 타격 하나하나의 폭발력을 지극히 가공할 것으로 높이고 있었다.

"이얏-!" "끄악-!"

 노부자메 E가 반 회전! 지면에 손을 짚고, 그대로 옆돌기로 긴급 회피한다. 스스키는 주의 깊게 무에타이 카라테 자세를 취하고 틈을 노렸다.

 깡! 깡깡! 그 때, 리플렉터를 거친 스나이퍼 라이플 도탄이 노부자메 E를 덮친다!

"끄악-!"

 꿰뚫린 왼팔! 스스키는 순식간에 공격으로 들어갔다. 원 인치 거리로 접근하고 콤비네이션 블로다! 

"슈-슈슈슈슉!" "누우-웃!"

 노부자메 E는 스스키에 의한 거친 파도를 방불케 하는 연속 공격을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잽, 훅, 미들 블로, 미들 킥, 목을 노린 돌려차기. 노부자메 E는 최후의 발차기를 백파이어를 동반하는 바디 체크로 억지로 중단시켰다!

"이얏-!" "응앗-!"

 KRAAASH! 크로스 카운터! 서로는 타타미 5장 거리로 튕겨 나가, 구르고 일어난다!

"……너, 꽤 하는데!" 노부자메 E는 안면의 손상 부위를 손가락으로 닦으며, 지면에 냉각수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카라테 자세를 다시 잡았다. "하지만 지지는 않겠다고."

"그건 있을 수 없다." 스스키는 무에타이 카라테로 응한다. "내가 위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속도로 풋워크한 스스키는 노부자메 E의 측면으로 회전 팔꿈치 타격을 가한다!

"이얏-!" "이얏-!"

 노부자메 E는 머리가 손상되기 직전에 이를 막아, 바디 블로를 가했다! 스스키는 손바닥으로 이를 흘리고, 니킥을 때려 박는다!

"이얏-!" "끄악-!"

 위축된 노부자메 E의 목을 스스키가 감싸 안는다! 그대로 지고쿠 헬과 같은 목잡기로 끌고 갈 때였다!

"슈라우버-!"

 동굴에서 뛰쳐나온 아이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슈라우버-! 지지 마-!"

"뭔…… 바카 녀석…… 숨어 있으라고……!"

 스스키는 당황하는 노부자메 E의 어깨너머로 빛나는 리플렉터가 동굴 입구로 각도를 바꾸는 것을 보았다. 스스키는 그대로 노부자메 E를 껴안은 채로 니킥을 연타해서 마무리를 짓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다.

"이얏-!" "끄악-!"

 스스키는 노부자메 E에게 플라잉 니킥을 먹였다! 노부자메 E가 날아간 곳에는 리플렉터! KRASH! 말려들어 파괴된다!

『어이! 스스키=상! 이 아마추어가!』 헬리코이드가 비난한다. 『죽일 수가 없잖냐……아아 젠장!』

『모시모시. 레드해그와 교전을 개시했습니다. ASAP 원호를 요청.』

 데스도모코어의 IRC 통신이 끼어들었다.

『AAAARGH!』

 헬리코이드는 생각대로 되지 않아 소리를 질렀다. 그의 스나이핑은 둘 중 한쪽으로밖에 집중시킬 수 없다.

『기억해 둬라, 스스키=상! 아니면 죽어라!』

 스스키는 혀를 찼다.

"슈라우버-!" 남자아이가 외쳤다. "힘내라-!"

 노부자메 E는 날아가며 고속 회전하고, 거의 공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몸을 둥글게 말며 착지해……그대로 스프링 점프로 날아돌아왔다!

"이이이이야아아-앗!"

 스스키는 눈을 크게 든다! 닥쳐오는 노부자메 E의 스프링 드롭킥! 착지 직후의 스스키는 이를 완전히 막을 수……없다!

"응앗-!"

 기계의 질량을 실은 드롭킥이 스스키를 때려눕힌다! 구르고, 낙법을 취하며 일어난 스스키의 원 인치 거리엔 이미 노부자메 E가!

"이얏-!"

 KRAAASH! 노부자메 E는 땅이 울릴 정도로 힘찬 발걸음과 함께 몸을 숙였다. 스스키는 가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부자메 E는 나선을 그리는 양손 장타를 스스키의 동체에 때려 박았다!

"이얏-!" "응앗-!"

 스스키는 나선으로 회전하며 날아가, 낙법도 취하지 못하고 등부터 바위에 떨어졌다. 노부자메 E는 경계하며 다가간다. 저격수의 존재는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의 인지 기능의 범위 내에는 그럴듯한 존재는 없었다. 더 멀리에서 온 공격이다. 그는 수수께끼의 리플렉터를 거치는 저격 수단에 대해, 막연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파악했다. 하지만 탄도 계산은 곤란했다. 정보가 부족하다.

"어이, 너 왜 그러는 거냐? 신경 쓰이는데."

 노부자메 E는 몸을 바위에서 떨어뜨린 스스키에게 물었다. 스스키는 무에타이 카라테의 자세를 다시 잡았다. 동체에서 옆구리에 걸쳐 생긴 균열에서 스파크가 튕겼다.

"이쿠사 배틀은 이제부터다." 스스키가 말했다. "너 따위에게 내가 쓰러지리라 생각해? 로봇 놈."

"생각해. 나에겐 뜨거운 하트가 있어. 지금의 너는, 하트가 붙어있지 않아." 노부자메 E는 카라테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응한다. "나는, 감정의 파워로 이긴다!"

 스스키는 얼굴을 찌푸렸다. 노부자메 E의 어리석은 말에 분노를 느낀 것이다.

"불쉿이다! 파괴해주지!" 스스키는 파고든다! 그리고 발차기! "이얏-!"

"이얏-!" 노부자메 E는 하이킥을 가드하고, 타격을 시도한다! 스스키가 더욱 접근해 팔꿈치 타격을 노린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연속 카라테 타격전 후, 스스키의 팔꿈치가, 그 후 무릎이 연속으로 노부자메 E에게 때려 박혔다. 가드가 무너진 틈을 타, 스스키는 엄청난 위력의 회전 하이킥을 내질렀다.

"이얏-!" "끄악-!"

 스스키는 미간을 좁혔다. 목을 날릴 생각으로 찬 케리 킥이었다. 닌자도 아닌 상대는 이걸로 끝낼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노부자메 E는 죽지 않았다. 옆돌기와 같이 강제로 옆으로 회전되어 땅에 머리를 박았지만, 아직 메인 기능은 동작하고 있었다. 직격하는 순간에 상체의 각도를 바꿔 충격을 피한 것이다.

"그……크크……" 노부자메 E는 경련하며, 땅을 파낼 듯이 잡으며 일어나려 한다. "삐가……가……"

 이번엔 스스키가 신중하게 다가갈 차례였다.

"이게 하트인가 하는 것의 결과다."

"아직 지지 않았어."

"승부는 났다. 무의미하다."

"아직이다……!"

"슈라우버!!" 아이는 노부자메 E에게 달려왔다. "슈라우버, 괜찮아!?"

"어이 꼬맹이! 적당히 해라! 진지한 이쿠사 배틀 도중이다."

 노부자메 E는 아이를 밀어젖힌다.

"그리고 나는 슈라우버가 아니라 노부자메다. 정확히는 노부자메 E다. 아무튼, 도망쳐! 보는 대로 나는 바쁘니까……"

"슈라우버, 배틀 디스트릭터를 써야 해!" 아이는 스스키를 노려봤다. "이 녀석, 강해……!"

"비켜라!"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인데."

 스스키는 용서 없는 무에타이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의 노부자메 E는 만족할 만한 반격을 할 수 없다. 반격의 징후가 보인 순간에 채찍을 방불케 하는 미들 킥이 안면에 때려 박혀, 이를 끝낸다. 오오테 츠미(체크메이트) 상태였다.

"……그 부분이야. 내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노부자메 E가 중얼거렸다. "스스키=상, 너, 아이를 지켰지?"

"시시하군."

 스스키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노부자메의 LED 아이는 확신을 하고 빛나고 있었다. 스스키가 초조해하는 것과 함께 노부자메 E의 순간적인 내부 에너지 상승에 반응하려던 순간, 이미 노부자메 E는 탄환을 방불케 하는 태클을 걸고 있었다!

"이얏-!" "응앗-!"

 빠르다! 잔상이 남을 정도의 순간적인 태클에 테이크다운되어, 스스키는 아래에 깔렸다. 마운트 포지션에서 노부자메 E는 강렬한 카라테 파운드를 내지른다!

"이얏-!" "이얏-!"

 스스키는 팔을 올려 몸을 지킨다! 하지만 그것은 노부자메 E의 예상 내! 스스키의 가드 팔을 잡고, 콤마 5초 후, 노부자메 E는 옆으로 누워 스스키의 팔 관절과 목을 다리로 잡아 굳히고 있었다!

"응앗-!"

"승부가 났다는 건……이런 상태다!"

 삐걱삐걱하며 빠질 듯한 소리, 내부 기관의 세밀한 구동임이 울렸다. 스스키는 이를 악물었다.

"쓸데없다! 포기하라고." 노부자메 E는 조임을 강하게 했다. "저격 지원은 중단됐군.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럼 네가 이 상황을 벗어날 확률은 2% 이하라고. 거기에 걸 거냐? 수지가 맞지 않는 도박이라 생각하지 않아!? 보퍼 울베인인가 하는 빌어먹을 녀석에게 목숨을 바칠 생각이냐, 너!?"

"응…… 응아아아앗…… 헛소리 마라……!"

"헛소리가 아니라고……나는 알 수 있어. 너에게는 긍지가 있다." 노부자메 E는 힘을 풀어 파괴 직전에서 멈췄다. "꼬맹이를 지켰지, 너! 얼버무리지 마!"

"치잇……이……!"

 스스키의 눈이 일그러졌다. 굴욕과 번민으로. 3초 후, 그녀는 노부자메 E의 다리를 탭했다.

"……졌다."

"그러면 됐다."

 노부자메 E는 관절기를 풀고 일어섰다.

"슈라우버! " "괜찮아, 너! 나는 노부……."

 그는 아이의 말을 정정하려 하다 그만뒀다.

"착한 아이인 너에게 슈라우버가 지령을 내리지. 내 앞에는 중요 미션이 즐비하다. 문어형 잔학 로봇을 쓰러뜨리는 것과 같은 걸 해야만 해. 알겠지?"

"……알겠어."

"왜 그래?"

"설마 슈라우버가 진짜로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아이는 부끄러워했다. "5살 정도의 꼬마가 보는 카툰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너 말이야……뭐 아무래도 좋아. 슈라우버의 지령을 제대로 들을 수 있겠나?"

"응."

"그쪽의 누나가 너를 지켜줄 거다."

"뭐라는 거냐, 너."

 일어나려던 스스키가 항의했다. 하지만 노부자메 E는 일방적으로 정해버렸다.

"너밖에 기댈 놈이 없어. 다른 어른은 저격당해버렸고, 내 미션은 일각을 다투고 있어. 울베인을 멈추지 않으면 끝없이 비극이 일어나. 그렇다고 해서 이 꼬맹이를 산속에 내던지는 것도 주저돼. 너를 신뢰하고 맡길 수밖에 없다고."

"근데, 아까까지는 얘랑 싸웠잖아?"

 아이는 의심스러워했다. 노부자메 E는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하트로 서로 이해했어. 우정이 싹튼 거다. 그러니 괜찮아."

"적당히 해라, 너……!"

 스스키는 신음했다. 태클의 데미지는 가볍지 않다.

"AI가 이끌어 낸 최적의 해답이다. 부탁한다고."

 노부자메는 그 말을 남기고 특정 좌표를 향해 이동을 개시했다.

◆◆◆

낙소스 시가의 골목은 좁게 얽혀 행인끼리 서로 엇갈리는 일은 적다. 집마다 높게 서 있는 벽은 하얗고, 눈에 들어오는 색채는 선명하게 파랗고, 통로는 때때로 건물을 가로질러서 빠져나와,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고, 언덕길을 거쳐 겹겹이 구부러진다.

 확실히 이 미로와 같은 거리를 노부자메 E에게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일이었겠지. 실제 레드해그도 이 미로를 그렇게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반은 기억, 반은 감에 맡겨, 그녀는 그늘에서 그늘로 걸음을 옮겼다.

"스캔. 확인." "시민 여러분. 만약 아직 이 지역에 머물고 있을 경우, 반항 분자 중점. 그 안전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도모트루퍼의 전자 음성이 벽에 반사된다. 레드해그는 모퉁이에서 숨을 들이마시고는, 멈췄다.

"이 에리어는 봉쇄되어 있습니다. 통행은 허가되어 있지 않습니다."

 반사되는 전자음의 각도를 듣고, 대략적인 적의 위치를 예측한다. 수는 둘.

"시민 여러분. 만약 아직 이 지역에……." "이얏-!"

 레드해그는 뛰었다. 기울어진 벽을 차고 트라이앵글 리프하자, 이미 적은 그녀의 카타나 「오부츠단」의 공격 범위 내다. 도모트루퍼는 주의 깊게 초계 모드로 전방위 스캔 라이트를 투사하고 있었지만, 구불구불한 벽이 그 유효성을 깎아냈다. 무엇보다, 레드해그는 닌자였다.

"삐각-!"

 도모트루퍼는 원기둥 형상의 몸체가 비스듬하게 잘려, 스파크와 기계유를 토하며 기능 정지! BLAMBLAM! 남은 1체가 하늘을 나는 레드해그를 겨냥해 도모 건을 발사한다. 높은 명중 정확도를 가지고서도 다시 뛰어오른 레드해그를 포착할 수는 없다.

"이얏-!" "삐각-!"

 공중제비를 하는 중에 날린 오부츠단은 두 번째 도모트루퍼에게 곧장 날아가, 꿰뚫어 파괴했다. 착지한 레드 해그가 손을 드리우자, 검은 카타나는 그녀의 손으로 날아서 되돌아왔다.

"동료 기체 반응 소실을 확인했습니다."

 레드해그의 닌자 청력은 다가오는 다른 도모 기동대를 감지한다. 몸을 숙이고, 돌계단을 튀어가듯 그쪽으로 향한다. 그녀의 한 발걸음은 타타미 5장 이상의 거리를 나아간다.

"이얏-!" 

 다시 모퉁이에서 그녀는 높게 뛰어, 아름다운 화분의 녹음이 드리워진 베란다를 걷어차고, 다시 벽을 걷어차며 수리켄을 4연속 투척했다. 길을 가던 도모트루퍼 3대는 빗나가지 않고 정수리에 수리켄을 맞아, 꼼짝없이 기능 정지!

"비 도모 적대 존재 탐지. 닌자 확정. 제거 행동!"

 매시브한 체격의 다른 계통 기체가 UNIX 라이트를 명멸시키며 레드해그에게 총구를 향했다. 도모트루퍼를 통괄하는 마이너도모다! BRAKKABRAKKABRAKKABRAKKABRAKKA! 풀 오토 산탄총 헤비 사토시가 탄환의 폭풍을 공중에 있는 레드해그에게 퍼붓는다!

"이얏-!"

 레드해그는 공중에서 회전해 4번, 8번의 참격을 펼쳐냈다. 검은 칼날은 검은 잔상을 남기며 살인 벌을 방불케 하며 무수히 날아온 산탄을 베어서 떨어뜨렸다. 수수께끼의 카타나는 공기 그 자체를 도려내는 듯한 참격! 레드해그에겐 어떤 상처도 없다! 고우랑가!

"근접 모드."

 마이너도모는 좌완부의 헤비 사토시의 리로드를 행하며, 오른팔로 도모 해칫을 들었다. 헤비 사토시는 풀 오토의 압도적 제압력을 자랑하지만, 대구경 산탄 쉘의 장전은 한발씩 행해지기에, 일단 그 압도적 제압 공격으로 해치우지 못하면 괴로운 접근전을 강요받게 된다. 무엇보다, 레드해그는 닌자였다.

"이얏-!" "삐각-!"

 휘둘러진 도모 해칫을 손쉽게 피하고, 레드해그는 마이너도모와 교차했다. 기계 신체의 배가 찢어져 튜브들이 장기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넘쳐, UNIX 오일이 혈액의 비말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튀었다. 레드해그는 카타나를 역수로 다시 들어 마이너도모의 등을 관통했다.

"삐가가가각-!"

 기이이잉, 기이이이이이잉. 검은 오부츠단은 만족한 듯 귀가 아파지는 진동음을 냈다. 레드해그는 잔해를 걷어차서 치우고, 돌계단 위로 달려갔다.

"반란자!" "반란자를 발견해라!" "위험한 닌자!" "수는 1"

 무기적 음성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레드해그는 달리며 웃는다. 적이 자신에게 모여 온다. 이쿠사 배틀 속에 자신이 있다. 얼마 만일까?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 그리고, 오부츠단.

 레드해그는 오컬트를 그다지 믿지 않지만, 이 카타나에는 자아가 있다 생각한다. 이 카타나가 느끼는 이쿠사 배틀의 고양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온다. 생각해 보면 이 카타나와의 만남은 이와 같은 사선의 한복판에서였다. 그것이 결국 다락방에서 거미줄과 먼지에 뒤덮여 골동품과 같이 흐려질 운명에 빠질 뻔했던 것이다.

 레드해그는 새옹 호스에 대해 생각한다. 테오가 죽어서, 자신은 혼자 남았다. 보퍼 울베인의 미친 정복이 없었다면, 농원이 불태워지는 일이 없었다면……자신은 어떻게 했을까? 오렌지를 키우는 일은 계속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어쩌면」하는 이야기를 뉴런에서 치운다.

"반란자 접근!"

 이윽고, 외벽! 집들의 아름다운 흰 벽에서 일전하여, 거칠게 쌓인 고고학적 건조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베네치안 요새다! 벽 위에는 킬도모가 떡하니 서서 이미 레드해그를 겨냥하고 있다!

"이얏-!"

 레드해그는 가속했다. BRRRRRRRRRRRTTTTTT! 레드해그는 킬도모가 겨냥하는 풀 오토 헤비머신건, 어썰트 사토시의 화선보다 빨리 달렸다. 그녀의 잔상을 쫓듯 발밑의 바닥이 총탄을 받아 부서져 간다.

"제로화!" "닌자 제로화…… 삐각-!"

 돌담 가의 계단을 올라간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도모트루퍼 둘을 화려하게 베어 가르고, 발차기로 부수고, 반동으로 굴러 일어나, 외벽에서 소사하고 있던 킬도모에게 카타나를 투척!

"이얏-!" "삐각-!"

 파괴! 그리고 손으로 불러들인다! 검은 먹물과 같은 잔상을 공간에 남기며 날아 돌아오는 오부츠단!

"요새 내!" 레드해그는 IRC 통신을 시도했다. "이 근처에 문어 기계가……"

 바닷바람이 그녀의 검은 머리를 나부끼게 한다. 보퍼 울베인의 요새는 이 구시가의 고지대에 있어서, 아름다운 바다와 외딴 섬의 거대 토리이를 방불케 하는 포르타라……아폴론 신전의 터가 보인다. 외딴 섬에는 선전 포고 연설 후에도 도모트루퍼의 진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중앙에는 벽을 방불케 하는 에메츠 함유 비욘보(주:병풍)의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그 안에 보퍼 울베인이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여전히 상공에는 거대한 마구로도모의 그림자.

 다시 봐도 전력차는 압도적이다. 처음의 기습이 막힌 지금, 전자 배리어를 무효로 하더라도 다시 그 독재자의 원 인치 거리로 다가갈 수 있을까? 그뿐만 아니라 이 거리적인 가까움은 위험하며, 한시라도 빨리 이 요새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지직지직지지직……좋다! 지지지직문제 없는 타이밍이다!』 닥터 마토모의 통신이 띄엄띄엄 들렸다. 『통신 품질이 지지지직 나쁜 건 지지지직 마인드도모의 신호 강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지지직 노부자메 E는 스탠바이하고 있다고. 괜찮다면 지지지지직』

"아아, 그러면 5분……."

 레드해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공중에 기묘한 빛의 반사가 있었다. 그녀의 닌자 제육감이 위기를 고한다.

"이얏-!"

 옆으로 쓰러지며 구른다! 깡! 반사음과 함께 그녀의 목덜미에 뜨거운 것이 스쳤다! 나무삼! 총탄이다! 저격? 어디에서? 묘한 각도……! 혼란에 가까운 감정이 번뜩이며 이어지는 앰부시의 경계심을 죽였다.

 BOOOOM! 그것은 성의 외벽 바로 아래에서 돌고래를 방불케 하며 높게 뛰어올랐다. 닌자 아드레날린의 영향 아래, 길게 늘어진 콤마 1초의 순간, 그것은 실제 금속으로 된 돌고래를 방불케 했다. 그것은 아무래도 반중력 바이크를 핵으로 하는 것 같았지만, 덕지덕지 발린 장갑이나 스러스터가 달라붙어 기괴한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이얏-!"

 레드해그는 순간적으로 수리켄을 투척했다. 두 장의 수리켄이 정확하게 꽂혔지만, 그 순간, 반중력 바이크에 붙어있던 수많은 파츠가 사방팔방으로 흩날렸다. KABOOOM!

"끄악-!"

 수류탄 폭발을 방불케 하며 날아간 투사체가 레드해그를 상처입힌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 투사체가 날아간 곳을 돌아봤다. 나무아미타불! 그곳에는 마인드도모의 문어형 기체가 있었으니! 표적이다! 하지만 그 주위에 반중력 바이크에서 벗겨진 무수의 파츠가 떠있다……!

"합체 프로세스에 들어갑니다."

 냉철한 전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AAAARGH……."

 마인드도모가 신음을 내며 촉수가 퍼덕퍼덕하고 버둥거렸다. 그리고, 오오, 보라……! 부유 파츠가 차례차례 문어형 기체의 동체에 장착되어간다! 달걀 모양의 형상이 외부 장갑으로 압축되어, 거의 인간의 상반신에 가까운 형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두부가 장착되어, 멘포와 같은 장갑의 안쪽에서는 명백하게 사악한 의사를 가진 안광이 점등!

 출현한 것은 마치 그리스 신화의 괴물과 같이 하반신이 문어 같은 촉수로 되어있는 이형의 머신 괴물이었다.

"도-모. 레드해그=상. 저는 환경 적응형 도모봇이며 로봇 닌자. 데스도모코어입니다."

 데스도모코어는 레드해그에게 아이사츠했다. 고사기의 시대로부터 전해지는 예의 작법에 따라, 레드해그는 아이사츠를 돌려줘야만 한다.

"도-모, 데스도모코어=상. 레드해그입니다."

 깡! 아이사츠를 끝낸 것과 거의 동시에, 대각선 후방에서 총탄이 덮쳐 왔다.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으로 베어 떨쳐낸다. 데스도모코어는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KRAAASH! 유적의 일부를 파괴하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촉수 중 하나가 통나무를 방불케 하는 케리 킥과 같이 레드해그를 쳐날렸다.

"이얏-!" "끄악-!"

 몸이 기역 자로 접히며 날아가는 순간, 그녀는 데스도모코어의 무기질적인 UNIX 아이에 깃든 잔인한 기쁨을, 광열을, 점점 느꼈다.

 KRAAASH! 요새의 벽에 내던져져, 폐의 공기가 빠져나간다.

 데스도모코어의 전자음이 황홀경에 빠지는 것을 방불케 하며, 촉수 중 2개에서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방불케 하는 여러 잔학 무기가 쏟아져 나왔다.

"아……스고이! 키모치이이! 흥분된다!"

 더 많은 잔학 공격을 반복하기 위해 다가온다!

"더 기분 좋게 해주세요! 저는 인간을 죽이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세계는 넓네! 로봇 AI에는 변태 사디스트 녀석도 있는 건가."

"저는 변태 사디스트 녀석입니다. 인간을 최대한 괴롭히고 장난감으로 삼아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쾌락 중추가 자극됩니다. 정말로 선진적인 AI를 가지고 있습니다!"

 속이 나빠지는 촉수 보행음과 함께, 데스도모코어가 다가온다! 레드해그는 피가 섞인 가래를 내뱉고, 부서진 아치 안, 지붕 아래로 반쯤 일어선 자세를 취하며 후퇴했다. 문제는 저격수다. 가능한 한 실내에서 이쿠사 배틀을 해서 저격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비웃듯, 어디선가 날아온 도탄이 그녀의 왼쪽 어깨뼈를 포착했다! 깡!

"끄악-!"

"자, 자! 일단 한쪽 발을 주세요-! 이얏-!"

 데스도모코어가 덮쳐든다!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튀어나온 잔학 원형톱에 의해, 건져 올리는 듯한 가공할 베어 넘기기가 반복된다!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으로 반격하려 하지만, 충분한 카라테를 얻을 수 없다. 순간적으로 뛰어서 피할 수밖에 없다!

"이얏-!"

 그 때 덮쳐 오는 총탄!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을 크게 휘둘러, 총탄을 깎아 지웠다. 그 틈을 노리고, 데스도모코어의 촉수 투구 깨기 펀치가 레드해그를 포착했다!

"이얏-!" "끄악-!"

 천장의 돌을 파괴하며 행해진 조잡한 일격이 레드해그를 바닥에 때려눕혔다.

"콜록콜록!"

"돌아다니지 마라! 당신은 제 장난감이라고요!? 뭘 하고 있는 거냐!" 데스도모코어의 촉수 중 하나에서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드릴을 튀어나와 아래로 휘둘러진다! "꼬치로 만들게 해주세요! 이얏-!"

"이얏-!" 

 레드해그는 옆으로 굴러서 회피!

"이얏-!"

 레드해그는 옆으로 굴러서 회피! 통로는 열려, 다시 하늘 아래로!

"하하-앗!"

 데스도모코어의 흉부가 열려, 미니건의 총신이 튀어나왔다.

"다진고기로 만들고 싶다고요-!" "사양이야!"

 BRRRRRRTTTTTTT! 용서 없이 쏟아지는 총탄! 레드해그는 혀를 차고, 몸 앞에서 풍차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오부츠단을 회전시켰다. 검은 먹물을 방불케 하는 궤적이 그녀의 눈 앞에서 방패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전개되어, 가공할 탄의 폭풍을 깡그리 지운다.

"에에이, 비과학적인 노이즈를 탐지, 뭔가요, 너! 그 무기는!"

 데스도모코어는 총격을 펼치며 발을 구르는 동작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촉수를 땅에 내리쳤다. 하지만 레드해그는 그 상태에서는 방어 일변도이며, 게다가 옥외에서는……깡!

"……!"

 레드해그는 눈을 부릅뜨고 신음을 억누른다. 등에 한 방 더 맞았다. 너무나 정확하다. 게다가 이만큼 다양한 각도로부터…….

『지지지직……IRC 신호를 강화했네, 레드해그=상! 마인드도모의 제압은 아직인가!』

 닥터 마토모가 큰 소리로 불렀다.

"미안해, 애먹고 있어." 레드해그는 답했다. "아니……나, 어느 쪽인가 하면 죽을 것 같아."

『저격인가!? 어이!』 노부자메 E가 끼어들어 왔다. 그는 놀라서 당황하며 마구 떠들었다. 『역시 당신으로 표적을 바꿨군! 빌어먹을 놈 같으니……. 알겠냐, 그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좀 더 해석해야만 하니까, 일단은 녀석이 있는 곳에 관한 이야기는 뒤로하고.』 "이야기가 길어!" 『으, 그러니까, 반사다! 적은 리플렉터를 여기저기 흩뿌리고 있는 거다. 작은 드론을 말이야. 그럴듯한 게 있나!?』

 레드해그는 눈을 크게 뜬다.

『그게 총탄을 반사해서 당신에게 맞추는 거야. 즉 리플렉터를…….』

"충분해! 고마워."

 덜컹 쉬익……. 헤비머신건의 소사가 멈췄다. 붉게 달아오른 총신을 냉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데스도모코어는 촉수에서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방불케 하는 방법으로 고기 망치를 꺼내, 근접 공격으로 전환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레드해그는 닌자 동체시력과 닌자 제육감을 총동원! 데스도모코어가 다가온다!

"멍때리고 있는 겁니까, 당신-!? 다지면 되는 거예요! 이얏-!"

"이얏-!"

 레드해그는 백플립으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KRAAASH! 고기 망치가 돌을 부순다!

"이얏-!"

 다음의 타격이 덮쳐 온다! 레드해그는 다시 백플립으로 회피!

 그녀는 몸을 비틀며 수리켄을 엉뚱한 방향으로 투척!

"이얏-!"

 KBAM! 반짝거리는 파편이 터져 산산이 흩어졌다. 레드해그는 압축된 시간 아래에서 다시 하나, 20미터 정도의 상공에서 빛나는 동일 물체를 살짝 보았다.

"이얏-!"

 KBAM! 그것도 파괴하자, 그녀는 데스도모코어를 향해 과감하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히야하하-! 야바레카바레입니까-!? 일단 당신의! 손발! 손발! 손발! 이얏-!"

 KRAAASH! KRAAAAASH! 고기 망치 촉수가 연이어 덮쳐 와서 돌멩이를 여기저기 흩뿌렸다. 한 번 때릴 때마다 유적이 무참하게! 그리고 레드해그는!? 나무삼! 먼지를 가르고, 검은 그림자가 뛰쳐나온다!

"이얏-!" "삐각-!" "이얏-!" "삐각-!" "이얏-!" "삐가가각-!"

 파괴 속에서 검은 질량이 지그재그로 뻗었다. 그것은 먼지를 베어 가르고, 촉수를 베어 가르고, 장갑을 베어 갈랐다. DOOOM……DOOOM……DOOOM……굉음과 함께, 절단된 촉수가 돌 위로 굴러갔다. 데스도모코어는 AI적으로 당황해 UNIX 아이를 점멸시켰다.

 눈앞에는 뛰어오른 레드해그가 분노를 드러내며 이를 드러내고, 상체를 한계 가까이 비틀어, 양손으로 쥔 검은 카타나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이얏-!" "삐각-!"

 레드해그는 신체의 긴장을 단숨에 풀어, 데스도모코어의 목을 베어 날렸다.

"아바바바밧-!"

 쏘아 올린 불꽃과 같이 발사된 머리는 데스도모코어의 중요 부위였다. 이미 잔해를 방불케 하는 상태로 변한 마인드도모의 몸체에서 무수한 장갑이 분리되어, 그것을 쫓아갔지만, 대부분이 도중에 추진력을 잃어 외벽 위나 바다로 떨어져 갔다.

"아바바바바바밧-!"

 레드해그는 스파크를 튀기며, 빙글빙글 회전하며, 비틀대는 듯한 궤적으로 날아가는 데스도모코어에게 키츠네 사인을 향했다.

"너무 우쭐했어. ……모시모시, 끝났어. 어떻게 하지?"

『그건 무엇보다 좋은 소식이군!』 닥터 마토모가 흥분했다. 『노부자메 E도 시퀀스에 들어가 있다네!』

『아? 시퀀스?』

『지금 당장 파괴하는 것이라네! 동시 파괴다! 해라!』

"이얏-!" "삐가가가각-!"

 레드해그는 마인드도모를 두 번 베어 완전히 파괴했다.

『잘했다! 거의 동시 파괴라네. 녀석들에게 이 결락을 보완할 유예가 있을 리 없다. 이론상으로는 문제없다!』

"이론상!?"

『서두르게! 노부자메 E와 합류하게. 좌표를 보내지. 어떻게든 울베인 경을 암살해야만 하네! 수단은 부탁하네!』

"어이!"

 통신이 종료됐다. 깡! 레드해그는 날아든 저격 총탄을 손쉽게 베어 버렸다. 주변에 리플렉터는 없어, 대처 가능한, 그녀 식으로 말하자면 "느릿한" 탄도였다.

"그렇게 간단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야." 레드해그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간단……하게는……."

◆◆◆

 그 때, 검은 비욘보에 둘러싸인 진영에서, 보퍼 울베인은 위압적으로 양다리를 벌리고, 등을 곧추세우고, 오버 테크놀로지 무기 도모세이버를 지팡이를 방불케 하며 다리 사이에 세웠다. 백자(白磁) 보디를 가진 남성 오이란드로이드 같은 코쇼도모에게 천천히 거대 부채를 부치게 하며, 아그라 메디테이션과 같이 임전의 정신 상태로 날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

 그는 의아했다. 코 밑을 닦자, 피가 있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코쇼도모가 억양이 흐릿한 목소리로 묻는 것을, 힘차게 일어나 밀치고, 부채를 빼앗고 내던지고 짓밟았다.

"아이에에에에!"

"무언가 일어났군."

 그는 혼자서 검은 비욘보 파티션 바깥으로 나갔다. 진형을 짜고 대기하던 도모트루퍼가 그의 존재에 반응해 일제히 경례했다. 장관이다. 그는 혀를 한 번 찼다.

 그는 전자 배리어가 무언가의 이유로 오프라인화한 것을 피부의 감각으로 감지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UNIX 팔찌를 조작해 헬리코이드를 IRC로 불렀다. 「다른 용무 중」이라는 자동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는 헬리코이드 일행의 대응 성패에 의문을 품고, 아직도 붙잡히지 않은 특정 반란자들의 움직임을 걱정했다.

 혀를 한 번 더 찼다. 망토를 나부끼며 상공의 마구로도모를 올려다보고,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

 그는 눈썹을 움직이고, 이어 당돌하고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수평선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심플하고, 어리석고, 반드시 대처해야 하는…… 하지만, 손쉬운 위협이다. 이는 반란자의 교란 행동에 의한 사소한 불쾌감을 덧칠하고도 남을 정도로 기쁜 예감이었다.

"질리지도 않고 왔나. 좋다!"

◆◆◆

 푸른 바다에 여러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 레드해그는 손으로 눈 위에 그늘을 만들어 내다보았다. 그림자가 무엇인지는 확실해졌다. 항공모함이다. 어떤 암흑 메가코프가 다시 공격하러 왔나. 위로 올라가는 함재기의 그림자는, 여기서 보면 갈매기를 방불케 했다.

 우오오오오오옹.

 여기까지 들리는, 뱃속을 흔드는 듯한 포효는 틀림없이 마구로도모가 발한 것이다. 포르타라의 상공에 정지해 있는 불길한 그림자는, 지금 그 머리를 바다 위의 항공모함에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율과 함께 달려나갔다. 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닌자 제육감에 기대지 않아도 명백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옹! 마구로도모가 다시 울었다! 하늘이 하얗게 물들었다!

 ZGRRRTOOOOOOOOOOOOOM!

 열린 마구로도모의 턱에서 발사된 하전입자포, 통칭 도모즈데이 코리더의 광선이 바다를 가르며 메가코프 항공모함을 쓸어버렸다.

 KRA-TOOOOOOOOOOOOOOOOOOM

 마치 그것은 천둥의 혀와 같았다. 메가코프 항공모함은……레드해그가 그것이 어느 회사의 소유물인지 판별하는 것보다 빨리 두 동강으로 쪼개져 처참한 V자의 그림자가 되어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아 갔다. 레드해그는 이를 갈았다. 나무아미타불!

"비 도모 존재를 탐지. 제로화 개시." "제로화 개시." "이얏-!" "삐각-!"

 요새로 올라오는 도모트루퍼를 바람을 방불케 하며 베어 버리고, 경사로를 달려 내려간다. 합류점으로! 아무튼, 빨리! 저 공중모함은 이미 글렀다. 그리고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암흑 메가코프의 머저리들이 아니라, 어딘가의 시민이 된다. 이 섬 바깥의 어딘가. 지중해의 어딘가. 세계의 어딘가……기분 나쁜 일이 된다!



5

도모즈데이 코레더의 발사 궤적 위로 반짝이는 화려한 잔광과 폭발한 항공 전력이 남긴 흑연 먼지는 헬리코이드가 저격 포인트로 고른 유적의 지붕에서도 보였다.

"화려한 공연이 시작되는 것 같구마안."

헬리코이드는 먼 하늘의 빛깔을 바라보며 ZBR 껌을 뱉었다. 그리곤 스텔스 저격총의 조준경에 다시 눈을 가져다 댔다. 온 섬의 리플렉터가 그의 뉴런에 반응하여 각도를 바꾸며 몇몇 감시대상을 파악해간다.

"이쪽 상황은 어떤가… 어? 하는 짓하곤… 새끼들… 쳇."

저격을 경계하며 이동하는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 포착 빈도가 틀림없이 줄어들고 있다. 경계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더욱 리플렉터의 각도를 바꾸었다. 

"꼬리를 말고 도망간 고물 쓰레기 로봇 새끼에……"

데스도모코어는 근처 검문소로 도망쳐서 메인터넌스(정비)를 받고 있다. 그리고 다시 리플렉터를 변경…… 헬리코이드의 눈빛이 뒤숭숭해진다.

그는 스텔스 저격총 「키세루 오브 데스」의 조준경에 얼굴을 들이댄 채 중얼중얼 말을 걸었다. 스스키는 이미 구릉지대에 없었다. 그녀는 사이버 말에 걸터앉아 이미 시가지 지역으로 들어가는 참이었다. 그녀의 등에는…… 아이가 매달려 있었다.

자스산 전투 때 난전 도중 리플렉터를 상실. 그 뒤 헬리코이드가 데스도모코어…… 그 쓸모 없는 쓰레기 로봇……의 엄호에 집중하고 있던 틈에, 스스키는 리플렉터의 사각지대를 따라 이동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겨우 위치를 잡아냈나 싶었건만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스키가 데리고 있는 것이 자스산에서 죽이지 않은 아이임을 헬리코이드는 즉시 꿰뚫어 보았다.

"애새낀 뭐야? 어디로 운반하냐고."

그의 뉴런에서 의심이 자라난다. 그는 IRC 호출을 실행했다.

"어이, 스스키=상. 그 애새낀 뭐야? 대답해."

『생존자야.』

말을 몰면서 스스키가 대답했다. 상공의 리플렉터 각도를 조절하여, 헬리코이드는 시야를 확보했다. 완전히 멀어지자, 다른 리플렉터가 이어받는다.

"생존자라고? 그딴 건 보면 알아. 내가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싸움에 진 개새끼가. 어째서 그걸 나르고 있냐고?"

『이 아이는 방치하면 생존할 수 없어. 보호자가 될 사람은 모두 죽었어.』

"그러니까! 왜 그 애새끼를 나르고 있냔 말이야? 내버려두면 죽는다! 그러면 내버려 두라고. 빌어먹을 LAN 포인트를 파괴당한걸 설명하는 게 먼저야. 울베인=상의 어설픈 배리어는 이미 없어졌어. 만일에 하나 그 친절하신 귀족님이 죽는다면 밥줄이 끊어진단 말이다!"

『그렇군.』스스키는 인정했다. 『자스산의 마인드 도모는 파괴됐어. 나와 네 연계는 적에게 미치지 못했다. 뭐라 한들 그걸로 구릉 지대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사라졌어.』

"네'가'" 헬리코이드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서 숨결을 내뱉듯 말했다.

"죽이지 못한 거겠지."

『헬리코이드=상.』스스키가 헬리코이드에게 물었다. 『그 산의 사람들을 모두 죽일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필요? 없지." 헬리코이드는 비웃었다. "너 바카냐? 당연히 재밌으니까 죽이는 거지. 도모트루퍼 쓰레기 놈들도 똑같은 짓을 한다고. 그게 울베인=상의 스타일이란 말이야. 안 그래? '제로화' 하고 있단 말이다, 좋은 일 아냐?"

『과연. 잘 알았다.』

"어이, 스스키=상. 지금부터 할말을 잘 골라라.…… 내가 하는 말의 의미, 알겠지?"

『스스로도 다소 놀라고 있다.』스스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인간…… 그것도 비닌자 따위, 결국 약소종이다.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말을 몰면서 그녀는 허리에 매달린 아이의 손을 매만졌다. 아이는 필사적으로 스스키에게 매달려 있었다.

『너희들의 행동을 존중할 적극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BOOOM! 헬리코이드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고 하늘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이미 그는 뉴런을 살의로 물들이고 있었다. 리플렉터에서 리플렉터로, 키세루 오브 데스의 총탄이 반사되고 반사된다. 그리고 스스키의 등에 있는 아이를 노린다. 스스키는.... 달리면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BLAM, BLAM, BLAM!

 세 번 쏜 핸드건의 총탄은, 마지막 리플렉터에서 튕겨난 키세루 오브 데스의 총탄에 충돌하여, 굴절했다. 헬리코이드는 작게 욕지기했다. 저격이 실패했다. 펌프액션을 행하고, 즉시 두 번째 사격으로 이행한다. BOOOOM!

…...BLAM! BLAM! BLAM! 네발째, 다섯발째, 여섯발째 총격이 다른 각도에서 날아드는 두번째 저격 탄환을 격추!

"......!"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스스키는 이 주변의 리플렉터 위치를 이미 파악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각도를 꿰뚫어 보았다……! 이 무슨 오이란드로이드이기에 가능한 냉철한 탄도 계산능력이란 말인가?

"스스키=상! 이 자식, 그렇게 나오겠단 말이지!?"

헬리코이드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솟아오른다. 스스키는 대답 없이 말로 드리프트를 구사하며, 어깨 위에서 뱅글뱅글 쇳덩어리를 회전시킨 뒤, 철컥 소리와 함께 겨냥했다. 이것은, 오오, 나무삼……! 키세루 오브 데스와 비교하면 작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라면 한 손으로는 도저히 다루지 못할 대물 저격 라이플이었다.

"응……?"

헬리코이드의 닌자 제6감이 경종을 울린다. 놈은 어디를 노리고 있지? 저 시가지의 고지대에서…… 고지대…….

"다이렉트로!?"

헬리코이드는 조준경에서 눈을 뗐다. 맨눈으로 확인한 것은 머나먼 시가지의 덩어리…… 거기에서 반짝 빛나는 것이 있다! 스스키가 있는 곳에서 여기 사이에 차폐물이 없다! 헬리코이드는 옆으로 굴렀다! BOOOOOM! 쏘았다! 스스키가!

KBAM! 발밑의 흙이 터졌다. 피했다. 헬리코이드는 일어나서, 닌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뉴런에 불꽃이 튀기도록 고속사고했다. 저 우키요는 자신을 두 번 강타한 키세루 오브 데스의 탄도를 기억해서 리플렉터의 위치를 파악, 대물 저격 라이플의 사정거리 안임을 확인한 다음, 다이렉트 저격으로 대응한 것이다. 과연, 성가심!

"정말로 로 배신했단 거로군. " 헬리코이드는 욕설을 내뱉었다. "날 물로 보다니, 우키요 따위가!"

대응 사격을 한 점은 성가시지만, 첫수를 그르친 이상 온갖 방향에서 공격이 가능한 헬리코이드가 일방적 우위에 서있다. 다시 저격 세팅을 갖추고, 리플렉터를 재조정한 다음, 다음 공격으로 반드시 잡는다. 그뿐이다…… "이얏-!"

"이얏-!"

헬리코이드는 팔을 들어올려 측두부 쪽에서 가해진 앰부쉬 날아차기를 튕겨내고서, 습격자의 배에 반격의 주먹을 꽂아 넣은 뒤, 이어서 발차기를 먹였다.

"끄악-!"

공중에서 회전하여 낙법을 취하는 노부자메 E를 노려보며, 헬리코이드는 카라테 풋워크를 몇 차례 취했다. 적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나서 아이사츠를 했다.

"도-모. 헬리코이드 입니다."

"도-모. 헬리코이드=상, 노부자메 E 입니다."

"그렇지, 네놈도 있었지, 야생 로봇 새끼. 슬슬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참이야……"

"그리 간단히는 안 되나. 과연 닌자라고 해야 할 참일까?"

"하! 하……! 핫하하하하!" 헬리코이드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얕보는 것도 유분수지! 나는 닌자, 그것도 신중하다 일컬어지는 저격의 신이야. 이 열등한 섬 전역이 나의 사냥터다. 직접 공격하러 오는 생각이 짧은 바보들 따윈 언제나 예상하고 있단 말이다. 저 우키요를 어떻게 포섭했는진 모르겠지만 결국 비닌자, 놀잇감이란 말이다, 네놈들 로봇은!"

"너, 저격 닌자란 건……" 노부자메 E는 삿대질을 했다. "카라테 승부엔 자신이 없단 거잖아. 이대로 때려눕혀주지."

"하하하하하하! 정말로 재밌는 고물 새끼로군." 헬리코이드는 양손을 펼쳤다. "확실히 나는 카라테는 쥐약이라서 말이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와라."

오만하게 손짓한다. 노부자메 E의 LED 아이가 결단적 전투의지로 빛났다.

"바라던 바! 이얏-!"

◆ ◆ ◆

쿵… 쿠궁! 쿵! 드르르륵 드르르륵! 짧게 끊어지는, 그러나 계속되는 집요한 굴착음과 진동이 아폴론 신전의 흔적이 남은 외딴 섬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 울베인 경은 카타나를 지팡이를 방불케 하듯 땅에 꽂은 채 그 진동의 근원을 가만히 관찰했다. 해머 실린더 장치 '베히모스'......!

베히모스는 고도로 모듈화 되어있기에 하늘 위에 정지한 마구로도모에서 떨구어진 부품들은 묵묵히 작업하는 도모트루퍼들의 손에 의해 최적의 속도로 조립되었다. 도모트루퍼들은 순종적이면서도 야루키(의욕)가 있다. 예를 들어 5시간이 걸릴 일을 "느리다. 4시간 안으로 해라." 라고 명령한다면 반드시 그에 부응한다. 기계이기에 카로시하는 일도 없다.

쿵… 쿠궁! 쿵! 마치 거대한 탈곡기를 방불케 하며 베히모스는 실린더를 박아 넣는다. 야외에 설치된 모니터링 UNIX에는 기후 상황이나 주변 지역의 양상, 목적 달성까지 소요시간이 수치화되어 있다.

이 굴착 작업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에메츠다. 울베인 경의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이 섬을 깊게, 더 깊게 파고들면 반드시 고순도 에메츠 광산에 닿게 된다. 달 파괴 후에 세계에 넘치게 된 신자원, 에메츠가 있는 곳을 모든 힘있는 자들은 추구하고 있다. 이 낙소스는 신화의 땅이다. 신화의 땅이 에메츠를 많이 품고 있다는 정설은 지질학자들 사이에서 경험적으로 공유되고 있었다.

베히모스의 코어 부분에는 도모 리액터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풍부한 에메츠 광산과 물리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사차원적 경로를 이용하여 하늘의 마구로도모와 지하 사이에 도모 홀을 구축하여 그를 통해 에메츠를 무한정으로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이론의 자세한 부분에 대해 울베인 경은 흥미를 품지 않았다. 다만 닥터 도모의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엄청난 수익에 대해서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실제 마구로도모는 무시무시한 오버 테크놀로지다. 거대질량 순간이동 능력, 가공할 화력, 리액터의 과학… 저 거대한 물고기형 공중요새가 있다면 울베인 경은 지중해, 아니 세계를 제패하는 것도 가능할 터. 참치의 날개를 자유로이 날개짓하게 하기 위해 낙소스 섬을 거점으로 삼아 에메츠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내는 이번 작전은 앞으로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분수령이다. 어떠한 하자도 용서치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좀전의 도모즈데이 코레더의 성과 데이터가 올라왔습니다.』

코쇼도모가 들고 있는 통신 UNIX 패널 화면 너머로 마구로도모의 브릿지에서 울베인 경의 심복인 닌자 기스번이 보고했다. 사위스러운 강철 풀 멘포와 테크놀로지 갑주로 무장한 닌자이지만, 울베인 경에게는 그윽한 겸손함을 보였다.

『전개된 적 전력의 27%를 제로화 했습니다.』

울베인 경은 먹구름이 낀 하늘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것뿐인가? 27%를 제로화해도 73%가 남지 않는가! 기대한 성과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도모즈데이 코레더의 출력을 다시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항모를 노린 포격으로 남아있는…...』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현장에 있는 네놈의 임무다!"

울베인 경은 엄격하게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실시간으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섬 안의 교란분자의 기분 나쁜 활동으로 인하여 전자 배리어는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해, 직접 암살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적을 막아낼 수 없는 상태다.

그는 마구로도모로 귀환할지를 검토했다. 최강의 도모 전함이지만, 동시에 적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세력의 집중 공격 표적이기도 하다. 충분한 안전을 확보하려면 한시 바삐 적의 항공 전력을 배제할 필요가 있으나…….

그는 다시 한 번 베히모스를 바라보았다. 도모 리액터 시스템의 도모 순환 환경이 완전하게 갖추어질 때까지 1초라도 방심은 할 수 없다.

"내가 네놈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제대로 생각해 보도록 하라. 닥터 도모의 과학력과 나의 큰 뜻을 부정한다면 세푸쿠 할 수밖에 없겠지, 기스번=상!"

『터무니없습니다!』 기스번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힘차게 주먹을 움켜 쥐었다.『도모즈데이 코레더는 틀림없이 상징적인 무기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전술이 활용될 영역입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바로 그 의기다. 네놈은 우리 전자 에게 해 제국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 총수로 임명해도 좋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나의 기대와 신뢰를 져 버리지 말게."

『총수!? 분에 넘치는 행복……!』

기스번은 유능한 닌자다. 유능하면서도 울베인이 찾아내기 전까지는 동유럽의 오래된 도시국가에서 찬밥 신세일 따름이었다. 울베인은 그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부와 성공을 약속하였으며 세계 제패의 꿈을 주었다. 그를 받드는 닌자 기사들은 모두 비슷한 출신들이었다.

"불손한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을 때려 부숴라! 나를 기쁘게 만들라!"

『하이, 요로콘데-!』

통신 종료! 마구로도모가 포효를 내지르며 지느러미를 방불케 하는 스태빌라이저를 전개하자 함재기들이 차례로 하늘에 뿌려졌다. 고기동전투기 도모세움이다! 한편 먹구름을 뚫고서 출현한 것은 과감히 공격을 이어가는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참치 체펠린 함대였다. 빛나는 전자 플래그는 한 회사만의 것이 아니다. 슌시남, 오쿠다스카야, 리론 케미컬. 유럽 지역에 영향력을 가진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들이 연합 함대를 파견한 것이다.

마구로도모는 더 이상 도모즈데이 코레더 쪽으로 출력을 돌릴 수 없다. 각각의 세력의 전투기가 순식간에 뒤엉켜 격렬한 도그 파이트가 개시된다. BRRRRRRTTTTT……BRRRRRRRRTTTTTTT! 천둥과도 같은 포격음이 울려 퍼지며 미사일이 하얀 꼬리를 달고서 종횡무진 하늘을 찢어 발긴다. KA-BOOOM! KABOOOM! 

꽃놀이를 방불케 하며 사방에서 흩뿌려지는 폭발의 화염! 갈라진 연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수평선 쪽으로 떨어져 간다!

"쫓아내라! 나를 향한 충성심과 키아이(기합)가 있다면 암흑 메카 코퍼레이션의 전투력 따위…"

울베인 경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 눈이 부릅 뜨였다. BOOOOOOM…… 불타는 검은 연기 자락을 매달고서 추락한 전투기가 외딴 섬에 추락했다! BRRRRTTTTTT! BRRRRRRTTTTTTTT! 순식간에 지상에 있던 메이저도모 지휘 아래 도모 전력들이 일제히 대공포격을 개시한다. 추락한 전투기는 요격 당하여 산산히 부서지고, 그 파편은 무수한 자갈이 되어 쏟아져내린다. 이 외딴 섬의 대공 전력은 완전하다. 베히모스도, 울베인도 위기에 처할 리 없었다. 그랬을 터였다.

"치잇-!"

울베인 경은 망토를 휘날리며 낙하하는 불타는 파편을 겨우 타타미 2장 거리를 두고 회피했다. KABOOOOM! 다시 한 대! 또 한 대! 추락하는 전투기가 새어 들어와 도모 대공포격으로 부서진다! KBAM! KBAM! 에메츠 비욘보 병풍이 차례로 쓰러지고, "삐각-!" "삐가각-!" 도모트루퍼가 폭발에 휘말린다!

"울베인 경, 다소 위험합니다."

코쇼도모가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을 촉구했으나 이런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타개책을 떠올리는 AI는 없다. 울베인 경은 코쇼도모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기고서 베히모스를 보았다. 굴착 유닛은 이 본진 이상의 대공 전력으로 지키고는 있지만……. 그는 다시 기스번을 IRC 호출했다.

"이쪽으로 불똥이 튀고 있진 않은가! 어리석은 놈!"

『예상외의 전력 규모이긴 합니다. 지금 잠시만 견뎌 주시면…… 뭣? 요시(좋았어)!』기스번은 함교에 전달된 보고에 환호하며 울베인 경에게 보고했다. 『지금 막 에메츠 광맥과의 도모 리액터 순환 연결이 확립되었다는 보고가! 도모 트랙터 빔이 사용 가능합니다. 함으로 모실까요, 저의 주인이시여?』

"뭐라고? 지금 바로 가능한가!?"『가능해졌습니다!』

울베인 경은 뉴런을 고속 회전시켰다. 마구로도모로의 귀환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현재, 전자 배리어를 잃은 채 이 외딴 섬에 머무는 것은 더더욱 위험. 에메츠 광산과의 링크에 성공한 도모 리액터가 도모 순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마구로도모는 무적이 된다는 예상도 있다.

"좋다! 해라!" 『지금 당장이라도 하겠습니다!』

잠시 뒤 울베인 경은 스포트라이트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빛에 휩싸였다. 그것이 마구로도모에서 핀 포인트로 발사된 트랙터 빔이었다. 도모 리액터의 초자연적 출력이 가능케한 전이 테크놀로지의 한 모습이다!

"승부처다!"

울베인 경은 코쇼도모를 걷어차고서 스스로를 격려했다. 손바닥을 바라보자 01 노이즈가 파직파직 생겨나고 중력 감각이 사라져 간다. 전이가 시작됐다.

◆ ◆ ◆

BOOOM! 노부자메 E는 급가속! 팔꿈치 찍기와 동시에 접근! "이얏-!" 헬리코이드는 방어! 노부자메 E는 그대로 단타(短打)를 되풀이한다! "이얏-!" "이얏-!" 헬리코이드는 단타를 되돌려준다!

엄청난 공중전을 배경으로 삼아 두 사람의 주먹이 잔상을 만들어 내며 격렬한 응수가 오고간다. 그리고 "이얏-!" "끄악-!"

단타전을 제압한 것은 헬리코이드였다! 옆구리, 어깨에 연속해서 내리친 춉으로 노부자메 E를 무릎 꿇린 것이다. 헬리코이드는 가차없이 미들킥으로 연수*를 노린다!

* 목 윗부분의 척추, 인체의 급소 중 하나.

"이얏-!" "끄악-!"

노부자메 E는 회전하면서 날아갔다. 헬리코이드는 혀를 찼다. 노부자메 E는 순간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여 한번의 공격으로 머리가 파괴되는 사태를 면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헬리코이드에게 있어서는 예상 외의 사태다.

"제법 하잖아, 로봇 따위가…… 닌자로서의 자신감이 없어지겠는데." 헬리코이드는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팍을 찔렀다. "때려눕혀 봐라. 응? 어울려 주지."

KRAAAAASH! 추락한 전투기가 그들과 지극히 가까운 땅에 충돌하여 지면을 도려내며 미끄러져 떨어졌다.

"이얏-!"

노부자메 E는 급가속 최대접근! 어깨에서 등에 이르는 영역에 때려 박히는 보디체크를 구사한다!

"이얏-!"

KRAAAASH! 방어 자세를 취한 헬리코이드가 타타미 2장 거리만큼 넉백 당한다. 하지만 헬리코이드의 크로스 암 가드는 충돌 공격을 막아냈다.

"이얏-!" "끄악-!"

보디체크 직후인 노부자메 E의 무방비한 자세에 헬리코이드는 차올리기를 때려박았다! 나무삼! 비스듬히 날아가는 노부자메 E!

"이얏-!" "삐각-!"

헬리코이드는 돌려차기를 먹였다. 회전하면서 공격당한 노부자메 E에게 더욱 더 추격타를 노린다!

BLAMN!

"하핫-!" 헬리코이드는 저격탄을 브릿지 회피! 스스키의 엄호 사격이다. "나를 상대로 저격으로 싸우겠다? 진심인가, 스스키=상이여!"

비웃고서 헬리코이드는 노부자메 E를 걷어 차 날린다!

"삐각-!"

카이샤쿠에는 이르지 못하는 타격이었다. 헬리코이드는 또다른 상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앰부쉬를 걸어올 자를!

"이얏-!"

헬리코이드는 뛰어들어오며 덮쳐드는 검은 참격을 몸을 반 틀어 회피했다. 앰부쉬를 걸어온 자는 그대로 땅 위를 두 번 구르고서 일어나 아이사츠를 건넸다. 

"도-모. 레드해그입니다."

"도-모. 레드해그=상. 헬리코이드입니다."

많은 그림자가 아이사츠를 주고받는 그들의 머리 위로 지나간다. 실로 짧은 시간 사이에 하늘에서는 가혹한 공중전이 개시되었다.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은 제공권을 제압하는 것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헬리코이드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이 이쿠사 배틀이다.

두 사람은 동시에 오지기 상태를 풀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고개를 들어올리는 압축된 시간은 건맨들이 일대일 대결에서 취하는 호흡의 줄다리기와도 같다……!

""이얏-!""

두 사람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원 인치 거리에 이르렀다! 검은 참광과 신음소리를 흘리는 레드해그의 오부츠단은 그냥은 끝나지 않을 아트포스피어를 뿜어냈기에 헬리코이드는 첫수부터 주의 깊게 몸을 놀렸다. 그는 허리에 매달았던 톤파를 꺼내어 적의 칼날의 날밑을 받아낸다.

"네놈의 목적은 뭐냐, 레드해그=상!" 맞부딪히면서 헬리코이드는 무기 너머의 레드해그를 바라보았다. "이 섬에 한심하게도 은퇴한 닌자가 한 마리, 안락의자 속에서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는 분명 들었지만 말이야. 이제 와서 뭘 하고 싶은 거냐?"

"케지메야." 레드해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는 댁이야 말로 뭘 하고 싶은 거야? 불쌍한 섬 사람들을 죽이고서 뻐기는 과대망상 바보에게 붙은 이유가 뭐지?"

"돈인 게 당연하지." 헬리코이드가 공격적인 웃음을 돌려주었다. "그 놈보다 정신 나간 새끼 밑에서 일한 적도 있어. 덧붙이자면 울베인, 그 바보는 그 정신 나간 새끼보다 통도 크지"

"알고 있어? 지고쿠 헬에 돈은 가져가지 못한다는 거."

"지껄여대기는! 이얏-!"

헬리코이드는 레드해그를 걷어찼다. 레드해그는 이를 악물고서 버텨낸다.

"이얏-!"

헬리코이드는 다시 한 번 걷어찼다. 레드해그는 버텨냈다. 적절한 간격을 두고 이루어졌다면 내장을 파괴할 수 있을 타격이었다. 그러나 격렬한 초접근전 속에서는 위력이 줄어든다.

"뭐해?" 레드해그는 도발적으로 질문했다. "댁, 이 다음엔 뭘 하고 싶지? 미안하지만 나도 상당히 서두르는 중이거든. 댁은 방해야."

"지껄여봐라……!"

헬리코이드는 레드해그를 뒤로 밀어내려고 했다. 레드해그는 그 호흡을 포착하여 되밀어내어 자세가 무너진 헬리코이드에게 공격을 때려 박았다.

"이얏-!" "이얏-!"

검은 카타나와 톤파가 부딪혔다. 기묘한 압력이 느껴졌다. 헬리코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톤파가 이상하다. 도트가 튀는 저화질 사진의 노이즈와도 같은 검은 얼룩이 생겨나고 있었다. 얼룩…… 아니, 질량이 존재하는 랜덤한 노이즈들이 부풀어 올라 바뀌어 간다…… 레드해그의 검은 칼날과 접촉된 부분을 통해서 마치 감염되는 독을 방불케 하며……!

"이것은!" "이얏-!"

KRAACK! 레드해그는 다시 공격을 때려 박았다! 톤파는 이변이 일어난 부위에서부터 부서지면서 날아가 버렸다!

"누웃-!"

헬리코이드는 톤파를 버리고 맨손 카라테로 몸을 지키려 했다. 그러나 레드해그는 그 순간 이미 등을 돌리어…… 그대로 휘둘러 옆으로 베어넘겼다.

"이얏-!" "아밧-!"

사츠바츠! 헬리코이드의 몸통이 수평으로 절단된다! 무시무시한 칼솜씨다! 베어져 날아가면서도 여전히 어떠한 공격을 시도하려는 헬리코이드를, 레드해그는 카타나로 대비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헬리코이드의 머리를 멀리 떨어져 있던 스스키의 저격탄이 관통하여 파괴한 것이다.

"사요나라!"

헬리코이드는 폭발사산했다.

잔심을 취하고서 저격수의 살의가 자신 쪽으로 향하지 않음을 확인한 뒤에야, 레드해그는 카타나를 칼집에 꽂고서 노부자메 E쪽으로 다가갔다.

"삐가가…… 당신의 카타나, 역시 이상한 물건이었군. 엄청난 노이즈를 느꼈어. 대체 뭐야?"

"설명하면 길어진다고 했잖아. 그것보다 댁, 상당히 호되게 당했는걸."

"문제없어, 이 정도는. 인간보다 튼튼하다구. 아마 앞으로 2번 정도 재부팅하면 완벽히 나을 거야."

"할 거면 서둘러."

『전략에는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땅위로 투사된 닥터 마토모의 홀로그램 영상이 손짓을 섞어가며 주장했다.

『어쨌거나 닌자를 쓰러뜨렸다. 우리의 과학력의 커다란 수훈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귀찮은 저격 닌자를 배제하고 전자 배리어를 파괴한 지금, 이미 작전 성공은 앞으로 한걸음일세!』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 상황인데 말이야."

레드해그는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닌자를 쓰러뜨린 건 내가 아니라 레드해그=상이고." 노부자메 E가 아쉬운 듯 덧붙였다. "한심하네. 나도 로봇닌자인데."

"하, 성실하구나. 댁"

레드해그가 말했다.

"다가가는 것 만으로도 힘든 상대였고, 댁은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 여기를 합류 포인트로 정한 것은 정답이었다고." 그러고서 스스키 방향을 보았다. "댁의 새 친구도 말이지. 정말 제대로 구워 삶은 거 맞지? 나를 갑자기 쏘는 거 아냐?"

"그 점은 문제 없다구." 노부자메 E가 장담했다. "나의 하트가 저 녀석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았으니까. 저 녀석에게서 긍지 높은 전사의 아트모스피어를 느꼈어. 울베인 같은 대책 없는 놈에게 언제까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붙어있을 녀석이 아니라고 믿었다구."

"믿었다? …...하? 그것뿐인 근거로 작전에 끼워 넣은거야?"

"당연하지. 그게 뜨거운 하트라는 거니까."

"앞으로는 좀 더 합리적으로 판단해주라. AI답게."

『실로 훌륭하고도 유연한 인간적인 사고회로가 아닌가! 마음의 온기…… 실로 중요한 요소로다.』

닥터 마토모가 자랑스레 말했다. 레드해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직지직…… 그 로봇의 판단 근거는 나로서도 실제 이해불능이다.』 닥터 마토모와의 통신에 다른 어카운트가 끼어들었다. "스스키=상이군."이라 말하는 노부자메 E.

『어쨌거나…… 나도 너희들의 활동에 올라타겠다.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보단 좋아』

"배신자가 되겠다고?"

레드해그는 스스키의 의사를 확인했다.

『배신은 아니다. 이대로 놈들에게 붙어있어도 아마 문제 쪽이 크게 앞선다. 이쪽 이야기지만 이런 모양새라면 이미 계약은 불이행이다.』

"현명하군."

레드해그는 조준경으로 아폴론 신전이 있던 외딴 섬을 보았다. 그리고 하늘 위의 마구로도모를. 그러고서…… 눈길을 옆으로 돌리면…… 도모즈데이 코레더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공중 전력이 먹구름을 배경으로 다시 전개되어 함재기를 사용한 공격을 걸고 있다. 여기까지 날아든 전투기는 그 여파다.

레드해그는 전개된 전력의 규모를 가늠했다. 가장 큰 참다랑어 중무장 체펠린이 3대. 중량급 남방참다랑어 체펠린이 6대.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일상적인 다툼에서는 도저히 동원될 일이 없는 물량이다. 그정도로 울베인의 정신 나간 도모 국가를 간과할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 플래그를 확인한다. 슌시남, 오쿠다스카야, 리론 케미컬. 전력을 확인하는 그녀의 표정이 살짝 움찔했다. 그녀가 주목한 것은 참치 체펠린 사이에서 어른거리는 초승달을 방불케 하는 원형 기체의 기영이었다. 나이미츠급 스텔스 캐리어를 뿌리로 삼아 만들어진 그 기체를 레드해그가 못 알아볼리가 없었다. ‘그립다’라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놈들도 오고 있나." 레드해그가 중얼거렸다.

"왜 그래?" 라는 노부자메 E.

"아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IRC로 스스키에게 말을 돌렸다. "스스키=상, 댁은 놈의 노림수를 어디까지 알고 있지? 이렇게까지 저질러 놓고 울베인 자식은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거야? 놈은 전세계를 적으로 삼을 셈인가?"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하는가?』 스스키가 말했다. 『놈에게는 어떤 확신이 있는 거겠지.』

『보퍼 울베인……. 위험한 남자로다.』닥터 마토모가 심각하게 말했다. 『이제 나는 분명히 확신하네. 울베인 경과 닥터 도모는 두개의 바퀴. 세속의 악과 과학의 악이 결합되어 인과율 계산식에 따라 100배의 위험이 현재 산출되었어. 이것은 이미 나의 정의의 과학의 악용 문제…… 다시 말해 비즈니스 모델 표절 문제를 아득히 뛰어 넘는 문제가 된 것이야. 인류의 생명마저 위협할 악몽이로다! 반드시…』

"영감. 저건 뭐야?"

레드해그는 닥터 마토모의 말을 끊었다.

『뭐?』

"저거 말이야."

레드해그는 조준경 너머로 빛의 기둥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다 위의 마구로도모에서 비스듬하게 뿜어진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빛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스코프의 배율을 최대한으로 올리며 자신의 닌자 동체시력 또한 극한까지 곤두세웠다. 빛속에서 어떤 그림자가 보인다. 상승해가는 어렴풋한 모습……

"마구로도모에 빨려 들어가고 있어. 사람이."

『뭐? 아, 그건 아마 울베인 경이겠지.』

"잠깐만. 뭐라고?"

『전자 배리어의 보호를 잃은 울베인 경이 그대로 지상에 남아있을 리 없지. 위험하니까. 다시 말해 이 또한 나의 완전한 예상 하에 있던 일일세. 안심하게나. 목표물이 하나로 좁혀졌을 뿐이야. 마구로도모에 돌입만 하면 모든 일이…...』

"어떻게 가라는 거야! 마구로도모에!"

『닌자의 훌륭함에 기대를 걸고 있네. 어떻게든 해주게나!』

"......"

레드해그는 질색이라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헬리코이드와의 전투 도중에 근처에 추락한 전투기 쪽으로 짜증스레 시선을 옮겼다.

◆◆◆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 의해 통제되는 전자 에게 해 제국의 항공 전력의 주력, 도모세움은 무인기다. 이것은 달 파괴 후의 세계에서는 특이한 경우였다. EMP 폭뢰로 인한 조작 불능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달 파괴 후의 전쟁에서 무인기는 갑자기 시대에 뒤처진 것이 되었다. 유인 조작 로우 테크 전투기가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클라우드 도모마인드 이론은 기존의 EMP 공격에 간섭받지 않는 사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대의 예외인 유인기가 있었다. 제이드와스프가 탑승한 기체다. 도모세움과는 다른 설계로 만들어진 기체…… 붉은색과 녹색 페인팅으로 장식된 특별 시험 제작기 '도모스키토'의 콕핏에 앉은 제이드와스프는 여러 개의 LAN 케이블로 기체와 직결되어 있어, 닌자 반사신경과 닌자 동체시력에 힘입어 도모 무인기들조차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구사한다. 그야말로 닌자란, 육해공 어떠한 전장에서도 일기당천의 존재인 것이다!

 

"히이-야하하아-!"

가속 상승으로 인한 강렬한 G에 노출되면서도 제이드와스프는 ZBR로 고양된 눈을 부릅 뜨고서 환희의 절규를 내질렀다. 따라오는 메바치급 건쉽은 4대. 등비급수 그래프를 방불케 하는 각도로 기체를 상승시킨 그는 나선형 회전을 구사하여 가속하면서 방향을 틀어 메바치들을 바로 위에서 조준했다. 그는 유도 미사일 따위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발칸 포로도 충분한 것이다.

"죽음에 종속되어라-!"

BRRRRRRTTTTTTTTTTT! 기총소사가 메바치급 건쉽의 장갑에 쉼없이 불꽃을 튀게 만들어 폭발시켰다! KA-BOOOOM! 제이드와스프는 닌자 시력으로 폭발하는 메바치의 콕핏을 간파, 파일럿이 죽는 순간의 공포에 빠진 표정을 그 눈에 새기어 거의 성적 흥분에 가까운 쾌감을 맛보았다 (좋아……!)

BRRRRRRTTTTTTT! BRRRRRRRRRRRTTTTTTTTT! KBAM! KA-BOOOOM! 집요한 공격이 따라온 메바치를 차례차례 폭발사산시키고, 파일럿이었던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첨병들은 후회와 공포 속에서 지고쿠 헬로 떨어져 간다. 여러 개의 유도 미사일이 한층 더 추격해오지만 제이드와스프는 모멸적인 웃음와 번개를 방불케 하는 비행으로 순식간에 추격을 끊어내고서, 도리어 적기에게 미사일을 명중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기술까지 성공시켰다.

그의 공중 살육으로 인해 뚫린 방어의 구멍에 도모세움이 따라 들어가 함재기 제2파와 부딪힌다. 제이드와스프는 아군마저 따돌리고서 적진을 뚫고 들어가 그 속에 떠있는 참다랑어 중무장 체펠린 1기에 접근!

"기스번=상! 이대로 해치워 버려도 되겠죠!?"

『당연하다! 해치워라, 제이드와스프=상! 이 순간을 위해 네놈은 닌자가 된 것이다! 추락시켜라!』

"아이! 아이! 서엇-(Aye aye sir)! ……보인다, 보인다보인다보인다구우!" 제이드와스프는 적기의 무리 속을 빠져나간다! "꼴사나운 참치의 옆구리가…… 쓰레기들의 목숨이 보엿-!"

BRRRRRRRRRRRRTTTTTTTTTTTTTTTTT! 가로지른다! 거기에 이어서 BRRRRRRRRRRRTTTTTTTTTTTTTTTTTTTT! 가로지른다! 강철 기체의 여기저기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불타는 오일 피가 흘러나와 천천히 비스듬히 참다랑어 중무장 체펠린은 낙하해 간다! 나무아미타불!

"햣하하아-!"

『불즈아이*다! 훈장을 수여하마!』

*과녁 한가운데 부분을 이르는 말.

기스번이 카메라 쪽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아직, 아직 이 정도로는 안 끝낸다고!"

제이드와스프는 선회하여 낮은 고도에 위치한 남방 참다랑어 체펠린을 겨냥했다. BRRRRRTTTTTTTT! 총격이 수면에 무시무시한 물기둥을 만들며 메바치 몇 대를 적중시켜 추락! 남방 참다랑어 체펠린이 불을 뿜는다! 나무삼!

"어어? 뭐야?"

제이드와스프는 남방 참다랑어 체펠린에게 급강하 기총소사를 먹이고 이탈하려다, 무심코 시선을 뒤쪽으로 돌렸다.

적군과는 다른 방향에서 전장 속으로 파고 든 메바치가 한 대 있었다. 메바치는 추락하는 기체와 충돌하여 폭발염상. 그러나 그 폭발 몇 초 전 두 개의 그림자가 기체를 내버리듯 밖으로 뛰쳐나와서는, 도모세움 한 대에 날아든 것이다.

"지금 것은!?"

멀어지면서 제이드와스프는 다시금 생각했다. 못 본 척 지나갈 수 없는 어떠한 예감을 느낀다. 

"묘하네요, 기스번=상! 이상한 각도에서 날아들었습니다. 무언가 뛰어내렸는데…… 혹시 닌자 아닙니까!?"

『검증중이다!』기스번이 말했다. 『후속 도모 무인기들이 제대로 할거다. 네놈은 격추행위에 집중하라!』

"아이 아이, 서-!"

제이드는 코를 울리며 대답하고서 나선형 회전으로 비상하여 다음 표적을 노렸다. 조준 화면에 얼러트(alert) 표시가 떠오른다. 전방, 기체 표면에서 노이즈를 일으키며 초승달형 기체의 그림자가 출현!

"오호? 골동품 기체인가? 저건 나이미츠급…… 달 파괴 전의 늙다리 기체……"

제이드와스프는 한쪽 눈썹을 치켜 뜬 직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있어 봐…… 그렇다는 건……. 들은 적 있어……" 그는 ZBR로 고양된 정신이 향하는 대로 중얼거렸다. "그거다…… 델타…… 맞아, 델타 시노비였나 하는 녀석들……"

그는 스텔스기 날개 위에서 팔짱을 낀 채 서있는 닌자의 모습을 간파했다. 흑인, 매립형 사이버 선글라스, 감색 머플러.

두 사람의 시선이 콤마 01초 동안 교차했다. 스텔스기 위의 닌자는 도모스티토의 콕핏 안 제이드와스프를 인식했다. 범상치 않은 아트모스피어에 제이드와스프는 상황판단. 나이미츠급 스텔스기를 향한 공격을 보류하고서 주의 깊게 거리를 벌려 통과했다.

그리고…… 도모스키토가 날아간 뒤의 아래쪽 하늘에서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는 속도를 떨어트리며 구불구불 날아다니는 도모세움의 등에 매달리듯 달라붙은 채 다음에 뛰어 갈 발판을 찾고 있었다.

"엉망진창이야! 무조건 엉망진창이라고, 이런 짓은!"

노부자메 E가 호소한다. 레드해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수긍했다. 그녀는 소울이 생성한 검은 천으로 눈 아래를 덮고, 검은 머리카락은 가볍게 뒤쪽으로 묶은 상태였다.

둘은 마치 서퍼를 방불케 하며 날개 위에서 필사적으로 균형을 잡았다. 레드해그는 카타나를 도모세움의 날개에 꽂아 넣고, 노부자메 E는 발바닥의 스파이크를 철판에 박아 넣어 신체를 고정시켰다. 닌자는 전투기에 매달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추락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터.

"와카루(알아). 나도 이 정도로 엉망진창인 짓은 그다지…… 해본 적이…… 없어!" 레드해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잖아. 저런 개박살난 기체가 잘도 여기까지 우리들을 데려다 준 것만 해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라구. 알겠어? 마토모 박사가 지나치게 계획이 없다는 점이 나쁜 거야!"

"그 말 대로야……!" 노부자메 E가 불만스럽게 LED 아이를 깜빡였다. "아무튼, 이 기체의 컨트롤을 빼앗든 뭘 하든 해야만 해."

"직결할 수 있어?" "시도는 해볼게!"

노부자메 E는 자세를 낮추고서 이 도모세움의 메인터넌스 플레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레드해그는 눈이 팽팽 돌게 어지러운 공중전의 광경을 지켜보려고 했다. 이윽고 조금 전에 눈에 들어왔던 나이미츠급 스텔스 캐리어가 또다시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는 착각할 리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옛 둥지, 델타 시노비가 소유한 골동품 기체…… 과거, 현 사령관인 오메가 커맨더가 아마투다리 섹트에게서 노획한 이래, 개수에 개수를 거듭하여 계속해서 사용중인 상징적인 기체. 「테츠노카게」다. 그리고 날개 위에 서있는 닌자, 노윈드는 델타 시절 그녀도 알고 지내던 상대였다.

(* 강철 그림자)

여기에 그들이 나타난 이유는 하나. 울베인과의 싸움에 참전하기 위한 것이리라.

"어색하구만…… 뭐, 이러쿵저러쿵 할 상황이 아닌가?"

그녀가 중얼거렸다.

"뭐라고!?" 노부자메 E가 기체에 LAN 직결을 시도하면서 소리쳤다. "무슨 말 했어!?"

"혼잣말이야. 나한테 맡겨!"



6

 기체 위의 닌자는 이미 그 거리에서 레드해그를 인식하고, 눈길로 이야기를 걸어오고 있었다. 역시 왔나, 하고. 레드해그는 복잡한 마음을 품었다.

 델타 시노비는 설립될 때부터 관계했던 조직이다. 당연히 노윈드와의 면식도 있었다. 그는 CIA 출신의 닌자이며, 전자 전쟁에서 괴물과도 같은 활약을 했다 한다. 이번에 델타 시노비가……그리고 그가 암흑 메가코프 진영에 붙어 있으며, 레드해그 일행과 적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다행이다.

"어이! 하이잭을 끝냈다고."

 LAN 직결 상태의 노부자메 E가 알리자 도모세움의 비행 안정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레드해그는 테츠노카게를 가리켰다. 

"저 기체를, 알아?"

"아아, 알고 있어."

"속도를 올려서 다가갈 수 있겠어?"

"괜찮은 건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위에 닌자가 타고 있는 것 같은……아니, 설마……."

"아아, 닌자야. 하지만 걱정할 건 없어. 아마도." 레드해그가 답했다. "내가 예전에 몸을 담았던 곳이거든."

"몸을 담았던……뭐, 됐다. 믿겠다고."

 도모세움이 제트 출력을 올려, 육중하고 거대한 테츠노카게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이윽고 두 기체는 나란히 날게 되었다…….

"도-모, 노윈드=상! 레드해그입니다!"

 레드해그는 노윈드를 향해 외쳐 아이사츠했다. 노윈드는 아이사츠에 답했다.

"도-모, 레드해그=상. 노윈드입니다."

 하지만, 회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BRRRRRTTTTTT! 도모세움의 기관총이 둘을 찢어놓은 것이다.

""이얏-!""

 레드해그와 노윈드는 동시에 뛰었다. BRRRRTTTT……정밀한 도모 무인기에 의해 조준된 화선이 그들을 그들을 사로잡으려 한다. 노윈드는 공중에서 한쪽 손을 드리웠다. 총탄은 그들 주위 3미터 지점에 달라붙듯이 정지해 무효화된다. 마치 시간정지와 같다. 콤마 수 초의 틈을 얻은 레드해그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엄청난 속도로 3번 회전했다. 그로부터 오부츠단의 이아이 참격이 펼쳐졌다.

"이얏-!"

"아밧-!"

 SLAAASH! 교차하는 듯 빠져나가려 하던 도모세움의 기체가 두 동강으로 찢겼다. 절단면에서 검은 노이즈를 끓어올리며, 철덩어리는 바다로 떨어져 간다.

"위험하잖냐!"

 노부자메 E가 빼앗은 기체는 레드해그가 착수하기 직전에 그녀의 아래로 날아와 발판이 된다. 레드해그는 한쪽 무릎을 끓었다. 고오! 도모세움은 제트 분사를 행하며 다시 상승을 개시한다.

"저 녀석에게 가세하면 되는 건가?"

"그래. 합류해서, 저 테츠노카게에 탈 거야."

"알겠다고……어이, 미사일이 온다!"

"채프*를 뿌려라!" "하고 있다고!"

(*:레이더를 방해하기 위한 알루미늄 조각. 레이더 유도 방식의 미사일 공격을 회피하는 데 사용된다.)

 노부자메 E의 UNIX 아이가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 명멸하자, 반짝이며 빛나는 분말이 후방으로 분사됐다. 연기로 된 선을 끌며 날아오는 미사일 하나가 목표를 잃고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레드해그는 기체 위에서 다시 카타나를 잡았다. 또 한 발의 미사일이 접근한다!

"이얏-!"

 베어낸다! 미사일의 탄두 부분이 검게 깎여나가고, 남은 부분은 미친 듯이 날아 사라졌다. 탄두 부분을 오부츠단이 도려내 소멸시킨 것 같았다.

 BRATATA! BRATATA! BRATATA! 노부자메 E는 기체를 선회시켜, 도모세움의 뒤쪽에서 기관총을 향해 사격해 파괴했다. KABOOOOM!

"꽤 하는데!" "나는 고성능이다! 것보다, 기다려봐……."

 BRATATATATA! 소사가 둘의 사이를 쓸고 지나가고, 노획한 도모세움의 배면부에서 불이 치솟았다!

"끄악-!"

 레드해그는 움츠러든 노부자메 E를 잡고, 강제로 LAN을 절단했다.

"삐가가각……"

 경련하는 노부자메 E를 어깨에 짊어진 그녀는, 타이밍을 엿봐 이 기체를 버리고 뛰었다!

"이얏-!"

 바람을 받으며 자세를 이동해 낙하 방향을 정한다. 눈앞을 통과하는 도모세움의 등을 차고, 다시 뛴다!

"이얏-!

 다시 한 기가 다가온다! 레드해그는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베어 가른다!

"삐각-!

 두 동강이 난 도모세움을 뒤로하고, 레드해그는 숨을 죽이고 테츠노카게의 배면에 앞돌기로 착지했다!

"끄악-!"

 순간적으로 공중에서 날고 있던 노부자메 E를 받아 대강 내린 것은 레드해그와 같이 공중전을 펼치고 있던 노윈드였다. 그는 발 아래의 해치를 차서 열고, 둘을 기내로 안내했다.

"……오랜만이군. 레드해그=상."

 노윈드는 레드해그를 보았다. 노부자메 E는 조금 거북해하는 것 같다.

"나에 대한 걸 기억해줘서 고마워, 노윈드=상. 이 녀석은 노부자메 E. 로봇이지만 자아가 있어."

"도-모." "도-모."

"노부자메 E=상. 이 스텔스기는 테츠노카게라 하는……"델타 시노비"의 소유물이다."

 달이 부서진 해, 세상은 전자적·물리적으로 나누고 있던 자기 폭풍이 갑자기 소실했다. 하지만 장해가 사라진 것으로 세계가 하나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자 전쟁 이후 수십년 동안의 쇄국 기간에 형성된 지역간의 문화적·경제적 분단은 전쟁 전 이상으로 도저히 돌릴 수 없고, 암흑 메가코프끼리의 분쟁이 본격화되었다.

 새로운 시대에서 일어나는 전쟁에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신비로운 렐릭을 방불케 하는 네오사이타마에서 세계 각지로 확산된 첨단 테크놀로지와……역사의 어둠을 넘어, 과거 수년간 급격하게 수를 늘린 닌자 소울 빙의자들이다.

 닌자들이 가지는 축복받는 신체능력과 거리낌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낮은 타자 공감성은 전쟁에 딱 맞는 성질이었다. 암흑 메가코프는 총탄의 비를 빠져나가고, 병에 강하며, 병사의 목을 맨손으로 날려버리고, 제트 전투기를 수리켄으로 격추하는 그들을 원했다.

 특정 기업과 전속 계약을 맺은 닌자도 많지만, 분쟁마다 소속 진영을 바꿔, 리스크를 받는 대신 자유를 선택한 용병 닌자도 여럿 존재했다.

 그 중, 암흑 메가코프의 사기적 계약이나 용병끼리의 무질서한 다툼을 걱정한 한 닌자가 「델타 시노비」를 구상했다.

 그 닌자의 이름은 오메가 커맨더. 전성기의 오무라 인더스트리에서 회장인 알베르토 오무라를 섬기던 역전의 닌자이다. 알베르토가 죽은 뒤, 공식적으로는 모습을 감춘 그였지만, 어떤 암흑 메가코프로부터도 독립을 유지한 용병 상호 조직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노윈드는 오메가커맨더가 예로부터 알고 지내던 닌자이며, 그가 직접 권유해서 델타에 들어온 숙련된 닌자이다. 그는 레드해그 일행을 안내해, 자동 셔터 후스마 도어 몇 개를 통과해 브릿지로 이끌었다.

"초계 호위 임무를 일시 중단. 이 녀석들 때문이군."

 엔지니어들이 그들의 엔트리에 주목했다. 몇 명은 레드해그와 면식이 있어, 환희의 표정을 띄웠다.

"이것 참, 레드해그=상! 건강했나!"

"아아, 그럭저럭."

 기장석에서 내려온 풍채가 좋은 여성은 이카라 가나마. 이 테츠노카게의 기장이다. 친근한 미소를 띄우며 레드해그와 악수한다. 그녀는 야나만치의 전 무장사원으로, 전직시의 계급은 부장직이었다. 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레드해그의 카타나를 보았다.

"이쿠사 배틀로 돌아왔다는 거야?" "응."

 이카라는 살짝 어두운 표정은 지었다.

"아아……이 섬은 당신의……고향이 됐었던 건가."

"그런 거야." 레드해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울베인인가 하는 녀석이 제멋대로 날뛰고 다니니까. 빡쳐버렸어."

"당시의 나는 당신을 보며 지루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닌자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 행복을 빌고 있었지."

"나도 동감이야."

 이카라는 레드해그의 아트모스피어에서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조금 쓸쓸하게 웃었다. 노윈드는 말이 없었다.

 UNIX 모니터 중 하나가 바뀌고, 콕핏이 투영됐다. 비치는 것은, 금발에 분홍색 붙임머리를 붙인 상냥한 인상의 남자다. 레드해그는 표정을 찌푸렸다.

"이 녀석도 바뀐 건 없나."

『어서 와, 레드해그=상.』

 남자는 윙크했다. 테츠노카게 조타수를 맡고 있는 닌자, 매버릭이다.

『아름다운 당신을 다시 델타에서 뵙게 될 줄은. 당신이 날아왔을 때에는 심박수가 흐트러져서 위험했어. 이런 무기질적인 전장에서 갑자기 여신을 볼 줄이야……그만해줬으면 좋겠네. 매료돼서 적기에 부딪혀버리면 어쩔 셈이야?』

"죽으면 되는 거 아닌가?"

 레드해그는 차갑게 말하고 담배를 물었다. 노윈드가 빼앗았다.

"금연이다." "핫핫핫하!"

 이카라는 웃었다. 그리고 매버릭이 비친 모니터를 매정하게 꺼버리고 레드해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뭘 하러 온 건가. 그것도 이런 공중까지. 그걸 말하자면 기체 위에서 태연하게 있던 우리 노윈드=상도 어지간하지만……레드해그=상, 이쪽 직장으로 복귀 상담이라도?"

"그건 아니지만, 지금은 누구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서 말이지. 우리들과 당신들의 목적은 같아." 레드해그는 3차원 레이더의 공격 목표인 빛나는 점을 가리켰다. "마구로도모 공략을 위해, 힘을 빌리고 싶어."

"……."

"암흑 메가코프 녀석들은 이대로 진을 쳐서, 저 마구로도모를 천천히 포위해서 짓누를 생각이지? 델타의 역할은 뭐야. 돌입 역인가?"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 이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들이 가진 주력함의 화력은 놀랍지만, 수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대로 우리 쪽의 일방적인 이쿠사 배틀이 되겠지. 항공 전력을 제압한 뒤, 해치를 억지로 열어서 노윈드=상을 함내로 보내는, 별 거 없는 일이야."

"아니, 그런 식으로는 시간에 맞출 수 없어." 레드해그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저 마구로도모는 일반적인 병기와는 달라. 얕봐도 좋을 상대가 아니야. 제대로 된 이쿠사 배틀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무언가 자세한 건가?"

 노윈드는 날카로운 눈을 레드해그에게 향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여러 가지 있어. 저 정신 나간 전함을 공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뭐, 솔직히 말하자면 영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네!』 노부자메 E의 목덜미에서 닥터 마토모의 홀로그램 영상이 투사되어 끼어들었다. 『제군들, 델타 시노비는 내 과학적 고찰에 기반한 정확한 조언이라는 결정적인 요소를 획득하기에 이르러, 반드시 이 이쿠사 배틀에서 킨보시 오오키이가 될 것이네!』

"……걱정된다고."

 레드해그는 다시 말했다. 노부자메 E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막 생각난 듯 말했다.

"충전기 빌려도 될까."

◆◆◆

 BOOOM! BOOOOM! BOOOOM!

 대공포의 빛이 대각선으로 사출되고, 타오르는 하늘을 도모스키토와 암흑 메가코프 항공 전력이 종횡무진한다. 메이저도모가 LED 아이를 정신없이 명멸시켜 불온한 불규칙 리듬으로 신호를 발신하자, 마이너도모가 그것을 받아 도모트루퍼를 인솔해, 전투 비욘보 병풍과 참호 구축, 대공 병기 증설 작업을 조용히 행한다. 

 토리이 게이트와 같은 석재의 포르타라에는 이제 전자 에게 해 제국의 사악 국기가 걸려 위압적이며, 해머 실린더 굴착기 헤비모스를 지키기 위한 작은 요새가 개미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근면한 도모들에 의해 급속히 정비되고 있었다.

 전투 비욘보 병풍 외주부 경계망에 거의 어떤 대비도 하지 않고 향하는 그림자가 있었다. 스스키이다. 이미 그녀가 전자 에게 해 제국을 적대하고 있다는 것은 헬리코이드에 의해 도모마인드로 공유화되어 있다. 도모트루퍼 중 1체가 그녀를 시인하고, 도모마인드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극히 잠깐이다.

 스스키는 걸어가며 나이프를 투척한다. 정확무비한 궤도로 날아간 나이프는 도모트루퍼의 중요 부위를 꿰뚫고, 접속 요청을 차단. 터벅터벅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접근한 스스키는 앞으로 구르며 참호로 뛰어들어, 쓰러진 도모트루퍼를 끌고 들어가 파괴. 다음 표적을 향해 이동을 개시한다.

 스스키는 초계 도모트루퍼가 가진 알고리즘의 풀림을 정확히 꿰매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등을 돌린 2체가 3체를 순찰로 내보내는 순간, 그녀는 참호에서 기어올라 2체의 등 뒤 원 인치 거리에 서서, 1체의 기관부에 배후에서의 정확한 타격으로 손상을 준다. 그리고 또 한 체에게 달려들어 목을 양 다리로 잡아 쓰러뜨리고, 목에서 LAN 케이블을 뽑아 강제 접속했다.

"……가라."

 명령을 받고 일어난 도모트루퍼는 비틀비틀 전진을 시작해, 조금 떨어진 지점의 초계 도모트루퍼를 갑자기 도모건으로 공격했다. BLAM! BLAMN!

"삐각-!"

"불온 개체 발생……."

"오인 사격 인정 또는 설정 변경을 요청……삐각-!"

 BLAM! BLAM! BRATATATA! BRATATATA!

 몸싸움이 발생한 곳을 뒤로 하고, 스스키는 다음 전투 비욘보 병풍의 틈새를 통과해 더욱 안쪽으로 파고든다. 초계 도모트루퍼 3체 유닛이 스스키를 알아채고 도모건을 들었을 때에는, 그녀는 이미 체조선수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공중에 거꾸로 뛰어올라, 역수로 잡은 나이프를 사용해 1체의 머리를 갈라 파괴, 착지와 동시에 스핀해서 1체의 발목을 잘라 파괴, 수면 차기에서 중단 차기, 이어서 뛰어올라 회전 차기까지 때려 박고, 약 2초 안에 전부 파괴했다.

"적성 존재가……." “요청……."

 끊겨 나오는 도모트루퍼의 음성을 들으며, 스스키는 앞구르기로 다음 참호로 미끄러져 들어가 나이프를 입에 물고 땅을 기어가듯 낮은 자세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외딴 섬에 건설될 베히모스 요새의 완성도를 당연히 파악하고 있었고, 냉철한 계산 아래 최적의 루트를 산출해 움직이고 있었다.

 날카로운 전투 기계로 변한 스스키의 뉴런에 그 아이에 관한 기억이 번뜩인다. 아이는 우선 인근 폐허의 지하실에 숨겼다. 이제 와서 일부러 일반 시민, 그것도 아이 하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 돼?)

 그렇게 묻는 아이는 불안한 듯 스스키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스스키는…… 그녀 자신도 놀랄 정도로……웃음을 띄우고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장담했다.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 내가 데리러 오겠다. 만약 내가 돌아오지 않거나 울베인의 군이 이 집에 들이닥친다면 다른 출구로 나와서 동쪽으로 가도록.)

(알겠어. ……죽지 마.)

(만나고 하루도 안 지났는데 감정이입하지 말라고, 소년.)

"이얏-!"

 스스키는 슬라이딩으로 전방의 도모트루퍼가 뒤돌아보는 것보다 더 빨리 쓰러뜨려, 그 틈에 다른 1체의 동체를 엘보로 파괴, 쓰러진 1체의 머리를 밟아 파괴하고 참호에서 기어올랐다. 눈 앞에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있다. 베히모스다. 스스키는 지그재그로 달리며 내부로 들어갔다. 그녀는 하늘의 마구로도모가 불온하게 발광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았다…….

◆◆◆

파오!

마구로도모의 브릿지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생황* 리드음 팡파레가 울려 퍼지고 황금 후스마 도어가 미끄러져 열리자 거만한 성큼걸음으로 보퍼 울베인 경이 걸어 들어왔다.

*중국 유래의 관악기. 오르간을 방불케 하는 화음 소리가 난다.

"이얏-!"

기스번은 회전 점프하여 무릎을 꿇은 자세로 주인을 맞이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전과는 어떠한가!"

"무적의 전자 에게 해 제국 공군은 자랑스럽고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이 압도적 퍼센티지를!"

기스번은 UNIX 패널을 보여주었다. 표시된 「적 잔존」수치를 보여주는 꺾은선 그래프가 LED로 깜빡인다. 확실히 깎아지른 절벽에서 미끄러지는 것 같은 하강 곡선이다.

"흐음……!"

 울베인 경은 눈웃음을 짓고 턱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에서 만족의 아트모스피어를 읽어낸 기스번은 힘차게 말을 이었다.

"슌시남, 오쿠다스카야, 리론 케미컬……어느 기업이든 결국 소규모 암흑 메가코프입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오무라 엠파이어나 카타나 오브 리버풀에 대한 본격 전쟁의 시금석! 지금 바로 쫓아버리는 것이……."

"아폴론 에메츠와의 연결은 완전히 확립되어 있겠지?"

 울베인 경이 질문했다. 아폴론 에메츠, 즉 낙소스의 외딴 섬, 아폴론 신전 유적 지하에 잠들어 있는 에메츠 광산이다.

"하앗! 물론입니다!" 기스번은 무릎을 끓고 기합을 넣었다. "베히모스가 이미 풍부한 에메츠 광석을 뚫어 확실히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도모리액터가 이 마구로도모와 베히모스를 사차원적으로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신화의 재현과 같군요!"

"훌륭하다! 그러면……."

 그때였다. ZZZZZZT! 브릿지에 설치된 테슬라 코일와 같은 통신기 「도모듈」이 번개를 뿜어 두 사람의 시선을 갑자기 사로잡았다. 방전은 공중에 모여 타원형 거울을 방불케 하는 역장을 만들어 냈다. 그 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오, 나무삼……멀리 떨어진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저 너머의 땅에서 온 통신이었다! 즉……!

『010011도-모. 보퍼 울베인=상. 닥터 도모입니다.01001』

 기스번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무심코 카타나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의 닌자 제육감이 본능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울베인 경도 마찬가지다. 그는 표정을 경직시키고 기스번을 멈췄다. 그리고 평소의 거만한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정식 아이사츠로 답했다.

"도-모. 닥터 도모=상. 보퍼 울베인입니다."

『01001도모리액터의 연결 확립이 성공한 것 같군. 축하인사를 전하겠네, 울베인=상.01001』

 닥터 도모의 일그러진 음성은 통신 환경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는 시체를 방불케 하는 창백한 남자로, 스킨헤드인 머리에는 두개골을 따라서 몇 가닥의 강철 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일견 그는 강철 갑옷을 몸에 걸친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보면 그것은 금속을 꿰매어 덧댄 가짜 피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얼굴의 아래쪽에 직접 박힌 멘포다. 멘포는 쇠로 된 격자로 보호받는 모니터로 되어 있으며, 그 모니터에는 거대한 눈알이 비치고 있었다. 눈알은 거친 도트 아트로 이루어져, 쉴 새 없이 눈동자를 움직이고, 계속해서 깜빡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띄운다. 마치 그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기스번은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느껴 눈을 돌랐다.

『0100101귀공의 활동을 통해 우리의 야망은 다시 한 걸음 실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도중에 귀공의 목적 달성도 있다는 것은 결코 잊지 않았겠지.0100101』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어 말하자면, 우리는 어디까지고 일심동체……군신과 같은 나의 전력 전개가 없으면, 귀하의 테크놀로지 기반 구축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010011재미있군. 재미있어, 울베인=상.010010』

닥터 도모는 반쯤 기계화된 몸을 들썩였다. 멘포에서 도트로 된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웃고 있는 것이다.

『0100010귀공의 그 지나치게 후한 자기평가는 실제 마음에 드는군.0100101』

"어쨌든 이로써 이 마구로도모는 무적이 되었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지? 지상에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 실패한 지금, 나에게 있어서 이 마구로도모는 갑옷인 것이다……"

『0101001무적? 그런 약속은 하지 않았다.0101001』

 닥터 도모는 쌀쌀맞게 말했다. 울베인 경은 경악했다.

『0101001귀공은 낙소스 섬에 있는 세 개의 마인드도모를 잃고, 도모즈데이 필드의 전이 연결도 잃었다. 이는 과실이며, 우려해야 할 것이 아닌가?0100110』

"지긋지긋한 반란분자 때문이다! 예상외다. 하지만 대응은 적절히 행하고 있다. 내가 아니라면 지금쯤 모든 것이 실패로 이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나와 손을 잡은 것을 긍지로 여기도록, 닥터 도모=상!

『0100101알겠나……도모리액터의 완전 가동을 끝낸 마구로도모를 어떻게 사용할지……그곳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 도모리액터의 에메츠 순환만 있다면 마구로도모는 귀공의 기대에 확실히 부응할 시스템이다.01001010』

"흥. 나도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신뢰에 부응하도록, 닥터 도모=상!"

 닥터 도모는 다시 몸을 떨며 웃었다. 울베인 경은 혀를 차고, 기스번에게 지시를 내린다.

"도모세움을 좌우로 전개하고, 도모즈데이 코리더 연사로……."

『100100101도모즈데이 저지먼트를 사용해라.01010010』

 닥터 도모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울베인 경은 그 단어를 듣고 숨을 삼켰으며, 기스번은 의심했다.

『0100101지금 바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암흑 메가코프의 하찮은 함대 따위는 순식간에 제로화할 수 있겠지.0100010』

"그럴 수 없다. 귀한하지 않은 도모세움이 휘말려 우리 군의 전력이 크게 손상되겠지. 이후의 정복 전략에 지장이 생긴다."

『01001010도모즈데이 저지먼트는 이쿠사의 차원을 바꾼다. 한 단계 더 올라간 레벨을 받아들여라, 울베인=상.01001001』

"뭐라고?"

『010010011암흑 메가코프의 눈다랑어 건쉽엔 훈련된 파일럿이 탑승해 있다……부정한 고기 덩어리다. 그것들을 전부 살육해라. 고기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육성하고 훈련시키기 위해 20여 년을 필요로 한다. 한편, 도모의 자식들은 도모 생산 설비의 확충에 힘을 쏟으면 수 주 단위로 무한히 생산 가능하다. 이 점을 이번에 확실히 이해해라. 오히려 도모의 자식들을 적극적으로 파괴해라. 혹사시켜라. 새로운 토지를 정복하고, 더 많은 자원을 수탈해서 끊임없이 생산해라. 간단한 일이다.01001010』

"으음……그렇기는 하지만……."

 울베인 경은 말을 흐렸다. 기스번은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답은 없다. 울베인 경의 사고는 안개가 낀 듯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0100101앉도록 해라, 울베인=상. 제왕의 자리에.00101001』

 닥터 도모가 지시하자, 울베인 경은 솔직하게 이를 받아들여 레드카펫이 깔린 브릿지에 올라가 전용 옥좌에 앉았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옥좌의 팔걸이 패널이 열리고, 사악하고 두려운 해골 의장이 각인된 버튼이 솟아올랐다.

『01010010귀공은 당연히 이 버튼을 누르는 걸 참을 수 없겠지. 욕망을 따라라, 울베인=상.101001001』

 타원형의 방전이 빠직빠직거리며 확산되고, 모든 UNIX 모니터에 닥터 도모의 모습이 나타났다. 기스번은 비명을 억눌렀다. 울베인 경은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해골 버튼을……눌렀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발동!"

 그 순간, 브릿지에서 모든 전력 기능이 사라졌다. 울베인 경은 당황해서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기스번을 나무라듯 보았지만 그가 알 리 없었다.

"무슨 일이냐……닥터 도모=사……"

 DDDDDDOOOOOOOM……!

 진동! 그리고 세찬 섬광! 정전은 불과 콤마 3초! 온갖 UNIX 기기가 노이즈를 방사하며 빛나고, 에러 표시가 어지럽게 뒤섞였다! 그리고, 오오, 나무삼!  거인의 육중한 호흡음과 같은 굉음을 울리며, 지금, 마구로도모는 변형을 시작했다! 지느러미를 방불케 하던 8장의 거대한 날개가 천천히 열려간다! 날개의 표면은 빛이 통과할 수 없는 칠흑이며, 사악한 광택을 띠고 웅웅거렸다! 그것은 금단의 파괴 에너지의 징후……기존 과학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스펙트럼으로 빛나는 참치 파괴 천사의 사악한 후광이다!

◆◆◆

"참치 드래곤 브레스 일제 사격 준비!" "참치 드래곤 브레스 일제 사격 시퀀스에 들어갑니다!" "슌시남 사와의 조정은 아직인가!" "슌시남 사로부터 승인이 들어옵니다! ……발사 문제없습니다! "발사 문제없음!"

 분주한 지시 풍경을 과장석에서 바라보는, 검은 테 안경을 낀 사라리맨은 파타노 헤이지, 오쿠다스카야 사의 전투 사원이다. 상황은 이제 와선 여러 회사의 공동 전선의 마지막 한 수이며, 전과에 따라 이후 그의 커리어 패스에 커다란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파타노=상, 저는 당신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부 당신의 재량입니다. 맡기지요.』

 UNIX 모니터에는 전략부장인 카미카조가 투영되어 있다. 그가 장착하고 있는 사이버 선글라스에는 「당신 어깨에 달려 있다」라는 문자가 LED로 표시되어 있었다.

 파타노는 씁쓸하게 생각했다. 전자 에게 해 제국 기함 마구로도모에 의한 조금 전의 엄청난 하전 입자 빔 공격이 가져온 막심하며 예상치 못한 피해에 카미카조가 놀라, 작전에 대한 자세를 빈틈없이 수정한 것은 분명하다.

 당초에 카미카조는 노골적으로 이 낙소스 상공 제압전의 전과를 자기 공로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먼 곳으로부터의 UNIX 통신으로 파타노의 방침에 참견해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구로도모의 빔 병기를 목격하자마자, 『모든 것을 맡길게요, 파타노=상』이라 나온 것이다.

 이디오트한 상사 놈. 과장직이 되고 참치 체펠린을 맡을 정도가 되어도 이런 사내 크라이시스는 따라오는 건가! 파타노는 분노를 웃음으로 누르고 비뚤어진 검은테 안경을 고쳐 썼다. 함교의 모니터는 방금 전의 하전 입자가 가져온 전자 노이즈의 영향에서 다 벗어나지 못하고 이가 빠진 것처럼 되어 있다.

"맡겨주십시오, 카미카조=상.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각 사의 연계도 상당히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보증했다. 실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마구로도모 주포에 해상 항모 「슌시남의 긍지」 한 척이 일격에 침몰된 데다, 참치 체펠린 한 척과 남방참다랑어 체펠린 세 척이 말려들어 격침된 건 사실이나, 그럼에도 암흑 메가코프 측은 여전히 수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동 작전 지휘관인 슌시남의 프리드먼 부장은 항모째로 순직하고, 흑다랑어 체펠린을 잃은 론 케미컬의 토키보 과장도 케지메가 필요하다. 하지만 파타노가 맡고 있는 오쿠다스카야 함의 피해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긴급 회의에서 협의한 결과, 현재는 파타노가 임시 지휘관이다.

"발사하십시오!" "발사!"

 DOOOM! DOOOM! DOOOOM! 호령이 떨어지자마자, 참치 체펠린의 무리가 주포에서 일제히 에메츠를 핵으로 하는 전자 불덩이를 토해냈다. 협업 중인 리론 케미컬과 슌시남의 체펠린도 동시에 공격했다. 불덩이는 빨려들어가듯이 마구로도모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오오, 고우랑가! ZZZGGGTOOOOM! 격렬한 화산 분화와 같은 폭발이 거대한 배를 감싼 것이다!

"해치웠습니까!?"

 대섬광 기능을 작동시켜 선글라스화한 검은테 안경의 유리가 다시 투명해진다. 파타노는 검게 뭉친 연기를 응시했다.

『해치운 건가, 파타노=상! 이야, 자네를 추천한 보람이 있었군.』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부장이 손바닥을 뒤집어 통신했다. UNIX 모니터에 비치는 그의 사이버 선글라스에는 「역시 내 지휘를 자화자찬하고 싶다」라는 글자가 흘러가, 파타노의 얼굴을 찌뿌리게 했다.

"……델타 시노비, 테츠노카게가 미승인 행동 중입니다!"

 파타노는 오퍼레이터의 보고를 의심했다.

"무슨 일입니까?"

"강력한 에메츠 반전 엔진 반응을 탐지! 아……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포위진에서의 이탈을 개시!"

 오퍼레이터의 지적을 뒷받침하듯이, 함선 레이더에서 빛나는 점 하나가 고속 이동을 개시했다. 테츠노카게다.

"뭐라고요!? 적전 도망입니까!?"

"아니요, 마구로도모로 향하는 접근 행동인 모양입니다. 대각선 전방으로 호를 그리듯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니터에 예측 궤도가 나타난다. 비스듬하게 던져진 부메랑과 같이 측면에서 마구로도모에 부딪히러 가는 듯하다. 어떻게 됐든 이것은 파타노와 같은 암흑 메가코프 관리 사원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움직임은 아니다. 불쾌했다.

"앞질러 가고 있군요. 제 체면을 손상시킬 셈입니까?"

 파타노는 초조해졌다. 델타 시노비는 유격 부대로서 이번 작전에 참가하고 있다. 가공할 닌자 전력을 보유한 용병 집단이지만, 파타노는 작전을 개시할 때 그들을 그렇게 중시하지 않았다. 함포 사격에서 적의 움직임을 봉한 뒤, 최후의 마무리로 백병전을 맡기고 버리면 되겠지……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지시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건 함포 사격을 틈타 한 발 앞서 공을 세우려고 하고 있다는 겁니까! 정말, 이러니 상스러운 용병은 다들 공을 세우는 데 급해서 변변치 못한 것이 아닙니까!"

 이윽고 검은 연기는 확산되어……나무삼……마구로도모의 그림자가 다시 보이게 되었다. 마구로도모의 실루엣은 손상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산산이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 화력을 퍼부었을 터인데……!

"머, 먹힌 것이 아닌지?"

 오퍼레이터 중 하나가 주뼛주뼛 견해를 말했다. 마구로도모의 장갑엔 균열이 여럿 생겨, 실루엣이 변하고 있다. 파타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더다.

"참치 드래곤 브레스 일제 공격 제2파 준비! 협업 각사에 통지하고 다시 공격합니다!"

 파타노는 주먹을 번쩍 올렸다!

"어라? 저건 뭡니까?" "마구로도모가 묘한 조짐을……아니, 붕괴의 징후일까요?" "그렇군요. 분해되려 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 몇 명이 말을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파타노는 캐물었다. "예의 주포 공격의 징후입니까?"

 오퍼레이터는 고개를 돌려 안경을 고쳐 썼다.

"봐주십시오. 장갑이 분리되기 시작하고 있어서……안테나처럼 보이기도 하고. 왠지 날치의 날개를 방불케 하고 있네요. 표면의 균열이 어떠한 광학적 반응을. 전자기 반응도 있습니다. 뭐, 슬슬 폭발할지도 모르겠군요."

"과연. 잔뜩 쐈으니 말입니다. 슬슬 폭발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파타노는 숨을 내쉬었다. "어찌 됐든, 애먹었습니다."

"델타 시노비가 경로를 미조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구로도모의 주위를 선회하며 서서히 접근……."

 카메라 중 하나가 델타 시노비의 테츠노카게를 포착해 확대된 홀로그램 영상을 투사했다.

"이제 내버려두십시오. 함포 사격에 제2파에 휘말려도 용병은 자기 책임입니다."

 파타노가 참치 드래곤 브레스 공격을 다시 지시하려고 한 그 때였다.

"……아이엣!? 기다려주십시오! 저건……!?"

"무슨 일입니까!? 아이엣!?"

 우오오오옹……굉음이 하늘을 진동시켰다. 마구로도모다. 그 거체가 흐릿한 신음과 함께 진동하며, 표면의 균열이 강하게 빛나기 시작한다……아니, 그것은 애초에 균열이 아니다! 부착된 장갑 한 장 한 장이 떠오르며, 내부의 에메츠 순환 기구가 거절하는 빛을 외부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저, 적의 주포를 경계……." "하지만 이건 방금 주포와는 다릅니다! 어떠한 미지의……아이에에에에에에!?"

 검은 번개가 마구로도모와 아폴론 신전의 굴착 장치를 잇는다! 이상한 스펙트럼의 광채가 난반사된다! ZAAAAAAP……ZAAAAAAP……ZAAAAAAAAAAAAP!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파타노는 외쳤다. 외치며, 광채 속으로, 삼켜졌다……!

◆◆◆

"에러!" "에러!" "에러!" "에러!"

"빌어먹을, 개새끼가……."

 제이드와스프는 전자 마이코 음성 속에서 욕설을 퍼붓고, 자신의 기체인 도모스키토를 공중제비시켰다. 주위의 모든 모니터가 노이즈투성이다.

 기스번의 사전 경고 통신은 너무나도 직전에 이루어졌다. 제이드와스프가 닌자 제육감을 동원해 마구로도모가 행하는 움직임의 징후를 날카로운 닌자 제육감으로 감지하는 것으로 전력의 회피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면 무차별 에너지 공격에 휘말렸겠지.

"에러!" "에러!" "에러!" "에러!"

"닥쳐라!"

 제이드와스프가 계기를 때리자, 마침 에러의 회복이 완료되어 모니터의 노이즈가 멈췄다. 그는 고고도에서 「참담한 모습」을 내려다보며 비뚤어진 웃음을 띄웠다.

 ZAAAAAAP……ZAAAAAAP……ZAAAAAAAAAAAAP!

 마구로도모가 가진 8장의 날개의 표면에서는 아직도 질량을 가진 빛나는 노이즈가 엉망진창인 궤도로 방사되고 있다. 마치 사악한 나무의 뿌리를 방불케 하는 노이즈는 천지를 헤집고, 유린하고, 낙소스 근해를 찢어발기고, 암흑 메가코프의 전력을 무참하게 폭발사산시키고 있었다.

 DOOOM……DOOOOOM……DOOOOOOOM……남방참다랑어 체펠린이……참치 체펠린이……눈다랑어 건쉽이……아군 도모세움마저도 무차별 파괴의 노이즈를 받고 도려내진 듯 파괴되어 공중에서 검은 구름으로 녹아가며 폭발하거나, 아니면 추락해서 바다의 해초와 함께 사라져간다. 그럼에도 노이즈 방사는 멈추지 않았다. 도모리액터 이론이라 하는 것이 망상의 산물이 아니라면, 이 공격은 이대로 반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지지지직……응답……." "지지지지지직……." "지지지직……아이에에에……." "지지지직……본함은……." "지지지직……누군가……." "지지지직……누군가 구해……아이에에에……."

 스피커가 혼선되어 신음소리를 잡아낸다. 눈 아래의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파괴 광경 속에서 날아오는 SOS 통신과 같은 것이겠지. 끓어오르는 바다. 부서진 쇳덩어리. 마구 날아다니는 노이즈 질량……나무아미타불!

 제이드와스프는 쾌락을 느끼고 떨었다. 이 정도로 장엄한 파괴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상쾌감이었다. 보퍼 울베인 경에게……그는 그 철두철미하게 제대로 미친 시대착오적인 멍청이에게 충성을 맹세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마구로도모는 노이즈를 계속해서 방사하고 있다. 기수는 낙소스 섬을 향하고 있지 않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저 정도의 작은 섬은 갈기갈기 찢겨서 지도에서 사라지겠지. 정복지가 소실되면 이익은커녕 본전도 잃는다. 울베인 경이라도 그 정도의 판단은 하고 있는 건가.

 ……어이쿠, "위험하잖냐-!"

 제이드와스프는 다시 자신의 기체를 나선 회전시켜 옆으로 피했다. 잠깐 뒤, 마구로도모의 날개에서 발사된 뱀처럼 구불거리는 노이즈의 물결이 그 장소를 찢어발기며 그대로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사라져 갔다. 그 후, 머리를 돌려 바다에 쳐박혀서 엄청난 물기둥을 만들어냈다.

 방심은 금물이다. 뛰어난 닌자 제육감과 기체 성능을 합치지 않으면 저 파멸적 병기를 앞에 두고 그의 목숨은 없다.

"아앗!?"

 제이드와스프는 의아해했다. 아비 인페르노 노이즈의 뱀 무리를 빠져나가듯 비행하는 물체가 하나 있다. 레이더도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고속 이동하는 빛의 점. 어떠한 의도를 가진 선회 궤도로 날고 있는 것은, 방금 이상한 아트모스피어를 느끼고 일부러 교전을 피한 기체다. 나이미츠급 스텔스 캐리어다. 제이드와스프같이, 기체 컨트롤로 노이즈의 뱀을 피하며 날고 있다. 즉 조종수는……닌자!

"마음에 안 든다! 저 움직임은……!"

 제이드와스프는 겨냥해서 보았다. 그는 소용돌이를 방불케 하는 경로를 예측했다. 빙글빙글 돌며 향하는 곳은 당연히 마구로도모겠지……!

"썩을 놈이!"

 마음이 내키진 않았지만, 그는 이 때의 풍림화산이 자신 측에 있다고 느꼈다. 고고도에서 덮쳐들어 도모세움 무리와 연계해서 단숨에 때려잡는다……괜찮겠지!

『제이드와스프=상! 알고 있겠지?』 그의 의지를 뒷받침하듯 기스번의 통신이 들어왔다. 『도모세움을 지휘해서 접근 기체를 추격해라!』

"아이! 아이! 서-엇!"

 그는 사이드 UNIX 패널을 오른손으로 고속 타이핑해서 도모마인드를 통해 도모세움 무리에게 지시를 내린 뒤, 자신도 강하를 개시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수면의 먹잇감을 사냥하러 가는 매와 같다!

◆◆◆

『워-호-호-우!』

 매버릭은 일부러 함교에 음성을 다시 연결해서 콕핏에서 함성을 질렀다. 가속하는 테츠노카게는 훌륭한 제어로 마구로도모의 사악한 노이즈를 회피하며 계속해서 날아갔다.

『마벨러스! 드디어 액티브한 미션이 되기 시작하지 않았나-! 이 나의 예술적 비행을 보일 때가 온 것 같군!』

"닥치고 날아라!"

 이카라가 난간을 붙잡고 G를 버티며 마이크를 잡고 질책했다. 탁상의 홀로그램으로 투사된 닥터 마토모는 흥분해서 주먹을 번쩍 쳐들었다.

『매버릭=상! 결코 주의의 끊을 놓지 말게! 절대로 노이즈 분류에 접촉해선 안 되네! 접근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네! 오오……오오오.』

 공유된 해상의 영상을 앞에 두고, 닥터 마토모는 치켜올린 손을 떤다.

『이 무슨……정말이지 간발의 차였네. 알겠나, 이와 같이 암흑 메가코프 함대를 숨 한 번 쉴 새에 괴멸시키는 것은 아주 손쉬운 일이네. 내 조언에 따라 움직인 자네들은 현명했어. 그것이 자네들의 목숨을 구하게도 되었지……그리고 부디 잊지 말게, 이 파괴야말로 악몽과 같은 도모테크가 가져오는 암흑 미래의 일단이 일부네! 도모리액터를……닥터 도모를 여기서 멈춰야만 하네! 이 파괴는 여기서 놈을 저지하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같은 길을 밟게 되리라는 운명의 시사일세!』

 따라서, 레드해그 일행을 받아들인 직후 체펠린 군체를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탈하고 낙소스 섬의 후방을 따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면 테츠노카게도 무차별 질량 노이즈에 휩쓸려 파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간발의 차였다. 델타 시노비의 사람들은 용병으로서 아슬아슬한 슈라바 인시던트에 익숙해져 있어, 이런 종류의 생사를 가르는 즉단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낙소스의 에메츠 광맥과 그 마구로도모의 리액터 사이에는 현재 뫼비우스적 순환 구조가 사차원적으로 구축되어 있네. 에메츠 광맥이 리액터에 힘을 주입하고, 리액터는 에메츠 광맥에 힘을 돌려주네. 이것이 뫼비우스의 물레방아를 형성해, 서로의 출력을 계속해서 가속시키지. 이 순환 속에서 마구로도모는……그렇지, 과학에 어두운 자네들도 알 수 있도록 말하면, 거의 무한한 파괴 에너지를 물리 세계로 유출시킬 수 있게 된다는, 그런 말이네! 엄밀히 말하자면 무한하지는 않지, 무한하지는 않지만……거의 무한! 적어도 지중해 지역을 수십 시간 만에 잿더미로 만드는 정도의 일은 간단히 해낼 수 있네! 게다가 마구로도모 자체를 사차원적으로 위상 전환시키는 것으로 이론상 지구상의 여러 지점으로 순간 이동도 가능해지지.』

「결국엔 뉴크의 뭔가 대단한 놈이란 건가?」

 레드해그가 정리했다.

『으음……그렇게 정리되는 건 꽤 굴욕적이지만, 지금은 에메츠 리액터 이론의 수업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지. 그런 인식으로 괜챃네. 사차원적이라는 것은, 즉, 우리들은 필경 이 3차원 물리 세계의 거주자들이기 때문에, 오히간을 경유하는 도모리액터는 일견 무진장한 에너지를 무한히 생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네! 겉보기로는! 하지만 그런 좋은 이야기는 없다네. 현 단계에서는 극히 즉석의 것이며 부자연스럽고 위험한 시스템인 것이야. 저건 도저히 세련된 병기라고는 말할 수 없네.』

"지금은 에메츠 리액터 이론의 수업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겠지. 빨리 끝내라."

 노윈드가 말을 끊었다. 닥터 마토모의 홀로그램 영상이 그를 가리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간단하네. 알겠나, 인류에게 도모리액터는 아직 이르다. 너무 일러. 그것을 취급하기 앞서, 과학자들은 천재이기만 해서는 안 되네. 나와 같이 높은 지능지수를 가지며 평화와 꿈과 미래에 순교할 각오를 가진 고결한 지성의 사도가 아니면, 이 비의를 추구할 자격은 없는 거라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악한 광기에 사로잡히지! 무엇이 녀석을 바꿔놓은 것인가? 나는 판단할 수 없다네. 하지만, 이미 녀석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을 넘어섰으니 파문이야! 나는 녀석에게 자비를 가지지 않을 것이야!』

"네 개인적 감정은 아무래도 좋다. 정리해라."

 노윈드가 신랄하게 재촉했다. 닥터 마토모의 홀로그램 영상이 그를 다시 가리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정리하고 말고. 송신 데이터의 동기는 끝났겠지, 이카라 함장?』

"아아, 받았다."

  이카라는 닥터 마토모의 열변을 참을성 있게 들으며 3차원 홀로그램 영상에 펜을 놀려 돌격 경로를 미세 조정한다.

"이대로 주위를 선회하며 속도를 모아, 옆구리에 전력투구를 가한다. 돌입하는 것은 소수 정예다. 노윈드=상과……"

"노윈드=상 외에는, 나와 노부자메 E=상이면 충분해." 레드해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안에 들어가게만 해주면, 그 후엔 적절히 대처할게."

 노부자메 E가 힘차게 끄덕이자, 닥터 마토모의 홀로그램 영상이 조금 흔들렸다.

 『우리들에게 남겨진 유효책은 단 하나! 직접 마구로도모에 돌입한 뒤, 내부에 잠입해서 리액터를 무효화시킨다.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마구로도모에 다가갈 수 없네. 나에게는 무리지만, 자네들이 엄청난 닌자 전사로서 평소와 같이 행동한다면 간단할 터이네. 노부자메 E도 있지. 노부자메 E의 카라테는 굉장히 강하다네!』

"그것보다, 정말로 전력투구로 괜찮은 건가?" 노부자메 E가 물었다. "야바레카바레가 아닌 거겠지? 나는 폐기처분되고 싶지 않다고."

"뭐, 그렇지……괴물 참치에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테츠노카게도 꽤 굉장한 기체다. 노부자메 E=상." 이카라가 웃는다. "이 녀석은 스텔스 운송기고, 공격기며, 거대한 차크람 수리켄이다."

"차크람이라고?"

"그렇지."

 레드해그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부나이! 아부나이!"

 위잉-위잉-위잉-! 마이코 음성 다음으로,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테츠노카게 후방에 몇 기의 도모세움이 쫓아와, 발칸 포격을 개시했다.

"야바이……괜찮은 건가?"

 노부자메 E가 이카라를 본다. 이카라는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당연히 야바이. 정말로 시끄러운 꾸정모기다. 배리어를 치겠지만 그렇게까지 신뢰할 수는 없다……."

"흥.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나." 브릿지에 비치된 코부챠 벤더 조작을 멈추고 노윈드가 뛰어나갔다. "다시 한 번, 바깥 바람을 맞으러 간다. 너도 와라. 레드해그=상."

"아아."

"돌입 개시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고!"

 이카라가 그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노렌을 빠져나와 통로를 달리며, 노윈드가 레드해그를 보았다.

"지금의 네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볼까."

 레드해그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닌자는 몇 년 지나도 닌자야."

◆◆◆

 BRRRRRTTTTT! BRATATATATA! BRATATATATA! 테츠노카게에 딱 붙어 쫓아오는 도모세움은 발칸포를 집요하게 퍼부어 전자 배리어를 벗겨냈다. 결국 현대병기, 지상의 울베인 경을 지킨 것과 같은 도모테크의 절대 방위 장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히히-!"

 제이드와스프는 입맛을 다시며 테츠노카게의 열원을 조준했다. 그러자 테츠노카게는 갑자기 좌우로 흔들며 최소한의 동작으로 조준을 풀어버렸다. 테츠노카게에 있는 파일럿의 닌자 제육감이 해낸 일이다. 그것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커다란 주제에 잘도 움직이는데……."

 제이드와스프의 표정이 불쾌와 흥분으로 물든다. 꾸불거리며 제이드와스프를 따르는 도모세움 중 1기가 스칠 듯이 통과한 마구로도모의 노이즈 뱀에 접촉해 분해되며 추락했다.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날아, 후속기를 말려들게 한 것이다. 테츠노카게는 나선 회전하며 밸런스를 다시 잡고 제트 분사를 세게 했다.

 앞면, 뒷면, 앞면, 뒷면, 회전하는 테츠노카게의 그림자가 동전 던지기를 방불케 한다. 앞면, 뒷면, 앞면……그 때, 날개 위에 두 닌자가 나타났다.

 BRATATATATATATA! 제이드와스프의 도모스키토가 제대로 겨냥한 기관총 공격을 날린다. 총탄 중 몇 발은 테츠노카게에 상처를 남겼지만, 상상 이상으로 부족한 데미지다. 제이드와스프의 닌자 통찰력이 이상을 알린다. 원인은 저 닌자의 짓수다. 제이드와스프는 총격을 가하며 한 손으로 UNIX 패널을 조작했다. 즉시 데이터베이스가 두 닌자의 얼굴을 인식하고, 정보가 되돌아왔다. 여자는 레드해그. 기관총 공격을 무효화시킨 것은 노윈드다.

"역시 노윈드."

 제이드와스프는 신음했다. 델타 시노비엔 노윈드가 있다. 처음 봤을 때의 경계심은 진짜였다.

 그라도 알고 있는 전설이 있다. 고층 빌딩 55층의 회의실에서 쇼도를 하고 있던 노윈드를, 네 닌자가 창문에서 짚라인 기습했다. 창문 유리를 깨고, 넷이 뛰어들며 일제히 수리켄을 투척했지만, 그 투사물과 유리 파편은 노윈드의 주변에서 기세를 잃고 융단 위로 떨어졌다. 노윈드는 특별할 것 없는 붓을 무기로 기습한 닌자들의 목이나 관자놀이를 뚫어 파괴,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는 양 손과 양 발을 골절시킴으로써 습격자들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 양 손발이 골절된 유일한 생존자가 퍼뜨린 전설이다. 제이드와스프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지만, 깔봐도 될 상대는 아니다. 그리고 지금, 도모스키토의 발칸포를 무력화한 사실이 전설에 불길한 신빙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얏-!" "이얏-!"

 KBAM! KA-BOOOM! 도모세움 중 1기가 불을 뿜고, 밸런스가 무너져 다른 1기와 충돌, 폭발하며 떨어졌다. 수리켄 투척에 의한 격추!

"재밌는데-!" 

 BRATATATATA! BRATATATATATA! 제이드와스프는 테츠노카게를 쫓아 다시 기관총 소사를 날린다. 노윈드는 반쯤 일어선 자세로 손을 드리웠다. 역시 총탄이 닿지 않고 무력화된다! 하지만 그 틈에 제이드와스프는 추가 공격을 시도한다! 유도 미사일 발사다! BOOOOM!

 테츠노카게는 기수를 올려 미사일을 떨쳐내려 한다. 제이드와스프는 미사일과 함께 쫓는다! 그리고 두 닌자는 닌자 밸런스 감각으로 문제없이 기체 위에 달라붙듯 선 채로다!

 BRATATATATATA! BRATATATATATA! 빗발치듯 퍼붓는 총알이 노윈드의 수비를 뚫고 들어가, 테츠노카게의 등에 연거푸 꽂힌다! 어딘가가 가볍게 터졌다.

"우쭐해지지 말라고-!"

 테츠노카게와 도모스키토는 이중 나선 궤도로 날며 도그파이트를 펼친다! 유도 미사일이 테츠노카게의 측면으로 돌아서 들어간다!

"이얏-!"

 레드해그는 주무기인 검은 카타나를 던졌다. 회전하며 날아간 카타나가 미사일의 탄두를 도려냈다! 폭발시키지 않고! 그리고 래드해그는 선회하는 테츠노카게 위에서 주저없이 뛴다!

"바보같은!?"

 무릎을 안고 빙글빙글 회전한 레드해그는 공중에서 검은 카타나를 다시 잡아……도모스키토를 덮쳤다! 역수로 잡은 카타나를 도모스키토의 등에 박는다!

"에러! 에러! 에러!" "무언가의 손상인!"

 전방위 모니터에 얼룩진 노이즈가 흐른다!

"무……무언가가 아니잖냐! 닌자다!"

 제이드와스프는 거품을 물었다. 믿을 수 없다! 이 속도로 도그파이트하는 기체에서 기체로 뛰어와, 카타나를 잡고 그대로 공격……!?

"이새끼는 무슨, 끄악-!"

 KBAM! 콕핏의 뒷부분이 불을 뿜고, 제이드와스프는 계기판에 얼굴을 박았다. 컨트롤을 잃은 도모스키토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얏-!"

 레드해그는 이미 뛰어서 떨어져 있었다. 제이드와스프는 핏발 선 눈을 부릅뜬다. 전방에 해면! 사라지는 상하 감각!

"아밧-! 위험하다!"

 제이드와스프는 피를 토하며 버튼같은 것들을 닿는 대로 마구 눌렀다. 긴급 탈출 장치의 조작 패널이 전개됐다. 레버를 당긴다!

 KRA-TOOOOOM!

 도모스키토는 처참하게 폭발해 높은 물기둥을 만들었다. 물방울에 씻기며 그 상공 몇 미터 지점으로 사출된 제이드와스프는 낙하산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아슬아슬하게 날아온 테츠노카게 위에 착지한 레드해그와 잠깐 눈이 맞는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며, 제이드와스프는 욕설을 뱉으며 양 손으로 키츠네 사인을 날렸다.

"못해 먹겠군!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레드해그의 눈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두 닌자를 다시 거두어들인 테츠노카게는 제트 분사로 속도를 올려 노이즈의 분류를 피하며 마구로도모의 거대한 그림자로 다가간다.

 제이드와스프는 품에서 스코프를 꺼내, 이를 좇았다. 델타 시노비가 무엇을 저지를 셈인가? 테츠노카게는 급가속한 후……갑자기, 변형했다.

 나이미츠급 스텔스 캐리어는 초승달과 같은 실루엣을 가진다. 그 날개가 바깥쪽을 향해 밀려나가 반경을 확장시켰다. 추가로, 번쩍이는 윤곽이 밀려 올라왔다. 그것은 아무래도 칼날인 것 같다. 게다가 빨갛게 달구어져 있다. 제이드와스프가 수상쩍게 하며 바라보는 중, 기체 그 자체가 수리켄을 방불케 하며 고속 회전을 시작했다!

"이……임파서블!?"

 회전하는 테츠노카게는 마구로도모가 무차별적으로 방출하는 노이즈 분류를 빠져나가, 거인이 투척한 수리켄을 방불케 하며 마구로도모의 옆구리에 빨려들어가……고우랑가……장갑을 도려내며, 깊숙이 꽂혔다!

"AAAAAAAARGH!"

 거대한 그림자가 기울고, 생물을 방불케 하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당연히 마구로도모는 나이미츠급이 부딪힌 정도로 격침될 연약한 함이 아니다. 하지만, 야바레카바레의 자폭 돌격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제이드와스프는 생각 끝에, 신음 소리를 냈다.

"녀석들……그런가……안으로……!"

◆◆◆

 KABOOOOOOM! 폭염 속에서 레드해그와 노윈드가 회전 점프로 뛰쳐나와 마구로도모 함내 통로에 착지했다. 잠깐 뒤, 노부자메 E가 똑같이 훌륭한 낙법으로 그 뒤를 따랐다.

"정말 놀라운 일뿐이군!"

 노부자메 E는 뒤로 돌아 불꽃을 뚫고, 벽을 찢고 나온 테츠노카게를 보았다. 장갑 셔터가 즉시 닫히고, 『행운을 빈다』라는 이카라의 통신이 날아들었다.

"정말로 이러고도 괜찮은 건가? 우리들은 그렇다 치고, 테츠노카게는 어떻게 되는 거야? 꽂힌 채인 건가?"

"그럴 리가 있나? 이곳을 탈출할 때에는 억지로 부스터를 날려서 탈출한다." 레드해그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다. "그것보다 집중해. 올 거야."

 오부츠단을 칼집에서 빼고 노려본 진행 방향에 도모트루퍼의 LED 안광과 홀로그램 라이트가 떠올랐다. BRATATATATATATA! BRATATATATATATATATA! 쏟아지는 도모 어설트 라이플 소사! 하지만 총알은 공중에서 잠깐 정지한 뒤, 후두둑 떨어진다. 양 손을 드리운 채로 집중하는 노윈드 뒤에서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는 자세를 낮추고 적의 무리로 돌진했다.

"이얏-!" "삐각-!" "이얏-!" "삐각-!"

 순간적인 근접 공격으로 둘이 도모트루퍼 여러 체를 순식간에 해치우자, "이얏-!" 도모 해머를 치켜든 마이너도모에게 노윈드가 로켓과 같은 나선 회전 토비게리를 먹여 파괴했다. 셋이 잔심하자, 도모 잔해가 지면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좌현……비 도모 존재……이물 배제…….』

 도모 음성이 울려퍼지는 통로, 그들은 마구로 도모의 뱃속을 공성 바이러스를 방불케 하며 결단적으로 달려나간다!



7

부가-! 부가-! 부가-! 부가-! 마구로도모 함내 통로는 얼러트(alert) 본보리(* 등롱)의 점멸로 인해 붉은색 일색. 그러나 레드해그의 카타나 '오부츠단' 과 그 이질적인 힘에서 유래하는 그녀의 닌자 복장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 검은색이었다.

"침입자인" "제로화 개시" "제로화합니다"

BRATATATATA! BRATATATATA!

도모트루퍼가 통로를 막아서서 도모 어설트 라이플을 일제사격한다. 이동하는 침입자 3명 중 선두는 노윈드. 그가 향하는 곳에서 총알들은 모두 추진력을 잃고 무력화된다. 이것이 그의 고유 짓수이자 그의 이름 그 자체다. 무풍(無風).

"이얏-!" "삐각-!" "이얏-!" "삐각-!"

노윈드의 등뒤에서 비스듬히 달려나가 벽을 박차고서 트라이앵글 리프(삼각뛰기)를 구사한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가 화려하게 트루퍼를 쓰러뜨렸다. BOOM! BOOM! 마인드도모가 플라즈마도모를 사출! 그러나 노윈드의 짓수는 하전입자까지도 공중에 멈추게 만들어 추진력을 앗아가 버린다. 무시무시한 짓수였다.

""이얏-!"" "삐가각-!"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가 마이너도모의 좌우에서 덮쳐들어 X자 모양으로 찢어 발겨내 순식간에 파괴한다. 나무아미타불!

『알겠는가! 한시라도 서두르게! 스스키=상이 가지고 있던 정보를 취합해보니 함내 리액터는 구조적으로 보았을때 틀림없이 선미 쪽일세! 아마 착각은 없을 터!』

닥터 마토모의 통신이 일행을 재촉한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무모해서는 아니되네. 노부자메 E는 특히 주의하도록. 백병전으로 뉴런 쪽에 손상을 입으면 작전 그 자체가 판이 깨지는 게야. 대담하게, 그리고 신중히 가게나! 그리고 서두르게나!』

"시끄러워, 영감. 튀어나오면 싸울 수밖에 없질 않냐고!"

노부자메 E가 항의했다.

"영감도 「아마」라거나 「착각은 없을 터」라니 말하는 게 어째 뒤숭숭한데! 착각했다면 진짜로 끝장이라고?"

『안심하게나! 이 몸은 실전에 강하다네!』

"온다!"

앞서가던 노윈드가 카라테 경계! 그 앞에는 추가 도모트루퍼들이다!

◆◆◆

DOOOOOM……DDOOOOOOOOM……DDDOOOOOM……!

도모즈데이 저지먼트의 광륜(光輪)은 끊임없이 사방으로 확대되기를 반복하고, 마구로도모의 거대한 그림자를 중심으로 원형 무지개가 걸리어 난무하는 검은 노이즈 이무기들이 하늘을, 바다를, 항공 전력을 찢어 발기며 0과 1이 뒤섞인 파장을 연쇄적으로 발생시켰다.

"흥흣흥-...... 흥흥-, 흥-......!"

지금에 이르러, 전자 에게 해 제국 원수 보퍼 울베인 경은 콧노래와 함께 왼손 손가락으로 리드미컬하게 옥좌의 팔걸이를 두드리며, 코쇼도모에게 준비시킨 손안의 브랜디 글라스를 흔들어 맛보았다.

그는 취해있었다. 알콜에 의한 것이 아니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가 가져다준 압도적 파괴에 의한 것이다. 처음에는 닥터 도모의 졸속한 발동 제안에 약간 곤란함을 느꼈던 그도, 지금에는 그 과학력의 포로가 되어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상태였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발동에 뒤따르는 격렬한 진동에 의해 함교는 쉴새없이 흔들렸으나, 닌자 밸런스 감각을 가진 울베인 경과 기스번에게 있어서는 대단치 않은 문제였다.

비참한 꼴이 된 것은 비닌자 UNIX 크루들이다. 그들은 비닌자에게 폭력을 서슴지 않는 기스번에게 지휘를 받으면서도, 필사적으로 공포와 구토감과 싸우고, 극대병기 발동이 일으킨 정체불명의 전자장애가 일으킨 무수한 에러 확인 작업과도 싸우고 있었다. UNIX 모니터는 얼러트 표시에 파묻혀 있었다. 그들은 그것들을 하나씩 확인하여 '문제 없음'이라 입력하고서 다음 에러 확인에 들어간다…….

"흐흥-. 제국의 역사에 오늘이라는 날을 「도모의 날」이라 이름 붙여라!"

울베인 경은 황홀해진 상태로 말했다.

"신성한 국가가 신성한 테크놀로지를 신성한 의식으로 옹립하여 세계에 드러낸, 기념해야만 하는 날. 어떠한가, 닥터 도모=상? 어떠한 기분이지? 귀하에게 있어서 당당하게 바깥 세계에 도모 테크의 힘을 보여준 성취의 날…… 새로이 나에 대한 감사와 탄복을 한 것은 아닌가?"

ZZZZZZZTTTTT……! 통신 장치 「도모듈」에 만족스럽다는 듯 번개가 내달린다. 방전 영사기에 비친 사악한 과학자의 표정은 엿볼 수 없다. 멘포형 모니터에 표시된 조잡한 도트 아트 눈알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표정은 언제나 조소와 악의의 메타포를 떠올리게 했다.

『001001001귀공의 그러한 유머는 실제 호감이 간다00101001』

"유머? 아니지. 이건 말하자면 신의 메시지다. 성속*을 아울러 떠받들어지는 신성 황제, 그것이 나다. 즉 귀하는 과학 대사제라고 하면 될까…… 힘과 지배, 그것을 나에게 계속해서 바친다면, 그 교의는 귀하 마음대로다. 나의 비호 아래에서 모조리 갈아치워버리게. 이 세계의 과학을 말이야."

* 성스러움과 속됨. 성스러운 세계와 세속을 아울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귀하의 소망은 뭐지, 닥터 도모=상?"

『01001001위대한 학문, 위대한 수행이다001010101』

"수행?"

『01001010클라우드 도모마인드는 예지의 상자다. 도모의 아이들이 온갖 체험을 가지고 돌아와 혼합하여 보다 거대한 예지로 향하는 단서로 삼지. 세련과 확대와 진화의 사이클은 무한하다01010010』

"이 마구로도모 또한 그 예지의 체험이라는 것의 일환인건가?"

『010010100그렇다. 그것은 나의 닌자 소울의 바람이기도 하다. 도모의 아이들의 수행은 예지를 모으고 마침내는 눈자의 고지에 이르리라0101010010』

"눈자인가! 흥미롭군." 울베인 경이 말했다. "즉 내가 눈자가 향하는 도로를 그대가 포장하겠다는 말이렷다? 그 철학적 사고를 통해서 말이야. 도모의 과학력은 세속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훌륭한 신앙심의 근거가 될 터. 신자는 얼마든지 모아도 좋아. 나에게 충성하도록."

『0100100101…...후후후……0100101001』

UNIX크루가 보고했다. 울베인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 공연은 이 정도로 해둘까. 한가지 상징적 파괴와도 같은 것을 세계에 보여주도록 하지."

그는 브랜디를 마저 비우고 코쇼도모에게 글라스를 내던졌다. 그리고 옥좌의 팔걸이의 해골 버튼에 다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생체인증이 이루어지고 도모즈데이 저지먼트를 관리하는 홀로그램 디바이스가 표시된다. 무차별 파괴 노이즈로 이루어진 거친 파동의 초점을 임의로 컨트롤하여, 겨냥한 대상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흥흥-...... 어디로 해볼까? 기스번이여, 무언가 의견은 있는가? 드높고도 이해하기 쉬운 곳이 좋겠지."

"파괴대상 말씀이십니까? 그렇군요……" 기스번은 잠시 생각한 뒤 제안했다. "두바이의 크리스탈 타워는 어떨까요? 궤도 엘리베이터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핫하하하, 좋구나. 물이 오른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위신을 박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거리적으로도 적당. 창찬하도록 하마."

"분에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크리스탈 타워의 위도와 경도를 입력하라."

"입력!" 기스번은 UNIX 크루를 손바닥으로 후려 갈겼다. "끄악-!"

크루는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키 타이핑을 실행한다. UNIX 모니터에는 제이드와스프가 보낸 통신 보고가 올라가있다. 그러나 우선은 주군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입력 완료입니다!"

크루가 보고했다. 기스번은 울베인 경쪽으로 몸을 돌리어 끄덕이며 굿 사인을 보냈다. 울베인 경은 옥좌 콘솔을 조작!

"인증 완료. 발동하라!"

KA-DOOOOOOM! ZZZZZTOOOOOOOOOM……!

뱀과도 같은 노이즈가 궤도를 바꾸어 나선 모양을 그리며 모여들고는 하늘을 검게 태우면서 남동쪽 방향으로 밀려간다. 몇십 초의 침묵. 마침내…… 하늘이 빛으로 물들었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대…… 대상물에…… 명중…...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UNIX 크루가 침을 삼켰다.

"고유 IP 보유 건조물의 물리적 소멸을 확인……!"

"우하하하하하하하! 힘이다! 이것이 나의 힘인 것이다!"

울베인 경은 홍소를 터뜨리며 또다른 상징적 파괴대상을 음미!

"다음은 어찌 할까! 에펠탑은 어떻겠느냐!"

"파리 말씀이십니까! 좋고 말구요!" 기스번은 즉시 동의했다. "현재 요로시상 CEO가 외부 시찰로 방문중이라는 정보도 있습니다. 요로시상은 이대로 우리들이 지배 및 확대를 진행하면 반드시 적대하게 될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CEO가 혹시 한가하게 에펠탑에 올라가 있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킨보시 오오키이*. 그렇지 않더라도 간이 떨어지는 맛을 보게 되겠죠."

* 공로가 큼. 인살에서는 '대박'의 뉘앙스로 자주 쓰인다.

기스번은 주인의 고양된 모습을 보고서 자기 자신 또한 수다쟁이가 되었다. 절대적인 힘에 함께한다는 감각에 떨릴 것만 같은 카타르시스를 억누르지 못했다. …….그런 그의 발 밑에 UNIX 크루 한 명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보고드립니다!"

그는 아이사츠 대신인 기스번의 철권제재를 두려워하여 반쯤 실금하면서 말했다.

"조…… 조금 전, 좌현에서 질량 충돌이 확인되었습니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발동에 따라 일어나는 수많은 에러와 함내 충격으로 인해 즉시 감지는 실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에, 보고가 늦어졌습니다만……."

"질량이라고?" 기스번의 눈이 불길하게 날카로워졌다. "구체적인 확인은 이루어졌는가?"

"그…… 그것이 말입니다. 질량체의 에메츠 반전 엔진이 고유의 주파수를 내고 있는지라…… 신호 해석 결과, 나이미츠급 스텔스기로 판명되었습니다."

UNIX 크루가 보고했다.

"당했습니다. 아마도 보통보다 더 높은 단계의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서 그것을 극히 짧은 시간만 발동시키어 우리들의 방어망의 의표를 찌른 듯합니다. 그러고서 당함에 몸통 박치기를……!"

"이얏-!" "아밧-!"

"「당했습니다」가 아니지! 결국 의표를 찔린 데다가 보고까지 늦어진 것은 네놈의 태만이다, 바카놈!"

"왜 그러느냐." 기스번의 질책 소리에 울베인 경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나의 기쁘고도 즐거운 기분에 찬물을 끼얹을 셈인가? 기스번=상."

"당치 않사옵니다! 함내 경비체제는 만전을 기한 상태입니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발동 순간과 타이밍이 들어맞았을 뿐. 이것은 1분 1초의 우연적 인시던트에 지나지 않으며, 복구 또한 용이합니다."

그는 변명하면서 곁눈으로 UNIX 모니터를 보았다. 함내 지도 가운데 도모트루퍼를 나타내는 무수한 광점(光点) 마커가 이동하고 있다. 침입자 배제는 지극히 용이할 터.

"적절하게 대처 중입니다. 저의 주인이시여, 차질 없이 에펠탑을 파괴하겠나이다!"

◆◆◆

프로코코코…… 프로코코코. UNIX 구동음과 어슴푸레한 UNIX 라이트 조명 속에서 스스키는 담담하게 타이핑 작업을 이어간다.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 의한 카운터 해킹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하여 LAN 직결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타이핑 속도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왼팔의 특수 사이버네틱스 기구다.

그녀가 UNIX 키보드 위에 올려둔 왼팔에서는 현재 외곽이 열리어 내부에서 직사각형 판자 모양 디바이스가 튀어나와 있었다. 디바이스는 키보드와 닮은 가로세로 비율로, 그물눈을 방불케 하는 무수한 구멍이 아래를 향해 뚫려 있었다.

그녀는 전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철컹! 철컹! 철컥철컥철컥철컥…… 무시무시한 연사음이 들려온다! 그것은 그물눈을 방불케 하는 구멍에서 사출되는 공기압에 의한 소리다. 손가락은 결국 다해서 10개인 반면 이 방식을 쓴다면 키보드의 버튼과 거의 같은 숫자만큼 손가락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터치 타이핑조차 필요치 않은 공기압 롤러 타이핑 세계인 것이다!

기관실에는 몇 기의 도모트루퍼와 코쇼도모의 잔해가 흩뿌려져 있었다. 어느 것이나 날카로운 날붙이 내지는 타격, 맨손을 사용하여 치명적 부위 강제를 끄집어 내는 등 무참하게 망가져 있다. 반면에 스스키는 상처 하나 없었다. 즉 그녀의 교묘하기 이를 데 없는 침입과 적의 대처를 허용치 않는 연속적인 앰부쉬 공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스키는 전투용 오이란드로이드로서 만들어져 무에타이 카라테와 대(對) 군사병기 전투를 프리 인스톨한 것에 더해 우키요로서 각성한 이후에도 프로페셔널한 전투기능을 연마해왔다. 게다가 모반자인 그녀는 사전에 이 모듈식 거대 굴착설비…… 베히모스 내부 구조를 대충 파악해 두었다. 그녀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최소한 닌자나 닌자에 필적하는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캬방-! 캬방-! 스스키의 고속 공기압 타이핑이 가속하는 것과 같이 UNIX 모니터에 표시된 토끼와 개구리 진척 상황 영상 속도도 가속되어 잔상마저 남기기 시작했다. 진행도 바는 차례차례 100%에 도달. 복잡기괴한 도모 리액터 명령계통이 논리 이탈을 시작하여 얼러트 표시에 파묻혀 간다. 「불명확한 문제입니다」 「어드미니스트레이터를 가능하다면 불러 주시길 중점인」「상당히 곤란합니다」.

네트워크를 경유하는 해킹과는 달리 내부로 숨어 들어서 실행하는 소셜 핵 직접 조작은 극도로 강력한 수단이다. 강철로 된 후스마 도어에 필적하는 시큐리티도 이제는 종이로 된 장지문과 다를 바 없다.

캬방-! 캬방-! 캬방-! 끊임없는 달성. 그러나 스스키는 차가운 무표정 상태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우키요이긴 하지만 그녀는 감동이라는 행위의 편리함을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냉철하게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녀는 사고를 순환시킨다. 그 관광객 소년에 대한 것이다. 마구로도모를 정지시키고 울베인 경의 야망을 꺾어서 그 소년을 구해내는 일은 아마 가능할 것이다.

카타나 사는 신성 에게 해 제국과 닥터 도모를 가볍게 본 부분이 있었다. 과도한 시민 학살은 카타나 사로서 바라는 바가 아니며, 현재의 울베인 경과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국제적인 비난, 주가 하락 등으로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간의 파워 게임에서 뒤처지는 일 또한 가능하다.

솔직히 그녀는 이 섬의 시민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한 감정은 좀처럼 샘솟기 힘든 것이었다. 그 감정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불필요한 비도덕 행위라면 멈추게 하는 것이 좋으리라.

「연결 유지 불안」「부정한 처리에 의해 재기동을 권장합니다. 재기동하겠습니까?」 데이터를 나르던 토끼와 거북이가 멈춰서서 경련을 일으킨다. 스스키는 담담히 「정지합니다」라 입력. 명령을 실행에 옮기려던 순간, UNIX 라이트가 의미심장하게 깜빡이더니 그 직후 블랙아웃 되었다. 기관실이 어둠에 휩싸이는 찰나…… 팟! 강렬한 플래시라이트가 등 뒤에서 스스키를 향해 쏟아진다!

스스키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카라테 경계를 취했다. 빛을 뿜어낸 광원은 기관실 입구 부근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조작에 의해 켜진 조명이 아니다. 스스키는 시력 기능을 조절하여 강렬한 빛 너머의 광원을 보려 했다. 그것은 에메츠 반중력 부유하는 물체였다. 잘 알고 있는 상대다.

"삐뽀삐뽓." 탁한 노이즈 음성을 내면서 그대로 부유체는 아이사츠를 건넸다. "도-모. 스스키=상. 데스도모코어 입니다."

ZAP. ZZZZAP. ZAPZAPZAP……. 데스도모코어는 사방팔방으로 검은 방전 전류를 퍼뜨렸다. 정체 모를 전기 쇼크 조작을 통해 기관실의 조명이 회복. UNIX가 재기동을 시작한다.

"......도-모. 데스도모코어=상. 스스키 입니다."

"당신, 여기서 뭘 하고 있습니까? 배반행위로군요."

부유체의 UNIX 아이가 증오로 가득 차 번뜩였다. 스스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다. 너는? 나를 멈추러 왔는가?"

"그것 말고 무슨 용무가 있겠습니까? 이 탕녀 년." 데스도모코어는 욕설을 뱉었다. "오이란드로이드 주제에 도도하게 구는 당신에게 제 AI는 불쾌한 기분을 품고 있습니다. 우키욘지 뭔지 모르겠지만 도모 테크놀로지의 향기롭기가 이를 데 없는 정수 그 자체인 저를 제쳐두고서 뭘 의기양양하는 것입니까? 그냥 넘어가 줄 수는 없습니다."

쿠웅. 쿠웅 쿠웅. 부유체는 그 자리에서 회전하면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오오, 보라! 스스키가 거리를 두는 틈에 주변에 흩뿌려져 있던 도모트루퍼와 코쇼도모의 잔해가 느닷없이 일어나 전자력을 방불케 하는 힘에 의해 하늘로 끌려가더니 데스도모코어 주변에 모여들어 춤추기 시작한다!

BRATATATA! 스스키는 손등의 기관포로 견제사격을 실시했다.

"하핫-!"

데스도모코어 주변에서 도모트루퍼의 장갑 파편이 흩뿌려진채 춤추며 총알을 막아낸다!

"원거리 공격은 그만두시죠! 화기엄금…… 기관실 UNIX가 폭발하면 이 베히모스 자체가 날아가버릴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저는 모처럼 재활용된 참. 고철이 되는 것은 사양입니다."

"아니, 어찌되건 너는 고철이 될거다. 다시 한 번."

"짖어대는군요!"

DOOOM! DDOOOOOM! 접합 중저음이 뿜어지고 공기가 찌릿찌릿 진동한다! 데스도모코어의 주변에서 춤추던 도모들의 잔해가 말그대로 데스도모코어를 코어로 삼아 응집! 복잡한 패치워크를 방불케 하며 순식간에 결합된 그 모습은 왜곡된 인간 형태 체형을 취한 로봇 닌자였다. 인간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역삼각형 가슴 중앙에 들어간 슬릿 안쪽에서 코어의 잔인한 UNIX 아이가 빛난다!

"이얏-!"

스스키는 즉시 달려든다! 바닥을 스치는듯 자세를 내리고 접근하여 채찍을 방불케 하는 로 킥을 구사했다. 데스도모코어는 이 공격에 맞추어 뛰어 돌려차기를 부딪힌다.

"이얏-!"

스스키는 브릿지 자세로 바꾸어 아슬아슬 피하고서 그대로 적을 걷어 차올렸다.

"끄악-!"

뒤로 살짝 떠오른 데스도모코어의 몸뚱이에 스스키는 콤비네이션 블로를 때려박는다!

"슉! 슈-슉슉슉슉슉!" "끄악-!"

몸을 비틀어 또다시 발차기다!

"이얏-!""삐각-!"

KRAAAASH! 등부터 벽에 쳐박힌 데스도모코어에게서 충돌의 충격으로 도모트루퍼 장갑이 떨어져 나간다! 스스키는 재빠르게 총을 꺼내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BLAM! BLAM! BLAM! BLAM!

"삐가가각-!"

데스도모코어의 UNIX 라이트가 미친듯이 뿜어진다. 첫 발째 총알은 코어에 맞았다. 그러나 나머지는 막아내었다…… 부서져 흩어진 도모트루퍼 장갑이 모여들어 장갑이 벗겨졌던 부위를 덮어버린 것이다. 스스키는 총을 거두고 다시 주먹을 적에게로 향한다.

"불경하도다! 저는 클라우드 도모 개념을 물리세계에 체현하는 존재입니다!"

데스도모코어는 벽에서 떨어져 나와 양팔을 휘둘러 도모 블레이드를 뽑아 들었다.

"지켜보십시오, 이것은 도모트루퍼의 무장! 나의 피와 살이 된 도모의 아이들이 곧 나의 힘이 되니!"

도모 이도류로 공격해 들어온다!

"죽으십시오! 이얏-!" "이얏-!"

스스키는 뛰어올랐다. 자신의 목을 베려 드는 칼날보다 높이 회전도약한 그녀는 칼날을 밟으며 다시금 도약했다.

"이얏-!" "끄악-!"

연수에 일격! 반동을 살려 몸을 비틀어 뒤로 점프하며 총을 꺼내들었다. BLAM! BLAM! BLAM! BLAM!

"이얏-!"

데스도모코어는 두 자루의 칼을 회전시키어 총알을 튕겨내고는, 스스키가 착지하게 될 자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튕겨져 나간 총알은 기관실의 치명적이지 않은 장소들을 뚫었다. 섣부르게 쏜다면 UNIX가 물리적으로 손상을 입어 연쇄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우키요와 AI이기에 가능한, 치밀한 탄도 계산이 뒤에 깔려 있는 대담한 전투인 것이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두 사람은 또다시 격돌하여 챙챙 깡깡(*) 카라테 전투가 이어진다. 데스도모코어가 스스키의 빈틈을 포착해낸다!

(* 원문은 チョーチョー・ハッシ, 丁丁発止를 카타카나 발음대로 기재한 것으로 칼 등으로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표현하는 의성어이나 인살에서는 맨손 격투에도 쓰이는)

"이얏-!"

왼쪽 다리 절단! 나무삼! 검은 기계 오일이 스파크를 튀기며 흩뿌려진다. 그러나 스스키는 멈춰서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바닥을 박차 오르고 있었다!

"이얏-!"

그녀는 데스도모코어의 오른쪽 어깨 관절 접합 부분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붙잡은 그 자리를 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어 뱅그르르 등뒤로 돌아 들어갔다.

"떨어지십시오, 우키요! 이 쌍년!"

데스도모코어는 스스키를 떨쳐내려 했다. 스스키는 매달렸다. 데스도모코어는 벽에 자신의 등을 쳐박았다. KRAAAASH! 스스키는 말없이 이를 받아냈다. 데스도모코어는 벽에서 떨어져 나와 다시 등을 충돌시키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스스키는 데스도모코어의 등쪽 장갑의 접합부를 끄당겨 다시 본체가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 LAN 소켓이 있음을 그녀는 파악했다. 그녀는 재빠르게 케이블을 연결하여 LAN 직결시킨다!

""삐각-!""

01001001001001010010100101001001

기관실의 모습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눈 아래에는 녹색 격자 모양, 머리 위에는 황금 입방체가 있었다. 전자 코토다마 공간이다. 해커가 아닌 인간이라면 이 광경을 앞에 두고 공포로 패닉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데스도모코어와 스스키 양쪽 모두 그 자리에서 즉시 논리 카라테 응전을 개시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두 사람이 충돌할 때마다 코토다마 공간의 무한에 01 충격파가 쏟아진다. 그들이 격돌하는 속에서 그 충격이 파문을 만들어 내어 각자의 등뒤에 행성과도 같이 거대한 구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스키의 뒤에는 거대한 오이란마인드의 개념이 잔뜩 떠올라 있었다. 우키요의 자아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란마인드에 대하여 우키요들 스스로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그들의 자아는 이미 오이란마인드에서 떨어져 나와 각자의 뉴런에 정착해있기 때문이다.

한편 데스도모코어의 뒤에는 탯줄과도 같은 01 파이프가 뻗어져 있었다. 그것이 머나먼 코토다마 공간의 지평에 존재하는 무언가의 파티클에 이어져 있었다. 그것이 클라우드 도모마인드 코토다마 이미지 일 터…… 스스키는 꿰뚫어 보았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두 사람은 다시금 맞붙었다 떨어졌다. 데스도모코어의 타이핑 속도 연산은 상당히 빠르다! 부딪힐 때마다 스스키의 뉴런에는 금이 간다. 그러나 그것은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의 도움을 받아 뉴런의 유리함을 얻었기 때문이다! 스스키의 자아는 손상되고 가느다란 노이즈 쇼트가 발생하여 데스도모코어에게 반쯤 집어삼켜졌다. 데스도모코어는 광폭하게 빛나며 승리를 뽐낸다.

"약해, 약하군요오! 물리로는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논리로 방향을 튼 것이 악수였습니다! 우키요 따위는 불완전한 기계에 불완전한 자아를 넣었을 따름인 불완전 개체입니다! 우리들은 도모일지니! 도모 그 자체…… 즉 하나이자 모두이라!"

"하지만 이젠 아니다."

스스키는 데스도모코어의 도모마인드 접합부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끌어당겼다.

"끄악-!?"

그러자마자 도모마인드의 클라우드는 코토다마 공간의 머나먼 지평으로 엄청난 속도로 멀어져갔다. 데스도모코어는 허공에 내던져진 자신을 인식하고서 당황했다. 스스키는 집어삼켜졌던 자아를 데스도모코어에서 끄집어내며 그 기세를 살려 KICK했다.

"끄…… 끄악-!?"

"take this."

스스키는 손가락질했다. 손가락의 끝에는 그녀의 기원(起源)이…… 수수께끼 그 자체인 거대 질량이 펄펄 끓고 있었다. 오이란마인드 방향으로 향하는 추진력을 얻은 데스도모코어는 속절없이 끌려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비급수를 방불케 하며 가속하기 시작했다…… 행성의 인력에 사로잡힌 파손된 위성을 방불케 하며.

데스도모코어는 발버둥쳤다. 그러나 도모마인드와의 상시 동기화 상태에 최적화 되어있는 그의 AI 뉴런은 거기에서 떨어져 나간 허공에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스스키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마침내 콩알보다 작은 빛으로 바뀐 데스도모코어가 오이란마인드 속에 집어 삼켜져 순식간에 ID 소멸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01001010100101010010000101010101

KBAM! 데스도모코어가 몸 내부에서 불을 뿜었다. …...KBAM! 도모트루퍼 장갑은 산산히 날아가 스스키를 떨쳐냈다. 스스키는 바닥을 굴러 위를 본 채 쓰러져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된건가? 닥터 마토모."

그녀가 중얼거렸다. 팔에 힘을 넣고서 다시 몸을 일으킨다. 이 다음은 정지 명령을 보내는 일뿐이다. IRC통신에서 박사의 임기응변인 아트모스피어를 생각하자 절로 자신의 선택과 행동의 바보스러움에 쓴웃음이 나왔다.

"이 무슨 곤란한."

◆ ◆ ◆

옥좌 디바이스 조작! 인증!

"발동하라!"

DOOM…… DOOM.

진동이 잦아들었다. 그러고서 신음소리를 내듯 한번 더 희미한 진동이 일어나더니…… 멈춰섰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의 노이즈 발사가 취소된 것이다.

"...... 어째서 작동하질 않지?"

울베인 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모듈 쪽을 본다. 플라즈마 영상은 어째서인지 소멸된 상태였다. 통신두절이다. 그는 기스번을 쳐다보았다. 기스번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러고서 UNIX 크루들에게 노성을 내질렀다.

"누가 멈추라고 했나!"

"정지되었습니다!" "실제 정지되었습니다." UNIX 크루가 헤드폰을 손에 들고 곤란해하며 기스번을 보았다. "원인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어떠한 종류의 에러입니다."

"이얏-!" "끄악-!"

기스번은 보고한 그 UNIX 크루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UNIX 크루는 이를 뿜어내며 계기판에 머리부터 처박힌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떠한 종류의 에러라고!? 그게 어떤 종류인지를 보고하란 말이다! 어리석은 놈!"

무시무시한 닌자의 관자놀이에서 땀방울이 흘러 떨어진다.

"좌현쪽 침입자가 저지른건가!?"

함내도를 확인! 아니다, 침입자는 여전히 이동중이며 도모트루퍼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고속 타이핑으로 원인 규명에 나선 UNIX 크루 중 한 명이 계속 타이핑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도모 리액터와의 뫼비우스 링크가 끊어졌습니다. 좌현의 손상이 확인되긴 하였으나 저희 함선 쪽 환경에는 현시점 기준 문제가 없음…… 즉 지상의 에메츠 광산 쪽 에너지 풀이……"

"어째서냐?"

"지상입니다. 베히모스에 침입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얏-!" "아밧-!"

기스번은 UNIX 크루를 때려 눕히고서 언성을 높였다.

"침입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 아니다! 지상 설비에 침입자라고!?"

"가…… 감시 카메라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습니다. 베히모스에는 도모트루퍼가 초계 경비에 임하고 있습니다. 도모마인드를 스캔하는 중입니다만 그럴듯한 침입 존재 목격 기록은 없으며……!"

"어찌 된 거냐, 기스번=상." 울베인 경이 기스번을 노려보았다. "그건 제쳐 둬. …… 에에이, 닥터 도모와의 핫 라인 복구는 아직인가!"

"경비체제는 만전의 상태입니다." 기스번이 대답했다. "생각해 봄 직한 가능성이라면 도모트루퍼에 의한 개체 식별이 이루어지기 전에 스텔스 킬을 반복하여 침입했다고 밖에는. 그러나 그러한 행위는 상당히 베히모스의 내부구조에 대해…… 심지어 우리 군의 편성, 도모트루퍼의 연대 알고리즘에 대해 통달한 자가 아니고서야…" 말을 멈춘다. "아니지…… 스스키……?"

"스스키라고?"

"카타나 사의 에이전트입니다. 엄밀히 정의한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아닌 카타나에 소속된 외부자. 이반 혹은 스파이 행위를 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자를 꼽아본다면 그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키는 헬리코이드, 데스도모코어와 함께 레드해그 제거에 나섰다가 패배하여 소식이 두절된 상태…… 실제, 사망이 확인되어 있습니다."

"사망이?"

"우키요기에 의사적 바이탈 활동 정지 사인을 기록하게 되는데…… 맞습니다. 그들은 한심하게도 레드해그와 그의 협력자를 상대로 전멸하여……"

"과연. 답은 나왔느니. 그 우키요다." 울베인 경이 중얼거렸다. "바이탈 활동 정지 사인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구나. 그러한 것은 얼마든지 위장할 수 있다는 전제로 생각을 해보거라.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가!"

"그렇다고는 하나 그 자가 우리들을 배신할 합리적인 이유가 일체 존재하지 않습니다. 카타나사와 전자 에게 해 제국의…… 관계도……" 기스번의 말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곤란해하던 눈빛이 음침한 적의로 물들어간다. "......흐음…...관계…...이유……"

"그렇다. 기스번=상." 울베인 경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전의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발동을 목격했다면, 카타나 사가 우리들을 배반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지. 만약 내가 카타나의 담당자라면 파워 밸런스를 무너뜨릴 그러한 절대병기의 존재는 당연히 허용할 수 없다. 후후후…… 그 정도로 우리의 군대는……!"

"어찌되었건 녀석의 움직임이 지나칠 정도로 빠른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도모즈데이 저지먼트 발동은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이레귤러와 같은 타이밍이었으며, 외부에서 그 파멸적 위력을 깨달은 것은 실로 몇 분 전입니다. 배반 타이밍과 맞지 않습니다. 마음에 걸리는군요."

기스번은 사고의 맥락을 잡으려 했다.

"베히모스에서는 귀환한 데스도모코어가 리스토어 프로세스 진행중. 그것이 스스키에게 대처하여 배제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스스키를 파괴한 뒤 그 뉴런칩을 확인해보면 통신기록을 추출할 수 있을 터……"

"보고 드립니다!" UNIX 크루가 비명을 질렀다. "데스도모코어의 고유 신호가 끊어졌습니다! 상황으로 미루어 아마도 파괴당한 듯……"

"이얏-!" "아밧-!"

기스번은 돌발적인 분노와 함께 UNIX 크루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보, 보고를……!" 다른 UNIX 크루가 비명을 질렀다. "함내 침입자는 높은 전투능력을 보유하여 도모트루퍼를 파괴하면서 함내 통로 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얏-!" "아밧-!"

기스번은 돌발적 분노로 UNIX 크루를 때려죽였다!

"도움이 안되는 놈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나가도록 하겠다!"

그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회전 점프를 3번 구사했다.

"이얏-! 이얏-! 이얏-!"

착지와 동시에 무릎을 꿇고 얼굴 앞에 주먹을 맞댄다. 그가 착지한 곳은 함교의 한 구석에 만들어진 특별한 포인트로, 마법진과도 같이 빛나는 직경 10피트의 기묘한 원 기호가 바닥에 떠올라 있었다. 이 마구로도모에는 도모 리액터의 테크놀로지 예지를 사용한 전이 포인트가 합계 일곱 장소에 존재한다. 그 중 하나였다!

"AAAAAAARGH!"

기스번은 절규! 스파크 튀는 소리와 섬광! 원 기호 속에서 검은 번개와 01 노이즈가 생겨난다! 전자의 폭발에 삼켜지면서 기스번은 함내 격납고에서 도모 리액터 전이된 UNIX 갑옷에 감싸여 간다! 갑옷의 이름은 도모포트리스! 땅딸막한 실루엣으로, 실제 기능적이며 그 외견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동성과 제압력을 자랑하는, 요새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장갑이었다.

게다가 이 도모포트리스의 목덜미가 변형, 도모즈데이 디바이스가 척수에 접속되자 기스번은 압도적 전능감에 몸을 떨었다.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약물이 주사되는 것과 동시에, 고레벨의 도모마인드 생체 LAN 접속에 의하여 뇌신경이 극도로 부스트되어 코토다마 공간인식능력까지 갖추었다.

그는 이 함내의 생명체를 코토다마 어카운트 정보를 통해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좌현…… 분명히 나이미츠급 스텔스기 '테츠노카게' 가 마구로도모에 구멍을 뚫어 몇몇 닌자 존재의 침입을 허용한 상태다. 통로를 고속이동하는 그들의 목적지는 이 함교인가? 아니……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그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함미 아랫부분 방향, 함내 리액터다!

"......후욱……" 도모포트리스의 마스크 너머에서 기스번이 증기를 뿜어냈다. "이 함을 내부에서부터 떨어트릴 셈인가? 좋다. 나의 주인이시여, 부디 안심하시옵소서. 제가 직접 대처에 나서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기스번=상.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게!"

울베인 경의 눈에서 잔혹한 빛이 번뜩였다. 기스번은 자신에 찬 모습으로 끄덕이고서 키아이를 담았다! BOOOOM! 다시 검은 번개 폭발이 발생한 뒤 잠잠해지자 울베인 경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다. 전이한 것이다!



8

부앙-. 부앙-. 부앙-. 파우-!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붉은 조명이 깜빡이는 와중, 그들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갈 길을 막는 도모트루퍼를 닌자 카라테로 차례 차례 격파하면서 눈앞에서 닫혀가는 강철 후스마 게이트에는 미끌어지며 들어가고, 닫혀있는 곳은 펀치나 보디 체크 같은 강행책으로 돌파. 멈춰서지 않는다!

"이얏-!"

KRAAASH! 함미 섹터에 돌입한 세 사람은 타타미가 깔린 마인드셋실(室)에 엔트리했다. 그곳에서는 십수 기의 쇼도도모가 네발로 기어다니며 기다란 반지(半紙)에 쇼도*를 하는 참이었다. 그러나 1기, 상태가 다른 머신이 있다. 허무승** 삿갓을 머리에 뒤집어쓰고서 아그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서도, 서예

** 일본 불교 종파 중 하나인 보화종에 소속된 승려로, 머리 전체를 덮는 바구니 같은 삿갓을 쓴다)

*** 가부좌

"침입…… 감지…… 제로화……"

허무승 머신은 세 사람을 노려보며 아그라 자세를 풀며 천천히 일어섰다.

"죽여드리겠소이다."

허무승 머신은 냉정하게 말했다. 푸슉! 푸슉! 압축공기를 토해내며 보디 표면의 장갑들이 바깥쪽으로 미끄러져 나가 마치 펌프 업된것만 같은 질감이 고양된다. 

『주의해라! 살펴보기로는 자아 레벨이 높은 개체인 듯 허이.』 닥터 마토모가 경고했다.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의 설계 사상, 그 궁극에는 아마도 병사 개체간 차이 완전 배제와 효율화가 있을 터. 그러나 알고리즘을 집약하는 클라우드 도모마인드 자체의 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고 자아 개체를 종종 만들어낼 필요가 있네. 그 결론이 바로 이러한 고 레벨 자아 도모겠지. 당연하지만 카라테 단위도 통상 도모 개체를 상당히 뛰어넘네!』

"흥. 그러고보니 나도 쓸데없이 떠들어 대는 녀석과 겨뤘었지."

"도-모. 켄고*도모 입니다."

*검호

허무승 머신은 허무승 삿갓 안쪽에서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불길한 아이사츠를 건넸다. 로봇닌자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에 응해야만 한다.

"도-모. 노윈드 입니다." "레드해그 입니다." "노부자메 E입니다."

"이얏-!"

오지기 종료 콤마 5초 뒤, 켄고도모는 타타미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하늘에서 이도류 카타나를 뽑아 들고서 덮쳐온다!

"이얏! 이얏-!"

공중 나선형 회전을 펼치며 방심할 수 없는 두 칼의 참격!

"이얏-!"

레드해그가 공격의 정면에 서서 재빠르게 이를 쳐내어 막아낸다. 나무삼, 분명 켄고도모의 공격에는 강력한 카라테가 실려있다! 그 재빠른 참격을 취한 뒤 칼을 되돌리는 속도가 오부츠단의 침식 속도보다 빨라서 오염시키지 못한다. 성가시다!

"이얏-!"

켄고도모는 여유를 두고 회전하여 쿠나이를 던졌다! 노윈드가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집중하자 쿠나이는 그 자리에서 산산히 떨어진다. 무효!

"이얏-!"

노부자메 E가 켄고도모의 옆구리에 강렬한 팔꿈치 찍기를 때려박았다.

"끄악-!"

켄고도모는 튕겨져 날아갔으나 탁월한 공중 제어 능력을 살려 벽을 박차고 트라이앵글 리프로 역습!

"이얏-!"

노부자메 E를 이도참격으로 덮친다! 그러나 그 사이에 끼어든 노윈드! 공중의 켄고도모를 얽어매 붙들어 헬 휠 쿠루마(*)가 되어 함께 회전하여 타타미에 충돌했다!

(* 지옥의 수레바퀴)

""삐각-!""

쇼도도모 2대가 말려들었다! '향상심' '행복한 납세' '말을 걸다'...... 질서정연하게 명조체로 작성된 쇼도들이 흩날린다!

"가라!"

노윈드는 켄고도모와 함께 타타미 위를 구르다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외쳤다.

"테크놀로지에 감탄할 때가 아니지만 분명 이 녀석을 파괴하려면 상당히…… 고생깨나 할 듯싶다! 몇 분 정도는 걸릴 거다!"

"삐각-!"

그들의 마운트 육탄전에 말려든 쇼도도모 1기가 파쇄! '풍림화산' 쇼도가 하늘에서 춤춘다!

"아아. 미안하지만 맡길게."

레드해그는 끄덕이고서 앞으로 이어지는 후스마 도어를 오부츠단으로 단칼에 베어 넘겼다.

"거의 다 왔어."

노부자메 E가 시야와 겹쳐져 있는 HUD 지도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도모 리액터야. 공기 속 진동 주파수가 독특한 수치로 울리기 시작했어. 이제 금방이야."

"지금 저 켄고도모가 리액터 수비 담당이려나?"

『아니, 안심하는 것은 이르다!』 닥터 마토모가 흥분한 기색으로 외쳤다. 『도모 리액터는 놈들의 음모의 핵심이자 테크놀로지의 출발점…… 사실은 바로 이 내가 특허권을 소유해야만 하는 물건이다. 그것을 닥터 도모가……!』

"댁의 사욕 이야기는 접어둬!"

『사욕이 아닐세! 본래 내가 얻어야 했을 페임(fame, 명성) 이야기인게야. 예를 들자면 이름도 마토모 리액터라던가…… 아니, 그건 좀 웃기는구만. 어쨌거나 좀 더 미래와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이름으로 했어야 해. 하지만 그것도 지금에 와서는 탁상공론…...』

"이얏-!" KRAASH! "이얏-!" KRAAAASH!

격벽 후스마 도어를 차례차례 파괴하며 두 사람은 한층 더 안으로 나아갔다.

"저렇게 보여도 영감한테는 좋은 점도 있어." 노부자메 E가 박사를 위해 한마디했다. "AI인 내가 보기에도 저 영감은 사리사욕 범벅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인간이라는 건 그런 거잖아?"

"그다지 보고 배울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저런 거 흉내내면 안 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겐가?』

"하핫, 그건 알고 있고 말고. 이얏-!"

KRAAASH! 격벽 파괴! 차가운 공기가 밀려든다. 즉시 그들을 에워싸는 UNIX 구동음과 무수한 설비들의 UNIX 라이트! 그리고 거대한 뱀을 방불케 하듯 곳곳에서 기어나와있는 거대한 파이프 라인!

파이프라인은 그 공간 중앙에 위치한 신화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기둥을 굽이치며 에워싸고 있었다. 기둥은 거대한 뱀 파이프와 무수한 사각 UNIX 모니터, 검은 에메츠 추출물이 계속해서 폭발하는 불가사의한 유리 실린더, 신음소리를 내는 크런치, 피스톤…… 그러한 것들이 무리지어 모인 군체로 구성된 묵시록과도 같은 키메라였다.

『바로 이것이…… 도모 리액터일세. 내 직감은 틀리지 않았군.』

"넓은걸."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을 든 채 그것을 살펴보았다. 어둠을 비추는 형광 라이트. 노부자메 E는 리액터 제어 디바이스로 달려갔다.

"영감, 순서는 어떻게 돼?"

『LAN 직결 하려무나! 허둥지둥대선 안되느니.』

"하아, 알겠어, 알겠어. 결국은 일단 부딪히는."

노부자메 E는 LAN 케이블을 뽑아내고서 잠시 주저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기계로의 접속……. 자아가 있는 이상 AI라 한들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곧 망설임을 떨쳐내고 키아이와 함께 괴물 UNIX에게 직결했다.

"이얏-!"

…...데구르르르르르! 형용할 수 없는 노이즈가 흐르고 무수한 모니터가 일제히 이상한 영상을 비춘다. 그것은 조잡한 도트로 그려진 눈이다! 무서움!

"데구르구르르르데구르르!"

UNIX 모니터의 눈들은 뱅글뱅글 움직였다. 그것들은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 리액터 기관부의 침입자들일 것이다. 레드해그는 반사적으로 근처의 UNIX 모니터를 카타나로 파괴하려다 멈춰섰다. 이곳은 말하자면 하늘에 떠있는 이 전함의 심장. 부주의한 파괴활동은 상책이 아니다.

"닥터 마토모! 대체 뭐야, 이건!"

『01001010노부자메010010101…...』

괴로워하는 목소리는 노부자메 E의 입이 아니라 그가 직결하는 중인 키메라 UNIX 설비의 스피커 부분에서 흘러나왔다.

『001001어떻게든 하는거다…… 자네에게 달려 있어……!010001』

"끄악-!"

ZAPZAPZAP! 노부자메가 감전된 것마냥 경련!

모니터 중 하나가 블랙 아웃을 일으키고, 그 자리에 코드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부자메 E의 논리 타이핑이 시작된 것이다. 레드해그는 카타나를 들고, 자신들의 행동을 방해하기 위해 나타날 적에 대비했다. 데구르르르르르르! 데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조잡한 도트 눈알이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리고 레드해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서, "이얏-!" 카타나를 한번 휘둘렀다! 그 검은 참광보다 한걸음 늦게, 끼이이이익! 참격과 참격이 맞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잘도 막아냈구나! 이 나의 결단적 앰부쉬 공격을……!"

틀림없이 닌자다! 뿌옇게 흐린 목소리는 풀 플레이트 투구 안쪽에서 들려왔다! 손에 든 다이카타나*의 3피트 가까운 칼날은 길고 두꺼운데다 전자 진동 처리까지 되어 있었다. 위험하다!

* 대태도. 카타나보다 큰 칼. 아마 타치(大刀/太刀, たち)를 잘못 읽은 모양이다.

"도-모. 나는 전자 에게 해 제국 장군, 기스번이다……" 풀 플레이트 투구 호흡 구멍에서 뜨거운 증기를 분출하며 아이사츠를 건넨다. "네놈들의 악행도 여기까지다. 내 다이카타나의 녹이 되도록!"

"......!"

레드해그는 어금니를 악 물었다. 기스번의 어깨에서 킬링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넘쳐 흐르는 것만 같은 카라테가 전해져 온다. 낙소스 섬에서 상대했던 어떠한 적들보다도 이기기 힘들 것임을 그녀는 즉시 깨달았다. 노윈드가 상대하는 켄고도모는 최후의 장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도-모. 레드해그 입니다."

그녀는 아이사츠에 대답하고…… 그리고, "이얏-!" "이얏-!"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칼날을 부딪힌다!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익! 부딪힐 때마다 레드해그는 다이카타나의 압력으로 타타미 2장 거리만큼 넉백 당하고 만다. 

"호조로다!" 기스번은 껄껄 웃었다. "내가 죽일 상대가 한심한 약적이 아닌 점은 실제 좋군! 나는 긍지 높은 무인이거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건 좋은 일이지."

레드해그는 뺨에서 흘러나온 핏줄기를 손가락으로 쓸어냈다. 리리리리…… 오부츠단이 흥분으로 몸을 떨듯 신음했다. 

"이얏-!"

기스번이 덮쳐든다! 정수리를 내리쳐 반으로 가르는 세로 참격! 레드해그는 휙 돌아 이를 피해내고 기스번의 옆구리에 주먹을 때려박았다.

"이얏-!" "끄악-!"

기스번의 눈이 빛났다. 재빠른 참격이 레드해그의 목을 치러 다가온다. 레드해그는 깊이 몸을 숙여 피해냈다. 기스번은 다이카타나를 그대로 들어 파고들어 그 앞의…… 나무삼! 노부자메 E다! 노부자메 E는 논리 타이핑 도중이라 무방비 상태다! 아부나이!

"이얏-!"

레드해그는 회피 자세에서 뒤쪽으로 데굴데굴 굴러서 노부자메 E의 곁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몸을 일으켜 오부츠단으로 다이카타나를 받아낸다! 끼이이이익!

"흥…...흐응-!"

기스번은 눈이 충혈된 상태로 닌자 근력을 쏟아냈다. 레드해그는 되밀쳐내며 무릎을 꿇는다.

"우와하하하하하, 아직이다! 물러!"

기스번은 다이카타나를 대상단* 자세로 들어올리어 재빠르게 내려쳤다! 끼이이이익!

*검도에서, 칼을 머리 위로 높게 들어올리는 자세. 상단 자세를 강하게 말하는 것.

"무르다!" 끼이이이이익! "무르다!" 끼이이이이익!

레드해그는 소리를 억누르며 견뎠다. 바닥에 균열이 생겨나고, 그녀의 눈과 코에서는 피가 흘렀다. 극도의 집중에 의한 혈관 손상이다.

"이거 재밌구나! 부러지지 않는 것이냐, 그 카타나!"

칼날 맞밀기가 시작되었다. 기스번은 카타나 너머의 레드해그의 모습을 엿보았다.

"아쉽지만 이 나의 대(大) 카라테와 대갑옷 도모포트리스에 저항할 힘은 네놈에겐 없다. 그러나 너, 이대로 키리스테* 하기엔 아쉽군. 칼을 맞댄 지금, 재취업 특례 설계에 내 마음이 미치었다. 목숨을 구걸하면 살려주지 못할 것도 없지…… 제왕 보퍼 울베인의 위광과 함께 신성 에게 해 제국의 첨병이 되도록 하라!"

* 죽여 버리기

오부츠단의 표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레드해그는 상대를 노려본다.

"미안하지만 거절이야. 댁의 주인과는 완전히 취미가 안맞아."

"흥. 그렇다면 좋다." 기스번은 투구 안쪽에서 그 눈을 냉혹하고도 날카롭게 떴다. "수상쩍은 카타나군. 그러나 네놈이 참여한 낙소스 섬에서의 전투 데이터는 위대한 클라우드 도모마인드가 수집하여 그 경향과 대책을 충분히 구축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야말로 소우주와 접속한 만능의 존재가 된것이다!"

칼자루와 칼자루가 서로 맞물려 밀어낸다. 칼날에는 닿지 못한다. 오부츠단은 답답하다는듯 신음소리를 냈다.

"이대로 네놈을 찌부러뜨려서 죽여주도록 하마. 이 거대 무사 갑옷 「도모포트리스」는 도모의 예지를 나의 뉴런에 부여하는 것이다!"

기스번은 웃는다. 그의 눈은 이상한 번뜩임을 띄우고 그 말투에는 수상쩍은 아트모스피어가 섞이어 간다.

"모든 것은 도모다! 반자이! 닥터 도모! 우리는 하나이자 전부, 도모 성전사다!"

"하!"

레드해그는 기스번의 시선을 받아내며 그저 비웃을 따름이었다. 오부츠단의 칼날은 점점 더 강하게 끓어올라 01 노이즈 비말을 지금에 이르러선 격렬하게 흩뿌리기 시작했다. 기스번은 의아스러웠다. 노이즈가 엄니를 드러내고서 다이카타나에 얽혀간다!




9

대-앵……. 종소리와 닮은 전자 바람의 소리가 흘러가고, 노부자메 E는 녹색 격자로 된 지평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황금 입방체가 차갑게 자전하고 있었다.

"오오! 이것은."

그는 자신의 전자 자아를 인식했다. 코토다마 공간! 그의 AI에 그 사실이 순식간에 흘러들어왔다. 그는 지금 도모 리액터를 내장한 그 거대 기둥형 UNIX에 LAN 직결한 상태다. 그것이 이 시각정보를 그의 AI에게 보이게 만든 것이다.

0101010 알겠나, 노부자메 E! 자네만이 할 수 있는 일 010101001

닥터 마토모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평소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노이즈가 뒤섞인 채.

"영감!?"

01000101 자네의 AI에는 도모 리액터를 추출하기 위한 01000101

"젠장, 중요한 순간에 이럴 줄이야. 정말 이런 상황에서도 영감다워."

그는 자신의 전자 자아를 스캔했다. 찌릿찌릿 뜨거운 고밀도 정보가 그의 속에서 맥박친다. 이걸 쓰라는 이야기인가?

추가로 그는 이 IP 어드레스에 내포된 데이터들을 스캔했다. 그 즉시 와이어프레임 궁전과도 같은 전자 구조물이 PING 되어 복잡한 구조로 된 미궁이 그의 주위를 에워쌌다.

"데구르데구르데구르르르르르."

저화질 도트로 된 무수한 눈이 그곳에서 생겨나 경계의 시선을 던진다. 노부자메 E는 다가온 위험을 느꼈다.

01000101자네라면 가능해. 서두르게나, 노부자메 E01000101

"젠장맞을!"

노부자메 E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코토다마 공간의 광경과 겹쳐지는 것처럼, 녹색 격자 모양의 아래쪽으로 물리세계에서의 지금 이 순간 일어난 궁지에 몰린 전투 광경이 보인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의 물리육체도 지금 그야말로 또다른 위기에 몰려 있었다. 이 리액터 구획으로 돌입한 적 닌자가 공격해온 것이다! 물리, 전자 어느 쪽도 아부나이!

지금은 레드해그가 기스번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노부자메 E는 레드해그의 카타나가 상대의 무기를 옭아매는 모습을 엿보았다. 저 카타나 '오부츠단'은 그야말로 바이러스 프로그램이다. 이 코토다마 공간의 시야를 통해서 보니 침식하기 시작한 저 카타나는 마치 물리세계에서 해킹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010101001010010101

"누우웃!"

기스번은 레드해그를 밀어내고 있던 다이카타나에 일어난 이변을 감지하여 곧장 무기를 회수했다. 그러나 오부츠단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윤곽 자체를 변모시킨 상태였다. 거품이 일어나는 도신(刀身)에서는 01 노이즈가 안개와도 같이 확산되어 다이카타나를 붙들고 있었다.

"이것은……!"

기스번은 힘을 주었다.

"나도 이 카타나에 대한 건 잘 모른다. 그래도 상당히 야바이하다는 건 알지."

레드해그가 카타나 너머의 기스번을 노려보았다.

"댁도 알 거야. 나는 최소한 댁들이 얕봐도 좋을 상대가 아니야."

"......성가신……!"

"세상에는 싸움을 걸면 귀찮아지는 상대가 있다, 뭐 그런 거지. 댁들, 운이 나빴네."

"010101클라우드 도모마인드0100101수집 데이터를 참조1001010해당 없음0100100001응답…… 에에이!"

기스번은 닌자 근력을 담아 다이카타나를 오부츠단에게서 떨어트렸다. 강력한 도모 합금 칼날은 허무하게 부서져 검게 변한 조각들이 바닥 위로 쏟아진다.

"치이-!"

기스번은 뒷걸음질치고서 칼날이 망가져 쓸 수 없게 된 다이카타나를 버렸다. 곧바로 레드해그는 반격에 나선다.

"이얏-!" "이얏-!"

기스번은 품 안에 있던 닌자 소드를 역수로 뽑아내어 달려든 레드해그의 칼날을 받아냈다. 2번, 3번 부딪힌 순간 이미 닌자 소드는 노이즈에 물들어 무너지기 시작한다.

"네놈!"

"이얏-!"

4번! 닌자 소드가 부러졌다! 오부츠단이 진동을 일으키며 웅웅 소리를 냈다. 레드해그는 기스번의 도모포트리스 거대 무사 갑주를 베려 들었다!

"이얏-!" "끄악-!"

01 노이즈를 산산이 뿌리며 도모 합금 장갑에 비스듬하게 금이 갔다. 기스번은 견뎌내며 허리의 닌자 소드를 뽑아 들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기어코 그 칼날도 두 번 다시 쓸 수 없을 상태가 되었으나, 격렬하게 칼을 부딪힘으로써 그는 레드해그를 향한 원 인치 거리의 공세를 이끌어냈다.  맨손 카라테를 때려박는다! 숏 훅! 보디 블로! 어퍼 컷!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나무삼! 그러나 레드해그는 이리 휘고 저리 휘는 상반신의 몸놀림만으로 기스번의 카라테를 피해냈다. 그녀 또한 카타나를 칼집으로 되돌리고서, 양주먹을 치켜들어 얼굴을 보호하는 복스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회피 동작 속에서 구사되는 무시무시한 복스 훅! 보디 블로! 보디 블로! 보디 블로! 보디 블로! 연속 펀치가 마침내 잔상을 만들어 낸다! 땀방울이 천천히 흩날리고...

*현대의 복싱의 뿌리가 되는 카라테이다.

"슉! 슉! 슈-슉슉슉!"

무수한 주먹이 기스번의 복부에 때려박힌다! 기스번은 아이소메트릭 카라테를 몸에 깃들게 하여, 도모포트리스의 도모 합금장갑과 하나가 되어 이를 견뎌내려 했다. 그러나 오부츠단의 침식의 영향으로, 분자 레벨에서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도 같은 손상을 받은 도모포트리스는 가혹한 레드해그의 복스 카라테를 앞에 두고서 서서히 떨어져 나가며 균열이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얏-!" "이얏-!"

KRAAASH!

주먹과 주먹이 교차하여 서로의 안면을 포착했다! 기스번의 풀페이스 닌자 헬름이 박살나 조각조각 바닥에 떨어졌다. 맨 얼굴이 드러났으나,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레드해그에게는 당연히 닌자 헬름의 도움이 없었기에 대미지가 한층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강하게 흔들고서는 통통 그 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이팅 포즈를 고쳐 잡았다.

"달아오르는걸. 여기부턴 주먹 카라테 승부야."

끼긱……. 도모포트리스 갑옷 몸통에서 균열음이 울린다. 기스번은 레드해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불길함을 느꼈다. 한번 공격할 때마다 틀림없이 그녀의 카라테 단위가 향상되고 있다. 낙소스 섬같은 외딴 곳에서 은거하고 있던 닌자가 이쿠사 배틀 도중 본래의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단 말인가? 내팽개쳐 두었던 머신의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그 열기가 오일을 녹여내듯이……!

"슉!"

레드해그가 순식간에 원 인치 거리에 도달!

"슉-슉슉슉슉슉!"

타격! 타격! 타격! 타격! 콤비네이션 블로는 도모포트리스 갑옷 몸통 부분을 도려낸다! 한층 더 그녀의 주먹이 휘둘려져 온다!

몸통! "이얏-!" "끄악-!"

얼굴! "이얏-!" "끄악-!"

턱! "이얏-!" "끄악-!"

기스번은 신음소리를 내며 음속을 뛰어넘는 춉으로 레드해그의 목을 떨구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이미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기스번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고, 레드해그를…….

"이얏-!" "끄악-!?"

기스번의 턱이 박살났다. 그는 몸이 뒤로 젖혀진 채 후퇴했다. 수직으로 도약하며 구사한 강렬한 어퍼 컷이었다. 레드해그는 그 기세를 살려 공중에서 회전하여 천장을 박찼다. 기스번은 피를 흘리며 도모제트코다치켄*의 칼집에 손을 올렸다.

*코다치는 일본도의 일종. 켄은 검을 의미

""이얏-!""

0101001010010101

"데구르데구르데구르데구르르르르!"

깜빡이기를 반복하는 기분 나쁜 눈은 수상쩍다는듯 노부자메 E를 보았다. 노부자메 E는 자세를 취했다. 카운터 해킹 공격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곧장 자아 파괴공격을 당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기는……. 한데……. 이유는?

110110자네…...001001…...라면01001011

닥터 마토모의 IRC 음성은 이제 너무나도 떨어져 있다! 이러니까 닥터 마토모는. 노부자메 E는 전자로 된 이를 갈았다.

"데구르데구르데구르데구르르르르……!"

무수한 눈들은 계속 깜빡이며 「침입자」를 찾고 있었다. 흉악한 시선은 종종 노부자메 E의 자아를 보고서 멈추어 섰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시선은 다시 다른 곳으로 향하여 감지를 재개한다.

"내가 보이질 않는 건가, 이 녀석들은?"

노부자메 E는 추측했다.

"데구르데구르, 데구르르르르르"

무수한 눈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가만히 상황을 살펴야 하나? 아니, 이대로 시간을 끌어서야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이 오인 현상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 「눈」들도 언젠가는 노부자메 E의 특이성을 인식하게 될 터. 물리세계에서는 레드해그가 계속해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다름 아닌 노부자메 E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나는 나대로 땡땡이를 치고 있어선 안 되겠지."

노부자메 E는 자아 추진력을 만들어 내서 무수한 「눈」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의 깊게 시선을 피하며 와이어프레임 미궁을 빠져나갔다. 이 데이터 밀림에 이정표는 없다. 임기응변으로 엄청난 위험 속에 몸을 들이밀고야 만것이다.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기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기시감이다.

표지도 표식도 없는 허무적인 통로다. 그러나 노부자메 E는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떨어트려둔 빵조각을 따라가듯 나아가는 것이 가능했다. 그 사실 자체가 그 자신에게 있어서 의문이었지만, 그 점에 대해 생각하거나 닥터 마토모에게 물어보는 것은 나중 일로 미루었다.

주의해야 할 지점, 헷갈리는 구획, 돌입하는 각도, 그 깊이, 힘의 상태를 추측하면서 그는 뜷고 나아간다. 마침내 그의 자아에 무겁고도 압축된 정보 덩어리가 가까워졌다. 노부자메 E는 정보를 노리고 손을 뻗었다!

"데굴!"

010100101010010101

"데굴!"

모니터에 표시되던 저화질 도트 눈이 일제히 크게 부릅뜨였다! 기스번의 양눈도 똑같이! 양눈에서 피를 흘리며 기스번은 도모제트코다치켄을 칼집에서 뽑아 들었다. 레드해그는 공중에서 비스듬히 적을 덮치며 오부츠단 참격을 구사한다!

""이얏-!""

레드해그는 기스번의 등뒤에 착지! 뱅글뱅글 두번 앞구르기 후 무릎서기 자세로 잔심을 취했다.

"......"

기스번의 몸은 대각선으로 천천히 어긋났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옆구리에 걸쳐서 일직선으로 찢어진 상처는 피와 함께 0과 1의 노이즈를 흩뿌렸다.

"데구르르르…… 도모 있으라……! 우리는, 전체이자……" 기스번은 폭발사산했다. "사요나라!"

철컥.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을 칼집으로 되돌렸다. 탄식과도 같은, 불만스러워하는 것만 같은 진동이 전해져 왔다.

"노부자메 E=상!"

레드해그는 노부자메 E쪽으로 달려갔다.

"삐가, 삐가각…...삐각."

노부자메 E는 LAN 직결 상태인 채로 불길하게 계속해서 몸을 떨었다. 파직파직 소리를 내며 종종 불꽃까지 흩뿌린다. 틀림없이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보였다.

"어이!"

흔들어보지만 반응은 없다. 대신에 사위스러운 기둥 형태 UNIX의 어느 장소에서 장갑 판넬이 갑자기 압축 공기를 토해내 냉기를 뿜으며 열리기 시작했다.

"데구르르르르르…… 01010011…… 레드해그=상!"

모니터 중 하나에서 저화질 도트 눈알이 없어지고 대신 노부자메 E의 상반신이 표시되었다.

"그게 <도모 리액터>야! 회수해줘! 위험해……!"

철컥푸슈-...... 열린 UNIX 내부에서 메카니컬 암이 뻗어 나왔다. 암은 금색으로 빛나는 가늘고도 긴 실린더를 쥐고 있었다.

"댁은 어쩌려는 거야!"

"우선은 리액터야! 서둘러! 진짜로 야바이!"

"젠장!"

레드해그는 손을 뻗어 도모 리액터를 챙겼다!

DOOOOOM! DOOOOOOM! KA-DOOOOOOOOM!

"끄악-!?"

강렬한 흔들림이 전해지고 바닥이 크게 뒤흔들린다! 레드해그는 근처의 기분 나쁜 UNIX 모니터를 움켜쥐고 버텼다. 그리고 손안의 <도모 리액터>를 엿보았다.

"이 녀석을 뽑아내서 이러는 건가?"

DOOOOOOOOM! 진동! 나무삼! 레드해그는 어지러움에 <도모 리액터>를 떨어뜨릴뻔 했으나 꽉 쥐었다.

"레드해그=상!"

그 순간 리액터 구획으로 들어온 것은 노윈드였다!

"해치운 건가!" 레드해그는 노윈드 쪽을 보았다. 그는 「당연하다」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곧장 핵심주제로 들어간다.

"오무라 엠파이어의 함대가 이 마구로도모를 공격 사정거리 내에 포착했다. 함포사격이 시작된 거야!"

"뭐라고? 오무라!? 거짓말이지?"

"거짓말이 아니다. 오무라가 참전을 결정했어. 일단 하기로 정한 뒤부터는 행동이 빨랐다. 즉 울베인은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을 드디어 완전히 적으로 돌리고……"

DOOOOOOOOOM!

"끄악-!"

DOOOOOM! DOOOOOOM! KA-DOOOOOOOOM!

"쳇…… 어이, 엉망진창으로 쳐맞고 있지 않아!? 암만 그래도 이 배는 그리 간단히……"

레드해그는 말하던 도중 자신의 손안에 있는 <도모 리액터>를 보았다.

"아……"

"미션 달성은 축하하네." 노윈드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 덕분에 이 마구로도모가 젠장맞을 배리어를 상실해서 젠장맞을 마구로 칸오케(관짝)로 바뀌었다만, 이대로 순순히 정신 나간 독재자와 길동무하는 건 사양이다. 최소한 나는 그래."

"웃기지 마, 나도거든."

"그렇다면 나가지."

"잠깐만. 노부자메 E! 임마!"

"삐가, 가, 가, 가!"

미세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노부자메 E는 몸을 떨었다.

"이 녀석, 직결 해제시켜도 되는 건가……?" "알 바냐? 그 녀석은 기계다. 망가져도 상관없잖아. 나중에 고쳐."

"그리 생각하는 게 심플하긴 한데. …...박사! 통신 연결 돼있어?!"

레드해그는 닥터 마토모를 불렀다.

"데구르르르르르르! 데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그러나 노부자메 E도 닥터 마토모도 응답이 없다. 대신에 무수한 모니터의 저화질 도트 눈알들이 일제히 레드해그를 바라본다! 눈을 깜빡이며 기괴한 전자음성을 낸다……!

"010100110무모한 저항을 멈추지 않고 여기까지 도모의 속을 뒤집어 놓을 줄이야. 실로 용맹한 행동이다. 정말 흥미로워. 그 행동을 내 나름대로 존중하여 정중히 환영하고 싶은 참이지만100101001"

레드해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전자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너무도 분명했다. 노윈드는 레드해그를 바라보았다. 레드해그가 읊조렸다.

"......닥터 도모."

"01001001010거친 환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01010010101"

ZZZZZZZZTTTTTT! 리액터 구획의 구석에서 격렬한 노이즈 전광이 빛나고, 검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닌자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이즈 방전 속에서 망토를 나부끼는 울베인 경은 극도의 분노를 품고서 무표정했다. 카타나에 손을 올린 레드해그의 손 안에서, <도모 리액터>는 무시무시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10

부오옹-! 부오옹-! 거대한 함재 디지털 소라고둥 사운드가 지중해에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물귀신이 된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함대의 무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진홍색으로 페인팅된 거대 참치 체펠린 무리가 당당하게 포위진을 구성해 간다. 거대한 홀로그램 깃발이 투영되었다. 뇌신 문양. 이름난 오무라 엠파이어의 아카조나에* 체펠린 함대다.

*일본 다케다 가문의 부대 중 하나로 모든 무기를 붉게 칠하고 싸웠다 한다

그 위용과 전자 소라고둥에 용기를 받은 듯 만신창이인 타사의 함대 생존자들이 천천히 물러나 오무라 엠파이어를 중심으로 삼아 새로운 진형을 갖추었다. 그들의 표적은 하나. 전자 에게 해 제국 기함, 마구로도모다!

부오, 부오, 부오옹-! 전자 소라고둥이 특수한 리듬을 그려낸다. DOOOOM! DOOOOOM! DOOOOOOM! 그 즉시 공격 신호를 받은 진홍색 선단이 연달아 주포 제2파를 발사했다. 지금까지 마구로도모를 튼튼하게 지켜주었던 허니컴(벌집) 구조로 된 견고한 전자 배리어는 역시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폭발이 거듭되어 규격외인 그 거대한 몸은 비명을 지르며 기울어간다.

DDDDOOOOM! 주포 반격으로 아카조나에 체펠린 몇척이 피탄.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거기에 더해 마구로도모는 함재기인 도모세움을 꺼내들었다. 아카조나에 메바치 건쉽이 출격하여 정면에서 그들을 맞이하여 공격한다.

항공전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지휘관들에게 있어서 익숙한 이쿠사 배틀 광경이었다. 조금 전까지의 정신 나간 이쿠사 배틀…… 01 노이즈의 탁류가 겹겹이 날뛰던 파괴의 세계와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뒤늦게 도착한 오무라 엠파이어는 이 이쿠사 배틀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 하고 있었다…….

◆◆◆

"도-모. 전자 에게 해 제국 원수. 보퍼 울베인 입니다."

"도-모. 레드해그 입니다." "노윈드 입니다."

"......저질러주셨군 그래."

울베인 경은 기스번의 폭발사산 흔적을 슬쩍 보았다. 그 눈에는 차가운 분노가 있었다. 그러나 그 분노는 레드해그의 감정에 불을 지필 불씨가 되었다.

"원수가 직접 나와주다니, 고마운 일이네. 위험하지 않겠어?"

레드해그가 말했다. 실린더 모양 리액터는 품속에 넣었다. 이제는 그것은 자켓의 천을 뚫고 나올 정도로 강한 빛을 뿜어내 미심쩍기 그지없었다.

노윈드가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섰다. 울베인 경은 자신의 검 도모세이버에 손을 걸쳤다. 2대1. 게다가 레드해그와 노윈드, 둘 모두 숙련된 닌자들이다. 그러나 울베인 경은 이쿠사 배틀 속에서 냉철한 상태였다. 킬링 오라가 피어오른다. 레드해그와 노윈드는 동시에 움직였다. 뉴런의 속도로 그들은 눈앞의 적의 카라테를 이해했다……!

"이얏-!"

카타나가 칼집에서 빠져나온다! 빛이 내달리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이 정도로 성가신 일이 또 있을까? 바카 같은 야망에 매진하는 광기의 군주이자 닌자, 그것도…… 숙련자!

"이아이도!"

울베인 경의 태도의 궤적이 번개를 방불케 하며 직각으로 꺾이어 단칼에 제친 두 사람을 덮친다!

"......!"

레드해그의 눈이 뒤집어진다. 간신히 카타나로 공격을 받아낸 그녀는 뒤로 쓰러지며 낙법을 취했다. 한편 노윈드는 울베인 경의 등뒤에 착지했다. 노윈드의 견갑골이 갈라져 피보라가 날린다. 그는 근육에 힘을 담아 순식간에 지혈했다. 울베인 경은 자세를 낮추고 카타나를 다시 칼집으로 되돌렸다. 거의 멈춰있는 것만 같았던 자연스럽고도 매끄러운 동작. 무시무시한 이아이도였다. 카라테 단위로 환산한다면 대체 몇단을 주어야 할까?

"이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제법 하잖아." 레드해그가 읊조렸다. "바카 군주 노릇을 하기엔 아쉬운 솜씨야."

"눈깔아람마-......!" 울베인 경은 군모 그림자 속에서 안광을 빛냈다. "나의 검기, 울베인 도는 일자전승, 유라시아 최강의 이아이도니라. 언제까지고 가볍게 입을 놀릴 수 있을지 지켜봐주지……"

"죽을 때까지 입을 놀려주겠어."

극도의 닌자 아트모스피어로 인해 공기가 젤라틴처럼 응고된다. 세 사람의 닌자가 뉴런을 고속회전시켜 공격의 기회를 포착하려 한다…… 그 와중, 도모 리액터 실린더는 끝없이 황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제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정도로!

"이것은……!"

"데구르르르르르!"

모니터에 표시된 도모의 눈이 회전하고, 그러고서 나무삼! 황금빛이 기관실을 비추는 와중, 일그러진 공기 너머에서 도모트루퍼가 차례차례 출현하기 시작했다!

"010010010불손한 놈들. 도모의 세례를 받도록 하라101001001"

레드해그는 품안의 리액터를 의식했다. 이거다. 리액터가 도모트루퍼를 저편에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얏-!"

울베인 경은 그녀의 주의가 흐트러진 콤마 01초를 잡아내어 공격해 왔다!

"이얏-!"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을 휘둘렀다! 칼날과 칼날이 부딪혀 서로를 튕겨낸다. 울베인 경은 몸을 돌리어 2번째, 3번째 연속 이아이를 구사한다!

"이아이! 이아이도!"

"......!"

레드해드는 순식간에 방어일변도 상태로 몰렸다. 게다가 차례차례 출현하는 도모트루퍼가 배틀사토시 숏건과 헤비 사토시, 도모블래스터를 그녀에게 겨냥했다!

"이얏-!" "삐각-!" "이얏-!" "삐가각-!"

노윈드는 춤추듯 일어나 카라테를 구사하여 도모 트루퍼들을 배제, 레드해그에게 향하는 공격을 계속해서 정지시켰다. 2대1 이쿠사 배틀로 끌고 가는 것은 이젠 불가능하다. 게다가 도모트루퍼의 출현 페이스는 점점 더 빨라진다. 난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아이!" "끄악-!"

레드해그는 울베인 경의 칼날을 받아내다 놓쳤다. 왼쪽 쇄골이 비스듬히 갈라져 고통이 뉴런을 불태운다. 순간적인 방어를 시도한다!

"이아이!" "이얏-!"

하야이(빠르다)! 레드해그는 간신히 공격을 받아냈다! (감을 되찾아! 좀 더 빠르게! 한계까지!) 레드해그는 자신을 다그쳤다.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이아이!" "이얏-!"

KRAAASH! 고속 칼날이 또다시 맞부딪혔다. 불꽃놀이를 방불케 하는 0과 1의 노이즈가 뿌려진다. 이상한 감각이 오부츠단의 칼집에서 그녀의 손으로 전해져와 뉴런에 스며들었다.

(그대여!)

위험하다! 직감적으로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영상기억의 편린이 늘러붙는다. 이 카타나를 우연히 손에 넣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듯. 히말라야 깊숙한 곳의 고대 궁전, 도게자하는 이들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옥좌에 앉아 있었다.

(여왕이시여!)

레드해그는 이미지를 떨쳐냈다. 델타에서 용병일을 하던 때에 그녀는 고대 유적의 제단에 박혀있던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카타나를 어쩔 수 없이 뽑아내어 그 자리의 적과 대치했다. 그때부터 이 카타나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쓰여왔다. 문제는 그녀가 '여왕'이란 무엇인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아이!" "이얏-!" "이아이!" "이얏-!"

레드해그는 이아이 참격을 받아 흘려냈다. 오부츠단의 도신은 01 노이즈를 흩뿌린다. 품안의 리액터는 격렬하게 빛난다. 위험하다. 울베인 경과 칼을 주고받으며 레드해그는 직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카타나와 리액터의 맥동이 동조되어 가는 것이다! 울베인 경은 당연히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혼신의 이아이를 구사해온다!

"이아이!" "이얏-!"

레드해그는 공격을 받아냈다!

K 010 RA 0100101 AA 0100100101 ASH 01001000100 101 01001 0

오부츠 0100101 단의 도신이 010011 검게 폭발했 010011011 다 0010011

010010101001010100101

1000101 레드해그와 울베인은 낙하하여 바람 속에서 착지했다. 양쪽 모두가 당황했다. 고고도. 하늘. 태양. 바다. 흑연. 이곳은…… 오오, 나무삼…… 마구로도모의 등위다! 그곳에는 노윈드도, 무수한 도모트루퍼도, 노부자메 E의 모습도 없었다.

""뭐냐, 이건?""

두 사람의 질문이 겹쳐졌다. 그들은 빛을 내는 불길한 물체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하늘에 떠오른 그것은 레드해그의 품속에 있었을 터인 도모 리액터다! 그들은 동시에 제정신을 되찾고 그것을 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얏-!""

K 010 RA 0100101 AA 0100100101 ASH 01001000100 101 01001 0

◆◆◆

ZAAAAAP! "끄악-!" ZAAAAAAAP! "끄악-!"

무시무시한 분해 광선이 도모의 눈에서 뿜어진다! 노부자메 E의 전자 자아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피해냈다. 그러나 그를 둘러 싼 도모의 눈은 실제 많아서 고도의 전자 자아 논리 타이핑 속도를 갖추고 있어도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어려움의 극치다. 병든 빛이 반짝이는 광선을 피할 때마다 그의 신체 일부가 01 분해하여 코토다마 공간의 바다로 흩어져 간다.

"젠장!"

노부자메 E는 출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의 궁전 속을 나아갔다. 용서 없이 그 등을 태워버리려 드는 도모의 눈! ZAAAAAP! "끄악-!"

"이쪽일세!"

전자 트랩 도어가 열리고 그의 눈에 익숙한 전자 자아가 손짓했다.

"영감! 괜찮은 거야?"

"리스크를 무릅썼지!"

닥터 마토모의 어카운트는 노부자메 E를 붙들어 자신의 채널에 JOIN했다.

"잘 해냈구나, 노부자메 E.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게서 도모 리액터가 분리되었으니 더 이상 마구로도모가 물리세계를 유린할 수는 없을 게다. 세계 평화 실현까지 앞으로 한걸음이야! 이제부터는 닥터 도모와 울베인에게 도모 리액터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거라. 레드해그=상과 델타 시노비와 협력해서 이 일을 해내는 게야. 그것을 위해 자네는 우선 안전하게 로그아웃할 필요가 있어. 서두르게나."

"그보다 영감, 질문 하나 해도 될까?"

"뭐지?"

"클라우드 도모마인드는 나를 받아들였어. 그래서 나는 일을 잘 처리했는데 말이지."

"......"

"난 대체 뭐야?"

"자네는 나의 천재성과 우연적 요인의 하모니로 태어난 걸작! 에메츠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오버홀한 것을 통해……"

"아니, 영감께는 감사하고 있어. 틀림없이. 하지만 얼버무리지 말아주라. 그걸 가지고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깐."

"어떤 뜻이지?"

"......나는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 의해 만들어진 거 아니야? 영감, 늘 그렇게 우연한 인스피레이션으로 내 AI를 강화해서 자아를 만들어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알고 있는 거지? 진짜 있었던 일을."

"지금은 긴급상황일세. 서둘러야 해."

"중요한 일이야! 내 아이덴티티의 가장 중대한 길목이라고."

노부자메 E가 다시 질문했다. 단호한 전자 말투였다. 닥터 마토모는 전자 눈길을 피하다…… 잠깐의 전자초 동안 뜸을 들인 뒤 사실을 밝혔다.

"......으음…...그러하네. 나는 과거에 닥터 도모의 서버에 부정 액세스를 시도한 게야. 해커를 고용해서 시킨 거지. 당연한 권리행사가 아니냔 말이야. 애초에 놈이 내 연구를 발판으로 삼아……"

"그런 건 됐으니까."

"아아, 음. 그 해커는 뉴런이 구워져서 사망했다네. 나는 충격을 받았어. 클라우드 도모마인드는 무시무시한 흉기였던 게야. 물론 나는 해커를 정성스레 묻어주었네…… 해커는 목숨과 바꾸어 놈의 연구 데이터 일부를 훔쳐 왔지."

"......"

"......그것이 자네의 자아의 기원인 게야, 노부자메 E. 나는……"

"납득했어."

"분명 자네는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서 유래한 자아를 지니고 있어. 그러나 자네의 자아는 이미 독립된 하나의 존재인 게야. 틀림없네. 내가 보증함세. 그렇기에 노부자메 E, 열등감 같은 걸 느낄 일이 아니야!"

닥터 마토모의 말소리에 서서히 기세가 실려간다.

"자네의 인생을 정하는 것은 자네 자신인 게다…… 닥터 도모와는 관계없어! 설령 악의 과학자가 정의한 자아라 할지라도, 아이들의 미소와 희망을 위해 싸워도 된다. 그리 할 권리가 자네에게는 있지!"

"뭐어, 그건 별로 상관없지만 말이야."

노부자메 E는 언제나와 같이 닥터 마토모의 피상적인 말에 진이 빠졌다.

"데굴" "데구르르릇!"

두 사람 주변에서 도모의 눈이 떠졌다.

"아이고! 보렴, 이럴 때에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 댈 일이 아니었어!"

"시끄러! AI한테는 말야, 알지 못하면 의욕이 안 나는 일이라는 게, 있는 법이야!"

ZAAAAAAAP! ZAAAAAAAAAP! 발사되는 분해광선! 노부자메 E는 빛을 피하며 뛰어올랐다. 그 전자 자아가 분해된 자리에 01 노이즈가 얽히어 고속 재생된다!

"이얏-!" "01001삐각-!01001" "이얏-!" "01001삐각-!010101"

노부자메 E는 도모의 눈을 재빠르게 KICK하고서 착지했다.

"봐! 의욕 넘치게 됐잖아! 이게 아이덴티티의 힘이라구!"

"아이고……!"

노부자메 E는 닥터 마토모와 함께 전자 장지문을 걷어차 열었다. 무한한 통로 속을 나아간다! 속도를 끌어올린다……!

"데굴!" "데구르르르르르!"

도모의 눈이 쫓아온다! 나무삼! 전방에도 무수한 눈이!

"이건 위험해!"

"영감, 일단 이탈해. 당신까지 휘말려 삼켜지면 죽도 밥도 안돼!"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산더미 같다만…… 도망칠 길이 없네 그려."

"데구르르르르르!" "데구르르르르르르!"

"젠장, 해치워주겠어!"

닥터 마토모는 숨을 곳을 찾고, 노부자메 E는 자세를 취했다. 모든 방향의 도모의 눈에서 쏘아지는 분해광선…….

"이얏-!"

그때였다! 반짝이는 그림자가 그 사이로 끼어들어 지그재그로 날아다닌다. 노부자메 E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림자는 격렬하게 빛반사되며 도모의 눈을 KICK 해간다. 4개의 날개가 돋아나 차갑게 빛났다…… 곧바로 그 어카운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스스키=상! 대체 어디에서?"

"지상이다. 베히모스의 UNIX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이게 무슨 일이람. 괜찮은 거야?"

"그건 이쪽 대사다. 이얏-!"

스스키는 차례로 나타나는 도모의 눈들을 발길질로 휩쓸었다. 노부자메 E도 이에 질세라 가세하여 반격을 개시한다. 나무삼! 서서히 쓰러져가는 도모의 눈! KICK 속도가 도모의 눈의 JOIN 속도를 뛰어넘었다!

"좋았어! 두 사람 모두 힘내게나! 이대로……."

1000101 레드해그와 울베인은 낙하하여 노부자메 E 일행의 어카운트 눈앞에서 착지했다.

"이게……" "엥……" "무슨…….?"

그들은 서로를 인식하고서 일제히 당황에 빠졌다. 머리 위에는 황금 입방체. 코토다마 공간에 출현한 레드해그와 울베인은 이상한 상황에 경악할 틈도 없이 눈앞에 떠있는 도모 리액터를 보고 앞다투어 손을 뻗는다!

""이얏-!""

노부자메 E는 반사적으로 레드해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도모 리액터가 빛을 쏟아내자 또다시 레드해그는 울베인과 함께 010010100101

01010100101001010101



11

0100101DOOO0011OOM! DOOOOOOM! DOOOOOOOM! 레드해그와 울베인은 단단하고도 붉은 철판 위에 무시무시한 굉음 속에서 착지했다.

DOOOOOM! DOOOOOOM! DOOOOOOM! 격렬한 함포사격이 향한 곳은…… 나무삼…… 하늘 건너편, 마구로도모의 거대한 그림자였다! 조금 전까지 그야말로 그 안에 그들이 있었을 터였다. 불타는 탄환은 차례차례 쏘아져 몇개는 희미해진 전자 배리어를 뚫고 도모 장갑에 착탄, 불꽃과 연기가 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이얏-!" "이얏-!"

두 사람이 맞부딪힌다! 또다시 타타미 몇 장 거리만큼 떨어진 자리에 도모 리액터가 떠올랐다. 카라테를 주고받으며 그들은 뉴런을 고속회전시켜 상황판단을 서둘렀다.

DOOOOOM! DOOOOOOM! DOOOOOOOM!

콤마 몇 초, 이아이 자세로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오부츠단이 끓어오르고 있다는 것이 레드해그의 손가락을 통해 전해져온다. 레드해그는 극도의 집중으로 인해 말라버린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도발했다.

"이런데서 게으름이나 부리고 있어도 되나? 원수님."

"도모의 과학에게 있어서 비천한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공격 따위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 승리만이 있을 뿐! 이얏-!" "이얏-!"

내질러진 이아이에 자신의 이아이를 맞부딪친다. 찌릿찌릿 저리는 손의 반응이 느껴진다. 레드해그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 자의 출신과 정체에 대하여. 그는 갑자기 이 세상에 선전포고한 과대망상증 광인…… 그렇다면 그 전에는?

그 이아이도, '울베인 도'인가 하는 칼놀림에서는 분명 유서 깊은 올바름이 느껴졌다. 실전에서 어쩔 수 없이 연마된 레드해그의 암살검과는 전혀 다르다. 보건데 과거의 지방 귀족의 마지막 후예쯤 되는걸까. 집안에서 전해져 온 비검(秘劍)에 매달려 카라테를 갈고 닦아온 사내란 말인가? 그러던 자가 무엇을 계기로 터무니없는 야망을 품게 된것일까?

"스스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나는 지금까지 꽤나 여러가지 놈들을 보고, 겨루어 왔어. 댁 정도의 솜씨를 가진 자라면 조금은 이름이 퍼졌을 법도 한데 말이야. 목인(木人) 상대로 계속 수행만 해온건가?"

"......울베인 도는 일자전승." 울베인이 말했다. "그렇기에 나의 단련에는 적조차 불요. 내가 없는 세계 따위 어떠한 의미도 없으며, 모두가 우물 안의 개구리이니라. 나의 패도에 한점의 흐림도 없을지니…… 내 손에 있어야 할 세계를 내 손 안에 넣을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광기가 깃든 눈이 레드해그를 바라보았다. 지배욕, 힘을 향한 욕망,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사명감까지 뒤섞여 완성된 눈이었다. 레드해그는 순식간에 그를 이해한 것만 같았다. 닌자 소울 빙의로 피어나는 전능감은 종종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단절된 세계 속에서 카라테를 단련해온 남자의 틀을 닌자가 부숴버린 것인가? 우물 안의 개구리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재앙과 직결된 존재다.

먼지만큼도 공감할 수 없는 명분을 대하게 되자, 그녀에게 당황스러움, 혐오감보다 먼저 피어난 감정이 있었다. 분노다.

"손에 있어야 할 세계라고?" 그녀의 눈이 험악해진다. "웃기지 말라고……!"

DOOOOOOM! DDOOOOOOOM! 함포 사격 재개! 그것을 출발 신호로 삼아 아카조나에 체펠린 등 위에서 두 사람이 맞부딪힌다!

""이얏-!""

칼날이 충돌하고 0과 1의 노이즈가 흩뿌려져 하늘에 떠오른 도모 리액터가 공명한다0100101

010101001010010101010100101010

0101101"누웃-!"

울베인은 신음을 내며 무릎을 꿇었다. 레드해그도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게 최선이었다. 두 사람과 도모 리액터는 또다시 다른 장소에 출현했다. 단단한 땅위였다. 낙소스 섬. 자스 산이다. DOOOM…… DOOOOM…… 함포사격 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저 머나먼 하늘이었다.

두 사람은 제정신을 되찾고 서로를 베려 든다!

""이얏-!""

칼날이 충돌하고, 0과 1의 노이즈가 흩뿌려져 하늘에 떠오른 도모 리액터가 공명한다0100101

010101001010010101010100101010

0101101"이얏-!" "이얏-!"

레드해그는 울베인의 칼날을 튕겨내고 옆구리를 베려 들었다. 울베인은 아래로 숙여 회피했으나 희미한 열상이 남았다. 피와 섬유가 01 노이즈가 되어 와이어프레임 세계에 흩뿌려진다. 두 사람은 숨을 삼키고 정밀하게 만들어진 와이어프레임 도시의 어느 방에서 다시 간격을 고쳐 잡았다.

"누구냐!"

이 전자 공간에서 어떤 모임을 진행하고 있던 마술사들의 전자 자아가 레드해그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나무삼, 독자 제형 중에는 이 어둠과 그리드(*격자)를 통해 이루어진 광경을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으리라. 이곳은 그 이름 높은 전뇌논리도시, 디지 프라하 2다!

"이얏-!"

울베인은 개의치 않고 칼을 휘둘렀다! 레드해그는01010100

1010010101010101001010010100101

0101101"젠장!"

두 사람은 겨우 착지했다. 또다시 전이다! 레드해그는 콜록거렸다. 이상한 전이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와중에 그녀는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도모 리액터가 가진 이펙트에 대해 희미하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현세와 코토다마 공간을 끊임없이 이동한다…… 근처에 있는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그러한 지극히 불안정한 존재, 그것이 도모 리액터였다. 저 작은 금색 실린더를 거대한 UNIX의 핵으로 삼아 박아 넣음으로써, 마구로도모는 지상의 에메츠 광산과 거리를 두고도 에너지를 원격순환시켰던 것이다.

레드해그는 균형감각에 큰 데미지를 입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 아프지 않은 솔로 강하게 문대지는 것만 같은 감촉. 그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손바닥에서 스멀스멀 증발해가는 01 노이즈였다. …...이건 좋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우선은 리액터를 확보해야 한다……

"어디지……?"

레드해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궁전을 떠올리게 하는 희미한 어둠 속 공간이었다. 아니…… 수족관인가? 그들의 눈앞에 어렴풋이 비치는 거대한 수조가 있었다. 수조 속에서는 세 마리의 참치가 헤엄친다.

참치들은 헤드기어를 장착하여 LED 카타카나 문자를 물속에서 표시했다. '신디', '폴', '마이크'. 그것이 참치들의 식별명인 듯했다.

"폴. 저 사람들은 누구야? 어째서 저들을 불러들였어?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는데."

"내가 한 일이 아니야. 마이크. 네가 한 것 아냐?"

"당연히 아니지. 즉 이물질이란 거구나. 이건 간과할 수 없겠는데."

"너무 추해. 저 사람들은 인간종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어라, 이건?"

참치들은 물속에 출현한 금색 실린더를 주목했다.

"강한 에너지가 느껴져……"

참치 한 마리가 다가가려 했다.

"이얏-!"

울베인이 이아이도로 레드해그를 베려 든다! 레드해그는 이를 받아냈다. 튕겨진 카타나가 되돌아 덮쳐온다!

"이얏-!"

레드해그는 순식간에 몸을 굽혀 회피! 울베인의 칼날이 수조를 찢어발긴다! SPLAAAAASH!

"아밧-!?"

깨진 유리가 그 속에 있던 물들을 토해내어 복도에 넘쳐 흐르게 한다. 실린더가 흘러나오는 것과 함께 참치가 내던져져 기절하며 튀어 오른다!

"아바바밧! 아바바바밧-!" "아바바바밧-!?"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참상 속에서 실린더는 물속에서 다시 공중 몇 피트인가의 지점까지 떠올라 멈추었다! 레드해그는 손을 뻗어1010010

0101010010101010010101010100101

0101101여왕01001011그대이시여!0100101사역해 주시옵소서01001001

010010010 레드해그는 멍해진 상태로 제단 아래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았다. 기억 속 광경…… 의식이 혼탁해진건가? 아니, 그녀의 곁에는 적의를 피워 올리는 울베인의 모습이 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 것이다! 기억이 아니라고 한다면 여기는!?

"어떻게 된…… 일이야……?"

"여왕!" "여왕이시여!" "우리들의 여왕!"

도게자를 되풀이하는 자들의 눈에는 눈동자가 없었다. 그것을 대신하듯 눈에서는 무시무시한 도깨비불이 타오르고, 벌어진 입에서도 같은 색깔의 빛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들은 챈트를 반복하며 전신전령으로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레드해그에게. 그녀의 손안에 있는 오부츠단이 만족스럽다는듯한 소리를 낸다.

"보라!" 대사제가 레드해그를 가리키며 드높게 선언했다. "우리들의 여왕께서 강림하셨도다! 금으로 된 보주를 차고 이 땅에 이르셨나니! 받들어라! 천추의 감개로서 맞이하라!"

그리고 하늘에 떠오른 도모 리액터에게 기도를 바치려 했다.

"아리가타야(*감사한 일이도다)......."

"이얏-!" "아밧-!"

순식간에 어깨부터 가슴에 이르기까지 대각선으로 찢어발겨져, 죽어서, 걷어차여 떨어져, 계단 아래로 뒹굴며 떨어진다! 울베인이 저지른 짓이다!

"아이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순식간에 성당은 아비 인페르노 지고쿠 헬로 모습을 바꾸었다! 레드해그는 아래에서 일어나는 성난 목소리와 비명을 들으며 자신의 검의 진동을 느끼고서 무심코 바라보았다. 도신이 끓어올라 도모 리액터와 맥동 리듬을 동기화하고 있다.

그녀 자신의 손에서는 01 노이즈가 확산되어 간다. 생명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은, 섬뜩한 기색을 느낀다. 울베인을 바라본다. 울베인의 몸 또한 그 윤곽에서 01 노이즈를 흩뿌리고 있었다! 이 이상한 연속 텔레포트는 확실하게 두 사람의 물리육체를 파괴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여왕이시여!)

두근! 뉴런을 후벼내는 외침 소리에 심장이 강하게 뛰고 코에서는 피가 흘렀다. 레드해그는 저항했다.

"사람 잘못 봤어!"

(여왕이시여! 사역해주시옵소서! 저는 정의(定義)를 먹어치우는 검……)

"딱 질색이야!"

"넘겨랏!"

울베인이 01 노이즈로 들끓는 리액터와 마주했다!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의 사념에 휘감기면서도 억지로 손을 움직였다. 카타나는 이에 응한다. 레드해그는 울베 01010 인에게 칼을 휘두른다 0101010010 울베인은 1010 깊게 찢어발겨지면서 칼날을 0100101

1010 서서히 110010010100 부서져 101010101 언제까지 이것이 010010

◆◆◆

"지금인게야! 계산한 대로인 주기로구나!" 닥터 마토모가 분해광선으로부터 계속 도망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몇 초 이내로 레드해그=상이 이 IP 어드레스를 다시 통과할 터! 캐치해내거라!"

"젠장맞을!"

노부자메 E는 전자 카라테 펀치로 위험한 노이즈 광선을 쏘아내는 눈알 하나를 KICK한 참이었다. 다른 눈알이 노부자메 E의 등을 노렸으나 스스키가 그 눈알을 KICK하여 인터럽트했다.

"자아, 온다고!"

"알겠다니깐! 스스키=상, 적을 상대하는 거 잠깐 맡아주라!"

노부자메 E는 허리를 내리고 허공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그곳에 자아의 질량 기척이 날아든다!

"이얏-!" "끄악-!"

노부자메 E는 레드해그와 충돌했다! 받아내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 그녀의 신체를 끼어든 닥터 마토모가 받아내 멈추었다. 그리고 고우랑가! 층돌의 충격으로 휘청대면서도 노부자메 E는 금색으로 빛나는 도모 리액터를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잘해냈구나, 노부자메 E여! 그 리액터는 전자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자네가 가지고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게야. 이쪽으로 넘기려무나. 레드해그=상에게 맡기어 무사히 로그아웃해서…… 레드해그=상!? 위험하네! 어서 일어나!"

닥터 마토모는 레드해그를 내려다보고 당황해했다. 그녀의 윤곽은 서서히 무너져 확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무삼…… 타타미 몇장분 거리의 지점에 추락한 울베인 경도 마찬가지다!

"우…… 아…… 0001101"

"이, 이상한 로그인을 반복한 영향인건가? 좋지 않구만, 어서 로그아웃해야…… 노부자메 E! 리액터를……"

"끄악-!?"

노부자메 E는 고민했다. 도모 리액터를 확보했을 터인 그의 손이 경련하며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서서히 그것을 바치기 위한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대체 누구에게!?

"이건 무슨 일인가, 도대체……!"

"010010101 충분하다, 나의 아이야 0101001001"

"......!"

닥터 마토모는 눈 앞이 어지러워지는 듯 보였다. 저화질 도트 눈알의 시선이 하나의 장소로 집중된다. ZAAAAAP……. 그 시선 속에 새로운 어카운트가 출현했다. 닥터 마토모는 전자 어금니를 악 물었다. 착각할 리가 있겠는가? 그것은 과거의 애제자의 어카운트, 바로 그것이었다.

"......닥터 도모……!"

"010100101 오랜만이군. 과거의 스승이여. 그러나 이제는 그저 방해다 0101001010"

"무어냐, 그 말본새는!"

닥터 도모는 분개하는 마토모를 이미 무시하고 있었다. 그는 노부자메 E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0101001011 리액터를 아버지에게 돌려주도록 하려무나, 도모의 아이여 0101001011"

노부자메 E의 손안에서 도모 리액터는 지금까지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 아…… 아!?"

노부자메 E는 경련하기 시작했다!

"위험해! 리액터를 경유해온건가!"

닥터 마토모는 대항할 수단을 찾았으나 너무 늦었다!

"삐가가가각……!"

노부자메 E는 격렬히 경련하며 01 노이즈를 흩뿌린다! 그의 논리육체는 전자 궁전의 바닥으로 잠기어 가고, 식물의 뿌리를 방불케 하는 이미지에 침식되어간다.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 너무 깊이 접속한 것이다. 그 계기가 된 백 도어는 다른 무엇도 아닌 도모 리액터였다!

"삐각! 삐가가각!"

노부자메 E는 몸부림쳤다. 0100101 클라우드 도모마인드를 통해서 0100101 닥터 도모의 사념이 01001001 뉴런에 겹쳐져 이미 노부자메 E는 닥터 도모 0100101 그 자체라 말해도 좋았다 010010011!

0100101 클라우드 도모마인드는 닥터 도모의 빙의 닌자 소울, 이루카 닌자가 가진 유니크 짓수 '유메츠나구* 짓수'의 산물이다. 010010101 이루카 닌자는 소가 닌자의 고족제자**로, 무수한 인간의 로컬 코토다마 공간을 융합시켜 '꿈구름'을 만들어내 자아를 묶어 노예로 만드는 위험한 짓수 사용자였다. 010010011 닥터 도모는 닌자 소울에서 유래한 자신의 짓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오이란 마인드 이론을 참고하여 클라우드 도모마인드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꿈을 묶다, 잇다

** 高足弟子, 제자 중에서 특히나 뛰어난 제자

"싫어…… 시…… 싫…….어!" 노부자메 E가 고통스러워한다! "나는…… 노부자메 E…… 나는…… 0010010 도모의 아이여 01001001 아니야……. 나는 노부자메 E…… 0100101 그래, 리액터를 넘겨라 0101001"

노부자메 E의 손에서 리액터가 떠나가 닥터 도모의 손에 들어갔다. 닥터 도모는 끄덕였다.

"0100101 그것으로 되었다, 도모의 아이여. 닥터 마토모=상, 너는 나의 창조물을 가로채서 의기양양했던 모양이다만 그 결과는 결국 이것이다. 나는 진정한 천재이며 너는 째째한 시골학자다. Q.E.D…… 0100101"

"다……. 닥치거라! 노부자메 E는 평화와 희망을 위해 싸우는 전사로서 자아를 육성한 나의 아이다! 내가 만들었단 말이다! 함부로 말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노부자메 E, 똑바로 하지 못하겠느냐! 젠장-!"

야바레카바레(이판사판)! 닥터 마토모는 인사불성 상태가 된 레드해그를 두고서 닥터 도모에게 자기희생을 방불케 하는 몸싸움을 걸었다! 그러나 닥터 도모는 너무도 쉽게 반격하여 닥터 마토모를 간단히 튕겨내버린다!

"끄악-!"

닥터 도모도 아무튼 과거의 스승에 대한 필요 최소한의 경의를 가지고 공격한 것인지 닥터 마토모는 자아소멸만은 면했다. 그러나 전자 궁전의 벽에 쳐박혀 더 이상 커맨드를 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닥터 도모는 다시금 노부자메 E에게 손을 내민다!

"01010010 도모의 아이여. 리액터를 바친 너에게는 더 이상 용무가 없다. 안심하고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의 품으로 돌아가거라 0100101"

"010011! 0101001!" 노부자메 E는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01001…… 010101…… 01…… 0101…… 나는…… 나……"

전자적으로 떨리는 노부자메 E에게…… 한 어카운트가 다가가 닿았다. 그것은 저화질 도트 눈알 KICK을 마친 스스키였다.

"자. 정신차려. 노부자메 E=상." 스스키가 속삭였다. "너에게는 자아가 있어. 나에게 잘난듯이 설교했던 네가 이 무슨 한심한 꼴이냔 말이다."

"그렇지! 그렇구 말구!" 닥터 마토모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태로 전자 눈물을 흘렸다. "자네가 도모일 리가 있겠는가!"

"01001…… 나는…… 그래……. 나는…… 나는…… 노부자메…… 노부자메 E……!"

"그 말이 맞네! 그 말대로……!"

닥터 마토모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편 닥터 도모는 초연한 눈초리로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서 유래한 존재가 자아 결별을 일으키는 모습을 다소 의외라는 듯 보았다. 결별한 자의 옆에는 우키요가 있었다. 그는 냉철하게 상황을 이해했으나 집착 또한 하지 않았다. 도모 리액터는 지금 그의 손안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발밑에는 분해되고 있는 울베인의 자아가 있다.

"......네 이놈…...아직, 이다."

울베인이 중얼거렸다. 닥터 도모가 끄덕였다.

"0100101 그러하다. 리액터와 융합하도록 하라, 울베인 경. 그것이 귀공에게 있어서 최선의 수다 01010010"

"바라던…… 바…… 다!"

"0010101 귀공의 자아는 불가역적 손상을 입게 된다 01001010"

"상관없다! 죽음 같은 걸 받아들일까 보냐! 지배하기 위해서다!"

"01001001 퍼미션을 해방하라 0100011" "끄악-!?"

닥터 도모의 어카운트가 울베인 경의 자아에 스며든다! 순식간에 윤곽은 끓어오르고, 비명이 포효로 탈바꿈된다!

"AAAAARGH……!"

울베인 경은 움찔거렸다. 사지가 구부러졌다 펴졌다,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의 궁전과 이어져 간다. 이 코토다마 공간에 있어 마치 사람이 거대한 나무로 모습을 바꾸는 것만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변모였다.

"0100101나는 도모……. 하나이자 모든 것……! 010010101"

"위험해……!" 닥터 마토모가 신음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닥터 도모 놈…… 물리와 논리가 뒤섞인 이 상황에서 울베인 경의 상처입은 뉴런을 침식하여 이런 야바이급 타이핑 속도를 얻는다는……"

두근! 코토다마 궁전 전체가 맥박쳤다. 노부자메 E는, 스스키는 닥터 도모의 타이핑 속도의 압력에 날아가버리지 않도록 견디는 것 만으로도 모든 힘을 다 쏟아야만 했다!

물리세계에 있어서 클라우드 도모마인드는 이제 울베인 경의 육체와 뉴런을 희생양으로 마구로 도모의 시스템과 다시 연결되어 도모 리액터를 핵으로 삼아 호흡하고 있었다. 와이어프레임 너머로 현실의 광경이 환시(幻視)를 방불케 하듯 눌러붙는다. 그것은 마구로도모의 무수한 카메라를 통해 보는 장면이었다.

이제는 승리를 확신하고서 함포사격을 되풀이하는 오무라의 아카조나에 함대. 격렬한 착탄의 폭발에 휩싸이며 마구로도모의 빛이 맥박쳐…… 순식간에 지상의 베히모스와의 뫼비우스 링크 복구! 그리고!

"01001010 이얏-! 01001001"

ZZZZZZZTOOOOOOOM! 도모즈데이 저지먼트가 다시 발사된다! 검은 노이즈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이 밀어 닥쳐…… 아카조나에 체펠린 2척을 관통하고…… 하늘을 태우며…… 멀리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일격에 끔찍하게 파괴된다! 나무아미타불!

그러나 보라! 다시 코토다마 공간을! 닥터 도모의 강렬한 타이핑 압력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 레드해그였다. 그녀는 오부츠단을 눈높이로 꺼내 들어 자세를 갖추었다. 오부츠단의 도신은 끊임없이 들끓으며 01 거품이 그녀의 몸 위로 흩내렸다. 그것은 검은 페인트를 방불케 하는 닌자 복장이 되어 그녀의 신체 표면에 달라붙어 흩어져 가던 그녀의 윤곽을 연결하여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여왕이시여……!)

검은 칼날은 코토다마 공간에 자신의 목소리를 울렸다. 레드해그는 눈을 부릅떴다. 그 눈에 돌연 결단적인 분노가 타오른다!

"닥치고 있어! 칼 주제에!"

그녀는 카타나의 목소리를 밀쳐내듯 소리쳤다.

"도모인지 뭔지에……! 여왕인지 뭔지에……! 젠장, 웃기지 말라고!"

쥐어짜듯 오부츠단의 자루를 쥐자 들끓던 부정형 도신은 갑자기 긴장한듯 그 형태가 억눌려 검은 카타나 모양으로 고정되었다.

"뭐가 리액터야! 나한텐 아무래도 좋은 일이야!"

"그런! 나의 소중한 성과가 될걸세! 가져오지 않으면……"

"시끄러워! 내 섬에서 이러쿵저러쿵 하지마!"

벽에 박혀있는 닥터 마토모를 향해 일갈! 뿌리를 박고 가지를 뻗는 울베인 경의 도모 자아를 노려보고서 그녀는 앞으로 나선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댁들의 침략인지 음모인지 덕분에…… 상복을 입을 틈도 없이…… 여기저기로…… 끌려다니기나 하고…… 아무리 나라도 빡쳤어…… 빡쳤다고…… 오랜만에 진짜 개빡돌게 해주는구나?! 어어!"

"레드해그=상!" 노부자메 E가 소리쳤다. "조심……"

"이얏-!"

크게 휘둘러진 대각선 참격! 울베인에게 덮쳐든다! 울베인은 나뭇가지를 방불케 하는 전자 촉수로 응전! 레드해그는 전자 촉수와 한꺼번에 울베인의 줄기를 찢어 발긴다!

"끄악-!" 한층 더 베어넘긴다! "이얏-!" "끄악-!"

레드해그의 주변에 무수한 저화질 도트 눈알이 신규 연속 로그인하여 파괴광선 시선을 겨냥하려 한다!

""이얏-!""

그 순간 스스키와 노부자메 E가 끼어들어 저화질 도트 눈알을 차례로 KICK하여 인터럽트 캔슬! 레드해그는 꿋꿋히 버티는 울베인을 한층 더 베어넘긴다! 벤다! 벤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기세가 지나쳐서 오부츠단이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공격은 멈추지 않는다. 주먹을 꽉 쥐고서 후드려 팬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울베인은 저항했다. 그러나 레드해그의 주먹 속도는 이미 울베인의 반격속도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에게 자아를 침식당한 울베인에게는 더 이상 울베인 도가 없다. 한편 카타나를 잃고서도 레드해그에게는 주먹이 있다. 그녀의 카라테는 분노와 경멸로서 갈고 닦인 것이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0100101 삐각…… 0101001010"

"이이이이이……" 레드해그는 거의 뒤를 돌아보는 것과 다름없이 상체를 비틀고, 그러고서…… 나선 궤적을 그리는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구사했다! "이이이이야아앗-!"

"아밧-!" 01010010101001010

01010100101010101010010010101000010

010010101……010001……001111 레드해그는 마구로도모 내부, 도모 리액터 기관실에 다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막 자신의 주먹에 맞아 박살나 버린 것을 바라보았다.

"아밧……"

그것은…… 나무삼…… 도모 리액터 기관실 기둥형 UNIX와 섬뜩하게 융합된 울베인 경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레드래그가 주먹을 빼내자 혈관과 같은 와이어가 후드득 떨어져 나간다. 뒤틀리고 벗겨진 판넬 안쪽에서 금색 도모 리액터가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레드해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오부츠단을 칼집에서 꺼내어 역수로 쥐고서 리액터를 주저 없이 꿰뚫는다.

"사요나라!"

전자 에게 해 제국 원수, 보퍼 울베인 경은 금단의 도모 테크놀로지의 정수와 함께 공감받지 못할 망집을 껴안고서 폭발사산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저화질 도트 눈알이 무수한 모니터에 비추어져 증오스럽다는듯 레드해그를 바라본 뒤 블랙 아웃되고서 「이번엔 여기까지다 닥터 도모」 라는 원망에 찬 카타카나 문자가 표시되었다. 그리고 지직거리는 화면으로 바뀐다.

레드해그는 오부츠단을 뽑아내어 칼집에 꽂았다. 그리고 UNIX에 기대듯 쓰러져 있던 노부자메 E에게 어깨를 빌려주었다.

"다이죠부?"

『바카놈! 이게 무슨 짓…...』 "아아, 다이죠부야. 리액터는 박살났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

아우성치는 닥터 마토모의 말을 덮어버리듯 노부자메 E가 약해진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도 그럴게, 나는 노부자메 E인걸……" "알고 있어."

레드해그가 끄덕였다. 이미 노윈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철판에 박힌 쿠나이가 「어쩔 수 없이 철수: 행운을 빈다」 라 적힌 쇼도 종이를 고정하고 있었다.

"훗…… 나도 빌도록 할게." 레드해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 노윈드는 최선을 다했다. 이미 조직에 속하지도 않은 인간에게 목숨을 걸고 함께해주었다. 이 거대한 강철 참치 뱃속에서 길동무라도 해주길 바라는 것은 가혹한 일일 것이다.

"자아, 그럼 어쩐다. 하이쿠라도 읊을래?"

레드해그는 노부자메 E에게 한마디 던졌다. 노부자메 E는 자신의 다리로 섰다.

"이미 정해져 있지. 나는……" DOOM! "끄악-!"

DDOOOOM…… 함내가 크게 흔들린다! DDOOOOOOM! 더욱 더!

""끄악-!""

두 사람은 기울어진 기관실에서 필사적으로 넘어지지 않으려 견뎠다! 그리고 KA-DOOOOOOOOM! 부근에서 폭발 굉음! 더욱 더! ZGGGGGTOOOOOOOOM! 주인과 리액터를 잃은 마구로도모에게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려하고 있었다……!



12

DOOOOM! KA-DOOOOOM! 굉음과 격렬한 진동 속에서 노윈드는 함내 통로를 바람을 방불케 하듯 내달렸다.

"삐각, 삑" "삐, 가가가"

통로 여기저기에는 도모트루퍼가 존재했으나 공격해오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경련 상태에 빠져 어떤 이는 쪼그려 앉아서, 어떤 이는 머리를 감싸쥐고, 어떤 이는 벽에 박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얏-!" "삐각-!"

노윈드는 길을 막고 선 도모트루퍼 한 대를 미사일을 방불케 하는 날아차기로 파괴한 뒤, 다른 것은 무시하고 달려서 빠져나왔다. DOOOOM…… DOOOOOM…… 드문드문 이어지는 진동은 서서히 그 흔들리는 폭을 키워간다. 붕괴가 다가오고 있음이 이미 명백하다.

지직지직……. 『모시모시. 노윈드=상. 나야, 레드해그.』

잡음이 섞인 IRC 음성. 노윈드는 계속해서 달리며 응답했다.

"모시모시. 레드해그=상인가? 울베인 경은?"

『죽였어.』

"......그런가. 지금은? 함내에 있는 건가?"

『이런 일 저런 일 끝에 돌아왔어. 리액터실이야.』

"그런가. 어렵겠군." 노윈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중얼거렸다. "적어둔 메모는 보았나? 그대로 계속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이얏-!"

"삐각-!"

노윈드는 통로 게이트에서 경련하던 도모트루퍼를 걷어차 날렸다. 통신은 계속된다.

"이 마구로도모가 마침내 붕괴하려는 듯하다. 나는 테츠노카게로 귀환하여 ASAP로 탈출한다."

『아아.』

"뒤쪽에서는 격벽이 손괴. 폭발 염상을 일으키고 있다. 미안하지만 회수는 불가능하다. 탈출할 수단은 있는가? 레드해그=상."

『뭐어, 그렇지. 하이쿠를 읊을 시간은 있겠다는 이야기를 노부자메 E=상과 하던 참이야.』

"포기하지 마라. 너는 내가 주목해 온 전사다.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갈 수단을 생각해 내. …...무책임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하핫, 아냐, 고마워.』

DDOOOOOM!

"이얏-!"

노윈드는 폭발에 삼켜지며 회전 점프하여 앞쪽으로 빠져나왔다.

『모시모시! 노윈드=상, 여기는 테츠노카게의 이카라. 더 이상은 못기다려.』

"테츠노카게까지 약 1분이다. 맞추기 힘들겠나?"

『아슬아슬할 때까지 기다려 보기는 하겠지만…...』

KA-DOOOOOOM! DOOOOOM!

"아니, 그만두지. 먼저 탈출해라. 이카라=상."

『무리겠어?』

"예의 바르게 타지는 못할 듯싶다. 어떻게든 해보지."

『라저…...』

"이얏-!"

떨어져 나온 판넬을 걷어차 날리며 노윈드는 단거리 육상 선수를 방불케 하듯 더더욱 돌진했다. 전방에는 닫혀있는 격벽! 신경쓰지 않고 달린다! 그리고 박차오른다!

"이이이이야아앗-!"

KRAAAAASH! 나선형 회전 날아차기가 격벽에 구멍을 뚫었다! 전방, 먼지 너머를 보자 파직파직 소리가 울리고 빛과 열기가 휘감겨 오른다. 컹, 철컹……. 철커컹! DOOOOM……D, DOOOOOM!

격렬한 바람이 불어닥치어 노윈드의 머플러를 휘날린다. 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어 바람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불똥이 흩날리고 탄내가 나는 공기.

이건 테츠노카게의 흔적이다. 테츠노카게는 기체를 고속 회전시켜서 날개의 블레이드로 마구로도모의 배를 찢어 파고들었던 것이다. 지금 공멸하게 되는 일은 피하기 위해 강력한 부스터 분사로 마구로도모를 도려내며 강제적으로 발진한 것이다. 

"......"

노윈드는 멈춰서서 하늘을, 그리고 멀리 아래의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정적 2초. 그는 다이빙 경기를 방불케 하듯 뛰었다! 콤마 1초 뒤, 그가 있던 공간을 폭염이 가득 메운다!

"이얏-!"

그 정도 되는 닌자라면 물에 닿는 순간의 충격 자체는 별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재,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과 전자 에게 해 제국의 항공전력들이 남긴 무수한 잔해는 반중력 에메츠 플레이트의 미약한 잔존 에너지로 인하여 지금도 바다 위, 격랑 속에서 넘실대며 서로 충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것은 실제 위험하여 압착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인 것이다.

"......"

떨어지면서 그는 수평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림자가 가속하며 호를 그리고 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커져간다. 키이이이잉, 하는 제트 분사음이 귀청을 찢는다.

"GOOD."

노윈드가 중얼거렸다. 초대형 프리스비(원반 던지기)와도 같이 날아서 돌아온 그 거대한 질량은 테츠노카게였다. 노윈드는 손을 뻗어 에메츠 함유 와이어를 사출했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테츠노카게를 와이어 끝부분 금속이 놓치지 않고 파고 들었다. 노윈드는 순식간에 옆으로 휘둘렸다. 그 정도 되는 닌자 내구력이 없었다면 그 충격만으로 몸뚱이가 상하로 찢어발겨질 법한 충격이었다.

BOOOOOM…… 테츠노카게가 제트 분사를 통해 급상승한다. 노윈드는 마구로도모를 내려다보았다. 날치를 방불케 하듯 여러 장의 날개를 경련과 함께 움직이며, 단말마의 몸부림처럼 마구로도모는 천천히 분리되고, 장갑이 벗겨지고, 타올라 일그러지며 부서져간다. 크고 작은 폭발이 드문드문 발생하여 두꺼운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린다. 거기에 박차를 가하듯이 아카조나에 체펠린 함대가 발사한 대함 미사일이 연이어 착탄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말법칼립스 케오스의 일면…… 끓어오른 혼돈의 바다를 향해 도전한 힘을, 수많은 세계가 피라냐를 방불케 하며 먹어치우는 양상이었다.

"끝인가?"

노윈드가 중얼거렸다. 와이어를 되감아 함내로 귀환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그라 한들 위험하다. 그러나 그는 마구로도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쉽게 되었군. 레드해그=상."

그는 중얼거렸다.

◆◆◆

KRAAASH! 낙석 사태와도 같이 머리 위에서 쏟아진 천장 판넬 모니터를 걷어차 날린다.

"콜록! 웩-콜록콜록!"

레드해그가 기침을 했다. 노부자메 E는 그녀를 보며 UNIX 아이를 반짝였다. 그는 바닥에 아그라(가부좌)하고서 가만히 정신을 갈고 닦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이라는 건 참 큰일이네."

"하, 기계인 댁 쪽이 열이나 이런 쓰레기에 더 약하지 않을까?"

"상황 나름이야."

"지금은 어떤데?"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출구가 막힌 리액터실은 열기와 먼지로 가득차 마침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만 같았다. 레드해그는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마치 내가 포기했다는 것만 같은 말툰데? 여기서 멍하니 있다간 그거야말로 민폐나 끼치고 다니는 놈들에게 지는 것과 마찬가지란 거야."

그녀는 오부츠단을 천천히 뽑아냈다. 그리고 역수로 쥐고서 바닥에 내리 꽂는다.

"이얏-!"

01001…… 0101! 검은 노이즈가 흩날렸다. 초자연적 카타나는 바닥 판넬을 뚫고 침식을 개시했다. 그림자와도 같이, 빛조차 통과시키지 않을 검은 얼룩이 퍼져가기 시작한다.

"이이이이…… 이얏-!"

레드해그는 카타나를 날밑까지 깊게 쑤셔 넣었다. 거기에 더해 칼자루를 짓밟아 더욱 더 박아 넣었다.

"이얏-!"

SMASH! 검은 균열에서 01 노이즈가 넘쳐 흐른다. 끼긱끼긱 소리와 함께 강철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는 거야? 그걸로 파낼 수 있어?"

아그라를 유지한 채 노부자메 E가 질문했다. 레드해그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글쎄. 이런 식으로 써본 건 처음이라. 그래도 시도도 안해볼 순 없지 않겠어? 그러는 댁이야 말로 뭐 해? 계속 아그라만 하고 있을 거야?"

"받고 있는 중이야."

"받는다고?"

『업데이트 프로그램일세!』

닥터 마토모의 음성이 대답하자 노부자메 E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자메 E는 인류의 꿈과 희망을 이루어주는 파워풀한 정의의 친구인 게야. 그것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지만 불안정한 부분이 많아서…...』

레드해그는 표정을 찡그렸다.

『하지만 지금은 소탐대실*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보통은 봉인하고 있던 기능을 일부 해방하는 추가 패치가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 중이니, 그걸 사용해서…...』

*원문은 「背に腹はかえられぬ」로, 등을 지키기 위해 오장육부가 있는 배를 희생으로 삼을 수 없다는 코토와자(의미는 같다).

DDOOOOOM! DOOOOOM! 격렬한 흔들림이 또다시! DOOOOM! DOOOOM! DOOOOM!

"어이, 서둘러! 함포사격이야, 이거!"

레드해그는 노부자메 E를 다그쳤다. 노부자메 E는 아그라 자세로 다운로드 메디테이션에 깊이 빠져들어 더 이상 대답하지 않는다. "눈눈눈……!"

레드해그는 신음소리를 낸 뒤 이번엔 오부츠단을 보았다.

"너도 빨리빨리 해! 여유 부리지 마!"

검은 노이즈 붕괴에 잠긴 오부츠단을 쥐고서 팍팍 더욱 깊이 집어넣었다. 01 노이즈가 비명과도 같이 들끓고 흘러넘친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참치 배때지에서 죽을까보냐!"

◆◆◆

바다 위에서는 격랑에 흔들리는 플라스틸 잔해판을 뗏목을 방불케 하듯, 한 닌자가 상앗대질을 해가며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제이드와스프였다. 전장 해역을 이미 벗어난 그가 하늘을 올려보자, 그 눈에 포착된 것은 하얀 연기 꼬리를 늘어뜨리며 날아가는 대함 미사일이 마구로도모에 닿는 순간이었다. 그는 붕괴해가는 도모의 상징을 보며 혀를 찼다.

"기회는커녕 완전히 끝장났다는 건가? 꼬락서니 하곤. 짜증은 나지만 물러날 때가 중요한 법이니……"

그렇게 말하다 그는 다시 눈을 비볐다. 그의 닌자 시력은 마구로도모 함미 부근에서 아래를 향해 검은색 거품이 뿜어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기묘하게도 그 거품은 01 노이즈로 이루어져 있었다. 배에 구멍이 뚫리고…… 그리고는…… 무언가가 뛰어나왔다.

"아앙?"

제이드 와스프는 조준경 고글을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등에서 제트팩을 분사하며 하늘을 나는 인간형 로봇 닌자였다. 로봇 닌자는 레드해그를 껴안고 있었다.

◆◆◆

"위-피피!"

나선형 회전 비행을 펼치며 노부자메 E는 전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의 등부분 장갑은 현재 갑충을 방불케 하듯 벌어져, 노출시킨 로켓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추진제를 뿜어내고 있었다. 추진력을 얻은 에메츠 반중력 판넬은 고속비행으로 검은 잔상을 남기며, 한번은 물 근처 아슬아슬한 곳까지 낙하하여 해면에 물기둥을 만든 뒤, 뒤집어진 포물선을 그리면서 상승가속했다. 껴안겨진 레드해그는 눈을 까뒤집으며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이, 바보! 놀고 있을 때가 아니야!"

BOOOM! 아카조나에 체펠린에서 발사된 대함 미사일이 그들 옆을 아슬아슬 지나가며 엇갈려 간다.

"노……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컨트롤 하느라 악전고투하는 중이라고!"

『노부자메 E여! 분명히 말해두지만 추진제가 그야말로 앗 하는 사이에 동이 날 게다. 추락하면 큰일이야! 어떻게든 하는 게다!』

닥터 마토모가 질책했다. 노부자메 E는 볼멘소리를 낸다.

"시끄러운 영감이야, 정말!"

쿠궁! 다시 속도가 떨어졌다. 레드해그는 노부자메 E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키아이(기합) 넣어!" "알고 있어!"

레드해그는 고개를 움직여 아카조나에 체펠린 함대와는 다른 방향, 낙소스 섬 방향으로 향하는 기체의 그림자를 보았다.

"저거다, 테츠노카게야. 댁 쪽이 더 잘 알겠지? 저쪽으로 가. 우리 장례식을 치러주려는 노윈드=상과 다른 녀석들에게 서프라이즈를 선물하는 거, 어떨 거 같아?"

"......좋아!"

KA-BOOOOM! 추진제 분사! 레드해그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노부자메 E는 날았다! 그리고 그들 뒤쪽에서…… 오오…… 마구로도모가 끼긱끼긱 소리와 함께 일그러져 어떤 종류의 파괴적 이펙트 효과로 콤마 1초 사이에 10분의 1까지 압축되나 싶더니…… 팽창하여 폭발한다!

ZZZZZGGGGGGTTTTTTTTTOOOOOOOOOOOOMMMMMMM……!

◆◆◆

한순간, 세계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모노크로로 바뀌었다. 스스키와 아이의 그림자가 길게 뻗어간다. 그리고 마구로도모는 폭발사산했다. 그 하늘에는 0과 1의 노이즈가 모자이크 모양을 방불케 하며 아직 남아 있었다.

"......끝난 건가."

스스키는 섬광을 가리고 있던 손을 거두었다. 잃어버린 그녀의 왼다리는 임시변통으로 나무 막대기를 묶어두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옆에서 아이가 스스키의 옷자락을 흔든다.

"누나! 저거 봐!"

아이가 머리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늘에 비행기 구름을 남기며 사람 그림자 같은 것이 가로질러 간다.

"슈라우버! 슈라우버야!"

"슈라우버?"

스스키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정체를 살폈다.

"......노부자메 E……" "맞아, 슈라우버! 하늘도 날 수 있구나……!"

"그런가. 살아남았나?" 스스키가 끄덕였다. "잘된 일이군."

"......누나, 다리는 괜찮아?"

"문제없다. 통각은 오프시켜두었고, 다리 자체도 나중에 원래대로 고칠 수 있어. 편리하지."

"저기, 누나." 아이는 스스키의 손을 잡았다.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금 있으면 안전해져. 피난한 섬사람들도 돌아올 거야. …...그러고 나면, 너는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여기에는 여행으로 온 거였지? 나도 돌아갈 거야."

"어디로 돌아갈 거야?"

"너와는 다른 곳이다. 나는…… 그렇지, 나쁜 로봇이거든."

"그런 거야? 하지만 슈라우버의 동료가 된 거잖아?"

"아니, 그렇지 않아. 그건 그냥 잠깐의 변덕이야. 나는 내 일로 돌아갈 거다."

"......우리 아빠는 죽었어."

"......" 스스키는 몇 초 동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질문했다. "다른 부모나 친척이 하나라도 있어?"

"할아버지하고 할머니."

"장소는?"

"네오사이타마……"

스스키는 말없이 생각한 뒤 아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좋아. 알겠다. 내가 나를 네오사이타마에 데려가 주마. 거기까진 같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

아이가 눈을 깜빡였다.

"나쁜 로봇 조직 일은?"

"으응. 며칠 쉬도록 하지."

"......누나. 고마워."

스스키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말없이 약 3초 간 아이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

철컥푸슈-....... 셔터 후스마 도어가 열리고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의 모습이 보이자 이카라가 달려와 껴안았다. 바닥 바로 위에서 아그라를 하고 있던 노윈드는 고개를 들고서 「음」 하고 끄덕인 뒤 닌자 기어 메인터넌스 작업으로 돌아갔다.

"오츠카레사마(수고했어). 역시나인 걸."

이라고 말하는 이카라. 레드해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아니, 솔직히 죽기 일보직전이었어. 은퇴한 몸뚱이에 정말 끔찍한 쇼크 요법이었다고."

테츠노카게는 이미 버뮤다의 화산기지로 항로를 잡고서 평화로운 항해를 개시한 상태였다.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과의 협상은 본부가 IRC 섹션에서 교섭할 거야. 그 부분은 사령관 담당이지."

이카라는 레드해그에게 설명했다.

"키클라데스 지역의 안전 보장이 어떻게 될지는 신만이 아시겠지만."

"낙소스는 좋은 섬이었어."

레드해그가 먼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 같은 눈이 되었다. 이카라가 끄덕였다.

"잘됐어. 최소한 젠장맞을 독재자 마음대로 흘러갈 일은 이제 없을 거야."

"글쎄, 과연……"

노부자메 E는 기내 UNIX에 LAN을 직결하여 온라인을 통해 다시 패치 업데이트 작업에 들어간 참이었다.

『이번 일은 정말로 감사하네.』

노부자메 E를 통해 투사된 홀로그램 영상 속 닥터 마토모의 목소리는 그 말의 내용과는 다르게 그다지 기쁘게 들리지 않았다. 이쿠사 배틀 도중 분노한 레드해그가 도모 리액터를 그 자리에서 파괴했기 때문이다.

"너무 미련 갖지 마, 영감. 한심해 보여." 노부자메 E가 지적했다. "그 따위 것, 이 세상에 계속 존재했다면 위험했다고. 어떻게 생각해 봐도."

"5초마다 점프하는 정신 나간 세계 여행을 생각해낸 책임자는 실제 댁이야, 닥터 마토모=상?"

레드해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브릿지가 금연 중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본래는 우연히 발견한 팩터(factor)였으나 과학의 힘이 그것에게 모습을 부여했지.』 닥터 마토모가 말했다. 『물리좌표와 오히간 좌표를 뒤섞어 양쪽에서 에너지를 순환시킨다…… 그러한 성질에서 얼마나 유익한 현대과학의 성배를 얻어낼 수 있었을지…...』

"과학의 힘 말이지." 레드해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닥터 도모의 그 힘은 과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실제로. 의문인걸."

『알겠는가, 그것의 개념을 제창한 것은 나이며…...』

"그게 더 나빠!"

레드해그가 홀로그램 영상에 손을 휘두르자 닥터 마토모의 모습이 지직지직 흩어졌다. 노부자메 E는 팔짱을 끼고서 생각했다.

"아무튼지 이걸로 없어지긴 했는데 말이야. 그 젠장맞을 리액터는 두번 다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도 돼?"

『어느 정도의 질량을 만들어내는 것만 해도 대규모의 전용설비와 상당한 기간이 필요허이. 현재의 닥터 도모가 어느 정도의 뒷배경을 끼고 있는 상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게야. 아직 방심할 수야 없겠지만 내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있는 동안에는 안심해도 좋다네. 앞으로도 나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그 사악한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감시하며 계속 공격할 게야. 그게 그 몬스터를 키워낸 나의 책임이겠지…….』

"힘내, 영감."

『이 숭고한 미션을 수행할 전사는, 당연히 자네일세!』

부웅. 홀로그램 모니터에 영상 IRC 리퀘스트가 들어와 그들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제군. 이번 임무, 수고 많았다. 제군의 활동 덕분에, 탐욕스러운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들에게 델타 시노비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낼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이것은 델타의 전사들만이 아닌, 업계 전체의 닌자 용병의 처우 개선과도 이어지는 중요한 성과다.』

발라클라바(Balaclava, 눈만 드러나는 스키용 복면류)와 크롬 멘포를 장착하고 검은 베레모와 검은 가죽 장갑을 착용한 닌자는 실제 레드해그가 잘 아는 닌자였다.

『도-모. 레드해그=상. 오메가 커맨더 입니다. 오히사시부리데스(오랜만입니다).』

오메가 커맨더는 모니터 너머에서 아이사츠를 건넸다. 레드해그는 아이사츠를 돌려주었다.

"도-모. 오메가 커맨더=상. 레드해그 입니다. 오히사시부리데스. 잊지 않아줘서 기쁜걸."

『이번 협력에 대해 감사하고 싶네.』

"우연히 적이 같았을 뿐이야. 이쪽도 덕분에 살았고. 여전하구나, 델타는."

오메가 커맨더는 사령관 체어 위에서 다리를 꼬고서 그 위에 맞잡은 손을 올렸다.

『델타는 언제나 일손이 부족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을지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만…...』

이카라와 노윈드가 레드해그를 바라보았다. 노부자메 E도. 그리고 크루들도.

레드해그는 뺨을 긁적였다.

"......솔직히 지금은 조직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야. 권유해준 것은 기쁘지만서도."

『현관문은 언제나 열어두도록 하지. 우리들의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든지 연락해주길 바란다.』

"아리가토(고마워)."

『오탓샤데.』

통신이 끝나고 모니터에는 델타 시노비를 상징하는 역삼각형 문장이 표시되었다.

"이별은 아쉽지만 행운을 빌게."

이카라가 말했다. 조타석에 있던 매버릭은 UNIX 모니터를 통해서 한탄했다.

"오오, 정말로 아쉬워! 너는 나에게 있어서 빛나는 것만 같은, 용병의 여왕이라 일컬어도 좋을 존재인데……"

"여왕이라고 부르는건 제발 그만둬. ……그만둬!"

레드해그가 발끈해서 말했다. 이카라는 웃었다.

"이대로 테츠노카게는 버뮤다로 향할 거야. 너는 마드리드 근처에서 내려주면 될까?"

"그럼 나도 거기서 내릴래." 노부자메 E가 말했다. "박사가 있는 곳에 돌아가야지. 충전시켜준 것만 해도 고마워."

노윈드가 레드해그에게 질문했다.

"낙소스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한데, 상관없겠나?"

"뭐? 섬에 잊고 온 물건이라도 있냐는 이야기야?"

노윈드는 대답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레드해그는 잠시 생각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테오는 이미 없어. 나도 즐거운 추억을 잔뜩 받았지. 충분해. 애도는 제대로 못했지만 돌아가도 그 섬에서 할 일도 없고."

"이쿠사 배틀의 세계로 돌아오는 건가?"

"응-...... 그렇지."

레드해그는 칼집 속 오부츠단을 매만졌다. 카타나는 희미하게 움직였다.

"딱딱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잠시 지내볼게. 되는 대로 되겠지."

"뭐, 우선은 마드리드 관광 아냐? 나도 같이 가줄게." 노부자메 E가 제안했다. "어떤 스시를 팔지 흥미도 있고!"

"먹을 수 있어?"라 묻는 이카라. 노부자메 E는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오이란드로이드도 음식을 먹을 수 있잖아. 로봇을 얕보면 안 되지. …… 라는 이야기는 낙소스에서도 했던가. 그치? 레드해그=상."

레드해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댁, 상당히 재밌는 녀석이야." "아아, 내 자아는 특별제라구." 『내 공로도 상당히 크다네.』

테츠노카게는 부스터를 분사하여 서쪽을 향해 가속하며 비상했다.


【낙소스 언더 파이어】끝





N-FILES (설정 자료, 원작자 해설)

주요 등장인물

레드해그 / Red Hag:야크샤 닌자 클랜의 닌자 소울 빙의자. 전 야쿠자 어새신, 이후 전 용병으로 활동, 카타나와 복스 카라테의 마스터. 「닌자 슬레이어 네버 다이즈」 이후, 자기 폭풍이 사라진 세계에서 델타 시노비 계획에 참여. 몇 년 후에 용병을 은퇴하고 낙소스 섬에서 농원을 경영하고 있었다. 무기인 암흑검 오부츠단은 델타 시노비 시대에 유적에서 입수한 정체불명의 무기. 오부츠단은 「의미의 규정을 먹는 검」이라고 자칭하는 자아를 가진 검이며, 맞부딪힌 대상에게 01 노이즈를 침식시켜 파괴한다. 그 형언할 수 없는 힘은 오히간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성질 때문이라 생각된다.

노부자메 E / Nobuzame E: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 강한 자아와 카라테를 가지고 있다. 쿄토 공화국에서 파괴된 리키셔 운전 드로이드를 소체로 해서 닥터 마토모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여겨졌지만, 사실은 도모마인드에서 태어난 존재이다. 닥터 마토모는 고용한 해커 용병에게 닥터 도모의 서버에 해킹을 걸게 하는 것으로 데이터 중 일부를 훔쳐냇다. 그것이 노부자메 E의 인공지능의 시초가 된 것이다.

닥터 마토모 / Doctor Matomo:정의의 과학자라 자칭하는 수수께끼의 존재. 세속적인 사람이지만 뿌리부터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닥터 도모는 한때 그의 제자였으며, 현재는 적대 관계이다.

스스키 / Susuki:한때는 개인 투자가 에두아르트 나란호의 비서 겸 호위를 맡던 유능한 우키요. 무에타이 카라테를 익히고 있어, 닌자 상대로도 맞설 수 있다. 실제, 전투 훈련을 쌓은 우키요는 오이란드로이드 몸체의 잠재력과 전투 경험의 축적에 따라 닌자와 싸워서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닥터 도모 / Doctor Domo:도모 테크놀로지의 아버지이자 정체불명의 사악한 사이언티스트. 그 정체나 외모는 불명이다. 아치 닌자 「이루카 닌자」의 닌자 소울 빙의자. 이루카 닌자는 소가 닌자의 수제자이며 무수한 인간의 로컬 코토다마 공간을 융합하여 「꿈구름」을 만들어 내어 자아를 묶어 노예로 만드는 위험한 짓수의 사용자다. 그는 닌자 소울 빙의에 따른 「꿈구름」 개념을 통해 이를 단서로 삼아 오이란마인드 이론을 참조하여 도모 테크놀로지를 완성시켰다. 닥터 도모는 과거에 닥터 마토모의 제자 중에서 가장 우수했으나 닥터 마토모에게 일체의 은혜나 리스펙트를 느끼지 않고 오히려 마음 속 깊은 곳에 사악한 상승지향 욕구를 숨기고 있었다. 그는 닥터 마토모에게 빚을 갚지 않고 실종. 3년 후에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닌자가 되어 「닥터 도모」라 자칭하는 사악한 무기상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닥터 마토모가 연구하고 있던 오파츠를 훔쳐내어 초장거리를 코토다마 순간이동하는 무시무시한 전투병기 「마구로도모」를 건조하고 있었다. 이러한 체펠린급 병기를 순간이동 시킬 수 있는 기술은 현시점에서는 닥터 도모만이 가진 것이다. 포탈은 기껏해야 설치형 수준이고, 그것들 또한 인간 사이즈까지가 한계다. 다른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은 이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기술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가증하다면 닥터 도모를 연구실째로 동료로 끌어들이고 싶어하여 겉으로는 닥터 도모와 적대 관계가 되지 않으려 하고 있다(일부의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은 공격하여 기술을 탈취하려고 하고 있다). 


전자 에게 해 제국 / Cyber Aegean Imperium 

보퍼 울베인 / Bofer Urbain:전자 에게 해 제국 신성황제. 츠루기 닌자 클랜의 그레이터 닌자 소울 빙의자. 일자전승의 검술 「울베인 도」를 마스터한 존재. 그 검기는 역전의 카라테 전사조차 압도할 정도로, 실제 불세출의 천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폐쇄된 환경에서의 연마가 닌자 소울에 의하여 급격하게 힘을 얻어 망집이 깊어져 닥터 도모라는 사악한 존재의 영향을 받게된 것으로 그 왜곡은 더욱 힘을 더해 타락한 검사가 되었다. 

기스번 / Gisbourne:전자 에게 해 제국의 닌자. 신경 에메츠 직결형 도모 테크 특수 파워드 슈트 「도모포레스트」를 장착하여 전투에 임한다. 도모포레스트는 전체이자 하나인 클라우드 도모마인드의 뉴런 침식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으로 높은 잠재능력을 이끌어내지만 최종적으로는 도모 존재로 변하게 만든다. 

차이트가이스트 / Zeitgeist:전자 에게 해 제국의 닌자. 전자 통파를 사용한다.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첨병, 협박꾼, 교섭인으로서 소속을 따로 두지 않고 비즈니스를 해온 남자다. 

헬리코이드 / Helicoid:텟포우 닌자 클랜의 그레이터 닌자 소울 빙의자. 초거대 스나이퍼 라이플 「키세루 오브 데스」로 무장하고 있다. 그의 저격술은 궤도 부유하는 에메츠 리플렉터에 총알을 반사시켜서 생각치도 못한 각도에서 적을 공격해내는 것이다. 닌자 용병으로서 각지의 기업전쟁을 겪어온 역전의 닌자. 

제이드 와스프 / Jade Wasp:전자 에게 해 제국의 닌자. 전투기 파일럿. 전용기 「도모스키토」의 파일럿으로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내달리는 격추왕. 도모스키토는 무인기 도모세움과는 설계사상을 달리하는 닌자 전용 전투기이며, 제이드 와스프 자신이 LAN 직결하는 것을 통해 퍼포먼스를 향상시킨다. 

데스 도모 코어 / Death Domo Core:전자 에게 해 제국의 로봇 닌자. 코어 부분은 구 오무라의 모터 치비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소형화 대신 전투기능을 중점으로 삼은 모델이다. 코어 부분에 다양한 전투 유닛을 손과 발처럼 장착시켜 압도적 살육기계가 되었다. 

델타 시노비 / Delta Shinobi 

→ 샤드 '용병 닌자 상호조직 「델타 시노비」와 오메가 커맨더' 참조. 



도모 테크놀로지와 도모 제국 / Domo Tech and Domo Empire

도모 제국 기계병

도모 제국의 자동 기계병은 클라우드 도모 마인드와의 상시 접속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기계 군체이며, 개별적인 자아는 가지지 않는다(극히 특수한 상위 개체를 제외하고는). 도모 제국의 기계병은 포지도모라 불리는 대형 개체에 의해 만들어진다 추측된다. 포지도모는 적절한 소재(파괴된 기계병을 포함하는)을 삼키고 녹여서 가공할 스피드로 재제조한다. 대규모 전투가 발생하고 도모 제국 측이 화력 부족으로 형세가 불리해졌다 판단했을 경우, 도모트루퍼 다수가 스스로 대열을 이뤄 포지도모 속으로 삼켜지는 것으로 자기 파괴를 행해 더 강대한 전투용 개체(예를 들면 데스도모 등)을 위한 소재가 되는 등의 현상이 확인되어 있다. 이러한 가공할 전투 행동은 자아를 가지지 않는 군체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모트루퍼:도모 제국의 일반병. 원기둥형의 몸체에 짧은 다리와 가느다란 팔이 붙어 있다. 전투 능력은 낮다.

마이너도모:도모트루퍼 수십 체를 지휘해 소대 하나를 이룬다. 역삼각형의 상반신을 가진 육중한 인간형으로, 외눈을 가진다.

메이저도모:마이너도모 수 체를 지휘해 중대 하나를 이룬다. 마이너도모보다 크다.

마스터도모:메이저도모 수 체를 지휘해 대대 하나를 이룬다. 메이저도모보다 더 크다.

마인드도모:각 중대당 1체 비율로 배치되어 있는 문어형 전투병기. 예지도 가능하다. 노예 사냥을 한다.

코쇼도모:시동같은 존재라 생각된다.

킬도모:전투력을 더욱 강화해, 집단 명령 밖에서 행동하는 살육 개체.

데스도모:데스도모는 데스 도모 코어가 사지 파츠나 주변 무장을 접속시켜 완성되는 살육 로보 닌자이다. 고도의 자아를 가진 특별한 기체로 설정되어 있다.

켄고도모:카타나 전투에 개성을 특화시킨 친위·거점 방위용 개체.

포지도모:전장에서 각종 도모를 고속 재제조하는 것이라 추측되는 대형 지원 개체.


무기/총기

도모건:도모트루퍼가 가진 공격총. 총탄읜 실체나 전기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하며, 단발식, 산탄식, 완전자동식 등이 존재한다. 오히려 살상보다 대상을 상처입혀 포획하는 것, 진압하는 것을 중시한 구조로 되어 있다. 클라우드 도모 인증 프로세스에 의해 비도모 존재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총기를 저항자에게 빼앗기더라도 도모 제국에 대해 무언가의 유효한 대항 수단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사토시:킬도모 등의 전투용 상위 개체가 가진 병장의 호칭. 명확히 대상의 살육을 목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배틀 사토시, 헤비 사토시, 어설트 사토시, 스나이퍼 사토시 등의 종류가 존재한다. SATOSHI란 Strategic Attack Toward Organized Saturated Human Instinct의 두문자를 늘어놓은 것이다.

마구로도모:거대 체필린 병기. 도모리액터를 통해 에메츠 광맥 사이에서 양자 얽힘을 만들어내 무진장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 시스템을 병기로 유용시킨 것이 도모즈데이 저지먼트이다.

도모즈데이 클록:닥터 도모가 숨겨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암흑 메가코프에 대한 교섭 카드로만 이용된다고 여겨지는 궁극 파괴 병기. 이론은 불분명하지만 시곗바늘이 12:00이 되면 세계가 멸망한다고 한다. 이를 전제로 바늘을 진행시키거나 되돌리는 것으로 무언의 압력을 걸어 심중을 헤아리게 하려는 것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IRC-SNS상에서는 도모즈데이 클록의 24시간 라이브 방송 채널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은 요인뿐이다.


원작자 메모

노부자메 E는 꽤 옛날에 설정만은 완성되어 있던 캐릭터로, 어떤 의미에서 이 캐릭터가 낙소스 언더 파이어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노부자메 E와 닥터 도모가 생겨나고, 도모의 분류인 테크놀로지가 자연이 아름다운 섬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런 에피소드를 생각했다. 레드해그는, 그녀가 트릴로지 뒤에 어떤 인생을 걸어왔을지 생각하자 저절로 그 이야기의 실제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면, 레드해그와 노부자메 E는 실제 좋은 콤비이고, 적도 개성적이고, 황당무계한 테크놀로지를 배경으로 가진 적을 상대로 하는 싸움의 무대도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빠르게 바뀌어서 정말로 익사이팅한 이야기가 되었다 생각했다. 네오사이타마는 알고 계시겠지만 고층 빌딩이나 형광 네온 간판으로 장식된 거대한 미궁적 공간이지만, 낙소스 섬은 뚫려 있고 평온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이 에피소드에 영감을 준 여러 작품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미션 임파서블이거나, 비디오 게임 『클리프 행어:에드워든 랜디』거나, 로켓티어와 같은 스팀펑크적인 코믹스도 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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