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레이븐】
1
사립탐정 타카기 간도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차가운 물로 이루어진 후톤 이불에 안겨 조용히 가라앉으면서, 물결 무늬 모양으로 일그러지는 가이온의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농담을 던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어허어허, 붓다, 이건 웃을 수 없는 죠크로구만.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라면 이럴 때 무슨 말을 할까?
대뇌의 해마가 욱신거린다. 어둠과 달빛만으로 이루어진 모노크롬 세계. 마음에 안드는 장소라고 그는 생각했다. 색채도, 음악도, 따스한 불빛도 없다. 안절부절 못하는 까마귀처럼 좌우를 둘러본다. 오른쪽 위에 멍석말이를 당한 사람의 모습. ......생각났다. 여자를 도와야 하는데. 하지만 옆에서 들이닥치듯 가우스 잡음 같은 것이 시야에 섞인다. 어금니로 하얀 모래를 씹는 것 같은 감촉이 엄습한다.
나는 환영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 반대? 어이, 돌아가도 될까? 오늘은 리키시* 중계날이라구. ......그의 몸은 계속해서 가라앉아 간다. 차가운 물의 바닥을 향해 천천히. 간도의 망막 디스플레이 안에서는 LED 명조체로 'REBOOT'이라는 글자가 시야 가득 비춰지고, 좌우로 흔들리며 붉게 깜빡였다.
*원문은 リキシ로, 力士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보인다. 스모꾼.
◆◆◆
"......! 하악-! 하악-......" 그는 낡은 병원 침대 위에서 악몽에서 깨어나 상반신을 일으켰다. 몇 년 전에 주워온 이 단순한 파이프 베드는 크림색 도장이 군데군데 벗겨져 녹슨 쇠를 드러내고 있었다. 희미한 삐걱임. 맥이 빠질 정도로 잔잔한 레트로 테크노 레코드 소리가 사무소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간도 탐정 사무소에는 마치 까마귀 둥지처럼 잡동사니나 마찬가지인 정크품들이 즐비했다. 리키시 손도장 색지. 서류 위에 올려진 워타누키* 장식물. 색이 바랜 카툰 낱장. 산더미 같은 낡은 UNIX 기판과 케이스. 두 달 전만 해도 사무소 전체가 그런 상태였다. 지금은 엔트로피가 감소해 있었다.
*원문은 ワータヌキ로, 늑대인간을 의미하는 werewolf의 타누키(너구리) 버전으로 보인다. 즉 were-tanuki=너구리인간.
책장 너머에서 여자의 기척이 있었다. 오스모우(스모) TV 소리도. 조수 시키베 타카코가 그곳이 있는 것이리라. 커피를 내리는 소리와 팥앙금 토스트를 굽는 고소한 냄새. 간도는 ZBR에서 깨면서 일어나는 두통과 씨름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치고 후줄근한 감색 슬랙스를 멜빵으로 고정했다.
크루제 켄 소장에게서 물려받은 이 사무소는, 벽이 없는 그저 넓은 회색 공간이었기 때문에 책장과 산더미 같은 UNIX를 칸막이 대신에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방음 효과는 모자라다. 저속한 오스모우 TV 소리가 새어나온다. "......스고이! 여기에서 오오키이우미(커다란 바다)가 사다리에 올라탔다! ......흔들 수 있을 것인가! 흔들 수 있을 것인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라지. 간도는 가짜 오스모우 중계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얏따! 잡았다! 잡았습니다! ......오오키이우미의 왼손에 만엔 다발! 왼손에는 방망이! ......반격의 봉화다! 자아, 어떻게 될 것인가!......" 하지만 간도의 관심은 이미 시키베가 추리 책상 위에 둔 최신 신문 쪽으로 향해 있었다.
"헬로-, 헬로-, 내 ZBR은 어딨어?" 신문을 펼친 그가 시신경이 파업에 들어갔음을 느끼며 응접실 쪽으로 걸어갔다. 기울어진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시키베가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으로 눈썹을 치켜뜨며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소장님, 모처럼 제가 커피를 우리고 토스트를 구웠슴다만 또 먼저 ZBR임까? 제가 만든 밥, 싫슴까?"
"붓다! 있어 봐! 자, 보라고, 먹을 테니까!" 간도가 한입에 토스트로 입안을 가득 채웠다. "즉, 맛볼 생각은 제로라는 검까." 시키베는 틴에이저 남자를 방불케 하는 일본어로 말했다. 외견만이 아니라 그 발음이나 그윽함이 결여된 말투로 보아도 그녀가 어퍼 가이온 출신이 아니라는 것은 실제 분명했다.
"어허어허, 젠몬도(선문답)야? 내 ZBR은 어딨어?" 간도가 야스이(저렴하다) 사의 커피로 토스트를 삼킨다. "그게 없으면 오늘은 문 닫아야해. 즉 조수의 급료도 지불할 수 없다는 거지." "아-......" 시키베는 사무 책상을 보는 채로 느릿느릿 입을 열어, 외계인에게도 통할 만한 단어가 뭐가 있을까 찾는 듯이 UNIX 키를 두드렸다. "이미 2개월째, 밀렸슴다만."
(((그래, 나는 만족스럽게 지불하지 못했어. 빌어먹을, 두 달치 월급을 말이지. 3개월을 고용하기로 약속했는데 1개월째부터 실패야. 좋아, 생각이 나는군, 머리가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구...... 나머지는 ZBR야, ZBR만 있으면 만사해결......))) 간도의 녹슨 중량급 뉴런이 도움닫기를 개시하여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것은 시키베 타카코. 그녀의 외모는 교토다운 그윽함도, 탐정 조수다운 미학도 갖추지 못했다. 몸의 라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보더 니트에, 더러운 청바지, 파란색 워크 부츠. 검은 머리카락은 아무런 특징도 없이 한가운데에서 반으로 갈랐고, 아랫볼이 튀어나온 뺨에는 주근깨. 발육 상태가 나쁘고 치열도 지저분하다.
뒤죽박죽인 외모에 조금이라도 지성과 질서를 가져다 주기 위해서라는 듯이 시키베는 검은 뿔테 레트로 안경을 쓰고 있다. 최소한 일반적인 미인은 아니고, 스쿨에 들어간 다음에 이성에게 카와이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이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일반적인 무언가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직업 때문에 간도는 외모와 몸짓에서 다양한 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하기야, 그는 크루제 정도의 달인의 영역에는 이르지 못해서 여성의 심리를 읽는 것에는 아직 서툴다. 특히 이 시키베라는 색다른 조수의 마음을 읽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 "......자아, 가르쳐줘! 나는 어제, 어디에 ZBR를 뒀지?"
"어제라고 해야할까, 그저께지 말임다." 시키베는 하품을 하면서 서랍에 넣어 둔 ZBR 앰플과 일회용 주사기를 꺼냈다. "그저께?" 간도는 만취해서 멍 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던 그제 밤의 불확실한 메모리를 머리 속에서 찾아냈다. "그래서 이 꼴이 되어 있는건가. 조금 더 지나면 뉴런이 붓다랑 같이 영면에 들겠어."
"월급은 주고 나서 영면에 드셨으면 좋겠슴다." 시키베가 식탁의 간장병을 넘겨주듯 ZBR를 넘겼다. 간도는 재빨리 그것을 주사하여 뉴런이 가속하는 것을 느꼈다. 아득히 좋다. TV 소리도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이거 큰일이다! ......오오키이우미에게서 만엔 다발을 받았습니다! ......군단을 배신할 속셈인가!?"
간도는 몸을 추리 의자에 맡기고, ZBR가 다 돌기를 기다리면서 찬란했던 영광의 시대를 회상했다. 10년 전 쯤...... 크루제와 간도, 두 탐정은 소녀였던 시키베를 카라테 살인귀의 손에서 구해냈다. 그 이후 시키베는 성인이 되어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을 찾았지만 2년 정도 후에 해고되어 이 계층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 그런데 소장님, 저도 여기에 하나 뚫을까 싶어서 돈을 모으고 있슴다만, 돈부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하고." 시키베가 UNIX 키를 두드리며 탐정 사무소의 사무 업무를 재개했다. "어느 회사 걸?" 간도가 일어나 벽에 있는 목인(木人)과 마주했다. "아-, 어디든 좋슴다, 딱히. 집착 같은 것은 없구." "그만둬."
"아-, 지금 보고 있슴다만, 하야이(빠르다) 사의 마치오Ⅴ의 16bit 벌크 제품 같은 건 실제 저렴함다만." "그만두라니까." 간도가 목 뒤를 긁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2년이면 구형이 되서 임플란트를 다시 해야 해. 뉴런 손상 리스크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우리 언더의 빈민들은 뼈를 깎아가며 살 수 밖에 없는 거 아님까?"
"누웃-" 간도도 그 말에 동의하듯 신음했다. 그리고 나는 사방팔방이 꽉 막힌, 싸움에 진 개다, 라고 뉴런 안에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거지 같은 인생에 젊은 시키베를 끌어들일 수는 없지. 3개월치 월급을 확실히 지불해서, 탐정이라는 일이 쓰레기 같다는 걸 깨닫게 해주고, 뭐라도 견실한 일을 찾자는 생각을 가지게 하자. 나무삼! 어려운 문제가 산더미구만!
"우선은 지혜를 쥐어 짜내. 단계적으로 생각해. 애초에 어째서 생체 LAN 단자를 뚫으려는 거야?" "그야 타이핑 속도지 말임다." "업무중에 IRC 채팅을 10개씩 동시에 열어놓기라도 하나?" "아-, 1개면 충분함다." "업무중 개인용 IRC는 금지야. 그것 때문에 잘린 거였지? ......뭐, 그건 됐어. 타이핑 속도라면 손가락을 사이버네틱스로 바꾸면 돼."
"웨-...... 손가락은 좀." "척수, 그리고 뇌에 가까워질수록 사이버네틱스 수술은 돌이킬 수 없어. 매년매년, 오무라 사나 하야이 사, 뒷골목 의사들에게 휘둘리며 메인터넌스 때문에 돈이 뜯겨. 돈을 제때 못 내면 녹이 앉아서 노이즈가 유입돼. 손이나 발이면 아직 괜찮아. 뉴런 관련은 최악이지. 두통이나 기억 장애, 정신 붕괴, 약물 의존, 온갖 문제가 다 일어나."
"아-...... 소장님은, 어떻슴까, 그거. 뚫으셨지 않슴까? 불법으로." "그래, 최악이라구. 대뇌 해마에 그리스가 스며들고 있어." 간도가 시키베를 겁주기 위하여 조금 과장스럽게 말했다. "병원에 가면 어떻슴까?" "돈이 없어." "웨-...... 경리 시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소장님이 불법 약물을 끊으면 한방에 실제 해결 아님까?"
"필요경비를 줄일 수야 있나. 그것보다는 인컴(수입)이야." 라는 간도. "의뢰료가 모자라. ZBR나 앙꼬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들어오면 돼. 옛날에는 그걸로 감쪽같이 잘 풀렸지." "그것 외에라면 오이란 하우스 경비 아니겠슴까. 조금 랭크를 낮추신다든가, 웨-...... 그런 거, 불가능함까?"
"그것도 인컴으로 해결이야. 좀 더 나은 일이 들어오면 한방이지." "아-......" 시키베가 동굴에서 나온 원시인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만 같은 눈을 간도 쪽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미니 바이오 물소 찾기 사건, 어째서 내팽개친 검까?" "의뢰인이 쓰레기였어." 간도가 벽의 목인 상대로 피스톨 카라테 기본형을 꽂으며 대답했다.
"크루제 소장 시절에는 어떻게 경영이 가능했는지 진심 불가사의임다." 라는 시키베. "시대가 변한 거야. 리얼 스모토리는 모조품 쇼 비즈니스에 밀려서 폐업. 사립 탐정도 멸종을 기다리는 실러캔스지. 게다가 참치와 함께 츠키지에 잡혀간 상태인. 내가 인류 역사상 마지막 탐정이 될지도 모르겠군."
시키베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로 싱거운 커피를 들이키며 말했다. "참치라고 하니 생각났슴다만, 지난주 금붕어 가게의 영감님? 의 성공 보수가 모자람다만, 어떻게 된검까?" "그거 말이군. 내가 실수를 해서 다소 메우는 것에 썼어." "적자임다만." "영감님 다리가 부러졌으니 도리가 없잖아."
그로부터 잠시동안 사무소 안에는 레트로 테크노와 오스모우 TV의 올시즌 다이제스트, 그리고 간도가 조금씩 카라테를 하는 소리만이 울렸다. "이얏-! 이얏-!" 간도는 49 리볼버를 양손에 쥔 채, 목인에게 정권 찌르기 기본 동작을 반복했다. 이마에 희미하게 땀이 배이고 ZBR가 기분 좋게 몸안에 돈다.
시키베의 반면교사가 되겠다는 노림수도 있긴 했지만, 지금의 간도의 사고력은 무뎌져 있었다. 크루제를 잃은 이래, 그는 그 빼어남을 잃고 필요 이상으로 늙어버려, 정체되어 있었다. 2개월 전에 시키베가 오지 않았다면 폐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다. 그녀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건만 1주일도 안되서 탄로가 나고 말았다.
간도는 마음 속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녹슬어 버렸구나, 라며. 피스톨 카라테의 날카로움, 사고력, 추리력, 모든 것이 말이다. (((어허어허어허, 약한 소리 하지 마, 타카기 간도. 나는 아직 할 수 있어. ZBR와 변화할 찬스만 있다면......))) 하지만 무서웠다. 늙어빠진 자신의 힘에 대해 전혀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다.
그의 실제 나이는 아직 중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크루제가 지금의 간도의 약한 소리를 들었다면 "애송이가, 뭘 늙어빠진 척을 하고 앉았냐." 라며 그의 말을 일소에 부쳤으리라. 하지만 간도에게 있어서 육체의 황금기였던 20대는 아주 오래전에 지나갔고, 크루제 탐정 사무소의 영광 또한 기억에서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장님? 질문해도 됨까?" "뭘? 드디어 ZBR 비축분이 바닥났나?" 간도는 추억 속에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젊은 세대의 생각은 읽기 어렵다. "아뇨, 잡담임다만. 사립탐정 영업이 앞으로 지리 푸어(원문 역주 : 서서히 불리)라는 것을 알고 계시다면, 어째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검까? 애초에 소장님은 왜 탐정이 된검까?"
"어어?" 간도는 돌아보며, UNIX 앞에 앉은 시키베의 심리를 분석했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입을 벌리고 있었고, 양손은 타이핑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내 말을 메모할 생각인가? 설마 진심으로 탐정을 목표로 하는건 아니겠지? 어허어허어허, 이건 야바이(위험하다)군, 뭐라도 적당히 실망시킬만한 말을 해야겠는데......)))
"내가 탐정이 된 동기? 그건 실제,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데......" 케미컬에 들뜬 뉴런을 풀 회전시키며 간도가 대답하려 했다. 그 순간......! TRRRRRR! 워타누키 장식물 형태인 레트로 전화기가 갑자기 울렸다! 간도 탐정 사무소는 ISDN 회선이 설치되어 있어서 인터넷과 동시에 통화가 가능한 것이다!
"하이, 여기는 간도 탐정 사무소." 간도가 수화기를 잡았다. 시키베가 여느 때처럼 UNIX 헤드폰을 쓰고 IP 역탐지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간도=상." 지직지직, 지직지직, 옆으로 들이치는 노이즈가 섞인다. "의뢰가 있다." 지직지직, 지직지직 "괴도 스즈키 키요시......" 지직지직지직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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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OT' 간도는 다시 악몽 속에 있었다.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꼼짝도 못하며 조용히 낙하해 간다. 그의 눈가 주름과 팔자 주름은 탐정 사무소에서 워타누키 전화를 받았을 때에 비해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게 했다. 'REBOOT' 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지직...... 들이치는 노이즈 'RE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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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여기는 간도 탐정 사무소." 간도가 수화기를 잡았다. 시키베가 여느 때처럼 UNIX 헤드폰을 쓰고 IP 역탐지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간도=상이지? 전설의 탐정, 크루제 켄=상의 뒤를 이었다는......" 플랜저*를 방불케 하는 전화 음성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Flanger, 소리에 금속성 텍스쳐를 입히는 이펙터.
합성 음성인가? 아니, 다르군, 육성을 전자 이펙터로 가공한 것이다. 단순히 의뢰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 야바이한 냄새가 난다. 그것과 동시에 거금의 냄새도...... "아아, 그래." 간도는 오스모우 중계를 끄라고 시키베에게 사인을 보내면서 침착한 웃음소리로 대응했다. "나는 소개자 없이는 의뢰를 받지 않는 주의지. 다만......"
"크루제 소장님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런 사정은 고려하지 않아도…" KRASH! 오스모우 중계를 끄려고 초조해진 시키베가 시든 선인장 꽃병을 쓰러뜨린 것이다. 간도는 이마에 손을 대고 말을 이었다. "......고려하지 않아도 되겠군." 잠시의 침묵. "그러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지. 어느 남자를 잡아주길 바란다." 라는 의뢰인.
"사람 찾기인가?" 라는 간도. 그가 받는 의뢰의 9할은 사람 찾기다. 언더로 도망쳐 들어온 배신한 야쿠자나 여자, 스모토리, 애완 미니 바이오 동물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 가이온 시티에서는 계층을 내려갈수록 맙포의 영향력과 시민의 선의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퍼의 의뢰인은 사립탐정이나 킬러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 하지만 자네가 평소에 받는 의뢰와는 조금 성질이 다를걸세." 라는 수수께끼의 의뢰인. "괴도 스즈키 키요시를 잡아주었으면 한다." "나무아미타불! 스즈키 키요시라고?" 간도는 추리 책상에 두었던 오늘의 신문 쪽으로 눈길을 향했다. 『이번에도 스즈키 키요시다』라고 적힌 힘찬 명조체 타이틀이 춤추고 있었다.
스즈키 키요시는 교토를 소란스럽게 하는 신출귀몰한 범죄자다. 어퍼 가이온에서 주로 활동하며, 몇 주에 한 번씩 이렇게 지면을 달구는 것이다. "성공 보수는?" "1억엔을 내지." 파격적인 보수액을 제안받은 간도는 자신도 모르게 수화기 앞에서 입을 다물고 숨을 삼켰다. UNIX 헤드폰으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시키베도 마찬가지.
"흥미롭군. 하지만 소개자도 없이 이런 황당무계한 의뢰는 받기 힘들어. 이해하겠지?" 간도는 통화를 계속하며 LAN 직결한 UNIX로 시키베에게 IRC를 보냈다. 『역탐지 상황은 어떻지?』 『너무 튼튼함다. 완전 무림다』 시키베가 UNIX 화면에 깜빡이는 [무리인] 이라는 전자 문자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의뢰를 거절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나?" 은하 저편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스페이시한 음성이 다시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어허어허어허, 지레짐작은 말아줘. 즉 이거다...... 당신은, 누구지? 얼굴을 보이지 않는 놈을 위해 일하는 건 그다지 내키지가 않으니 말이야."
간도는 고개를 기울여 수화기를 고정한 채로 ZBR를 하나 더 주사했다. 화학 반응. 뉴런에 스파크. 아득히 좋다. "......그 주장은 지당하군. 시츠레이(실례)했네. 그렇다면 간도=상, 그쪽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유를 말하지. 우선 내 정체는 밝힐 수 없어.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즈키 키요시의 괴도 행위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둑맞았는지는 말할 수 없어. 내 정체와 이어지니까. 나는 어떻게든 스즈키 키요시를 붙잡아, 법의 심판을 내리고 싶네. 요컨대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복수인가?" "통찰력이 좋군. 그 말대로.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한가?"
"조금만 더 부탁하지." 간도는 추리 의자에 허리를 깊이 묻으며 눈을 감았다. "어째서 나를 고용하지? 분명 어퍼에서의 업무도 하고 있지만, 내 전문은 언더야." "......알고 있듯이 가이온 시경은 무능해. 게다가 어퍼의 탐정 회사는 믿을 수 없어. 간도=상 같은, 주목 받지 않고 있는 인간이 필요하다."
"대충 알겠어." 간도는 ZBR 담배를 물면서 눈을 뜨고, 라이터 소리를 냈다. "의뢰인=상, 즉 이런건가? 당신은 스즈키 키요시의 정체, 아니면 최소한 인물상을 대충이나마 짐작하고 있어. 하지만 손을 댈 수 없는거군. 아마 그건...... 스즈키 키요시가 당신과 마찬가지로 어퍼의 인간이며, 지위나 돈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
"훌륭한 통찰이군." 이라는 의뢰인. 그 합성 음성에서 표정을 읽어낼 수는 없다. "......그리고 당신이 그 크루제 켄 소장의 직제자라는 것 또한 이유 중 하나로 더하고 싶군." 일련의 대화를 통해 간도가 알게 된 것은 상대가 실제 거물이며, 교섭에 익숙하고, 지능 또한 높다는 것...... 그 정도의 막연한 정보뿐이었다.
"의뢰를 받아들이겠나?" "30초만 기다려 줘." 간도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시키베 쪽을 돌아보았다. 시키베는 머리를 저으며 역탐지 불가라고 알렸다. "...이 의뢰를 받는다면 스즈키 키요시의 인물상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필요경비를 먼저 내줘. 물론 성공보수와는 별개다."
"금액은 얼마나?" "얼마나 필요하지?"* "어퍼에서 돌아다닐 필요가 있다면 최소 백만은 받고 싶군." "5백만을 입금하지." 나무아미타불! 그 금액에 다시 간도는 말을 잃었다. 5백만이 있으면 밀린 빚을 거의 갚고, 시키베에게 밀린 급료도 줄 수 있다. "......좋아, 받아들이지."
*이 두 대사는 모두 의뢰인의 대사로 보이는데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별개 대사로 기재되어 있다.
캬방-! 캬방-! 캬방-! 갑자기 탐정 사무소 안의 계좌 관리 UNIX가 울렸다. 조금 전까지 대형 적색 LED 표시는 3천엔이었으나, 단숨에 숫자가 뱅뱅 돌더니 5백만 3천엔으로. 스고이! "......어허어허어허어허, 벌써 입금을 한건가?" "내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간도는 수수께끼의 의뢰인과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은 뒤, 수화기를 워타누키의 머리 위에 내려놓았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손뼉을 치며 빅토리 포즈를 취했다. "핫하-! 좋았어, 아득히 좋아! 드디어 나에게도 운이 돌아왔구나! 좋았어, 옷을 사러 갈까!" "에? 옷임까?" "조수다운 옷이 필요하잖아?"
시키베는 서둘러 UNIX 데이터를 저장하고 몸차림을 정돈했다. "아-...... 소장님." "뭐야?" 백발에 몸집이 좋은 간도도 양쪽 가슴의 홀스터에 49 매그넘을 꽂고, 갈색 더스터 코트를 낚아채서 차가운 살인 흉기와 우람한 육체를 재빠르게 덮었다. "선인장, 이거, 깨졌슴다만, 괜찮슴까?"
"시들기도 했고, 어쩔 수 없지. 시키베=상은 나쁘지 않아." 간도는 의뢰인에게 수신받은 데이터를 소자에 옮기고, 그것을 목 뒤의 LAN 단자에 꽂았다. 시키베는 아직도 안경의 각도를 고치고 있었다. "당연함다, 소장님. 그러니 2개월 전에 버려도 되겠슴까, 라고 묻지 않았슴까." "그랬었나?"
간도의 뒤를 따라 방진 블루종을 걸친 시키베가 사무소를 나섰다. "제가 청소해도 청소해도, 잡동사니를 주워오시잖슴까? 대체 왜 그런검까?" "언젠가 무슨 일에 도움이 될지 모르잖아?" 라며 ZBR 껌을 입에 넣는 간도. 뉴런의 회전에 몸이 따라가지 못해 답답하다는 듯이 발걸음이 빨라진다.
『천연과 비슷하다』 『날아다닌다』 등의 더러운 노보리 플래그가 세워진 잠자리 가게 옆을, 탐정과 조수는 리프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까마귀 같지 말임다." "내 러키 토템이지." "잘 까먹는다는 점도." "터프한 일을 하고 있으니 잊어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해." "급료, 잊으신 것 아님까?" "그래, 하지만 그 전에 옷부터야."
◆◆◆
『...즛큥즛큥즛큥즹즈즈, 즛큥즛큥즛큥즹, 아무 일도 없는데도 체온이 올라버려서 꿈만 같아-! 즛큥즛큥즛큥즹즈즈...』 평범한 하드코어 가요 테크노가 흐르는 언더 제3층의 복합 상업 시설. 두 사람은 조수다운 옷을 찾고 있었다.
"이건 어때?" 간도가 유능한 비서를 방불케 하는 레트로풍 셋업을 골랐다. 시키베는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입어는 보았으나 서로 다른 시리즈의 액션 피규어를 머리만 바꿔놓은 느낌이다. "웨-...... 소장님?" "뭐야?" "이런 일반적인 옷, 불편... 함다. 그리고 BGM도 촌스럽지 말임다......"
"어허어허, 착각하지 마. 붓다도 화낼 거다." 간도는 뒷목의 카트리지형 소자를 뽑아, 단자의 접촉 불량 개선을 시도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번 의뢰는 어퍼에서의 정보 수집이 메인이 된다. 평소의 옷으로는 몇 번이나 맙포나 경비 스모토리가 불러 세울지 모른다고."
확실히 간도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간도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햇볕을 쬐지 못하는 언더 가이온 출신이다. 언더에서 태어난 마케구미는 하나같이 건강하지 못한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윤기가 흐르는 어퍼 사람들과는 겉모습부터 확연하게 다르다. 거기에 더해 시키베처럼 꾀죄죄한 낡은 옷을 입고 있다면 일부 시설에는 들어가지도 못할 것이다.
"웨-, 그렇슴다, 업무니 말임다." 시키베는 납득한 듯, 어딘가 언짢은 것 같은 태도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제 센스로 골라도 되겠슴까?" "그래." 간도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벼운 편두통이 일어났다. ...확실히 나는 보호자도 아니고 센스도 낡았지. 뉴 제네레이션에게 참견이 지나쳤나?
◆◆◆
오후 3시. 시끌벅적한 어퍼 가이온 대로를 더스터 코트 차림의 탐정이 걷고 있었다. 옆에는 탐정 조수를 방불케 하는 복장의 시키베. 검은 바지에 멜빵, 하얀 와이셔츠. 군데군데에 소극적인 펑크 요소가 섞여있다. 뿔테 안경은 기울어진 채였다. "몸선이 보이는 편이 훨씬 낫군." "그렇슴까?" 그 가슴은 표준적이었다.
"우선 어디로?" 시키베가 약간 발랄한 말투로 질문했다. 옷 때문인지, 어퍼의 공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동행할 수 있는 것에 기뻐하고 있는 것인지. "라이브러리다." 간도는 소자 카트리지에서 뇌 안으로 흘러드는 데이터와 ZBR 껌을 음미하며 시의 종합 정보 집적 시설로 향했다.
"인력거 같은 건 쓰지 않는 검까?" 대로를 걷던 시키베는 벌써 숨이 차오른 모양이었다. "정보는 거리에도 굴러다니고 있어." 간도는 쓰레기통에서 신문지를 끄집어 냈다가 팽개치고, 관광객과 어퍼 주민들의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익숙한 약장수에게 만엔권을 건넸다.
ㅡㅡㅡ "신출귀몰, 정체불명, 화려한 수법...... 카툰이어도 질려버릴 정도로 전형적인 괴도라고 할 수 있는 놈이군. 시대착오가 엄청나구만." 츠키누케 라이브러리의 어두운 열람실, 간도는 LAN 직결로 다양한 합법 정보 및 비합법 정보에 액세스, 시키베는 각 신문사의 연감을 살펴 스즈키 키요시 관련 기사들을 복사했다.
ㅡㅡㅡ "범죄에 사용한 가젯을 쭉 기록해." "웨-...... 드릴, 수면 가스, 슈퍼카, 무선 LAN 재밍 장치......" ㅡㅡㅡ "피해를 입은 녀석들이 어디의 메가코퍼레이션 계열인지 조사하자. 카치구미 명감 데이터의 디스크를." "빌려왔슴다." "손을 뗄 수 없는 상태라, 오른쪽 단자에 꽂아줘." ㅡㅡㅡ
ㅡㅡㅡ"괜찮슴까, 이거?" 지하 정보 집적실 앞에서 시키베는 건네받은 위조 ID를 UNIX 슬롯에 꽂고, 시큐리티 프로그램 대신에 작동하고 있는 전자 탱크 게임을 조작한다. "앞으로 3분이야." 시큐리티 장벽을 넘은 겐도로부터 IRC 메시지가 도착했다. "격파당하지 마." ㅡㅡㅡ
ㅡㅡㅡ"아-, 격파당했슴다만." "컨티뉴 해. 심심풀이야. 해킹에는 지장 없어." ㅡㅡㅡ "고급 오이란 하우스에 가자, 2시간 후에 스시바 『어른』이야." "일할 마음이 생긴 것 아니었슴까?" "최고의 정보 제공 소스야." "아-, 그러니 경비로 가겠다는 검까?" "내가 말하지 않았나?" ㅡㅡㅡ
ㅡㅡㅡ 달빛 아래, 툇마루에서 키나가시를 걸치고 하얀 모래 바다에 떠 있는 멋진 코케시(목각인형) 등롱을 보면서 ZBR 담뱃대를 빠는 간도. 등을 맞대고 오코토(거문고)를 퉁기는, 단아하고도 지성이 느껴지는 하이 오이란. "위험하와요." "늘 있는 일이야." "...3인조로 놀러오는 명문가 자제분들의..." "...스즈키 키요시인..." ㅡㅡㅡ
ㅡㅡㅡ 상급 스시바 『어른』. 손님들은 검은 노렌(포렴)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로의 신상은 캐지 않는다. 카라오케 스테이지에는 『어른』이라는 문자가 빛나며 반짝이가 칠해진 벽에 난반사를 일으킨다. "체온이 올라와서 말이야-!!" 시키베는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굴욕감에 떨면서 가요 테크노를 불렀다. 리얼 야쿠자가 간도에게 메모를 건넨다. ㅡㅡㅡ
ㅡㅡㅡ "......동류이니 말이지." "내가? 난 탐정이라고." "야쿠자는 인류가 남긴 진(gene)이자 미미(meme)로, 언젠가 문명에 대파국이 찾아왔을 때 포스트 카타스트로피 뒤에 야쿠자의 폭력이 인류를 이끌게 된다. 그 떄문에 나는 계속 리얼 야쿠자로 있는 거다." "멸종위기종이라는 뜻인가? 난 선민사상은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ㅡㅡㅡ
ㅡㅡㅡ 지직지직지직 "하악-! 하악-! 나는 유능한 요짐보다! 스모토리다! 마잇타까(항복하겠느냐)!" 로마의 백인대장을 방불케 하는 평행 모히칸 스타일의 덩치 큰 남자가 등의 덕트에서 압축 공기를 배출하며 입에서는 침을 뱉었다. 바닥에 엎드려 쓰러진 간도를 향해. 지직지직지직 "소장님-!" 소리치는 시키베! ㅡㅡㅡ REBOOT
ㅡㅡㅡ 지직지직지직 "이얏-!" 간도의 오른쪽 정권 찌르기가 스모토리 요짐보의 안면에 꽂힌다! 게다가 그 손에는 살인 흉기 49 매그넘이 쥐어져 있는 것이다! "우옷-!" 등 뒤에서 곤봉을 든 다른 모히칸이 덤벼든다! BLAM! 사격 반동을 실어 등쪽을로 고속 팔꿈치 타격! "끄악-!" ㅡㅡㅡ
ㅡㅡㅡ 지직지직지직. 기억이 조금 안정되었다. 차분해지는 레코드 소리. 따스하게 흔들리는 전자 본보리 램프의 간접 조명. "탐정 따위 지긋지긋하지?" "아득히 좋슴다." 시키베는 졸린 눈을 비비며 UNIX 키를 두드렸다. 간도는 부은 얼굴을 식히며 추리 책상에서 무수한 단서들과 마주했다. ㅡㅡㅡ
ㅡㅡㅡ "아직 UNIX야?" "아-, 조금만 더...... 괜찮슴까? 잊어버리기 전에......." 시키베는 사무소의 구석에 있는 간도의 먼 등을 바라보면서 야스이 사의 커피를 꿀꺽 삼켰다. "채용 기간은 뭐라해도 3개월이야. 연장은 없어." "알고 있슴다......" 시키베가 하품했다. ㅡㅡㅡ
"보너스도 줄게. 그걸로 좀 더 나은 일을 찾아 봐." "......소장니임, 그러고 보니 앙꼬, 끊은검까?......" "그래." "......무슨 일 있었슴까?" "나도 조금은 제대로 일을 할 거야. 최소한 크루제 소장이 있던 시절 정도로는." "......후함-, 오늘도 자도...... 되겠슴까?" "그래, 난 안 잘거다."
오래된 의료용 파이프 베드가 미세하게 삐걱인다. 간도의 거대한 몸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듯. 놀라울 정도로 따듯하고,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둥지 같은. "소장님......?" "어서 자기나 해." "소장님께 있어서, 탐정이란 어떤 일임까?" "나는 이 일 밖에 못해. 최악이면서도 최고의 일이지."
"아-...... 요전에...... 결국 못들었슴다만...... 어째서 탐정 일을 하자고, 생각하신검까......?" 시키베가 물었다. 간도는 말을 얼버무리려 했지만 시키베가 물고 늘어졌다. "그...... 내가 꼬맹이었던 시절 이야기야. 최하층에서도 최악의 장소에서 자랐지. 웃음도 오락도 없는 세계에서, 불안함밖에 없던 세계에서 작은 쓰레기를 주웠어."
간도는 ZBR이 돌아 추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꾸밈도, 나이에 걸맞는 쑥쓰러움도 없이 시키베에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게 하면 잘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수에 범벅이 되어 엉망진창이 된 것을 말린 카툰 낱장이야. 레트로한 탐정물이었지. 그것만이 내 희망이었어. 그것만이 내 미소였어."
시키베는 대답하지 않았다. 간도는 다시 머리를 긁으며 추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즈키 키요시의 꼬리가, 1억엔짜리 꼬리가 바로 이 앞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에 만족한 것 같은 카와이이한 숨소리가 침대에서 들려왔다. 사츠바츠한 간도의 생애 중, 가장 부드럽고도 따뜻한 아트모스피어였다.
3
2주 뒤. 간도와 시키베는 여전히 괴도 스즈키 키요시의 정체를 계속 쫓고 있었다. 늘어나는 경비와 체납 요금 징수로 인해 탐정 사무소의 예금 잔고는 계속 줄어만 간다. 어떻게든 키요시를 잡아서 1억엔을 손에 넣어야 해. 간도는 『밀화부리』 『탐정』 『불여귀』라는 쇼도(서도)가 붙은 벽을 마주 보고, 오늘도 책상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전화가 울린다. 시키베는 어젯밤 야타이(포장마차)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아직도 잠들어 있었다. 간도가 받는다. 수수께끼의 의뢰인이다. Zooom...... 또 그 섬뜩한, 찢어지는 플랜저 전자 음성이 들려온다. 자신이 우주의 진리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차가운 위압감을 내뿜는 목소리. "도-모." "도-모." "상황은 어떤가?" "나쁘지 않아."
간도는 담배를 피우며 조사와 추리 경위를 보고했다. ......스즈키 키요시의 정체는 아마도 카치구미 기업 코케시 사의 놀기 좋아하는 도련님이다. 비슷한 지위인 젊은이 두 명과 짜고 유쾌범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리 증거를 모아도 현행법으로 잡지 못하는 한 돈과 지위의 힘으로 무마되리라.
"......그러면 다음 범행은?" "모레, 비와호 크루즈선 『그랜드 오모시로이(재미있다)』에서 재계의 거물들을 불러놓고 네오 사이타마 계열 메가코퍼레이션 각사가 주최하는 대규모 비즈니스 쇼가 벌어져. 곁다리로 기업이 소장한 골동 미술품도 여럿 전시될 거야. 나는 거기에 스즈키 키요시가 나타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어."
"역시 크루제 켄 소장의 직제자. 흥미로운 추리군. 자네는 그곳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려는 스즈키 키요시를 붙잡겠다는 건가. ......내 쪽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추가로 300만의 경비." 캬방-! 예금 계좌가 다시 윤택해진다. "......이 이상의 경비는 없네. 나는 자네의 스시 패트론(후원자)이 아니야."
"올 라잇. 프로로서 필요경비는 최소한으로 하겠어." 간도는 추리 책상에 지저분하게 메모한 내용 중 『ZBR 1리터』에 가로줄을 그어 지웠다. "나머지는 내가 점찍은 3명 중에 누가 승선할지 말지를 알기 위해서 쇼의 초대 손님 리스트...... 그리고 쇼 당일의 승선 티켓이 2장 필요해. 무리라면 우리 쪽에서."
"그 둘을 조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걸세, 내 지위를 이용하면. 오늘 중으로 보내도록 하지. 덧붙여 자네가 이 일을 달성한 뒤." 전자 이펙트 음성에 피치 변동이 증폭된다. "자네와의 컨택트를 끊겠네. 내 정체를 캐내려고 하지는 말도록." "그래, 그런 제약은 다반 인시던트야." 간도가 웃었다.
"행운을 빌지. 카라다니키오츠케테네......." 섬뜩한 여운을 남기고 음성은 거기서 끊어졌다. 그 그윽한 단어 사용으로 보아도 의뢰인의 높은 지위는 명백하다. 정체는 코케시 사의 실추를 노리는 대립중인 메가코퍼레이션 중역인가, 어딘가의 펀드의 사람인가, 혹은 정말로, 개인적 복수를 이루려고 하는, 지위가 높은 공인인가.......
"캐고 다니기 좋아하는 개는 경봉으로 두드려 맞는다, 라지." 간도는 헤이안 시대의 철학자, 미야모토 마사시의 유명한 코토와자를 중얼거렸다. 사립탐정에게 있어서 중요한 경구이기도 하다. 침대에서 하품하는 조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달력을 보았다. 오늘은 부츠메츠(불멸일) 배드럭이다. 하루 종일 사무소에 틀어박혀서 총기를 가다듬기로 할까.
가끔은 조수에게 커피라도 내려줄까. 놀란 표정이 보고 싶군. 간도는 작은 냉장고로 가서 한 달 전에 개봉한,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케모밀크 보틀을 꺼냈다. 나는 1억 의뢰 떄문에 지나치게 시리어스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오히려 시키베가 온 뒤로 얼간이가 된 것은 아닌가? 간도는 종종 자문자답을 한다.
스승 크루제 켄의 가르침이 뇌리를 스쳤다...... "어느 날 붓다는 사도들을 모아, 악어로 가득한 연꽃이 핀 연못 위에 외줄을 걸어두고 그곳을 건너라고 사도들에게 명령했다. 첫 번째 사도는 아예 흔들림 없이 건너려다가 어이없이 연못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사도는 봉을 들고 좌우로 흔들리며 걸음으로서 훌륭히 연못을 건넜다."
이 젠을 방불케 하는 고사는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크루제는 이 고사를 통해 유연성과 평정심의 중요성을 말했다. 지나치게 시리어스해져서 오른쪽으로 너무 쏠려도 안되고, 지나치게 릴랙스해서 왼쪽으로 너무 쏠려도 안되고, 그러면서도 작은 쏠림까지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밧줄을 건너지 못하는 거다, 라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오른쪽으로 굴러 떨어졌지만.
"난 괜찮아." 간도는 브레드를 녹슨 토스터에 넣으며 혼잣말했다. 커피를 따를까 하던 차에 전화가 또 울린다. 시키베는 완전히 깨어나 상체를 일으켰다. "네, 여기는 간도 탐정...... 아아, 무타기=상인가. 어때, 요즘 상태는...... 어어? 가출? 따님이?"
"집은...... 8계층이었나? 야바이하군, 이건......" 간도가 메모를 갈겨 쓴다. 마음이 조급한 까마귀처럼 이제 막 일어난 시키베와 예금 잔고, 중점 빨간 원이 표시된 달력을 차례로 살폈다. 거의 의뢰비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모레의 계획을 세울 시간을 빼앗긴다. 잠시 생각. "......지금 바로 가지."
걸으면서 코트를 걸치는 간도. "아-...... 의뢰임까? 최근에는 전부 거절하지 않았슴까?" "단골 손님에게 약간, 트러블이 있거든." "모레 준비는 괜찮슴까?" "뭐, 그렇지. 그 우주인 녀석이 수고를 덜어준다는군." "전화가 왔었군요." "그래, 화성인 흉내를 시켰지." "웨-"
"시키베=상, 사무실 잘 보고 있어." "아-, 소장, 괜찮슴까? 같이 가고 싶슴다만." 간도가 내던져진 밧줄에 붙들린 소처럼, 가다가 크게 돌아 뒤를 돌아보았다. "......뭐, 괜찮으려나. 여자의 감도 도움이 되겠지. 우선 슬랙스로 입고, 5분 안에 준비해." "아-......" "대답은 NO인가?" "하이 요로콘데-"
◆◆◆
이틀 뒤!
까맣게 탄 토스트와 식은 커피를 남겨두고,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비와호로 향하고 있었다. 가출 사건은 해결했지만 그랜드 오모시로이 출항 시간이 가깝다. "그러니 그렇게나 말했지 말임다!" 난리를 피우며 화장 상태를 살피는 시키베. "지금 데이터를 확인 중이야, 푸념이라면 나중으로 부탁하지." 목 뒤의 단자를 찌르는 간도.
"좀 더 빨리 가줘." 간도는 의뢰인에게서 제공받은 정보를 뇌 속에 다운로드하며 운전 기사에게 부탁했다. 무수한 전자 본보리 램프로 라이트 업된 거대 크루즈선이 저 너머로 보인다. "불법 속도에 아슬아슬할 정도로 말이야." "...아-, 아직 잠이 안깸다만, ZBR를 하는 건 어떨까요?" "ZBR는 그만둬."
부오-옹. 부오-옹. 허무승이 부는 호른을 방불케 하는 소리가 항구에 울려퍼진다. 간도는 검은 턱시도에 사이버 선글라스. 49 매그넘을 반입할 여유는 없다. 조수는 비스듬히 기울어진, 늘 쓰는 검은 뿔테 안경에 카지노 딜러를 방불케 하는 복장. 두 사람은 마키모노 스크롤을 경비원에게 건네고 아슬아슬하게 배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랜드 오모시로이의 위용은 마치 사이버 오이란 항공모함이었다. 하나의 마을인 것이다. 갑판에는 흙이 깔리고 해자가 파여있다. 중앙에는 높이 수십 미터, ㄷ자 모양의 유곽을 방불케 하는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무수한 본보리 램프의 등불. 그 뒤에는 안테나로 덮인 장엄한 거대 토리이. 붓다! 모든 것이 정연하면서도 그윽하다!
배에 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훌륭한 버드나무가 늘어선 정원. 아름다운 일본의 전통미를 느끼게 하는 나긋나긋한 오이란이 같은 간격으로 서서, 스시가 담긴 흑칠된 오봉(접시)을 들고 미소짓는다. "이거 굉장하군요!" "가슴을 주무르고파!" "자네, 여기는 네오 사이타마가 아니라고!" 교토 뉴비들이 본색을 드러낸다.
스시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간도와 시키베는 해자에 걸쳐져 있는 다리를 건너 유곽을 방불케 하는 건물 안 이벤트 홀로 서둘러 이동했다. "이 건물은 거대한 호텔이야." 간도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작은 소리로 설명했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생각한, 즉흥적인 작전이다. "타겟의 방은 알고 있어. 몰래 들어가 정보를 파악하자."
"웨-...... 안에 상대가 있으면 어떻게 함까?" "굿 포인트!" 간도가 유능한 조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빈틈이 없군. 우선 타겟이 객실 밖에 있는 것을 확인하자. 차에서 보여준 사진을 떠올려. 지금은 마침 이벤트 홀에서 요로시상 제약과 오무라 중공업의 하이테크 쇼가 개최되고 있어."
어쿠스틱한 아악이 울려 퍼지는 정원을, 탐정과 조수는 빠른 걸음으로 넘어간다. "하이테크 쇼에 놈들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아냄까?" "놈들의 지금까지의 수법을 생각해봐. 항상 하이테크를 구사했지. 그러니 쇼를 보고 있음에 틀림없어. 아레나석을 따라 걸으며 그 3명 중 누군가 있지 않은지 찾아보는거야."
이벤트 홀은 눈앞이다. 관객석에서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와 네오 사이타마스러운 천박한 안내방송 음성이 들려왔다. "아-...... 하지만 그건...... 웨-...... 없으면 어떻게 함까?" 시키베가 물었다. "다음 수단을 생각한다." 간도는 ZBR 껌을 씹으며 대답했다. "어쩔 수 없잖아, 시간이 없었다고."
"그녀는 불행한 사고로 팔다리를 잃었지만, 보십시오!" 연극하는 것만 같은 몸짓인 프레젠터의 목소리. 스테이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웃는 얼굴을 한 아름다운 오이란이 나타나서 등을 드러냈다. 하얀 목덜미에 4개의 LAN 단자, 거기에서 척수로 케이블들이 뻗어있다. "저희 회사의 사이버네틱스 의수, 의족의 힘입니다!"
간도와 시키베는 둘로 갈라져서 객석을 따라 걸었다. 스테이지 위의 오이란은 기모노로 다시 등을 가리고, 어딘가 공허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그윽한 자세로 정면에서 예를 표했다. 관객석에서 작은 박수가 나온다. 하지만 가장 앞줄에 미리 투입시켜둔 것으로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 "하지만 이 기술은 반년 전 쇼에서도 봤는데요?"
"실, 로, 그, 말, 대로입니다!" 프레젠터가 요란한 말투로 대답했다. 손에 든 버튼을 누르자 오이란에게 쏟아지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다.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마침내 고성능 오이란드로이드 개발에 성공한 것입니다! 게다가 여기에 아이돌이라는 익스플로이테이션* 요소를 중점!"
*Exploitation으로 추정. 본래는 '착취'라는 의미지만 여기에서는 Exploitation flim에서 파생된 의미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 단어는 이미 인기있던 요소를 가지고 우려내서 만든 영화들을 말한다. 아이돌이라는 전통적으로 인기있던 요소를 도입했다는 의미의 대사로 보인다.
속이 뒤집히는 프레젠테이션이군, 인간을 뭐라 생각하는 거냐, 라고 생각하면서 간도는 어두운 아레나석을 수색했다. 다행히 관객들은 현재 프레젠테이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대의 전환점을 목격이라도 하듯, 조용한 열광이 홀 안을 지배하고 있다. 이미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경박하고도 성적인 사이버 테크노가 홀 안에 흐르기 시작한다. "소개하겠습니다! 네코네코 카와이이(고양이고양이 귀여워어)입니다!" 프레젠터가 소리친다. 스테이지의 양옆에서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는...... 아니, 인간 이상으로 완벽하게 카와이이한 몸짓이 프로그래밍된 2대의 오이란드로이드가 기운차게 달려나온다! 우레와 같은 박수!
어둠 속, 고개를 숙이고 퇴장해 가는 의수 오이란을 잠시 보며 간도는 갈 곳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스모토리도, 야쿠자도, 오이란까지 모조품이군. 다음은 뭐지? 탐정인가? 우리도 드디어 멸종하는 건가? 메가코퍼레이션 놈들, 신나서 우쭐대기는)))......문득 눈을 돌리자, 발견 사인을 보내고 있는 시키베!
네코네코 카와이이가 구체관절 기술을 활용하여 완벽한 W자 다리 벌리기 점프를 펼친다! 터져 나오는 함성! "스고이!" "스고이스기루!" "카와이이!" 멈추지 않는 박수! "저희 회사의 사이버네틱스와 피그말리온 코시모토 형제 컴퍼니의 인공지능이......" 승리를 뽐내는 듯한 프레젠터의 목소리를 등에 업고 출구로 향하는 2명.
"있었나?" 라는 간도. "소장님의 추리대로 타겟 3명이 다 있었고, 사이좋게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있었슴다." 긴장감 때문인지 시키베도 여느 때보다 빠릿빠릿한 말투였다. "붓다! 잘했어. ZBR 효과가 도는군." 2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오가닉 다다미 냄새가 그들을 맞이한다.
뉴런 안에 와이어 프레임식 겨냥도와 스태프 순찰 시간표를 전개한 간도가, 어두운 무인 스태프 룸으로 들어가서 대형 후톤 이불 캐리어와 술병을 챙기고 마츠(소나무) 1203호실로 향한다.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은 교대로 나비넥타이를 스태프용으로 교체하고, 승무원 배지를 달았다.
다행히 승객 대부분은 하이테크 쇼에 참석하고 있는 듯했다. 간도는 마츠 1203호실 조금 앞에 캐리어를 세워두고, 술병 뚜껑을 열어 바닥에 내던져 산산조각냈다. 후톤 이불 뒤에 숨은채 웅크린 시키베가 금속으로 된 LAN 단자 뚜껑을 드라이버로 억지로 열어서 간도의 케이블을 직결.
예상 이상으로 수비가 튼튼하다. 간도는 가슴에서 놋쇠 플라스크를 꺼내 ZBR 위스키를 홀짝이며 약간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곧 5분이 경과한다. 편두통. 마침내 무거운 물리 자물쇠가 3번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리는 하지 마, IRC로 연락하마." 라는 간도. 시키베가 끄덕이며 후스마 도어를 열고 홀로 방으로 잠입.
아름다운 비욘보(병풍)으로 구획이 나뉜 20첩짜리 우아한 다다미방에는 사치의 끝을 보여주는 가구들이 즐비했다. 반쯤 열린 장지문 너머에는 대형 토리이가 조명을 받고 있는 비와호의 야경과 교토 산맥에 비춰지는 거대한 한자. 『불빛』 시키베가 휴대 IRC로 간도에게 전달했다. 『1분만 기다려』
잠시 뒤 간도가 실내 해킹 지배도를 강화했다. 전자 본보리 램프가 켜지고 아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음악은 바로 끄지』라는 간도. 시키베는 머리를 긁적이며 타겟이 스즈키 키요시 일당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를 찾았다. 『대형 슈트 케이스가 3개, 열리지 않슴다』 『그 밖에는 뭔가 없나?』 『장롱』 『너무 안이하군』
시키베는 챠부 위에 놓인 장식물들을 한쪽 끝에서 뒤집어 무언가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확인했다. 『위험해, 놈들이 온다』 간도의 긴급 IRC. 『30미터 앞 모퉁이를 돌아서 다가오고 있어』 『탈출 시간은?』 『이미 늦었어, 숨어』 『어디에 숨으면 됨까?』 『챠부 밑이나 장롱이야』
나무삼! 시키베는 잠시 망설인 뒤, 오부츠단(불단) 형태 대형 의상 장롱을 열어 안으로 뛰어들었다. 물리 자물쇠가 다시 잠기고, 전기가 꺼진다. 간도가 해킹을 일시 해제한 것이다. 운반하던 후톤 이불과 술병을 쏟은 무능한 호텔 스태프인 척을 하는 간도. 타겟 3명은 작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실제 스고스기루로군! 네코네코 카와이이는!" 3인조의 리더격인 코케시 소이치가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계획 변경입니까?" "혹시 오늘 밤, 중앙 정원 라이브 스테이지에서 네코네코 카와이이를 훔친다든가?" 영 카치구미 2명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장롱 속에 숨은 시키베가 숨을 삼킨다.
"아니, 계획 중점이다." 라며 목소리를 낮추는 코케시. 뒷짐을 지며 실내 아악 BGM 볼륨을 올린다. "금욕적이지 않아서야 괴도라 할 수 없지. 자아, 서두르자. 조종기는 어떻지?" "괜찮습니다." "스모크는?" "빈틈없죠." "좋아, 그러면 내 슈트 케이스는...... 이런 곳에...... 뒀었나?"
(((웨-))) 시키베는 장롱 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아까 열기를 시도했을 때 배치 방식을 바꿔버렸을지도 모른다. 평소의 덜렁대는 성격이 화근이 된걸까. "기분 탓인 것 아닐까요?" "이제 계획 시간이라구요?" 라는 떨거지 2명. "......" 코케시 소이치는 눈썹을 찡그리며 장롱을 열었다!
아부나이(위험해)! 시키베가 숨어있는 쪽과 반대쪽 문이 열렸다! 코케시 소이치의 윤기가 흐르는 손이 붙잡는 것은, 옷걸이에 걸려 주름이 펴져있는 레트로풍 괴도 망토와 하프 베네치아 마스크를 방불케 하는 형태의 한냐 오멘(가면)! 나무아미타불! 그야말로 괴도 스즈키 키요시의 심볼 아닌가!
장롱이 닫힌다! 한숨을 쉬는 시키베! "어째 수상쩍은 냄새가 나는군......" 코케시가 중얼거렸다. "누군가 정체를 눈치챈 걸까요?" 라는 떨거지. "슬슬 들킬 때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른 한쪽이 챠부 아래를 살핀다. "......아직이야. 좀 더 하겠어. 파고드는 놈이 있다면 비와호에 가라앉혀주지. 흔적도 없이 묻어서 없애버리겠어." 라는 코케시.
3명은 대형 슈트 케이스를 끌며 방을 나섰다. 모퉁이를 돌아 엘리베이터에 탔을 쯤임을 가늠하고 간도가 다시 방 앞으로 뛰어 돌아와서 LAN 직결을 재개했다. 여차하면 모든 것을 수포로 만드는 한이 있어도 쳐들어갈 생각이었지만...... 긴급 사태 IRC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불안은 커져간다. 자물쇠가 열린다.
『이제 괜찮아』 IRC 메시지를 날린다. 시키베가 굳은 표정으로 방에서 달려 나왔다. 어둠 속에 떠 있는 간도의 크고 네모난 실루엣을 보면 시키베는 언제나 10년 전의 그 날을 떠올린다. "틀림없슴다, 저놈들, 스즈키 키요시임다." 걸으면서 할 말을 생각한다.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이."
"뭘 그리 화가 났어? 시키베=상." "다급하단 말임다! 범행 시간이 가까우니!" 간도는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조수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화가 나 있잖아, 조금 진정해, 심호흡 하고." "웨-......" 시키베가 그 말에 따랐다.
"시간은 정말 괜찮슴까?" "그래, 괜찮아." 간도가 스스로에게도 그리 들려주듯 말했다. "아-...... 저도 잘은 모르겠슴다만...... 어쩐지, 이 배에 탄 뒤로 짜증나는 일 뿐이라...... 소장님이나 저 같은 사람은 매일 죽겠다 싶은 기분으로, 수사하고, 여자아이를 돕느라 위험한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스즈키 키요시는 돈이 있는데 취미로 괴도를 하고 있지 않슴까? 진짜 왜, 언더 사람들만이 나쁜 일을 겪어야 하는 검까? 어제 그 여자아이, 수사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지 말임다? 아까 그 오이란도 불쌍하지 않슴까, 그런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박수를 치다니 영문을 모를 일 아님까?"
"하지만 역시 가장 짜증나는 것은, 취미를 즐기고 있는 스즈키 키요시임다." 시키베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간도도 놀랄 정도로. "파고드는 놈을 비와호에 가라앉힌다느니, 묻어버리겠다느니, 즉 제 얘기 아님까? 10년 전에 소장님께 도움을 받아서 정말, 얼간이지만 필사적으로 살아왔는데? 그런데, 그렇게 잘난척하며, 없애겠다니요?"
간도는 10년 전처럼 몸을 웅크리고 오열하는 그녀를 안았다. 시키베는 이제 한계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체험하고 말았다. 더 깊이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쏠려서 떨어질 것이다. 두껍고 울퉁불퉁한 간도의 어깨를 느끼며 시키베는 놀랐다. 그리고 잠시 평정을 되찾았다. "최고의 조수군." 간도가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마침표를 찍겠어. 라운지나 뭐 그런데서 먼저 축배라도 들고 있어. 정체를 알아냈다는 것만 해도 킨보시 오오키이(공적이 크다)야." 간도가 말했다. 시키베가 콧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 추리 시간이군." 간도가 몸을 일으킨다. "단서가 필요해." 시키베가 끄덕였다. "......조종기와... 스모크..."
4
비와호 크루즈선, 그랜드 오모시로이. 유곽을 방불케 하는 호텔의 카본 기와 지붕 위에 턱시도를 입은 대장부...... 사립탐정 타카기 간도가, 달빛과 희미한 붉은 유도등 불빛을 받으며 쌍안경으로 중앙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에 자리잡은 수십 마리의 까마귀는 신기하다는 듯이 간도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 시키베의 모습은 없었다. 미숙한 그녀를 이 자리에 데려오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전 전의 정적. 비와호의 바람이 몰아친다. 호수 수면에서 조용히 위아래로 흔들리기를 반복하는 거대 토리이의 조명색이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변했다. 저편에 우뚝 솟은 교토 산맥의 산기슭에서는 『무상』이라는 글자가 켜져 있었다.
간도는 지난 며칠간의 일을 곱씹었다. 보대 구체적으로는 시키베 타카코에 대해서. 3개월이라는 한시적 고용은 내일로 끝난다. 그 뒤에 어떻게 해야할까. 당초의 예정대로 3개월의 급료에 보너스를 붙여서 주고, 그녀에게 어울리는 멀쩡한 세계로 내보낼 것인가. 혹은...... 정식으로 조수로 맞이할 것인가.
크루제가 죽은 뒤, 버려진 중장비를 방불케 하듯 계속 녹만 슬고 있었던 간도. 최근 3개월을 통해 기름이 뿌려져서, 어색하게나마 재기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황금 시대에 비하면 그의 육체나 뉴런은 광채를 잃었다. 거기에 시키베의 미숙한 감정의 폭발이, 자그마한 불씨를 가져다 주었다. 용광로에 불이 붙고, 그의 무거운 엉덩이를 걷어차올린 것이다.
물론 이렇게 계속 생각하면서도 경계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ZBR로 고양된 뉴런이, 자신의 연산 능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키베를 어떻게 해야할지 그 답을 계속 밀어왔음을 간도는 자기성찰을 하는 동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녹이 슬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에 망설임과 나약함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든, 떠나보내든 시키베에게 가르쳐 줘야만 하는 것이 있다. 이 사건의 의뢰인도, 결국은 스즈키 키요시와 같은 부류의 인간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돈이 없었다면 사무소는 도산했을 것이고, 얼마 전의 소녀...... 제2의 시키베 또한 구할 수 없었다. 부조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말법의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터프해야만 한다.
동시에 그 미숙하고도 작은 불씨를 잊어서도 안된다. 간도 탐정 사무소의 간판에 내걸린, 간도*(원문 역주 : 헤이안 시대의 휴대용 등불)를 쥔 세 발 달린 까마귀에 그는 그런 마음을 담았을 터였다. 꼬맹이 시절에 품은, 그 태양 같은 불을. 어느샌가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시키베 타카코가 가지고 돌아와 주었다.
*龕灯를 말한다. 초롱의 하나로, 구리나 생철로 종 모양의 울을 만들어 속의 촛대가 자유롭게 회전하도록 되어 있고 반사경이 갖추어져 있어 앞만 비추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이쿠, 여기까지군. 까악까악 까마귀들이 울기 시작했다. 중앙 정원에서 팬시한 일곱 가지 색깔 조명이 빛나고, 중저음이 들어간 카와이이 테크노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붓다, 기분은 어떻지?" 간도는 생각을 멈추고 모든 신경을 중앙 정원에 집중했다. 특설 스테이지에서 네코네코 카와이이의 야외 라이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곰방와-!" "교토! 곰방와-!" 스모크 기둥이 솟고, 야외 스테이지에 두 오이란드로이드가 나타났다. BPM133의 카와이이 테크노에 맞춰서 놀라울 정도의 인간미로 댄스. 그리고 다리를 W자로 벌리며 네코네코 카와이이 점프를 구사했다. "스고이!" "스고스기루!" 관객은 박수갈채!
중앙 정원에 만들어진 특설 스테이지는 호화찬란하여, 오무라 그룹이 얼마나 공을 들였나 느끼게 했다. 뒤에 펼쳐둔 대형 비욘보(병풍)는 전설의 우키요에이스트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작품으로 시가 수천억. 중앙에는 국보급 아티팩트인 도쿠가와 에드의 무사 갑주. 경제로도 동쪽이 다시 서쪽을 정벌한다는 은유를 담고 있는 것인가.
"요즘 여성과 잘 지내지 못하겠어~" "그런 증상은 없으신가요?" "병일지도 몰라요!" 네코네코 카와이이가 사이버 스텝을 밟으며 MC 퍼포먼스. "약을 먹어야 해?" "아뇨! 오무라 메디테크 사의 오이란드로이드가 해결해드립니다!" ""일부 의료보험 적용 얏따-!""
"이거 스고이하군, 자네." 일본옷을 입고 오른쪽 눈을 사이버네틱스 아이로 바꾼 노인이 부채로 입을 가리며 미인 비서에게 귀띔했다. "당장 네오 사이타마 주식시장에 액세스해서 오무라 메디테크의 주식을 사게! 있는 힘껏!" 그는 경제계 거물 중 한 명이다. 교토에서 네오 사이타마로 대량의 돈이 흘러들기 시작한다!
관객을 부추기듯 BMP는 상승하고, 극채색 테크노빔과 LED 카타카나가 비욘보를 물들인다. 조용한 광기의 열기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그랜드 오모시로이. 이를 지켜보던 오무라의 사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젠테이션은 대성공이다. "......어라?" 그러나 1명이 이상 상황을 깨닫는다. "스모크가...... 지나치게 많이 나와."
그가 지적한 대로, 스테이지에 뿜어져 나오는 스모크의 양이 이상하다. 리허설 때의 10배는 되는 양이다. 애초에 스모크의 짙기가 다르다. 이래서야 그야말로 연막 수류탄을 방불케 한다! "타임 이즈 머니! 빨리 어떻게든 해라! 무대가 엉망이 된다고!" "앗하이! 요로콘데-!" 기술자가 스테이지로 달려간다!
"아이에에에!" 다가간 오무라 기술자가 비명을 지른다! 더욱 맹렬한 연막이 스테이지 위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측면에서 동시에 분출된 것이다! 블리자드에 삼켜진 것처럼 눈앞이 새하얗게 된다! 이크, 테러인가? 관객들도 이상함을 눈치채고 도망치려 하지만 하얀 연막은 사정없이 그들도 삼켰다!
타타타타타타타타! 프로펠러 소리가 접근. 배에 탑재된 탈출용 중형 헬기 중 한 대다. "뭐야, 저건?" "조종석에는 아무도 없어! 무인이다! 아이에에에에에!" 경비원들은 손전등과 짓테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후훗, 원격 조종이지." 호텔 중계층 전망석에는 한 젊은이가 조종기를 들고 있었다.
헬기는 특설 스테이지 바로 위로 이동해서 강화 카본으로 만든 밧줄 사다리를 투하했다. 그 끝을 쥐고 있는 것은, 한냐 오멘과 검은 망토를 착용한 괴도 스즈키 키요시! 이 무슨 레트로한 연출이란 말인가! "핫-하하하하하! 가이온의 신사숙녀 여러분, 곰방와-! 이 연기는 무해하다! 안심하시게들!"
"키요시=상이에요!" 관객석에서 새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가이온 상위 계층 여성들에게 있어 그는 지적이고 미스테리어스하며 위험한 옴므 파탈인 것이다. 코케시는 우월감에 젖어 입꼬리를 작게 치켜올렸다. 그의 사냥감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밧줄 사다리 끝에 장착된 초자력 자석이...... 무사 갑옷 쇼케이스 상단부에 달라붙는다!
"확실히 받아가마!" 스즈키 키요시의 높은 웃음 소리와 함께 헬기는 상승! "뭘 멍하니 보고 앉았나! 이디오트인가!? 쏴라! 쏴랏-!" 오무라 중역이 낯빛을 바꾸며 소리쳤다. 저 갑옷을 잃어버리고 네오 사이타마로 돌아가게 된다면 세푸쿠로도 모자라다. BLAM! BLAM! 경비원이 스즈키 키요시를 향해 발포한다!
"아이에에에에에!" 일부 여성이 참사가 일어날 것임을 느끼고 눈을 가렸다. 실금하며 졸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무아미타불! 총알은 콩알 마냥 튕겨져 나간다! "바로 이거다!" 스즈키 키요시가 망토를 나부꼈다. 그의 몸을 덮고 있던 것은 몇 개월 전에 훔친 LAN 제어형 최신 프로텍터 슈트!
이 가젯의 내막을 밝히고, 그동안 아쉬운게 남았다는 듯 천천히 상승하던 헬기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후훗, 또 한 판 이겼군. 이지 모드 게임이야." 조종기 담당이 득의양양하게 미소지었다. 스즈키 키요시 또한 멀어지는 중앙 정원과 여전히 점프하고 있는 네코네코 카와이이를 보면서 오늘 밤의 예술 범죄를 자화자찬하고 있었다.
하계의 소란과 멀리 떨어진 기와 지붕 위. 휭, 하고 쓸쓸한 비와호의 바람이 불었다. 헬기의 궤도를 예측하면서 간도는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어허어허, 닿으려나? 떨어지면 웃어나 줘, 시키베=상." 처음에는 증기기관차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점차 속도가 붙는다. "놀이는 끝이야, 도련님!"
"이이이이야아아아앗-!" 타카기 간도가 전속력으로 기와 지붕 위를 질주한다! 까마귀들이 까악까악 소리를 내며 기와 위에서 날아오른다! "아이엣!?"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스즈키 키요시! 허리에 달고 있던 오토매틱 권총을 뽑아 발포! 총알이 간도의 뺨을 스친다! 다른 한 방은 옆구리에 얕게!
(((쏘고 자빠졌군, 빌어먹을 놈이!))) 간도는 양팔을 교차하여 머리를 지키면서도 더욱 더 돌진한다! 그 기세가 줄지 않는다! 샤치호코를 박차고, 크게 도약! 헬기 측면을 노렸으나 살짝 닿지 않는다! 간신히 밧줄 사다리와 스즈키 키요시의 다리를 붙잡는다! 간도의 체중으로 진자 운동하듯 크게 흔들린다!
『상승 일단 정지!』 키요시는 곤혹스러워하면서 간도를 향해 마구 발포하며 IRC를 날린다! "소장님-!" 옥상에 갑자기 울리는 시키베의 목소리! 어째서 그녀가!? 간도는 뒤쪽을 돌아보았다.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 리볼버 총을 손에 들고 비상문 쪽에서 달려오는 시키베! "바보 녀석! 방해야!" 소리치는 간도!
간도는 자신이 바로 위에서 쏜 총격에 왼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 때려눕혀도 일어나는 경이적인 터프니스와 불법 약물로 무장한 이 사내는, 황금 시대의 카라테와 함께 좌우로 흔들리는 밧줄 사다리를 타고 올라 스즈키 키요시와 마주한 것이다. "누우우웃-!" 키요시의 권총을 붙잡는 간도!
BLAM! BLAM! 권총 쟁탈전을 벌이며 키요시가 마구잡이로 방아쇠를 당겼다. 프로텍터 슈트로 악력이 강화되어 있는 것인지, 간도와의 체격 차이를 생각하면 경이롭다해도 좋을 저항이었다. "나는 괜찮아! 오지 마, 바보 녀석!" 간도가 등 뒤를 향해 소리친다. "하이!" 시키베가 대답하며 기와 지붕에 엎드렸다!
"누우우웃-!" 간도는 어깨가 꿰뚫린 쪽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하지만 밀리고 있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손을 떼고, 주먹을 스즈키 키요시의 얼굴에 꽂는다! "이얏-!" "이얏-!" 거의 동시에 프로텍터 슈트로 강화된 스즈키 키요시의 무릎차기가 간도의 명치에 꽂혔다!
""끄악-!"" 두 사람은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더욱 진흙탕 싸움을 이어간다. 내팽개쳐진 권총이 지붕 위로 구른다. 밧줄 사다리가 크게 흔들린다. 서로의 옷을 붙잡고 끌어내리려 한다. 두 사람은 서로 뒤얽히며, 무사 갑주 케이스로 낙하! 그 충격으로 우연히 초자력 자석이 해제되었다! 나무삼!
간도는 죽음을 각오하며 필사적으로 쇼케이스에 매달렸다. 스즈키 키요시도 마찬가지다. 고우랑가! 크게 흔들리던 진자의 추는, 그대로 기와 지붕 위로 쳐박혔다! 유리가 깨지고, 튀어나오는 도쿠가와 에드의 무사 갑주! 탐정과 괴도는 정면에서 뒤얽히며 지붕에서 굴러 떨어졌다!
지붕에서 튀어나간 두 사람이 3층 아래에 솟아있는 전망석으로 낙하한다! "아이에에에에에!" 갑자기 눈앞에 떨어진 두 사람을 보고 조종기 담당은 실금했다! 간도와 스즈키 키요시는 언어의 형태를 이루지 조차 못한 언어를 서로에게 내지르며, 서로를 때리고, 얽히다, 구르고, 울타리를 부수며 더 아래로 떨어져 간다!
중앙 정원에 조성된 작은 연못으로 두 사람이 낙하했다! 화려한 물기둥! 훌륭한 잉어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승객들의 비명! 그리고...... 마른침을 삼키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축 쳐진 스즈키 키요시의 목덜미를 붙잡고서 간도가, 연못 속에서 기어 나왔다. "누구냐, 넌!?" 경비원들이 소리친다. "......사립탐정이다."
중앙 정원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지붕 위에 있던 시키베의 귀에도 들려왔다. "잘됐다...... 소장님...... 잡으셨지 말임다......!" 시키베는 샤치호코를 붙잡고 흐느끼며 중앙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깨진 유리 케이스와 도쿠가와의 갑옷, 키요시의 권총이 나뒹굴고 있었다.
간도의 질주 때문에 쫓겨났던 까마귀들이 기와 지붕으로 돌아왔다. 시키베는 잠시 샤치호코에 등을 기대고 어퍼 가이온의 야경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고, 방해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 소장님...... 이래서야...... 계속 사무소에 있게 해달라고 하는 건...... 무리임까......"
......마음 속에서 혼잣말한 직후, 시키베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손으로 막고 숨을 멈추며 샤치호코 뒤에 몸을 감췄다. 까마귀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불길한 것이 다가오는 것을 예감한 것처럼...... 소란스럽게 까악까악 울면서 날개를 펼쳤다.
이 밤, 까마귀들이 그 검은 날개로 그녀를 덮어 숨겨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간도는 관중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 경비원과 구호반도 밀치며 옥상으로 향했다. 도중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정면에서 그와 부딪혔다가, 보라색 보자기로 싸인 커다란 찬합을 들이밀었다. 엇갈리면서 그 남자는 "보수다." 라고 알렸다. 심부름꾼이리라. 간도는 1억의 무게를 느끼면서 웃는 얼굴로 옥상으로 향했다.
네 군데에 총알을 맞았음에도 간도는 웃고 있었다. 시키베가 내려오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머리 바깥으로 밀어두고, 그는 웃고 있었다. 경비원, 구호반, 카치구미 구경꾼들을 뒤에 매달고 가면서 간도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거기에서 그는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시키베 타카코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지직지직지직...... 간도의 기억에 다시 옆으로 들이치는 노이즈가 일어난다...... 간도는 그녀를 안아 올리고 무어라 외쳤다. 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는 이때의 음성은 이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유탄인가? 설마? 갑자기 온몸에서 핏기가 가신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인다. 구호반이 2명을 헬기에 실었다.
◆◆◆
"......! -악! 하악-!" 간도는 악몽에서 깨어나듯 의료용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탐정 사무소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살풍경했다. 어쩐지 싫은 느낌의, 새하얀 방이었다. 레코드 소리도 없고 고소한 토스트 냄새도 없다. 파이프 침대는 크림색으로 칠해져 있지 않았다. 완전히 새것인, 새하얀 침대다.
통증이 온몸에 일어났다. 몸은 붕대로 덮여 있었고, 환자용 백의가 입혀져 있었다. 시키베가 감은 붕대가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프로가 감은 것이다. 팔에 따끔한 통증을 느끼고, 링거 튜브가 꽂혀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등에도 마찬가지다. 간도는 튜브를 뽑고 맨발로 바닥으로 내려갔다.
"...어허어허어허, 붓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간도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차가운 화이트 마블 바닥 위를 걸어 무거운 후스마 도어를 열었다. 커다란 창문이 늘어선 복도와 어퍼 가이온의 흐린 날씨가 그를 맞이했다. 긴 복도에는 휠체어를 탄 남자, 사이버네틱스 의족을 달고 걷기 연습을 하는 남자, 그리고 간호사.
"......! 아이에에에에에......" 간도의 모습을 보자 간호사는 놀라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는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기, 병실 좀 알려주지 않겠어?" 간도는 간호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물었다. "시키베 타카코의 병실은 어디지? 내 소중한 조수거든."
몇 분 뒤, 간도는 의료 주임의 방에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에는 칩이 떠 있는 원통 모양의 투명한 튜브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래서, 난 며칠이나 자고 있던 거지?" "3주 동안입니다." "그런가." "ZBR 의존증이라는 것을 늦게 눈치챘다면 영면했을 겁니다." "그런가."
"그래서, 이건 뭐야?" 간도가 튜브를 가리켰다. 의로 주임이 헛기침했다. "시키베 타카코=상입니다." "그런가." 간도는 튜브 속의 고밀도 바이오 뉴런 칩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설명해 줘, 센세이." "정확하게는, 기억의 카피입니다." "몸은?" "생명 활동을 정지했습니다."
"저기, 센세이...... 3주나 자고 있던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어째서 이렇게 된거야?" "당신이 바랐기 때문입니다." "내가?" "1억이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살리라고."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저희들의 힘이 모자랐습니다." 의료 주임이 도게자했다. "어허어허, 센세이, 고개를 들어줘."
"그래서 센세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간도가 튜브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어떻게, 라 하시면?" "시키베=상을 말이야." "정기적으로 바이오 뇌장액을 신선한 것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호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 그런 이야기 말고. 어떻게 해야 시키베=상이 되살아나나?"
"인체에서 고밀도 바이오 뉴런 칩으로 기억을 카피하는 것은 최첨단 기술입니다." 의료 주임이 말했다. "이 상태에서 복원하는 기술은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습니다." "어허어허,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먼 옛날, 부자들은 시체를 냉동 보존해서 나중의 부활을 준비했습니다. 그것에 가깝다는 거지요."
"언제 실현되는데? ......센세이, 당신은 과학자잖아? 대강이라도 좋아, 5년인가? 10년?" "그 질문의 대답은......" 의료 주임은 눈을 돌려,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레트로풍 로켓 오브제를 보았다. "언제 우주 식민지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와 비슷할 정도로 불확실합니다. 하이테크의 진보를...... 기다릴 수밖에......"
◆◆◆
"......악! 하악-! 하악-! 하악-!" 간도는 다시 의료용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이번에는 병원이 아니다. 간도 탐정 사무소다. TRRRRR! TRRRRR! 워타누키 전화가 울리고 있다. 시키베는 없다. 간도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일어섰다.
"네, 여기는 간도 탐정 사무소..." "앗...... 시키베 타카코=상은 계신지요?" "......댁은?" "네오 사이타마의 시토네 출판사입니다.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의 원고 건으로 시키베=상께 파일을 의뢰했습니다만,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아서요."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
"출판이 결정되었으니 남은 파일을 모두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만." "어허어허, 잠시 기다려줘, 순서대로 설명해 주게." 간도는 아직 긴 꿈 속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네에, 비록 거칠기는 합니다만 몹시, 그, 캐릭터 설정이 뛰어나고, 교토라는 무대 또한 저희들이 봤을 때는 매력적이라..."
간도는 그쯤에서 수화기를 던져버리고 UNIX 계층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키베가 만든 숨겨진 폴더를 찾는다. 그곳에는 몇 년 단위로 써온 것으로 보이는, 방대한 IRC 일기와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의 원고가 있었다. 키를 두드리는 간도의 손가락이 떨린다. "어허어허어허, 난 대체 얼마나 바보인거야."
시키베에게는 글재주가 없었다. 간도가 읽어도 문장이 조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쓴 소설에는, 불이 깃들어 있었다. "나 같은 것 보다, 훨씬, 생각하고 있었지 않나......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모든 파일을 LAN으로 빨아들이며, 간도는 오열했다. 그리고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힘껏 웃으라는 거냐, 이 녀석아, 참아보마." 간도는 원고 입고를 마치고, 꿈에서 깨어난 듯 일어섰다. 터프해지기 위해 버렸을 터인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코트를 걸치고 이마에 손을 댄다. "간도 탐정 사무소는 오늘부터 영업 재개다. 같이 수사하러 가자고, 시키베=상."
간도는 탐정 사무소의 문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책상 아래로 굴러든 선인장과 깨진 병을 집어들어, 역할을 마친 그것을 부드럽게 쓰레기통 안에 묻어주었다.
5
'대도시인' '팝 컬쳐' '무도(武道)'... 공허한 노보리 플래그와 네온 전광 장식이 언더 가이온 최상층의 번화가를 수놓고 있었다.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까-!!" "페케롯파-!!" 신흥 컬트(종교집단)의 광신도들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기괴한 목소리를 내지른다. 간도는 그 모습을 곁눈질하며 사무소로 향하고 있었다.
간도가 등을 돌리고 도로를 건너자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맙포들이 광신도들을 에워싸고 경봉으로 마구 때리고 있으리라. 그들은 네오 사이타마를 중심으로 활동 지역을 넓히고 있는 페케롯파 컬트다. 수많은 익센트릭*한 교의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코토다마 공간에 대한 언급이다.
*eccentric, 보통과 다른, 상도를 벗어난, 기인의, 괴짜의
그것은 한 줌의 해커들이 속삭이는 전설의 존재. 전뇌 IRC 공간 내에 존재하며, 생체 LAN 단자와 초월적 타이핑 능력을 가진 야바이급 해커만이 볼 수 있다는 무한한 지평. 간도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면서 그 황당무계한 전설을 떠올렸다. 시키베도 혹시 거기에 있을까, 하고.
사이렌탑에서 흐르는 네코네코 카와이이의 최신곡. 상층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금붕어 가게의 창문을 적신다. 간도는 거기에 비친 얼굴을 보았다. 그 밤으로부터 몇 년. 그의 얼굴에는 더욱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의 독자가 만든 소박한 위령비가 있었으며, 시키베는 여전히 22세였다.
간도는 사무소의 자물쇠를 열었다. 책상의 앰플을 집어들며, 녹슨 사고력을 가속시킨다. 레코드를 틀고 오스모우 TV를 켠다. "......부활을 이루어낸 식스 피트 언더! ......세컨드인 ZBR 나오미가 상대 여자 매니저를 도발...... 고우랑가! 날갯죽지 조이기다! ......한 가슴이! 풍만한 가슴이!..."
간도는 추리 책상에 앉아서 오랜만에 추리 노트를 펼쳤다. 종종 이렇게 시키베를 추억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기분 나쁜 탐정 따위, 질색이다. 그러나 종종, 그는 이렇게 추리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정말로 시키베는 죽어야만 했던 것인가? 자신의 실수였던 것인가?
......그날 밤, 간도와 시키베가 구급 병원으로 공중 수송되는 한편, 스즈키 키요시 3인조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주범격인 코케시 소이치는 물론, 헬기 조종기가 틀림없는 증거가 된 조종기 담당, 그리고 반광란 상태가 되어 조종기 담당이 있는 전망석으로 갔던 스모크 담당도.
옥상에 남아있던 것은 소이치의 권총. 장전되어 있던 총알은 시키베의 복부의 상처와 일치. 시가 수백억에 이르는 갑주는 샤치호코에 걸려 낙하를 면해, 도난당하지 않고 남았다. 이러한 정황 증거를 통해 가이온 시경은 스즈키 키요시 즉 코케시 소이치가 발사한 총알이 유탄이 되어, 시키베에게 명중했다고 추측.
카치구미 기업들의 도련님과 둘째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주가에 미칠 장기적 악영향이 우려되어, 교토 중앙 법원은 재빠르게 심판을 내렸다. 3명 전원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조종기 담당과 스모크 담당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액의 보석금에 의해 석방. 그러나 소이치의 아버지, 코케시 사이코우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아들을 버림으로써 주가 폭락을 막는다는 선택지를 취했던 것이다. "난 탐정을 쐈을 뿐이야! 도와줘! 아버지!" 소이치가 필사적으로 호소했으나 사이코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들이 죗값을 치르기를 바랍니다." 눈물 섞인 결단적 퍼포먼스가 먹혀들면서 코케시 사의 주가는 실제 상승했다.
......간도는 일어났던 모든 일을 추리 노트에 무질서하게 써내려 놓았다. 수수께끼의 의뢰인...... 그 정체는, 코케시 사이코우였던 것이 아닐까, 하고 간도는 추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시키베를 죽인 것일까? 입막음을 위해서? ......아니, 그렇다면 나도 죽었을 터다. 1억을 받을 일도 없이.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무언가 이 사건의 뒷면에는 터무니 없는 어둠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붓다! 나는 그 어둠에 조명을 비칠 수 있을까? 간도는 머리를 긁적이며 펜을 움직였다. 점과 점을 잇고 도형을 그린다. 어느새 무의식중에, 무수한 외눈알과 격자가 노트에 채워져 있었다.
"어허어허, 이건 뭐야? 오싹하구만!" 간도는 펜을 던지고 두 팔을 벌렸다. 캬방-! 그 순간, 우울한 분위기를 걷어내듯 전자음이 울린다! 예금 계좌의 숫자가 회전했다. 시키베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있는 것이다. 네오 사이타마에서 정기적으로 송금되는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의 인세다.
간도는 몰랐지만, 친인척이 없는 시키베는 인세 입급처를 탐정 사무소로 지정해두었다. 소설, 코믹스, 애니메이션 등으로 널리 전개되고 있으나 네오 사이타마식 계약에 의해 인세 입금액은 해마다 적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가 적은 하층의 의뢰를 그가 정기적으로 받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렇지, 앉아만 있어도 별 수 없어." 탐정은 일어나, 잡다하게 쌓인 기억 드라이브를 UNIX에 연결해서 직결하여 데이터를 빨아들였다. 시궁창 쥐 사건의 조사를 속행하자. 나는 아직 할 수 있어. 사무소를 뒤로 한다. 오스모우 중계가 멀어진다. "......이건 방송 한계에 가깝다! ......ZBR 나오미다! 가슴이......"
그 뒤에도 그는 탐정으로서의 활동을 계속했다. 잘 마시고, 잘 웃고, 지나치게 야바이한 건에는 머리를 들이밀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 귀찮은 일들을 해결했다. 자이바츠라는 비밀 결사가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낸시 리라는 이름의 해커가 코토다마 공간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그런 말법적인 소문은 깊이 파지 않으며.
그리고 그 날...... 그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교토에 드리운 침울하고도 신비로운 노렌(포렴)을 가볍게 걷어내듯, 그 남자는 부랑자를 방불케 하는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간도 탐정 사무소에 찾아왔다. "어허어허어허어허! 어느 행성에서 온거야!?" "도-모, 타카기 간도=상. 이치로 모리타입니다."
이후로 자이바츠 신디케이트와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 간도는 감춰진 세계의 진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닌자의 무서움을. 그것에 도전하려는 이 남자의 무모함을. 이 남자는 모든 닌자를 죽이겠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진지했다. 모든 것이 위태로울 정도로 진심이라는 것을, 간도는 알았다.
지직지직지직...... 다시 기억이 날아간다. 처음 보는 지평의 끝. 광대한 하늘. 대머리독수리 무리. 시키베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배틀필드 · 세키바하라. 지는 해. 달빛. 헬본치의 밤. 간도와 닌자 슬레이어는 클론 야쿠자 군단에 맞서기 위해서 스톤헨지에 함정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함정 따위가 먹히는 건가? 네오 사이타마식 죠크야?" 간도가 땀을 닦았다. "하이테크의 시대에는 함정 구덩이라는 로우테크가 상대의 의표를 찌른다." 후지키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누구도 창문에서 로프로 적이 돌입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처자식의 복수를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비밀 결사에 싸움을 걸 남자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 모든 닌자를 죽이겠다고 했었지?" 간도가 팔을 움직이며 물었다. "그렇다." 후지키도가 대답했다. "처자식의 원수니 그건 이해가 가. 하지만 말이야, 전부 죽일 필요가 있나? 모든 닌자라는 것은, 그, 자이바츠니 소우카이야 같은 것들과 결국 모두 한패인 건가? 애초에 너도 닌자잖아?"
"......모든 닌자를 죽인다. 그리 다짐했다. 모든 닌자 소울은 사악하다. 빙의 후에 급격하게, 혹은 조금씩...... 인간은 반드시 너무나도 거대한 힘과 광기에 영혼이 갉아먹힌다. 나는 그것을 몇 번이고 봐왔다." 닌자 슬레이어가 끝을 날카롭게 절단한 뱀부를 구멍 바닥에 찔러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 또한 그렇다."
"그렇다면 닌자 슬레이어=상, 예를 들어서 말이야, 내가 내일 갑자기 닌자가 된다면 어떻지? 내가 갑자기, 닌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간도도 살인 뱀부를 설치하면서 물었다. "그대는 닌자가 되고 싶은가?" "되고 싶겠냐고! 두서없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잖아?"
"......그대를 죽인다...... 아니, 정확히는, 죽이려 생각하겠지." 그는 젠몬도(선문답)을 방불케 하듯 대답했다. "......내 일부는 그리 바랄 것이다." "내면의 닌자 소울이라는 놈 말이야?" "바로 그렇다." "그러면 너 자신의 생각은 어떤데?" "......뒤섞여 있어, 나누기 어려운 것이다. 나와 그 놈은. ......내가 불러들였으니까."
좀 더 단순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이래서야 마치 젠몬도로군, 붓다가 사회를 보는 퀴즈 방송이야, 라고 간도는 생각했다. 그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쥐약이었다. 하물며 닌자의 사고는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뭐어, 어려운 이야기로군. 그러면 말이야, 자이바츠를 해치우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거지? 닌자는 대충 다 죽었을 거고."
닌자 슬레이어가 도약하여 구멍에서 나와서는, 옆의 구멍에서 ZBR 담배를 한 대 피우던 간도에게 손을 뻗었다. "자이바츠를 멸망시킨 다음에 생각하기로 하지." "네오 사이타마에 돌아갈 건가?" "아마도." 잠시의 침묵. 간도의 ZBR로 들뜬 뉴런이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도출해냈다. "탐정, 하지 않겠어?"
"탐정......" 닌자 슬레이어가 멍해졌다. "......탐정?" "그래, 닌자면서 사립탐정이야. 어때, 웃기지 않나?" "......웃음이 나는군." 닌자 슬레이어가 강철 멘포 안에서 희미하게 웃음을 흘렸다. 드문 일이다. 뭐야, 이 녀석도 웃을 줄 아는구만, 이라고 간도는 생각했다. 아침놀이 가까웠다.
"...생각해 보지." 닌자 슬레이어는 살의가 서린 눈으로 캐넌 저편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침 해가 뜨면 잡담은 끝이다. 서부극 카툰에 이런 장면이 들어가면, 분명 그렇게 하는 것이 룰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책형대로. 간도도 49 매그넘을 돌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험상궃은 표정을 지었다.
◆◆◆
지직지직지직...... 지직지직지직지직...... 다시 기억이 널뛰기 시작한다. 물속을 낙하해 가는 느낌. 부유감과도 닮아 있었다. 수면 너머로 흔들리는, 핑크색으로 된 세련된 네온 문자...... '그랜드' '오모시로이'...... 지직지직지직지직...... 선체 옆에서 빛나는 네온......
"악! 하악-! 하악-! 하악-!......" 간도는 몹시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나무아미타불! 이곳은 병원 침대 위도, 상아색 페인트가 벗겨진 그 그리운 파이프 침대 위도 아니었다. 여기는 가이온 하층부...... 8첩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잠복 아지트 속, 담배 냄새가 지독한 후톤 이불 안이다.
방 안에는 UNIX, 코트 옷걸이, TV, 오부츠단(불단), 챠부(밥상), 그리고 너덜너덜한 간도 탐정 사무소라는 간판 뿐. 간도는 챠부 위 ZBR 앰플에 손을 뻗으며 쌓여있던 생각들을 가다듬었다. 아득히 좋다. 뉴런이 깨어나면서 현재 상황이 뇌 안에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스즈키 키요시, 탈옥하다." 간도는 챠부 위에 놓인 신문기사 사본을 읽어 내려갔다. "약 10년 전, 교토를 떠들썩하게 했던 괴도가 어젯밤 미타라시 교도소에서 탈출했습니다." 내용은 그것 뿐이다. 시간의 흐름은 빠르다. 시민들은 아무도 옛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잊혀진 화제로는 돈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
스즈키 키요시의 탈옥은 이미 몇 달 전 이야기다. 닌자 슬레이어와 공투를 벌이느라 바빠서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이어서 간도는 몇 장의 엽기 살인 사건 기사 사본을 살폈다. 최근 3주 동안 언더 가이온 하층부를 중심으로 무차별 살인 사건이 여럿 발생. 그것들의 단편적인 정보다.
연속 살인 따위, 언더 가이온에서는 다반 인시던트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기묘한 엽기성이 있었다. 모든 피해자가 복부를 맞았고, 검은 뿔테 안경을 썼으며...... 혹은 사후에 쓰게 되었으며...... 립스틱을 마구 바르고 있었다. 남자도, 여자도, 나이도, 모히칸도, 스모토리도, 페케롯파도 구별 없이.
간도는 담배를 피우며 메인프레임 UNIX에 LAN 직결. 재가 단자에 쌓여있는 모습에, 시키베가 청소를 하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직후 뉴런 안에 언더 가이온의 녹색 와이어 프레임 약도가 그려졌다. 간도는 여기에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점을 3차원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와이어 프레임을 회전시켜, 어느 각도에서 그 빛나는 점들을 별자리처럼 연결하면...... 거기에는 '그랜드' '오모시로이'라는 문자가. 아니, 정확하게는 '그(ぐ)'에서 "가 될 장소가 하나 모자란다. "틀림없군, 그 녀석이야...... 꾀어내고 있군." 간도는 오징어 육포를 씹으며 꺼림칙하게 내뱉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없다. 코훈(고분) 유적에서의 싸움 후, 그는 네오 사이타마로 향했다. "그러면 혼자서 가볼까? 어허어허어허, 곤란하군, 어쩌면 좋나." 간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도 새로운 희생자가 나온다. 마지막 " 자리가 아쉽다는 듯이, 어제도 글자를 이루는 다른 장소에서 살인이 있었다.
"게다가 이 페이스는 심상치 않아. 이 사이코 호러를 전부, 그 녀석이 혼자서 벌이고 있는 거라면...... 붓다! 이건 나쁜 농담이구만!" 간도는 머리를 긁적였다. 상대는 아마 닌자일 것이다. 자이바츠의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하여 잠시 잠복하기로 닌자 슬레이어와 약속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
언더 가이온 제8계층. 폐사옥. 네온이 모두 사라진 간판에는 '외설 동영상 회사' 라는 글자와, 기만적인 카와이이한 카툰풍 개구리와 토끼 그림. 닫힌 셔터에는 '슬램덩크'나 '뉴욕' 등의 스프레이 문자. 몇 년 전에 어떠한 이유로 도산하여 방치된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어쩐지 상태가 이상하다. 검은 야쿠자 정장을 입은 2명의 남자가 셔터 중 하나 앞에 우뚝 서있다. 주변에는 폐건물이 많아서 접근하는 자는 거의 없다. 그들은 실로 완벽하게 동기화된 움직임으로 오른쪽을 보고...... 다음으로 왼쪽을 보았다. 그리고 가래침을 뱉는다. 어쩌면 그들은...... 클론인 것이 아닐까?
뛰어난 통찰력이다. 그 말대로다. 그들의 목 뒤에는 요로시상 제약에 의해 각인된 바코드와 숫자가 숨겨져 있다. 그들은 총리대신마저 암살했다는 소문이 있는 레전드 야쿠자, 도고시마 제이몬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판 클론 야쿠자인 것이다. 나무삼! 이 무슨 말법의 세상이란 말인가!
"빌어먹을, 여기는 클론 야쿠자 백화점인가?" 간도는 무수한 LAN 케이블과 ISDN이 깔려있는 마루 밑 공간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종종 LAN 직결 소형 카메라를 잠망경처럼 구멍을 통해 내밀어 폐빌딩 내부를 탐색했다. 클론 야쿠자 인원수는 대략 20. 모두 챠카 건이 아니라 카타나를 들고 있었다.
부웅-, 붕...... 방구석에 가로로 눕혀져 방치되어 있던 UNIX가 갑자기 움직이고, 케케묵은 3D 오이란 비디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간도의 해킹이다. "까고자빠졌넴마-!" "죽인담마-!" 이상함을 깨달은 클론 야쿠자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같은 간격으로 정렬해 행진하며 UNIX 앞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간도는 그 틈을 타 모습을 드러내, 쌓여있는 오피스용 책상 위로 올라갔다. 이어서 LAN 설치의 정석을 따랐으리라 믿고 천장의 트랩 도어를 열어 거기로 파고들었다. 천장 뒤의 배선 공간이다. 클론 야쿠자들이 돌아보기 직전에 트랩 도어가 닫힌다. 클론 야쿠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다가 자신의 자리를 향해 흩어졌다.
가장 안쪽의 창문도 없는 큰 방에 그 소녀는 감금되어 있었다. 탐정 조수복이 입혀져 있고, 헤어스타일도 시키베와 매우 유사. 새것인 검은 뿔테 안경, 툭 불거진 립스틱. 책상에는 스시와 물. 뺨에는 푸른 멍. 의자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방구석에는 잘린 머리카락이 먼지에 섞여 마구 버려져 있었다. 문쪽에는 야쿠자가 둘.
천장에 구멍을 뚫고 그 광경을 확인한 간도는, 소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범인에 대한 격렬한 분노로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은 감각을 맛봤다. 억누르던 감정이 폭발할 지경이다. ......진정해라, 간도. 너답지 않아. 냉정함을 빼앗는 것이 적의 노림수다......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분명 냉정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누가 그를 탓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UNIX가 아니다. 시키베를 본뜬, 관계 없는 시민을 수십 명이나 벌레처럼 죽인 것이다. 게다가 코훈 유적에서의 전투의 피로에서 아직 그의 육체와 뉴런은 회복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은...... 부츠메츠(불멸일)다.
조악한 천장 파티션 중 하나가 간도의 거구를 견디지 못하고 비명처럼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금속이 끊어지는 불쾌한 소리가 나면서 천장 파티션 중 하나가 비스듬히 기운 것이다! "붓 댐 잇!" 간도는 욕설을 뱉으며 양팔로 판자를 내리쳤다! 검호 미야모토 마사시의 『도둑질을 들키면 집에 불을 질러라』다!
고릴라를 방불케 하는 양팔이 꽂히면서 천장 파티션 고정구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간도를 태운 다다미 크기 판자가 낙하! LAN 케이블과 회선이 천 갈래로 찢기며 파직파직 불꽃을 튀긴다! 플로어 전체에서 텅스텐 본보리 램프가 깜빡인다! 나무삼! 간도는 서퍼를 방불케 하는 무릎쏴 자세로 착지!
""까고자빠졌넴마-!"" 클론 야쿠자가 등 뒤를 돌아보며 카타나를 든다! BLAMBLAM! 간도의 49 매그넘이 불을 뿜는다! ""끄악-!"" 클론 야쿠자는 가슴팍이 날아가며 즉사! "아이에에에!" 소녀가 혼란에 빠져 소리친다! "울지마, 아가씨." 뒤돌아 보며 웃는 간도. "나는 탐정이야."
"뭐냠마-!" "너이새낌마-!" 방 밖에서 야쿠자 슬랭 암호가 들려온다! 조만간 30명의 클론 야쿠자 군단이 눈사태처럼 몰려들 것이다! "결국은 카라테냐고." 간도는 두 자루의 리볼버에 49구경 총알을 재장전하며 적 전원을 죽이고 탈출할 계산을 세웠다. "크루제 소장님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구만."
간도는 호흡을 가다듬고, 암흑 무도 피스톨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총알은 불과 12발! 재장전할 유예는 없음! 이것으로 30명 이상의 카타나로 무장한 클론 야쿠자를 죽이겠다고 한다면, 한 발도 잘못 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 총알 1발로 2명 죽이고, 반동 카라테로 1명을 죽인다! 이것으로 36명까지 죽일 수 있다! 야바레카바레(이판사판)다!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끄악-!" 이얏-!" BLAM ""아밧-!"" "이얏-!" 하늘을 가르는 반동 발차기!
......철컥, 철컥하고 49구경의 빈 탄창 소리가 콘크리트 바닥에 울린다. 잠시의 정적. 소녀는 놀란 나머지 숨을 삼켰다. ......이미 간도 주변에 적은 없다. 35명! 달인! 암흑 무도 피스톨 카라테와 야바레카바레, 그리고 잠입 직전에 한계까지 주입한 ZBR이 간도에게 이 기적적인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간도도 실제 상처가 없지는 않았다. 경상이기는 했으나 카타나 공격을 어느 정도 당했다. 간도는 소녀 옆으로 다가갔다. "잘 힘냈군, 도망치자고." 소녀의 몸을 의자에 묶은 귀찮은 쇠사슬을 보고 작게 혀를 찬다. 의자째 메고 도망갈까? 그리 생각한 직후, 복도 안쪽에서 도발적인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간도는 49 매그넘에 탄환을 재장전하며 몸을 돌려, 긴 복도 끝을 보았다. 파직파직 전등이 깜빡이고 있었으나 그 남자의 모습은 기억에 있는 것이었다. 롱 코트 형태 닌자 복장 위에 검은 케이프. 흰 장갑. 그리고 하프 한냐 오멘! "헤에-헤에-헤에-...... 브라-보! ...... 브라-보!"
간도는 말없이 소녀가 앉은 의자를 방구석으로 옮겼다.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조용히 암흑 무도 피스톨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그가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 닌자는 아이사츠했다. "도-모, 타카기 간도=상. 건슬링어...... 아니, 스즈키 키요시입니다." "역시 네놈이었나......"
"헤에-헤에-헤에-...... 흥미로운 싸움을 보여주었군...... 왜 흥미로운가 말하자면...... 나에게 빙의된 닌자 소울과 관계가 있어서 말이지...... 헤에-헤에-헤에-......" 스즈키 키요시 또한 두 자루의 리볼버를 뽑고서...... 오오! 나무아미타불! 이 자세는 설마!? ......암흑 무도 피스톨 카라테!?
6
쩔그덕쩔그덕, 사기 그릇 안에서 다이스가 굴러다닌다. 죄수복을 입은 남자들은 이마에 화투패 한 장씩을 앞면이 보이게 붙여둔, 인디언 포커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심상치 않은 긴장감. 어둠 속에서 눈빛이 빛나고, 죄수들은 상대의 이마에 붙어있는 패와 사기 그릇 속 다이스의 눈을 번갈아 살피며 걸지, 물러날지 결단을 내린다. "후지산." "아따리(당첨)." "......반자이(만세)." "......라이온." 난해한 룰임을 느끼게 하는 구호. 이는 죄수들의 전형적인 갬블 『미츠메아우(마주보다)』다.
"물러나지 않나? 그 패로는 이길 수 없다고. 앙꼬 한 상자야. 라이온이 왔단 말이야." 입술이 두꺼운 덩치 큰 남자가 으름장을 놓았다. "그만둬, 그 녀석은 머리가 이상해." 다른 죄수가 웃었다. "헤에-헤에-헤에-...... 해보자고,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코케시는 침을 닦으며 웃었다. "아버지가 앙꼬 백 상자를 줄거야."
"산하이(핫, 둘!)" 사츠바츠한 구호와 함께 손패 공개. 모두가 꿀꺽 숨을 삼킨다. ......모로보나 소이치의 대패다. "앗-!" 소이치가 반쯤 미친 상태로 덩치 큰 남자에게 주먹질을 한다! 나무삼! 그의 손에는 드라이버와 천으로 만든 죄수 무기! "우옷-!" "아밧-!" 하지만 상대의 카라테 일격으로 가녀린 소이치는 실신!
"내일 가지러 갈거다." "저 녀석, 뭐하다 여기에 들어왔어?" "도둑질과 살인이랬나?" "원래 카치구미 기업의 도련님이었대나, 뭐래나." "보나마나 구라겠지......" 죄수들의 잔혹한 웃음소리가 멀어져 간다. 휴식 시간이 끝날 무렵, 코케시 소이치도 일어나 비죽비죽 웃음소리를 흘리며 방으로 벽을 따라 돌아왔다.
그날 밤, 코케시는 후톤 이불 속에서 언제나처럼 곱씹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황금 시대는 머나먼 옛날. 20대의 육체는 사라지고, 오징어를 뒤집는 죄수 생활 속에서 늙음이 몸을 갉아먹는다. 탐정, 조수, 조종기 담당, 스모크 담당, 그리고 아버지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커피 드립을 방불케 하듯, 뒤틀린 살의가 한 방울씩 가슴에 맺힌다.
앞으로 10년이나 이런 생활을 계속한다는 말인가. 미쳐버리거나 얻어맞아 죽는 편이 나을 것이다. 교도소에는 세푸쿠실이 있어서 언제라도 자유롭게 세푸쿠는 가능하지만 그에게 그럴 용기는 없다. 내일이야말로 아버지가 도와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가, 그때마다 몇 번이고 실망을 해왔다. 이제 자자. 내일이야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코케시 소이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는 가면을 쓰고 말에 걸터 앉아서, 천둥소리를 등에 업고 숲을 빠져나갔다. 양손에는 장식이 아름다운 3연발식 플린트락 피스톨. 몸에 두른 것은 검은 하이웨이맨 롱 코트. 좌우의 숲에서 나란히 달리는 닌자들의 그림자...... 추격자다! 그리고 꿈속에서는 그 자신 또한 닌자!
"이얏-!" "이얏-!" 좌우에서 투척되는 수리켄! 말의 목과 다리에 꽂힌다! 말 위의 남자는 총을 교차시키며 좌우를 향해 발포! 숲속의 닌자에게 명중! 사격 반동을 카라테 순발력으로 변환하며, 양발로 턱을 찬다. 달인! 코트 자락을 수평으로 휘날리며, 화려하게 회전하여 공중을 날았다!
"이얏-!" "이얏-!" 흉악 무기인 사슬낫과 봉을 손에 들고, 또 다른 닌자가 달려든다! 하이웨이맨은 공중에서 오른쪽 닌자의 안면에 회전 카라테 발차기를 꽂으며, 심장을 향해 피스톨을 발포! 사격 반동으로 하이웨이맨의 몸이 역수직 회전하여, 등 쪽의 적에게 공중 서머솔트 킥! 스고이!
"피스톨과...... 카라테...... 피스톨과...... 카라테......" 코케시는 꿈속의 움직임에 맞춰 후톤 이불 속에서 몸부림쳤다. "피스톨과...... 카라테....... ......피스톨 카라테!" 고우랑가! 그에게 빙의한 닌자 소울이야말로, 과거 피스톨 카라테를 만들어낸 텟포우(철포) 닌자 클랜의 우두머리였다!
다음날 아침. 코케시 소이치는 앙꼬를 까지러 온 죄수들을 카라테로 살해한 뒤 미타라시 교도소에서 탈옥. 자이바츠 에이전트에게 발견된 그는 건슬링어라 이름을 대며 섀도우 길드의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몇 달 뒤...... 어뎁트가 된 그는 과거의 인연을 감춘 채, 간도 살해작전에 스스로 지원했다.
◆◆◆
"이건 무슨 농담이지?" 간도는 피스톨 카라테 자세를 취한 채,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스즈키 키요시와 함께 동심원을 그리며 옆으로 걸었다. 간도의 뇌리에는 몇 개의 물음표가 떠올라 있었다. 닌자와 일반인의 힘의 차이는 역력하다. 이 싸움은 자살 행위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뉴런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곳은 언더 가이온 제8계층. 외설 동영상 회사. ......정확히는 그곳의 폐사옥의 어느 방. 구형 UNIX, 선정적인 오이란 포스터, 클론 야쿠자의 시체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노출 콘크리트 공간 속에서 사립탐정 타카기 간도와 괴도 스즈키 키요시는 마주보고 있었다.
"히이-헤에-헤에-...... 나는 농담은 싫어해. 특히 언더 놈들의 농담은." 스즈키 키요시가 웃다가, 갑자기 노성을 질렀다. "난 항상 진지했어! 그런데! 네놈들 때문에! 모두 무너졌다고!" UNIX 뒤에 숨은 소녀가 실금했다.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아도 닌자의 위압감은 압도적인 것이다.
간도도 작게 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상대의 노성에 반응하여 무모하게 방아쇠를 당길 뻔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탈출의 실마리를 잡아야만 한다. 닌자와 정면으로 맞서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돌진하는 덤프트럭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화로 적의 주의를 흐트러뜨린다면, 혹시.
"뭘 바라지?" 간도가 옆걸음을 계속하며 물었다. 적의 시선, 총구, 손끝 근육의 떨림, 그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내 목숨인가? 그것만이 아니겠지? 이렇게 큰 일을 벌인 이상." "헤에-헤에-헤에-...... 머리 싸움인가, 탐정=상? 내 지능지수는 대단해. 젠몬도 20단이다."
"재미있는 농담이군." 간도가 애써 웃는다. "뭐가 이상해!?" 스즈키 키요시가 갑자기 격앙했다. "이디오트 자식! 나는 망가진 비행기란 말이다! 알겠어!?" "아아, 알겠어, 미안해. 진정, 진정하라고. 네 목적은 뭐지? 진범 찾기? 그렇겠지? 응?" 긴장감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진범. 헤에-히이-히이-...... 잘 알고 있군, 탐정=상. 역시 라이벌이야. 지능지수가 높아......" 스즈키 키요시의 표정이 어지럽게 바뀐다. 큰일이군, 이 녀석은 완전히 닌자인데다, 거기에 더해 미쳐있어...... 총구를 겨누고 다다미 2장 거리에 있는 간도는 그야말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헤에-헤에-헤에-...... 역시 너도, 그 안경 여자를 죽인 것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군, 탐정=상? 진범의 이름, 말해 봐." 스즈키 키요시의 질문에 간도의 뉴런은 최적의 대답을 찾았다. "......조사중이다. 협력할 마음은?" "공교롭게도...... 난 진범을 알고 있어."
"진범은 누구지?" 간도는 총구를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며 물었다. 이건 어쩌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으며. 하지만! "히이- 히이-......너야! 탐정=상! 네 부주의가 조수를 죽인거야!" 적의 양손이 움직인다! 반사적으로 간도는 49 매그넘의 방아쇠를 당겼다!
BLAM! 코끼리조차 죽이는 49구경 탄환! 하지만 스즈키 키요시는 물 흐르는 것만 같은 브릿지로 이것을 회피! 달인! 뿐만 아니라 바로 위를 향해 자신의 피스톨을 발사하여, 간도의 49구경 탄환의 측면을 뚫으며 헤드 스프링으로 몸을 일으켜 단숨에 거리를 좁혀온다! "히이-히히잇-!"
"이얏-!" 계속해서 왼손의 49 매그넘을 쏘는 간도! "이얏-!" 하지만 키요시의 오른손 손등이 한 발 빠르게 간도의 손을 튕겨내, 총알을 천장 쪽으로 발사시킨다! 총구가 흐트러졌기에 당연히 이어지는 간도의 반동 발차기도 균형을 잃게 되었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동작으로 비웃듯이 쳐내는 키요시!
"이얏-!" "이얏-!" 격렬하게 엇갈리는 피스톨 카라테! 아무리 닌자라도 49구경 탄환을 먹으면 그냥은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키요시는 간도의 사격 타이밍을 완전히 읽고, 기선을 제압하며 손을 튕겨낸다...... 키요시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광인은 간도와의 힘의 차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아낌없이 쏴대는 간도와 대조적으로 스즈키 키요시는 총을 한 발도 쏘지 않았다. 간도의 사격과 반동 카라테를 튕겨내기만 할 뿐. 총구를 머리나 목덜미에 밀어붙여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서, 다시 곧바로 간격을 두고 간도를 도발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게......!" 간도는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
간도의 분노를 실은 49구경 탄환이 얼굴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건슬링어는 양팔을 똑바로 뻗고서, 손목을 안쪽을 향해 꺾어, 49구경 탄환을 양옆에서 눌러 찌그러뜨리듯 자신의 38구경 탄환을 재빠르게 쏘았다! 스고스기루! 3종류의 나선 회전이 서로 부딪혀 공중 소멸! "워-히히이-!" 침을 흘리는 키요시!
"진짜냐고......?!" 모든 탄환을 쏜 간도는 거의 무의식 속에서 배출 동작을 진행했다. Killin, Killin하는 금속질 소리를 내며 빈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그 2초 사이, 스즈키 키요시의 검은 롱 코트와 발차기가 갑자기 접근하며 시야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
"악! 하악-! 하악-!" 이걸로 몇 번째일까. 간도는 다시 악몽에서 깨어났다.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어루만진다. 이번에는 침대나 후톤 이불 위조차 아니었다. 그는 멍석말이 당해서 클론 야쿠자에게 기대어, 비와호 크루즈선 그랜드 오모시로이 선미의 거대 전파 토리이 끝에 서 있었던 것이다!
"......어허, 이건 뭐야? 붓다, 보고 있나?" 간도는 두통을 참으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려 했다. 몸은 멍석에 단단히 묶여서 옴짝달싹할 수 없다. 옆에는 시키베를 닮은 소녀가 똑같이 멍석에 말려 똑바로 서 있는 상태. 바로 아래에는 호수.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상황...... 해적 카툰에 자주 나오는 처형 장면이다.
뒤로 박치기를 날리면 클론 야쿠자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순간 간도는 자신의 발에 감긴 쇠사슬을 눈치챘다. 옆에 있는 소녀의 다리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무삼! 간도가 떨어지면 길동무가 되는 셈이다! "헤에-헤에-헤에-...... 이쪽이라구, 탐정=상." 권총과 카메라를 든 키요시가 웃는다.
"어허어허, 뭐 하자는 거야?" 간도는 대화를 시도했다. 그것밖에 수단이 남지 않은 것이다. "이 아가씨는 봐주라고." "안돼." 키요시는 비디오 카메라를 조정하면서 간도가 기대고 있던 클론 야쿠자를 자신의 곁으로 오라고 불렀다. "그 조수는 너 때문에 죽는 거야. 나는 시간을 되돌릴 거다."
간도는 이를 악물었다. 이 녀석은 진지하다. "저기, 있어 봐. 내가 누구의 의뢰로 움직였는지 알고 싶지 않나?" 본래라면 의뢰인에 대해 밝히는 것은 금기이지만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어쩄거나, 그 의뢰인이야 말로 우리에게 한 방 먹인 것일지도 모르니까...... 간도에게 있어서 고배를 마시는 것만 같은 선택이었다.
"우리들 양쪽 모두 걸려들었을 가능성이......" 간도는 의뢰인의 정체에 대해 확증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어디까지나 블러프다. 이런 미치광이는 무언가 작은 계기로 팟 하고 스위치가 켜지는 경우가 있다. 어디까지나, 그런 찬스를 끌어내기 위한...... 발버둥이다. 하지만 키요시는 아주 쉽게 그것을 간파했다.
"헤에-헤헤헤헤, 쓸데없는 이야기에는 어울려주지 않겠어. 나는 지능지수가 높으니까. 의뢰인은 아마...... 내 아버지야." 키요시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를 꼴좋게 방편으로 삼아서, 회사를 구해냈어! 다음 사장은 사촌이나 뭐 그런 놈이겠지! 그 빌어먹을 아버지가앗!" 그리고 하늘을 향해 몇 발을 발포! 웃으며 어깨를 떤다.
"기다려, 그 외에도 가능성이..." "닥쳐엇! 이제 시간이 됐어!" 키요시는 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그리고 흥분한 나머지 침을 흘렸다. "......헤에-헤에-. 그러면...... 연습한 대로, 해봐앗!" "......간도=상, 도와줘어......" 소녀가 오열하며 소리쳤다. "......! 이 외도 새끼가앗!" 제정신을 잃고 격앙되는 간도!
"워-히히이-! 더 큰 소리로옷! 명탐정 타카기 간도=상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키요시는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혼자 들떴다. "도-모! 괴도 스즈키 키요시입니다! 곰방와-!" "......곰방와-...... 제 이름은 시키베 타카코입니다...... 간도=상, 도와줘어......!"
간도는 멍석에 말린 상태라는 것도 잊고 고함을 지르며 스즈키 키요시에게 돌진하려 시도했다. BLAM! 38구경이 불을 뿜는다! 총알은 간도의 이마에 명중! 눈을 까뒤집으며, 천천히 기울어, 어두운 호수로 낙하해 가는 간도! 쇠사슬에 끌려 소녀도 비와호를 향해 낙하한다! 키요시가 터뜨리는 웃음 소리가 멀어져 간다!
◆◆◆
사립탐정 타카기 간도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차가운 물로 이루어진 후톤 이불에 안겨 조용히 가라앉으면서, 물결 무늬 모양으로 일그러지는 가이온의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농담을 던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어허어허, 붓다, 이건 웃을 수 없는 죠크로구만. 사무라이 탐정 사이고라면 이럴 때 무슨 말을 할까?
대뇌의 해마가 욱신거린다. 어둠과 달빛만으로 이루어진 모노크롬 세계. 마음에 안드는 장소라고 그는 생각했다. 색채도, 음악도, 따스한 불빛도 없다. 안절부절 못하는 까마귀처럼 좌우를 둘러본다. 오른쪽 위에 멍석말이를 당한 사람의 모습. 소녀를 도와야 하는데. ...하지만 옆에서 들이치는 가우스 잡음 같은 것이 시야에 섞인다. 어금니로 하얀 모래를 씹는 것 같은 감촉이 간도를 엄습한다.
나는 환영받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 반대? 어이, 돌아가도 될까? 오늘은 리키시 리그 중계날이라구. ...그의 몸은 계속해서 가라앉아 간다. 차가운 물의 바닥을 향해 천천히. 간도의 망막 디스플레이 안에서는 LED 명조체로 'REBOOT'이라는 글자가 시야 가득 비춰지고, 좌우로 흔들리며 붉게 깜빡였다.
◆◆◆
"...악! 하악-! 하악-!." 그는 낡은 의료용 침대 위에서 악몽에서 깨어나 상반신을 일으켰다. 몇 년 전에 주워온 이 단순한 파이프 베드는 크림색 도장이 군데군데 벗겨져 녹슨 쇠를 드러내고 있었다. 희미한 삐걱임. 맥이 빠질 정도로 잔잔한 레트로 테크노 레코드 소리가 사무소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간도 탐정 사무소에는 마치 까마귀 둥지처럼 잡동사니나 마찬가지인 정크품들이 즐비했다. 리키시 손도장 색지. 서류 위에 올려진 워타누키 장식물. 색이 바랜 카툰 낱장. 산더미 같은 낡은 UNIX 기판과 케이스. 두 달 전만 해도 사무소 전체가 그런 상태였다. 지금은 엔트로피가 감소해 있었다.
책장 너머에서 여자의 기척이 있었다. 오스모우 TV 소리도. 조수 시키베 타카코가 그곳이 있는 것이리라. 커피를 내리는 소리와 버터 토스트를 굽는 고소한 냄새. 간도는 ZBR에서 깨면서 일어나는 두통과 씨름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와이셔츠 한 장을 걸치고 후줄근한 감색 슬랙스를 멜빵으로 고정했다.
무언가 위화감이 있었다. 이것도 또 꿈인가? 그런 것 치고는 꽤나 리얼하군, 이라고 간도는 생각했다. 그리운 소리, 촉감, 냄새, 빛 바랜 색채, 따뜻한 아트모스피어...... 주위의 모든 것을, 뉴런이 리얼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로컬 코토다마 공간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시키베=상, 커피 좀 줘." 신문을 펼친 간도가 시신경이 파업에 들어갔음을 느끼며 응접실 쪽으로 걸어간다. 꾀죄죄한 보더 니트에 청바지, 기울어진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시키베가 버터 토스트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놀란 얼굴로 말했다. "웨에-...... 소장님? ZBR는 안하심까?" "그래, 꿈속이고 말이지."
"......하아?" 시키베는 노골적으로 눈썹을 치켜뜨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소장님, 왠 잠꼬대를 하시는 검까? 아-...... 아닌척 하면서 결국 ZBR를 내놓으라는 말을 하는 거 아님까?" "어허어허, 아니라구. 것보다......" 간도는 사무소의 디지털 시계를 보았다. 엄청난 기세로 제로를 향해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이어서 워타누키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안 받으셔도 됨까?" "아직 조금만 더, 괜찮아." 간도는 그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토스트를 먹으면서, 웃으며 말했다. "여러모로 고맙다, 시키베=상."
"잠깐만, 소장님, 무슨 일이심까......" 시키베는 머리를 긁적이며 볼을 붉히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간도는 그 홍조에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망막 또한 그랬다. 살아있는 몸이 아니었다. 사이버네틱스로 만들어진 의체. 그렇다, 시키베는 칩에. "웨에-...... 그렇게 딱딱하게 구는 것, 쥐약이지 말임다......"
어쩌면 전뇌화되어 뉴런 안에 투영된 환영인가? 이 시키베는 정말로 시키베인가?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내 제멋대로의 행동이 반대로 시키베를 괴롭게 만든 것은 아닐까? 간도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웨에-, 그래도... 역시..." 시키베는 멋쩍은 듯이 웃었다. "...기쁘지 말임다."
간도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제 시간이 없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워타누키 전화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시키베에게 다시 한 번 조용히 미소를 짓고, 전화기를 든다. "도-모, 타카기 간도입니다." "도-모, 카라스(까마귀) 닌자입니다." 탐정 사무소의 전등이 모두 깜빡이기 시작했다. 사형 선고를 받은 것만 같은 충격!
닌자 소울 빙의 현상에 있어서 극히 드문 일이지만, 이때 간도에게는 선택지가 있었다. 그의 정신력 때문일 수도 있고, 카라스 닌자의 성질에 따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간도는 전화를 끊어버리고 호수에 잠기며, 반영구적 노스탤지어 속에서 썩어가는 길도 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치기에 찬 것만 같은 미래를 선택했다.
""오탓샤데(안녕히)-"" 모든 전등과 UNIX가 깜빡이고, 격렬하게 흔들리는 사무실 속에서 탐정과 조수는 말을 나누었다. UNIX의 LED판과 오스모우 중계 TV에는 옆에서 들이치는 노이즈에 뒤섞여 무수한 'REBOOT'라는 문자!
◆◆◆
REBOOT! 간도의 의식은 다시 차가운 비와호 속으로 돌아왔다. 닌자 소울이 빙의한 것을 느끼면서. 분명 닌자 소울 빙의 직후에 손상된 육체가 급속 재생되는 현상은 연구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뇌에 총알을 맞은 자가 소생했다는 이야기는 알려진 바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오오, 보라! 타카기 간도의 이마를! 뇌에 닿기 직전에 총알은 멈춰 있었다! 간도 탐정 사무소의 오부츠단(불단)에 시키베의 고밀도 바이오 뉴런 칩은 없다! 그는 칩을 자신의 두개골 속에 임플란트해서, 방탄 바이오 섬유로 두개골 강화 수술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오 칩은!? 무사할 것인가!?
REBOOT! 이것은 어떤 전자의 기적일까?! 간도의 뇌 속 스크린에 시키베의 기억의 일부가 흘러 들어온다! "잘됐다...... 소장님...... 잡으셨지 말임다......!" 시키베는 샤치호코를 붙잡고 흐느끼며 중앙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나무삼! 이것은 그날 밤! 시키베가 총에 맞은 밤의 기억!
간도는 뇌 속에서 또 하나의 광경을 보면서 사지에 힘을 담았다! 닌자 근력! 멍석의 섬유가 안쪽부터 폭발하듯 찢어지고, 작은 거품이 보글보글 호수 수면 위로 떠올라 간다! 간도의 의지인지, 아니면 사라져 가는 카라스 닌자의 자아인지, 그는 거의 무의식 속에서 몸을 움직여, 소녀를 붙잡고 호수 수면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도 시키베의 기억은 계속 재생된다. 필사적으로 간도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것처럼! ......그날 밤, 시키베는 그랜드 오모시로이의 중앙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배에 총알 자국은 없다! (((뭐야, 뭘 본거야? 시키베=상!? 이건 내가 키요시를 잡은 직후? 즉...... 유탄에는 맞지 않았어!)))
그리고 시키베는, 지붕 위에 남겨진 무사 갑주와 권총 등을 바라본 뒤, 샤치호코에 등을 기대고...... 잠시 뒤, 누군가의 존재를 느꼈다! 과거 시키베가 맛보았을 온몸의 털이 솟은 공포감을 간도 또한 체험한다! (((시키베=상, 일어서지 마! 샤치호코 뒤로!)))
하지만 시키베는 일어섰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뭐야, 젠장, 대체 뭐가...?!))) 오오, 나무아미타불! 이것은 과연 어떤 현상이란 말인가? 간도가 보고 있던 기억 영상에 노이즈가 섞이고, 기호화된 무수한 외눈과 격자가 시야를 뒤덮은 것이다! 과거 간도의 추리 중에도 나타났던 그 기호!
제행무상! 간도는 아직 알 길이 없었지만 이것이야말로 로드 오브 자이바츠가 쳐둔 결계! 허실전환법 짓수의 그물망이었던 것이다! (((......붓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우리의 기억 혹은 사고를 흐리게 만들고 있어! 뚜껑을 덮어 감추려 하고 앉았다고!)))
(((어이, 카라스 닌자=상! 닌자가 된 거잖아, 나는! 어떻게 할 수 없나! 가능하겠지!?))) 간도가 울부짖는다! 격자가 부서진다! 일반인의 길을 버리고, 닌자 빙의자가 된 그는, 은폐된 진실에 액세스한 것이다! "아이에에에!" 시키베의 비명! "어째서! 닌자 어째서!?"
시키베의 시야 속에서, 간도는 닌자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 직후...... B L A M! 기억 속에서 총성이 울려 퍼진다. 시키베가 자신의 배를 본다. 이어서 그녀는 닌자의 손에 쥐어진 스즈키 키요시의 권총을 본다. 시야가 흔들린다. 오열. 괴로운 광경에 간도는 눈을 감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시키베가 뒤로 누워 쓰러졌다. 소리조차 되지 못하는 목소리. 시야가 흔들린다. 닌자가 그녀의 얼굴을 위에서 들여다보며, 귀를 기울이는 듯한 몸짓을 하고, 시키베가 숨을 거두어 가는 것을 냉정하게 관찰한다. "......용서하시길, 마이 로드. 존체께서 뿜으시는 힘만으로도 이 소녀의 기억은 지워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완벽주의자인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 속의 시키베는 눈을 감고, 심장이 마지막 비트를 울리기를 마친다. "...목격자는 사라졌습니다..." 지직지직 "...뉴 월드 오더..." 지직지직지직...... 닌자의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말과 함께 노이즈가 섞이고, 시키베의 기억 영상은 거기에서 끝났다. 간도는 적의 닌자 복장, 멘포, 목소리, 눈, 그 모두를 외웠다.
의식이 비와호로 돌아온다. 간도는 오른팔로 소녀를 안고 그랜드 오모시로이의 선체에 붙어 있었다. 기운차게 위로 오른다. "아가씨, 살아있나?" "...앗하이." 소녀는 물을 삼키지 않았다. 다행이다. 낙하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건만, 아주 잠깐동안, 뉴런 속에서 일어난 전기적 노이즈였단 말인가.
발판에 다다르자 간도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피부가 뒤틀리고 강화 두개골은 부서졌으며, 손가락을 집어넣으니 피에 젖은 금속 질감. 총알은 거기에 멈춰 있었다. 칩은 지금도 숨소리를 내고 있다. 감각을 집중하니 알 수 있었다. 총알은 칩을 가볍게 노크한 정도다. "그래, 헤드 스트롱이라는 놈이로군." 간도가 웃었다.
안경을 비와호에 떨어뜨린 소녀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달빛을 등에 업고 있기에 그녀에게는 간도의 실루엣만이 보였다. 열다섯 살 정도일까. 간도는 멍석을 풀고 쇠사슬을 어떻게 할지 궁리하다가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나?" "아이에에에......?"
나무아미타불! 극심한 닌자 리얼리티 쇼크에서 회복된 소녀는 닌자와 만났을 때 전후의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로드 오브 자이바츠가 항상 내뿜는 허실전환법 짓수가, 이번만은 자비를 가져온 것이었다. 간도는 그 수수께끼를 아직 모른다. 그에게는 아직 증거가 부족했다.
간도가 서쪽 하늘을 노려보자 그곳에는 날아가는 헬기의 모습. 스즈키 키요시겠지, 라고 간도는 직감했다. 당장이라도 쫓아가서 그 사이코 자식을 후려패고 싶지만 간도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쇠사슬을 끊고 이 소녀를 풀어준 뒤, 이마의 총알을 적출해야....
◆◆◆
다음 날. 흐린 날씨. 교토성 중앙 정원의 미로식 정원.
이 정원에 출입할 수 있는 자는 한정되어 있다. 일반인은 물론 출입불가. 자이바츠 내에서도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이 훌륭한 오가닉 뱀부와 소나무를 즐길 수 있다. 검은 옻칠 위에 천연덕스러운 금장식 프레임, 우산에 노렌...... 그윽한 고귀함을 자아내며 전용 휠체어에 앉아있는, 로드 오브 자이바츠의 모습.
"므호-호-, 짐은 잉어가 보고 싶구나." 보라색 노렌으로 안쪽 얼굴을 가린 로드가 휠체어를 미는 최측근에게 명령했다. "뜻에 따르겠나이다, 마이 로드." 파라곤에게 밀려 휠체어는 표주박 형태의 소박한 연못 앞으로. 오가닉 잉어가 호수 수면에서 크게 점프했다. "므호-호-오-!" 박수를 치는 로드.
그 자리로 대나무 빗자루를 든 한 닌자가 다가왔다. 그랜드 마스터이자 정원사, 케이비인(경비원)이다. "보고할 것이 있나이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파라곤 옆에 멈춰, 최대의 경의를 표하는 자세를 취한다. "로드께서는 지금 즐기시는 중이다." 파라곤이 질책했다. 케이비인은 결례를 사과하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건슬링어의 건입니다."
로드는 여전히 만족해하며 잉어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말하라." 짧게 이르는 파라곤. "간도 살해까지의 사이에 부주의하게 대중의 시선을 끌었다는 부분은 이미 보고를 드렸습니다. 게다가 어젯밤, 카치구미 기업의 젊은 중역을 2명 살해. 그리고 조금 전, 신원이 명백해졌습니다." "말하라." "과거 괴도 스즈키 키요시라 자칭하고 있던, 코케시 소이치입니다."
"신원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라는 파라곤. "문제는 로드 그리고 길드에 대한 배신 행위다. 어프렌티스 시절의 멘토는 누구인가? 책임 소재를 물어야만 한다." "뉴비 시절에는 광기의 편린을 감추고 있었다고 밖에는." 케이비인이 말을 이어간다. "최근 며칠 동안의 기행으로 보아, 닌자 소울의 폭주에 의해 광기에 삼켜진 것이 아닌가.... 하고."
잠시의 정적. 로드의 메마른 박수 소리만이 안뜰에 울려 퍼진다. 짓수에 정신을 집중하는 동안, 그는 극히 무방비한 상태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파라곤은 연못 너머에 서있는 호우류우 템플이 아침 안개에 흐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길드의 치욕, 건슬링어를 지워야만 한다......뉴 월드 오더..."
7
해질녘. 어퍼 가이온. 하이웨이맨풍 닌자 복장을 입은 남자가 이미테이션 옻칠된 대형 토리이 위에서 음침하게 웃었다. 대형 토리이에 달린 낡은 목판에는 '불여귀'라는 쇼도. 호우류우 템플(호류사)에서 울리는 조의를 바치는 종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온다.
LAN 직결로 빨아들인 비디오 영상이 뇌내에서 반복된다. 수십 명의 시키베의 시체. 낙하하는 간도. 그리고 새로운 2개의 살인 영상. ......스모크 담당은 독가스 코케시 투척에 당해, 처자식과 함께 다실에서 고통스럽게 사망! 조종기 담당은 조종 방법을 모르는 헬기에 홀로 실려, 교토 산맥에 추락사! 사츠바츠! 이 무슨 무도함!
"...헤에-헤에-헤에-! 오오, 불쌍하구나, 불쌍하구나! 괴도 스즈키 키요시 즉 코케시 소이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옛 친구 두 명을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배신자였던 것입니다!" 저 너머의 빌딩을 촬영하면서 그는 침을 흘렸다. 사이버 핸디캠은 코케시 매뉴팩터리 본사 빌딩에 초점을 맞춘다.
자신들이 있을 자리를 점거한 것에 항의하듯 까마귀들이 주위를 날아다닌다. 연극을 하는 것 같은 나레이션 말투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그는 혀를 차며 몇 마리의 까마귀를 쏘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음침하게 웃으며 다시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이바츠의 자객이 그를 쫓는다! 스즈키 키요시는 과연 흑막을 해치울 수 있을 것인가?......워-호호-!"
◆◆◆
이마에 붕대를 감은 간도는 은신처의 문을 열고 멍하니 서있었다. 오부츠단은 쓰러졌으며, 시키베의 사진과 책들은 불탔고, UNIX는 모두 데이터가 소거되어 철저하게 파괴당해 있었다. 간도는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목 뒤의 LAN 단자를 만졌다...... 기절한 사이에 데이터를 뽑힌 건가?
사이코패스 새끼. 애벌레가 뇌 속에 쑤셔박히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인가. 간도는 ZBR 담배를 피우며 키요시의 다음 행동을 추리했다. "......그 새끼와 결판을 짓지 않으면 안돼......" 누구를 향한 것인지, 그리 말했다. 그리고 오부츠단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몇 가지에 대해 기도를 올린 뒤, 은신처를 뒤로 했다.
◆◆◆
그윽한 실내 정원이 꾸며져 있는 사장실. 코케시 사이코우는 훌륭한 오가닉 편백나무 판자 한 장으로 된 데스크에 앉아 이번 분기의 레포트를 훑어보고 있었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코케시 매뉴팩터리 사는 교토에서의 코케시(목각인형) 제품 및 일본 전역의 코케시 관련 판권을 가지고 있다.
방 한쪽 구석에는 허무승 삿갓을 쓰고 사이버 레인코트를 입은 몸집이 큰 남자. 자이바츠에서 파견된 경호원이다. 코드 네임은 저지먼트. 눈알을 방불케 하며 그의 등 뒤에 떠다니는 것은, 붉은 빛을 내는 정십이면체 소형 드로이드...... 오무라 사가 자이바츠에 제공한 시제품, 모터 치비(꼬맹이) 중 하나였다.
코케시 사는 카치구미 기업이지만 오무라 중공업이나 요로시상 제약 같은 암흑 메가코퍼레이션에는 크게 못 미친다. 때문에 사이코우가 알고 있는 자이바츠 신디케이트란, 야쿠자를 방불케 하는 비밀 결사다. 교토 대기업의 경영자들 대부분은 자이바츠가 닌자 조직이라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번 더 묻지." 사이코우가 레포트를 덮으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탈옥한 소이치가 나를 노리고 있다고?" "나는 그렇게 들었다, 그뿐이다." 저지먼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교토 태생이 아니리라, 예의를 모르는 남자군, 얀나루네(짱나는도다), 라고 사이코우는 마음 속에서 이 거친 남자를 비난했다.
(((그 녀석은 바보 같은 아들이었다, 낭비밖에 모르는......))) 사이코우는 책상 위에 세워진 사진 액자를 보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태어난, 코케시 가문의 새로운 젊은 가지들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스페이스 보이스 이펙터 '우주'를 향해 시선을 떨궜다. 간도에게 의뢰했던 그 날을 회상하는 것이다.
그도 처음에는 손쓸 수 없게 된 아들에게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죽였다면 얼버무릴 수 없다. 세간의 체면에 있어서도, 소이치를 교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오래된 기업의 대표자인 만큼, 사이코우는 이치를 아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약속한 대로 간도에게 1억을 건넨 것이다.
BLAM! BLAM! 갑자기 총성! 복도를 지키던 클론 야쿠자 2명이 즉사! ""끄악-!"" 장지문에 철썩 붙으며 피 얼룩을 만든다! 사츠바츠! 당황해하는 사이코우! 열리는 장지문! 모습을 드러내는 괴도! "곰방와-! 스즈키 키요시입니다!" 두 자루의 권총에서 연기를 뿜으며, 연극하듯 아이사츠!
"도-모, 건슬링어=상, 저지먼트입니다. 자이바츠의 의뢰로 네놈을 처형하러 왔다. 나쁘게 생각마라!" 아이사츠를 날리자마자 경호원은 레인코트를 벗어던졌다! 검은 닌자 복장을 드러내며! "까고자빠졌넴마-!" 카타나로 무장한 클론 야쿠자들도 사장실을 향해 스크램블 발진!
BLAMBLAMBLAM! 차례차례 사살되는 클론 야쿠자! 연못이 피로 물들어간다! 저지먼트는 간단히 총알을 피하고, 개구리형 등롱 위에 착지하자마자...... "이얏-!" 사슬이 달린 허무승 삿갓을 투척했다! "이얏-!" 스즈키 키요시는 브릿지로 회피하고, UFO처럼 위를 통과하는 허무승 삿갓을 향해 사격!
총알이 명중! 불가사의한 금속음! 그것은 허무승 삿갓 속에 수수께끼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구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코케시 소이치의 지능지수는 높았기에, 그것을 순식간에 판단할 수 있었다! 찰칵! 등 뒤에서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 "아바바밧-!" 클론 야쿠자의 비명! 건슬링어는 몸을 일으켜 등 뒤를 돌아보았다!
대체 무엇이? ......오오, 나무아미타불! 허무승 삿갓을 쓴 클론 야쿠자는 한순간에 목 없는 시체로 변하여, 카타나를 든 채 뒤로 쓰러졌던 것이다! 코와이(무섭다)! 저지먼트는 사슬을 당겨 삿갓을 손안으로 되돌렸다! "이것이야말로 암살 무기, 토바시 켄(날리기 검)! 그리고 내 짓수의 비밀을 알고 살아남은 자는 없다!"
◆◆◆
혼잡함에 섞여 간도는 어퍼 가이온을 걸었다. 감각이 이상할 정도로 예민해진 것에 놀랐다. ZBR도 하지 않았는데.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듯, 한 사람 한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다. 시각이나 후각도 마찬가지. 그리고 지금까지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닌자 존재감의 기척마저.......
악의에 찬 사냥개가 사냥감을 찾아 상층에 모여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녀석은 이런 사츠바츠한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건가." 간도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서둘러야 한다. 그는 어두운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버려진 검은 천을 스카프처럼 둘러 입을 가린다. 그리고 일반인의 세 배 가까운 각력으로 빌딩 틈새를 박차서 올랐다.
빌딩 옥상에 조용히 착지하자, 어퍼 가이온의 야경을 둘러보며 천천히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온몸의 근육이 황금 시대 이상으로 응해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코트를 걸쳤을 때 같은, 희미한 위화감. 하지만 그것도 금방 익숙해진다. 도약! 차도를 가볍게 뛰어넘어 옆 구획의 빌딩에 착지한다!
◆◆◆
BLAM! BLAM! 스즈키 키요시의 38구경 리볼버가 불을 뿜는다! "끄악-!" 양쪽 무릎을 공격당한 저지먼트는 무릎을 꿇으며 뒤로 쓰러졌다. 나무삼! 실내 정원은 목숨이 끊어진 야쿠자들로 채워지고, 소나무에는 반자이 상태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살아남은 것은 2명의 닌자와 사이코우 뿐.
스즈키 키요시에게는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저지먼트가 무능했던 것은 아니다. 전투 스타일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기다려, 나는 고용되었을 뿐이야...!" 암살자 닌자가 목숨을 구걸했다. 키요시는 허무승 삿갓을 상대의 머리에 억지로 씌우며 쇠사슬을 잡았다. "이걸 당기면 칼날이 튀어나오는 구조인가?"
"나를 죽여도 다른 용병 닌자가 너를 죽일거다. 자이바츠는 진심이야. 10명이나 되는 용병을 상층에 투입시켰다. 나를 살려주면 허위 보고로 네가 도망치게..." "이얏-!" 스즈키 키요시는 허무승 삿갓을 발끝으로 누르며 쇠사슬을 당겼다! "끄악-!?" 단두대를 방불케 하는 금속음! 저지먼트는 목이 잘려 폭발사산!
"아이에에에에......" 사진 액자를 덮으며 책상 옆에서 주저앉는 사이코우. 일본식 정원을 벗어나 스즈키 키요시가 다가온다. "정말로 소이치냐?" BLAM! 피스톨이 대답! 사이코우는 무심코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총알은 명중하지 않았다. 총에 맞은 것은 뒤에서 떠다니던 모터 치비였다.
"헤에-헤에-헤에-, 아버지, 오랜만이네...... 내가 무서운가? 나를 못 믿겠나?" 소이치는 멘포로 얼굴을 가린 채 히죽히죽 웃었다. 사이코우는 가슴에서 권총을 뽑으려 했으나 키요시의 피스톨이 기선을 제압한다! "끄악-!" 사이코우의 총은 서부극을 방불케 하듯 튕겨져 날아가고, 거기에 더해 양 무릎이 꿰뚫린다!
"ALAS! 이 무슨 비극이란 말입니까! 슬픔으로 미쳐버린 가련한 소이치는, 자신의 아버지에게까지 총을 겨누었던 것입니다!" 키요시는 침을 흘리며 비디오 촬영을 마친 뒤 한쪽 무릎을 꿇고, 피를 흘리는 사이코우를 안아들어, 이마에 총을 겨누었다. "아밧-...... 날 죽여서 어쩔테냐? 회사를 빼앗을건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군! 이딴 시시한 회사!" 코케시는 갑자기 격앙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떨면서 방아쇠를 당기려는 손가락을 자신의 반대쪽 손으로 짓누른다. "헤에-헤에-헤에-, 이미 줄거리는 짜여져 있어,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를 쏴죽인 소이치는 후회하는 마음에 괴로워하다, 자신의 이마를 쏜다."
"바보 아들 놈, 하다못해 살아라...!" 사이코우가 분노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짜낸다. "살라고? 잔혹하군! 싫어! 나는 수배자! 이것으로 내 드라마는 끝이야! 모든 비극을 하나로 정리해서 IRC에 뿌리고, 드라마는 영원히 살아간다! 최고의 마무리잖아! 두려워서 세푸쿠는 할 수 없었지만 닌자가 된 지금이라면 가능해!"
"틱 틱 틱! 최고의 비극과 함께 나는 시간을 되감을 거야...... 모두가 잊어버린, 나의 황금 시대로...... 아버지, 사요나라......!" 소이치는 방아쇠를 당기...... 멈춘다?! 사이코우의 얼굴에 곤혹감이 스친다. "헤에-헤에-, 있어봐...... 아버지, 뭔가 숨기고 있지? 나는 지능지수가 높거든."
소이치가 일어나서 사장 책상에 다가간다. "헤에-헤에-헤에-...... 액자...... 액자...... 묘하게 많은 액자가...... 덮여 있는 건...... 어째서?" 피묻은 하얀 장갑으로 싸인 손을 떨면서 뻗는다. 사이코우는 가슴이 도려내지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고 기도했다. 구원은 없는 것인가! 광명은 없는 것인가!
KRAAAASH! 사장실의 불투명 유리를 박살내는 그림자! 그 손에는 뒷골목에서 주운 길다란 금줄! 한쪽 끝을 옥상에 묶어놓고 로프 액션을 펼친 이 닌자의 정체는 누구란 말인가! 그는 화려함 없이 착지하여 아이사츠를 날렸다! "네놈의 매운 내 고약한 드라마는 사양이라구...... 도-모, 디텍티브입니다."
"헤에-헤에-헤에-, 시리어스한 장면을 망쳐놓다니이...... 웃기고 자빠졌군." 소이치는 액자를 향해 뻗던 손을 멈추고 다시 권총 두 자루를 뽑았다. 그리고 침을 흘리고 입맛을 다시며 적에게 다가간다. "미안하군, 키요시=상, 내 방식이 이래놔서." 디텍티브 또한 49 매그넘을 뽑고 조용히 앞으로 걸어간다.
"내 조수를 죽인 건 자이바츠 닌자였고, 댁은 엉뚱한 누명을 쓴 거라고 하면...... 어쩔테지?" "헤에-헤에-...... 내 취향인 스토리는 아니군." 두 자루의 권총을 앞으로 내민 두 닌자는, 사장실 중앙을 향해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사츠바츠! 다다미 2장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은 멈췄다.
필살 범위 내! 일촉즉발! 하지만 아직 두 사람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닌자였나? 아니지? 닌자가 되어 되살아났군? 탐정인데 닌자? 웃기는 줄거리야." 키요시가 비웃는다. "그래, 끔찍한 죠크야." 간도도 검은 천 속에서 잠깐 웃었다. "......손대중은 하지 않는다, 꼬마. 나는 지금 화가 나 있어."
잠시의 정적 뒤, 네 자루가 거의 동시에 불을 뿜었다! BLAM! 닌자 동체시력을 집중시킨 간도에게는 그 궤도가 보였다! 공기를 젤리처럼 가르며 네 개의 총알이 서로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하지만 디텍티브와 건슬링어는 발사와 동시에 브릿지 회피를 펼치고 있었다! 솜씨!
스프링 장치를 방불케 하듯 브릿지 상태에서 자세를 회복한 두 권총 사용자는, 피스톨 카라테 자세를 취하며 간격을 좁혔다! 일반인의 반응 속도를 아득히 초월해 있다...... 이것이야말로 닌자의 이쿠사 배틀!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의 카라테를 완전히 알고 있다! BLAMBLAMBLAM! 종이 한 장 차이로 제로 거리 총알을 회피하면서 카라테 교착!
"이얏-!" "이얏-!" BLAMBLAMBLAMBLAM! 두 사람은 아낌없이 총알을 발사하면서, 사격 반동으로 만들어지는 강력하고도 트릭키한 카라테를 상대에게 꽂는다! 디텍티브의 일격은 무겁다! 건슬링어의 일격은 빠르다! 치명적인 총알을 피하려면 약간의 카라테는 몸으로 받아낼 필요가 있다!
BLAM! 건슬링어가 최후의 한 발을 사출! "이얏-!" 사격 반동으로 회전 도약하여, 목을 날릴 정도로 통렬한 카라테 킥을 디텍티브의 측두부에 꽂아넣는다! "끄악-!" 간도의 뼈가 삐걱인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압도적 터프니스를 보이며 적의 다리를 붙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KRIK! 붓다! 불발!
"이얏-!" 궁지에서 벗어난 건슬링어는 몸을 비틀어, 그대로 무거운 권총 자루로 적의 이마를 후려쳤다! "끄악-!" 디텍티브는 상대의 발목을 고정한 채, 해머 던지기 경기를 방불케 하듯 있는 힘껏 그 몸을 내던졌다! "이얏-!" "끄악-!" 사장 책상에 충돌하여 등을 강타당하는 건슬링어!
마찬가지로 모든 탄환을 소비한 디텍티브는 카라테만을 믿고 사장 책상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 체구를 살려 적을 짓밟을 기세다! "이얏-!" 건슬링어는 종이 한 장 차이로 파쿠르를 구사해 이것을 피하고, 도움닫기 없이 타이도* 백 플립을 구사해 다다미 4장 거리는 떨어져 있던 사장 책상 위에 착지!
*원문은 タイドー로, 躰道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인다. 1965년에 가라테를 기반으로 창시된 현대 무술이다.
간도 또한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사장 책상 위로 뛰어올랐다. "이얏-!" "이얏-!" 간발의 차도 두지 않고 사장 책상 위에서 카라테 응수! 총알을 잃었다고 해서 피스톨 카라테의 살인 능력은 먼지만큼도 줄어들지 않는다! 49 리볼버가 명치에 꽂힌다! "끄악-!" 38 리볼버가 광대뼈를 삐걱이게 한다! "끄악-!"
추가로 두 사람의 카라테가 정면에서 격돌! ""끄악-!"" 각자의 반대 방향으로 와이어 액션을 방불케 하듯 튕겨져 날아간다! 공중에서 자세를 제어한 2명의 닌자는 사장 책상 바로 옆으로 굴러 들듯이 착지하여, 튼튼한 편백나무 목재에 등을 기대고서 총알을 재장전했다. KILLIN, KILLIN하고 탄창이 울린다!
"헤에-헤에-! 우리들은 닮았군!" 건슬링어가 총알을 넣으며 비웃는다. "머리에 칩을 박은 놈도 사이코 새끼 아냐? 사이고라고 했던가?" 그는 사무실을 털었을 때 시키베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의 필명과 창작물도. "네 죠크는 시시하구만." 간도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이얏-!"" 양측은 거의 동시에 재장전을 끝내고 사장 책상 위로 도약했다! 간발의 차도 두지 않고 피스톨 카라테 응수! BLAM! BLAM! BLAM! BLAM! "이얏-!" BLAM! BLAM! "이얏-!" BLAM! BLAM! 모든 공격이 종이 한 장 차이! 코와이! 최고조를 향해 위험한 가속이 이어진다!
KRIK! 또다시 49 매그넘이 불발을 일으킨다! "붓 댐 잇!" 카라테 반동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지능지수가 높은 건슬링어가 그 틈을 놓칠 리 없다! 원래대로라면 피하는 것이 고작인 무거운 반동 돌려차기를 막아내고 사격! BLAM! 간도의 회피 동작이 늦었다! 옆구리에 총알 명중!
"끄악-!" 배가 도려내져서 신음하는 간도! 그의 남은 탄수는 제로! "이이야아앗-!" BLAM! 키요시는 즉시 오른쪽 방아쇠도 당겨, 남은 최후의 총알을 간도의 왼쪽 다리에 꽂으며 2배의 반동을 사용해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회전 점프! 나무아미타불! ...그러나 그 순간! BLAM! 49 매그넘이 포효했다!
"끄악-!" 49구경의 총알이 키요시의 가슴을 네기토로(다진 참치)를 방불케 하듯 분쇄! 회전 점프는 정지 직전의 팽이처럼 기울어지고, 사장 책상에서 낙하하여 바닥 위를 굴렀다! 그리고 정지! "...불발탄을 재장전해서, 행 파이어*를 노렸...다고...?" 기도에서 공기를 흘리며, 키요시는 간도의 트릭을 알아맞췄다.
*Hang fire, 총기의 발화 장치 똑는 발화약 불량으로 방아쇠를 당겨도 발화가 늦게 되는 것을 말한다.
"조수의 아이디어를 차용했지." 간도는 적의 옆에 서서 두 자루의 권총을 회전시키다 홀스터에 꽂고, 피스톨 카라테 자세로 잔심했다. "캘린더는 봤나? 오늘은 붓다 피스잖아." "아버지...... 도와..." 신음하는 키요시. 사이코우가 그의 시야에 나타나, 그의 이마에 총알을 쐈다! "사요나라!" 스즈키 키요시는 폭발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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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폭발사산한 아들을 사이코우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 책상에 기대어 양 무릎에서 피를 흘리며. 그건 어쩌면 오바케...... 몇 년 전 그 밤에 태어난, 팬텀이었던 것이 아닐까. ...어느 쪽이든 좋다. 변해버렸어도 소이치는 소이치다. '우리들은 지고쿠 헬에서 다시 만나리라', 그리 기도했다.
부앙- 부앙-! 사장실에 울려 퍼지는 이머전시 버저! 비상 본보리 램프가 붉게 빛나며 회전한다! "도-모! 사장님, 무사하십니까! 입구부터 시체로 이루어진 길이! 그야말로 츠키지*입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정규 보안요원의 목소리. 사이코우는 책상의 버튼을 누르고 간략하게 대답했다. "총에 맞았다. 구호반을 보내라."
*일본의 츠키지 수산시장을 말한다. 생선 시체가 즐비하게 깔린 것에서 착안한 것인지, 닌자 슬레이어 세계관에서는 아수라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 상황을 자세히......" 사이코우는 통신을 끊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사장 의자에 앉아 액자 다섯 개를 세운다. 그 중에는 아직 어린 소이치의 사진도 있었다. 통증을 달래기 위해 ZBR 담배를 피우는 간도를 향해 사이코우가 말을 걸었다. "시큐리티가 올 때까지 2, 3분은 있네."
"그래." 간도가 연기를 뿜으며 대답했다. "과거를 청산하지." 사이코우는 서랍에서 보이스 이펙터를 꺼냈다. "댁이 의뢰인이로군." 이라고 간도가 대답하며 스카프를 벗었다. "새로운 의뢰를 받아주겠는가? 진범에게 복수를." "그렇군......" 간도는 생각했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워."
"거절인가?" "아니, 댁도 도와주길 바라. 더 이상 안전권 내에 있을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각오가 있다면 말이지." 간도가 고장난 드로이드를 별난 물건을 봤다는 듯이 주워들었다. "좋네." 사이코우가 대답했다. 몸을 내밀어 탐정과 악수를 나눈다. "좋아, 우리들의 코드네임은 딥 스로트다."
◆◆◆
언더 가이온의 궁핍한 뒷골목에 있는 금붕어 가게. 간디를 방불케 하는 풍모의 노인이 꾀죄죄한 러닝셔츠를 걸치고 파수대에 앉아 있었다. 어두운 가게 안에는 수조가 몇 개 놓여 있었지만 금붕어의 숫자는 적고 가격표도 붙어 있지 않다. 관광객이 다가와도 노인은 치매 같은 표정으로 골목을 바라보기만 한다.
오늘도 문을 닫을 시간인가. 노인은 사다리로 파수대에서 내려와 버튼을 누른다. 녹슨 셔터가 내려간다...... 그러나 한 남자가 구두코를 쑤셔넣고, 닫히던 셔터를 멈춰세우더니 들어올렸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이버 레인코트에 허무승 삿갓을 쓴 괴이한 남자! "아이에에에에?" 노인이 놀라움의 소리를 질렀다!
"미안, 영감님, 나야." 이마에 딱하게도 붕대를 감은 간도가 허무승 삿갓을 벗고, 금붕어 가게 주인에게 사과했다. "아아, 뭐냐." 노인이 메마른 웃음을 터뜨리며 간도를 안으로 맞아들이고 셔터를 다시 내린다. "슬슬 죽었으리라 생각했지. 그래서 총알은 어땠나?" "한 번 불발됐어." 간도가 웃었다.
"그야 어쩔 수 없지. 그런 주문은 처음이었으니." 라는 금붕어 가게. "뭐, 그래도 잘 풀린 거겠지? 살아서 온 걸 보니." "그래, 덕분이야. 그래서 말인데 영감님, 긴히 부탁할 것이 있어." "또냐?" "이 녀석을 바로 고칠 수 있을까? 자이로가 맛이 갔어." 간도는 소형 드로이드를 가슴에서 꺼냈다.
"오무라 물건이냐?" 금붕어 가게는 동그란 안경을 쓰고 손상 부위를 살피며 두세번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해보기로 하자꾸나." 그리고 노인은 금붕어 밥통에 천천히 손을 넣더니, 안에 있던 5층탑을 돌렸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고, 가게 안쪽 셔터가 열린다! UNIX와 정크 전자부품으로 채워진 공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
네오 사이타마. 바 『에나지*』.
*원문은 絵馴染로, 직역하면 그림과 친숙함, 그림 단골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에너지'의 일본식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이기도 하다.
"교토로 돌아가겠다." 닌자 슬레이어가 챠도 호흡을 멈췄다. "모든 것을 그 땅에 남겨둔 채다.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았어." ......그리고 그는 자이바츠 닌자, 다크도메인이 그에게 내뱉은 말을 떠올렸다. 타카기 간도의 죽음...... 그 진위와 경위도 확인해야만 한다.
그 말에 낸시, 야모토, 데드문, 네더퀸 등이 말을 이어받았다. 네 명 중 두 명은 닌자. 그야말로 제행무상이다, 라고 후지키도는 생각했다. IRC 통신기가 울린다. "당신을 지명했어, 닌자 슬레이어=상." 네더퀸이 말했다. "뭐......?" 후지키도가 수화기를 든다.
"......도-모." 『도-모』 자기장 폭풍의 영향으로 보이는, 노이즈 투성이의 목소리. 게다가 그것은 대우주에서 울려 오는 듯한 스페이시 보이스였다. 『......닌자 슬레이어=상,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 잇키 우치코와시의 본부를 자이바츠가 습격하려 한다. 노리는 것은 드래곤 유카노. 서둘러라』
"유카노=상이라고? 그대는 대체!" 후지키도가 낮고도 거친 말투로 물었으나 이미 통신은 끊어져 있었다.
......아득히 먼 교토 땅에서는, 몇 년 전에 사용했던 비밀 통신실에 앉아 『우주』가 장착된 마이크를 앞에 둔 코케시 사이코우가 홀로 회선 절단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심장에 나쁘군..." 식은땀이 배어나온다. 사츠바츠! 벽에 걸린 적색 LED 숫자는 앞으로 5초 더 지났으면 자이바츠에게 탐지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섀도우 콘이 붕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밤. 어퍼 가이온.
5층탑 위에 한 남자. 중앙의 기둥에 손을 걸고, 지붕에 발끝으로 선 채 쭈그려, 다른 한쪽 손에는 사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닌자의 수급. 그 사내야말로 닌자 슬레이어. 교토의 음울하고도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와 머플러를 방불케 하듯 목에 감은 천을 나부낀다. 그 사츠바츠한 시선은 저 너머 교토성에 꽂혀 있었다.
새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지 못하는 사내였다. 복수에 또다시 복수가, 그를 몰아붙인다. 섀도우 콘으로 입은 대미지도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처자식의 원수 다크닌자, 납치된 드래곤 겐도소의 유족 유카노, 그리고 생사를 알 수 없는 타카기 간도...... 이런 요소들이 격렬한 초조함과 분노를 낳고 있는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전자기판을 방불케 하는 교토의 야경을 노려보며, 네오 사이타마에서 받은 수수께끼의 정보 제공자로부터의 두번째 IRC 통화를 떠올렸다...... 『도-모』 "도-모. 또 그대인가? 대체 누구지? 간도=상인가?" 『......아니다. 하지만 간도는 무사하다. 그보다 너에게는 시간이 없다』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끊겠다." 『내 이름은 편의상 딥 스로트라고 해두지. 그보다 너에게는 시간이 없다. 드래곤 유카노를 구하고 싶지 않은가?』 "......계속해라." 『그녀는 교토로 호송되고 있다』 "무얼 위해서?" 『어떠한 음모 때문이다. 위험하지만 선수를 칠 방법이 하나 있다』
"......간단하게 답해라." 『앰버서더와 디플로마트라는 자이바츠 닌자를 찾아라. 둘 중 한쪽이 네오 사이타마에 잠복해 있다. 위험하지만 너를 순식간에 교토로 옮길 것이다』 "그 다음에는?" 『언더 가이온 제8계층, 이글 구획의 폐공장 지대에 있는 망가진 붉은 코케시 전화 박스를 찾아라......』
이후의 경위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쌍둥이 닌자에게 포탈을 열게 하여 교토로 순식간에 점프한 뒤, 폐공장 거리에서 딥 스로트와 세 번째 IRC 통화를 했다. 그리고 섀도우 콘과 모미지 양가라는 이름을 전해받고, 그 지하 토너먼트에 출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이 꼴이다! 라며 후지키도는 자신의 힘이 모자람을 한탄했다. 그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앞으로 한 걸음 모자란 순간에 유카노 구출에 실패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간도는 무사하다고 전해들었으나 은신처는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딥 스로트의 정체도 모르는 채다.
이렇게 된 이상 정면 돌파만이 있을 뿐. 세 번째 통화를 통해, 자이바츠의 본거지가 중요 문화재인 교토성이라는 것을 그는 알게 되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남은 단서는 그것 밖에 없었다. 후지키도는 자신의 영혼을, 다시금 복수라는 이름의 용광로에 밀어넣었다. 토코로자와 필러에 홀로 침입했던 그 밤처럼.
심장이, 뉴런이, 복수의 검은 불꽃으로 칠해진다! (((후지키도여, 드디어 깨달았느냐! 그것으로 되었다!))) 나라쿠 닌자의 불길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닥쳐라, 나라쿠." (((닌자와 어울려 다니다니 언어도단! 이 어르신이 없는 사이에 얼이 빠져서는! 그랬기에 패배를 거듭한 것이다!)))
"......닥쳐라, 나라쿠. 우시미츠 아워는 아직 이르다!" 후지키도가 저항한다. 나라쿠 닌자는 뉴런 속 깊은 곳으로 물러났다. "......이것은 내 결단이다...... 소우카이야를 멸망시켰던 때와 마찬가지로, 자이바츠를 하룻밤 사이에 멸망시킨다. 뱀의 머리를 일격에 때려부순다......!" 닌자 슬레이어가 일어섰다. 그 순간!
검은 코트를 걸치고 입가를 스카프로 가린 닌자 한 명이, 5층탑 위로 도약해 온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급을 지붕의 돌기에 찔러넣고, 적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앰부쉬를 할 기색은 없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전격적 아이사츠! "도-모, 닌자 슬레이어=상..."
"......나에게는 이름이 여럿 있지......" 그 닌자는 회색 스카프를 벗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 손바닥에는 긴장한 나머지 땀이 배어나왔다. 까딱하면 이 남자는 순식간에 자신을 폭발사산 시키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디텍티브, 딥 스로트, 카라스 닌자...... 그리고 타카기 간도입니다."
"멍석말이를 당해서 이마에 총을 맞고 비와호에 가라앉았다 들었는데......" 간격을 서서히 좁히며 후지키도가 물었다. 그 손에는 수리켄! "머리가 딱딱해서 말이지." 디텍티브는 웃으면서 이마를 가리켰다. ......막혀는 있었지만 탄흔은 아직도 남아, 그 주위 피부는 완만하게 소용돌이치듯 단단하고 검게 변형되어 있었다.
"......교토성에 침입할 생각이겠지?" "실로 그렇다." "뭐, 이걸 봐." 디텍티브는 가슴에서 작은 부유형 드로이드를 꺼냈다. "오무라 사의 시제품, 모터...... 치이사이야." 그 정십이면체 드로이드는 입체 홀로그래픽 영상을 발밑에 투사했다! 그 모습은...... 유카노!? 나무삼! 이것은 대체!
"나는 허무승 삿갓으로 변장해서 교토성에 잠입했지. 며칠 뒤, 유카노=상의 감금 장소를 알아냈고, 파수꾼으로 동형의 드로이드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나는 이 녀석을 원격 조작해서 접근해, LAN 직결로 설정을 고쳐 썼지. 요컨대...... 저쪽 드로이드의 영상은 이쪽이 탈탈 털었어. 게다가......"
홀로그래픽 영상 속 유카노가 무언가를 꺠달은 듯이 주위의 상태를 살폈다. 그 가슴은 풍만했다. 그리고 모터 치비를 향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상, 간도=상, 저는 괜찮습니다." "유카노=상!?" 닌자 슬레이어가 홀로그래픽 영상을 향해 말을 걸었다!
"어째서 제가 납치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언가 무서운 일이......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음모가 벌어지려고 하는 것은 확실합니다만......" 유카노는 파수꾼 닌자가 돌아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지, 거의 일방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제 몸은 아직 괜찮습니다. 조급해 하지 마세요,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다*는 말을 기억하세요......"
*욕심을 부리다 오히려 실패함.
여기에서 유카노의 3D 영상은 옆으로 돌아가더니 회선 절단 신호를 보냈다. 부웅-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3D 영상은 모터 치이사이 속으로 사라져 간다. "자이바츠 상층부는 하이테크나 인터넷에 어두워." 간도가 말을 이어갔다. "놈들은 닌자의 힘을 과신해서 인간의 힘을 경시하고 있기 때문이지. 아마 그 부분이 돌파 포인트가 될거야."
그리고 다그치듯 말했다. "응, 알겠지? 닌자 슬레이어=상. 시기상조라구. 게다가 로드 오브 자이바츠의 힘은 끝을 몰라. 허실전환법 짓수라고 하는 대규모 마인드 컨트롤을 방불케 하는 힘을 사용해. 책략 없이 돌진해도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 그러면......"
"그러면, 어떻게 되지?" 닌자 슬레이어는 이미 수리켄을 거둔 상태였다. 눈앞에 있는 것이 타카기 간도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무언가 계책이 나올거야. 그렇게 되면 교토성에 침입하자고. 아아, 나도 간다. 조수의 복수를 위해. 아직 이야기는 안했던 것 같지만......"
"책략을 짜지." 후지키도가 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 세세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좋다, 라는 사인이다. 눈빛의 날카로움은 잃지 않은 채, 조금 편안해진 상태로 간도에게 말을 건다. "닌자가 된 기분은 어떻지?" "......한 번 죽고 살아 돌아온 기분이군. 남은 인생은 덤이야. 소홀히 할 수 없는 덤이지."
......간도는 갑작스러운 인터뷰에 놀라서, 아무런 꾸밈도 생각도 없이 순간적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자신이 한 말이지만 참 문학적 재능이 느껴지지 않는 말이로구나 생각하면서. "그런가......" 닌자 슬레이어가 끄덕였다. "......나는 그대를 죽일 것이다. 내면의 닌자 소울이 그대의 영혼을 굴복시킬 때, 주저 없이 그대를 죽일 것이다."
"그래." 간도가 대답했다. "하지만 혹시 너와 서로 죽고 죽이기를 벌이게 되면...... 그 때는 나도 그냥은 죽어주지 않을거야. 어쨌거나 내 머리는." "튼튼하니 말이지." 후지키도가 대답했다. "아아, 그래." 간도가 작게 웃더니 ZBR 담배를 피웠다. "조금 변했나...?" 닌자 슬레이어도 대답했다. "그쪽도다."
"내가 변했다고?" 간도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성격이 말이야? 닌자 소울의 영향이라는 놈인가?" "아니...... 아트모스피어다......" 후지키도는 자기자신도 자신의 대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대의 성격이 아니다...... 카라스 닌자라 했던 놈의 소울도 아니다...... 뒤에 누군가, 감추고 있는가?"
"뒤에? 어허어허, 아직도 뭔가 나를 의심하고 있는건가?" 간도는 돌아서서 닌자 슬레이어에게 등을 보여주고, 옆으로 걸어 그곳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기분 탓이겠지. 잊어주게." 후지키도가 말을 거두었다. "......누군가가, 그대의 곁에서, 기쁜 듯이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따름이다."
[리부트, 레이븐] 끝
N-FILES (설정 자료, 원작자 코멘터리)
타카기 간도, 비와호에서 죽다. 언더 가이온에 사무소를 차려 놓고, 닌자 슬레이어의 협력자가 되는 사내, 사립탐정 간도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와 재기의 이야기! 전자 노이즈로 물든 하드보일드 사이버펑크 디텍티드 스토리가 여기에 막을 올린다. 메인 저자는 필립 N 모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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