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인사이드・테인티드・소일】
닌자 슬레이어 제1부 '네오 사이타마 염상'에서
[아포칼립스 인사이드 테인티드 소일]
"이만 가지." 등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낸시는 화들짝 놀랐다. 닌자 슬레이어였다. "언제부터 거기에?" "......지도가 있다고 들었다만. 보여주게." 닌자 슬레이어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낸시는 빛바랜 펀치시트를 꺼냈다. "1년 전 데이터니까 정확하지 않을지도 몰라......"
닌자 슬레이어는 십여 장에 이르는 펀치시트를 3초 만에 확인을 끝마쳤다. "과연, 저 오카키 공장......" 몸을 내밀어 절벽 아래의 궁상맞은 공장을 내려다 본다. 갈라진 콘크리트제 지붕과 작은 굴뚝이 하나. 입구의 노렌(포렴)에 적힌 '오카키'라는 글자.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정보야..." 낸시가 설명하려 드는 것을 닌자 슬레이어가 손을 내밀어 제지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네. 보게. 저 순찰을 도는 경비원을." 닌자 슬레이어가 2인조로 어슬렁 어슬렁 공장 입구 근처를 배회하는 원피스 작업복 차림새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NN445로 무장하고 있다. 만안경비대에게 지급되는 장비다. 게다가 녀석들의 얼굴을 봐라. 쌍둥이 처럼 닮아있지 않은가?" 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론 야쿠자군요." "그래. 저 얼굴은 Y12형, 최신 클론 야쿠자다. 평범한 오카키 공장에 정예 무장을 갖춘 Y12가 2명씩 3개조. 있을 수 없어."
입구에 2명, 뒷문에 2명, 2층 발코니에서 같은 차림새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가 2명. 총 6명. 모두가 똑같은 용모다. 닌자 슬레이어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의 주 짓수가 있다면 클론 야쿠자 따위 백 명이 오더라도 승부조차 되질 않는다.
그러나 궁상맞은 공장 내부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하는 이상 힘에만 의지하여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책략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암반에 쐐기를 박아 넣고서 절벽 아래로 자일(등산용 밧줄)을 늘어뜨렸다. "내려갈 수 있겠는가?" "으응." 낸시가 끄덕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한손으로 자일을 잡고서 절벽을 박차며 내려간다.
절벽 아래, 낸시가 착지하자 곧바로 닌자 슬레이어는 자일을 분리했다. 특수한 힘을 주는 방식만으로 쉽게 풀리게 되어있는 자일이 스르륵 하고 닌자 슬레이어의 손에 떨어진다. 도우구사의 '오나와(밧줄)'은 말법의 세상 속에 잊혀져 가는 장인의 기술을 계속해서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기다리게. 정리하지." 말하자마자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숙여 미끄러지듯 공장 쪽으로 향했다. '오카키' '수성' 이라고 페인팅된 컨테이너의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옮겨가며 입구의 클론 야쿠자에게로 다가간다.
발코니의 저격 야쿠자가 입구 부근에서 시선을 뗀 순간을 간파한 닌자 슬레이어는 컨테이너의 그림자에서 문지기 야쿠자의 비스듬히 뒤쪽으로 뛰어 나왔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달인! 그야말로 한순간의 일이었다. 코브라와도 같이 미끄러지듯 나온 닌자 슬레이어는 오른손 춉으로 오른손 문지기 야쿠자의 관자놀이를 분쇄하여 그대로 도약한 뒤 왼쪽 문지기 야쿠자의 목을 양 다리 사이에 끼워 넣어 그대로 꺾어 버렸다. 양 다리에 기세를 더하여 문지기 야쿠자의 사체를 집어 던진다. 다른 한쪽의 시체도 집어 던진다.
털썩, 털썩. 두 시체는 뚜껑이 열린 컨테이너 속에 간발의 차도 두지 않고 던져 넣어졌다. 컨테이너에는 '타지 않는 폐기물'이라 페인팅되어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뒷문의 2인조를 경계하면서 발코니 바로 아래의 공장 벽에 붙어 이동했다. 쉴새없이 수직으로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표적은 저격 야쿠자다.
닌자 슬레이어는 발코니에 손을 짚고서 담배를 피우는 저격 야쿠자의 바로 아래까지 다가왔다. 발코니 가장자리를 붙잡은 채, 발코니에 설치된 마네키네코 타입 난간을 손등으로 똑똑 두드린다. "뭐야?" "무슨 일 있으십니까?" "소리가 났습니다." "무엇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저격 야쿠자 쪽 하나가 아래를 내려다 보려고 한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그 목덜미를 붙잡아 뒤로 휙 내던졌다. (끄악-!) 공중을 날아가는 저격 야쿠자를 노려서 마무리 일격인 수리켄을 던진다. 수리켄은 저격 야쿠자의 미간에 꽂혔다. 공중에서 목숨이 끊어진 저격 야쿠자는 조금 전의 컨테이너 속으로 추락했다.
남은 한쪽이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닌자 슬레이어는 발코니로 침입했다. (이얏-!) 목구멍에 춉을 꽂아넣어 숨통을 끊는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그 시체도 뒤로 집어 던졌다. 시체는 조금 전의 컨테이너 속으로 골인했다.
다음으로 닌자 슬레이어는 기와지붕에 올라가 뒷문의 2인조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최후의 2명은 무료한 듯 손에 들린 어설트 라이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곳을 향해 뛰어 내렸다. (이얏-!) (끄악-!) (끄악-!)
달인! 뛰어 내리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공중에서 두 번 발차기를 구사하여 정확하게 각각의 뒷문 야쿠자의 목을 일격으로 부러뜨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두 시체를 한꺼번에 운반하여 조금 전의 컨테이너 속으로 가볍게 집어 던졌다.
"정리되었군요......" 낸시가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닌자 슬레이어의 조용한 살육을 새삼스레 눈으로 본 쇼크 때문인지, 그 반듯한 미모는 창백해 보였다. 닌자 슬레이어가 끄덕였다. "뒷문으로 침입하지. 적외선 모드를 사용하여 확인했지만 오카키 공장 내부에 생체반응은 없다."
두 사람은 '출구' '비상직' 이라 네온으로 적힌 뒷문의 작은 도어를 열어 침입했다.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살풍경한 복도였다.
"여기로군." 두 사람은 '탕비실' 이라 적힌 방앞에 멈춰섰다. 조금 전 확인한 지도에 따르면 이 방이었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닌자 악력을 사용한다면 미닫이문이나 마찬가지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단숨에 손잡이를 비틀어 꺾었다.
그곳은 그야말로 보통의, 표준적인 탕비실이었다. 다다미가 깔린 다실이 있었으며 화로와 코타츠가 갖추어져 있다. 벽에는 '정시'라 손글씨된 족자가 걸려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망설임 없이 신발을 신은 채 다실 위로 올라갔다.
족자를 걷어내자 드래곤이 새겨진 목제 다이얼 자물쇠가 나타났다. "정보는 지금까진 틀림없군." "오른쪽으로 돌려서 4, 6, 4. 그 뒤 왼쪽으로 돌려서 3." 낸시의 지시에 따라 닌자 슬레이어는 다이얼을 조작했다. 철커덕 소리가 울리고 다실 전체가 진동하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다.
길고도 긴 하강을 거쳐서 다실은 섬뜩한 기계음과 함께 정지했다. 지금 다실에 접해 있는 것은 거대한 셔터다. "이제 곧 열립니다." 녹음된 게이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낸시는 닌자 슬레이어를 보았다. "생체반응은?" "대량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눈썹 하나 꿈쩍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준비하게."
낸시는 입구의 클론 야쿠자에게서 가져 온 NN445 어설트 라이플을 들었다. 익숙한 몸놀림이다. "엽니다." 게이샤의 음성이 알려온다. 기관부에서 수증기를 배출하면서 커다란 셔터가 천천히 열렸다.
오오, 이 무슨 광경! 이런 궁상맞은 오카키 공장 아래에 이러한 공장 설비가 숨겨져 있으리라 어느 누가 예상할 것인가? 두 사람은 지금 거대한 지하 플랜트를 천장 건너 복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가로로 세로로 뻗은 컨베이어 벨트들, 10 제곱미터는 될 온갖 수조(vat)들......
공장은 지금도 바쁘게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백색광 타입 전기 본보리 램프의 차가운 불빛이 수조에 채워진 수상쩍은 바이오 액체에 반사되어 지하 공간은 녹색으로 비추어지고 있었다. 요로시상의 문양이 새겨진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기계가 컨베이터를 통해 수상쩍은 물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교환해 간다.
그리고 오오, 나무아미타불! 이 무슨 금기! 낸시가 떨리는 손으로 가리킨 앞을 보라, 수조 속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져 있는 것은 벌거벗은 인간들이다. 저 수조는 배양장치인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 그야말로 클론 야쿠자 제조공장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 무슨...... 이게 무슨 일이람." "셍체반응의 정체는 저것이었는가." 닌자 슬레이어가 주의 깊게 눈 아래의 경비체제를 확인하려한다. 광대한 플랜트이긴 하지만 시설은 완전히 자동화되어 있어서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기밀유지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인가? 경계하면서도 두 사람은 나선형 계단을 내려간다.
계단을 다 내려온 닌자 슬레이어와 낸시 리는 지도에 기록된 다른 구획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광대한 부지는 1년 전 지도에도 '야쿠자'라고 기재되어 있다. 두 사람의 목표는 한층 더 안쪽에 존재할 '맙포' 구획이다.
녹색으로 빛나는 수조 속에서 나체인 클론 야쿠자 Y12형이 아침 조례를 서는 사라리맨처럼 규칙적으로 줄을 서서 직립해있다. 눈은 명상하듯 닫혀 있으며, 가슴에는 '요로시상'이라는 문자가. 두 사람은 수조를 곁눈질로 보면서 앞으로 가기를 서둘렀다. "그런데 이렇게나 허술할 리가 있을까?" 낸시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진 통로의 입구에 도착했다. 통로의 입구에는 노렌(포렴)이 쳐져 있었으며 과장스러운 글씨체로 '맙포' '큰일' 이라 쓰여있다. 지도에는 이 앞 구획에 대해 기재된 내용이 없다. 낸시는 어설트 라이플을 고쳐 들었다.
"정보가 확실하다면 이 통로의 끝에 바이오 맙포 실험 구획이 있어요." 잰걸음으로 걸으면서 낸시는 계획을 확인했다. "모니터실에 들어가서 그곳에 있는 컴퓨터에 이 USB 메모리를 꽂는다. 그걸로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인스톨 될 터. 동시에 『타누키』에 관련된 정보를 빼내는 거죠."
말로 표현하면 정말로 수수한 계획이다. 플랜트의 수조를 송두리째 때려 부수는 것도 아니고, 반자이 뉴크로 시설째 날려버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낸시의 목적은 애초부터 이 시설의 파괴가 아니다. 그녀의 목적은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음모를 찾아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누키.
닌자 슬레이어의 협력을 얻기 위해 낸시가 제시한 것. 그것은 안타이 닌자 바이러스 '타케우치'의 해독제였다. 요로시상의 기밀 정보를 훔쳐낸다면 저절로 앰플의 소재도 밝혀진다. 낸시는 드래곤 센세이를 걱정하는 닌자 슬레이어의 간절한 바람을 파악하고 있었다.
통로의 막다른 곳에서 '정말로 비밀' 이라 적힌 게이트가 나타났다. 낸시는 게이트 옆의 숫자키를 재빠르게 두드렸다. 4, 6, 4, 3, 8, 9, 3.* 요로시상과 소우카이야의 관련성을 상징하는 무시무시한 패스워드다. "열립니다." 게이샤의 음성이 울리고 게이트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요로시상 야쿠자로 읽을 수 있다
게이트가 열리자 그곳은 원기둥 모양으로 된 거대한 공간의 바닥이었다. 천장은 너무나도 높아서 어둠에 파묻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원기둥의 벽면에는 보이지 않는 높이까지 빽뺵하게 실린더 모양인 가느다랗고 긴 수조가 줄지어 있었다.
하나의 실린더에 하나씩 클론 야쿠자와는 또 다른 체격의 강해보이는 발가벗은 남자가 수납되어 있었다. 가슴에는 당연히 '요로시상, 맙포' 라 쓰여 있다. "이게 전부 바이오 맙포인 거야!?" 낸시는 허공을 올려다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나무삼! 여기까지 계획이 진행되어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이 숫자! 이 정도의 바이오 맙포가 네오 사이타마 치안기구 속으로 파고 든다면 더 이상 소우카이 신디케이트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될 것이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암흑의 미래다!
"낸시=상. 서두르지. 저것 아닌가?" 닌자 슬레이어는 반대쪽 게이트를 가리켰다. 게이트에는 '모니터실' '관리'라 적혀 있다. 낸시는 긴장한 표정으로 끄덕이고서 달려 나갔다......
"이얏-!"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머리 위에서 일직선으로 낙하해 온 무언가가 낸시의 몸을 붙잡아 끌어 올렸다.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 반사신경은 간신히 그 정체를 포착했다. 낙하해 온 존재는 등에 동여맨 자일로 번지점프 하듯 낙하하여 낸시를 껴안은 것이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수리켄을 던졌다. "이얏-!" 수수께끼의 존재는 가볍게 자일을 등에서 분리하고 낸시를 껴안은 채 빙글빙글 돌면서 착지했다. 위장색 닌자 복장, 그리고 이상한 원뿔 모양 삿갓...... "하지메마시떼(처음 뵙겠습니다). 포레스트 사와타리입니다."
"하지메마시떼, 포레스트=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아이사츠를 돌려 주었다. "과연, 시큐리티가 허술하다고 생각했다만 닌자로 지키고 있었던 것인가. 포레스트=상. 그러나 나와 만난 것이 네 운의 끝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자세를 취했다. "닌자에게 죽음을."
"소문은 듣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상." 포레스트 사와타리는 낸시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이 무슨!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그녀의 팔다리는 자일로 바짝 동여매어 있었다. 재갈까지 꼼꼼하게 물려 두었다. 포레스트는 웃으며 등의 죽창을 꺼내 들었다.
"안타깝지만 조금 짐작이 틀렸다, 닌자 슬레이어=상. 나는 요로시상의 보안요원이 아니야." "뭐라고?" "오히려 길을 청소해 둔 것에 감사를 해줬으면 한다. 나는 조금 전에 요로시상에서 퇴직한 참이다. 이 바이오 근력과 닌자 소울이 합쳐진다면 일기당천. 사라리맨 생활도 이것으로 오사라바(작별)다."
닌자 슬레이어는 포레스트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천천히 풋 워크를 밟았다. 그러나 죽창을 든 포레스트에게는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포레스트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소우카이야에도 흥미가 없다. 그러나 이 미녀는 데려가서 내 신부로 삼으려고 한다. 거기에서 비켜라." "거절하지."
"이얏-!" 포레스트가 선제 공격을 가했다. 죽창을 꼬나들고서 돌진이다. 닌자 슬레이어의 회피 방향을 교묘히 견제하면서 삿갓 닌자가 다가온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죽창을 피하면서 춉으로 때려 부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대나무는 닌자 슬레이어의 춉을 맞았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이다, 닌자 슬레이어=상. 바이오 뱀부는 강철의 4배의 강도를 자랑하지." 포레스트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연속공격은 방격을 허락하지 않고, 닌자 슬레이어는 벽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왓쇼이!" 닌자 슬레이어가 도약했다. 등뒤의 벽의 실린더를 박차고서 이단점프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포레스트의 머리 위를 높이 뛰어 넘으며 무수한 수리켄을 던졌다. 달인! 포레스트의 등에는 무수한 수리켄이 박히어 고슴도치 같은 꼴이 될 터!
"이얏-!" 그러나 보라! 포레스트는 죽창을 버리고 머리 위 삿갓을 손에 들고서 그것을 방패처럼 사용하여 날아드는 수리켄을 모조리 받아내 버렸다. 이 무슨 화려한 솜씨! 포레스트는 수리켄이 꽂힌 삿갓을 닌자 슬레이어에게 집어 던졌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삿갓에 춉을 휘둘러 떨구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끼였다! 포레스트는 그 틈에 활과 화살을 들고서 줄을 당겼다. "이얏-!" 쏘아진 화살에는 물론 안타이 닌자 바이러스가 발라져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아슬아슬하게 브릿지하여 그것을 피해냈다.
"결판을 내지 못했군, 포레스트=상. 다음 재주를 보여봐라." 닌자 슬레이어는 손짓하여 도발했다. "말할 것도 없이 보여주도록 하지." 포레스트는 양손에 마체테(원역주 : 산도(山刀))를 쥐었다. 이도류다.
"사이공에 대해 알고 있는가? 너에게 베트남의 지옥의 끝자락을 보여주지." 포레스트 사와타리는 중얼거리면서 양손의 마체테를 휘둘렀다. 닌자 소울이 가진 기억과 포레스트의 의식이 뒤섞인 것이다. 위험한 상태였다.
"이얏-!" 포레스트가 공격했다.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은 마체테 참격이 닌자 슬레이어를 덮친다. 닌자 슬레이어는 춉으로 연속공격을 계속해서 비껴낸다. 여러분은 깨달으셨을까? 그는 반격의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스태미나가 바닥을 드러내지 않을까!?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그저 헛되게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견디고 또 견디며 포레스트 사와타리의 공격 리듬에 약간의 빈틈이 생기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몇 번이나 절반 판정을 따더라도 마지막에 한판을 빼앗긴다면 죽음, 그것만이 있을 뿐. 주 짓수의 가르침은 그 자체가 닌자의 용서 없는 투쟁의 진실이기도 했다. "이얏-!" 포레스트가 번갈아서 휘두르던 양손의 마체테를 동시에 내리쳤다. 그 순간 잠깐 생긴 '빈틈'을 놓칠 닌자 슬레이어가 아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의 반격은 천둥번개와도 같은 속도였다. 내리쳐진 포레스트의 마체테가 닿는 것 보다 빠르게 닌자 슬레이어는 공중제비를 돌면서 포레스트의 턱을 걷어 차올리고 있었다. "끄악-!" 전설의 카라테 기술, 서머솔트 킥이다.
공중으로 떠오른 포레스트의 몸뚱이에, 비스듬히 도약한 닌자 슬레이어의 추격타가 박혀 한층 더 위로 튕겨 날린다. "이얏-!" "끄악-!"
추격은 끝나지 않았다. 포레스트를 한층 더 위로 날린 뒤 닌자 슬레이어는 실린더를 박차고 또다시 비스듬히 위로 올라가 포레스트를 튕겨 날렸다. "이얏-!" "끄악-!"
거기에 더해 닌자 슬레이어는 실린더를 박차고 더욱 높은 하늘로 올라가 포레스트를 때려 올렸다. "이얏-!" "끄악-!"
지그재그 궤도를 그리며 위로 올라가는 닌자 슬레이어가 위로, 또 위로 포레스트의 몸을 튕겨 날린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 원기둥형 시설을 대체 몇 미터나 올라왔단 말인가? 방어할 힘조차 빼앗긴 채 하늘을 헤엄치는 포레스트의 바로 위, 공중에 뜬 닌자 슬레이어가 발꿈치를 드높이 치켜들어 때려 박듯이 그를 박찼다. "이얏-!" "끄악-!"
포레스트는 콘크리트에 파묻힐 정도의 충격과 함꼐 바닥에 쳐박혔다. 한발 늦게 닌자 슬레이어는 고양이와도 같이 조용히 착지했다.
바닥에서 신음하는 낸시의 구속을 재빠르고 풀고서 닌자 슬레이어가 재촉했다. "처리는 했네. 서두르게.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낸시가 휘청대며 모니터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뒤, 이번에는 포레스트를 내려 보았다. "카이샤쿠를 해주마." 엎드린 상태인 머리를 밟아 으스러뜨리기 위해 다리를 치켜든다.
"나무삼!" 닌자 슬레이어는 피도 눈물도 없이 발을 내리찍어 포레스트 사와타리의 머리를 짓밟아 으스러뜨리려 했다. 그 때였다! "이얏-!"
어딘가에서 날아온 보라색의 가늘고도 긴 끈같은 것이 포레스트의 머리에 휘감기어 그의 몸을 바닥에서 당겨 떨어트렸다. 마무리 일격을 하려던 참이었던 닌자 슬레이어는 줄이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닌자 슬레이어와 낸시가 침입하는데 사용한 게이트 방향, 아까 왔던 길이다.
"한심스러운 대장도 다 있구만 그래!" 욕설을 뱉으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 몸길이 2미터를 넘는 거대한 개구리에 걸터앉은 닌자가 기절한 포레스트를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개구리가 쩌억쩌억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할 때마다 보라색 기분 나쁜 혀가 보였다 안보였다 했다. 줄의 정체는 이것이었다.
"도-모, 하지메마시떼. 프로그맨입니다." 그 닌자는 개구리 위에서 아이사츠했다. 거기에 더해 깊숙한 어둠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있었다. 바닥에 쏟아진 수은과도 같은 질감인 슬라임 모습 액체가 미끄러지듯 나온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앞에서 액체가 솟아올라 인간의 실루엣을 만들어 낸다.
이 무슨 불가사의! 인간형으로 만들어진 그것은 어느덧 은색 닌자복장을 입은 닌자가 되어 있었다! "도-모, 하지메마시떼. 디스터브드입니다." 은색 닌자가 아이사츠했다.
거기에 또 한 명, 게이트 안쪽에서 느릿느릿 모습을 드러낸다. 그 닌자에게는 팔이 네개 돋아 있었다. "도-모, 하지메마시떼. 노토리어스입니다."
새롭게 나타난 세명은 이놈도 저놈도 기묘한 모습이었다. 생물의 섭리를 왜곡한 것만 같은 그 모습이 이 요로시상 바이오 플랜트의 어떠한 소행에 의한 것임을 상상하게 한다. "도-모, 하지메마시떼.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아이사츠를 돌려 주었다.
모니터실에서 나온 낸시는 새롭게 나타난 닌자를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얼어 붙은 것 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대체 이건......" 프로그맨이 어슬렁어슬렁 앞으로 나왔다. "닌자 슬레이어=상. 우선 오늘은 이정도로만 해두자구. 우리들의 대장이 이런 꼴이라. 한편, 계속해보자 한다면 너는 3대1."
"나는 계속해도 좋다고!" 팔이 네개인 노토리어스가 끼어들었다. "내 바이오 이아이도는 무적이니까 말이야!" "닥쳐, 노토리어스=상!" 프로그맨이 단호하게 말했다. "뭐어, 어쨌든 무승부로 하자고. 이대로 뜬다면 양쪽 다 무사히는 안 끝날걸. 이익도 없지. 우리는 자유를 바랄 뿐이야."
"누구냐, 너희들은. 요로시상의 닌자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카라테의 자세를 풀지 않고 물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아니, 그랬었다, 라고 해야 할까.." 프로그맨이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들은 오늘부터 서바이버 도죠다. 대장과 함께 이 시설과는 오사라바(작별)란 거지."
프로그맨은 허리의 마키모노 스크롤을 펼쳐 들었다. 위압적인 필체로 '서바이버 도죠(도장)'라 붓글씨로 적혀있었다. "우리들은 이 플랜트의 바이오 닌자 실험체다. 하지만 약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니 바보 같은 일이지. 그래서 은퇴하려 한다. 자유!" "자유!" 디스터브드가 복창했다.
"뭐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지금부터 또 한 사람, 지하 레벨에서 잠들어 있는 동료를 맞이하러 가야만 해. 너에게는 흥미 없는 이야기일 거다, 닌자 슬레이어=상. 우리 대장은 사람이 좀 이렇잖아? 그쪽 누님께 집적거리기까지 했고. 연장전은 건 다음에 만났을 때면 되겠지?"
"나는 지금도 좋다구! 내 바이오 이아이도는..." "닥쳐, 노토리어스=상! 목적을 잊지 마. ......닌자 슬레이어=상, 그 침묵, 동의라고 받아들여도 좋겠지? 그럼 이만. 오탓샤데-!" 프로그맨은 땅에 섬광탄을 집어 던졌다.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빛의 폭발. 그것이 잦아들자 포레스트 사와타리와 세 이형의 닌자들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튼 일은 끝났어요." 마침내 낸시가 말했다.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바이오 맙포와 클론 야쿠자의 유전자 설계도를 고쳤죠. 이걸로 요로시상의 계획은 당분간 엉망진창."
"그것은 무엇보다 다행이군"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약속한 데이터를 넘겨라, 낸시=상" 순간 긴장이 일어났다. 낸시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데이터를 챙겼을 뿐. 분석은 앞으로 해야해, 나를 믿어줘. 얼른 뜨죠, 이런 곳은."
"......" 닌자 슬레이어는 게이트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낸시는 한번 더 어깨를 으쓱한 뒤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포칼립스 인사이드 테인티드 소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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