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오브・더・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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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해요,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이 사건은......" "이 사건은 닌자 안건이 아닐세." 이치로 모리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치고 있던 트렌치 코트의 깃을 세우고 헌팅캡을 깊이 눌러쓴 뒤 등을 돌렸다. "낸시=상,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힘을 빌려줄 수 없어."
"기다려요, 닌자 슬레이어=상!" 낸시가 일어나 불러세우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문을 열고 비밀 아지트를 뒤로 하고 있었다. 낸시는 혼자 비밀 아지트 안에 서서...... UNIX 모니터 앞으로 돌아간다. 모니터에는 문제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되풀이되며 재생되고 있었다.
『하악-......! 하악-......! 안돼......! 놈이 쫓아와!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암시 모드로 촬영된 밤의 소나무 숲. 격렬한 손떨림. 산길을 도망치며 헤매는 학생들의 비명. 『이제 끝이야! 나무아미타불!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
"......분명 여기에는 무언가가 감춰져 있어." 낸시가 분함에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불굴의 저널리스트 신념에 자극된 것처럼, IRC 단말을 움켜쥐었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야 말겠어요."
[마크 오브 더 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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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르르르르-. 낸시가 운전하는 하얀 취재용 밴이 교통량이 적은 언덕의 국도를 따라 올라간다. 이곳은 네오 사이타마에서 아득히 남동쪽, 야마 산지. 『맛있다』 『아무튼 반대』 『약간』 등의 구세기 간판이 국도의 도로변에 녹이 슬어 다 썩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근처겠네. 괜찮아? 멀미 같은 건 안했어?" 낸시가 묻는다. "아아, 괜찮아. 그건 그렇고 엄청난 곳까지 와버렸네. 무선 LAN은 커녕 자동판매기도 없다니." 조수석에 앉아있던 특파원 조수, 에일리어스가 대답했다. 낸시로부터 IRC 호출을 받아 카메라맨으로 급히 고용된 것이다.
해는 하늘 꼭대기에. 요란한 바이오 매미의 울음소리가 차안까지 들려온다. 오른쪽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산. 왼쪽에는 가드레일과 절벽과 강. 젠을 방불케 하는 소나무 숲 사이로 좁은 농업용 도로, 즉 농도가 몇 개 보인다. 후덥지근하다. 네오 사이타마 시가지와 야마 산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방불케 하듯 기후가 달랐다.
"농도로 들어갈게요." 낸시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다. 취재 밴은 언덕길에서 농도 중 하나로 들어갔다. 덜컹, 덜컹. 취재 밴은 거칠게 흔들리며 나아가 오래된 토리이 근처에 정차했다. 눈부신 햇살은 길 좌우의 나무들에게 가려져서, 그것만으로도 체감 온도가 몇 도나 달라진다.
"저지 데블이 출몰하는 것은 꼭 밤. 그 다큐멘터리 영상도 우시미츠 아워(축삼시. 새벽 1~3시)에 촬영되었어." 낸시가 엔진을 끄고, 트레킹 슈즈의 신발끈을 확인한 뒤 취재 밴의 문을 열어 땅에 내려섰다. "밤까지는 사전조사야."
"좋아." 에일리어스도 조수석에서 내려, 뒷좌석에 실려 있던 TV 카메라와 녹음 기자재를 메고 낸시의 뒤를 따랐다. "보도 일, 한 번 해보고 싶었다구." 카라테는 빈약하지만 에일리어스는 닌자다. 이 정도의 짐 운반이라면 끄떡없다.
"어때, 뭔가 느껴지거나 해?" 낸시가 농도 위를 앞서 걸어가며 질문했다. 길가에는 파괴된 오지조우(지장보살)가 늘어서 있다. "에? 뭔가라니, 뭐가?" 에일리어스는 숲 사이의 붉은 토리이에 걸린 낡은 오징어 육포 부두의 잔해를, 약간 섬뜩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 지방의 민간신앙일까.
"그렇지. 예를 들어 무언가의 기척이라거나......" "잠깐 있어봐. 확인해 볼게." 에일리어스가 멈추더니, 오른쪽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감은 뒤 왼손을 내밀어...... 사방의 소나무 숲을 소나 레이더를 방불케 하듯 탐색했다.
"......아니, 이거다 싶은 느낌은 없네. 게다가 이번에는 닌자 안건이 아니었지?" "그래. 하지만 적의를 가진 대형 동물이 근처에 숨어있는 경우라면 어떠려나?" "물론 감지할 수 있어. 나는 닌자니까. 그 부분은 맡겨줘."
"당신의 영감, 든든한 걸요." 낸시가 미소지었다. "영감이라는 것도 섬뜩한걸." 에일리어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유령은 싫어해?" "뭐어, 장소가 장소니까....... 노로이(저주)라던가, 그런 거 있을 것 같잖아....... 약간 쥐약이야." "괜찮아, 유령 같은 건 없어요. UMA(미확인 생물)라면 있지만."
두 특파원은 주눅들지 않고 전진. TV 카메라를 든 에일리어스는 계속 주위를 닌자 경계력으로 경계하면서, 앞서 걷는 낸시를 촬영했다. NSTV 보도특파원으로 위장한 낸시 리는 종종 뒤돌아 보며 카메라를 향해 조사 경위를 설명했다.
"이 야마 고개에서는 종종 수수께끼의 차량 추락, 행방불명, UMA 목격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챙이 달린 NSTV 모자에 완장, 선글라스, 소형 마이크. 익숙한 변장과 연기다. 에일리어스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목격 정보에 따르면 그 UMA는 말, 박쥐, 뱀 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저지 데블이라고 불립니다. 몇 주 전에는 산기슭의 온센(온천) 거리에 하숙하던 대학생 그룹이 우연히 이것을 비디오로 촬영하여......" "우왓!?" 에일리어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비스듬히 뒤쪽의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왜 그래!? 무언가의 기척!?" 낸시가 달려왔다. "잠깐만 있어봐." 에일리어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카메라 영상을 되감아 확인했다. "......고멘(미안), 아무것도 아니었어. 뭔가 좀 뉴런이 오싹했거든. 아마...... 새의 기척이었을 거야, 저기 있는 저 녀석."
낸시가 에일리어스가 가리킨 방향을 올려다 보았다. 나뭇가지에 검은 그림자. 바스락바스락대는 날개 소리. 깍깍하고 울며 날아가 버렸다. "그냥...... 까마귀지?" "응, 그런 거 같아. 기분 탓이었어.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질 않아서.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 "괜찮아,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 뒤, 취재 활동을 재개했다. 바이오 매미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가슴에 축축히 땀이 배어나왔다. 낸시가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최근에는 물소 뮤틸레이션*이나 악마 숭배의 흔적, 나아가 기묘한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등의 보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의 맙포는 사건으로 접수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이 괴기현상들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덧붙여, 이 근처에는 요로시상 제약의 사유지가 존재합니다."
* 가축이 누군가에 의해 칼질당하고 도축되는 괴기 사건.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빈발했다고 한다
그대로 낸시와 에일리어스는 옆길로 들어가, 산길에 남겨진 말을 방불케 하는 발자국, 블랙메탈 혹은 현지 농민들의 민간 전승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이는 기묘한 부두(마법진과 부서진 코케시(목각인형)),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망고와 파인애플 더미 등을 촬영하며 나아갔다.
"낸시=상, 여기 있는 으스스한 부두는 대체 뭐야?" "분명 블랙메탈리스트가 <검은 남자>를 부르려고 한 흔적일거야." "<검은 남자>......아,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도 그런 말 했었지."
"저지 데블과 마찬가지로 이 주변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괴기 현상. UMA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 낮에 이 고개의 숲 속에서 목격했다고 하는, 악마적인 검은 사람 그림자......" "그건...... 심령적인 무언가야?" "설마. 그냥 잘못 본 것이 아닐까?" "그렇겠지?" 에일리어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괴물의 목격 정보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에 발을 들여놓는 구경꾼들도 늘어났어. 그런 사람들이 무언가를 잘못 보고, 그것에 <검은 남자>라는 이름을 붙여서 오컬트 애호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증폭되어 퍼져갔다. ......그런 것일테지. 최근에는 저지 데블의 낮동안의 모습이라고 여기게 된 것 같아."
"그래서, 블랙메탈리스트들이 그 녀석을 불러내기 위해 악마숭배를 방불케 하는 의식을 치르고......" "그래. 그들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은 야마 고개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폐가 되는 이야기지."
"그러면 여기 이 농작물들도 블랙메탈리스트 같은 놈들이 마구 먹어치운 거려나?" "그다지 그런 습성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 게다가...... 잠깐 있어 봐. 아까 촬영한 파인애플 영상 좀 보여줄래?" "응, 물론." 끼릭끼릭끼릭. 에일리어스가 테이프를 되감았다.
"봐. 파인애플의 단단한 외피가 날붙이가 아니라, 뜯겨져 나가 있지?" "정말이네. 그러면...... 동물인가? 그것도 제법 커다란." "그럴거야. 이빨의 형태의 크기를 봤을 때도 말이나 소같은 머리를 가진 생물인 것 같아."
◆◆◆
곧 해가 기울고,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UMA 존재의 결정적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옆길에서 돌아와 숲 사이의 농도를 따라 걷던 두 사람은, 소나무 숲 사이에서 고립된 농가를 발견했다. 손질된 밭과 동물을 막기 위한 울타리가 있다. 장작을 패는 소리도 들린다. 수염투성이 얼굴을 한 건장한 남자가 큰 도끼를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현지 주민이다. 나이는 50세 전후일까.
"이럴 때에는 카메라는 내려둬요. 인상이 나빠지니까. 일방적으로 샷건에 맞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낸시가 에일리어스에게 그렇게 귓속말을 한 뒤, NSTV 특파원증을 제시하며 주눅들지 않고 농부에게로 다가갔다. "......도-모, 저희들은 수상한 자가 아닙니다! TV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취재를 부탁드립니다!"
"TV......?" 농부 사내는 큰 도끼를 휘두르던 손을 멈추고 땀을 닦았다. 의아하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본다. "댁들, 제대로 된 곳에서 왔겠지......?" "하이, 네오 사이타마 TV사입니다. 명함도 있습니다." "......알겠네. 카메라는 넣어둬." 낸시의 명함을 받자, 농부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은 뒤 스스로를 마이요시라 소개했다. 예전부터 쭉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이요시는 신경질적인 것으로 보이는 남자로, 눈을 맞추지 않고 장작을 패며 대답했다. 주변의 길을 묻자 이 고개 끝에는 이미 농가도 자판기도 없고, 북쪽에는 망고 농가의 폐허가 된 마을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마이요시는 외지인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도 낸시와 에일리어스의 취재에 대해 일단 대답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면 음성 온리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무엇을 재배하고 계시나요?" 낸시가 리포트 마이크를 내밀며 질문했다. "뭐긴...... 보면 알 것 아냐......" 마이요시가 장작을 계속 패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과묵한 남자인가, 아니면 할말을 고르고 있는가.
잠시 뒤 마이요시는 농도를 사이에 둔 맞은편 밭을 손으로 가리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망고나 파인애플이야......" "망고 혹은 파인애플......" 에일리어스가 녹음을 하면서, 수첩에는 확실히 메모를 했다. 낸시는 에일리어스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농작물을 망쳐놓거나 해서 곤란한 일은 없으신지요?" 낸시가 다시 마이크를 내밀었다. "......" 마이요시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장작을 계속 팼다. 탕, 탕...... 타당. 그리고 타올로 땀을 닦았다. 탱크톱, 늠름한 상완이두근이 엿보인다. "......딱히 곤란한 일은 없네. ......그것보다도, 댁들 같은 외지인이 자꾸 들어오는게...... 곤란하다고."
"죄송합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곤란하신지요?" "......이 주변은 원래부터 산사태도 많고 위험한 곳이야. ......댁들도 제대로 된 TV 방송국이라면 꼬맹이들한테 전해주길 바라. 반쯤 재미로 우리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가끔 그런 귀찮은 녀석들이...... 이 근처까지 온단 말이지......"
낸시는 그 말을 듣고, 그 다큐멘터리 영상의 촬영자 혹은 블랙메탈리스트들, 즉 저지 데블 전설에 끌려서 온 구경꾼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짐작했다. 에일리어스는 녹음과 메모를 계속하면서 종종,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주변을 계속 경계했다.
"그런 구경꾼들이 한밤중에 고갯길에서 사고를 내도, 맙포는 곤란할 따름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 뿐이야....... 봐, 이제 날이 저물고 있으니 댁들도 이제 좀 돌아가게. 어둡다고, 이 주변은......" 마이요시는 장작을 싸서 헛간으로 돌아가려 했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낸시와 에일리어스는 시선을 주고 받은 뒤, 말없이 서로 끄덕였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직감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저지 데블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이 UMA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낸시가 뜻을 굳히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몰라. 있을 리가 없지." 마이요시가 눈을 돌렸다. "저지 데블은 망고나 파인애플을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어처구니 없군......" 태도가 더 딱딱해진다! 마이요시가 내뱉듯이 그리 말했다!
"부탁입니다. 대답해 주세요......!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오던 도중에 누군가가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망고와 파인애플을 촬영했어요." 낸시가 더 물고 늘어졌다. "이러한 특징들로 봤을 때, 저지 데블의 정체는 대형화된 바이오 말얼굴박쥐*가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만." "......젠장, 엿같군......"
* 망치머리박쥐의 별명 중 하나다.
마이요시가 혀를 찼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헛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해질녘의 나즈막한 햇빛이 소나무 숲 가지와 잎을 뚫고 마이요시의 팔을 비추었다. "앗." 에일리어스가 무언가를 눈치챘다. "아재, 미안, 그 왼팔......!" "......윽." 마이요시가 천천히 멈춰섰다.
"그, 왼팔의 이빨 자국 같은 흔적." 에일리어스가 마이요시의 왼팔 부분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묘한 흉터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것 말인가......? 이건 옛날에 기르던 말에게 물린 자국이야. ......문제라도 있나?" 틀림없이 마이요시의 상태가 이상했다. 어깨를 떨고, 숨은 가빠진 상태다. "아니, 나 말이야, 가끔 깨달아 버리거든. 뭐라고 할까, 그, 보통이 아닌 사실들을."
"보통이 아닌 사실을...... 알아차린다고?" 마이요시가 장작을 내던지고 돌아서서, 에일리어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격렬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 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어시스턴트 경력이 아직 얕아서요, 종종 시츠레이(실례)가 되는 짓을......" 날카로운 아트모스피어를 느끼고 낸시가 사과를 하려 했다.
"저기, 사실은...... 그 이빨 자국 때문에 뭔가 괴로워하고 있지 않아?" 에일리어스는 특파원 행세도 잊은 채 충동적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나 침구사 면허도 가지고 있으니까...... 뭔가 힘이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영문도 모른 채, 에일리어스는 간청하듯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건 심상치 않다. 낸시는 그렇게 직감했다. 기묘한 이빨 자국의 크기는 과일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운 것으로 보이는 야생 동물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에일리어스는 틀림없이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감지한 상태다. 영감과도 같은 닌자의 힘으로 말이다. 낸시는 꿀꺽 침을 삼켰다.
(((혹시 저 이빨 자국이 저지 데블이 낸 것이라고 한다면, 어째서 마이요시는 그런 피해를 입은 사실을 부정하는 걸까? UMA 같은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 어째서지?))) ......여기에서는 에일리어스에게 맡겨볼 수밖에 없다. 낸시는 이마의 땀을 닦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과연 마이요시의 대답은 무엇일까?
"......대체 뭐야, 댁들. 오컬트 같은 거엔 흥미 없어, 돌아가 줘......" 마이요시는 숨을 고른 뒤, 두 사람을 무시하고 장작을 패기 위한 도구들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등을 돌리고 헛간으로 향하며 전기 충격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실패다.
두 특파원이 장작을 패던 자리에 남겨졌다. 다시 바이오 매미가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차츰 에일리어스의 긴장이 누그러졌다. "잘 안됐네....... 그야 그런가. 어째서 나, 처음 본 사람한테 그렇게 시츠레이가 되는 말을 해버린거지......?" 에일리어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 혹시 닌자야?" 낸시가 에일리어스가 묻는다. "아니, 닌자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면 어째서?" "......직감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는걸. 그 마이요시=상이라는 사람은, 무언가 보통이 아닌 이유로 고통받고 있어. 하려고 했으면 좀 더 억지로 조사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동의도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깊이 발을 들이는 것은 좋지 않잖아."
"응, 그렇지." "......어째 미안하네, 낸시=상. 초보 주제에 함부로 굴어버려서. 어쩐지 나, 여기에 온 뒤로 좀 상태가 이상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이런 때에 이치로 모리타 특파원이 옆에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괜찮아. 아직 시간은 있어. 모든 일에 실패는 따르기 마련이에요." 낸시가 에일리어스의 어깨를 감싸고, 격려하듯 미소지었다. 산기슭의 온센(온천)에 조사를 위해 일주일간 숙소를 잡아둔 상태다. 두 사람은 취재 밴을 세워둔 농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밤벌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해질녘 같았는데 벌써 이렇게 깜깜해졌네. 낸시=상, 오늘 밤은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거야? 벌써 상당히 지친 상태고, 땀도......" "상대는 야행성 UMA.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죠. 국도에 망고를 설치해 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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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야행성 UMA.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죠. 국도에 망고를 설치해 둡시다." "뭐라고......!?" 에일리어스라 한들 그 의도를 곧장 이해할 수는 없었다. 낸시 특파원은 저지 데블이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과일을 국도에 설치하자는 유인 작전을 제안한 것이다.
"야마 고개에서 자주 발생하는 차량 추락 사고는 UMA에 의한 사건이라는 확신이 굳어졌어요. 취재 밴 안에는 투광기와 과일, 그리고 샷건이 준비되어 있고요." 낸시가 휴대용 UNIX를 타이핑하여 주변 맵을 에일리어스에게 보여주었다. "취재 밴을 그대로 북쪽으로 돌려서 폐촌 입구 주위에 세워두죠."
"엣또, 즉 저지 데블은 단순한 바이오 생물이라는 거지? 의식이라던가 노로이(저주) 같은 건 관계 없고." "그래요. 발굽 자국, 과일, 그리고 목격 정보에서 도출되는 전체적인 그림. 틀림없이 UMA의 정체는 요로시상의 시설에서 도망친 바이오 생물, 혹은 바이오 닌자."
"그렇다면 다행이야. 심령현상 같은 건 쥐약이니까." 취재 밴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 보도특파원은 원래 왔던 농도를 따라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에일리어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응? 잠깐만 기다려 줘, 낸시=상." "왜 그래요? 또 기분 나쁜 예감?" 낸시가 의아스럽다는 얼굴로 다가온다.
에일리어스는 TV 카메라를 돌려, 북쪽 소나무 숲을 암시 모드로 촬영했다. "앗, 또야." 에일리어스가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렸다. "무언가 보였나요?" "쉿...... 조용히. 내 기분탓이 아니라면...... 들렸어! 고함 소리야!"
나무아미타불! 에일리어스의 닌자 청력은 소나무 숲 저편에서 들려온 희미한 고함 소리를 캐치한 것이었다! "고함 소리!? 누구의!?" "젊은 남녀의 고함 소리야!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방향은!?" 낸시가 휴대용 UNIX로 주변 지도를 전개하면서 묻는다! "북동쪽...... 폐촌이 있다고 했던 방향이야!" "오래된 농도가 이어져 있을 터. 논두렁길로 가죠!" "취재 밴을 돌릴 순 없을까?" "숲속을 뚫고 가는 쪽이 빨라요! 카메라는 계속 돌리고! GOGOGOGO!"
모자의 라이트를 켜고, 두 보도특파원은 어두운 농도를 내달린다! 에일리어스가 맡은 TV 카메라 영상이 심하게 흔들린다!
"낸시=상! 암시 모드, 어떻게 하는 거였지?!" "손에 있는 버튼, 위부터 세서 두번째!" "......좋아! 내 눈보다 더 잘보이네!" 에일리어스가 낸시의 뒤를 열심히 달리며, 암시 모드로 TV 카메라를 계속 돌린다! 보도특파원으로서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는 것이다!
수 백 미터 정도 나아가자 논두렁길이 잡목림과 섞여서 달리기 힘든 덤불로 변해간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 두 보도특파원은 에일리어스의 닌자 청력에 의지하며 거친 소나무 숲을 계속해서 달린다!
"누구 있나요!? 대답해! 우리들은 보도특파원이에요!" 낸시가 숨을 헐떡이며 소리친다. 무거운 TV 카메라를 든 에일리어스의 근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하악-! 하악-! 이쪽 방향이야! 틀림없어!" 에일리어스의 귀에는 도움을 청하는 젊은 남녀의 목소리가 틀림없이 들리고 있었다!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소나무 숲 속을 수백 미터 계속 달린 보도특파원들은 숲 사이의 작은 공터에 도달했다! "아이에에에에에!" "누가 좀 도와줘! 도와주세요!"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지금에 이르러 젊은이들의 비명 소리는 낸시의 귀에도 들릴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쪽이에요! 이쪽으로 와요!" 낸시가 라이트를 흔들며 숲속에 소리치고, 손을 흔든다! 앞쪽 어두운 숲에서 눈부신 손전등 빛이 3개, 조금씩 흔들리며 낸시와 에일리어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젊은 남녀로, 촬영 기자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대체 그들은 누구인 것일까!?
◆◆◆
"......좋았어, OK." 테이프를 신품으로 교환하고, 에일리어스는 촬영을 재개했다. 어둑어둑한 숲 사이의 공터에는 3명의 탈선 대학생들이 지쳐서 주저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남자 둘은 리더와 카메라 담당,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가벼운 차림의 여대생이다. 그들은 패닉 증세를 보이고 있어서 아직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에일리어스와 낸시는 우선 숨고르기를 마치고 학생들이 내던진 대형 배낭과, 거기에서 쏟아진 내용물을 촬영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것은...... 촬영 기자재, 말 모양 가면, 발굽 자국을 만드는데 사용된 소품! 오오...... 나무삼! 저지 데블 전설은 그들의 조작이었다는 말인가!?
"낯이 익네요. 당신들, 저지 데블 목격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대학생들이죠? 오늘 여기에 뭘 하러 왔나요? 이 도구는 뭐고? ...... 설명해요." 낸시가 엄한 말투로 물었다. 학생 두 명은 창백한 얼굴로, 나머지 한 명, 리더격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리더군요. 뭘 보고 도망친 거죠?" "하악-, 하악-....... 이야기 할게요. 이야기 할테니 그, 카메라를 멈춰주실 수 있나요?" 리더 학생이 말했다. "안돼. 우리들은 저지 데블의 진실을 밝혀낼 사명이 있어." 낸시가 팔짱을 끼고 못을 박았다.
리더는 포기하고 고개를 숙인 채 탄식하다 일어섰다. "......스미마셍(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신이 난 바람에 제2탄을 촬영하려고 했었습니다." "무엇의 제2탄을?" "그......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제2탄 말입니다. 저지 데블의...... 한 몫 벌 수 있을까 해서...... 그래서......"
낸시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에일리어스와 시선을 나누었다. 에일리어스는 어색한 듯,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더는 동의를 구하듯, 다른 학생 두 명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앞에 있는 폐촌에서...... 촬영을 하던 중에 약간의 사고가 있어서....... 그래서 패닉에 빠져 도망친 겁니다. ......하지만 친구인 사가와=상과는 도중에 갈라져 버려서......"
"갈라졌다고? 아직도 누군가 숲속에 남아있다는 건가요......?" "어이, 벌써 깜깜하다고. 위험한 것 아니야?" 에일리어스가 불안한듯 말했다. "앗! 그, 그렇습니다! 사, 사가와=상을 도우러 가야만 해요......!" 주저앉아 있던 카메라맨 학생이 급성 쇼크에서 깨어난 것처럼 말했다.
"이미 글렀어, 사가와=상은 이상한 상태였잖아. 분명 <검은 남자>를 봐버린 탓에......" 웅크려 울고 있던 여대생이 무언가 말했다. 리더 학생이 그것을 제지했다. "그러니까 <검은 남자> 같은 건 없다니까. 상관 없다고. 이야기를 복잡하게 하지 말아줘."
"진정해. 당신이 리더죠? 자세한 경위를 말해봐요." 낸시가 땀을 닦으며 리더 학생에게 질문했다. "사고였습니다, 완전 사고였어요. 폐가옥이 무너졌는데 거기에서 괴물의 그림자를 본 거에요. 진짜 저지 데블이 나타났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희들은 패닉에 빠져서......"
"괴물이라니, 어떤?" 낸시가 말한, 그 순간. (((NEIGHHHHHHHHH!))) 어딘가 먼 곳에서, 말이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숲 사이의 공터를 섬뜩한 정적이 지배했다.
모두가 꿀꺽 침을 삼키고,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저, 저 울음 소리입니다......!" 카메라 학생이 공포에 떨었다. "말 울음소리였지, 방금 거......?" 에일리어스가 말했다.
"확인하러 가죠." 낸시가 탈선 대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엣......" 카메라를 잡은 에일리어스의 손에 끈적한 땀이 맺혔다.
낸시가 TV 카메라를 향해 의연한 태도로 리포트를 했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폐촌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괴물 같은 무언가와 조우하여 도망치다 떨어진 학생이 있는 듯합니다. 도와야만 하겠습니다."
"우, 우리들도 갑니까?" 리더가 무책임하게 말했다. "당연하죠. 자세한 장소를 아는 사람들은 당신들 뿐. 게다가 행방불명이 된 멤버가 부상을 입었다면 산기슭까지 옮겨야죠? 책임을 다하도록 해요." "앗하이......!"
"차는 있어? 그 폐촌의 안까지 차가 들어갈 수는 있나요?" 낸시가 신속하게 작전을 세운다. 리더가 말을 잇지 못하자 카메라맨 학생이 대답했다. "제가 산기슭에서 여기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폐촌까지 차가 들어가는 건 무리에요. 길이 몹시 거칠어서....... 우리는 국도 쪽에서 들어와서, 폐촌 입구 근처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들어갔습니다. 제법 긴 거리를."
"즉, 여러분의 차는 폐촌을 끼고 반대편쪽이겠죠?" 낸시가 휴대용 UNIX로 지도를 조작한다. "하이, 그렇습니다." "......너무 머네요. 더더욱 같이 행동하는 쪽이 안전하겠어. 위험한 야생동물이 있다면 이런 어두운 숲속에서 섣불리 갈라지는 것보다 여럿이서 움직이는 편이 낫겠죠?" 낸시가 그리 말하며 에일리어스를 한번 쳐다보았다.
분명 그렇다. 에일리어스는 닌자다.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는 닌자와 같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안전할 터다. 문제는 적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점. 탈선 학생들은 단순히 야생동물이나 그런 것을 만나 패닉에 빠졌을 뿐일까? 아니면 흉폭한 UMA일까? 과연 그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고민할 틈이 없다.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으니까. 에일리어스는 보도특파원으로서의 각오를 다지고, 쿵하고 가슴을 치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래. 적어도 우리들과 같이 움직이는 편이 안전해." 그 말을 듣고 낸시가 힘찬 미소를 지었다. "자아, 일어 서! 서두르죠! UMA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폐촌으로 가면서 들어봅시다."
"저, 그것 말인데요, 저희들도 기억이 애매해서......" 카메라맨 학생이 소형 핸디 카메라를 낸시에게 건넸다. "여기에 오늘 촬영한 영상이 전부 들어있습니다. 어쩌면 무언가가 찍혔을지도......"
◆◆◆
......끼릭끼릭끼릭끼릭. 비디오가 되감긴다. 낮의 야마 고개의 영상. 차에서 내려 소나무 숲을 나아가는 네 명의 탈선 대학생이 비춰진다. "그러면 테스트 촬영 시작합니다!" "와- 스고이!" "매미가 시끄럽네요." "저지 데블입니다!" 말 마스크를 쓴 탈선 여대생이 네코네코 카와이이 점프를 방불케 하듯 뛰어 올랐다. "카와이이!" "얏따!" "와- 스고이!"
"에- 우리들은 지난번 다큐멘터리가 잘 만들어진고로, 신규 멤버도 추가해서 야마 고개에 있는 망고 농가 폐촌에서 두번째 로케 촬영을 감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와- 스고이!" "어이, 지금 이 부분은 나중에 편집해!" "앗하이." "폐촌은 아직이야?" "이 고개에는 저지 데블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구요-" 끼릭끼릭끼릭. 빨리 감기.
"너희들 말이야, 이건 아트 작품이니까. 진지하게 해, 진지하게. 진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리더의 목소리. "아까 같은 짓을 또 하면 진짜 화낼 거야." "하이." "하이." "스미마셍." "진심으로 돈 벌 생각은 있어?" "하이." "스미마셍." "그러면 마음을 고쳐먹고, 발굽 자국을 만드는 것 부터 다시 시작하자." 끼릭끼릭. 끼릭끼릭끼릭.
세차게 흔들리는 카메라 영상. 시간을 상당이 건너뛰었다. "지금! 보였어! 틀림없이 보였어!" "웨이웨이웨이웨이!" "저기, 저기에 혼자 서있는 소나무 그림자." "그거 진짜로 <검은 남자> 아니야?" "잠깐만, 핸디 카메라로 비춰줘." "뭐야? <검은 남자>란 게 뭐야?" "블랙메탈리스트일까?"
"너희들, 지난번 비디오로 똑바로 예습 안했어?" "<검은 남자>라는 건, 전설에 나오는 저지 데블이 낮에 취하는 모습으로." "숲 속에서 검은 로브를 입고 있어." "뭐야 그게, 들은 적 없는데. 말얼굴박쥐가 아니었어?" "아니, 저지 데블은 말이야." "아무것도 안찍혔어, 핸디 카메라에는." "잘못 본 거겠네." "틀림없이 있었어! 이쪽을 보고 있었다고!"
끼릭끼릭끼릭끼릭. 해질녘이 가깝다. 안개 낀 폐촌. 일행은 <검은 남자>를 보지 않았 것으로 하고, 출입 금지를 의미하는 시메나와(금줄)을 넘어서 폐촌 촬영을 계속하고 있었다. "와- 스고이!" "잠깐, 저거 야바이(위험해). 뭐라고 해야할까, 리얼리티가 스고이." "저거 말이야, 천장이 무너진 거 어째서?" 붕괴 직전의 집들. 헛간. 저장고. 급수탑. 생활의 흔적.
"누구 계십니까-?" "아무도 없다니깐. 있으면 오히려 그쪽이 무서워." "아하하하하하하." 끼릭끼릭끼릭. 폐촌을 밖에서 촬영하고 있다. "이쪽 문패는 마이요시=상이군요." "저쪽도 마이요시=상이었어." "마이요시=상 투성이네." 끼릭끼릭. "이거 망고 아니야?" "먹고 난 찌꺼기?" 끼릭끼릭.
끼릭끼릭끼릭. 밤의 장막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트모스피어가 변하고 있다. "어이, 위험해." "불법침입은 위험해." "맙포에게 걸리면 잡힌다고." 4인조 중 하나, 사가와만이 무너져가는 폐옥 지하에 있었다. 지상층의 마루바닥은 다 썩어서 뚫려, 지하실이 엿보인다.
사가와를 위에서 찍는 카메라. 믿음직스럽지 못한 아마추어 투광기의 빛. 사가와는 지하실에서 집안을 뒤지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 틀림없이 무언가 비밀이 있는 법이야. 봐, 여기에 일기가 있어. 나 읽어버릴 거야." "사가와=상, 이제 그만하라니까!" "아이에에에에에!"
세차게 흔들리는 카메라. 고함 소리.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왜 소리를 친건데!" "지, 지금 저쪽에서 말, 말 같은 소리가!" 여대생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사가와는 아직 지하다. "어이, 사가와=상! 뭔가 위험해! 돌아가자!" 하지만 사가와는 흔들리지 않고 일기를 계속 읽고 있었다. "어이, 사가와! 올라와!"
"이게 무슨 일이야...... 저지 데블의 정체는...... 웃!" 사가와가 갑자기 지쳐서 주저 앉았다. 일기에 묻은, 대량의 코피 같은 무언가. "아바이야바이!" 흐트러지는 영상.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어이, 뭐야, 뭐였어, 방금 그 소리!" "도망쳐!" 끼이이이이이익!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갑자기 폐옥 지붕이 무너진다! "아밧-!? 사가와의 단말마!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 카메라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도망친다. 붕괴로 생긴 분진 속을. "사가와=상! 사가와=상!"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안돼, 도망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 저거! 지붕 위! 지붕 위에!" 카메라가 돌아간다. 무너져 내리는 지붕 위에는, 날개를 가진 수수께끼의 거대 생물의 그림자가! """아이에에에에에에!"""
◆◆◆
거기에서 핸디 카메라의 영상이 종료됐다. 영상을 확인하며 폐촌으로 가던 일행은 마을 입구인 토리이 앞에서 발을 멈췄다.
"......잠깐 있어봐. 이거 했던 이야기랑 완전 다른데? 숲속에서 갈라졌다고 하지 않았어?" 에일리어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료를 지하에 두고 자기들끼리 도망친 거잖아?" 에일리어스의 TV 카메라가 탈선 대학생 한 명 한 명의 표정을 순서대로 촬영했다. "아이에에에......" "스미마셍......" "기억이 혼란스러워서......"
"다시 감아봐." 낸시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냉정하게 영상을 확인했다. "지붕과 비교 했을 때. 신장은 4미터 가까이 되는 것처럼 보이긴 하는데 일부는 날개네. 본체는...... 그래도 말 같은 것 보다는 훨씬 커. 예상한 것보다 크고 호전적이네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에일리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NEIGHHHHHHHH!" 전방의 어둠 속에서 섬뜩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거친 발굽 소리, 박쥐를 방불케 하는 날개가 얼어붙은 밤의 대기를 때리는 소리!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나무아미타불! "야바이(위험해)! 저쪽에서 먼저 왔어!" 에일리어스가 그 아트모스피어를 통해 직감적으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 "도망치자!"
"""아이에에에에에에에!""" 일행은 원래 왔던 길을 되감아 가듯, 소나무 숲을 흩어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쪽이야! 나를 따라와!" 낸시가 앞장선다! "취재 밴까지 도망치면 샷건이 있어요!" "서둘러!" 에일리어스가 최후미! 누구나 정신없이 달린다! 혼돈! 에일리어스의 TV 카메라 영상이 엉망진창으로 흔들린다! 뒤쪽 소나무 숲에서 엄청난 소리가 다가온다!
"""""하악-! 하악-! 하악-!""""" 도망친다! 암시 카메라 영상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에일리어스는 필사적으로 뒤쪽을 돌아보며 산림의 어둠 속에서 수수께끼의 UMA의 모습을 찾았다! "NEIGHHHHHHH!" 섬뜩한 목소리와 부딪히는 소리! 그러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달려! 뭔가가 다가오고 있어!" "나무아미타불!" "아이에에에에에!" "따라잡힌다!"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어이, 안되겠어. 칙쇼(젠장), 이것 좀 부탁할게." 에일리어스가 가장 끝에 있던 리더 학생과 나란히 달리며 TV 카메라를 건넸다! "아이에에에에! 어, 어쩌란 말씀이세요!?"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게! ......그러니까 달려!" "하, 하이!" 대학생이 카메라를 받아들고 에일리어스를 찍었다. 에일리어스가 엄지 손가락을 세웠다. 대학생은 곧바로 낸시 쪽으로 몸을 다시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
"하악-! 하악-! 하악-! 스미마셍! 스미마셍! 스미마셍!" 리더 대학생이 눈물을 훔치고 에일리어스에게 사과하면서 TV 카메라를 안고 일사불란하게 계속 달린다! "이얏-!" 아득한 뒤쪽에서 에일리어스의 카라테 샤우트가 울려 퍼진다! UMA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도망칠 수 있게 하기 위해!
대각선 전방에 문명의 빛! 농가다! "어이......!" 전방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냐? 누구냐고!?" 리더 대학생이 당황한다! 영상이 흐트러진다! 농부다! 샷건을 들고, 건벨트를 두르고 있다! "마, 맞는다!?" "아이에에에에!" 대학생들은 공포에 빠져 움츠러들었다!
"괜찮아, 저 사람은 아군이야! 마이요시=상! 저지 데블이 나왔어요!" 낸시가 소리쳤다! "국도까지 도망쳐라! 차로 도망쳐!" 농부 마이요시가 대답했다! "당신은 싸울 건가요!?" "결착을 내겠다!" 마이요시가 샷건을 코킹한다! 그 직후, 소나무 숲쪽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어이, 뭐야, 뭐야, 뭐야!" "아이에에에에......" 여대생이 뒤쪽 소나무 숲을 가리켰다. "우왓." 리더가 뒤돌아보며 TV 카메라를 뒤쪽 하늘로 향했다. 암시 모드가 잠깐 통상 모드로 전환됐다. 소나무 숲 속에서 아무런 예고도, 폭발음도 없이 거대한 불꽃이 발생한 것이다.
리더 대학생이 숨을 삼켰다. 고성능 TV 카메라가 자동 줌을 실시한다. "HELL-O!" 에일리어스와 닮은 빨간 머리카락 여자가 소리치고, 소나무를 박차며 높이 도약. 카라테 샤우트를 울린다. 그 직후, 다시 폭염이 소용돌이 치며 검은 UMA의 그림자를 삼켜버렸다. 열기를 품은 바람이 멀리 떨어진 대학생들에게까지 도달한다.
"누, 누구야......?" "멈춰있지 마!" 낸시가 소리쳤다. 리더 대학생이 정신을 차리고 낸시의 뒤를 쫓는다. "마이요시=상! 당신도 도망쳐요!" "내가 해치운다! 놈은 나를 죽일 수 없어! ARRRRRRRRRRGH!" 마이요시가 거칠게 소리치며 총을 겨누고 소나무 숲으로 돌격한다!
"""아이에에에에에에!""" 대학생들은 낸시를 따라 도망간다! 뒤에서는 총성과 고함 소리가 뒤섞인다! "NEIGHHHHH!" "응아아앗---!" BLAMN! BLAMN! 나무아미타불! "여기야!" 낸시의 목소리! 좁은 농도를 빠져 나오자 토리이가 있는 근처의 하얀 밴이 보인다! "빨리! 빨리 타!" 낸시가 손짓한다! 대학생들 세 명이 차례로 밴에 올라탄다!
"얏따!" "살았어!" "다행이야......!" "간다!" 낸시가 운전석에 올라타, 액셀을 밟아 급속전진! 하지만 취재 밴은 갑자기 펑크가 나서 좌우로 크게 흔들리다 정지했다! """아이에에에에!?""" "SHIT!" 낸시가 문을 박차고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조명으로 비춘다! "타이어를 확인해봐!" "하이!" 대학생도 내려서 카메라를 줌한다!
"무, 무언가 날붙이 같은 게 꽂혀 있어요!" "당했어! 마키비시(별침)야!" 낸시가 확인 후 소리쳤다! 나무삼! 누군가가 비인도적 설치 무기 마키비시를 깔아두었던 것이다! "어이! 빨리 도망치라고 했잖아......!" 뒤쪽에서 여성의 목소리! 코피를 흘리며, 상처 투성이인 에일리어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저지 데블은 아직 살아있어! 쫓아올 거야!"
"취재 밴은 이미 글렀어요! 준비해둔 샷건과 투광기로......!" "안돼! 샷건 따위로는 전혀 상대가 안되는 적이야! 나도...... 다리가 뱀인지 뭔지에 물렸어! 후들후들거리는 상태라 똑바로 움직일 수가 없어! ......어이!" 에일리어스가 대학생들을 불렀다! "하, 하이!?" "국도까지 달려! 장거리 트럭 같은 걸 찾아봐!"
"MOVE! MOVE! MOVE!" 낸시가 고갯길을 향해 앞장섰다! "이, 이 시간대에는 이미 대부분의 차가......!" "아이에에에에에!" "아까의 농가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대학생들이 우는 소리를 한다! "잔소리 말고 도망가." 에일리어스가 대학생에게 맡겼던 무거운 TV 카메라를 뺏어오듯 받아 들었다. "카메라, 고마워!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
"""""하악-! 하악-! 하악-!""""" 일행은 약간의 희망에 매달리며 국도를 향해 달렸다. 선두에는 낸시. 최후미에는 에일리어스. 낸시가 가끔 뒤쪽 하늘을 향해 샷건으로 위협사격을 실시했다. 대학생들은 정신 없이 계속 달렸다. "앞으로 조금이면 도망칠 수 있어! 앞으로 조금이야!" 에일리어스가 그리 외치며 학생들을 계속 격려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에일리어스가 촬영하는 TV 카메라 영상이 좌우로 왔다리갔다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 자신이 후들대고 있는 것이다. "하악-! 하악-......! 젠장......! 이런......! 이런 곳에서.......!" 에일리어스의 눈동자가 마비독으로 흐려지기 시작한다. 페이스가 늦어지기 시작한다.
"거짓말...... 이지......" 에일리어스는 다리가 꼬이며 쓰러져, TV 카메라와 함께 농도 위를 굴렀다. 낸시 일행의 빛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
"......보이기 시작했어요! 국도야!" 낸시가 소리쳤다. "얏따!" "도와줘!" "우리는 UMA에게 습격당했어요!" 국도에 도달한 탈선 대학생들이 갓길에서 점프하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장거리 트럭들은 감속조차 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그냥 지나쳐 간다. 인과응보!
"안돼! 역시 아무도 도움 따위는......" 탈선 대학생이 체념하고 무릎을 꿇은 그 순간. 뿟뿌-! 크랙션이 울리고, 믿음직하지 못한 헤드라이트 조며잉 그들을 비췄다. 고개의 국도를 달리던 한 대의 택시가 접근하다 갓길에 멈춰선 것이다.
"부탁이에요! 우리들은 블랙메탈리스트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기슭의 온센으로 가주세요!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게요!" 낸시가 NSTV 보도특파원증을 제시하며 소리쳤다. 힘이 다해 도로에 주저 앉은 대학생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택시를 바라보았다.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고 지켜보는 와중, 택시의 운전석 문이 열렸다. 낸시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도-모." 운전석에서 내린 것은 트렌치 코트 차림에 헌팅캡을 쓴 남자. 오오...... 그 가슴에는 NSTV 보도특파원 이치로 모리타의 특파원증이 빛나고 있다!
"낸시=상, 이 차로 그들을 부탁함세. 이 다음은 내가 마무리를 짓겠다......!"
3
위잉-, 위잉, 위잉-. 농도 위에서 나뒹구는 암시 모드 TV 카메라가,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보도특파원 에일리어스와 그 앞의 소나무 숲을 자동 줌으로 찍고 있었다. 에일리어스가 TV 카메라를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가 자신을 비추도록 방향을 조정했다.
"아...... 아......" 에일리어스의 눈이 공허했다. 자신이 본 UMA에 대해 카메라에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머리가 잘 돌지 않는다. 독 때문에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기 시작했다. 이제 몸의 감각도 거의 없다.
"야바이(위험해)....... 놈이...... 놈이 와......" 박쥐를 방불케 하는 날개 소리, 자갈을 밟는 발굽 소리, 그리고 짐승 같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무언가가 에일리어스의 등뒤를 뒤덮듯 섰다. 암시 모드 카메라에 검은 UMA 그림자가 비추어졌다. 저지 데블이다.
"힉......" 에일리어스가 공포로 오열했다. 거친 콧김이 머리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상대의 키는 뒷발로 일어난 말 정도는 된다. 자신을 덮치면 잠깐도 견디지 못한다. 에일리어스는 기도하듯 눈을 감고 마음을 닫았다. 죽은 척이다. 숲에서 곰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을 방불케 하며.
......훅, 하고 짐승의 기척이 뒤쪽으로 멀어져 간다. 산건가. 에일리어스가 안도의 숨을 내쉰 순간, 스르륵스르륵하고 채찍 같은 것이 그녀의 다리에 휘감겼다! 독사로 된 꼬리다!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에일리어스의 몸이 뒤쪽 소나무 숲으로 끌려가기 시작한다!
나무삼! 저지 데블은 그녀를 숲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 순간! BLAMN! BLAMN! 어둠 속에서 샷건의 총성과 농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만둿-! 키노시타! 이제 끝내자! 키노시탓-!" 마이요시다! 부상을 입어 하얀 탱크톱은 피칠갑이 되어 있다!
"NEIGGGHHHHH!" 산탄이 명중한 것인가! 아쿠마(악마)를 방불케 하는 말 울음소리가 밤의 소나무 숲을 짓누르고, 엄청난 음파로 카메라 영상이 흐트러진다! 에일리어스의 발목 구속이 풀리며 주변의 숲에서 매미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키노시탓-!" 산탄총을 내던지고 손도끼를 휘두르며 돌격하는 마이요시!
하지만 다음 순간! 키이이이이이이이이잉! 머리를 쪼개는 것 같은 엄청난 괴음파가 저지 데블에게서 터져 나와 에일리어스와 마이요시를 덮치는 것이었다! "끄악-!?" 마이요시는 도끼를 떨어트리고,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싸맨다! 매우 심한 코피다!
"아이에에에에!?" 닌자 예민감각을 지닌 에일리어스 또한 괴음파 공격을 맞고 몸부림친다! "......역시 이놈이야! 젠장! 똑같은 뉴런의 감촉이야! ......처음에 내가 기척을 느꼈을 때...... 차에 마키비시를 설치하러 갔었군......! 이 녀석, 닌자냐......! 젠장!"
"NEIGHHHHHHH!" 키이이이이이잉! 또 다른 초음파가 에일리어스와 마이요시를 덮친다! "응아아아아아앗-----!?" 에일리어스는 이를 악물며 뒤로 쓰러져 다리를 퍼덕이고 절규하며 경련을 일으킨다! 이제 여기까지인가 싶었던, 그 순간!
"Wasshoi!" 갑자기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카라테 샤우트가 소나무 숲에 울려 퍼졌다! 검붉은 그림자가 취재 밴을 박차고 높이 도약한 것이다! 4장의 수리켄이 어둠을 찢어발기며 날아간다! 명중! "NEIGHHHHHH!?" 아쿠마를 방불케 하는 신음 소리가 울리고, UMA의 상처에서 붉은 피가 튄다!
"도-모, 저지 데블=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에게...... 죽음을!" 검붉은 그림자는 착지와 동시에 주 짓수의 자세를 취하고 아이사츠를 던졌다! "NEIGHHHHHHH!" 저지 데블도 아이사츠를 방불케 하듯 소리치고, 한층 더 강력한 괴음파 공격을 퍼부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연속 옆구르기를 구사해 이것을 회피! 뒤에 나란히 서있던 오지조우(지장보살) 조각상이 음파 유탄을 맞고 순서대로 터져 흩날린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대로 옆구르기 속도를 증가시키며 날카로운 점프에 이어서 소나무를 박차고 일전공세! 훌륭한 트라이앵글 리프킥을 구사해낸다!
"이이이야아앗---!" 와자마에(솜씨)! 하지만 저지 데블도 민첩한 사이드 스텝으로 이것을 피해낸다! 착지한 닌자 슬레이어와 괴물은 다다미 4장 거리를 두고 서로를 노려본다!
그 직후, 이형의 괴물과 닌자 살육자 사이에 엄청난 카라테 공방이 시작되었다! 군마(軍馬)를 방불케 하는 거친 신음소리와 함께 저지 데블이 달려든다! 뒷다리 서기 자세로 상대를 때려눕히는 연속 발굽 킥이다! "누우웃-!" 닌자 슬레이어는 강철 브레이서로 방어를 굳혀 난타를 견뎌낸다!
"어이, 마이요시=상! 괜찮아?!" 사투가 이어지는 와중, 에일리어스가 간신히 기어와 쓰러진 마이요시에게 접촉, 흔들어 깨우려 한다. "아...... 아......" 위험한 상황이다! "정신 차려, 마이요시=상! 죽지맛-!" "이얏-!" 열세를 뒤집는 사신의 카라테 로우 킥이 UMA의 뒷다리에 들어간다! "NEIGHTHHH!" 저지 데블은 신음을 지르고, 분노로 미쳐 날뛰며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괴물은 보름달을 등지고 선회하며 비행 기세를 더해간다. 무시무시한 활공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상공을 노려보며 인정사정 없는 카라테 자세를 취했다. 적의 공중 돌격을 요격하겠다는 것인가. "......키노시타! 그만둬, 키노시탓-!" 정신을 차린 마이요시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NEIGHHHHHH!" 저지 데블이 덤벼든다! "이이이야아앗-----!" 검붉은 사신도 높게 회전도약! 그대로 대공 춉을 구사하여, 저지 데블의 급강하 발굽 킥과 격돌! SMAAAAAAH! 야마 고개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엄청난 카라테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소나무 숲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저지 데블 역시 목뼈가 부러지며 땅울림과 함께 농도로 추락했다. 그것은 신음하고, 괴로움으로 몸부림 치며, 검은 닌자 복장을 입은 사람 형태인...... <검은 남자>로 변했다. <검은 남자>는 마이요시와 에일리어스가 있는 곳으로 기어가 손을 뻗으려 했다.
""아이에에에에에!"" 에일리어스와 마이요시가 울부짖었다. 카메라 영상이 지진을 방불케 하듯 흔들리다 도중에 멈췄다. 저지 데블은 폭발사산한 것이다. 단말마의 외침이 격렬한 노이즈와 함께 TV 카메라의 테이프에 새겨져 있었다. "사요나라!" 라고.
◆◆◆
과연 저지 데블의 정체는 무엇이었던가. 마이요시가 외친 키노시타라는 말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었던 것인가.
사건이 있었던 밤으로부터 이틀 후......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에일리어스가 TV 카메라와 녹음 기자재를 가지고 다시 마이요시의 농장에 방문했다. 군데군데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마이요시는 조용히 농사를 짓고 있었다.
"아, 도-모." 에일리어스가 오지기했다. "......도-모." 마이요시가 대답하며 땀을 닦았다. 잠깐의 정적. 시끄러운 매미 소리만이 주위를 울렸다. "마이요시=상, 당신 벌써 괜찮아졌어?" "......내가 농사를 안지으면 누가 이 녀석들을 돌보겠나?" 마이요시의 조용한 시선은 망고에 향해있었다.
"......뭘 하러 왔지? 아직도 용건이 남았나?" 마이요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외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는 사그라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온한 아트모스피어를 풍기고 있었다.
에일리어스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날 밤 말이야. 죽을 힘을 다해 외치는 당신을 부축해서 일으킨 순간에, 우연히...... 내 머릿속에 들어와버렸어." "......들어왔다고?" 마이요시가 의아스럽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 맞아. 보였다, 라고 할까...... 정말로 그,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야. 평소 같으면 그런 건 절대로 안해. 하지만 그날 밤에는 불가항력으로 내 안에 들어와 버렸어."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당신의 기억이라고 할까, 마음이 말이야. ......키노시타=상이라는 건 당신의 남동생이지? 마이요시 키노시타=상. 그게 저지 데블의 정체잖아?"
마이요시가 체념한 듯 농사일을 하던 손을 멈추고 등을 돌려 집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에일리어스를 집의 툇마루로 불렀다. "......올라가 있게. 뭐,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다만."
에일리어스가 오래된 농가의 툇마루에 앉아서 받은 챠(차)를 마시며 부엌에서 마이요시가 망고를 잘라오는 것을 기다렸다. 문득 벽에 걸린 오래된 가족사진 중 하나를 보니 그 속에 <검은 남자>와 매우 닮은 눈매를 가진 남자가 있었다.
잠시 후 마이요시가 자른 과일을 가지고 와서 에일리어스 옆에 앉았다. 그리고 엄청난 과거의 비밀을 참회를 방불케 하듯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어느 날, 갑자기 키노시타는 닌자가 되어버렸다......" 마이요시의 기억은 혼탁해진 상태라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이미 그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서서히 저지 데블이 된 거야......"
이 어찌나 슬픈 닌자 소울 빙의 현상이란 말인가. 닌자가 된 키노시타는 폐촌에 있는 옛집 지하실에 틀어박히고, 이윽고 완전히 저지 데블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더 이상 말은 할 수 없게 되었으나 마이요시를 틀림없이 형이라 인식하고 있어서 공격하지는 않았다.
또한 낮 동안에 키노시타는 닌자의 모습을 취하고 숲속을 배회했다고 한다. 이것이 <검은 남자>다. 아마도 짓수의 힘에 의한 무의식적인 변신이었을 것이다. 저지 데블이 진짜 모습인지, 혹은 <검은 남자>가 진짜 모습인지는...... 이미 누구도 알 수 없게 된 상태였다.
"그 녀석, 점점 흉폭해져 버렸지...... 국도에서 차 등을 공격했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결국 아무것도 못했다. 그 밤까지 계속, 그 녀석이 좋아하는 과일을 길렀을 뿐......"
"그랬구나....... 힘들었겠어." 에일리어스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럴듯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했다.
"저기, 보도특파원 양반, 나는 7년 전에 미쳐버린 것일지도 몰라. 키노시타는 어쩌면 7년 전의 그 날, 죽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 닌자인 사신이 와서 모든 것을 끝낸 걸지도......"
"괜찮아, 마이요시=상. 당신은 미치거나 하지 않았어. 남동생을 위해서도 아마 그게 제일 좋아. 하지만 혹시 당신이 아직 그 일로 괴로워서...... 잊어버리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면...... 아마 가능할 지도 몰라." "가능하다니 뭐가?"
"아아." 에일리어스는 약간 눈물을 글썽이며, 코를 훌쩍이고서 마이요시의 왼팔에 남은 악마의 이빨 자국(마크 오브 더 데블)을 매만졌다. "닌자가 남긴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아픔을, 뉴런에서 깔끔이 제거하는 것이.......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야. 필요 이상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 마이요시는 왼팔의 이빨 자국을 보고 잠시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남동생과 오래된 우물에서 사이좋게 놀았던 기억. 망고 재배를 시작했을 때의 기억. 남동생이 갑자기 닌자가 되어 목인(木人) 트레이닝을 시작한 날의 공포. 저지 데블이 되어 책망하는 그에게 이빨이 박힌 밤의 기억. 그리고 마지막 밤, 미소와 함께 남긴 말. ".......아니, 됐어."
"정말로?" 에일리어스가 다시 물었다. "그래, 됐다. 내가 잊는다 한들 저지 데블의 전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되면 그 녀석이 정말로 저지 데블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이 들어....... 영문 모를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마이요시가 턱수염을 긁었다.
"......아니, 알겠어. 왠지 모르겠지만 알겠어. ......당신, 남동생을 무척 좋아했구나." 에일리어스가 다시 코를 훌쩍이며 망고를 먹었다. 어두운 비밀을 공유한 것을 통해 중압감이 사라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망고를 먹었다.
"......그 대신 부탁하지." 마이요시가 일어서서 에일리어스의 눈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이 보도특파원으로서 저지 데블 전설에 종지부를 찍어주지 않겠나. 더 이상 이 고개에 구경꾼들이 오지 않도록. 원래의 조용한 고갯길로 돌아가도록. 끝내주었으면 해......"
"알겠어. 그게 우리의 일이야." 에일리어스가 강하게 끄덕였다.
◆◆◆
덜컹덜컹덜컹덜컹...... 하얀 취재 밴이 소나무 숲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 안에는 이치로 모리타와 약간 지친 얼굴을 한 낸시 리가 있었다.
그 안으로 카메라를 안은 에일리어스가 해냈다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뒤에는 골판지 상자를 든 마이요시도 있었다. 두 사람은 취재 밴에서 내려 마이요시에게 오지기했다. 마이요시도 오지기를 돌려주었다. 짧게 감사의 말을 주고받은 뒤, 두 사람은 작별을 고했다.
부르르르르르르릉-. 하얀 취재 밴이 농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해서, 야마 고개의 국도를 천천히 내려간다. 차 안 뒷봐석에는 마이요시에게서 건네 받은 골판지 상자가 쌓여 있고, 고급 망고의 달콤한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이야기는 잘 풀린 모양이네요." "그래, 낸시=상이 예상한 대로 두 사람은 형제였어. ......슬픈 이야기야." "진실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짓수 덕분인걸." "아니, 낸시=상이 녹음 테이프의 위화감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나도 확신을 가지진 못했을 거야." 에일리어스가 녹음 기자재를 어루만졌다.
『......반쯤 재미로 우리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마이요시의 말과 인터뷰 순간에 낸시가 느낀 위화감. 그 답은 『우리들』이라는 단어에 있었다. 아득한 옛적에 폐촌이 된 마을. 혼자서 살고있을 터인 마이요시. ......낸시는 그날 밤의 싸움 이후, 취재 테이프를 몇번이나 조사하고서 에일리어스와 이야기를 통해 이 답에 도달한 것이다.
"결국 요로시상 쪽은 어땠어?" 에일리어스가 묻는다. "조사해봤지만 현재로서는 관련성은 제로. 요로시상이 얽혀 있는게 틀림없다는 내 추측은 틀렸어. 정말 반성할 일 뿐이네." 낸시가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상도 미안하게 됐어요. 당신을 억지로 취재에 참가시키려고 해서......"
"......아니, 괜찮네." 핸들을 쥔 이치로 모리타 특파원이 고갯길에서 온센(온천)을 향해 완만한 커브를 틀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나 또한 그 다큐멘터리 영상만 보고 닌자 사건이 아니라고 결정을 내리고 움직였어. 내가 처음부터 취재에 참가했더라면......"
"우리들은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고집이 세니까요." "그 말 대로다."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죠." ......전의 오고포고* 사건으로 벌어진 틈을 메우듯 두 사람은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윽하게 서로 사과했다.
* 캐나다에 서식한다고 전해지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괴물이다.
"앗, 그러고 보니 어떻게 닌자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뒷좌석에서 촬영 기자재를 조정하면서 에일리어스가 운전선 쪽을 향해 질문했다. "......신경이 쓰여서 아래쪽 거리의 택시 회사를 조사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진 사고 차량들의 잔해를 알아봤다. 희미하지만 마키비시의 흔적이 있더군." "과연." 낸시가 끄덕이며 기지개를 켰다. "자, 우리도 남은 일들을 열심히 해보자구요."
"그러면 하나 먹는 게 어때? 깎아둔 것도 있으니까." 에일리어스가 망고가 들어있는 포장용기를 내밀었다. "좋은걸." 조수석에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망고를 먹는 동안 낸시 리가 활력을 되찾아, 저지 데블 전설을 없앨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은 그 대학생들을 다시 만나야 겠지. 다행히 온센 숙소의 숙박 기간은 아직 며칠 더 남아있다.
카메라를 든 에일리어스가 창문에서 살짝 몸을 내밀어 아름다운 야마 고개를...... 그 다음에는 절벽의 아득한 아래를 흐르는 야마 강을 촬영했다. 마지막으로 아득한 뒤쪽 소나무 숲을 아쉬운 듯 촬영하며 코를 훌쩍이고 웃었다. "......낸시=상. 나 말이야, 이 일 왠지 좋아졌어." 에일리어스의 가슴과 팔에는 NSTV 보도특파원의 특파원증과 완장이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
이리하여 세 보도특파원의 손에 의해 야마 고개의 저지 데블 전설에 종지부가 찍혔다. 탈선 대학생들은 폐허에서 중상을 입은 상태로 구출된 사가와를 포함한 모두에게 NRS 증상이 일어나 닌자와 만났다는 기억이 완전히 누락된 상태였다.
탈선 학생들은 예전에 찍은 다큐멘터리 동영상이 조작이었음을 인정하고 사죄 동영상을 공개. 그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미 누구 하나 저지 데블 전설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자가 없어졌다. 빈발하던 불가사의한 차량 사고도, 괴물이나 <검은 남자>에 대한 목격 정보도 뚝 끊겼다. 이 무자비하다고 해도 될 정도의 관심사의 이동과 망각이야말로 네오 사이타마 IRC-NET의 일상인 것이다.
그 뒤 야마 고개의 폐촌에서 수상한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으나 마을에는 거주자도 없었기에 이 역시 곧 잊혀졌다. 어쩌면 마이요시가 스스로 이 사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른 불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형제의 비밀이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마이요시는 그 이후에도 자신의 농장에서 홀로 과일을 기르며 남동생의 기억과 함께 살아갔다. 야마 고개에 저지 데블이 나타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이 사건의 진상에 관련된 조사 파일은 영원히 공개되지 않는다. 그것은 낸시 리의 전뇌 아지트의 깊숙한 곳에서, 그리고 보도특파원들의 뉴런 한켠에 조용히 계속 잠들어 있으리라.
[마크 오브 더 데블] 끝
N-FILES
네오 사이타마 남동쪽, 야마 산지에서 UMA '저지 데블'의 목격 정보가 잇따른다. 보도특파원 낸시 리는 조수 에일리어스와 함께 조사에 나선다. 과연 저지 데블은 닌자일까?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하게 된 무시무시한 진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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