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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제2화【머시너리・마지널】

この記事はS1第1話【マーセナリイ・マージナル】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번역자:NJSK
본 기사는 DCinside의 해당 에피소드 번역글을 기초로 번역자의 허가를 받아 PLUS판에서 가필수정된 부분의 반영 및 최소한의 검수를 거쳐 작성되었습니다.

"구해줘."
"다만 확실한 대가를 받겠어."
"사츠가이라는 남자를 알고 있나."
"나는 살려졌다, 놈이 모든 것의 발단이다."
"그렇다면 한 명, 닌자를 팔아라."
"나하트……로닌……."
"나는 사츠가이를 알고 있다고. 진짜야."

내가 주운 건, 사신이었던 거야.


◆◆◆




1

 마스라다가 성냥을 긋고 불을 붙여 그것을 오리가미에 갖다대는 것을 보고, 아유미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잠깐, 뭐하는 거야!" "뭐가?" 마스라다는 오히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아유미를 마주보았다. 금속 쟁반 위에서, 앱스트랙트(추상적)한 수정 가지를 방불케 하는 오리가미 작품이 타들어 간다. "아까워라!" "뭐?"

"그치만……작품인데." "작품?" 마스라다는 잿더미로 변한 오리가미를 보았다. 그리고 겨우 이해했다. "아아, 그런 건가. 과연." "그치?" 아유미는 들고 있던 나무상자를 내렸다. 마스라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으로서 내놓지 않는 오리가미는 그 자리에서 재로 만들어. 만일 이것이 시장에 나오기라도 하면, 내 작품의 가치는 무너지게 돼."

"그런 거야?" "그런 거야." 마스라다는 어꺠를 으쓱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해. 주위의 녀석들도. 특히 조심히 다루고 있거든." 그는 엷게 비치는 정사각형의 종이를 집어올렸다. "대단한 기술로 만들어진 화・지(일본식 종이)지만, 이건 단순한 소재니까, 헐값이지." "으응."

 마스라다는 그의 긴 손가락을 종이 표면에 흘려냈다. 그러자 1초 후, 그의 손바닥 위에 나타난 것은 걷던 도중 돌아본 자세로 얼어붙은 비둘기였다. 아유미가 숨을 죽였다. "……단순한 종이를, 내가 이 형태로 만들었어. 이로써 가치가 생겼다. 나라는 인간과, 나의 기술과, 주의깊은 취급.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의미와 가치가 된 거야."

"굉장하다." 아유미가 머뭇머뭇 비둘기를 만졌다. 마스라다는 말했다. "난 딱히 카네모치(부자)가 되고 싶은 건 아냐. 돈은 좋아하지만." 엷게 웃은 뒤, "의미와 가치를 부수는 것은 정말 쉽지. 하지만, 나는 내 작품에 마땅한 경의를 요구하겠어. 돈으로 하는 거래는 가장 공정한 경의의 척도다. 그러니까 그것을 지켜야 해."

 마스라다는 비둘기를 금속 쟁반에 올려놓고선, 역시 불을 지펴 재로 바꾸었다. 그리고 아유미를 쳐다본 뒤, 질문하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유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아까운 건 여전하지만, 이해했어." "내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한 거야." 마스라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하구나, 카이는. 난 완전 평범한데."

"평범한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아유미도 층분히 대단하잖아." 마스라다는 챠에 손을 뻗었다. 아유미가 우려낸 지 꽤 지나서 미지근한 상태였다. "거기다, 난 대단하지 않아. 적어도, 아직은 아니야." 겨우 오리가미・아트 시장에서 구매자가 생기게 되었다.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이번 개인전에는 세바타키・켄로가 온다. 세바타키 쪽에서 일부러 말을 걸어온 것이다. 너의 오리가미 중에 몇 가지, 방심할 수 없는 아토모스피어를 가진 작품이 있었다. 다음엔 전시를 직접 보러 오마. 세바타는 마스라다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개인전은 흑자와 적자가 번갈아 왔었다.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른다.

"난 대단하지 않은데?" 아유미는 나무상자를 들어올렸다. "이거, 바깥 배기관 옆에 두면 되지?" 조금 햇볕에 그을린 유연한 신체에서 올곧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마스라다는 기지개를 켜 뭉친 몸을 풀었다. "의붓아버지도 분명 카이를 보고 기뻐하고 계실 거야." "생각하는건 자유지." 마스라다는 다음 화・지를 집어, 깨진 본보리 등롱을 접는다.


 ――바람이 윙윙거리며, 깨진 창문의 덮개를 덜컹덜컹 울리게 했다. 마스라다는 회상을 멈추고, 손바닥 위의 깨진 등롱을 형상한 오리가미를 본다. 방금 접어낸 것을. 손바닥이 검은 윤곽을 띠자, 오리가미는 고통에 몸서리를 치듯 흔들리면서 검은 재로 변했다.


【머서너리 마지널】


"아이에에에!" 점내에 발로 차여 굴러들어간 타키는, 동틀녘의 햇빛이 줄무늬를 이루는 판자 바닥 위를 꼴사납게 굴렀다. 얼굴 바로 옆을 바퀴벌레가 재빠르게 지나갔다. 역광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은 전부 합해 4명. "어떻게 어슬렁어슬렁 여기까지 돌아온 건진 모르겠다만." "귀소본능 같은 거 아냐? 상상이 안 가냐고, 이렇게 될 거라는 게." 손마디를 뚝,뚝 울리며 비웃는다.

개점시간 전. 아니, 애초에 타키가 실수를 범해 납치되었다는 사실은 손님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므로 가게엔 아무도 없다. 야쿠자 네 명은 너클더스터나 금속 배트를 빛내며 낲작 엎드린 타키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포위한다. "일단 널 이 자리에서 바로 죽여도 되거든, 타키=상." "어쩔 거냐, 타키=상."

"웃기지 마." 타키는 자벌레처럼 빠져나가려고 한다. "여긴 내 가게라고, 내가 돌아오는 게 뭐가 잘못됐냐……" "암, 잘못된 건 없지!" "잘못된 건 없어, 조금도! 돌아오는 건 말이야!" 야쿠자들은 답했다. "하지만 나쁜 짓을 저질렀잖아, 타키=상? 틀림 없이, 저질렀지!" "사죄해야 할만한 짓을 말야!"

"그건 오해라고……" "죽는닷샤-!" SMASH! 얼굴 옆의 마루바닥이 터졌다. 야쿠자가 금속 배트를 내리친 것이다! "아이에에에!" "너이쉐낌마-! 어떻게 도망쳐 온 건진 모르겠지만, 가죽을 벗기고 나서 반송되는 것과, 이대로 반송한 뒤 그쪽에서 가죽을 벗겨지는 것 중 어느 쪽이 좋겠냐!" "누구한테?" "스트링벤드=상이다!"

"어……그 녀석은, 지금은 먼 곳에서 바쁜 모양이라 말이지……당분간은 돌아오지 않는 게……평생……" "죽는닷샤-! 헛소릴우습게보냠마-!" "아이에에에!" 옆구리에 발차기! 타키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엉덩이쪽 포켓에 들어있는 단말기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써, 썩을!" IRC 핫라인이 있는 것이다. 소우카이야의 즌고=상과의 직통 전화선이!

그의 단말기에는 다섯 개의 핫라인・키가 있다. 전부 야쿠자 소환 스위치이다. 그 중에서도 소우카이・신디케이트는, 닌자조차도 턱짓으로 부리는 젊은 오야붕 라오모토・치바가 통치하는 강대한 야쿠자 조직. 뼈아픈 대가가 기다리겠지만, 이런 때에 찬 밥 더운 밥 가릴 수는…….

『이 ID는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사와요.』 마이코 음성이 응답했다.

"하아!? 웃기지 말라고! 못 써먹을 새끼! 지 맘대로 ID를 지우고……." 타키는 조급해하며 네 발로 기었다. 그의 엉덩이에 야쿠자가 발길질했다. "아이에에에!" "이제 됐어, 귀찮아." 리더 격의 야쿠자가 샷건을 겨눴다. "상쾌하게 죽여서 끝을 보자고." "그렇지." "제발 기다려줘!"

"급한 와중에 미안하다만." 또 다른 목소리.

"미안한줄 알면 꺼져람마-!" 야쿠자가 반사적으로 호통을 치며, 타키를 향해있던 샷건의 총구를 돌렸다. ……그리고 총구를 받치고 있던 손에 강철의 별이 꽂혔다. 수리켄이었다. "끄악-!" 역광 속에서 검은 실루엣이 거침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너클더스터를 낀 야쿠자가 이를 가로막는다! "우습게보냠마-!"

"이얏-!" "끄악-!" 너클더스터 야쿠자의 아래턱이 날아가 버렸다! 가차없다! 백너클을 때려 박은 그림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가온다. 야쿠자 두 명이 무기를 들고 덤벼든다! ""죽는닷샤-!"" "꺼져." "" 끄악-! "" 그림자는 그 두 사람의 머리를 각각의 손으로 잡고, 힘껏 부딪쳤다. 혼절! 숨 한 번 쉴 사이에 결판이 나버렸다. "아……" 마지막 남은 야쿠자는 그제서야 이상사태를 깨닫고, 공포와 웃는 얼굴이 섞인 듯한 표정으로 경직되었다.


◆◆◆


……..KRAAAASH!

 가게 밖, 「피자타키」의 네온 간판 옆 유리창이 안쪽에서부터 터져나가고, 야쿠자가 팔다리가 거꾸로 꺾인 채로 사출되어 폐차에 처박혔다. 그리고 조금 뒤, 아래턱이 없는 야쿠자가 비틀거리며 도로 밖에 나왔다가 폭주 자동차에 치여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오우, 갓." 타키는 느슨한 미소로 역광 속의 그림자를 올려다보며 손을 내밀었다. "일으켜 줘, 다리가 풀렸어. 누군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살았어. 이 녀석들 다 죽었어? 다 치우려면 고생이겠……너?" 타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침내 깨달았다. 고통과 공포, 그리고 역광 때문에 뿌옇게 보이던 시야가 맑아지며, 무시무시한 「忍」「殺」의 멘포, 불길한 안광이 뚜렷히 보였다. 닌자슬레이어.

"사츠가이에 대해서 말해라." 마스라다는 타키의 손을 잡고, 지고쿠 헬의 사자처럼 내려봤다. "약속했을 텐데." "아니, 그게." 타키는 떨면서 가식적인 미소를 띄우다,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갑자기 사라져 버리니까 말이다……이제 볼일 다 봤다고 생각해서." "너야말로, 걸을 수 없다고 했을 텐데."

"그, 그래." 타키는 뒷걸음질쳤다. "너도 가 버렸고, 아픈 발을 끌고 힘내서 직접 온 거라구. 그런데……왜 갑자기 떠난 거야?" "개인적인 용건이 있었다. 자, 이제 말해라." "서두르지 말라고. 보다시피, 난 방금 전까지 야쿠자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단 말이다. 네가 가 버린 탓이라구……" 타키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봐, 피자나 먹을래? 일단 피자가게거든. 1층은 말이지."

 닌자슬레이어는 품에서 스시・팩을 꺼내어, 카운터 위에 아무렇게나 놓은 뒤 덮개를 열고 참치・스시를 먹기 시작했다. 타키는 미간을 찌푸렸다. 스시를 조달하러 갔던 건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검붉은 닌자는 자세히 보니 상처투성이다. 그 등에서 희미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섣불리 만졌다간 화상을 입을 것 같다.

"헤에, 스시인가……" "……" 닌자슬레이어는 타키를 노려보며 묵묵히 스시를 먹어치웠다. 타키는 마룻바닥의 야쿠자 두 명을 가리켰다. "이 자식들, 어쩔 거야?" "이얏-!" 깨진 창문에서 야쿠자가 두 명, 연이어서 점외로 내던져져 폐차에 처박혔다. "……알았어, 너에겐 실제 감사하고 있다고. 따라와."

 타키는 지저분한 피자 가게를 가로질러 안쪽의 더 지저분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아, 장난치려는 거 아니다? 더러워서 미안하다만!" 왼쪽 벽에 체중을 가하자, 벽이 빙 돌며 뒤집혔다. 돈덴・가에시무대・뒤집기다. "비밀통로야." 벽 안에는 좁은 사다리가 있다. 이것을 타고 내려간다.

"알겠어?" 타키는 내려가면서 둘러댄다. "난 화장실로 도망가 숨은 문 안쪽으로 들어가서 널 그대로 따돌려도 됐었어. 하지만 굳이 도망치지 않았지. 내가 믿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말이야."

 닌자슬레이어는 말없이 타키를 뒤따랐다, 무슨 말을 해봤자 그가 둘러대는 것을 멈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통로의 결점은 말이지, 손님이 볼일 보는 중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설계상의 오류가……" 내려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지하 1, 2, 3층은 패스야. 어찌 됐든 비밀 통로니까."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지 않는 건가, 타키=상." "농담하지 마. 무슨 스턴트맨도 아니고"

 이윽고 그들은 밑바닥에 도달했다. 벽에는 「B4」의 문자. 

"도착이다. 이게 내 성이야." 지문인증을 하고 셔터 후스마 도어를 열자, 조사실을 방불케 하는 아주 좁은 방이 나타났다. 안 그래도 좁은 방이 수북한 잡동사니와 파일, 두루마기 따위로 메워져 발 디딜 틈도 없는 상태. 중앙에 허술한 사무용 책상이 있고, UNIX 덱이 놓여 있다. 천장에는 무수한 포르노・포스터.

"거기서 보고 있어. 지금부터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타키는 닌자슬레이어를 가리키며, 잡동사니들을 헤치고 책상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후우……." 떡진 금발을 빗고, UNIX 전원을 켠다. 닌자슬레이어는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삐빅, 전자음이 울리고, UNIX 덱의 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 타키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생사의 갈림길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고무하고, 시야 구석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닌자슬레이어를 흘낏 보면서, 자신의 전자 네트워크 정보 수집력을 완전 가동시킨다. 사츠가이…….사츠가이……사츠가이…….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대체 뭐냐고. 사츠가이란 놈은?) 타키는 마른 입술을 핥았다. IRC 네트워크・포럼・트리를 따라, 한층 더 초단위로 지불금액이 부과되는 강력한 트리까지 파고들어갔다. 사츠가이. 정보 없음. 금액은 늘어간다. 그는 닌자슬레이어를 원망했다. (이 미친 파라노이아(편집증) 새끼. 설마 가공정보로 날 몰아넣고 즐기고 있는 건가?)

 닌자슬레이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타키는 가상의 블랙벨트를 흡입하며, 극도로 집중했다. ……고문부실의 기억이 플래시백했다. "아니, 잠깐! 그거다!" "그거다?" "혼잣말이야. 전문적인 얘기라고. 닥치고 있어 봐!" 타키는 허세를 부리며 정보 타겟을 변경했다. 나하트로닌. (찾았다!)

"네 놈은……." 인내심이 다하려는 닌자슬레이어를 손으로 제지하며, 타키는 모니터 상에 흐르는 문자열을 필사적으로 훑었다.  "스트링벤드 그 자식이 죽기 직전에 너에게 말했던 「나하트로닌」이라는 놈은 닌자야. 그놈을 쫓고 있으니까 문제 없어. 나라면 놈이 사는 곳과 놈의 시노기도 알아낼 수 있다고." 야쿠자 뒷배 리스트는 전원 오프라인.

"야쿠자를 불러서 내게 부딪칠 셈인가?" 닌자슬레이어의 오른 주먹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해 봐." "하, 하……" 타키는 웃으며, 뒷배 리스트를 재빨리 닫았다. "무서운 농담 하지 말라고, 친구. 그딴 짓 할 리 없잖냐. 어, 그러니까, 자. 봐 봐. 나하트로닌. 이놈은 순수 독일인이고, 닌자야. 팔에『죽음의 낭인』의 문신. 이 나라에 온 건 2년 전이다."

 화면에 몇 장의 사진이 표시되고, 다시 사라진다. "무기는 카타나다. 액티브・카타나? 이게 뭐지? 뭐, 됐고, 스트링벤드를 처죽인 네 적수는 못 되겠지."
"어디에 있지?" "녀석은 횻토컴의 암흑 에이전트로서 떼돈을 벌고 있다더군." "횻토컴?" "모르는 거냐. 흐음……" 타키는 닌자슬레이어가 암흑 사회에 대해 둔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센터 시험은 알고 있냐?" "갑자기 무슨 소리냐." 타키는 설명했다. 닌가슬레이어가 눈을 가늘게 떴다. 타키는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알고 있지? 대학 입학을 위한 통일학과시험이야." "그래서, 그게 어떻게 됐다고." 닌자슬레이어는 더욱 조바심을 냈다. 타키는 여유를 보여주려는 듯이 헛기침했다.

"국가소멸 후, 센터 시험이란 건 이제 대학 가기 위한 수험자격 테스트 이상의 무언가가 됐다고." 타키는 설명했다. "알다시피, 횻토코라는건 센터 시험에서 떨어진 수험생들의 말로. 그놈들이 폭력단화한 클랜이잖아. 한편, 이 횻토컴이란 건, 센터 시험의 점수 랭킹을 서로 다투는, 어둠의 프로 수험생 리그를 뜻하지. 억대의 돈이 오고 간다고."

"대학 진학은 메가코프 취직과 직결되니까, 경쟁은 격화일변도로 가고 있지. 수험은 경제가 됐어. 시험 점수의 획득 능력이 뛰어난 녀석들은 이젠 대학에도 가지 않고 수험생의 입장에 눌러앉은 채, 스폰서를 등에 두고 매년마다 센터시험을 치르지. 탑 랭커들은 거의 10년 이상 센터 시험을 치러 온 놈들이라는군."

"프로 입시낭인은 스폰서 기업으로부터 개런티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수험 공부 트레이닝. 수단의 목적화라고 할까. 바보같은 이야기로군." 타키는 코를 킁킁 울렸다. "아무리 돈벌이가 된다지만, 나라면 죽어도 못할 짓이다. 해서, 나하트로닌이란 닌자는 그녀석들을 지키는 요짐보라는 말이지."

 타키는 이 닌자의 정보를 눈으로 쫓았다. "녀석은 유바나・캐피탈에 직접 스카우트되어, 포탈을 사용해서 이 네오사이타마로 찾아왔어. 그 이후, 수험생의 보디・가드 같은 일을 맡으며 돈을 벌어왔다는 건데……거기서 도는 돈은 투기 머니다. 이놈도 실력에 맞지 않게 평가되고 있을 뿐인 조무래기 닌자지. 너라면 분명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란 말씀!"

"과연, 대충 알았다. 그놈에 대해서는." 닌자슬레이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츠가이는 어디에 있지?" "기다려. 서두르는 건 금물이야. 사츠가이 건은 그렇게 간단히 핵심에 도달할 수 있는 퍼즐이 아니라니까!" 나하트로닌과 사츠가이의 관련정보는 한 건도 얻을 수 없었다. 타키는 계속 떠들며, 평정심을 유지한다. "나하트로닌이 중요한 열쇠야. 무언가 중대한 관련이 있어. 네가 직접 확인해야만 할 거다." 

 타키는 정보를 뽑아낸 디스크를 빼내 책상 너머로 던졌다. "가져가, 이걸로 빚진 건 없는 거다?" "……" 디스크를 건네받은 닌자슬레이어의 눈이 검붉게 빛났다. 등 뒤까지 투시당하는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타키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스트링벤드=상, 만약 되는 대로 나하트로닌의 이름을 댄 거였다면, 지고쿠 헬에서 만나서 죽여버릴 테다.)

닌자슬레이어는 발길을 돌려 방에서 뛰쳐나왔다. "이얏-!" 카라테・샤우트가 위로 뻗어갔다. 타키는 힘이 풀려서 의자에 축 늘어졌다. 

 ――이번에야말로 목숨을 건졌다. 나하트로닌. 만약을 위해, UNIX의 수집정보를 삭제 및 세척하면서, 타키는 긴 한숨을 쉬었다. 경력을 슬쩍 엿보기만 했는데도 벌벌 떨릴 수준의 닌자였다.

 타키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유럽에서「슌시남・그라운드스피어」의 에이전트로 근무했던 나하트로닌은, 직속 부대를 이끌고 겨우 반 년 만에 주위 지역의 여섯 회사를 흡수병합시키는데 성공했었다. 그 뒤, 모종의 이유로 직장을 관둘 때에는, 이번에는 계약 불이행인지 뭔지로 슌시남의 대표이사와 동료 에이전트 두 명을 장사지냈다고 한다. 압도적 위험 인물이다.

 그의 무자비한 카타나를 높이 사서, 네오사이타마의 유바나・캐피탈이 그를 맞이했다. 횻네오사이타마로 이사 온 이래, 횻토컴에서도 나하트로닌은 몇 번이나 적대 닌자를 장사지냈다. 즉,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비닌자 상대로 거들먹거리는 닌자 따위는 길가에 널려 있다. 같은 닌자끼리의 이쿠사도 주저하지 않는 자야말로 진짜 전사, 한 층 위의 위험인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나하트로닌은 스트링벤드 같은 야쿠자 닌자 나부랭이와는 격이 다른 존재이리라. 한편, 닌자슬레이어는 암흑 사회에 둔하고, 행동은 단락적. 이길 만한 요소가 어디에도 없다.

"퍽……! 후-욱……!" 타키는 욕설을 쏟아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모두 정리했다. 이번에 당한 일련의 트러블은 꽤나 위험한 다리였다. 야쿠자에게 닦이고, 겨우 도망쳤다 생각하니 위험한 닌자가 찾아왔다.

 그러나 그것도 처리 완료. 닌자슬레이어는 죽을 것이다. 근심은 제로가 되었다. 살얼음을 밟는 듯한 처신을 성공시킨 안도와 달성감이 그의 본능에 파워를 공급하고 있었다. 타키는 구깃구깃한 찌라시를 펼쳐, 핫・마이코・서비스의 콜 ID를 눈으로 쫓았다.

"아~모시모시? 지금 주문할 건데, 가장……아니, 두번째로 핫한 애로."


2

 삐로삐삐, 삐로삐삐, 삐로삐삐…….특징적인 알람 소리가 무쿄우의 잠을 부드럽게 깨웠다. 차광 커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차광률을 낮추고, 흐린 하늘의 네오사이타마의 빛을 창문으로 스며들게 한다. 테크 베개의 측면에 달린 액정에는, 심박수・체온・α파의 추이 데이터가 곡선 그래프로 표시되고 있다.

 베개도, 시트도, 이불도, 유바나・캐피탈의 자회사, 유바나・베드클로즈 사의 제품으로, 두뇌활동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추는 하이・테크 침구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스폰서 계약을 하고 있는 관계로 사용은 의무화되어 있다. 무쿄우는 일어나면서 비타민・스시를 먹고 기지개를 켰다.

"하이, 무쿄우." 장지문을 부드럽게 열며, 오이란드로이드가 아이사츠했다. 쟁반에는 모닝 커피가 올려져 있었다. "하이, 리요코" 무쿄우는 오이란드로이드의 뺨에 키스를 하고 커피를 홀짝홀짝 삼켰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치르는 모의고사일. 자신의 실력을 과시해야만 하는 날이다. 로고가 들어간 셔츠의 소매를 팔을 꿰고 넥타이를 맨다.

 리요코는 구식의 오이란드로이드이나, 무쿄우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또 신뢰하고 있었다. 가족은 그녀뿐이다. 횻토컴의 랭커는 막대한 페임(fame, 명성)과 머니를 얻지만, 고층빌딩의 대대적인 파티 따위와는 인연이 없다. 매일 하던 암기 트레이닝을 거르면 곧바로 성적이 떨어진다. 허니트랩의 위험도 있다.

 규칙적인 생활로 뇌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암기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매니저로부터 전송된 수험 마케터와의 절충 결과에 대한 IRC 보고 문서를 확인한다. 무쿄우의 생활은 루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이스쿨에 재학했던 시절과 거의 다르지 않는 환경에, 그는 10년 가까이 놓여 있다.

 UNIX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그는 덱을 조작해 자신의 예금 계좌를 확인했다. 그다지 지출도 없기 때문에 금액만이 늘어 간다. 돈이 드는 오락 취미도 없고, 인생 설계도 딱히 없다.

 인생 설계인가. 무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설계를 한단 말인가. 십 년 쯤 전엔 국가라는 개념이 존재했으나 지금은 없다. 이 루틴의 생활로 언제까지 먹고 살수 있을까. 네오사이타마는 또 영문을 모르는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어느 쪽이 먼저일까. 그래도 입시 산업은 계속 유지되는 걸까.

 신경 쓰이는 뉴스도 있다. 프로 입시낭인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 상태에 대해 대학연맹이 우려를 표명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횻토컴은 어떻게 될까. IRC 포럼에서는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기업들이 수험 비즈니스를 버리고 랭커들은 전부 길거리 신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견해를 보면, 프로・리그로서의 횻토컴 자체는 유지되어 수험을 위한 수험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수험 리그의 구조 자체가 돈을 순환시키는 터빈으로써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주권이 여기저기로 날아다니고, 매달 치르는 모의시험이나 연 1회의 센터 시험에선 억대의 돈이 움직인다. 그러니까…… "모르겠어." 무쿄우는 중얼거렸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바뀌지 않았다. 빼앗길 것도 없는, 비타민・스시처럼 무미건조한 인생이다.

"왜 그러세요?" 리요코가 돌아보며 무쿄우를 향해 몸을 앞으로 기울여, 가슴이 드러나 보이도록 했다. 매력적이다. 오이란드로이드는 무쿄우의 이마를 만졌다. "혹시 열은? 없는 것 같네요." "고마워, 리요코." "힘내세요." 그녀에게 자아는 없다. 소문에 의하면, 어둑어둑한 스트리트에선 자아를 가진 괴이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어슬렁거린다고 한다.

 리요코는 차밍하게 눈을 깜빡이며, 무쿄우를 걱정스럽게 보고있다. "난 괜찮아, 리요코." "다행이다! 그럼 집 보고 있을게요." 리요코는 웃는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구식이다. 어떻게 굴린들 자아에 눈뜰 여지도 없다. 이대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  자아에 눈뜬 오이란드로이드란 건, 분명 피곤한 존재겠지.

"다녀오겠습니다." 내(耐)오염 코트를 착용하고,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서 1층까지 단숨에 내려간다. 입구 로비에서 휴대 단말기에 통신이 들어왔다. 매니저인 야마나라=상이다 .『도-모, 무쿄우=상』 "도-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번에는, 방해가 들어올 위험이 있습니다.』 "방해 말입니까?" 무쿄우는 멈춰 섰다.

 무쿄우는 감이 왔다. 매니저는 수험에 대한 정신적 악영향을 우려하여 완곡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무쿄우는 시험회장으로 이동하던 도중 암살당한 랭커를 몇 명쯤 알고 있다. "위험할까요?" 『문제 없습니다. 이미 무쿄우=상을 지켜줄 에이전트를 그쪽에 파견했습니다.』 "이미? 지금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후우……" 무쿄우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문제 없습니다." .『과연 프로시군요. 부디 우리를 신뢰해 주십시오』 "물론이지요."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그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닌자다. 실물을 본 적은 없으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암흑 속의 거친 일을 실행하는 존재……무쿄우와는 다른 세계의 거주자.

 빠른 걸음으로 도보 3분의 야이도마・스테이션으로 이동해, 그대로 모노레일에 탑승한다.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은 오히려 위험이 많다. 높은 교통사고율은 이미 사회문제화 되어 있고, 야쿠자끼리의 싸움에 말려들어 벌집이 되는 차량 역시 끊이지 않는 것이다.

 네오사이타마의 수가 한정되어 있는 고고도 구역을 왕복하는 모노레일은 메가코프의 무장 치안부대에 의해 24시간 경비 중이며, 카치구미 통근자 및 통학자들을 싣고 간다. "근무, 수고하십니다." 중후한 거체의 역관절 치안 로봇, 모터 가시라가 건네는 차가운 음성을 들으며, 개찰구를 통과한다.

 시트에 걸터앉아 이어폰을 장착했다. 젠(禪)・앰비언스 음악이다. 시험 당일의 통근 중엔 암기는 하지 않는다. 옆에는 여고생이 앉아 있다. 열 살 정도 나이가 차이가 나지만, 사회적 및 공적인 입장은 같다. 그리고 카치구미 사라리맨들. 이 차량내의 누군가가 어새신이고, 또 누군가가 호위자일지도 모른다.

 창밖, 가끔 검은 번개가 반짝이는 흐린 하늘 아래, 누런 회색으로 흐려진 네오사이타마의 풍경이 흘러간다. 고층건축이 즐비한 구역, 정원이나 주홍색으로 칠한 기와집들이 배치된 카치구미 지역, 포장 마차 거리나, 바닷물이 침식된 지역을 가득 메우는 수상 판잣집들. 불이 섞인 연기를 내뿜는 새까만 금속 건축물.

이른 아침부터 이미, 메가코프군(群)의 자본이라는 혈류는 거리를 격렬하게 움직이고, 서치라이트나 네온빛을 반짝이게 하며, 홀로・후쿠스케나 홀로・토리이, 홀로・후쿠로쿠주*등의 극채색이 누런 회색을 가르며 꽃피고, 「좌석」「화살회사」「그대인」「커다란 안전」등의 거대 네온 간판 메시지가 점멸한다. ……네오사이타마.


*후쿠로쿠주(フクロクジュ):일본의 칠복신 중 부와 장수를 담당하는 신으로,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인형 및 조각으로 제작되어 일반 가정 등에서 모셔지기도 함.

『다음 역은, 시모타바이카, 시모타바이카*』차내 방송이 도착을 알린다. 무쿄우는 단말기를 꺼냈다. 고사장은 시모타바이카 역으로부터 도보 2분. 네비게이션이 기동하여, 와이어 프레임 지도가 목적지로 향하는 최단거리를 표시한다. 그저 그것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그가 지금 당장 생각해야 할 것은 시험문제의 알고리즘・패턴이다.


*시모타바이카(シモタバイカ):일본 나가노현의 군인 시모타카이(下高井郡)로 추정됨.

 철컹푸슈-……문이 열리고, 승객이 토해져 나왔다. 여고생도 내린다. 무쿄우 또한 그랬다. 같은 시험장일까. 약간 향수를 방불케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설마 프로 입시낭인이 되지는 않을 테지. 대학에 진학해서, 연구직이나, 사라리맨이나, 스포츠나……앞으로 살아갈 진로를 결정해 갈 것이다. 홈의 공기는 쌀쌀했다.

 사람들의 열에 따라서 계단을 내려간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마지널(marginal;경계선상의, 어느 쪽도 될 수 없는)한 존재다. 그림자나, 유령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입장을 벗어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밖의 살아가는 법을 모르고, 경험도 없이 나이를 먹었으며, 희망도 없다…… 무쿄우는 개찰구를 빠져나와 골목길에서 왼쪽으로 돌았다. 중금속 산성비가 내리고 있다. 네온 우산을 쓴다.

 뒤틀린 배관 파이프가 좌우 건물의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증기가 안개를 방불케 하듯 자욱한 골목이었다. 큰길에서 들어가면 바로 이런 정경이 펼쳐진다. 사람의 왕래도 없다. 인적 또한……"스미마센,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쿄우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기권이." "엣." 그는 뒤돌아보려고 했다.

 남자는 무쿄우보다 키가 조금 작고, 평평한 삿갓을 쓰고 있었다. 남자가 합성가죽 케이스를 언더 스로로 툭 던졌다. 무쿄우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얏-!" 비스듬히 옆으로부터 다른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무언가가 고속 회전하면서 뛰쳐나와, 가죽 케이스를 세 개로 찢어발겼다. KBAMBAM! 가죽 케이스가 흩어져, 좌우로 폭발했다!

 SPLAASH! 폭발로 파손된 배관에서 수증기의 물보라가 분출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그림자는 대치했다. "아이에에에!" 무쿄우는 뒷걸음질쳤다. 가죽 케이스로 위장한 소형 수류탄…… 암살! 하지만 그 위험한 습격자로부터 무교우를 지키려는 듯 뛰쳐나온 그림자가 카타나를 뽑으면서, 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팔에는 「죽음의 낭인」의 문신!

"치잇, 네놈이냐." 습격자는 삿갓을 버리고 보라색 사이버네・아이를 적의로 빛냈다. 그리고 오지기를 했다. "도-모. 나하트로닌=상. 페이즈호스입니다." "도-모. 페이즈 호스=상, 나하트로닌입니다." 서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올리며, 간격을 재기 시작했다. 어느 쪽도 닌자. 중요 표적은 무쿄우다!

"무슨……이건……" 『무쿄우=상! 문제 없습니다. 나하트로닌=상은 당신의 호위입니다.』 매니저인 야마나라가 단말기에 음성을 보냈다. 『너무 떨어지지는 마세요! 다른 습격자가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는 프로입니다. 걱정은 안 하셔도……』 "이얏-!" "이얏-!" 눈 앞에서 두 사람은 부딪쳤다. 무기는 쥿테와 카타나다!

"아이에에에!"무쿄우는 뒷걸음질쳤다. "이얏-!" "이얏-!" 한층 이어지는 접전! 두 사람의 닌자의 발놀림은 마이(춤)를 방불케 하듯 환혹적이기까지 했다. 색과 색이 서로 부딪치고, 떨어져, 또 부딪친다!

"이얏-!" 무쿄우의 미간을 노리며 내질러진 쥿테를, 측면에서 끼어든 카타나가 튕겨냈다. "이얏-!" 칼날이 휘둘러졌다. 쥿테를 들고 있던 손이 날아가고……관통한 칼날이 페이즈호스의 등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나무아미타불!

"컥……!" 페이즈호스의 멘포의 틈새에서 선혈이 넘쳐나왔다. 상대와 등을 맞대고 선 채 역수잡이로 칼날을 찔러넣은 나하트로닌은, 카타나를 비틀어 그 상처를 치명적으로 만들었다. "컥, 커헉" 페이즈호스가 경련했다. 나하트로닌의 눈이 잔학성을 띠며 가늘어지고, 입가에 웃음이 돌았다. 

"인내해라……인내해…………!"

『무쿄우=상, 타노시이를 흡입해 주십시오. 모의시험에 영향이 미쳐선 안 됩니다. 』매니저가 지시했다. 무쿄우는 덜덜 떨면서 품 속의 흡입기를 꺼내어 장착한 다음, 푸시했다. 푸쉬익! "아-……좋아……" 무심결에 소리가 새었다. 시야가 빛나며, 공포는 마취되었다. 반짝반짝하는 시야 속에서, 버르적거리는 페이즈호스가 보인다. "네 이놈……!"

"네녀석의 클라이언트는 이미 판명했다. 질문은 필요없지만…… 지금부터가 즐거움이지." 나하트로닌이 말했다. "횻토컴은 꽤 핫한 현장이다. 네녀석 같은 프로 호소인 나부랭이들이 넘쳐나는……못 참겠군!" "끄악-!" "인내해라-!!""끄악-!" 칼날을 비틀며, 피를 긁어낸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앗, 아밧, 아밧!" 페이즈호스는 빠져 나가보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벽의 배관 파이프를 잡았다. "인내해라, 인내해!" 나하트로닌은 노래 부르듯 황홀한 소리를 냈다. 무쿄우는 악몽을 방불케 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때, 벽의 배관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좌우로 찌부러지더니, 검붉은 불꽃이 스며나왔다. 그것은 새로운 악몽이었다.

"세……명……?" 무쿄우는 중얼거렸다. 수증기 속에서 출현한 검붉은 장속의 닌자가, 옆에서 갑자기 페이즈호스의 안면을 쥐고, 힘을 주는 것이었다. 페이즈호스의 멘포 호흡구와 눈 및 귀가 불을 뿜고, 안구는 희뿌옇게 흐려지다가 터져버렸으며, 악력과 불로 인해 무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사요나라!" 폭발사산!

 검붉은 닌자는 기세를 그대로 실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촙을 내찌른다. 나하트로닌은 이아이도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참격으로 응했다. "이얏-!" "이얏-!" 손등과 칼날이 세 번 맞부딪치고,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은 타타미 두 장의 거리를 두고 대치했다.

"도-모. 나하트로닌=상." 선수를 쳐서 아이사츠한 것은 검붉은 닌자였다. "……닌자슬레이어입니다." 도-모. 닌자슬레이어=상. 나하트로닌입니다." 나하트로닌은 방심없이 아이사츠를 돌려주었다. "기업의 사냥개 놈들 중 네녀석의 이름은 없군. 소우카이야의 전사도 아니고……"

 끼기기긱. 닌자슬레이어의 배후에서, 갈라진 벽과 밀쳐지며 찌부러진 배관이 비명같은 소리를 냈다. 닌자슬레이어는 앞으로 기운 자세를 취한다. 덤벼드는 짐승의 예비동작을 방불케 했다. 멘포의 「忍」「殺」문자가 한순간 마그마를 방불케 하듯 적열했다.

"네놈을 죽이겠다." "누구의 사주지?"

"나 자신……!"


3

 무쿄우는 벌벌 떨다가 휴대용 단말기를 떨어트리고, 도로 주워, 필사적으로 콜을 걸었다. "야마나라=상! 야, 야마나라=상! 또다른 닌자가……" 『주의해주십시오, 무쿄우=상. 나하트로닌=상에게 다가가지 않되, 너무 떨어져서도……』매니저의 지시는 미덥지가 않았다. 거기다 금방 복용한 타노시이가 배드 트립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이얏-!" 닌자슬레이어가 나하트로닌을 덮쳤다. 나하트로닌은 칼을 휘둘렀으나, 검붉은 닌자는 참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가슴에 짧은 타격을 가했다. "이얏-!" 나하트로닌은 견제 참격과 함께 옆으로 굴러 회피!"

"아이에에……그래, 시험이야. 기출 유형을 떠올리는 거야……!" 무쿄우는 자신을 그렇게 타이르며, 스스로의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그에게는 인생 경험이 부족했다. 고급 맨션과 시험장을 오가는 것만이 그의 생활이었다.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의 실제 겪어온 인생의 경험은 모노레일에서 본 여고생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그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것은, 시험문제와 활자류가 가져다주는 의사 체험……그것뿐이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두 닌자는 격렬하게 맞부딪친다. 나하트로닌은 칼날을 빙빙 돌려 방패를 방불케 하듯 타격이 오지 못하게 하고, 찌르기 공격을 하면서 간격을 취했다. 닌자끼리의 전투에서 맨손의 카라테와 무기의 카라테가 맞붙는 경우, 자신의 최적 카라테 거리와 실제 간격을 얼마나 잘 일치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주먹이 닿지 않고 칼날이 닿는 거리. 그의 간격이다.

 닌자슬레이어가 파고들려 했다."이얏-!" 그 무릎에 나하트로닌의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 "끄악-!" 신속의 견제 참격. 나하트로닌은 균형을 잃은 닌자슬레이어에게 다시 카타나를 휘두르려 한다! "끝이다!" 두 눈의 검붉은 불꽃이 흔들렸다. 죽음이 다가온다. 그는…… "이얏-!" 무릎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닌자슬레이어는 과감히 크라우칭 스타트를 했다! 급가속 태클이다!

"누웃!" 나하트로닌은 눈을 부릅떴다. 예상 밖의 무모한 행동이었다. 이를 요격하려는 카타나 자돌이 닌자슬레이어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하지만 반응이 얕다. 치명적 부위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리고 총알을 방불케 하는……아니, 버팔로를 방불케 하는 검붉은 질량이 충돌했다! "끄악-!"

 KRAASH! 나하트로닌이 날려진 곳은 배관파이프와 벽의 갈라진 틈새, 닌자슬레이어의 출현지점이었다. 닌자슬레이어는 뒤를 쫓으려고 하다, 신음하고, 비틀거리다, 무릎을 꿇었다. "누웃-……!" 두 군데에 중상.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아이에에에!"무쿄우는 주위를 조급하게 둘러봤다. 어떻게 하지.

"야마나라=상! 호위 닌자가……"무쿄우는 말을 도중에 삼켰다. 검붉은 사신의 지고쿠 헬을 방불케하는 시선이 그를 꿰뚫은 것이다. 무쿄우는 죽음을 각오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의미 없는 조언이 들려온다. 이윽고, 닌자슬레이어는 무쿄우를 무시했다. 벽의 구멍을 노려보며, 전투 흥분을 방불케 하듯 어깨를 떨었다.

 검붉은 장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고, 어깨로 아지렁이가 피어올랐다. 배관 파이프가 격렬하게 증기를 내뿜는다. 구멍 속은 어둠. 닌자슬레이어는 왼쪽 어깨에 꽂혀있는 칼날을 붙잡고, 그대로 뽑아서 버렸다. 무쿄우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가야 할 장소……시험 장소에 제정신인 세계가 있다. 뜻을 정하고, 그는 도주했다. 닌자슬레이어는 쫓아오지 않았다. 무쿄우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닌자슬레이어에겐 무쿄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당연히, 그는 나하트로닌에게 보호받는 무력한 사내를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상대해야 하는 건 나하트로닌이다. 저 프로 수험생이 아니다. 뉴런 깊은 곳 밑바닥의 사악한 존재가 그의 혈관에 새로운 힘을 주입한다. 일시적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힘줄을 잇고, 장속을 고친다.

 상처를 치유하는 대가로, 닌자 청력이, 닌자 제육감이 둔화해 간다. 닌자슬레이어는 몸을 일으켜 카라테를 바로잡았다. 벽에 난 구멍 안쪽에는 창고가 있다. 나하트로닌의 행동경로를 어느 정도 파악한 뒤, 그는 창고 안을 돌아 들어와 벽 너머에서의 앰부쉬기습공격를 시도했다. 놈은 도망쳤나, 추격해야 하는가.

(힘이다. 나라쿠. 죽일 힘을 내놔.) 마스라다는 뉴런 깊숙한 곳에 있는 사악한 존재를 불렀다. 아스라한 이미지와 증오가 반향하며, 과거의 기억의 편린이 플래시백했다. 차가워져가는 아유미……흩어진 오리가미……가슴을 관통한……수리켄……사츠가이의……수리켄……눈빛……사츠가이!

"이얏-!" 공격은 후방 대각선 위! 닌자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불의 궤적을 그리며, 그는 돌아보면서 춉을 치켜들었다. 손등과 카타나가 맞부딪치며, 삐걱였다. 나하트로닌은 창고 안에서 큰길로 우회하여, 길 건너편 건물의 지붕, 사각지대에서 보조 무기를 이용한 앰부쉬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뛰어내리면서 참격으로 닌자슬레이어를 두 동강 내려고 덤벼든 나하트로닌이었으나, 이 획책은 깨끗하게 무너져 버렸다. "이 녀석!" 전사는 눈을 부릅떴다. 한편, 닌자슬레이어에게도 이 방어는 도박이나 진배없었다. 보고, 느끼고 순식간에 반응한 것이 아니였다. 예측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하트로닌은 적을 얕보지는 않았다. "이얏-!" 공중차기를 날리며, 그 반동으로 거리를 두어 착지했다. 그리고 천천히, 보조 무기의 칼자루 끝에 달린 기구를 조작했다. 『비전투원은 즉각 긴급 대피해 주십시오.』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오며, 칼날이 으스스한 푸른 빛을 띄었다. 액티브・카타나 발동!

「어용(御用)!」「어용!」 그 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금속음이 울려퍼지고, 큰길에서 육중한 역관절 로봇이 안개를 헤치며 나타났다. 모터 가시라다. 양 옆에는 금속 방패를 갖춘 여러 메가코프의 무장 자경 종업원! "그곳의 전투 중인 두명! 그만 좀 두면 안 될까!" 스피커 음성이 울려퍼졌다.

 두 닌자는 그 쪽을 일별할 뿐이었다. 무장 자경 종업원 부대의 대장은 모터 가시라를 전진시키며, 방패 뒤에서 외쳤다. "닌자라 해도 이 구역에서의 전투는 허용되지 않는다. 몇 분 이내에 이쪽에서도 닌자 몇 명을 이 구역에……아밧-!?" 갑작스런 토혈! "아바밧-!" 다른 종업원들도!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무장 종업원은 눈, 코, 입에서 무참히 피를 토하며, 지면을 굴러다녔다. "아바바밧-!" "삐각-! 삐가가각-!" 모터 가시라마저 기능 장애를 일으켜, 옆으로 쓰러졌다. "아밧-!" 휘말린 무장 종업원들이 압사! "멍청한 놈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서니까 그 꼴이지. 아무래도 좋다만." 나하트로닌이 매도했다.

 나무아미타불. 이것이 액티브・카타나다. 도신의 푸른 빛은, 지극히 강력한 독소 그 자체가 내뿜는 빛이었다. 기계에 대해서도 생물에 대해서도 매우 유해한 독소를 내뿜는 입자가 방출되고 있는 것이다. 닌자슬레이어는 순식간에 상황 판단해, 죽은 자들의 반대쪽으로 발을 옮긴다. 나하트로닌은 혀를 차며 푸르게 빛나는 카타나를 겨눴다.

(((이것은…….이 독은 모른다.))) 나라쿠가 신음했다. (((이것은 놈의 짓수가 아니다. 문명의 힘이로구나. 나하트로닌의 짓수는 놈 자신에게 작용되고 있는 게다……이 독으로부터 자신을 비호하는 블레싱・짓수는 하쿠메이薄命, 박명 닌자・클랜의 비전……허나 놈에게 빙의된 소울은 키리카제*・닌자・클랜의 것.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키리카제(キリカゼ)::상세 불명. 나하트로닌의 전투 스타일을 보면 切り+風정도로 추측할 수도 있다.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수리켄을 투척하며 멀리 떨어졌다. 나하트로닌은 칼로 쳐내며, 천천히 간격을 다시 잡는다. 닌자슬레이어의 고동이 강하게 쳤다. "……!" 그는 기침하며,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에 당황했다.

"뭐하는 놈인지는 모르겠다만, 보통 기량이 아니군." 나하트로닌은 푸른 카타나를 치켜올렸다. "방금의 참격을 막아낸 솜씨는 훌륭했다. 반드시 여기서 죽여주마." "사츠가이." 닌자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사츠가이라는 닌자를 알고 있나." "……." 나하트로닌의 눈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닌자슬레이어는 땅을 박찼다. "이얏-!" 나하트로닌을 카타나를 되돌려서, 요격의 이아이도를 휘두른다!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고속 옆돌기를 치며, 폭발적인 속도로 접근했다. 또 다시 도박이다. 그는 처음엔 수리켄을 던져 견제하면서 거리를 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체를 좀먹는 불가시의 독 입자는 그 위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고선, 반대로 단숨에 거리를 좁히려 한 것이다. 닌자가 아니었다면 세 번은 죽었을 양의 독소. 설령 닌자라고 해도……!

"이얏-!" 이어지는 참격!"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옆돌기에서 앞구르기로 전환하여 칼날 바로 밑을 빠져나간다! 장속의 섬유가 너덜너덜하게 말라 비틀어져, 열화된 페인트 찌꺼기를 방불케 하듯 땅에 흩어졌다. 그는 피를 토하면서 나하트로닌의 제로・인치 거리로 밀착했다. 독의 진행이 멈춘 것을 느낀다. 나하트로닌은 거기서 빠져나가려 한다.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잡는다!

"역시 네놈의 부근엔 독이 없군." "놔라……!" "안 놓는다." 그는 눈 앞의 나하트로닌의 허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닌자 근력을 쥐어짜내 그를 꽉 졸랐다. "놓치지 않겠다!" "끄악-!?" 베어・허그! 에도 시대, 레전드 요코즈나*인 라이유우가 오카야마 현의 마을을 위협하던 그리즐리를 맨손으로 장사지냈을 때에 사용한 카라테이다!


*요코즈나(横綱, ヨコヅナ):스모의 천하장사를 말한다.

"네놈……끄악-!" 이 무슨 일류의 숙련된 닌자 전사조차 빠져나가는 것을 허락지 않는 결단적 닌자 근력인가! 나하트로닌의 다리가 지면에서 떴다. 이제 그는 발버둥 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끄악-!" 역수로 쥐어 찌르려고 했던 액티브 카타나가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 지면에 떨어졌다. 닌자슬레이어는 계속 몸을 옥죈다! "놓치지 않는다!"

『인증자 접촉이 필요합니다. 시큐리티 록인』 손을 떠난 카타나가 차가운 전자 음성을 흘리며 푸른 빛을 잃었다. 무해함! 이윽고 뒤로 젖혀진 나하트로닌의 두 눈과 멘포의 호흡구에서 검붉은 불꽃이 흘러나왔다! "아밧-!"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끊임없이 그의 몸을 단단히 조른다! "아밧-!" 나무아미타불!

"사츠가이라는 닌자를…….알고 있나……..!" 닌자슬레이어는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듯 물었다. "네놈에게 새로운 짓수를 부여한 남자다……알고 있을 테지!" "아밧-!" 고통에 허우적대며, 나하트로닌이 저주섞인 대답을 돌려주었다. "사츠가이……확실히 나는……사츠가이에게……하지만 모른다……!"

"이얏-!" "아밧-!" "인내해라…….죽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죽기 전에, 나에게 남기고 가라……남기고 가라!" 닌자슬레이어는 외쳤다! "남겨라! 아유미를 죽인 닌자의 발자취를!" "아바바밧-!" 나하트로닌은 검붉은 불을 토하며, 경련했다. 사신은 그의 입 속에서 몇 마디의 말을 끌어냈다…………!

 이윽고 그는 나하트로닌의 등골을 꺾고, 그 오장육부를 저주의 불길로 태워서 카이샤쿠했다. "사요나라!" 나하트로닌은 폭발사산했다. 닌자슬레이어는 무릎을 떨어뜨리며 주저앉아, 몸을 떨며, 독을 자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고쿠 헬의 고통을 소리없이 견뎠다. 그것은 멀리에서 보면 얼핏 오열하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하지만 그것을 본 자는 없다. 큰길에는 감시 카메라도 없다. 그저 무참히 독살 당한 무장 종업원들의 시체만이 굴러다닐 뿐이었다. 이쿠사 배틀에 걸린 시간은 실제 몇 분에 불과했다. 이윽고, 닌자슬레이어는 일어나 의아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이에에에!) 그것은 금방 도주한 프로 수험생의 먼 비명소리였다. 안개 속에서 닌자슬레이어는 눈을 감고, 짧게 숙고했다. 나하트로닌은 그 프로 수험생의 호위였다. 무방비 상태의 프로 수험생은 5분도 지나지 않아 또다른 적대 기업의 자객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남의 일이다. 닌자슬레이어는 눈을 떴다. 그 뒷모습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


"아이엣!" 무쿄우는 공중화장실의 벽에 밀어붙혀져서, 입이 틀어막혔다. 그를 포위한 세 야쿠자는 세쌍둥이처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클론야쿠자다. 그 뒤에서, 쵼마게・헤어의 사라리맨이 껌을 땅바닥에 내뱉었다. "이건 건전한 경제 활동의 일환이니까 말야."

"죽이는 건가." 무쿄우는 억류된 채 불명료한 목소리를 냈다. 야쿠자 중 한 명이 도스・대거를 뽑았다. "그래, 죽일 거야." 사라리맨이 바깥을 살피며 대답했다. 이곳은 시험장인 시모타바이카 대학 인근의 공원이다. 뱀부 숲에 가려져, 이 횡포를 사람들이 알아챌 일은 없다. "공부벌레 새끼는 알지 못할 세계지."

"나는……." 무쿄우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무슨 눈물일까. 그는 생각했다. 야쿠자에게서 도망가는 루트마저, 이렇게 시험장에 도착하는 걸 상정해서 세워버렸다. 닌자끼리 서로 죽이고, 야쿠자에게 습격당하고, 그런 상황에 처하고도 자신은 아직도 횻토컴의 랭크가 떨어지는 걸 더 걱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 밖에 없단 말야."

"거야 그렇겠지." 사라리맨이 새 껌의 포장지를 까서 입에 넣었다. "자주 있지, 자주 있어. 내세에서 분발해라." 그는 엄지 손가락을 내렸다. 클론야쿠자가 끄덕였다. 무쿄우는 눈을 감았다. "……리요코……" "아밧-!?" "까고자빠졌, 끄악-!" "죽는닷, 끄악-!" "이 새끼, 끄악-!" 

"……" 살육의 소리와 비명이 잠시동안 들리고, 그 후 정적이 찾아왔다. 무쿄우는 주뼛주뼛 눈을 떴다. 그는 숨을 삼켰다. 목이 꺾여 부러지고, 혹은 그대로 잘려나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시체가 4구. 그리고 빨강과 초록 투톤의 피웅덩이. 방금 전까지 무쿄우를 죽이려 한 패거리들의.

 ……그리고 검붉은 사신이 서 있었다. 

 사신. 충격 속에서 꼼짝 않고 그 무시무시한 그림자를 본다. 무쿄우라도 알아보았다. 상당한 부상을 입고 있다. 조금 전 전투의 상처인가. "왜." 무쿄우는 무심결에 물었다. 닌자슬레이어는 어깨를 떨며, 거친 숨을 내쉬면서 벽에 등을 기대었다. "가 봐. 시험이잖아." 말을 끊고, 덧붙였다. "……미안했다."

"아……" 무쿄우는 시체와 닌자슬레이어를 번갈아 본 뒤, 화장실 밖으로 뛰어나왔다. 타노시이의 후유증은 이제 없다. 터무니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손목시계를 봤다. 시간은 아직 조금 남았다. 분명 시험 결과는 엉망이리라. 아니, 화재현장 포스가 나올는지.

 왜 아까는,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걸까? 아니, 다르다. 자신은 살고 싶다. 집에는 리요코가 있다. 루틴화되었다곤 해도 생활이 있다. 달린다. 루틴. 센터 시험의 결과를 써서 대학에 진학해도 된다. 비정상적인 사건을 겪은 탓일까, 그런 몽상에도 생각이 미친다. 그런 일을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선택지는 있잖아. 그걸로 충분해. 달린다. 달린다.


◆◆◆


"이예-! 모두들 아리가토다!" 타키가 소파 위에 서서 양손을 벌리자, 단골 손님들은 환호로 화답하며, 타키가 쏜 한 잔을 드높이 들어 보였다. 벽에는 「생존 축하해 타키」 라고 쇼도된 종이가 다트로 고정되어 있다. 띠로링-! 핀볼 기기가 타이밍 좋게 전자음을 울렸다. "칸파이(건배)!"

 타키는 소파에 턱하니 허리를 떨어뜨리고, 좌우에 앉은 마이코의 어깨를 안았다. 그리고 꿀꺽꿀꺽 술을 마시는 손님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이야아, 퍼킹 최고로구만, 이건!" 타키가 느슨한 웃는 얼굴로 중얼거리자, 누군가가 "타키, 사이코(최고)!"라고 외쳤다. 아무튼 타키가 한턱 냈으니까. "그래, 나도 최고야! 귀찮은 게 전부 없어졌어!"

"귀찮은 거?" 옆의 마이코가 타키에게 기댔다. "그야 물론……" 타키는 마이코의 풍만한 가슴이 팔꿈치에 닿는걸 느끼며, 좋은 향기를 맡았다. "나를 납치한 엿같은 야쿠자 놈들과 대빵인 닌자 자식을, 어떤 또라이 닌자가 쳐죽여 줬거든. 초 럭키라니깐? 그 또라이 새끼도, 더 쎈 녀석한테 보내버려서 죽게 했으니까."

"에-, 스고-이!" 마이코가 키득키득 웃었다. "그치?" 타키는 방긋 웃었다. "손자병법이라고, 이건. 쉽게 말해서, 어딘가로 치워 버리면 해결된다. 알겠어? ……응-, 뭐지?" 눈을 가늘게 떠서 입구 부근을 보았다. 좁은 가게다. 입구 주변의 손님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이윽고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아이에에에에!"

 비명과 함께 손님들은 재빨리 벽에 기댔다. 샬레에 묻은 기름때에 세제를 한 방울 흘리면, 이런 모습이 되곤 하지. 타키는 멍하니 생각했다. 그래서, 원인은 누구야? 그는 핫파(대마)로 피스풀해진 시신경을 동원해, 엔트리한 자를 보았다. "오늘은 매진이라 할까, 일단 친구들을 모아 파티 중이거든. 미안하지만 피자는……"

 지고쿠 헬의 불길을 방불케 하듯 타오르는 존재가 다가온다. 타키는 곤란한 웃음을 띄우며 눈을 비볐다. "그런 계열은 안 빨았는데?" 마이코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마이코 두 사람은 동시에 닌자・리얼리티・쇼크를 일으켜,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다. "에?" "아이에에에!" "아밧-!" 기절하는 자! 구토하는 자!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 타키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소파의 등받이가 방해되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검붉은 안광이 타키를 쏘았다. 「忍」「殺」의 멘포가 마그마를 방불케 하는 빛을 띠었다. 타는 듯이 뜨거운 손이 어깨를 붙잡았다! "사츠가이의 정보는?" 닌자슬레이어가 물었다.

"웨이! 알았어! 일단 멈춰 봐!" 지고쿠 헬의 궁전을 방불케 하듯절규하는 자들로 가득 찬 점내, 타키는 양손을 치켜들며 포기했다. "잠깐, 그럼, 너, 나하트로닌을 죽였다 이거네! 오케이! 추가 정보도 있겠지? 잘 됐다. 이걸로 내 정보수집도 한층 더 진척될……진척……피, 피자 먹어! 따끈따끈한 거!"

 닌자슬레이어는 양손을 타키의 어깨에 얹었다. "필요 없다." 라고 그는 말했다. 타키는 신음했다. 닌자슬레이어는 위에서 힘을 주었다. 타키는 소파에 깊숙히 파묻혔다. "나, 나를 죽이지 마……아무런 득도 되지 않는다고……" 타키는 횡설수설했다. "……" 조금 뒤,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스시를 내놔. 지금 당장이다."

"스시라고?" 공포를 한순간 잊고서, 타키는 상처받은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웃기지 마, 여기는 피자, 가게……?" 닌자슬레이어는 타키를 누른 채로 기절해 있었다. 점내에 제정신인 자는 거의 없었다. 반나절만 지나면 아무도 이 공포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타키는 한숨을 내쉬고, 스시 가게에 IRC를 연결했다.


【머시너리・마지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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