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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제5화【어세일드・도죠】

この記事はS1第5話【アセイルド・ドージョー】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번역자:NJSK
본 기사는 DCinside의 해당 에피소드 번역글을 기초로 번역자의 허가를 받아 PLUS판에서 가필수정된 부분의 반영 및 최소한의 검수를 거쳐 작성되었습니다.

총합목차

"보로부두르." "기업용 포탈을 쓰는 거다."
"저것은……누구냐……!" "안 된다, 나라쿠!" "임금님입니다."
"욕야카르타에 와 있어. 사소한 비즈니스."
"결제됐습니다."
"피를 빼는 건 역시 보틀넥 컷 춉이 가장 신선하지요."
"Wasshoi!"
"저것은 사츠바츠나이트. 태고의 암살술, 챠도의 사용자다."
"스읍-……후우-"
"두 번 접촉한 자……!"
(분노가, 나와 나라쿠・닌자를 이어주고 있어.)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끝이 없다고."
"의를 보고도 행하지 아니함은 용기가 없음이니라입니다."
"놈이 옛날의 닌자슬레이어다."


【어세일드・도죠】




1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매일밤 들려오는 총성은 일상적인 소음일 뿐. 엔드로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이 총성이 아니다. 그 붉은 눈동자. 그러나, 그럼에도 신경이 쓰였다. 소년은 침을 삼키고, 심호흡했다. 머뭇거리며, 폐가의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없잖아." 탁. 등 뒤에서 난 발소리. 엔드로는 돌아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있었네."

"왜 그러지?" 후지키도가 물었다. 엔드로가 답했다. "어딜 갔다온 거야. 환자가." "그대야말로, 무슨 용무지?" "무슨 용무다 할 건 없고. 걱정돼서." "생면부지인 여행자를 말이지……" "헤헷." 엔드로는 쑥쓰러운 듯 웃었다. "카라테카 맞지, 아저씨? 그러니까 병이 다 나으면 말야……"

"여하튼, 마침 잘됐군. 엔드로=상." 후지키도는 그렇게 말한 뒤, 괴로워하며 신음했다. 엔드로가 부축하려 팔을 뻗었으나, 사양하며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예의 그 윗치 닥터를 불러와다오." "아……알겠다구." "부탁하마." "알겠어!" 소년이 달려나가는 것을 지켜본 뒤, 후지키도는 어두운 방 안에 쓰러지듯이 들어갔다.

"스읍-……하아-……"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깊은 호흡을 반복한다. "스읍-……하아-……" 호흡에 맞춰 눈동자의 붉은 빛이 명멸하기 시작한다.

(카라테카인가.) 후지키도는 조금 쓸쓸한 듯이 미소지었다. 시야가 어둠 속에 잠기자, 그가 보는 것은 현재가 아닌 과거, 욕야카르타가 아닌 오카야마 현이였다.


◆◆◆


"우시로아시뒷발차기!" "이얏-!" "히노쿠루마화염차!" "이얏-!" "모우이폰한 번 더!" "이얏-!"

 방 바깥에서 연이어 울리는 카라테・샤우트에 귀를 기울이며, 후지키도는 빨간 키모노를 입은 단아한 미녀와 마주앉아 있었다. 정성이 들어간 타타미가 깔린, 매우 좁은 다실(茶室)이었다.

"도-조." 거품이 뜬 차로 채워진 잔을 미녀가 내밀자, 후지키도는 고개를 두 번 꾸벅인 후 잔을 받았다. 그 행동거지는 실제 소박하여, 미녀의 그윽한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후지키도는 찻잔을 몇 번 돌린 뒤, 홀짝 마셨다. "켓코우・오테마에데훌륭한 차 솜씨입니다." "도-모." 미녀가 고개를 숙이며, 미소지었다. "차과자도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산세이세 번!" "이얏-!" "셋카빠르게!" "이얏-!"

 후지키도는 바깥으로 눈길을 향했다. 땅에 깔린 흰모래보다도 더 하얀 뉴비 장속으로 몸을 감싼 젊은이들이, 호령에 맞추어 카라테를 연무하고 있었다. 그들 뉴비 닌자는 일반인이 수행을 거쳐 닌자가 되려고 하는, 말하자면 리얼 닌자의 알로, 소울 빙의자와 비교하면 훨씬 약하다.

"후지키도, 요즘은 무엇을 하시는지?" 미녀는 상냥한 미소를 띄며 물었다. 후지키도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변한것은 없어." "여행입니까." 그녀는 후지키도의 붉은 눈동자 속을 들이다보려 했다. "어찌 되었든,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녀의 이름은 유카노. 오카야마 현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험준한 산의 정상 부근에서 제자들과 함께 지내는, 신비적인 「드래곤・도죠」의 센세이다.

"조금, 더 늘었군." 후지키도는 차를 마시며, 뉴비 닌자들을 바라본다. "그렇지요. 몇 명 정도. 당신이 이곳을 마지막으로 들른 것이 몇 년 전이었죠?" "대략 2년이군." "세월 참 빠르네요." "그는? 타이센=상이었지." 호령을 내리고 있는 청년을 가리켰다. "네. 아주 듬직해졌지요. 나중에 그를 좀 살펴주지 않겠어요?."

 후지키도는 이를 부드럽게 사양했다. "나는 센세이가 아니야. 유카노." "하지만 그대의 카라테는 상당한 수준이지, 사츠바츠나이트=상." 유카노는 엄숙한 태도로 말한 뒤, 이내 윙크했다. 그 바스트는 풍만했다. "타이센은 잘해주고 있지만, 자신의 힘을 과신하게 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것을 깨닫게 해줘요."

 이윽고 후지키도는 흰 모래밭 위에 서서, 뉴비 닌자들이 들떠서 시선을 주고 받는 가운데, 타이센과 마주본다. 청년은 빠진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후지키도에게 강하게 아이사츠했다. 그의 이마엔 십자 모양의 흉터가 있다. "그날부터 단 하루도 카라테 단련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나, 꽤 당신께 가까이까지 왔습니다." "그렇군."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끄악-!"

 몇 번의 타격전을 거치자, 타이센은 모래밭에 고꾸라져 있었다. 뉴비 닌자들이 「아아」하는 소리를 냈다. 후지키도는 타이센에게 손짓한다. "말한 대로, 그대의 카라테에서 충실함이 전해져 오는군." "조금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타이센은 입을 닦고, 스프링・점프로 일어났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끄악-!"

 다시 엎어진 타이센은 과감하게 다시 일어나, 후지키도에게 재도전했다. "카캇테키마스가겠습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목인권을 방불케 하는 원・인치 거리의 연타가 재개된다! 후지키도는 감명을 받았다. 실제 타이센은 2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유카노는 훌륭한 도죠를 만들었다……

"이얏-!" "끄악-!" 후지키도의 폼・펀치붕・권가 제대로 들어갔다. 타이센은 등에서부터 내동댕이쳐져, 바운드하고, 큰대자로 뻗어 쓰러졌다. "……!" 분한 듯이 신음하며 다시 일어나려 했으나, 힘에 부쳐 쓰러지고 말았다. 후지키도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타이센은 그 손을 잡았다. "나는 평소엔 좀 더 강하다구요, 사실." "으음."

"호호오, 과연. 삼엄하기 그지없는 절벽을 오르고 나자, 이러한 곳이!"

 후지키도와 타이센은 몸을 돌려 뉴비 닌자들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온 정문 방향을 보았다. 도죠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목소리의 주인……과장된 몸짓으로 보란 듯이 양 손을 크게 펼친 것은, 그들이 모르는 닌자였다. 그렇다. 한 눈에 닌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이얏-!" 곧바로, 다실의 엔가와(툇마루)에서 바람을 방불케 하듯 유카노가 뛰어들더니, 후지키도 앞에 서서 그 닌자를 노려보았다. 키모노를 입고 있던 유카노의 옷차림은 어느새 드래곤의 자수가 들어간 붉은 닌자 장속으로 변해 있다. 후지키도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유카노의 곁에 섰다.

"저 자는……?" 타이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카노는 청년을 보며 말했다. "타이센. 문하생들을 데리고, 물러나세요." "하지만……" "어서 해라! 네가 지키는 것이다!" "하이!" 그는 상황의 긴박함을 깨닫고, 긴장한 표정을 한 채 허둥대는 뉴비들을 이끌고 도죠 안쪽으로 떠나간다.

"음음음, 너무 흉흉하지 않은가." 닌자가 조소했다. "아직 아무런 목적도 밝히지 않았는데. 가령 우리가 챠를 바라고 찾아왔을 뿐이었다면, 이는 큰 시츠레이가 되었을 걸세, 드래곤・닌자=상." 끌끌거리며 목구멍을 울려 웃는다. 그의 눈에서는 비상한 박력이 느껴졌다.

"아아, 그래. 우리들이라네." 그는 강조했다. "배포가 맞는 동료가 있거든……" 주위를 맴돌고 있던 안개가 갑자기 모이더니, 붉은 플레이트 메일 닌자 장속을 입은 불온한 닌자의 형상을 취했다. 곱슬거리는 흑발을 어깨까지 길렀으며, 그 눈동자는 흰자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밝은 회색. 유카노의 긴장이 한층 더해진다. 후지키도는 이미 등색의 불꽃을 두른 검은 닌자장속 차림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뚜둑뚜둑 하고 지면이 소리를 내며 융기했다. 그 균열 속에서, 섬뜩한 형상이 기어나왔다. "아바-……" 괴물……지네……아니……일단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의 장속인지도 알 수 없는 차림이었으나, 모종의 마술 혹은 요술의 문화가 강하게 느껴지는 복장이었다. 가장 처음 나타난 닌자가 헛기침했다. "그래. 이렇게 세 명이라네."

 맑게 개어 있던 하늘이 돌연 흐려지더니, 흐느낌을 방불케 하는 스산한 바람이 물기를 머금고서 세차게 분다. 닌자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도-모. 드래곤・닌자입니다." 우선은 유카노가 아이사츠했다. 다음에는 후지키도가. "도-모. 사츠바츠나이트입니다."

"사츠바츠나이트?" 붉은 갑옷의 닌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다면, 짐도 그 작법을 따르도록 하지." 붉은 갑주의 닌자가 아이사츠했다. "도-모. 레드드래곤입니다."

"SHHHH……" 기괴한 모습의 닌자가 이어서 아이사츠했다. "무카데・닌자입니다." 처음 찾아온 닌자는 계속 목구멍을 울리며 웃고 있었으나, 마지막 차례가 오자 아이사츠했다. "케이토・닌자입니다."

"우선 묻겠다." 유카노는 드래곤・닌자로서 물었다. "이 땅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냐." "챠라도 마시면서 옛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싶었지." 케이토・닌자가 비웃다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니, 귀공은 그것을 바라지 아니했겠지. 하토리의 기사여. 우리의 목적은, 그래……관람이라네. 보물 찾기라고 해도 되겠군."

 드래곤・닌자가 까득, 하고 이를 악무는 소리를 사츠바츠나이트는 들었다. 케이토・닌자가 옆에 선 레드드래곤을 본다. "그런 연유로……귀공의 소망을 말해보게나." "눈챠쿠・오브・디스트럭션을." 그림자에서 무수한 박쥐가 날개짓하고, 등에 이어져서 망토를 형성했다. "왈라키아의 백성들에게, 좋은 기념품이 될 것이야."

"저 자도, 그러한가." 사츠바츠나이트가 드래곤・닌자에게 확인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찌된 경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마는, 그들 모두가 옛날에 살던 리얼 닌자들……저는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우호적인 방문은" "아닐 테지요……!" 두 명은 세 명을 노려보며, 주・짓수를 취했다!

"귀공은 어떤가, 무카데・닌자=상?" 케이토・닌자는 다른 동행자에게 물었다. 태세를 갖춘 드래곤・닌자 일행을 앞에 두고도 변함없이 느긋한 태도다. 범상치 않은 닌자는 베일 너머로 물음에 답한다. "……SHHH……멘포・오브・도미네이션……그걸 받아가마." "호오! 무엇에 쓸 겐가?" "나랏일이다."

"나랏일인가! 앗파레훌륭한!" 케이토는 목구멍을 울렸다. "그럼 나는 브레이서・오브・리젝션으로 한다면, 딱 맞아 떨어지게 되는 겐가?……호오, 브레이서는 없군. 그래." 나무삼……드래곤・닌자의 미세한 동공의 움직임에서, 케이토는 물음의 답을 얻어내고 말았다. 이 무슨 닌자 통찰력인가.

"독장수셈은 거기까지 하시지요, 도적패들." 드래곤・닌자가 말했다. 케이토・닌자는 눈을 빛낸다. "무얼, 좀 빌려갈 뿐일세. 좋지 않나……보아하니, 귀공에게선 우리에게 범접할 만한 카라테는 느껴지지 아니하군.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주지 않겠나? 우린 단지 구가하고 싶을 뿐이라네. 시간이 지난, 이 생기 넘치는 세상을 말이야……"

"보물은 어디에 있지?" 레드드래곤이 묻자 무카데・닌자가 답했다. "영묘다……드래곤・닌자는 이 산을 깊이 파서 하토리의 보물을 숨겨두었지……보물……SHHHH……." "그렇군, 그것을 우리가 유익하게 사용해주마. 괜찮겠지?"

"영묘는 보물고가 아니다." 드래곤・닌자가 부정했다. 그녀와 사츠바츠나이트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영묘는 분명 이 도죠에 있다. 먼 과거에 만들어진 금단의 던전이다. 과거의 드래곤・닌자 클랜에 속한 자들이 미이라로 변하면서도 방위의 소임을 다하며, 강대한 시크릿・렐릭의 확산을 막고 잇다.

 드래곤・닌자는 과거에 오히간의 교토성을 향한 모험을 떠나 여러 고난을 겪으며 눈챠쿠・오브・디스트럭션과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가지고 돌아왔다. 브레이서는 지금도 교토성 주인의 품에 있을 것이다. 이후 눈챠쿠와 멘포는 영맥 심층부에 수납되어, 봉인 보관되고 있다.

"아아, 영묘의 방위와 함정 등에는 조심해야 한다네?" 케이토가 말하자, 레드드래곤이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별 일 없을 것이오. 가봅시다." "SHHH……..미숙한 닌자들의 살과 피……" 무카데・닌자가 말했다. "싱싱한 생명……우선 나는 그것을 즐기고 싶구나."

"이얏-!" 드래곤・닌자가 자신의 주무기인 머스트다이・블레이드를 칼집에서 뽑아, 무카데・닌자에게 덤벼들었다. "이얏-!" 사츠바츠나이트가 뛰어올라, 레드드래곤이 가세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이-……야야야얏!" 무카데・닌자는 드래곤・닌자의 타격과 머스트다이・블레이드의 참격이 혼합된 연속공격을 받게 되었다. "SHHH!" 괴이한 법의가 찢겨져 허공으로 흩어지니, 뱀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이 땅을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것은 미가와리바꿔치기・짓수다! 땅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지면의 융기는 번개를 방불케 하는 궤적을 그리며 안쪽으로 날아난다. 그 앞에는 영묘가, 그리고 타이센과 문하생들이 피난한 동굴이 있다……! "네 이놈!" 이를 쫓으려고 한 드래곤・닌자를 케이토・닌자가 가로막았다. "마음대로 하게 두진 않겠네! 하하하하!"

 한편 사츠바츠나이트는 레드드래곤과 원・인치 거리에서 마주보며, 목인권을 방불케 하는 타격전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사츠바츠나이트 쪽이 이미 3타를 받고 있었다. "이얏-!" "끄악-!" 4타. 레드드래곤의 옆구리에 발차기를 내지르지만, 붉은 갑주가 충격을 막아내고, 검은 망토가 다리를 휘감아 내던졌다. "끄악-!"

 사츠바츠나이트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다시 균형을 잡으려 했다. "이얏-!" 레드드래곤은 검은 수리켄을 던졌다. 그것은 쿠나이 모양으로 몸을 만 박쥐들이다. "이얏-!" 사츠바츠나이트는 수리켄을 연사하여 박쥐들을 요격했다. 이어서 회전 속에서 후크로프를 던졌다. 목표물은 레드드래곤……아니! 케이토・닌자다!

"핫하하하……" 케이토・닌자는 이미 드래곤・닌자에게 두 번 타격을 가해, 목을 절단하려고 춉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실로 가소롭군……!" 거기에 후크로프가 휘감겼다. 케이토는 이를 흘낏 보고, 주홍빛의 전광(電光)을 팔에 둘러, 이를 태워버렸다. "이얏-!" 그 틈을 노리고 드래곤・닌자가 칼을 휘둘렀다. 케이토・닌자는 손가락 끝으로 칼날을 붙잡아 멈추었다.

 드래곤・닌자는 그대로 칼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안쪽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와 엇갈려, 사츠바츠나이트가 날아차기로 케이토・닌자에게 도전했다. "이얏-!" "이얏-!" 케이토는 발차기를 팔로 튕겨내고, 장타로 안면을 파괴하려 한다. "이얏-!" 사츠바츠나이트는 옆돌기로 피하며 춉을 휘두른다. 응수하는 두 닌자를 무수한 박쥐의 무리가 감싼다. 레드드래곤의 헨게(변신)다.

"여보게, 사츠바츠나이트인지 뭔지." 타격을 막아내면서 케이토・닌자가 묻는다. "우리는 깨어난지 얼마 안된 참이라 말이야. 지금 세상의 상황을 빨리 알고 싶다네." 사츠바츠나이트는 타격 속에서 이 자의 가공할 압력을, 그리고 카라테의 정도를 짐작하려고 했다. 틀림없이 상당한 실력자. 그리고 「세월의 힘」이라고도 부를 만한 박력.

"이얏-!" 몸을 숙여 춉을 피한 사츠바츠나이트는 곧게 세운 폼・펀치를 케이토의 배에 때려박았다. "누웃-!" 맞으면서 케이토는 양팔을 사츠바츠나이트의 팔에 대어 위력을 죽인다. 나선 회전하며 날려지지만, 낙법을 취해 착지, 태연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먼저 드래곤・닌자를 찾아온 걸세. 그리고……"

 사츠바츠나이트는 등 뒤로에서부터 가슴을 꿰뚫려, 심장을 뽑히는 감각을 느꼈다. 닌자 제육감이 전하는 콤마 몇 초 후의 예지다. "이얏-!" 돌아보면서 팔꿈치 치기를 내지르자, 등뒤에서 밀집하여 다시 사람의 형상을 취한 레드드래곤이 혀를 차며 타격을 방어했다. "음음음……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사츠바츠나이트=상." 그는 물었다.

 한편, 동굴에 뉴비 닌자들을 피신시킨 타이센은, 자신은 이쿠사 배틀에 가세하기 위해 밖에서부터 바위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그가 문득 돌아보자, 지면의 융기가 동굴을 향해 닥쳐오고 있었다. "뭐지……?"

"이얏-!" "끄악-!?"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수리켄이 어깨여 꽂혀, 타이센은 쓰러졌다. 수리켄을 던진 것은 드래곤・닌자이다. 타이센은 부상을 입고 동굴 속으로 굴러들어갔다.

"바위문을 닫아라! 타이센=상!" 지면의 융기를 쫓아 달려오는 드래곤・닌자가 엄격하게 명했다. 타이센은……"AAARGH!" 흙이 터지고, 무수한 관절을 가진 사위스러운 닌자가 튀어나왔다! 나무삼!

"싱싱한! 육체!" "끼엣-!" "끄악-!" 드래곤! 간발의 차로 강렬한 날아차기가 무카데・닌자를 등에서부터 덮쳐, 바위벽 옆의 바위 표면으로 패대기쳤다. 타이센은 이제 어리석은 생각을 품지 않았다. 실금하면서 바위문을 안에서 닫았다. 무카데・닌자는 몸을 비틀어, 드래곤・닌자를 바라보았다.

"SHHHH……!" "보낼 것 같더냐!" 드래곤・닌자는 주・짓수를 취했다. 무카데・닌자가 덤벼들었다. "AAAARGH!" "이얏-!" 무카데・닌자에게는 여러 개의 관절을 가진 팔이 무수히 나 있어, 이것에 대처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드래곤・닌자는 극한상황에서 태곳적 이쿠사 배틀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데 필사적이었다.

"AAAARGH!" 무카데의 팔이 드래곤・닌자를 덮친다! "응앗-!"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드래곤・닌자의 주관적 시간감각이 진흙처럼 둔화되었다. (옛적의 완전한 카라테가 있었다면……) 소울・블로운아웃……닌자 소울을 직접 파괴하는 지극히 강력한 카라테 오의가 뉴런을 스친다. 허나 그 기억은 붙잡기도 전에 떠나갔다.

 그 대신에 그녀가 기억 밑바닥에서 힘겹게 끄집어낸 것은……"AAARGH!" 무카데・닌자가 그녀를 붙잡으려고 모든 팔을  펼쳐 닥쳐들었다. 그녀는 한쪽 손바닥을 입가에 술잔처럼 받치고서, 숨을 불었다. "후욱." 그리고 바로 물러섰다. 무카데・닌자가 숨결에 닿았다. 그 숨결은 응축된 카라테로……폭발했다.

 KABOOM! "끄악-!" 드래곤브레스・이부키숨결! 불길조차 지워 없애는 나이트로를 방불케 한 충격파에 휩싸인 무카데・닌자는 괴로워하고 경련하면서 땅 위로 쓰러졌다. 그러나, 드래곤・닌자에게 추격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녀는 케이토・닌자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츠바츠나이트가 그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케이토는 영묘로……

"이얏-!" 드래곤・닌자는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참배길을 향해 수리켄을 투척했다. 그곳에 있던 케이토・닌자가 걸으면서 수리켄을 손가락 끝으로 붙잡고, 으스러뜨렸다. "고키겡요!" 비웃는 눈길만을 남기고 그는 영묘로 통하는 길을 향해 멀어져 갔다. 그 일순의 판단이 승부를 갈랐다. 드래곤・닌자의 등뒤에서 무카데가 다시 덮쳐들었다. "가바바바바!"

"이얏-!" 드래곤・닌자의 뒤돌려 차기다! 이에 대항하여 무카데・닌자는 팔 세개를 끊어서 던졌다. 던져진 팔은 지네가 되어 드래곤・닌자의 몸을 휘감았다. 그 지체를 옥죄고, 이빨을 박아넣었다. "응앗-!" 드래곤・닌자의 눈이 타올랐다. 무카데・닌자는 거리를 벌렸다. 그녀의 생명력을 음미하면서.

"요기스미카테……소르나가바레!" 무카데・닌자의 무수히 많은 팔이 복잡한 사인을 그리고, 송곳니 투성이의 입에서는 의미불명의 주문이 흘러나온다. 지네가 온몸을 옥죈다. 드래곤・닌자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주・짓수를 취했다. 바위문 앞을 막아서서, 결코 통과시키지 않겠노라고. "로우・왕!" 무카데・닌자가 외쳤다.

 드래곤・닌자는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저주에 저항하려고 했다. "스읍……" 챠도 호흡은 도중에 얼어붙었다. 아름다운 불로의 미녀는, 바위문 앞에서 주・짓수의 자세 그대로, 회색의 정교한 조각상처럼 석화되어, 움직임을 멈췄다.

 두근…… "이얏-!" "끄악-!" 레드드래곤의 발차기를 받아 쳐날려진 사츠바츠나이트는, 그 기세를 이용하여 플립 점프, 옆돌기하고, 연속 옆돌기하여 바위문 앞에 다다랐다. "하하하하하!" 레드드래곤이 홍소하며, 연속 옆돌기로 쫓아왔다. "달아나서 무엇 하려는가!"

 두근…… "이얏-!" "끄악-!" 사츠바츠나이트는 무카데・닌자의 반격을 받고, "이얏-!" "끄악-!" 두근…… 이어서 레드드래곤의 카라테를 맞았다. 두근…… "누웃-……" 사츠바츠나이트는 일어서려고 한다……

 두근…… "귀공이 원하는 것이네." 케이토・닌자가 땅 위에 눈챠쿠를 던졌다. 레드드래곤이 손을 내밀자, 눈챠쿠가 저절로 떠올라, 그 손에 쥐어졌다. "후후후후……이-야야야야야!" 레드드래곤은 만족스러운 듯이 눈챠쿠・워크를 실시했다. "야야야얏! 핫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두근…… "그 놈은?" "보는 바와 같다." 무카데・닌자가 말했다. "스읍-……하아-……" 지네가 그를 옥죄고 있다. "돌로나 만들게." "못한다. 드래곤・닌자가 끈질겨서 말이다." "그러한가." 케이토・닌자는 무카데・닌자에게 멘포를 건넸다. 두근…… 두근……


◆◆◆


"스읍-……하아-……" 어둠 속에서 후지키도의 붉은 눈동자가 번쩍였다. 두근……두근……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후지키도는 살려졌다. 타이센도, 뉴비 닌자들도 무사했다. 세 명의 닌자는 그저 조소하며, 신기를 빼앗아, 떠나간 것이다.

"스읍-……하아-……" 옛날의 후지키도였다면…….닌자슬레이어였다면……나라쿠와 함께하던 시절의 그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리고 그 이후엔 어떻게 행동했을까? 무의미한 가정이다. 그 눈으로 새로운 닌자슬레이어를 보게 된 때, 그것은 결정적인 실감이 되어 그의 마음속으로 떨어졌다.

"스읍-……하아-……" 지금의 후지키도는 사츠바츠나이트이다. 신기를 되찾고, 드래곤・닌자를……유카노를 원래대로 돌려놔야만 한다. 탐색은 그를 이 욕야카르타의 땅으로 이끌었다. 무카데・닌자가 지배하는 땅으로.

 후지키도는 다시 한 번 무카데・닌자에게 도전하고, 패배하여, 자기까지 로우・왕의 저주를 받았다. 그는 저주에 속박되어, 이 땅에 지박되었다. "스읍-……하아-……" 허나, 이렇게 패배했다고 해도……다음번엔 반드시……! "스읍-……하아-……" 폐가 속에서, 그는 챠도 호흡을 깊게 한다……!


2

"아저씨." 엔드로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저씨? 살아있어? 후지키도=상?" "……" "윗치 닥터, 데려왔는데." "……" "쫌, 살아있는거 맞아?" "……으음."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빛났다. 후지키도가 한쪽 눈을 뜬 것이다. 그리고 엔드로를 밀치듯이 주름투성이의 노파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살아있었구먼, 이거 놀랍군! 도망쳐 돌아온 겐가? 호홋-!" 윗치 닥터는 합장하며 후지키도를 더듬었다. "멈추시오." 후지키도는 이를 제지했다. 그리고 배게 곁에 뒀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검게 말라붙은 물체를 꺼냈다. 미이라화한 혀였다. "뽑아내고 잠시 지나자 이렇게 되었소." "호홋-, 그것 참!"

 집고 있는 혀를 향해 손을 뻗어온 노파에게서 반사적으로 손을 빼면서, 후지키도는 그녀를 지긋이 응시했다. " '그것 참'이라 했소? 그대가 저주를 풀 수단을 알고 있다고 했을 터요……" "거야 놀라고 말고! 내가 아는 건 전승이거든. 하지만 확실한 전승이지. 뭘 이제 와서 의심하는 게냐, 요 애송이가!" 윗치 닥터는 조금 화를 내었다. "확 진찰 관둘까 봐!"

"너무 그러지 마, 할머니." 엔드로가 노파에게 귀띔했다. "아저씨도 이젠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래. 필사적이라구." "흥……뭐 좋다." 노파는 헛기침하며, 마른 혀의 표면에 그려진 인장에 얼굴을 들이댔다. "그래, 사악한 지네의 왕은 말이다, 머언 옛날 이 땅을 황폐하게 휩쓸었다고 하지. 크나큰 전쟁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면서……"

"치료!" 엔드로가 나무라자, 노파는 품에서 낯선 문자로 장식된 천조각을 꺼내어, 마루에 놓았다. "그건 그렇고, 샹・로ㅇ……" 말을 사리듯 목소리를 낮추며, "……그 자의 자식들이 실제 이 인장을 신체에 지니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전승이 맞다는 소리가 아니겠냐. 돌아온 게지." 천 위에 마른 혀를 둔다.

"얘야! 향로에 불!" "아이, 아이(aye, aye)." 엔드로는 노파의 지시에 따라 방 구석에 둔 향로를 가져왔다. 후지키도는 천을 사이에 두고 노파와 마주앉아 아그라를 틀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아직도 강렬하게 날뛰는 저주의 힘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다. 노파는 돌연 푹 엎드려, 머리 위로 흑단의 사슬을 마구 문질렀다. "세노게바타……요그노마……카!"

 엔드로는 수상쩍은 듯이 노파의 기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향로에서 솟아오른 흰 연기가 뱀을 방불케 하듯 꿈틀대며, 천 위의 미이라화한 혀를 감싸듯 맴돌더니, 후지키도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기 시작했다. 뿌득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후지키도는 고통을 억누르며 ,신음했다. "……됐다!" 라는 노파.

"정말 된 거야?" 엔드로가 노파를 봤다. 노파는 씨익 이를 보이며 웃더니, 후지키도를 봤다. "깊이 들이쉬거라! 그리고 내뱉는 게야." "스읍-……하아-……." "어떠냐! 괜찮아졌느냐! 기분이 좀 편해졌느냐?" "……." 후지키도는 지네의 반점을 더듬었다. "……그렇군……으음." "그것 참! 성공이로구나!"

 후지키도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 가볍게 뛰었다. "……확실하군. 감사하오." "감사해야지! 뭐, 이쪽도 박정하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다만은." "당연하지." 엔드로가 째려봤다. "선금까지 받아놓고." "알겠나, 후지키도=상. 임자 속의 지네는 가라앉혔어. 허나 빼낸 것은 아니야. 임시방편이지." 노파가 눈을 가늘게 했다.

"알고 있소." "로우・왕의 저주를 완전히 풀고 싶다면, 계속해서 자식들의 인장을 모아.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면 도로아미타불이니라. 그러니……." 후지키도는 천 위의 혀를 집어 도로 품 속에 넣었다. "아!" 노파가 아까워하는 듯한 소리를 낸다.

"알겠소. 당장이라도 주물(呪物)을 모아 오겠소. 그때까지 이건 내가 맡아 두지." "아아, 그러신가." "그리고, 엔드로=상." 후지키도가 소년을 돌아봤다. "부탁해둔 물건은 조달해 왔어?" "아아……으응." 엔드로는 방 밖에서 폴리에틸렌제 물통과 분말병을 들여놓았다. "돈은 부족하지 않았나?" "층분했어. 하지만 이건……" "충분하다. 감사하지." 후지키도는 물품들을 훑어본 뒤, 선반 옆에 둔 드럼통을 돌아봤다.

 노파가 재빨리 방에서 나가자, 엔드로는 장사꾼을 방불케 하는 눈빛을 하며 후지키도를 향해 웃음지었다. "또 다른 용무는 없어? 돈, 아직 있으면 뭐든 조달해 올 테니까……그리고 카라테를……" "돌아가라." "그치만." "지금 당장." 후지키도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엔드로는 못마땅한 듯이 노파를 따라서 나갔다, 도중에 그가 있는 폐가를 한번 돌아보면서.


◆◆◆


"젠장할, 그 아저씨." 엔드로는 총성이 울리는 밤의 변두리를 걸어가며, 난폭하게 껌을 씹어댔다. "좀 더 내 줄거라 생각했는데." 물웅덩이 부근의 전선이 빠직빠직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위험하다. 야생화한 군용 하운드의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온다. "쿠와바라*." 그는 중얼거리며 메모지를 꺼냈다. 거기엔 어느 세력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IRC 정보가 표기되어 있었다.


쿠와바라(クワバラ):벼락 등을 피하기 위해 외는 주문.

 엔드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희미한 조명의 IRC 전용 덱 박스・속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토큰을 슬롯에 넣고, 금속 버튼을 딱,딱 하고 누르자, 좁은 액정화면에 주소가 입력되어져 간다……


◆◆◆


 타타타타탕…….타타타타탕. 30분이 지나서도 총성은 멈추지 않는다. 시외 변두리를 달려가는 닌자 세스토덜은 그 소리에 발을 멈추고는 코웃음을 쳤다. 오늘 밤은 반란 세력이 한층 더 우쭐대고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최종적으로는 카로우시타이의 무자비한 무력이 이길 것이다. 그들은 샹・로어 왕의 은총을 받아, 잠들지 않는 병사로써 거듭난 자들인 것이다.

 그레이웜을 죽이고 도주한 사츠바츠나이트의 은신처가 특정되었다. 고액의 현상금을 제시하며, 밀고(密告) 네트워크로 정보로 수집케 한 것이다. 방금 전, 신고자로부터 결정적인 타레코미(밀고)가 입수되었다. 당초에는 사츠바츠나이트에게 돈으로 고용되어 묵을 곳을 제공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손이 작아 실망했다는 모양이다.

(이것이 욕야카르타의 룰이다, 사츠바츠나이트=상.) 목적지로 걸어가며, 세스토덜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네놈은 몇번이고 배신당하고, 몇번이고 함정에 빠지게 되겠지. 뻔뻔하게 이 나라에 찾아와서 로우・왕의 저주를 받은 그 날은, 네놈이 맞이할 재난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동행할 카로우시타이는 준비하지 않았다. 유감이지만 이 지역에는 지금도 샹・로어의 지배를 부당하게 여기는 세력이 무시할수 없는 규모로 잠복하고 있다. 무모한 게릴라 시민이 이끌려 하찮은 다툼이 벌어지면 정작 중요한 사츠바츠나이트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상대는 상처 입은 닌자 한 마리. 지장 없다.

 세스토덜은 민가의 지붕 위에 뛰어올라 몸을 숙이고, 프로고 강을 등진 폐가에서 새어나오는 미약한 빛을 보았다. 저 건물임이 틀림없다. "SHHHH……." 얇게 뜬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고, 납작한 혀가 베일 속에서 펄떡인다.

 그는 귀를 기울여, 닌자 청력을 최대로 발휘했다. …….분명 숨소리가 들린다. 세스토덜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몸을 숙인 채로, 그는 기괴한 촌충을 방불케 하는 움직임으로 포복전진하며, 번개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폐가에 이르렀다.

"SHHHH!" 그는 실내에 빨려 들어가듯이 잠입했다! "톳타리(잡았노라)!" 솟아오른 이불을 벗겨내자, 팅, 팅팅…….. 무언가와 연결된 와이어가 튕겨졌다.

 세스토덜의 뉴런에 닌자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며 그의 주관 시간이 진흙을 방불케 하듯 둔화했다. 와이어가 천천히 튕겨 나가자, 방 안에 놓여져 있던 불온한 드럼통 근처에서 불꽃이 튀어올랐다. 불꽃은 드럼통 속에서 삐져나온 축축한 끈에 불을 붙이고……시야가 하얗게 물든다……


◆◆◆


 KRA-TOOOOOM!

"아이엣!" 엔드로는 밖으로 뛰쳐나와, 사다리로 지붕 위에 올라가서 후지키도의 거처가 있는 방향, 기름냄새가 나는 검은 연기가 불길에 훤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았다. "지……진짜 저질렀구나! 아저씨!" 밀고용 핫라인의 ID는 후지키도가 미리 건네어준 것이다. "진짜로!" 경악의 표정은 이내 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징용된 밤의 일을 그는 결코 잊지 않는다. 엔드로의 아버지는 지금쯤 왕국 어딘가에서 이름도 빼앗긴 채 카로우시타이의 일원으로서 종사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엔드로는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로부두르 왕을 용서할 수 없었다. "메나큐부칸멋지다! 메나큐부칸" 엔드로는 손뼉을 쳤다.

"아다・아파뭔 일이야!?" "아다아파!?" 제각각 외쳐대며, 사람들이 폭발을 구경하러 뛰쳐나온다. "메나큐부칸!" 엔드로는 한바탕 웃다가, 어느새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치만 아저씨, 이런 일까지 시켜 놓고선…….좀 더 내줬어도 되잖아. 사람을 너무 험하게 부린다고."


◆◆◆


"끄악-!" 불을 피해 모닥불 속의 크래커처럼 회전 점프로 탈출한 세스토덜은, 풀밭을 뒹굴고, 불타면서 프로고 강을 향해 달렸다. 그 장속과 표피는 화상으로 문드러져 끔찍한 몰골이였다. "네 이놈……코샤쿠(건방진)한……!" "이얏-!" 눈 앞의 풀더미 속에서 뛰쳐나온 그림자!

 어둠 속, 제트・블랙색 장속에 감도는 등색의 불꽃이 극한상태인 세스토덜의 시야로 강렬하게 들어왔다. 그 멘포에는 무시무시한 글씨체로 「」「」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도-모. 세스토덜=상. 사츠바츠나이트입니다." 앞을 가로막은 닌자가 힘차게 아이사츠했다. "이대로……죽인다!" "도-모……사츠바츠나이트=상." 세스토덜은 사츠바츠나이트의 아이사츠에 응했다. 등이 검게 타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이 추괴(醜怪)한 냄새를 머금었다 "세스토덜입니다. 네 이놈……같잖은 속임수를……!"

"상황마다 적합한 이쿠사의 작법이 있기 마련." 사츠바츠나이트가 말했다. "길게 끌진 않겠다!" "SHHHH!" 세스토덜은 관절을 삐걱대며 변형하려고 했다. 지렁이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신하여 보통 닌자는 쫓을 수 없는 속도와 변환자재의 움직임으로 적을 농락하고, 회피가 불가능한 사각에서의 독 공격으로 일격에 끝장을 내는 것이 그의 카라테이다.

 하지만, 나무삼. "오곳……" 변형은 이루지 못하고, 검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릴 뿐. 폐가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의 폭발 한가운데에 있었던 세스토덜의 관절과 신경은 손상되어, 미세한 육체의 컨트롤을 요하는 헨게 웜・짓수는 이제 불가능했다. 닌자라 해도 고열 폭발에 휩쓸리면 무사하지는 못한다. "좋다, 핸디캡이다. 이 또한 나의 방심이 초래한 벌……" 세스토덜은 온몸을 삐걱여댔다.

"하지만 네놈도 만전의 상태는 아닐 테지. 로우・왕의 저주가 네놈에게 오라를 지우고 있으니!" 요사스럽게 눈을 빛내며 물결치는 듯한 카라테로 덤벼든다! "이얏-!" "끄악-!?" 사츠바츠나이트는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춉을 간발의 차로 피하며 안쪽으로 파고들어, 로우킥으로 세스토덜의 정강이를 파괴했다.

"이얏-!" "끄악-!" 앞으로 쓰러진 세스토덜의 등에 내려차기를 먹여 척추를 파괴. 머리를 붙잡아 강제로 몸을 젖혔다. 이쿠사 배틀의 승부는 이미 나 있었던 것이다……! "그대의 인장은……좌안이었지. 기억하고 있다." "오곳-! 원통하도다!" "이얏-!" "아밧-!" 안구를 뽑아낸다!

 두 닌자를 감싸던 세계가 날아가고, 그저 어둠만이 펼쳐졌다. 사츠바츠나이트의 뉴런에 그날의 굴욕적인 광경이 플래쉬백했다. 차갑게 젖은 돌로 된 연회장, 트라이앵글 형상으로 사츠바츠나이트를 포위한 세 명의 닌자. 한 명은 혀를, 또 한 명은 왼눈을, 마지막 한 명은 오른손바닥을 써서 사츠바츠나이트를 속박했다. 샹・로어가 부여한 악의의 낙인. 로우・왕의 비술.

  연회장의 깊은 곳, 기괴한 법의를 두른 보로브두르의 왕, 샹・로어. 그는 선혈의 풀로 에워싸인 제단에 나른한 듯이 앉아, 여흥을 방불케 하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필사적으로 챠도 호흡을 유지하며 승기를 찾았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의 틈을 노려, 그는 궁전에서 도주했다. 샹・로어는 손조차 대지 않았다.

 사츠바츠나이트의 불타는 시야는 고통에 겨워하는 세스토덜의 혼의 형상을 포착하고 있었다. "아밧-……!" "이미 승부는 났다. 세스토덜=상." 사츠바츠나이트는 엄숙하게 말했다. "잠들어라." 카이샤쿠의 춉을 내리쳐 목을 잘라내어, 무카데・닌자 클랜 소울 빙의자의 생명을 앗았다. "사요나라!" 세스토덜은 폭발사산했다.

 프로고 강의 바람이 그의 재를 흩어지게 했다. 사츠바츠는 세스토덜의 안구를 살펴봤다. 뒤쪽에 명백히 그레이웜과 똑같은 인장이 새겨져 있다.
그는 그것을 품에 넣었다. 고개를 들자, 강 건너편의 물가, 과거에는 유적이였던 보로부두르는 사악한 황금빛을 머금고……


◆◆◆


"……!" 게오필루스는 아그라・메디테이션을 풀고,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형언하기 힘든 감상이 갑자기 솟아오르고, 뇌 안쪽과 오른손바닥이 타는 듯이 아팠다. 얼마 전에도 이와 같은 감각을 느꼈었다. 그때가 그레이웜이 죽은 순간임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즉, 이는 그것과 동일한……형제의 죽음을 알리는 신호다.

"세스토덜=상……!?" 게오필루스는 외벽 위에 우뚝 서서 강 건너편을 주시했다.
바람이 그의 드레드 헤어를 방불케 하는 머리를……지네 그 자체로 구성된 머리카락을 흔든다. 눈동자가 없는 새까만 눈이 분노로 치켜 올라가고, 거체가 격정으로 떨린다. "역습을 받아 죽고 말았는가……!" 그의 닌자 시력이 먼치의 검은 연기를 포착한다.

 보로부두르. 아주 먼 옛날엔 붓다를 모시는 거대한 사원으로, 그것 자체가 우주를 상징하는 만다라였다. 샹・로어는 그곳을 자신의 궁전으로 바꾸고, 현지의 사람들을 사역하여, 돌로 된 흉벽으로 감싸, 신비적인 성곽으로 만들었다. 게오필루스와 다른 닌자들은 그가 보낸 꿈에 구속되어 모이게 된 닌자소울 빙의자들이었다.

 그는 잠들지 않는 카로우시타이를 할당받아 근위대장으로서 이 성을 수호하고 있다. 샹・로어의 신하들을 연결하는 것은 로우・왕의 낙인이다. 신체 어딘가에 인장이 새겨져, 초자연적인 가호를 부여하고 있다. 카라테가 향상되고, 과거 비닌자 시절의 욕망은 보다 더욱 닌자적인 것으로 변질된다.

 게오필루스는 샹・로어 왕으로부터 새로운 인생을 규정받았다. 힘은 얻었으나, 어느 하나도 행복해 진 것은 없다. 사람의 행복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이란 말인가. 지금의 그는 태고의 깊은 어둠을 등 뒤로 느끼면서도, 되도록 그것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마지막 남은 제정신을 지키면서, 그저 왕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다.

 태고의 어둠. 그렇다. 샹・로어는 몇 명이든 새로운 형제를 데려올 테지. 낙인으로 오라를 지우고, 사역할 것이다. 흡사 형제들이 카로우시타이를 부리는 것처럼. 사츠바츠나이트. 어리석은 사내다. 샹・로어는 일기토에 응하는 척하면서, 일부러 세 명에게 앰부쉬를 명했다.

 그가 저주에 굴복하는 꼴은 유쾌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샹・로어의 악의가 확실하게 타인을 향하고 있는 순간이었으니까. 샹・로어는 사츠바츠나이트가 두려워서 함정에 빠트린 것이 아니다. 그저 모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게오필루스와 형제들의 공포와 고양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게오필루스는 가장 주인과 가까운 위치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놈은 최종적으로 샹・로어에게 재차 도전할 심산일까? 그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 자는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짓을? 감히 왕을 시험하다니, 만인에게 불행만을 끼칠 뿐이다.

 다행히도, 왕께서는 지금, 예의 신전 연회장에서 피를 즐기고 계시다. 왕의 기분이 변하기 전에, 반드시 자기 손으로 사츠바츠나이트를 처리해야만 한다!

 게오필루스는 휴대용 IRC 단말을 조작하여, 폭발 현장 근처의 카로우시타이 3개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이미 레지스탕스 조직과의 돌발전 혹은 그것이 욕야카르타가 가진 관광지로서의 가치에 미칠 네거티브한 영향을 고려하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고관이 두 명이나 죽임당한 상황이다! "도-모. 게오필루스 상."

"……"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게오필루스는 고개를 돌렸다. 외벽 위에서 그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닌자의 모습이 있다. 게오필루스는 그 자를 보고, 그 후 반사적으로 강을, 강 너머 욕야카르타의 야경을 보고, 다시 시선을 되돌렸다. 닌자는 게오필루스에게 오지기했다. "사츠바츠나이트입니다."

"도-모." 게오필루스는 경악을 삼키며, 아이사츠를 돌려준다. "게오필루스입니다. 네 이놈, 세스토덜=상을 죽였나." "죽였다." 사츠바츠나이트는 주・짓수를 취했다. "다음은 그대다. 그대의 오른손을 받도록 하지." "네놈이 그를 죽인 것은 바로 방금이었을 텐데……!" "「불보다 빠르게 쳐라」." 그는 인용을 방불케 하듯 말했다.

"세스토덜=상은 내 두 번째 표적이자, 동시에 양동이기도 했다. 이것은 이쿠사 배틀이다. 사전에 계획한 공격 수단, 침공 루트다." 제트・블랙의 장속이 바지직 타오르는 소리를 내며, 등색의 불꽃이 연기를 뿜었다. "이 기회 놓치지 아니하리라." 사츠바츠나이트의 뒤에는 벌써 몇 명의 카로우시타이가 죽어서 쓰러져 있다.

"그대의 센세이에게 전할 텐가? 사츠바츠나이트가 왔다고……도죠를 부수러 왔다고!" "가소롭구나!" 게오필루스는 새까만 눈을 부릅뜨며 머리카락인 지네를 날뛰게 했다. "그렇다면 이 내가 상대다. 이 게오필루스가!" 서로를 노려보는 두 닌자 사이의 공기가 아지랑이를 방불케 하듯 일그러졌다. 성곽이 불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게오필루스는 사츠바츠나이트의 주・짓수를 분석한다. 닌자 제육감이 경고하고 있다. 범상치 않은 아트모스피어. 덤벼들면 반격하겠다는 징조가 발산되고 있다. 그리고, 어딘가 기묘하다. 자신과 다른,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오히려 샹・로어 왕과도 닮은 인상이다. 왕의 강대함과는 비교할 가치도 없으나,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 불가사의함은, 정확하게는 게오필루스에게 빙의융합된 무카데・닌자 클랜의 소울이 전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강함에 대한 감각과는 축이 다른 무엇인가다. 게오필루스는 신중하게 간격을 조절한다. 사츠바츠나이트는 경솔히 견제를 걸어오지 않는다. 게오필루스의 카라테를 감지한 것이다.

 게오필루스는 무예가 뛰어난 닌자로, 적도 직하에서 해적을 죽이고 현상금을 받으며 생활했었다. 해적 중에는 닌자도 있었으나, 이기는 것은 그였다. 기억 속의 상대와 눈 앞의 사츠바츠나이트를 비교하니, 상당한 강적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강한 적은 아니다. "" 이얏-! "" 두 닌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양자의 발차기가 맞부딪히고, 이어서 휘두른 춉이 서로 충돌했다. 거리를 벌리며, 사츠바츠나이트가 수리켄을 투척한다. "이얏-!" "이얏-!" 게오필루스는 목을 움직여, 머리카락인 지네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지네의 턱이 수리켄을 붙잡고, 깨물어 부순다! 그리고 무수한 지네 중 몇 마리가 관절을 뻗어, 턱을 부딪쳐 울리며 사츠바츠나이트에게 직접 덤벼들었다. "브자잣-!"

"이얏-!" "아밧-!" 사츠바츠나이트는 덤벼든 지네의 머리에 순간적인 잽을 맞혀 분쇄했다. 재빨리 되돌리는 주먹은 다른 지네에게 붙잡히지 않는다. "이얏-!" "아밧-!"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빠른 잽이 지네들의 공격을 쓸어버리고, 보라색의 체액이 성벽에 튄다.

"이얏-!" "아밧-!" 몇 마리의 지네가 더 늘어나 지면을 기며 발밑에 도달하려는 것을, 사츠바츠나이트는 의식적인 풋워크로써 짓밟음으로써, 공격을 미연에 방지했다. 그것들은 게오필루스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온 지네들이다. 주의력이 미세하게 흐트러진 그 틈을 노리고, 무거운 발차기가 날아왔다.

"이얏-!" "끄악-!" 야리(창)를 방불케 하는 미들킥을 가슴에 맞고, 사츠바츠나이트는 회전하면서 날아가다가, 삼점 착지한다. 착지한 자세 그대로 타타미 석 장만큼 뒤로 미끄러졌다. 돌바닥에 닿은 손가락이 마찰로 등색의 불꽃을 발하며, 불타오르는 흔적을 남겼다.

 그는 다가오는 게오필루스를 눈에 담았다. 게오필루스. 강력한 닌자다. 하지만 지금은 샹・로어에게 현혹되어, 노예를 방불케 하는 입장으로 전락했다. 사츠바츠나이트의 눈에 등색의 불이 번쩍이고, 장속의 테두리에서 바지직 하는 소리가 울렸다.

 ……스고이타카이・빌딩 옥상에서 다크닌자를 간신히 격퇴하고, 그 후, 약 10년.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시간이었다. 다크닌자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시작한 여행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세월 속에서, 점차 세계 그 자체를 주유하는 여행, 자기 자신을 수행하는 여행으로 변질되어 갔다. 그는 떨어져나간 카라테를 단련으로써 서서히 보충하여, 극복해내야만 했다.

 여행 도중에 여러 달인을 만나고, 여러 풍경을 보았다. 면식 있는 자와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고, 헤어졌다. 사츠바츠나이트는 게오필루스를 주시한다. 혈중 카라테의 고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머플러를 방불케 하는 천의 끄트머리가 등색의 불꽃을 수반하며 터진다.

"이얏-!" 게오필루스가 여러 개의 수리켄을 투척했다. 그것은 평범한 수리켄이 아니다. 몸을 만 지네다. 방어하면 그대로 사지에 휘감겨 움직임을 봉쇄하고, 잽으로 떨구러 한다면 그 틈을 찔러 게오필루스가 필살의 카라테를 찔러넣을 것이다. 게오필루스는 지면 바로 위까지 몸을 숙이고 수리켄보다 살짝 늦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앞차기로 요격할까? 뛰어넘어서 회피해야 할까? 혹은? 무수한 선택지 중에서 행동을 선택한 다음, 그는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이얏-!" 양 무릎을 팔로 감싼 채 회전 점프. 콩알처럼 둥글게 몸을 만 자세를 공중에서 해방하며, 날카롭게 세운 날아차기를 내지른다! "아밧-!" 지네 수리켄을 발로 차 부수고, 그 반동으로 한번 더 도약한다!

 트라이앵글・리프한 곳, 또 하나의 지네 수리켄이 있다. "이얏-!" "아밧-!" 그것도 차 부수고, 반동으로 그는 한 번 더 도약했다. 거기서 앞으로 직선방향에 게오필루스의 신체가 있었다. 게오필루스는 검은 눈을 부릅떴다. 여기까지, 컴마 몇 초일까. 사츠바츠나이트가 닥쳐들었다.

"이이이이……" 회전하면서 치켜든 주먹은 용철(쇳물)을 방불케 하는 등색으로 불타고 있었다. 대장간에서 담금질을 받는 카타나처럼 타오르고 있는 춉을, 그는 게오필루스의 연수에 쳐박으려고 했다. "……이얏-!" "GGGRRR!" 게오필루스의 지네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용철의 춉이 그것을 전부 태우고 베어내며 육박한다!

"누웃-!" 게오필루스는 어쩔 수 없이 팔을 목 앞에 받들어 춉을 막았다. 춉은 브레이서에 가로막혔지만, 사츠바츠나이트가 회전하는 기세는 줄지 않는다. 그는 브레이서를 중심으로 원심력을 발휘, 마치 그 자신이 불꽃의 머플러가 된 것처럼, 게오필루스의 머리와 브레이서 주위를 선회했다!

"이얏-!" "끄악-!" 게오필루스가 움츠러들었다! 화염의 머플러는 쉬익 소리와 함께 공기를 빨아들이며 게오필루스에게 휘감기다가, 이윽고 회전이 멈추자, 사츠바츠나이트는 게오필루스의 등뒤에서 그에게 업히듯이 달라붙어, 목덜미를 단단히 굳히고 있었다. "누웃-!" 발버둥치는 게오필루스의 오른쪽 손목에 등색의 균열이 빛났다. 나무삼……오른손은 불타서 잘리고 있었다. 손목 아래가 툭 하고 떨어져나갔다.

 승부는 났는가. 마치 이아이 발도를 떠오르게 하는 이쿠사 배틀이었다. 게오필루스가 때려넣은 미들킥은 강렬했다. 그 후 지네 수리켄을 투척해온 순간에 판단을 그르쳤다면, 이렇게 되는 것은 사츠바츠나이트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살얼음을 밟는 듯한 판단의 응보 끝에, 절대적인 결과가 주어지는 법.

"오른손은 받아가마." 사츠바츠나이트가 옥죄었다. 게오필루스는 피눈물을 머금으며, 계속해서 저항했다. "오곳……가소롭구나……! 주군의 앞에는 결코 보내지 아니하겠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SHHHHH!" 지네 머리카락이 메두사처럼 웅성거리더니, 등 뒤의 사츠바츠나이트에게 일제히 덤벼들어 그를 악물었다. "GGGRRR!" "이얏-!"

 뿌득. 사츠바츠나이트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게오필루스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지네들이 사츠바츠나이트를 완전히 물어뜯는 것보다도, 게오필루스의 생명이 다하는 것이 더 빨랐다. "사요나라!" 게오필루스는 폭발사산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잔심을 취한 뒤, 갈갈히 찢어진 닌자 두건을 벗어 던졌다.

 그는 게오필루스의 오른손을 집어서는, 그레이웜의 혀, 세스토덜의 안구와 똑같이, 품 속의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것들을 윗치 닥터에게 가져다 주면, 그가 걸린 로우・왕의 저주는 제거될 것이다. 허나……아직 몸은 온전히 움직인다. 그는 성벽에서 프로고 강을 등지고, 성곽 방향을 둘러보았다.


3

 벽을 따라 세워진 기둥 속의 불꽃은, 각 기둥에 난 홈을 타고 흐르는 기름을 태우는 기묘한 등불이다. 그것이 연회장의 광대한 어둠을 밝히는 몇 안되는 광원이다. 왕좌 위에 왕의 모습은 없었으나, 그 왕좌 앞에 있는 정방형의 풀에는 사악하고 강대한 존재의 기척이 분명히 있었다. 그 기척에 닿는 것만으로도 영문을 모른 채 발광하게 되는 자도 있으리라.

 이윽고 풀의 새빨간 수면 위에 거품이 일며, 피에 젖은 베일에 들러붙은 머리가 천천히 올라오고, 목이, 쇄골이, 가슴이, 허리가 드러났다. 그 몸에는 무수히 많은 팔이 나 있었다. "으으음……" 그 자는 황홀한 듯 몸을 젖히고 탄성을 흘리더니, 눈을 반짝이며, 바로 정면에서 들어온 자를 응시했다. "이거 놀랍군."

"도-모. 샹・로어=상." 그 입장객은 계단을 앞에 둔 알현자를 방불케 하듯 걸어나왔으나,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그는 도전하러 온 것이다. 아이사츠하는 그의 검은 장속엔 등색의 타오르는 윤곽이 둘러져 있었다. "혹은, 무카데・닌자=상." "……" 왕의 눈이 가늘어졌다. 왕은 머리를 기울였다. "네 이름을 말하라. 사츠바츠나이트=상."

 팔들 중 하나를 길게 뻗어, 샹・로어 왕, 즉 무카데・닌자는 사츠바츠나이트를 가리켰다. "이름 말하기를 허락하마. 카이덴개전의 닌자여." 사츠바츠나이트는 주눅들지 않고 마주보았다. 주먹을 맞대며, 오지기했다. 그리고 이름을 말했다. "다이・닌자입니다."

"그러한 이름의 닌자는 알지 못한다. SHHHH……다이(DAI)라. 허나, 그렇군." 무카데・닌자는 이를 갈았다. "신참자……나의 아이들에게 도전하여, 그들을 죽였구나, 다이・닌자=상." "그렇다." 사츠바츠나이트는 인정했다. "그대의 저주는 이로써 무효가 되었다." "흐음……집념 강한 사나이로구나."

"멘포를 돌려받겠다." 사츠바츠나이트가 말했다. 무카데・닌자는 물결치듯이 몸을 흔든다. "그것을 남에게 줄 생각은 없다. 다이・닌자=상. 왜 그것에 집착하지? 그것을 원하나? 보아하니 네놈은 드래곤・닌자에게서 카이덴개전 면허을 받은 것도 아닌 듯하다마는." "돌려주지 아니하겠다면 힘으로 받아가겠다."

"히, 힘으로!" 무카데・닌자는 말문이 막혀서, 떨더니, 폭소했다. "구와라구와라! 힘으로라고!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힘으로? 구와라구와라구와라!" "일기토를 방해하려는 고식적인 수단도 이번에는 쓰지 못할 것이다. 전부 죽였으니." 사츠바츠나이트는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무카데・닌자가 웃음을 거두었다. "좋다."

 무카데・닌자는 아수라 붓다상을 방불케 하는 여러 개의 팔을 움직여, 사츠바츠나이트에게 손짓한다. "……허나, 이 나와 이쿠사 배틀을 벌이고 싶다면, 공손히 계단을 올라오거라. 그리고 내게 도전할 권리를 간구하는 것이 좋다."

"이얏-!" 사츠바츠나이트는 수리켄을 투척했다. 두 장의 수리켄은 등색의 궤적을 남기고 포물선을 그리며, 무카데・닌자에게 닥쳐들었다. "SHHHH!" 무카데・닌자는 수리켄을 팔 두개로 요격에 나선다. 손가락 끝으로 집어서, 되던진다. 사츠바츠나이트는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수리켄이 얼굴을 스친다.

 아득히 후방, 되던진 수리켄이 돌바닥에 부딪쳐, 등색의 불꽃이 튀었다. 그 때 이미 사츠바츠나이트는 피의 풀 안에 있는 무카데・닌자와 타타미 1장 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하야이(빠르다)! "이얏-!" 그는 상체를 아래로 숙이고, 그대로 거꾸로 서서 발꿈치로 무카데・닌자의 정수리를 공격했다. 흡사 전갈의 꼬리 같다!

"SHHHH!" 무카데・닌자가 팔 두개를 크로스하여 가드하자, 사츠바츠나이트는 반동으로 후방을 향해 빙글빙글 회전하며 도약, 계단 중간쯤에 착지했다. "어떠냐. 계단을 올라와, 머리를 숙였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도전적으로 말했다.

 무카데・닌자가 홍소했다. "구와라구와라! 포에트!" 이형의 리얼 닌자는 안광을 요사스럽게 빛내고,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피의 풀에서 기어나왔다. 그러나 그의 허리 아래는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부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네인 것이다! "그럼, 오너라!" 지네・수리켄 투척! "이얏-!" 사츠바츠나이트는 이를 수리켄으로 요격하며 옆으로 도약한다!

 사츠바츠나이트의 수리켄은 지네・수리켄과 충돌, 날아오는 기세를 죽였다. 지네・수리켄은 공중에서 압축을 풀고, 각각이 성인 한 명 정도의 길이를 가진 지네로 변하여 바닥 위에 낙하. 연회장에 착지한 사츠바츠나이트를 향해 덮쳐든다! "SHHHH!" 거기에 더해, 무카데・닌자 본체도 펄떡대면서 계단을 기어 내려온다!

"스읍-……하앗-……!" 사츠바츠나이트가 붉은 눈에 등색의 불꽃을 머금자, 호응하듯 머플러 천이 나부꼈다.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거대한 지네가 덮쳐든다. "이얏-!" "아밧-!" 먼저 한 마리의 머리를 붙잡아 멈추고, 돌에 내려쳐 죽인 다음, 두 마리째에 그 시체를 채찍을 방불케 하듯 내팽개쳤다. "아밧-!"

"스읍-……하앗-!" 사츠바츠나이트는 챠도의 호흡을 반복한다. 신체에 입은 로우・왕의 저주가 남긴 통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윗치 닥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식들」이 매장당했다는 것을 알면, 무카데・닌자는 다른 수하를 불러들여, 새로운 덫을 팔 것이었다.

 또다른 지네・수리켄이 이어서 낙하하자, 즉시 압축된 신체가 원래 길이를 되찾고, 끼릭끼릭 소리를 울리며 덮쳐온다. 세 마리째, 네 마리째. "이얏-!" 사츠바츠나이트는 채찍을 방불케 하듯 사체를 내려쳐 죽인다. "GGGRRR!" 무카데・닌자는 그 주위를 크게 선회하며, 비스듬히 뒷쪽에서 덮쳐들었다! "SHHHH!"

"이얏-!" 사츠바츠나이트는 뒤도는 기세를 실은 주먹으로 무카데 닌자의 손을 내려쳐, 튕겨냈다. "GGGG!" 다른 손이 사츠바츠나이트를 붙잡으려 한다. 왼손으로 그것을 쳐낸다. "이얏-!" "GGGGG!" 또다른 손이 덮쳐온다. 오른손으로 쳐낸다. "이얏-! 다른 손을 왼손으로 쳐낸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GRRRRRR!" 무카데・닌자는 턱을 크게 벌리며 사츠바츠나이트의 머리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다시 붉은 눈동자를 등색으로 가득 채웠다. 머플러 천이 터지고, 그가 들어올린 왼팔의 브레이서에도 같은 색의 열이 일렁였다. 그것으로 무카데・닌자의 턱을 받아냈다. "GRRR!" 뜯겨나가지 않는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사츠바츠나이트는 오른손에 힘을 넣어, 결단적인 춉 찌르기로 무카데・닌자의 눈을 노렸다. "이얏-!" 무카데・닌자는 간발의 차로 겨우 머리를 움직여서, 안구 파괴를 면한다. 춉 찌르기는 무카데・닌자의 턱의 장갑을 도려내었다. "끄악-! 코샤쿠!"

 하지만, 이것은 무카데・닌자에게 있어서도 호기였다. 많은 팔로 사츠바츠나이트를 감싸려 든다. 죽음의 포옹이다! "누웃-!" 뿌드득대는 소리가 울렸다. 무카데・닌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이얏-!"

 SMASH! 사츠바츠나이트는 기세 좋게 양 손발을 대자로 펼쳐, 많은 팔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지체없이 몸을 비틀어, 무카데・닌자의 가슴팍을 찬다. 반동으로 다시 간격을 벌린 사츠바츠나이트에게 무카데・닌자가 돌진해왔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달렸다. 여러 마리의 지네들이 돌아든다.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밟아 죽이며, 그는 연회장의 끝단까지 달렸다.

"이얏-!" 무카데・닌자가 따라붙는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도약했다. KRAAASH……무카데・닌자의 몸통박치기를 맞고 돌기둥이 부서져, 돌을 떨어뜨리면서 천천히 기울어져 간다. 사츠바츠나이트는 파쿠르를 방불케 하듯이 벽을 타고 달려, 이어지는 무카데・닌자의 두번째 몸통박치기에서 벗어났다. 벽을 등지고 선 붓다 워리어상의 팔 부분에 매달렸다가 어깨 위로 뛰어오른다.

"GRRRR!" 물어뜯으러 하는 무카데・닌자를, 사츠바츠나이트는 간발의 차로 피한다. KRAAAASH! 강렬한 몸통박치기가 붓다 워리어상의 어깨부터 위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이얏-!" 다시 도약하여 벗어나려고 하는 사츠바츠나이트의 발목을 무카데・닌자의 손이 붙잡았다. 아부나이(위험하다)! "이얏-!" 바닥에 패대기친다! "끄악!"

 KRAAASH! 돌바닥에 균열이 생긴다! "이얏-!" 무카데・닌자는 사츠바츠나이트의 발목을 붙잡은 채로 다시 그를 들어올려, 바닥에 내리친다! KRAAAASH! "끄악-!" "이얏-!" KRAAAASH! "끄악-!" 사츠바츠나이트는 깊게 패인 바닥 한가운데 처박혀, 흰자위를 띄운 채 불규칙하게 경련했다.

"그 생명력, 칭찬해 주마." 무카데・닌자는 목을 쳐든 뱀을 방불케 하듯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사츠바츠나이트를 주시하면서, 무수한 팔을 복잡하게 움직여, 로우・왕의 챈트를 영창한다. "요기스미카테……소르나가바레……" 사츠바츠나이트의 몸에서 삐꺽대는 끔찍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지네들이 탐욕스럽게 기어왔다.

 그러나, 로우・왕의 석화의 저주를 시전하는 무카데・닌자는 미간을 찌푸린다. 원하는 속도로 힘이 미치지 않는다. 의문스럽다. 그는 곧 깨달았다. 사츠바츠나이트는무카데・닌자의 「자식들」의 신체 일부를 채취하여, 힘의 인장을 모아, 지금 그것을 지니고 있다. 그 탓이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렇다면 지금 즉시 처형할까? 허나, 자기에게 도전한 닌자를 석상으로써 장식하여 욕보이고 싶다는 욕망에는 거스르기가 어려웠다.

"요기스미카테……소르나가바레……!" 무카데・닌자는 챈트를 지속하기로 선택했다. 흰눈을 뜨고 있던 사츠바츠나이트가 의식을 되찾고, 타오르는 눈동자가 무카데・닌자를 마주보았다. 그는 잽싸게 몸을 뒤집고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언가를 붙잡았다. "이얏-!" 몸을 일으키면서, 무카데・닌자에게 던졌다!

"끄악-!?" 무카데・닌자의 어깨를 꿰뚫은 것은, 파괴된 붓다 워리어상이 들고 있었던 의례용 단검이었다. 무카데・닌자는 분노로 눈을 부릅뜨며, 단검을 곧바로 뽑아냈다. 지네들이 사츠바츠나이트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미 사츠바츠나이트는 뛰어올라 있었다. "이얏-!"

"이얏-!" 무카데・닌자는 의례용 단검을 격렬하게 휘둘러, 공중의 사츠바츠나이트를 공격했다. 머플러를 방불케 하는 천이 베어져 찢겨나가고, 불타면서 흩어졌다. 무카데・닌자는 목을 180도 뒤로 돌렸다. 사츠바츠나이트에게, 애초부터 공격 의지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무카데・닌자를 뛰어넘어, 착지했다……길게 늘어진 지네 하반신의 등에!

"SHHHHH! 무슨 짓을!" "이이야아아앗-!" 사츠바츠나이트는 전속력으로 무카데・닌자의 등 위를 질주했다. 무카데・닌자는 하반신을 크게 꿈틀거려 그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사츠바츠나이트는 계속 달린다. 이 무슨 닌자 평균감각이란 말인가……!

 그는 어째서 굳이 무카데・닌자의 등 위에서 달리는 것인가? 목적은 무엇인가? 그는 무카데・닌자의 꼬리를 향한다! 그렇다. 독자 제형이여. 지금부터 이쿠사 배틀의 중심에서 벗어난 계단 위를 봐 주시길 바란다. 사츠바츠나이트를 쫒는 사이에, 무한할 것만 같았던 무카데・닌자의 꼬리는 피의 풀에서 벗어나, 지금은 외부의 공기에 노출되어 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달렸다……달렸다…….그리고 꼬리 끝까지 도달했다. 무카데・닌자가 외쳤다. "멈춰라!"

 갑각으로 덮인 꼬리가 꿈틀대며, 튀어올랐다. 사츠바츠나이트는 회전하며 수직으로 도약했다. "……이얏-!" 그리고 그대로, 엄청난 회전의 기세를 실은 내려차기를 꼬리 끝에 쳐박았다. "끄악-!" 무카데・닌자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체액이 뿜어나왔다. 꼬리의 끝부분이 깨지고, 끊어졌다.

끊어진 부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용해되었다. 산성의 악취를 풍기는 체액 속에서 굴러나온 물건을, 사츠바츠나이트는 재빨리 집어올렸다. 틀림없다. 그것은 빼앗겼던 신기,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이었다. 이 괴물적인 닌자는 신기를 통째로 삼켜, 꼬리 속에 그것을 감춰 두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분노해 날뛰는 지네의 꼬리가 채찍을 방불케 하듯 그를 후려쳐, 멀리 날려버렸다. "끄악-!" 허나 그는 멘포를 품에 안고, 결코 놓지 않는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낙법을 취해 계단 아래에 착지, 무카데・닌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돌려받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선언했다. "고아아……고아아오오옹" 무카데・닌자는 분노로 울부짖었다. 그의 상반신이 천장 바로 밑까지 세워졌다. 그 표피가 소리를 내며 벗겨진다. 탈피를 방불케 하듯, 진정한 모습이 안에서부터 나타났다..…

 이미 그것에 인간의 형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카이쥬를 방불케 하듯 거대한 지네가, 산성의 침을 줄줄 흘리면서, 거대한 눈에서 빛을 엄청난 기세로 번쩍이며, 기둥이나 석상들을 마구 후려쳐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상황판단하여, 출구를 향해 질주했다. KRAAASH! KRAAASH! 무카데・닌자가 닥쳐온다!

"이얏-!" 보로부두르 사원의 성곽에서 밤하늘 아래로 뛰쳐나온 사츠바츠나이트는 4연속 플립 점프한 다음, 뒤돌아서 주・짓수를 취하며 경계했다. 입구 부근의 석벽을 무너뜨리며, 지네의 대가리가 비어져 나왔다. "GRRRR…….다이…….닌자……" 지네는 불명료하게 사람의 말을 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두 리얼 닌자의 시선이 맞부딪치고, 파멸의 비전이 그들의 뉴런에서 번뜩였다. 그것은 무참한 광경이었다.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이 이쿠사 배틀을 계속하면, 이 보로부두르의 성에 그치지 않고, 담장 너머, 강 너머의 욕야카르타마저 전장이 되어버리리라.

"……계속, 해볼 테냐." 거대한 지네가 물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등색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붉은 눈동자가 고대의 괴물을 주시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는 어떤가, 무카데・닌자=상." 괴물은 턱을 삐걱거리며, 불쾌한 듯이 중얼댔다. "이제는…….아무래도 좋다…….흥미가 식었다…….어디로든..…가라."

"드래곤・닌자=상을 저주한 것은 그대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말했다. "저주를 풀어라." "SHHHH……하찮구나." 무카데・닌자는 한숨을 토했다. "들어줄……이유 따위……없다……" "그렇다면 이쿠사 배틀을 계속할 뿐이다." "SHHHH……핏덩이가. 기어오르지……마라……!" 

 살벌한 침묵이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물러서지 않고,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윽고 무카데・닌자가 입을 열었다. "멘포……를……쓰는 것이 좋다." 사츠바츠나이트는 손에 있던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쳐다봤다. "하찮은……부탁을…… 위해……드래곤・도죠까지……다시 가는 것은……귀찮기……그지없다."

"여기까지 이르러서도 속이려 들 셈이라면, 나는 다시 돌아오겠다." 사츠바츠나이트가 말했다. 무카데・닌자는 그를 마주 노려보았다. "기어오르지.....말라고 했다. 아무런……위협도……되지 못하니." 이 괴물이 사츠바츠나이트보다 더 강대한 존재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괴물은 지금, 완전히 기가 질려버린 듯했다.

"……" 사츠바츠나이트는 무카데・닌자와 서로 노려본 채로, 스스로의 멘포를 벗고,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장속으로 닦아낸 다음, 그것을 천천히 장착했다. "스읍-……하아-……" 그 스스로도 공포를 느낄 만큼 강렬한 혈중 카라테의 흐름이 느껴졌다. 세계와 연결되는 기괴한 감각이 찾아오고, 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멘포로 증폭된 챠도의 힘이 저주를 씻어낸다. 주머니에 든 무카데 닌자・미니언들의 세 부위가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방불케 하듯 느껴졌다. 무카데・닌자는 그들 미니언의 소울을 안테나처럼 경유하여, 사츠바츠나이트를 저주했다. 그렇기에 이 세 신체부위에 무카데・닌자의 아이덴티티가 남아있는 것이리라.

"스읍……하아-" 사츠바츠나이트는 챠도를 깊게 했다. 신체에 새겨진 지네의 멍자국이 꿈틀대더니, 녹아내리고, 독기로 변해, 그 등에서 말라갔다. 독기는 이내 무카데・닌자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사츠바츠나이트가 말했다. 무카데・닌자는 이제 말 없이, 어둠 속으로 후퇴를 시작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더 이상 쫓지 않고, 일보 후퇴했다. 무카데・닌자는 성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시무시한 고대의 닌자는 연회장에 누워, 당분간 이쿠사 배틀로 상처 입은 신체를 치료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보로부두르의 왕으로서 군림하겠지. 시민들은 공포에 의해서 통치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무카데・닌자의 지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 지배는 강고한가, 아니면 취약한가. 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의 운명은 그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 사츠바츠나이트는 발길을 돌렸다. 우선은 드래곤・닌자의……유카노의 저주를 푼다. 그리고.


4

"과연, 그렇군. 저주에 의한 석화." 승복 차림의 중년 본즈는 진지한 표정의 타이센과, 정교한 조각상을 방불케 변한 유카노를 교대로 봤다. 그 뒤에선 그를 산 정상까지 안내해준 현지인 남성이 어색한 듯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본즈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후우-. 이건 지극히 강력한 저주로로군. 하지만, 해 봅시다."

"부탁드립니다." "후-우……" 중년 본즈는 호박색의 염주를 꺼내어, 짤랑거리며 흔들었다. 108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돌을 줄로 끼운 붓다・탈리스만이다. 본즈는 챈트를 읊는다. "이-야아이! 이-야아이! 이-야아이!" 이마에 진땀이 맺히고, 염주를 흔드는 손이 미친 듯이……

"센세이……!" 타이센은 눈을 감고, 한결같이 빌었다. 지금 자기 손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야아이! 이-야아이!" 본즈의 얼굴에 혈관이 떠오르고,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진다. "아앗! 이, 이 정도로 강대한……아밧!?" 돌연 본즈가 경련하며, 흰 눈을 떴다. 그리고 입에서 지네를 토했다. 무서움!

"아바바바밧-!" "아앗……!" 타이센은 급히 달려가 본즈를 부축했다. 본즈는 한 번 고통으로 몸부림치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틀렸나.....!" 타이센은 눈물을 글썽이며 분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이에에엣-!" 이를 지켜보던 주민은 실금하며, 토끼처럼 달아났다.

 달아나는 주민과 엇갈리듯, 한 사람의 윤곽이 드래곤・도죠로 엔트리했다. 타이센은 그 모습을 보고, 숨을 삼켰다. "아……후…후지키도=상!?" "도-모. 타이센=상." 여행자 차림의 후지키도가 아이사츠했다. "이것은……그렇군." 후지키도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파악하고, 눈길을 내렸다.

 뉴비 닌자들이 달려와서 중년 본즈를 안고 갔다. 타이센은 신음했다. "스미마센. 제가 무능한 탓에……" "아니야." 후지키도는 고개를 젓고, 도망치려고 하는 지네를 신중하게 밟아 죽인 뒤, 석화한 유카노를 돌아보았다. 그는 품에서 바싹 마른 세 신체부위를 꺼내어, 그것을 유카노의 발 근처 세 방향에 배치했다.

 타이센과 도죠의 문하생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숙연하게 준비를 마쳤다. 그는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손에 쥐었다. "그것은……? 설마!" 타이센이 경악했다. "신기! 그, 그럼, 빼앗긴 것을……그 자들로부터!?" "아직은 이것뿐이야." 후지키도가 말했다 말했다. "하지만, 먼저 유카노를 저주에서 해방하자."

 그것은 무카데・닌자의 발언과 자신의 경험, 윗치 닥터의 조언에 기초한 프로토콜이었다. 후지키도는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유카노의 입가에 조심히 대었다. "유카노는 살아있다." 후지키도는 장담했다. "호흡을……챠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늘이 불현듯 흐려지고, 우르릉거리는 뇌명이 멀리에서 들려왔다. "스읍-……하아-……" 후지키도는 유카노에게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씌운 채로 챠도 호흡을 깊게 했다. 타이센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분명히 들렸다. 후지키도의 챠도 호흡에 겹쳐진 숨소리를. (스읍-…… 하아-……)

"스읍-……" (스읍-……) "하아-……" (하아-……) 서로 공명하는 듯한 사츠바츠나이트와 돌이 된 유카노는 챠도 호흡 소리를 울렸다. "스읍-……하아-……" 타이센도 무심코 따라했다. "스읍-……하아-……" "스읍-……하앗-!" 돌이 된 유카노가 진동하고, 멀리서 천둥 소리가 울렸다!

"아아!" 타이센이 감탄의 소리를 흘렸다. 힘의 파장이 유카노의 전신을 돌았다. "스읍-! 하아-!" 이제, 유카노의 챠도에는 힘이 가득했다. 초자연의 괴로운 신음과 함께, 유카노의 등에서 지네 형상을 한 독기가 몸을 쳐들더니, 기화되어 흩어져갔다.

 그곳에는……고우랑가……맨살로 돌아온 유카노가 있었다.

"후지키도." 유카노는 멘포・오브・도미네이션을 집어서 내렸다. 그리고 연약하게 미소지었다. "제가 미숙한 탓에, 폐를 끼쳐버렸네요." "별 일 아니야." 후지키도가 끄덕였다. "고우랑가……" 타이센은 눈물을 닦았다. 먹구름이 떠나가고, 아름다운 물빛의 하늘이 펼쳐졌다.

 그녀는 돌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로우・왕의 저주로부터 저항하고 있었다. 자기 내면의 챠도로써. "신기를 되찾기까지, 이번엔 어떤 모험을 겪었나요?" 농담조로 유카노가 말했다. 최대한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다. "다음은 눈챠쿠다." 후지키도가 답했다. "레드드래곤인가 하는 자의 손에서 되찾겠다. 그의 거처는 왈라키아였지."

"후지키도. 거기까지 수고할 필요는……당신은 이제 드래곤・도죠의 내제자가 아니고, 제가 문제를 해결해야……" "이 도죠를 키워야 하지 않나. 드래곤=센세이." 후지키도가 말했다. 유카노는 물고 늘어졌다. "레드드래곤은 곧 블라드・닌자. 대단한 벅찬 상대일 겁니다."

"방법이 있을 거야." 후지키도는 온화하게, 하지만 결단적으로 말했다. 유카노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알겠습니다. 목숨을 버리는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물론이다." "후지키도=상……제가, 좀 더 강했다면" 타이센은 이를 악물었다. "그대는 강하다. 계속 정진하도록 해." 후지키도가 말했다.

"면목 없지만, 부탁합니다, 후지키도." 유카노가 말했다. "신기는 만일의 때에, 카츠・완소에게 맞서기 위한 몇 안되는 대항 수단이 되어 줄 물건. 평상시에는 흩어지게 되는 것을 극력 피해야 합니다." "맡겨 둬." 라 후지키도가 답했다. 그리고……그가 문득 떠올린 것은, 이제부터 떠날 왈라키아의 일이 아니었다.

 욕야카르타의 땅에서 마주친 검붉은 닌자. 닌자슬레이어. 그것은 틀림없이 닌자슬레이어 그 자체임을, 당연히 그는 한눈에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뉴런에 플래시백하는 것은 오래전의 기억이다.드래곤・겐도소의 존재가 없었다면, 후지키도는 악귀나찰로 전락했을 터……

 후지키도는 센세이가 아니다.하지만 그는 닌자슬레이어가 초래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존재다. 시간이 지나 찾아오는 것은, 어떤 선택일까. "유카노, 통신수단을 빌려도 되겠나." 그는 건물 옆의 웨어타누키상을 가리켰다. 웨어타누키의 머리에 IRC 통신기가 설치되어 있다."괜찮습니다만……왜 그러시나요?"

"닌자슬레이어를 이 눈으로 보았다. 욕야카르타의 땅에서. "뭐라고요!?" 유카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후지키도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저 잠깐 봤을 뿐이야. 그것 때문에 눈챠쿠 건을 미룰 수는 없어. 하지만 도저히 간과할 수 없지. 마침,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 그는 웨어타누키 상 곁으로 걸어갔다.

 오카야마 현의 산 정상이라서인지, 통신을 확립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사히 연결되었다. 「모시모시」 여성의 목소리가 응답했다. 「아-……모시모시?」 "모시모시. 들리는가, 후지키도입니다."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후지키도=상……에!? 후지키도=상? 거기 어디임까? 도-모, 시키베입니다. 거기, 어디죠?」


◆◆◆


 욕야카르타의 최고급 요정 「페라산・스카・시타」는 얼마 전 정부 고관과 코우・타이・슈메이 사 에이전트 암살 사건의 무대가 되었다 . 그리고 나서 여러 가지 뒷수습을 마치고 막 영업을 재개하려던 참에, 이 일이 벌어졌다. 이제 이 가게는 폐업의 운명을 면치 못하리라.

 손님. 종업원. 경비원.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남김없이 목숨을 빼앗겨, 누워 있다. 살아서 움직이는 자는 오직 한 명 뿐.

"흠……흠흠-……그럼 시작해볼까." 편안한 모습으로 정원에 나와 기지개를 켜는 닌자의 두 손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이곳의 다른 자들을 모두 죽인 것이다. 조사를 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목근육을 우두둑 울리며, 조용히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땅에 손을 대며, 뉴런을 번뜩였다.

 짓수가 개시되었다. 완료되는 데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급 요정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눈총을 받다가, 결국 카로우시타이를 부르게 되면서 일이 귀찮아지고 말 것이다. 그 점에서, 이렇게 모두 시체가 되어 준다면 남의 이목을 신경쓸 필요도 없다. 이 개방감은 짓수의 컨센트레이션에 안성맞춤이다.

"흐음……왔나?"이윽고 그는 일어났다. 이제 정원에는 기묘한 비전이 떠올라 있다. 사람의 윤곽을 한 여러개의 지지직대는 노이즈다. 그것들 하나 하나가 스톱모션을 방불케 한다. 카라테의 스톱모션이다. "오오, 롱게이트=상. 여기 있었군." 뱀부 숲 부근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다. "사라바(안녕이다)."

 그는 정원을 돌아다녔다. 롱게이트와 전투한 자의 존재 흔적을, 그는 음미했다. "앨라바마 떨구기……흐-응…….파훼당해서……유감이로군." 그는 한층 더 정신 집중했다. 조금씩 윤곽이 잡히면서, 그 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닌자슬레이어……라 하는구나." 그는 중얼거렸다. "과연."


【어세일드・도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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