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프롬・블랙 워터】
【머메이드・프롬・블랙 워터】
1
◆◆◆
깡! 깡! 깡! 해머가 빨갛게 달아오른 쇠를 거듭 때리는 소리가 머시너리 비트를 방불케 하듯 공기를 뒤흔든다. 구멍 투성이 장지문 너머에서 들어오는 빛이 난잡한 개러지 내로 파고들며, 귀퉁이에 모아둔 바이크 무리에 빛의 얼룩 무늬을 비춘다. 바이크 대장장이인 마치노는 방문객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모루에서 눈을 들었다.
"도-모." "도-모." 헌팅 캡을 깊이 눌러쓰고 내(耐)오염 트렌치코트를 입은 방문객은 마치노의 아이사츠에 답했다. "거기에 있으니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마치노는 이마의 땀을 닦고는 해머로 개러지 한켠을 가리켰다.
헌팅캡의 남자가 PVC 시트 덮개를 걷으니, 나타난 것은 검고 윤이 나는 강철의 모터 사이클, 헬히캬쿠 사의 아이언 오토메다. "실제 험하게 쓰셨더군요." 마치노가 말했다.
"실물을 본 건 처음이고, 꽤나 개조도 되어 있었습니다만, 엘레강트한 작업이었네요." "……"
"자세한 사정은 묻지 않아요." 마치노는 앞질러서 말했다. "여기에 쓰인 카본 나노튜브 부분의 조달이 꽤나 고생이었지요." "어차피 금방 다시 상처 투성이가 될 텐데……" "그래야지요, 그래야 맛이 살지요, 그 바이크는. 전시장에 있을 물건이 아니지. 도로가 어울려요." "그렇군."
안쪽 붉게 녹이 슨 도어가 열리고, 몸집이 작은 남자가 나타났다. 마치노와 마찬가지로 작업복은 기름으로 더러워져 있다. 양손을 쥐를 방불케 하듯 가슴 앞에 늘어뜨리고, 입을 열고 헌팅캡의 남자를 알아차린다. "당신……당신 라이더? UNIX, UNIX 제대로 조정했어, 다이죠부. 스텔스 기능도 다이죠부." "뭐야, 카키오." 마치노가 마치노가 나무란다.
"스미마센, 동생입니다. 이녀석 말뽄새가 이래먹어서. 안에 있으라고 말해뒀는데." 마치노가 사과했다. "근데 전기 관련은 기가 막히거든요, 우리 카키오는." "아니오. 도-모." 남자는 카키오에게 오지기했다. 카키오는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을 쳤다. "다이죠부……"
남자가 아이언오토메의 키를 돌리자, 합성 음성이 나왔다. 「헬로 월드. 아이언 오토메, 입니다. 레디 고.」 인디케이터에 비치는 「大人女」의 한자. 지고쿠 헬의 짐승을 방불케 하는 배기음이 울린다. "선불이었지." "하이. 지불하셨죠." 마치노는 오지기했다. "마타 요로시쿠! 오탓샤데-!"
……남자가 폭음과 함께 달려나가자, 카키오는 가슴 앞에 손을 모은 자세인 채 그대로 빙글 발길을 돌려, 자택으로 살살 걸어 돌아간다. 마치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모루에 망치질하기 시작한다.
……카키오는 자택에 들어가자마자 도어를 록했다. 기판류나 소형 모니터, 테이프 레코더 따위의 전자물이 쌓여있는 작은 방은 발 디딜 공간도 없을 정도였다. 벽에는 색 바랜 하니와*형(型) 로켓의 선전 핀업이 잔뜩 붙어 있다. 「우주 시대…… 궤도상에 있으십니다」 무너진 미래의 꿈이 남긴 잔재다.
*하니와(ハニワ, 埴輪):옛날 무덤 주위에 묻어뒀다는 찰흙 조형.
그다지 튜닝 상태가 좋지 않은 라디오에서는 복고풍의 가요가 지직거리는 가성을 흘리고, 그것이 놓인 탁자의 반쯤 열린 서랍에는 이미테이션 보석류가 잔뜩 들어 있다. 여기는 카키오의 작업장이자, 성이었다. 마치노도 결코 여기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
"다이죠부……분명 다이죠부……" 깔짝깔짝 고개를 끄덕이며, 카키오는 방 안쪽에 자리잡은 마네킹에 몸을 웅크렸다. 아니, 마네킹이 아니다. 가슴부터 허리에 걸쳐 좌반신이 크게 결손된 신체? 무서움! 아니! 인체도 아니다. 사람이 아닌 것…… 오이란드로이드이다.
인공심장이 들어가 있어야 할 장소는 텅텅 빈 공허였으며, 복수의 오렌지색 튜브가 늘어져 있다. 튜브는 쓰레기통 근처에 놓인 펌프를 방불케 하는 기재에 접속되어 있다. "다이죠부……다이죠부. 정말이야." 카키오는 엔지니어 글라스를 장착하고는, 드림랜드 매립지를 방불케 하는 부품의 산을 휘젓기 시작했다.
오이란드로이드의 두부에는 손상이 없다. 깔끔하기 짝이 없다. 눈을 닫고 있어 각도에 따라서는 미소짓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다이죠부. 다이죠부……"
◆◆◆
"까고자빠졌넴마-!" "죽는담마-!" 정좌한 정좌한 여섯 명의 클론야쿠자 앞에서, 드레드 헤어의 리얼 야쿠자가 돌아다니면서 욕설을 내뱉고 있다. 마치 젠・트레이닝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다. 리얼 야쿠자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곤봉이 아닌 청룡도였으며, 정좌하고 있는 것도 당연히 본즈가 아니다.
"얌마-! 왜 전부 안 쳐 일어나냐? 어임마-! 책임 안지냠마-!" 클론야쿠자들은 온순한 표정으로 드레드 야쿠자의 질책을 듣고 있다.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유속이 빨라서, 흘러가버렸끄악-!" "죽는담마!" 드레드 야쿠자의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강물이 무서워서 장사가 되겠냠마-!"
다세대 빌딩 옥상에서 폭력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그들의 머리 위에서는 보름달이 구름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래 도로에서는 그런 살벌을 전혀 모르는 시민이 이번 주말에 실행될 네부타 퍼레이드의 준비로 바쁘다. 아직 불이 켜져 있지 않은 등롱이나, 「욧소이」라고 쾌활하게 쇼도 캘리그라피 된 노보리(깃발, 배너)들이, 이런 사이에도 차례차례 세워져 간다.
"그래서, 찾았나?" "히익!" 드레드 야쿠자는 옆에서 날아온 새로운 사람의 목소리에 자지러졌다. "도-모! 데스나이트=상! 아리가토고자이마스!" 그는 경련을 방불케 떨면서 목소리 방향으로 가장정중례 오지기했다. "……찾지 못했나?" 그 닌자, 데스나이트는 성큼성큼 다가오며 되물었다.
관절부에 갑주를 방불케 하는 프로텍터가 달린 특수한 닌자 장속. 데스나이트는, 차가운 눈으로 드레드 야쿠자를 응시한다. "……아직인가?" "이 놈들이 쓸모없는 탓에, 역시 그, 한 명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지금부터 케지메시키겠습니다요!" 드레드 야쿠자는 츠키지의 참치를 방불케 입을 뻐끔뻐끔한다.
"후-" 데스나이트는 무감정하게 한숨을 토했다. "죽이는 것만으로는 입막음이 되지 않는 거다. 죽이는 것만으로는 말이다." "아이에에에! 말씀대롭니다요! 전력으로! 케지메 시켜……" "아니, 필요없다." 데스나이트는 고개를 저었다. 그 등 뒤, 보름달을 새의 그림자가 가로질렀다.
밤하늘을 선회한 뒤 데스나이트 일당이 있는 빌딩 옥상을 목표로 활공해오는 그 새는 커다랗고 난폭한 바이오 이글이다. 그 장엄한 자태만으로도 놀라기에는 충분한 것이었으나, 특필할 만한 것은 그 부리이다. 카타나를 물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이글은 일직선으로 정좌한 클론 야쿠자에게 돌진해 들어간다! 그리고! 나무아미타불!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일렬로 앉은 그들의 목이 네코소기(송두리째)로 참수되어 날아갔다! 분수를 방불케 뿜어져 나오는 바이오 혈액!
"아이에에에에-!" 드레드 야쿠자는 바이오 혈액을 온몸에 뒤집어쓰며 실금, 청룡도를 떨어뜨렸다! 바이오 이글은 퍼덕퍼덕 날개짓하며 떠오르더니, 데스나이트의 팔에 앉았다. 데스나이트는 바이오 이글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눈을 맞췄다. "아름다운 사람이여."
"아이엣…… 아이엣아이엣……" 드레드 야쿠자는 공포에 휩싸여 경련하며 실금을 계속했다. 데스나이트는 바이오 이글을 쓰다듬으며, 드레드 야쿠자의 얼굴을 가까이 한다. "조금 더 분발하도록…… 조금 더 유능함을 보여주길 원한다." "아이에에에! 요로콘데-!" 드레드 야쿠자는 도게자했다.
데스나이트는 도게자 야쿠자를 본체만체하며 옥상의 난간까지 걸어가더니, 아래 도로를 허무적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에서는 콩알 만한 사이즈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러나 원래라면 보는 자로 하여금 즐거운 주말을 예감케 하는 등롱의 행렬이나 노보리도 데스나이트에게는 잿빛 멸망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데스나이트는 바이오 이글을 쓰다듬는다. "오오…… 아야미=상." 바이오 이글은 끼룩끼룩하며 목을 울려 대답한다. "아야미=상. 여기서 둘이서 떨어져 편안히 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네기토로를 방불케 하듯이, 한 데 뒤섞인 잡고기가 될 수 있다면. 이 오탁(汚濁)의 소굴을 방불케 하는 네오사이타마에서."
2
"중점…… 치안이 지키고 싶다." 휭휭휭, 시끄러운 비행음을 흩날리며 맙포의 참치 체펠린이 잿빛의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카키오는 아득히 높은 하늘의 그것을 힐끔 보고는 오염된 냇가를 터벅터벅 걷는다.
패트롤이라고 해봤자, 어지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참치 체펠린이 지상의 트러블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 카키오가 사는 정크야드는 더욱 그렇다. 백주대낮에 강도가 들어도 상공의 참치 체펠린은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저것은 허울뿐인 퍼포먼스이다.
이윽고 카키오의 눈앞에 폐기 기판의 산과 녹 투성이의 가건물이 나타난다. 냇가에서는 가건물의 주인이 드럼통에 불을 붙여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다. "도-모, 카키오 =상." 주인은 바이오 콘 비프를 만들던 냄비에서 고개를 들었다. "도, 도-모. 다이죠부?" "헤헤헤, 괜찮지. 잘됐구만."
주인은 접이식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조립식 가건물 안에서 작은 봉투를 집어왔다. "타이밍 좋았다고, 카키오=상. 맙포 로봇의 스크랩 같은 건 좀처럼 출하되지 않으니까 말야. 헤헤헤." "아, 아리가토……" 카키오는 소자와 교환해서 그 작은 봉투를 받아들었다.
오염된 개천은 계란을 방불케 하는 악취를 내며 거품을 낸다. 이따금 그런 수면을 바이오 날치가 점프하며 거슬러 올라간다. 담수, 그것도 오염된 물에 적응한 날치이다. 카키오는 자루를 꼭 쥐고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도중에 냇가의 자갈에 주저앉은 사람들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다리 밑이나 박스를 잠자리로 삼는다.
카키오에겐 집이 있다. 바이크 대장간이라는 생업이 그를 구하고 있다. 의가 두터운 형과 그 자신의 비범한 전자관련 취급 센스가, 현실에 적합하지 않아 자칫 드롭 아웃・코스로 전락할 수 있는 그의 신변을 구해주고 있다. 카키오 자신의 의식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거나, 고민하지는 못하고 있다.
집앞에 도착한 카키오는 재빨리 자택에 걸어들어가서는 손을 뒤로 뻗어 빗장을 잠갔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눈을 감고 계속 「자는」 오이란드로이드다. 이미 손상된 좌반신은 수복을 마쳤다. 원래 피부와 색이 다른 카본이지만, 카키오는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예쁘다.
사 온 IC기판을 관자놀이 부근의 있어야 할 부분에 꽂아넣고, UNIX 퍼스널 컴퓨터와 케이블 접속했다. 소형 모니터가 출력하는 문자열. 카키오는 열광적인 시선을 오이란드로이드의 「자는 얼굴」에 보내며, 노・룩으로 키보드를 고속 타이핑한다. 달인!
「전자 키를 부탁드리옵니다.」 다소 이상한 합성음성이 자작 UNIX 퍼스널 컴퓨터에서 출력된다. 여기에서부터가 중요한 부분이다. 카키오는 긴장으로 떨리는 손으로 512배속 플로피 디스크를 들고, 슬롯・인한다. 이 디스크에는 무단으로 카피한 전자 키가 들어 있다……아이언 오토메의 것이.
무단으로 복제한 전자 키이기는 하지만 원래 데이터를 이상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바이크와 오이란드로이드로는 용도도 전혀 다르다. 그렇기에 손님에게 폐를 끼친 것도 없다. 그러니까 괜찮다. 다이죠부한 것이다. "와, 왔나? 왔나……" 카키오는 모니터에 표시된 남은 시간 게이지를 주시한다…….
"수고하셨사와요." UNIX가 고지하고, 이요오- 하는 통지음이 울렸다. 부루룻! 방 한켠에 앉은 오이란드로이드가 난데없이 경련했다. "아이엣!?" 카키오의 심장이 경종 같이 뛰었다. 해낸 건가? 오이란드로이드의 눈꺼풀이 떨리고, 입술이 오므라든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헬로 월드……"
"카……카와이이 얏타-……!" 카키오는 작게 혼잣말했다. 감정이 실리지 아니한 목소리였으나, 카키오의 휘동그래진 눈은 충혈되었고, 환희에 떨고 있다. "도-모…… 카키오입니다. 너, 너는, 에또……엣또……" "도-모. 에토코입니다, 카키오=상." 오이란드로이드는 미소를 지었다.
"아, 아, 아니야. 에또는…… 엣또……" "도-모, 에토코입니다. 이름은 처음에 인식된 후에는 바꾸실 수 없어요." 오이란드로이드는 의외로 똑부러진 목소리로 고지했다. "아이에에에!" "카키오=상, 고맙습니다. 이제부터 잘 부탁드려요." "이……이제부터!" 카키오는 눈물을 흘렸다.
윙- 하는 기동음을 내며, 오이란드로이드는 좁은 실내에서 일어났다. 잔뜩 쌓여 있던 카세트 테이프류를 팔꿈치로 건드려서 눈사태를 일으킨다. "카키오=상, 도-조. 격렬하게 전후하시겠사와요?" 에토코는 카키오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아, 아, 안해! 안해!" 카키오는 몸을 뒤로 뺐다. "코와이(무서워)!"
카키오는 에토코의 의미불명한 말이 포함하는 성적인 뉘앙스에 기함했다. 개천에서 떠내려온 오이란드로이드의 잔해를 복원하는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불가사의한 계시를 방불케 하는 충동이었다. 벽에 걸린 수많은 하니와형 로켓과도 비슷한 동경이었다. 그는 그 다음 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카키오의 왜곡되고 유아 같은 정신은 이 오이란드로이드를 다루기가 실제 어려웠다. 카키오는 생각에 빠졌다. "에……에-또, 옷이야……" "옷이군요." 에토코가 따라했다. "우우…… 우우아아……" 카키오는 어색하게 문을 열고 개러지로 나갔다. 그리고 벽에 걸린 내오염 작업복을 집어들었다.
카키오는 뒤돌다가 "아이에-에에에에!" 비명을 지른다. 에토코는 그의 뒤를 그대로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방에서 나오고 말았다! "옷, 입어빨리입어……" "이걸 입는 거군요." 에토코는 작업복을 받아들고 재빨리 입었다. "그래. 다이죠부, 그래……" 카키오는 개러지 바깥으로 황급히 눈을 돌렸다.
이제 곧 형이 이온 대장간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그 형의 발이 닿지 않는 장소에 이 오이란드로이드를 가둬둘 수도 없다. 어떡하지? "가, 가자, 가자." 카키오는 순간적으로 말하며 개러지를 나선다. "하이. 가요." 에토코는 근심 없는 대답을 하며 그를 따라온다. 어딘가로 가자. 어딘가로.
◆◆◆
오칸논 거리는 24시간 항시 취객이나 접대 사라리맨, 오이란 등으로 북적이는 번화가였지만, 지금 이 시간만큼은 쥐죽은 듯한 침묵이 지배하고 있었다. 태평하게 오가는 사람도 없다. 「御観音」의 아치형 네온, 「실제 저렴함」 「카메다」 「얀나루네」 라고 쓰인 간판의 반짝임만이 평소와 다르지 않은 눈부심이다.
주민들은 점포의 셔터를 꾹 닫고, 블라인드를 내린 창문에서 숨을 죽인 채 거리의 상황을 살핀다. 이제부터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御観音」아치를 사이에 두고, 거리의 내외에서 두 개의 야쿠자클랜이 대치하고 있었다. 아치의 안쪽에 선 행렬은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배너를 타케다 신겐을 방불케 하듯 내걸고 있다. 한편, 바깥쪽에서 그들을 노려보는 자들의 배너는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이다.
외양은 어느 쪽도 비슷한 것 같았다. 양 진영에 몇 명씩 있는 그레이터 야쿠자들은 등에 클랜 수호신의 자수를 넣은 하얀 라메・슈트 차림에, 그들을 지키려는 듯이 선 레서 야쿠자들은 위험한 스파이크・블루종이나 PVC 트랙 슈트를 입고 있다. 각자의 손에 든 것은 해머나 전자 쥿테(짓테, 일본의 전통 경봉), 도스 대거 등이다. 무서움!
"까고자빠졌넴마-!"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의 레서 야쿠자가 위협의 고함을 지른다. "죽는담마-!" "얌마-!" "시건방짐마-!"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레서 야쿠자도 지지 않고 맞고함을 친다. 나무아미타불!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이머전트 긴장!
"뭐얌마-! 너이쉐낌마-!"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의 그레이터 야쿠자가 한 걸음 나선다. "빨랑 내놔람마-!" 나무삼, 당연하지만 오칸논 거리의 이권 이야기이다! "죽는담마-!"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야쿠자가 도스 대거를 쳐든다. "좆뉴비 클랜임마-!"
"시대 바뀌었담마-!" 실버 나가레보시의 그레이터 야쿠자가 위협했다. "너이새끼들 빽도 없는겜마-! 꿈도 꾸지 마라! 소우카이야? 웃기지 마람마-!" "나대지 마람마-!"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그레이터 야쿠자가 대답했다. "손 봐준 거 잊어버렸냠마-!"
"손봐줬다~? 하극상! 우리 뒤엔 자이바츠가 있다고! 자이바츠・섀도우길드!"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이 의기양양하게 선언한다. "……자이바츠……" 야바레카바레 클랜은 침을 삼켰다. "너이쉐낌마-! 어떻게 구워삶은거냠마-!" "하-하하하!"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이 웃는다!
"……자이바츠는 별 것 아니다. 화내지 마라, 야바레카바레 클랜." 소란 중, 대뜸 내뱉는 목소리가 있었으니.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배후에서 나선 것은 밤색 장속을 입은 닌자이다. "도-모.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 여러분. 아스날입니다." 닌자는 오지기를 했다.
"닌, 닌잠마-!? 닌자 왜?"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이 동요했다. "얌마-! 비겁하담마-! 소우카이야는 무너졌담마-!" "알 게 뭐냠마-! 아스날=상이 우리 빽이담마-!" 야바레카바레 클랜이 소리쳤다. "센세이! 해치워 주십시오!"
"좋다!" 아스날은 거듭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걸음 더 나왔다. 실버 나가레보시의 야쿠자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아스날이 양손을 펼쳤다. 양팔의 닌자 장속이 갈라지더니 팔 안에 사이버네 수납되어 있던 기관총이 4문씩 튀어나왔다! "이얏-!" 아스날은 사이버네 기관총의 사격자세를 취하고, 발포!"
드르르르르륵! 가공할 총알의 폭풍 앞에서 버틸 수 있는 자는 없다! "끄악-!" "끄악-!" "끄악-!" "끄악-!"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의 레서 야쿠자들은 그레이터 야쿠자의 방패가 되며 무참히 벌집이 되어 죽어간다! "까…… 까고자빠졌넴마-!"
"자마아미로(꼴 좋다)!"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그레이터 야쿠자가 소리쳤다. "네놈들의 목은 사무소에 배달해주마!" 중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실버 나가레보시 야쿠자가 욕지거리한다. "아밧…… 좆까고 자빠졌네……" "하-하하하! 센세이! 해치워주십시오!" "좋다! 이얏-!"
드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륵! "뭐.....뭐냐?" 아스날은 눈을 의심했다. "센세이! 쟤네 무사한데요!"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그레이터 야쿠자가 적을 가리킨다. "음…… 뭐지 저건…… 누구냠마-!?" 야바레카바레 클랜은 아연실색했다. 다 죽어가는 적 야쿠자의 앞에 선…… 닌자!
"도-모, 한심한 놈들이로군." 그 닌자는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을 돌아보며 모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잔여 닌자가 아직 있었나……" 아스날을 등골이 시릴 정도의 눈으로 노려본 그 닌자는 관절부가 장갑으로 된 특수한 닌자 장속을 입고 있었으며, 한쪽 팔에는 거대한 바이오 이글이 앉아 있다.
"도-모, 처음뵙겠습니다. 데스나이트입니다." "도-모, 데스나이트=상. 아스날입니다." 아스날은 오지기에 답했다. "그대가 자이바츠・닌자인가." 아스날은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어려운 틈을 타서 빈집털이를 방불케 하는 짓거리를……!"
"참으로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데스나이트는 아스날을 향해 대수롭잖게 걸어간다. "모든 것이 헛되다." "이……이얏-!" 아스날은 소리치며 사이버네 기관총으로 사격태세를 갖춘다! 드르르르르륵! "이얏-!" 나…… 나무아미타불! 데스나이트는 무상처! 계속 나아간다! "바카 같은-!?"
고우랑가! 데스나이트는 양쪽 팔꿈치의 특수강화 강철 부위를 이용, 모든 총알을 튕겨낸 것이다! 이 무슨 비범한 닌자 민첩성 그리고 닌자 기량! "소우카이야…… 자이바츠…… 머리가 누구로 바뀌든 같은 것…… 죽으면 같은 것……" 데스나이트는 아스날에게 돌진했다! "아이에에에!?"
데스나이트는 숙인 자세로 나아가며, 양 주먹을 동시에 내지른다! "이얏-!" 더블・폼・펀치!" "끄악-!?" 아스날의 양팔 관절이 가열찬 충격을 받아,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다! 불과 한 합 만에 결판! "이얏-!" 데스나이트는 아스날의 목을 붙잡고, 들어올린다!
"아밧밧…… 자이바츠가 어쨌단 말이냐……" 아스날은 괴로워했다. 데스나이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이오 이글이 선회하고 있다. 데스나이트는 더욱 높이 아스날을 들어올린다. "끄악-!" "이리 와줘. 아야미=상. 함께 이 녀석을 죽이자." 데스나이트는 상공의 바이오 이글을 부른다.
"아이에에에……"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야쿠자들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그저 실금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윽고, 상공에서 선회하고 있는 바이오 이글이 데스나이트에 응답해 급강하! 그 부리에는 카타나가 물려져 있다! "아밧…… 라오모토=상! 반자이-! 반자이-!" 아스날이 절규한다!
직후! 아스날의 머리의 윗쪽 절반이..... 볼 언저리에서부터 위로 수평하게 절단되어서 무참히 땅에 굴러떨어졌다! 바이오 이글의 카타나에 의한 냉철한 참격이다! 나무아미타불!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 야바레카바레 클랜의 야쿠자는 다시 실금,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바이오 이글은 놓치지 아니한다!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끄악-!" 나무아미타불! 도망가려고 우왕좌왕하던 야바레카바레 클랜은 한 명도 남김없이 목이 잘려나갔다!
"아야미=상……아름다워." 데스나이트는 아스날의 시체를 대수롭지 않게 던져 버렸다. 등뒤에서 폭발사산하는 그 시체에는 글자 그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활공하는 바이오 이글에게 팔을 내민다. 바이오 이글은 데스나이트의 팔을 나무를 방불케 하듯 앉아서는 카타나를 문 채로 끼룩끼룩 목을 울렸다.
"아이에에에……" 살아남은 몇 명의 실버 나가레보시의 그레이터 야쿠자는 주저앉아 실금하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별로 관심 없이 그저 「아야미」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을 뿐이다.
아야미. 그것은 그의 죽은 애인의 이름이다. 애인이 죽은 이래, 데스나이트는 모든 것에 질려 있었다. 죽은 아야미의 뉴런 세포를 시험삼아 바이오 이글에 이식하더니, 과도한 감정 이입을 시작했다. 소속한 자이바츠・섀도우길드에 대한 충성도, 지금의 그에게는 동굴에 드리운 그림자와도 같이 흐리멍텅한 것이었다.
그는 백일몽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자이바츠, 적, 나아가서는 자신의 생명, 혹은 아야미조차도. 시나브로 그는 그 어떤 것에도 집착을 갖지 않게 되었다. 그저 지쳐 있는 것이다. 아까의 더블・폼・펀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카라테는 아주 엄청나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이바츠 내에서 하급의 위계에 있다.
라오모토의 죽음 직후, 사용자의 3할이 죽거나 신체를 결손하는 위험한 포탈을 구태여 타고 교토에서 네오사이타마까지 침입한 선봉대는, 하급 닌자, 그것도 출세나 살인욕구를 만족하기 위해서라면 죽음을 개의치 않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치사량 직전의 즈바리를 주입하고, 정신을 이상 고양시킨 다음 포탈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태평한 태도로 위험한 포탈에 들어갔었다. 삶도 죽음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런 그를 굳이 만류하는 자이바츠 상층부의 인간도 이제 없다. 과거의 그를 아는 닌자들은, 그의 변모를 그저 곤혹의 눈길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데스나이트의 휴대 IRC 통신기가 콜을 띄웠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통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었다. 『도-모, 데스나이트=상, 타지바입니다요.』 통신자는 어제의 드레드 야쿠자다. "낭보인가." 『그렇습죠!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요.』 수화기를 향해 타지바는 힘을 주었다.
『IRC입니다요! 그런 종류의 드로이드는 일정 시간마다 IRC자동 액세스를 실행하도록 되어있더란 말이죠. 그러니까, 무언가 움직임이 있으면 알 수 있다, 이말입니다.』 "……즉? 회수는 완수했나?" 잠깐의 침묵. 『바, 발견한 듯한 이야기입니다요. 그럴듯한 액세스 흔적을 이미, 수하의 해커가 트레이스하고 있습죠.』
"회수는 완수했나." 『아이에에…… 그, 금방...』 "회수는 완수했나? 다음 네 얼굴을 볼 때에, 나는 목표한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이겠지?" 『트……트.....틀림없습니다요!』
데스나이트는 IRC통신기를 끊고, 바이오 이글을 안은 채, 가까운 건물의 지붕으로 도약했다. 거기에서 더욱 몇 번 도약해서, 겁에 질려 주저않은 채 그대로인 실버 나가레보시 클랜 생존자들의 시선에서 사라져갔다.
3
"까고자빠졌넴마-!" "아이에에에!" "죽는담마-!" "아이에에에!" 좁고 어슴푸레한 개인실 UNIX 카페의 복도에 욕설과 음참(陰慘)한 비명이 울린다. 개인실의 얇은 장지문은 사전에 전부 열어두었고, 복도를 오가는 것은 죽도를 든 드레드 헤어의 야쿠자…… 타지바다.
이 뱀장어를 방불케 하는 길고 가느다란 플로어에는 여섯 개의 개인실. 각 방에는 한 대씩 UNIX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복도를 향한 등짝을 죽도로 얻어맞아가며 좁은 개인실에서 부지런히 타이핑을 하는, 말린 멸치를 방불케 하는 가련한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은 타지바에게 채권을 잡혀 노예적으로 취급되는 채무자 해커였다.
"까고자빠졌넴마-!" "아이에에에!" "죽는담마-!" "아이에에에!" 구타! 구타! 타지바는 입에서 거품을 물었다. 사이버 선글라스의 아래에서는 충혈된 눈을 크게 뜨고서는 이곳 저곳을 노려보다가, 죽도를 위로 들었다가 내려친다. "너이쉐낌마-! 꾸물대지말람마-!" "아이에에에!"
이 UNIX 카페는 타지바의 야쿠자 클랜인 「피어 몽거 클랜」이 뒷배를 봐주던 점포로, 소위 「시노기」이다. 그렇기에 이 무도한 학대 행위를 비난할 점원도, 경비원이라 할 존재도 일절 없다. 그들 말린 멸치를 방불케 하는 채무자 해커를 법적으로 구할 자는 없다. 나무아미타불!
"어떠냐! 액세스 흔적은 끄집어 냈냠마-!" "아이에에! 아직입니다, 이제 조금쪼끔...." "조금이 언제냠마-! 죽는담마-!" 구타! "아이에에에!" 비명을 지르는 말린 멸치를 방불케 하는 해커는 눈물과 함께 이 전말을 회상한다. 흔해빠진 전말이다. 요컨대, 그는 너무 설쳤던 것이다.
그는 오이란・포르노 사기 사이트를 만든 뒤, 성욕에 못이겨 위장 하이퍼링크에 뛰어든 바카 같은 사라리맨의 개인정보를 빼낸 다음 팔아치웠다. 카치구미・사라리맨의 연봉을 넘어서는 수준의 액수가 이번달 말에는 결제될 터였다. 야바이. 완전 야바이. 이제 막 18세가 된 그는 전능감에 흠뻑 취했다.
그런데…… 겨우 며칠 전이다. 그의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가 되어 있었다. 수백만의 대출. 어째서!? 그는 필사적으로 흔적을 더듬었다. 그의 UNIX에 본 적 없는 문서 파일이 남아있었다. 「이거 미안합니다. 전부 받아갔고 덮어쓰기 완료. 너님한텐 코토다마가 안 보여요. 골든 던.」
이른바 카운터・해킹이다! 골든 던……그 같은 자칭 사무라이 해커들에겐 너무나도 유명한, 전설적인 전자 클랜의 이름이다. 설마 자신이 목표가 될 줄은! 그가 자택에서 실금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엄마에게 울며 매달렸지만, 무리였다.
이 무슨 나쁜 타이밍인지, 엄마는 그날 저녁 가혹한 파트타임 업무로 쓰러져 입원한 것이다. 매일 아침 구직 활동에 나서는 아빠, 필사적으로 일해 생활비를 염출하는 엄마를, 그는 모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빅 딜로 벌어서 내가 쓸 거야! 아빠나 엄마 같은 루저 따윈 알 바 없어!" ……인과응보!
그날 깊은 밤, 느닷없이 내려온 그 수백 만의 채권을 양도 받은 야쿠자가 그의 방에 쳐들어왔다. 그 사람이 바로 뒤에서 죽도를 휘두르는 드레드 야쿠자다. ((까고자빠졌넴마-! 니새낀 내가 샀다고! 와람마-! 일자리 소개해줄 테니 노동으로 갚아라! 하면 된다!)) ((아이에에에……!!))
그는 느닷없었던 급전직하의 불행을 떠올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엄마는 퇴원하셨을까? 아빠, 미안해……하지만, 드레드 야쿠자는 약속했다. 지금의 「목표」인 IRC 액세스 흔적을 더듬어, 그 오이란드로이드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한 해커는 대출금을 탕감해주겠다고.
얇은 벽으로 격리된 좌우의 개인실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대출금에 묶인 해커가 있다. 자신을 포함해서 전부 여섯 명. 이것은 전쟁인 것이다.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에에에……!”
……한편, 타지바 또한 생사기로에 있다! 소우카이야의 암흑 지배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그 하룻밤을 넘기며, 그는 주의 깊게 처신했다. 약삭빠르게 자이바츠・섀도우길드에 귀순 의사를 표하고, 다른 야쿠자클랜보다도 유리한 조건을 따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 미친 닌자, 데스나이트!
모든 일의 시작은 그날 노비도메・셰이드・디스트릭트의 밤, 오이란 놀잇배 「키슈」……그곳에서 은밀히 진행된, 사타마금속과 크로키자동차, 그리고 또 하나, 상원의원 이마사・핫케이에 의한 회합이었다.
두 회사는 오무라・인더스트리의 산하에 있었으며, 「보다 빠른」「보다 대용량」의 운송 트럭 「소코츠야로」를 공동개발, 시장을 석권한 메가코프이다. 그러나 이 「소코츠야로」에는 중대한 결함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기준의 여섯 배에 달하는 중금속을 대기 중에 배출한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소코츠야로」는 인디펜던트・미디어의 지탄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특히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국회에서 참고인 소환을 몇 번이고 언급해 온 자가 이마사・핫케이 의원이다. 현명한 독자 여러분이라면 이해했으리라. 두 회사는 오이란 놀잇배에 그를 은밀히 불러서, 오가닉 스시와 최상급 마이코 서비스로 어떻게든 구워삶아보길 꾀한 것이다.
접대를 행한 두 회사의 사라리맨은 직급이 없는 뉴비였다. 그들은 접대 상대를 놀잇배 안에서, IRC로 직접 통지 받았다. 상원의원! 틀림없이 킨보시・오오키이! 그들은 굴러 들어온 활약 기회에 가슴 뛰며, 요령 좋게 뇨타이모리*나 요이데와・나이카・패션 중점을 진행시켰다.
*뇨타이모리(女体盛り):나체의 여성 몸 위에 음식을 올리는 타락 요리를 말한다.
이마사・핫케이 의원은 칠칠치 못하게 취해, 굉장히 좋은 기분으로 마이코 서비스를 실컷 즐기고, 오하기와 최상급 오가닉・대뱃살・스시, 코베인이라 불리는 평평한 순금 잉곳(역주: 코반*으로 생각됨)으로 꽉 찬 무거운 상자를 받아들었다. 로비 성공이다.
*코반(小判):타원형에 줄이 그어지듯 각인된 금화를 말한다. 코베인(コベイン)은 코반의 인살어이다. 원작자인 본드와 모제즈가 코반을 미국식으로 잘못 읽고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킨보시・오오키이를 보기 좋게 성사시킨 양 회사의 뉴비・사라리맨들은…… 더욱 현명한 독자 여러분이라면 예측하셨으리라만은…… 이마사 의원이 떠난 후, 놀잇배에서 승리의 맛좋은 술에 한창 취하고 있던 중에, 입막음을 위해 돌입한 야쿠자・아미에 의해 네코소기의 몰살을 당하고, 놀잇배째로 폭파되었던 것이다!
그 야쿠자 아미가 바로, 타지바, 그리고 그가 자이바츠를 경유해 받은 요로시상제약의 클론야쿠자들이었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사라리맨을 학살하고, 오이란드로이드를 파괴했다. 그러나 불찰로 인해 오이란드로이드 중 한 기를 노비도메 운하에 빠뜨리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인간의 뇌와 달리 오이란드로이드의 기억 메모리는 그리 간단히는 제거할 수 없다. 기억 메모리 자체를 끄집어내어 분쇄하거나, 전자적으로 데이터를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 개천에 빠뜨려 놓치다니, 당치도 않은 일이다. 제삼자에게 발견되어 데이터가 추출되기라도 했다간, 놀잇배의 비밀 회합이 폭로되고 만다.
타지바는 당황했다. 자이바츠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있어선 아니 될 일이다. 케지메는커녕 셋푸쿠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이바츠의 실제 냉혹함은 그런 그의 상상조차도 뛰어넘었다. 흡사 사마귀가 기계적으로 사냥감을 포식하는 듯한 무자비함으로, 데스나이트는 타지바의 마음을 꺾어버린 것이다……
"까고자빠졌넴마-!" "아이에에에!" "죽는담마-!" "아이에에에!" 죽도를 휘두르며, 타지바는 공갈을 계속한다. "얌마-! 지금부터 30분 후에 케지메해라, 너희들!" "아이에에에!" 나무아미타불! 초조함이 그의 잔학함에 박차를 가한다!
"앗!? 아, 아, 앗-! 잡혔다!! 이거다이겁니다!" 한 명의 채무자 해커가 절규했다. 아직 십대인 말린 멸치를 방불케 하는 채무자다. "흔적을 발견! 틀림없는! 와주세요타지바=상!" "죽는담마-!" 타지바는 그를 밀치고는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중점! 중점! 노란 형광 명조체의 문자가 점멸하며, 뒤얽힌 네오사이타마・정크야드에 마름모꼴의 마커를 띄운다. "아밧-!" 타지바는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됐잖아! 됐잖아! 됐잖앗!! 정크야드라고? 그럼 그렇지 사람 뭘로 보고! 까고자빠졌넴마-!" "아이에에에!"
◆◆◆
"코, 코와이…… 코와이……" 카키오는 웅얼웅얼 혼잣말을 하면서 오이란드로이드 「에토코」의 뒤를 따라간다. 그렇다. 갓곳도 정하지 못한 채 당황하며 개러지를 뛰쳐나와서는 어찌할 줄을 몰라하던 카키오를, 에토코가 선도(先導)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네비게이션 기능의 산물인 것일까.
목적지는 값싼 술집 거리이다. 정체가 의심스러운 마이코 센터도 있다. 역시 오이란드로이드적 본능이 그런 지역을 찾는 것일까. 카키오로선 이 지역은 「왠지 무서운 장소」이자, 어린 시절부터 거리 자체가 거대하고 까만 괴물을 방불케 하는, 접근할 수가 없는 장소였다.
"왜 그래요? 어떻게 할까요?" 에토코는 카키오를 돌아보며 생긋 웃고는 물었다. "에또……" 카키오는 우물거린다. 한낮의 번화가 특유의 쉰 공기가 엉겨붙는다. 불 꺼진 싸구려 네온사인 간판은 쇠파이프의 액자로, 물웅덩이에 그 찌그러진 모습을 비춘다. 통행자는 삿갓을 깊게 눌러쓰고, 카키오 일행에겐 완전히 무관심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코와이……" 카키오는 가슴 앞에 양손을 축 늘어뜨리고는, 일어선 햄스터를 방불케 하며 허둥댄다. "집에……다메다, 못 돌아가……집 못 돌아가……" 에토코는 그 손을 상냥하게 잡으며 웃었다. "저랑 가요."
카키오로서는 그 고마움을 알 턱이 없지만, 이 오이란드로이드는 그런 게이샤 놀이에 쓰이는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이었다. 매끄러운 회화 음성, 자연스러운 표정, 사람 피부를 방불케 하는 체온, 부드럽고 탄력있는 신체. 마치…… 인간을 방불케 한다.
지저분한 주거구역, 기어다니는 파이프, 뜸한 통행자. 누군가가 걷어차 날린 형광탄산음료 「미도리나무」의 빈 깡통이 두 사람의 발치를 굴러간다. 먼치에서 안개 낀 듯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마루노우치・스고이타카이 빌딩. 도저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카네모치・디스트릭트의 방향. 신기루를 방불케 하는 존재다.
"길이 정말 깨끗하답니다." 에토코는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카키오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있지, 어디든 가요. 카라오케? 다방? 아니면 나?" 카키오는 떨었다. 이 무슨 고혹적 태도! 사전에 프로그램된 유혹적 표현인 것일까? 일반 성인남성이라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외설적인 행위에 들어갔을 것이 필연!
하지만 카키오는 뒷걸음질치며 당황할 뿐이다. "다이죠부…… 너, 예뻐, 그건 다이죠부." "예뻐요? 고마워요." 에토코는 천천히 오지기했다. 그리고 카키오의 손을 상냥하게 당겼다. "그럼, 이 길로 가다 처음 나온 가게에 들어가요." "에또……" 두 사람은 좁은 길에서 빠져나간다.
"아레에? 커플 같네?" "부럽네?" 그런 두 사람 앞에, 남자 세 명이 길을 막아섰다. 역광이 비쳐 그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 싸구려 주거지를 근거지로 한 요타모노이리라. "귀여워해주고 싶네?" 등 뒤에도 두 명. 카키오와 에토코는 눈 깜박할 새에 다섯 명에게 에워싸였다. "아이에에……"
나무삼! 백주대낮일지라도 치안이 열악한 지역, 일할 데 없어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한 요타모노가 사냥감을 갈구해 배회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 할 수 있었다. 카키오와 에토코는 그런 장소를 뻔뻔히도 걸어다닌 것이다. "그런 복장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여자, 마부*?" "쫌 마부?" "아이에에……" 카키오는 땅을 쳐다보며 떨었다.
*마부(マブ):여성의 외모를 칭찬하는 철 지난 유행어. 우리말로 "퀸카" 정도.
가장 키가 큰 트리플 모히칸의 사내가 에토코의 팔을 붙잡았다. 떠는 카키오는 공기를 방불케 무시하고 있다. "역시 마부겠네?" 그리고는 계속 카키오를 무시한 채 동기들에게 말했다. "그럼, 데려가자네? 내가 처음, 그 다음은 너네가 순서 정하면 어때?" "조옿네." 동기들도 카키오를 무시하고 에토코를 둘러싼다.
"카키오=상?" 에토코는 카키오에게 묻는다. "아이에……" 카키오는 에토코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땅바닥만 본 채 떨고 있다. "카키오=상, 왜 그래요?" "아이에에……" 요타모노 중 한 명이 에토코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형님! 얘 오이란드로이드 아니우?" "오이란드로이드?" "마부!"
"이런 복장 하고 있지만 오이란드로이드라우! 목 뒤에 바코드 붙어 있구만! 바코드! 카와이이얏타-! 카-와이-!" 그 요타모노는 미친 듯이 점프하며 소리쳤다. 명백히 바리키・하이 상태이다. "개쩌네! 개쩔어!" "한 번 확인해보고 싶어!"
"카키오=상?" "아이에에……" 카키오는 눈물을 흘리며 얼어붙어 있었다. 허용량이 부족한 그의 정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트리플 모히칸이 에토코의 작업복의 가슴 쪽에 있던 지퍼를 쥐고, 난폭하게 내렸다. 부드러워보이는 가슴과 누더기를 방불케 하는 옆구리가 드러난다. 요타모노는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오이란드로이드! 인간 같아!" "빨리 확인해보고 싶어! 형님, 빨리 하슈!" 요타모노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에토코는 카키오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카키오=상? 이대로 괜찮아요?" 카키오는 떨며 머리를 감싸쥐고 우는 소리를 냈다. "시, 싫어…… 이런 거 싫어…… 도와줘……" "알겠어요."
쿵! 트리플 모히칸이 날아갔다. 발버둥치며 허공을 헤엄치던 트리플 모히칸은 인근 건물 3층의 유리창에 처박히고, 상반신이 창틀 너머로 쑥 들어갔다. 보이는 것은 축 늘어진 양다리 뿐이다. "...에?" "...에?" "형님, 무슨 일이우?"
윙 하며 모터 소리가 울리고, 에토코는 인형을 방불케 하는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상반신을 비틀었다. "...에?" 쿵! 비튼 상반신을 되돌리는 기세로, 그녀는 두 명의 요타모노의 안면을 한 번에, 손등으로 후려쳤다. ""끄악-!"" 앞니가 날아가고, 두 사람은 수십 피트 굴러간 뒤 대자로 뻗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왜! 오이란드로이드인데 왜!" "아이에에에에!" 남은 두 사람은 쏜살같이 도주! 그러나 에토코는 믿기 어려운 롱 점프로 두 사람을 쫓는다! "아이에에에!" 그리고 그대로 공중에서 두 번, 발차기를 날렸다. 한 사람, 그리고 한 사람. 각자 후두부에 격렬한 타격을 입고 널브러졌다! 고우랑가!
오이란드로이드의 격투능력은 일반 성인 남성을 실제 웃돈다. 카본 피부나 실리콘 지방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나, 내용물은 강고한 기계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녀들이 인간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통상 있을 수 없다. 그녀들의 인공지능은 그런 발상 그 자체를 가질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키오의 눈앞에 펼쳐진 사태는 그 전제에 모순된다. 사용한 전자키가 본래 오이란드로이드의 것이 아닌, 모터 사이클 「아이언 오토메」의 것을 유용했기 때문일까? 맙포 폭동진압 로봇의 IC였기 때문인가? 혹은, 둘 다? 에토코는 안쪽도 바깥쪽도 짜깁기의 산물인 것이다.
“아이에에……아이에에……" 가련한 카키오는 떨면서 머리를 깜싸쥐고 몸을 웅크렸다. "이런 거 싫어…… 싫어어…… 집…… 안 돼…… 집 못가……" 에토코는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자신도 무릎을 굽혀 카키오의 시선 높이에 맞췄다. "다이죠부랍니다. 다이죠부. 카키오=상."
"다이…… 다이죠부……?" "다이죠부랍니다." 에토코는 카키오의 손을 상냥하게 잡고, 일으켰다. "나는 위해를 가하지 않아요." 생긋 웃는다. 그리고 머리 위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가게예요." 가리키며 말한다. 퇴폐 호텔이다. "땀을 흘렸어요. 있지, 어디든 가요. 카라오케? 카페? 아니면 나?"
4
천장의 핑크 등롱이 퇴폐적인 조명을 던지고, 실리콘 관엽식물이 심긴 화분 곁에는 「일기일회」라는 쇼도(서예) 족자가 걸려, 원형의 회전식 더블・베드 위에 나란히 걸터앉은 두 사람의 정욕을 부추긴다. 그러나,깡마른 남자와 요염하게 눈을 내려깐 오이란드로이드는, 그저 그렇게, 수십 분을 앉은 채로 있는 것이었다.
에토코는 TV 모니터의 리모콘에 손을 뻗는다. 노골적인 마이코・포르노 영상이 나와서 카키오가 몸을 떨자, 그녀는 그윽한 공감기능을 살려 채널을 돌렸다. 시시오도시*가 물을 받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바뀌고, 오코토(거문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시오도시(シシオドシ、鹿威し):대나무에 물을 받으면 대나무가 기울어져 물을 쏟고, 돌아와서 통 소리가 나는 정원 장식.
저가격대의 오이란드로이드라면 "도-조, 시테쿠다사이." "치키비, 사왓테네." 따위의 말로 카키오를 조르거나 함으로써 유아를 방불케 하는 그의 정신을 더욱 위축되게 했으리라. 그러나 에토코는 그저, 잠잠히 만족스럽고 상냥한 미소를 띄우며 카키오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시시오도시가 암전하며, 새로운 앰비언트 영상으로 바뀌었다. 별이 쏟아지는 우주…… 궤도상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시점이다. 달은 태양광을 등에 받아 은색의 링이 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아아…… 아아." 카키오는 웃음을 띄우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우주……"
"우주를 좋아하시는군요." 에토코가 말했다. "우, 우주. 예쁘……니까." 카키오는 겸연쩍은 듯이 웃었다. "기계로…… 날아간다…… 너무 예뻐. 테……테크의 은혜... 인간의 테크의 진보에, 붓다가 준 은혜. 별이. 별이 잔뜩." 타이핑을 방불케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수다스럽게 말한다.
"예쁘네요." 에토코는 동의했다. "당신의 방에 잔뜩 있었지요. 로켓의 포스터. 저는 봤어요." "그, 그래." 카키오는 끄덕였다. "궤도상…… 시대는! 궤도 엘리베이터! 이제 곧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연극조로 외치더니 "……에헤헤…… 옛날 광고 비디오…… 골동품이라, 골동품."
"카키오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 골동품. 찬란한 우주시대는 그야말로 과거의 시점에서 영원히 얼어붙은,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폭풍, 쏟아붓는 중금속, 녹과 오염과 네트워크. 사이버네틱스. 괴물을 방불케 하는 시스템. 그것이 미래다. 그 미래가 지금이다.
"기계…… 그러니까, 로켓으로, 우주에, 언젠간 우주에, 언젠간…… 에헤헤……" 카키오는 조금 쓸쓸하게 웃었다. 현실 인식이 매우 떨어지는 그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뉴런에 각인된, 불가능한 전제였다. 에토코는 카키오를 보았다. "그러면, 언젠가는, 같이 갈 수 있겠지요. 데려가주세요. 알았죠?"
카키오는 눈을 크게 뜨고 에토코를 마주보았다. "에……" "같이 가요. 저는, 당신과 친구랍니다." "친구." "그래요." 에토코는 상냥하게 말했다. 무언가 말을 찾는 듯하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우정."
카키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우정." "우정." "우정." 두 사람은 거듭하며 말했다. 에토코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악수예요." "우……" 카키오는 울며 그 손을 마주잡았다. 에토코는 미소지었다. "우정." "우정." "……우정." "우정."
◆◆◆
"에,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아밧-!……" "까고자빠졌넴마-!" "……" "……!" "……" "까고자빠졌넴마-!" 너이쉐끼, 적당히 하라고 말했짐마-! 어떡할 거냠마-!" "죄,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케지메해라!" "아이에에에!" "어떡한다…… 이제 곧 그 사람이... 제기랄…… 시간이....."
◆◆◆
웅덩이를 밟아 물을 튀기며, 카키오와 에토코는 느긋이 귀갓길을 걸었다. 슬슬 해가 저문다. 카키오는 형에게 에토코에 대해 이야기할 심산이었다. 형은 어떻게든 도와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형은 카키오를 지켜주었고, 키워준 것이다. 비탈길을 내려가, 「커브에 주의한다」라고 쓰인 표지판을 왼쪽으로 돈다……
"어라……어라……?" 카키오는 표지판 위에 부착된, 흐릿한 거울을 바라보았다. 개러지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어라……?" 카키오는 몸을 돌려, 모퉁이 너머의 개러지를 주목했다. 역시다. 불타고 있다.
"어, 어라……!?" 카키오는 껑충껑충 달려나갔다. 에토코가 그 뒤를 따라온다. "집……?" 불타고 있다! 개러지가. 그리고 그 앞에 선 트렌치 코트의 사내. 헌팅캡을 눌러쓰고, 옆구리에는 헬히캬쿠 사의 인텔리전트 모터 사이클, 아이언 오토메……!
"어라아!? 어라아!? 집, 집……" 카키오는 당황하며, 트렌치 코트의 사내 옆을 지나가려 했다. 그 멱살을 트렌치 코트의 사내가 잡았다!
"……죽는다." 트렌치 코트의 사내는 카키오를 밀쳤다. "그대는 점주의 동생이었지. 뒤따라가기라도 할 셈인가." 불똥과 검은 연기를 피워올리며 불타오르는 개러지가 열로 부옇게 보인다.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 카키오는 몸을 쥐어짜며 절규했다. "아이에에에에에!"
"그대, 이 바이크에 무언가 했나." 버둥대는 카키오에게 트렌치 코트의 사내가 얼굴을 가까이 댄다. 깊게 눌러 쓴 헌팅캡 아래에는 닌자 두건, 그리고 「忍」「殺」이라 돋을새김된 금속 멘포! 엄격한 눈이 카키오를 응시한다. 무서움!
"카키오=상?" 팔을 휘둘러 불똥을 피하며 에토코가 달려들었다. "카키오=상?" 트렌치 코트의 사내가 그쪽을 보고는,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 때다! "이얏-!"
위다! 날개치는 거대한 그림자와, 그곳에 매달린 닌자가 트렌치 코트의 사내에게 날아차기를 걸었다! "끄악-!?" 예측지 못한 방향에서의 앰부쉬! 사내는 정측면에서 발차기를 목에 맞는다! 비틀거리며 자세를 잡으려 하나, 착지한 닌자는 즉시 파고들어, 공격의 예비동작에 들어가 있다!
"이얏-!" "끄악-!" 몸을 낮추며 내찌른 양 주먹이 트렌치 코트 사내의 양 가슴을 직격! 남자는 구르며 날아가, 땅바닥을 미끄러져 개천에 처박혔다! 닌자는 느긋이 오지기했다. "도-모, 처음뵙겠습니다. 데스나이트입니다." 그 머리 위를, 운반자…… 거대한 바이오 이글이 선회한다!
"그ㄷ……끅…… 으." 트렌치 코트의 사내는 오염수에 허리까지 잠기며,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러나, 안 된다! 그대로 하늘을 위로 하고, 개천 속으로 쓰러진다! "소용없다." 데스나이트는 무자비하게 말한다. "충분한 타격감이 있었다. 왜 그대가 여기에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대로 죽는 것이 좋다. 닌자슬레이어=상."
"아이에에에에! 싫어……!" 카키오는 울며 소리질렀다. 데스나이트가 달려든다! 그리고 카키오의 심장을 노려, 거의 아무렇게나 춉 찌르기를 내지른다! "이얏-!" 카킹!
"……뭣이?" 춉 찌르기를 옆에서 끼여들어 가드한 것은, 에토코였다. "카키오=상. 다이죠부예요." "오이란드로이드가 손을 올리다니." 데스나이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흥. 그곳의 그대가 이 기계의 머리에 장난을 친 것인가." "아이에에에에!"
카킹! 카킹! 에토코가 데스나이트를 향해 허리 회전을 실은 백너클을 날렸다. 무거운 타격이다! 그러나 데스나이트는 흡사 날아오는 자갈을 쳐내듯, 양손의 브레이서와 팔꿈치 부분의 강철 프로텍터로 손쉽게 에토코의 테크노 카라테를 가드해 나간다.
"과연. 인간을 방불케 하지만, 내용물은 모터로 구동하는 기계일 뿐." 데스나이트는 후퇴하며 나직이 말한다. "가드를 계속하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군." "이얏-!" 에토코는 크게 휘두르는 돌려차기로 데스나이트의 두부를 노린다. "이얏-!" 데스나이트는 백플립을 삼연속으로 펼치며 회피, 간격을 두었다.
"카키오=상." 돌아보지 않고 에토코가 말했다. "도망치세요. 저는 이 사람에게 이길 수 없으니까." "에……" "고멘나사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분명 이길 수 없습니다." "같이…… 같이……" 도망칠 수 없습니다. 고멘나사이." 에토코는 상공의 바이오 이글과 전방의 데스나이트를 교차로 주시한다.
"카키오=상." 에토코는 작게 말한다. 불타오르는 개러지의 열이 그 뒷모습을 아지랑이를 방불케 흔들고 있다. "카키오=상, 고마워요. 우정이에요. 저에게 맡겨요. 카키오=상 고마워요.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카키오=상." "가, 같이, 같이……우정……" "이얏-!"
기세를 붙여 크게 휘두르는 테크노 펀치로, 에토코는 데스나이트를 덮친다! "이얏-!" 데스나이트는 테크노 펀치에 엘보우를 맞부딪친다. 파쇄음! 데스나이트의 강철제 팔꿈치 프로텍터가 갈라지고, 에토코의 오른팔도 팔꿈치 아래가 부서져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졌다!
"이얏-!" 고통을 느끼지 않는 오이란드로이드・에토코는 허리를 극한까지 회전시킨 후, 가공할 속도로 레프트 훅을 날린다! "이얏-!" 데스나이트는 백너클을 맞부딪친다. 파쇄음! 브레이서가 깨지고, 동시에 에토코의 왼팔도 팔꿈치 래가 부서져 이상한 방향으로 구부러졌다!
"카키오=상, 저는 괜찮아요." 양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에토코가 상냥하게 말했다. 부러진 팔 너머로 강철의 골격이 노출되어 있다. "아직 다리가 있어요.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가 줘요. 친구예요. 우정." "시, 싫어! 싫어!" 카키오는 울며 소리쳤다.
◆◆◆
닌자슬레이어는 기침하며 피를 토했다. 오염수의 비말이 덧씌워져 토혈을 씻어낸다. 그는 몽롱한 상태로 몇 번이고 일어나려 몸부림을 쳤다. 끈적이는 비말에 더럽혀진 시야가 데스나이트와 오이란드로이드, 그리고 울부짖는 남자를 어렴풋이 포착했다.
공중 앰부쉬에서 이어진 더블・폼・펀치! 믿기 어려운 곡예이다. 늑골이 당했고, 폐에도 대미지가 있다. 먼저는 개천에서 몸을 일으켜, 챠도 호흡을 확보해야……닌자슬레이어는 힘을 쥐어짜 자신의 닌자 내구력을 살리려 했다. 심장이 알람처럼 맥박친다. ……그 닌자는 누구지?
극히 자연스럽게 생각해보면, 지금 이 네오사이타마에 나타난 닌자는 자이바츠・섀도우길드 소속이리라. 라오모토・칸의 사후 거의 동시에 네오사이타마로 침입, 소우카이・신디케이트가 혼란한 틈을 찔러, 긴급체제를 가동할 틈도 주지 않고 한 순간에 그 어둠의 세력도를 덮어쓰기한 닌자 집단……
그들은 어떻게 라오모토의 죽음을 감지했으며, 어떻게 네오사이타마에 나타난 것인가? 그들에 대한 것 대부분이 수수께끼인 상태였다. 그날 밤, 운송업자 데드문에게 구출되어 암의사에게 실려간 닌자슬레이어는, 치료를 받은 뒤 그대로 어둠에 몸을 숨겼다. 그의 귀에 들어온 정보는 한정되어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극히 적은 숫자로, 주군과 식스게이츠를 잃은 소우카이・신디케이트에 토도메(결정타)를 꽂았다는 것…… 흡사 「어부가 카치구미」라는 코토와자다…… 그리고 제압 며칠 후에는 더욱 많은 닌자들을 교토에서 신칸센으로 파견, 사실상 소우카이야의 후계로서 군림한 것이다.
극한상황에 저한 닌자슬레이어의 뉴런은 전격적 속도로 교착하고, 시간이 진흙과 같은 슬로우 모션이 된다. 데스나이트라고 이름을 댄 닌자가 깡마른 남자에게 춉 찌르기를 천천히 내지른다…… 오이란드로이드가 그 앞을 막아서서, 천천히 가드한다…… ""카키오=상"" ""다이죠부예요.""
닌자슬레이어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게……홋……"" 기침하며 피를 토했다. 챠도다. 챠도 호흡을 가다듬자. "스읍---……하아---……"" ""스읍---……하아---……""
닌자슬레이어가 이 바이크 대장간을 다시 찾아온 것은, 아이언 오토메의 UNIX가 IRC 액세스를 인증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복제된 동일 전자 키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네트워크 상에 동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그는 마치노에게 문의 차 개러지에 향했던 것이었다.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불타오르는 개러지와 그 안에서 의자에 묶인 채 무참하게 고문당하고 죽은 마치노의 사체, 그리고 불가해하게도 그 곁에서 세푸쿠하고 카이샤쿠된 드레드헤어의 야쿠자와 클론야쿠자들의 사체였다. 곧이어, 그곳에 오이란드로이드를 대동한, 그 카키오라던가 하는 깡마른 남자가 돌아왔다……
오이란드로이드가 허리를 회전하는 기세를 담은 손등치기를 천천히 휘드르고, 데스나이트가 그것을 천천히 가드한다. 닌자슬레이어의 뉴런은 더욱 가속하여, 거의 시간이 멈춘 듯이 된다. 그 닌자…… 자이바츠…… 그 갑주를 방불케 하는 닌자 장속…… 그 날……
닌자슬레이어…… 후지키도의 기억이 플래시백한다……
"올해도 여기에 와서 다행이야."라고, 기름이 든 카본 냄비를 앞에 두고 조용히 웃는 아내, 후유코. "닌자다-! 닌자다-!" 라고, 의자 위에 미친 듯이 점프하는 어린 토치노키. "이런 이런, 토치노키는 닌자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말하는 후지키도・켄지. "대체 어디에서 닌자 같은 걸 배운 거야?"
틀리다. 조금 뒤다. 후지키도의 뉴런이 불을 뿜었다. 나라쿠・닌자의 굴레가 사라진 것으로, 그의 뼈아픈 기억은 더욱 더, 정교하기 이를 데 없이 재구성된다……
카스미가세키 항쟁의 밤, 마루에 엎드러지고, 등뒤는 테이블에 짓눌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초연(硝煙) 속에서, 이내 가까이에서 들리는 후유코와 토치노키의 울음소리. 걸어가는 다크닌자. 그것을 감지한 닌자가 나직이 말한다. "저것은 다크닌자다. ……불리하군. 물러날 때다." 그 닌자는 물러난다……
괴로워하는 후지키도의 시야에 한 순간, 그 닌자의 그림자가 가로지른다. 관절부가 갑주를 방불케…… 그 모습…… 그 모습은……
그, 모습은!
"이얏-!" 데스나이트의 엘보우가 오이란드로이드의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파괴! "이얏-!" 데스나이트의 백너클이 오이란드로이드의 왼쪽 팔꿈치 아래을 파괴……! "카키오=상. 저는 괜찮아요. 아직 다리가 있어요. 싸울 수 있어요. 그러니까 도망치세요. 친구예요. 우정." "시, 싫어! 싫어! 에토코=상! 싫어!"
"우리, 계속 친구예요." 에토코는 한쪽 다리를 점점 올려, 펑키도와도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파괴된 양팔이 미세하게 방전을 거듭한다. "흥…… 인간을 흉내낸 솜씨가 뛰어나군. 좋은 오이란드로이드다." 데스나이트가 말했다. "이상한 것."
끼룩-! 울음소리가 공중에서 들렸다. 직후! 비스듬히 날아온 바이오 이글이 입에 문 카타나로 에토코의 등을 베어가른다! 앰부쉬를 받은 에토코가 앞으로 고꾸라질 듯 비틀거린다. "카키오=상. 고마워요." 데스나이트는 주 짓수 자세인 채 좁은 보폭의 발놀림으로 접근!
"이얏-!" 데스나이트의 숏 어퍼컷이 에토코의 왼쪽 옆구리에 꽂힌다! 에토코의 몸이 비스듬하게 꺾여, 살짝 떠오른다. 거기에 또다시 일격! "이얏-!" 폼・펀치다! 에토코는 가슴에 강타를 받는다! 충격으로 등이 터져나가고, 에토코는 날아가 땅바닥에 부딪혔다.....!
"아아아아! 아아아악-!" 카키오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절규했다. "아아아악-!" "그 녀석을 해치워, 아야미=상." 데스나이트가 무자비하게 명령한다. "도망하지 못하게 다리를 잘라내자." 카타나를 문 바이오 이글이 재강하한다!
"이얏-!" 그 때다! 탄환을 방불케 하는 세 장의 수리켄이 바이오 이글에게 일직선으로 날아든다! "끼룩-!" 바이오 이글은 피를 흘리며 겨냥을 그르쳐, 땅바닥을 핥는다! 떨어지는 카타나! "뭣이! 아야미=상!?" 데스나이트는 당황했다. 수리켄이 날아온 방향을 본다. 닌자슬레이어!
"네 이놈, 아직도 해볼 셈이냐!" 데스나이트는 격앙했다. "걸레짝이 된 주제에!" "이얏-!" 닌자슬레이어의 양팔이 채찍과 같이 휘며, 두 장의 수리켄을 데스나이트를 겨냥하여 투척! "이얏-!" 데스나이트는 양손의 검지와 중지로 두 장의 수리켄을 집는다! 돌진하는 닌자슬레이어!
"네 이놈! 네 이놈! 네 이놈!" 데스나이트는 수리켄을 되던지려 한다. 허나 늦었다! 닌자슬레이어는 원・인치 거리! "이얏-!" "끄악-!?" 결단적 속도의 춉 찌르기가 데스나이트의 복부에 파고든다!
공격을 받으며, 데스나이트는 양팔 춉을 닌자슬레이어의 양쪽 어께애 내려친다! "이얏-!" "끄악-!" 닌자슬레이어의 몸이 가라앉는다! 데스나이트는 거기에 앞차기를 내지른다! "이얏-!"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간발의 차로, 브릿지에서 백플립을 하여 앞차기를 회피!
"끼룩-! 끼룩-!" 바이오 이글은 울음소리를 올리며, 그러나 재주 좋게 카타나를 부리로 집어올린 뒤 날개짓하여 상공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별 일 없나, 아야미=상!" 데스나이트는 어딘가 공허한 목소리로 바이오 이글을 걱정한다. "용서치 않겠다, 닌자슬레이어=상."
"용서치 않겠다.....?" 닌자슬레이어는 주・짓수를 취한다. "그대를 용서치 않을 자라면 몇 명이고 있겠지. 데스나이트=상." 카키오는 무참히 부서진 에토코의 곁에서 통곡하고 있다. 닌자슬레이어는 그것을 곁눈질했다. "그 이글이 그대의 소중한 것인가. 그렇다면 너의 눈앞에서 찢어발겨, 죽여버리리라."
"……?" 데스나이트는 자신을 향한 격렬한 증오에 다소 곤혹했다. "반은 미친 사내라고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그러나, 나도 이렇게 네놈과 만날 일이 있으면 죽여둘 심산이었다. 언젠가 자이바츠의 장애물이 될 사내여." "……마루노우치・스고이타카이 빌딩." 닌자슬레이어는 말했다.
"마루노우치・스고이타카이 빌딩?" 데스나이트는 따라 말했다. 그리고 곧이어, 소우카이야와의 항쟁을 떠올린다. 라오모토・칸이, 다크닌자가, 식스게이츠가 있었던 소우카이야와의 치열한 항쟁을. 그 때는 아야미가 살아 있었다. "……그 항쟁이냐? 그것이 네놈의 전투 동기인 것이냐?"
"그날, 많은 죄 없는 사람이 죽었다."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삼도・리버에서 그대는 자신의 죄를 알게 되리라. 괴로워하며 죽어라. 죽어서도 괴로워하라. 그날, 나의 망막에 새겨진 것이 그대의 우카츠(불찰)일지니." "……흐흐흐." 데스나이트는 어둡게 웃었다. "네놈이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되어도 좋겠지."
5
"끼룩-!" 상공을 선회하는 바이오 이글이 카타나를 문 채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신호탄이 되었다. "이얏-!" "이얏-! 두 사람의 치사적(致死的) 닌자는 아주 똑같은 타이밍에 스텝・인했다. 닌자슬레이어는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바디 블로, 데스나이트는 두부를 노린 하이킥이다!
""이얏끄악-!"" 두 사람의 타격은 동시에 상대를 맞히고, 날려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공중에서 동시에 3회전하며 동시에 착지, 지면을 차고 다시 스텝・인한다!
"이얏-!" "이얏-!" 데스나이트는 체공시간이 긴 점프에서 돌려차기를 내지른다! 나무삼! 닌자슬레이어는 무릎을 굽힌 슬라이딩으로 그 치사적 타격을 피한 뒤, 그대로 몸을 젖혀, 후방에 남은 데스나이트를 노리고, 슬라이딩하며 수리켄을 던진다! "이얏-!"
투척된 수리켄은 도합 여섯 장. 회피와 공격을 양립시킨 테크니컬한 카라테이다. 데스나이트라도 공격 직후에 바로 뒤에서 날아오는 수리켄을 회피하기란 실제 불가능! 벌써 결판인가! "끼룩-!"
그때였다! 상공에서 일직선으로 활공한 바이오 이글이, 부리로 문 카타나로써 날아드는 수리켄을 전부 튕겨내버렸다. "누우웃!?" 닌자슬레이어는 눈을 의심하면서도, 다음 공격의 준비자세로 들어간다. "앗하하하!" 데스나이트는 공허히 웃더니, 옆돌기해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것이 유대라는 것이다, 닌자슬레이어=상." 데스나이트는 차근차근 간격을 채우며 말했다. "나와 아야미=상은 죽음보다도 깊은 유대로, 잘라내기 어려울 만큼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죽을 수 없다. 알겠나? 나는 죽을 수 없다. 나는 죽을 수 없는 것이다……흐흐흐……"
"동물성애자를 방불케 하는 헛소리를 하이쿠로 삼는 것이 좋다." 닌자슬레이어는 무자비하게 말을 내뱉었다. "죽을 수 없다 하여도, 죽이리라. 그대는 5분 뒤의 공기를 마시지 못하게 될지니." 증오로 불타는 눈이 데스나이트를 주시한다. "닌자에게 죽음을."
"네놈은 실제 꽤나 강하다." 데스나이트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 라오모토・칸이나 어스퀘이크, 비홀더의 숨통을 끊을 정도의 와자마에인가? 이해할 수 없군. 이대로 가면, 네놈은 죽을 것이다." "끼룩-!" 불길한 말에 동의하는 듯이 바이오 이글이 울음소리를 올리고는 상공을 선회한다.
"지금 막, 다 죽은 목숨을 새 나부랭이에게 빌어 살아난 주제에 잘도 지껄이는가." 즉석에서 매도로 응수하여 정신전을 양보하지 않는 닌자슬레이어였으나, 데스나이트의 말은 뼈아팠다. 저 자 정도의 고수가 눈치채지 못할 리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닌자슬레이어를 앞뒤에서 그 부정의 힘으로 지탱해준 나라쿠・닌자는, 지금……
아니! 망설임을 버려라! 그는 자신에게 질문했다. 드래곤=센세이의 인스트럭션을 잊었는가? 나라쿠에게 삼켜지지 말아라! 무엇을 위해 챠도를 단련하고, 주・짓수를 연마하고, 수십만 번의 춉을 뱀부에 새겨넣은 것이냐? 나라쿠・닌자의 지배를 벗어나, 고결한 정신을 양분 삼아 싸우기 위해서이다!
닌자슬레이어는 주・짓수를 취하고, 천천히 간격을 줄여나갔다. 데스나이트 또한 공격 자세인 채, 좁은 보폭으로 닌자슬레이어의 측면을 잡으려 한다. "이얏-!" 데스나이트가 덤빈다! 왼쪽에서 사선으로 내려치는 춉! 그리고 오른쪽에서 사선으로 내려치는 춉! 시간차 춉!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엘보우로 춉을 받아친다! 오른쪽 엘보우! 왼쪽 엘보우! 시간차 엘보우! 그 실력, 길항(拮抗)! 닌자슬레이어는 다음 수를 취하려 한다…… 그 때다! "끼룩-!"
"끄악-!" 닌자슬레이어의 등을, 급강하한 바이오 이글의 카타나가 베어가른다! 순간적인 닌자 반사신경에 의해 치명상은 피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데스나이트와의 격투가 한창이다. 이 무슨 비정한 회피불능 공격! 길항 상태의 실력에 이글을 더하면 데스나이트의 압도적 우위이다!
"누우웃!" 앞으로 비틀거리는 닌자슬레이어의 품으로, 데스나이트가 한 걸음 파고든다. 양팔을 잔뜩 잡아당겨 쇠뇌를 방불케 하듯 뒤로 뺀 주춤서기 자세……위험! 이것은 더블・폼・펀치의 예비동작이다! 데스나이트의 눈이 확정적 살의에 빛난다! "이얏-!"
"끄악-!" ……나, 나무삼! 대미지를 받은 것은 데스나이트다. 이마를 누르며 비틀거리는 데스나이트! 박치기! 뒤에서 베인 닌자슬레이어는 앞으로 비틀거리면서도 머리를 뒤로 젖힌 후, 그대로 박치기를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야모토・마사시가 전술서에 저술한 「고기 자르는 칼로 뼈도 벤다」의 극의가 아닌가!
닌자슬레이어는 데스나이트의 필살의 콤비네이션…… 바이오 이글에 의한 기습공격과, 그것을 기점으로 하여 나오는 폼・펀치를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이글의 기습공격을 감지하고 있었으나, 데스나이트와의 거리에서는 피할 수 없다고 즉석에서 판단하여, 일부러 그 칼날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닌자슬레이어의 타격은 박치기 하나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얏-!" 원・인치 거리로 파고든 닌자슬레이어는 데스나이트의 배에, 왼주먹, 오른주먹을 때려넣었다. 닌자 내구력의 보유자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내장이 파열될 충격에, 데스나이트는 신체를 구부리며 괴로워한다!
"끄악-!" 닌자슬레이어는 춉을 수평하게 잡는다. 데스나이트를 참수하려 하는 것이다! "끼룩-!" 그러나, 위다! 바이오 이글에 의한 인터럽트! 입에 문 카타나로, 도리어 닌자슬레이어를 참수하려 한다!
"아야미=상! 안 돼!" 데스나이트는 그럼에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바이오 이글을 제지하려 소리쳤다. "야메로, 야야미=상!" "끼룩-!" "이얏-!" 끄악-!" 닌자슬레이어는 컴팩트한 발차기를 데스나이트의 오른쪽 무릎에 가해, 그 움직임을 봉한다! 그리고 활공해 오는 바이오 이글을……!
"이얏-!" "끼룩-!" 폼폼・펀치를 방불케 비스듬하게 내찌른 오른손의 춉 찌르기가, 바이오 이글의 몸통을 무자비하게 꿰뚫는다! 깃털이 흩날리고 피가 튄다! 나무아미타불! 이글은 계속해서 입의 카타나로 베어보려 한다. 그러나 닌자슬레이어의 왼손이 난폭한 이글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붙잡았다!
"우워어-!" 데스나이트가 닌자슬레이어에게 태클을 건다! 닌자슬레이어는 바이오 이글의 머리를 그대로 왼손으로 비틀어 꺾으려 했으나, 단념하고는, 그대로 바이오 이글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끼룩-!" 또다시 태클해 오는 데스나이트에게 무릎차기를 건다! "이얏-!"
"이얏-!" 데스나이트의 지극히 예리한 태클은 닌자슬레이어의 무릎차기보다도 빠르다! 무릎은 데스나이트의 안면을 직격, 멘포가 찌그러졌으나, 충분히 기동하지 못한 탓에 위력이 불충분하다. 그대로 품에 파고들어 닌자슬레이어를 밀어눕힌다! 마운트・포지션이다!
"용서치 않겠다, 닌자슬레이어=상." 데스나이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우측 파운드!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왼손으로 가드! 또다시 좌측 파운드!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오른손으로 가드! "이얏-! 이얏-!" 또다시 우측 파운드인 척 좌측 파운드! "끄악-!"
달인적인 페인트다! 닌자슬레이어는 안면에 강렬한 파운드를 받는다! 다시 추격타! 우측 파운드! 우측 파운드! "이얏-!" "끄악-!" 좌측 파운드! "이얏-!" "끄악-!" 닌자슬레이어는 몸을 일으키려고 버둥댄다! 소용없다! 양손을 모은 해머 펀치! "이얏-!" "끄악-!"
"이대로 쳐죽여주마." 데스나이트는 파운드로 닌자슬레이어를 괴롭히며 공허하게 말했다. 몸통을 찔린 바이오 이글은 가까운 지면에서 미약하게 떨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격앙하여 몸을 헛되이 움직이는 일 없이, 어딘가 관객적으로, 담담히 공격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우측 파운드! "이얏-!" 좌측 파운드! "이얏-!" 갑주를 방불케 하는 장갑을 낀 주먹이 가드를 비집고서 몇 번이고 때려박힌다. 닌자슬레이어의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처음 앰부쉬로 받은 대미지의 누적도 상당한 것이다. 챠도 집중이 흐트러지며, 닌자 내구력 및 닌자 회복력이 상실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떠올려라. 떠올려라. 그 날의 일을. 이놈이다. 이놈이, 그렇다. 아무 허물도 없는 후지키도 일가를 하찮은 세력전의 한가운데에 휘말리게 했으며, 생명을 뺴앗고도 태연하게 지내 온 악독한 놈들의 한 조각인 것이다. 그것은 항쟁이었다. 그렇다면, 소우카이야와 전투했던 일파가 있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놈이 그것이다.
그날 후지키도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런데도, 이놈은 어떤가? 바이오 이글 따위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기는! "이얏-!" 좌측 파운드! "누웃-!" 닌자슬레이어는 일부러 멘포로 받는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손목을 잡았다! "이얏-!" 가공할 닌자 악력! 그것은 증오의 힘이다! 데스나이트의 뼈가 삐걱인다!
"아직도 그런 힘을 남기고 있었나, 닌자슬레이어=상." 데스나이트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삐걱……삐걱…… 손목뼈가 삐걱거린다. "하지만, 나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요행으로 이겨 왔을 뿐인 약자여……이얏-!"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집요하게 파운드!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왼손으로 가드!
"이얏-! 이얏-! 이얏-!" 데스나이트는 꼭 쥔 주먹을 위로 올리고, 해머를 방불케 하듯 수직으로 내려친다! 내려친다! 내려친다! 닌자슬레이어는 팔로 얼굴을 감싸 가드하며, 결코 오른손의 악력을 풀지 않는다! 데스나이트는 거듭 내려친다! "이얏-! 이얏-! 이얏-!" 그러나 악력은 풀리지 않는다!
공격을 막으며, 닌자슬레이어는 데스나이트가 내려치는 닌자 브레이서에 장식적으로 각인된 의장을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마름모꼴의 중심이 수직으로 나뉘어 두 개의 삼각형을 만들고, 그 테두리 안에는 극도로 문양을 방불케 하는, 왼쪽에 「罪」, 오른쪽에 「罰」의 문자가 쓰여 있다. "이얏-! 이얏-! 이얏-!" "역시 자이바츠……!"
"이얏-! 이얏-! 이얏-……누웃-!?" 데스나이트는 신음했다. 내려친 오른손마저, 닌자슬레이어가 붙잡은 것이다! 브레이서째로 손목을 꽉 쥐는 닌자슬레이어. 점점, 강철이 변형되어 간다. 이 무슨 닌자 악력! "자이바츠……! 자이바츠・섀도우길드!"
"새삼 무엇을…… 그 말대로다. 나는 죄벌영업조합(罪罰影業組合)…… 이얏-!" 양손을 봉인당한 데스나이트는 힘 주어 닌자슬레이어의 양팔을 열고, 지면에 밀어붙인다. 그리고 박치기! 박치기! 박치기! "이얏-! 이얏-! 이얏-!" "끄악-! 끄악-! 끄악-!"
격렬한 공격이 닌자슬레이어의 두부를 덮친다! 그대로 박치기를 계속 받으면 비록 닌자슬레이어라 해도 두개골이 깨져 뇌장이 튀어나오며, 폭발사산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호기이기도 했다! 박치기에 의해 데스나이트의 중심 컨트롤이 소홀해진 순간을, 닌자슬레이어는 놓치지 않았다!
"이얏-!" "끄악-!?" 고우랑가! 닌자슬레이어는 목과 허리의 힘으로 힘있게 브릿지했다! 로데오를 방불케 하는 반동을 갑자기 받은 데스나이트의 몸이 떠오른다! 그 기세로 닌자슬레이어는 데스나이트의 몸을 거꾸로 처박았다! "끄악-!" 등을 몹시 세게 부딪혀, 폐의 공기가 빠져나간다!
닌자슬레이어는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유감스럽게도 추격타를 가할 여력은 없다. 데스나이트 또한, 기침하며 일어난다. 그리고 지면에서 떠는 바이오 이글을 보았다. 피 웅덩이가 넓어져 간다. "아야미=상." 그는 바이오 이글이 뱉어낸 카타나를 손에 들었다. "편히 잠들어라." "끼룩-!"
데스나이트가 치명상을 입어 괴로워하는 바이오 이글을 카타나로 카이샤쿠하는 모습을, 닌자슬레이어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데스나이트는 카타나를 잡고 닌자슬레이어에게 똑바로 가리켰다. "아야미=상은 나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미 죽었다." "……" "네놈은 나를 죽일 수 있겠나? 닌자슬레이어=상."
"죽인다." 닌자슬레이어는 즉답했다. 그는 불타는 개러지를 등진 데스나이트의 찌그러진 브레이서를 아직도 주시한다. 그곳에 새겨진 자이바츠의 문장. 옆으로 돌린 눈이 마름모꼴을 좌우로 가르는 섬뜩한 문장을. "하나 묻지. 그대는 어째서 무고한 대장장이를 죽이고, 불을 지른 것이냐." "흐흐흐…… 하찮은 나날의 거품……"
데스나이트는 엎드러진 오이란드로이드를 냉혹하게 힐끔 보더니, 카타나로 가리킨다. 카키오는 돌이 된 듯이 그 곁에 앉아 있다. "저 잡동사니를 이 세상에서 없앨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기계란 가련한 존재다. 죽는 것만으로는 망각이 찾아오지 않으니까." "……"
"그 점에서, 네놈도 나도, 죽으면 잊을 수 있겠지." 카타나를 닌자슬레이어에게 향하며, 어둡게 웃는다. "모두 잊을 수 있을 것이다." "……" 데스나이트는 허리를 숙이고, 이아이(거합)를 방불케 자세를 잡았다. "흐흐흐…… 죽음은 감미……" "이얏-!" 남은 힘을 쥐어짜서, 닌자슬레이어는 날아들었다!
"카키오=상." 오이란드로이드가 갑자기 속삭였다. 카키오는 깜짝 놀라, 반파된 에토코를 들여다보았다. "사, 살아 있어? 살아있어? 다이죠부……?" 모터 기동음이 낮게 울리며, 에토코는 머리를 작게 일으키고 눈을 떴다. "카키오=상. 어떻게든 다이죠부랍니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에……"
"저 사람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저 사람의 이야기에서, 조금 알았습니다. 저 사람이 당신의 집에 불을 질렀어요." 에토코는 관절을 삐걱이며, 어색하게 일어났다. 불똥이 바람을 타고 난무한다. 「불조심! 불조심!」 이라는 사이렌 합성음성이 멀리에서 들린다. 소방대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열풍으로 에토코의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터진 등 가운데의 카본 피부의 갈라진 틈에서는 파괴된 기계가 엿보이고, 스파크가 튀는 부분도 있다. "저 사람이 카키오=상에게 좋지 않은 짓을 했던 것은, 나의 기억 탓이었어요." "에……" "그것을 알았으니, 이제 다이죠부예요. 카키오=상." 에토코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이제 다이죠부예요." 에토코는 거듭 말했다. "나는 너무 기뻐요, 카키오=상. 정말로 고마워요." "에……에토……" 에토코는 카키오로부터 눈을 떼고, 카타나를 쥐고 이아이 자세를 취한 데스나이트와, 뛰어드는 닌자슬레이어를 보았다……
"이얏-!" 지면을 찬 닌자슬레이어를, 데스나이트의 시선이 트레이스한다. 발끝이 자갈밭 속으로 박히고, 카타나를 잡은 팔에 밧줄 같은 근육이 떠오른다. 극도의 집중에 의해, 주변의 경치, 불타는 개러지나 오염된 개천은 시야에서 날아가고,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암흑 우주가 일어난다.
용이한 궤도다. 말하자면 이것은, 이아이 수련에서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수박을 공중에서 두동강 내는 것과도 같다. 닌자슬레이어의 패배로다. 도약을 선택한 그 순간, 이 적은 데스나이트의 손 안에 떨어진 것이다! 뉴런이 번개를 방불케 가속하고, 마치 진흙 안을 헤엄치는 듯한 감각이 덮쳐 온다.
이로써, 이 이쿠사 배틀도 데스나이트가 살아남으리라. 여기까지 몇 명의 적을 죽여왔을까? 살아남은 것은 그에게 어떤 기쁨도 선사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죽을 뻔한 것에 낙담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좋은 일인 것이다. 아야미=상은 이미 죽었고, 완전한 이별이 찾아왔다. 그것조차도 그는 플랫(flat)한 정신으로 꼭꼭 씹어 음미했다.
「아야미=상」을 카이샤쿠하는 순간 카타나를 통해 전해져 온 것은, 바이오 근섬유를 절단하는 감촉, 미지근한 피의 흐름, 그리고 유기물 바디에 감싸인 광섬유……그가 그 사츠바츠한 삶의 안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존재, 아야미=상의 유해에서, 일찍히 유일하게 빼낼 수 있었던 파츠.
뜻하지 않게 공격해온 오이란드로이드에게 폼・펀치를 꽂아넣어 파괴한 그 순간, 그가 아야미=상을 떠올리지 않기라도 했는가? 아니, 애당초, 그 쓸모없는 야쿠자들을 써서 놀잇배를 덮친 것은 어째서인가? 그가 직접 손을 더럽혔으면, 처음부터 이런 귀찮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데스나이트는 자조했다. 미친듯이 도망쳤음에도, 겁 많은 감상…… 아야미=상의 유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것을 새삼스럽게 자각했기 때문이다. 사츠바츠한 삶의 안에서 유일하게 사랑했던, 그 오이란드로이드. 인간의 감정의 기제를 학습하여, 마치 인간을 방불케 희노애락을 표현해보인 마성의 인형을 향한 사랑과 공포……
닌자슬레이어가 도약한 신체는 나선 회전하며 기울어져, 이윽고 지면과 수평하게 되었다. 그곳에 데스나이트의 카타나를 든 손이 뻗는다. 닌자슬레이어가 나선 회전한다. 데스나이트의 카타나를 든 손이 뻗는다. ……같잖은 자문자답을 하고 말았다. 이래선 마치 주마등・리콜이 아닌가.
데스나이트의 카타나가, 공중에서 수평하게 나선 회전하는 닌자슬레이어의 신체를 포착한다…… 잡으려 한다. ""이얏-!""
카킹--! 카타나가 닌자슬레이어의 춉을 맞고, 도중에 부러졌다! 엉뚱한 방향으로 칼날이 날아간다! 나선 회전의 기세를 실은 닌자슬레이어의 춉은, 처음부터 데스나이트의 카타나의 측면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카 같은-!?"
카타나를 파괴할 정도로 격렬한 춉의 충격은 도신을 통해 데스나이트의 손목에 흘러든다. 바로 조금 전, 만력쇄를 방불케 하는 힘으로, 뼈가 삐걱거릴만큼 쥐였던 손목에! "끄악-!" 데스나이트는 카타나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나선 회전하는 닌자슬레이어의 날아드는 발이 있었다! "이얏-!"
닌자슬레이어의 발등이 데스나이트의 이마를 정면에서 똑바로 때린다! "끄아아아아아악-!" 데스나이트의 이마, 두개골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가, 손쉽게 산산히 분쇄되었다! 데스나이트는 이마를 감싼다. 손가락의 틈에서 미지근한 피가 철철 흐른다!
"아밧-!" 데스나이트는 괴로워하며, 헛발을 디뎠다. 나무아미타불! 피뿐이 아니다! 흐르는 것은 데스나이트의 뇌수! 즉 인격! 기억! 닌자슬레이어는 유려하게 착지를 끝마쳤다. 그리고 마무리의 심장 적출을 행하기 위해, 춉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하이쿠를 읊어라! 데스나이트=상!" "아밧-!"
그 때다! 끼여든 오이란드로이드가, 비틀거리는 데스나이트의 숨통을 쥐고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가! "아밧-! 끄악-!" "미안해요, 닌자슬레이어=상." 오이란드로이드는 닌자슬레이어를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신비적으로 미소지었다. 그 등에서는 스파크를 튀기고 있다. "전부 끝내겠습니다."
"……" "이 사람은 혼자가 아니지요? 나의 기억은 계속 노려질 거예요. 내가 나로 있는 한. 나로선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알겠어요." 오이란드로이드는 데스나이트를 들어올린 채로 말했다. 그리고, 한 걸음, 다시 한 걸음, 힘들게 걸어나간다. 그 걸음이 향하는 곳에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계속 불타오르는 개러지가 있다.
"싫어! 싫어! 아악-!" 카키오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땅바닥에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에토코는 위태롭게, 하지만 착실하게 걷는다. 의식이 몽롱해진 데스나이트가 헛소리를 중얼댄다. "아야미=상……아야미=상……아밧……아밧……" 에토코는 대답했다. "저는 에토코예요. 처음 정한 이름은 바꿀 수 없습니다."
"에토코=상! 에토…… 에토코=상!" 카키오가 절규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에토코는 걸음을 나아간다. 올라가는 불똥이 에토코와 이미 삼도・리버가 아른거리고 있을 데스나이트를 새빨갛게 물들인다. 에토코는 카키오의 목소리에 발을 멈추고, 그쪽을 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게 해주세요." 에토코는 미소지으며, "정말로 고마워요. 저는 너무도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이란드로이드예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고마워요. 당신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싫어……" 카키오=상, 다시 저를 만들어주세요. 저는, 안녕."
출입구에서 화염이 분출하여, 이미 죽어 축 늘어진 데스나이트와, 그를 들어올린 에토코를 마중한다. 에토코는 조금도 주저없이, 불꽃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들어가,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닌자슬레이어는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카키오는 오열하며 양손으로 자갈을 쥐었다.
쿠웅! 수 초 후, 개러지는 재차 폭발하여, 한층 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오렌지 빛이 닌자슬레이어와 카키오의 윤곽을, 달궈진 석탄을 방불케 하듯 비춘다. 수 초 후, 또다시 폭발! 「불조심!」 「불조심!」 소방대 차량의 경고음성이 점점 다가온다.
닌자슬레이어는 주저앉은 카키오의 옆을 지나가는 순간, 한 번 멈춰섰다. 그리고는 카키오를 보았다. 카키오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떨며, 불타오르는 개러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그는 이 날,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몇 분 있으면 소방대와 맙포가 도착하겠지." 닌자슬레이어는 말했다. 카키오는 일순간 닌자슬레이어를 올려보았다. 곧 시선이 불타는 개러지로 돌아왔다. 닌자슬레이어는 그대로 그의 옆을 지나갔다. 세워 둔 아이언 오토메에 맡겼던 키를 돌린다.
"헬로 월드. 아이언 오토메, 입니다." 1200cc 인텔리전트 모터 사이클은 인디케이터에 「어른 여자」의 문자 로고를 표시하며, 상투적인 합성음성으로 아이사츠했다. 「온라인 인증됨. 레디- 고-.」 부우우웅! 부우우웅! 난폭한 엔진이 울음소리를 올린다.
닌자슬레이어는 다시 한 번 카키오를 힐끔 바라보았다. 눈을 가늘게 뜬다. 이 다음 어떻게 될 것인가? 불타는 개러지를 힘없이 계속 바라보는 그는...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리라. 그러나, 상관할 이유도 없다. 이런 정도의 사건은, 네오사이타마에서는 다반・인시던트에 지나지 않는다.
소방대와 맙포가 도착하려 한다. 수하라도 당하면 귀찮아진다. 닌자슬레이어는 아이언 오토메를 발진시킨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 당시의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강철의 모터 사이클은 검은 연기와 불덩이를 뒤에 남기고 비탈길을 달려 오르더니, 그대로 금 간 도로를 드리프트하며, 순식간에 떠나갔다.
【머메이드・프롬・블랙・워터】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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