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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눈 · 닌자 · 노마드】

この記事は【ハイヌーン・ニンジャ・ノーマッド】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전편


 정오. 닌자. 떠돌이.

 이정표 너머 소나무 숲속에서 쓰러진 패전 무사를 발견한 마을 사람 유후코는 가지고 있던 주먹밥을 건네주고 짚을 덮어준 뒤 마을로 돌아왔다. "해가 지면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 견뎌주시어요." 라는 말을 남기고.

 집이 있는 역참 거리, 오미노로시는 그 곳에서 걸어서 몇 분 정도. 코앞이었다. 이제와서 유후코는 처음으로 자신이 한 행동이 두려워졌다. 패전 무사를 숨겨준 것이 알려지면 곧 죽을 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미노로시 입구에 노인이 서서, 정말로 보이는 건지 어쩐지도 알 수 없는 희뿌연 눈으로 여느 때처럼 그녀의 가슴팍 등을 힐끔힐끔 관찰했다. 유후코는 두 손에 땀을 쥐고서 서쪽 직인 거리로 향했다. 도중에 또 다시 의심하는 것 같은 시선이 둘, 셋. 술집이나 여러 명이 살 수 있게 길게 지은 집의 어둠 속에서 날아든다. 괜찮다, 늘 있는 일이라며 자신에게 말하며 유후코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한때 나그네로 붐볐던 대로도 지금은 한산하고, 메마른 수송나물이 모래 섞인 바람에 휘날려 굴러다닐 따름. 역참 거리 오미노로시의 공기는 무겁게 고여 있었다. 5년 전의 은맥 광산 고갈. 게다가 새로운 역참이 해안가를 따라 들어서서 더 이상 찾아오는 이도 없다. 그렇다고 떠나는 자도 없다. 남아있는 자는 삼백 하고도 조금 더.

 어째서 마을을 버리고 이주하지 않는가. 지방의 대관이 은맥 광산의 재개발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만 참고 견디고 있으면 다시 이 마을이 북적거리게 됐을 때에 고생 없이 큰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년일지. 5년 후일지. 혹은 영원히 오지 않을 날인지. 일자리를 잃은 마을 사람들의 대다수는 대관의 명령에 따라 조잡한 땅에 양귀비를 길러 입에 풀칠을 할 따름.

 유후코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숨을 내쉰 뒤, 이로리* 앞에 정좌했다. 그리고 선향을 피우고 불단에 올려진 위패 앞에 손을 모았다.
* 일본의 농가에서 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내서 그 자리에 불을 땔 수 있게 만든 장치


 해질녘. 해골 같은 보름달 아래, 유후코는 등불도 없이 패전 무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가도에 인기척은 없었다. 방울벌레가 우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패전 무사는 아직 그곳에 있을까. 아직 살아 있을까.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가서 암흑 속 소나무숲을 들여다 보았다.

"사무라이님, 이제 괜찮습니다."

 유후코가 부르자, 짚 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파삭파삭 짚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누웃-......" 패전 무사는 너덜너덜한 칼을 땅에 꽂아 그것을 지팡이 대신으로 삼아서 일어났다. 숨을 헐떡이고 고통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면목이 없소이다."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유후코 쪽으로 걸어갔다.

 순간 패전 무사의 두 눈이 피처럼 붉게 빛난 것만 같아서 유후코는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인 듯했다. 달빛에 비친 패전 무사의 창백한 얼굴은 역시나 근심의 빛을 띤 올곧기 그지 없는 사무라이의 것으로, 그러면서도 어쩐지 무언가 하나의 신념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려는 것만 같은 위태로운 기색을 띠고 있다. 어딘가 죽은 남편과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유후코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투구는 없다. 피가 엉겨 붙은 짧은 머리. 얼굴 한쪽에는 핏자국. 마구 자란 수염은 없다. 갑옷은 상처투성이. 발은 짚신. 낯선 깃발. 어느 영지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다. 머나먼 나라에서 온 것이겠지. "집까지 모시겠습니다, 약과 잠자리가 있어요." 라 유후코가 다부지게 말했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패전 무사는 짧은 고민 끝에 다시 예를 표했다. "면목이 없소이다." 라고. 그는 의식이 몽롱한 듯하고, 그 발걸음은 불안했다. 그 고민에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매우 미심쩍었다.

 유후코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깨를 부축하며 걸었다. 패전 무사의 몸은 열기를 띠고 있어서 뜨거웠고, 강철과 유황의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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