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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제3화【선즈・오브・케오스】

この記事はS1第3話【サンズ・オブ・ケオス】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번역자:NJSK본 기사는 DCinside의 해당 에피소드 번역글을 기초로 번역자의 허가를 받아 PLUS판에서 가필수정된 부분의 반영 및 최소한의 검수를 거쳐 작성되었습니다.

총합목차

"오우, 갓."
"사츠가이는 어디에 있나." "기다려, 서두르는 건 금물이야."
"네놈을 죽이겠다." "누가 사주했나." "나 자신……!"
"멍청한 놈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서니까 그 꼴이지. 아무래도 좋다만."
"네놈……끄악-!" "놓치지 않겠다!"
"가봐. 시험이잖아."
"피, 피자 먹어! 따끈따끈한 거!"
"스시를 내놔."




1

 비명을 크게 지르는 히로인의 입에 거칠게 재갈을 물리며, 사악한 흰 줄무늬 슈트를 입은 갱이 위협했다. "코코마데, 야메테다제*여기까지, 종점입니다이다!" 그러나, 로베르트・스톰드래곤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쿵푸를 취하며 상반신을 벗은 채 종종걸음으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답했다. "오마에타치모나*너희들도 입니다!"전투가 시작된다!


*원문에서 「서양의 고전 B급 영화의 오리엔탈리즘(일뽕) 넘치는 엉터리 일본어」가 컨셉인 엉터리 가타카나 문장이 남발되었음.

"하이얏-!" 로베르트가 외쳤다. 덤벼드는 갱들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의 재빠른 쿵푸 무브에 원주형으로 쳐날려졌다. "후-욱!" 그리고 다시 외친다. "……돈나니모, 낫치마우제!어떻게든, 돼버린다요!" 갱의 두목이 썸즈 다운 사인으로 이에 답하자, 검은 장속의 닌자들이 리무진을 뛰어넘으며 나타나 회전하며 착지하고, 그대로 다시 튀어오르며 덤벼들었다.

 닌자는 카타나와 쇠사슬로 무장하고 있다. 무서움! 하지만 로베르트는 도발적으로 손짓했다. 닌자는 말없이 땅을 박찼다, 그는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전사인 것이다. 하지만! "하이얏-! 하이, 하이얏-!" 로베르트의 로우킥, 돌려차기, 서밍, 원・인치 펀치의 연속 타격이 닌자마저 쳐부순다!

"자마아미치마에!꼴 좋게 되는!" 갱 두목이 욕설을 퍼부으며, 해골 마크의 병을 로베르트의 발치에 내던졌다. "끄악-!" 자욱한 유독가스! 갱 두목은 재빨리 가스마스크를 썼다. "난다코레와! 요쿠미에나이!뭐야 이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로베르트의 실루엣이 몸부림쳤다. 갱 두목은 크게 웃으며, 총을 겨눈다……하지만! "하이얏-!" "끄악-!"

 얏타! 이것이 로베르트의 심안 살법이다. 그는 눈을 감고 있어도 기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 멋지게 갱 두목의 머리에 날아차기를 명중시킨것이다. 멀리 날아가는 갱 두목,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히로인, 로베르트의 썸즈업이 슬로우 모션으로 흐르고, 「THE END 終劇종극」의 자막이 떠오르며 암전했다. 깔끔한 엔딩이다.

 ……"얏타-!" 코토부키는 주먹을 번쩍 쳐들고, 소파에서 살짝 튀어올라 그대로 쿵, 하고 착지했다. 화면에선 스탭롤이 흐르고, VHS의 재생 노이즈가 상하로 시끄럽게 울린다. 그녀는 자리 옆의 과자 쟁반을 뒤적였다. 딱 하나 남아있었다. "…….."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아쉬워하며 이를 먹었다. 이윽고 비디오가 끝났다.

 지지직-. 기계음이 울리고, 텔레비전 모니터 아래의 구식 덱으로부터 비디오 테이프가 빠져나왔다. 라벨에는 「NINJA STARBLOOD」라는 타이틀이. 50년도 더 이전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일본 컨셉의 쿵푸 영화이다. "……하아. 끝나버렸네요." 코토부키는 혼잣말하며 일어섰다.

 그녀는 넓은 방을 돌아보고, 벽 쪽에 한가득히 진열된 골동품 비디오들의 라벨을 훑어봤다. 그것들은 전부 전자 전쟁 이전에 제작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아카이브 하는 일도 없었던 그라인드・하우스* 영화, 몬도** 영화, 쿵푸 영화들이다. 코토부키는 테이프를 집어들고, 신묘한 표정으로 그것을 선반에 다시 넣었다. "이것으로 완료입니다."


*그라운드 하우스: 70년대쯤 미국에서 상영하던 싸구려 아류작 필름.
**몬도: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주제, 영상, 상황을 다큐멘터리 컨셉으로 촬영한 B급 영화 장르.

 비디오는 전부 봐 버렸다. 과자도 전부 먹어치웠다. 마침내 여행을 떠날 때가 왔다고 할수 있으리라. 코토부키는 옷장에서 아오자이를 꺼내, 단정하게 갈아입었다. 정장으로 삼을 생각이다. 그녀는 몸거울 앞에 서서 연한 오렌지색 머리를 빗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지었다. 아름답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알 수 있다. 눈동자 안의 각인……



【선즈・오브・케오스】 


*케오스(ケオス):Chaos(카오스 혹은 케이어스)의 인살어. 


(남겨라! 아유미를 죽인 닌자의 발자취를!) (아바바밧-!) 나하트로닌은 검붉은 불을 토하며 경련했다. (사츠가이……네놈은 사츠가이를……아밧, 하하하, 죽일……죽일 수 있다고……생각하는 거냐……가소로운……아밧-!) (그래. 난 사츠가이를 죽일 거다. 반드시.) (가능할 것 같은가……놈은 신이나 다름없다……)

(네놈의 견해 따윈 관심없다. 말해라. 네놈들을 이어주는 고리가 있을 터다.) (……나는…….혼자다……아밧-!) (사츠가이에게서 힘을 받은 닌자의 이름을 나에게 말해라.) (……네놈은 반드시 죽게 되겠지……꼴사납게 말이다……하지만, 뭐, 좋다……) 불타서 무너져가면서, 나하트로닌은 중얼거렸다. (……메이레인……!)

"메이레인!" 마스라다는 용수철을 방불케 하듯 벌떡 일어나, 출입구에서 일렁이는 실루엣을 노려봤다. 사츠가이! "이얏-!" "아이에에에에!" KRAAAASH! 마스라다의 오른팔은 타키의 열굴 옆의 벽에 첫째 관절까지 박혔다. "아……아이에에에에……." 타키는 벽에 기대며 흘러내렸다. "거,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 마스라다는 타키를 내려다보고 혀를 차며, 벽에서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손을 응시하면서, 현재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군데군데 찢어진 티셔츠와 쭈글쭈글한 카고 팬츠다. 장속이 사라져 있다. 마스라다는 몇 발짝 물러서며, 자신의 뺨을 만졌다. 타키는 눈을 감고, 소리질렀다. "난 못 봤어! 니 맨얼굴 같은 거 몰라!"

"아무래도 좋아." 마스라다는 차갑게 말했다. 이전까지 누워있었던 널마루 바닥을 돌아본다. 후톤 이불도 뭣도 없는, 그냥 물건 두는 방이다. 타키는 신음했다. "망할, 벽의 수리비를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튼 하룻밤 재워주고 먹여줬으니 고맙다고라도 말해야 할 일 아니냐?" "나는 왜?" "아니, 처 쓰러졌으니까 일단 방치…….가 아니라, 병수발 해준 거야."

 마스라다는 또 혀를 찼다. 타키가 주뼛주뼛 눈을 뜨자, 청년의 발밑에서 피어오른 검붉은 불꽃이 그 몸을 덮어, 예의 검붉은 장속을 몇 초 만에 생성해 갔다. "너, 인간 맞지?"타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스라다의 손에는 멘포까지 생겨나 있었다. 「忍」「殺」. 그것을 무자비하게 장착한다 "아닐지도 모르지."

"알고 있어. 니가 내 사신이 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 어. 뭐, 그게……그런 거래였으니까…….그래서, 누구였더라, 메이레인. 어. 맞지? 네 다음 타겟……조사해 줄게, 적극적이지? 나." "언제 너에게 말했지?" "아니, 방금 니가 소리질렀잖아. 저 멀리서도 들리더구만."

 …….5분 후, 그들은 지하 4층의 UNIX실에 있었다.

 형광색의 모니터 반사광을 받으면서 키를 타이핑하는 타키의 바로 뒤에서, 닌자슬레이어가 팔짱을 끼고 노려보고 있다. 타키가 투덜거린다. "불편하단 말이지. 정보상에게는 정보상의 영역이라는 게 말이다," "나하트로닌이 나를 죽이고, 뒤탈 없이 문제해결……이었던가?"

"……홋!" "'손자(孫子)'." "호, 호-우!" 타키는 어깨를 으쓱이려다가, 옆에 놓인 사무라이・피규어를 쓰러뜨렸다. "뭐야 너. 그게 내 진심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것보다 듣고 있었던 거냐? 좀 봐줘. 핫한 여자 앞에서 무자비한 쿨가이처럼 굴며 폼잡고 싶을 때가 종종 생기는 법이잖아? 그런 이야기였다구."

"시작해라." "알았다니까! 이 나의 재빠른 솜씨를 똑똑히 봐 두라고. 너 말야, 나와 만난 걸 붓다나 오딘에게 감사……" "얼어죽을 디지털・오딘 이야긴 두번 다시 꺼내지 마." "좋아, 간다!" 타키는 의자를 끌어당기고 타이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모니터 상에 와이어 프레임이나 IRC 사이트 창이 날아다닌다.

"메이레인……어디서 들어봤다는 느낌은 들어." 타키가 쓰고 있는 UNIX 작업용 컬러 글래스에 화면이 바쁘게 바뀌는 빛이 혜성을 방불케 하듯 마구 지나갔다. "니가 뭘 하던 녀석인지는 모르고, 알아볼 생각도 없다만, 그다지 자세하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지! 그렇지? 비밀의 암흑 사회에는 말야, 어느 정도나 알고있냐?" "그래, 자세하지 않아."

"……" 타키는 닌자슬레이어를 돌아보고,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뭐, 추궁할 생각은 없다고." 이윽고, IRC트리의 가지의 잔가지의 잔가지 앞, 그럴싸한 정보 집적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선즈・오브……들어본 적 없는데." 타키는 미간을 찌푸렸다. "선즈・오브・케오스……아, 기다려 봐, 역시 이건 중지다. 포기하자."

"뭐라고?" "아니, 절대로 야바이니까. 절대 안 돼." 타키는 고개를 저었다. 화면에선 「메이레인 : 닌자」 라는 이름에 달려있는 「선즈・오브・케오스」라는 수수께끼를 방불케 하는 주석이 부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키가 특히 주의를……그리고 공포감을 보이고 있는 대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닌자 : 소우카이・신디케이트」.

 크로스・카타나의 엠블럼이 클로즈업되자, 타키는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저기 말야, 이 네오사이타마에는 알다시피 세계 각국의 썩을 기업이 끼어들어 시노기를 깎아 처먹고 있지만, 실제로 도시의 뒷골목을 카라테로 휘어잡고 있는 건 소우카이・신디케이트야. 다들 여기랑은 좋게 좋게 가고 있지. 기업도, 야쿠자클랜도."

 타키는 단말기를 가리켰다. "나도 갖고 있어. 소우카이야와 이어진 핫라인을. 왠지 연락은 안 되지만." "……" "두목인 라오모토・치바는 면도날처럼 지성이 날카로운 젊은 제왕, 부하는 닌자들로 우글거리고, 특히 야바이한 여섯 명이『식스・게이츠』야. 인육 스시를 먹으며 원기를 북돋운다고 하던데. 공포 그 자체지."

"그런 패거리에게 흥미는 없어." 닌자슬레이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메이레인은 죽인다. 그리고 사츠가이의 정보를 끌어낸다." "댐(damn)-! 바카!" 타키의 머리에 열이 확 올랐다. "그게 바로 소우카이야와 척을 지겠다는 소리잖아! 놈들에게 찍히기라도 하면……" "그렇게 되면 소우카이야도 식스게이츠도 적이다. 죽일 뿐이다."

"관둬."타키는 닌자슬레이어를 봤다. 닌자슬레이어가 돌아봤다. 냉철한 눈이었다. 냉철함 속에, 흘러넘치기 직전의 억눌린 격정이 있었다. "야, 생각해 봐. 너뿐이면 나도 알 바 아니지만, 혹 나까지 엮이게 되면……" "내 알바 아니다." 사신이 말했다. "우린 거래를 했을텐데, 타키=상." 

"놈들은 닌자 전사라고." "나는 닌자를 죽일 힘을 얻었다." "으으음" 타키는 신음했다. 이래선 입씨름이다. 그리고 이 남자는 진심이다. 확실히 이 남자는 강하다. 나하트로닌도 죽였다. 하지만…… "으으음" 그건 그렇고, 사츠가인지 뭔지 하는 자식은 대체 이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완전히 민폐라고. 타키의 뉴런은 고속회전했다.

"알았어." 타키는 이어서 말했다. "너는 메이레인을 끝장내고, 사츠가이의 정보를 얻는다, 또한, 소우카이・신디케이트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 무언가 말하려는 닌자슬레이어를 제지하며, 손짓을 섞었다. "이 두가지 요소를 양립시키는 것이 현 시점에선 베스트!" "뭐라고?" "즉, 이거다. 죽이고, 시치미 뗀다."

 닌자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릴……" "그러니까! 사츠가이와 관계 없는 녀석들과 크게 한 판 뜨고 앉았다간, 너, 몇십 년이 지나도 그 자식에게 도달 못하지 않겠냐? 어?" 타키는 불타는 차륜이 가속하는 형용을 방불케 하듯 점점 더 가열찬 목소리로 말했다. "조직에 절대 들키지 마. 메이레인은 개똥 말단 나부랭이야. 그러니 이번엔 진심으로, 떼어 놓은 다음에 처리하라고!"

 눈앞의 이 사신은, 사츠가이와 그에 연관된 닌자들에게, 좁고 깊게, 미친 듯이, 그리고 결단적으로 초점을 좁히고 있다. 거기에 비집고 들어가야만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알았냐! 확실하게 하는 거야! 나에게 작전 타임을 주라고!" 타키는 이상 흥분상태에서 소리쳤다. 리리링. 인터폰이 울렸다. "스시도 왔구만!"


◆◆◆


 도옹…….크로스・카타나가 그려진 징이 울렸다. 사방에 카도마츠*가 장식되어 있고, 중앙의 검은 대리석 탁자에는 국화 꽃꽂이가 장식되어 있다. 남쪽 벽은 투명했는데 폭포처럼 물이 흐르고 유리 안쪽에서는 교성을 지르며 노는 오이란들의 모습이 배어나왔다. 긴장한 표정으로 줄 지어 앉은 기업 중역들은 진땀을 흘리며 상석의 사내를 보았다.


*카도마츠(カトマス, 門松):새해 문앞에 세우는 장식 소나무. 닌자슬레이어에서는 절기에 무관하게 장식으로 자주 나타난다.

 상석의 가죽 씌운 야쿠자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내는,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보랏빛의 쓰리피스 슈트를 입은, 위엄 있는 청년 야쿠자다. 어깨까지 오는 긴 은발을 뒤로 넘겨올렸으며, 카타나처럼 날카롭고 혹독한 눈매. 발밑에서 그를 시중드는 미약을 방불케 하는 여닌자가 시가에 불을 붙여주자, 천장에 보랏빛 연기를 뿜으면서, 기업 중역들에겐 시선조차 돌려주지 않는다.

 가죽 씌운 야쿠자 소파 옆에는 보디가드인 듯한 닌자가 미동조차 없이 곧게 서 있다. 폭력을 사람의 형상으로 빚어놓은 듯한 닌자였다. 미처 다 숨기지 못할 정도의 터질 듯한 근육에는 무수한 흉터가 훈장을 방불케 하듯 새겨져 있었다.  대체 어느 정도의 카라테의 소유자일까. 하지만 그 역시, 이 청년에게 죽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즉시 그 자리에서 기꺼이 죽음을 택하리라.

 오오, 연령 이십 중반을 앞둔, 자신의 냉혹함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이 사내야말로, 라오모토・치바……혼돈 끝에 나락에 빠졌던 네오사이타마를 구해낸 영웅임과 동시에, 비닌자이면서도 무시무시한 닌자 전사들을 부리는 제왕. 어둠의 야쿠자 집단「소우카이・신디케이트」의 젊은 오야붕이었다!

 "즉, 저희 회사인 지바타메・엔터프라이즈가 말입니다." 좌측의 기업 중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문을 열었다. "애초에 제너레이터의 권리를 취득하고 있었다 이말입니다. 그런데 이 쿠로사마・테크니코는 영락없는 하이에나예요. 저희 회사의 신용도가 떨어졌다는 소문이 시장에 흐르게 되자마자 마침 잘 됐다는 듯이, 권리를 가로채려……"

"아니야!" 우측의 기업 중역이 이에 질세라 소리를 질렀다. "제너레이터의 권리를 경매로 취득한 건 우리 회사다!" 쿠로사마 사원은 마키모노를 펼쳐 권리서를 꺼냈다. 지바타메 사의 중역의 눈이 휘동그레졌다. "권리서라고? 거짓말이야." "전 권리자의 도장도 당연히 찍혀 있다." 그는 도전적으로 웃으며, 권리서의 도장을 가리켰다. 치바의 눈썹이 움직였다.

"우리에게도 있다!" 지바타메 사의 중역은 허리를 폈다. "지금 당장 지참하고 있지는 않다만……" "없으면 없다고 해라, 바카 놈이! 되는 대로 지껄이지 마!" 쿠로사마 사의 임원이 매도했다. 그리고 치바에게 의기양양한 태도로 장담했다. "직접 손에 쥐고 보셔도 됩니다! 권리서는 여기에!" "우리 쪽에도 있어!" 라는 지바타메 사.

"우리 회사의 것이 진짜고, 그쪽은 위조품이다! 그 가짜를 내놔! 직접 가려주마!" 지바타메 사의 중역은 탁자를 넘어 권리서를 잡으려고 한다. "야메로!" 쿠로사마가 펜을 던진다. "이 이디오트놈!" "네놈이 이디오트지!" "아니, 네놈이다!"

 이 다툼을 앞에 두고 눈을 감고 있던 치바가, 번쩍하고 눈을 떴다. "끼엣-!" 젊은 오야붕은 야쿠자 소파에서 뛰어올라 탁상에 착지했다. ……챙, 하고 소리가 났다. 롱・야쿠자・도스를 칼집에 되돌리는 소리였다. 그렇다, 이미 일을 끝내고, 되돌린 것이다. 무시무시한 와자마에의 이아이 참격이었다.

 바로 다음 순간, 쿠로사마 중역과 지바타메 중역, 각각의 오른쪽 손목이 잘려나가, 탁상에 떨어졌다. 치바는 야쿠자 가죽구두로 무자비하게 권리서를 짓밟은 뒤, 훌쩍 몸을 날려, 다시 소파에 몸을 누였다.

 두 중역 사라리맨의 손목에서 선혈이 터져나왔다. "아이에에에! "아바밧-!" 고통에 발버둥치는 그들을 향해 소파 옆에 있던 여닌자가 무언가를 던졌다, 응급치료용의 메디・키트다.

"볼썽사납다, 천한 것들." 치바는 내뱉듯이 말하며, 시가를 물었다. "뭐가 권리서냐. 무책임한 권리자에게 걸려 이중 계약에 빠진 주제에, 그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추한 꼴을 내 눈 앞에서 보이다니 배짱 한번 좋군.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실은, 네놈들이 소우카이・신디케이트의 영역에 흙 묻은 발로 들어와선, 시시한 이쿠사를 벌였다는 것뿐이다. 케지메를 지어라."

"아이에에에!" "케지메? 이 손목이!?" "그것과 케지메는 별개다. 단순히 네놈들이 성가셨을 뿐이야." 치바는 내뱉듯 말하며, 시가를 내던졌다. 퇴실이다. 흉터 투성이의 닌자가 앞서서 걷고, 치바가 따른다. 바닥을 뒹구는 중역 사원들을 여닌자가 돌아봤다. "둘이 협력해서 키트를 쓰면, 다시 붙을지도 모르겠네."

(아이에에에……) 비명을 뒤에 남겨두고, 치바는 나아갔다. 여닌자는 녹아들 듯이 모습을 감춘다. 검게 옻칠한 복도, 선도하는 흉터 투성이의 최측근 닌자가 멈춰서서, 전방의 어둠을 가리켰다. "오야붕." "……" 치바는 어둠을 꿰뚫어보았다. 그곳에, 무릎을 꿇은 닌자가 있었으니, "도-모. 라오모토=상, 갈란드입니다." 희게 탈색한 짧은 머리카락과 드러낸 이마, 투박한 멘포가 특징적인 닌자였다.

 갈란드의 왼쪽 눈 위에는 <六門>의 한자와 크로스・카타나를 조합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흉터 투성이의 닌자는 살기를 두른 채 옆으로 물러섰다. 치바는 차갑게 말했다. "갈란드인가. 비즈니스의 장소에 네녀석이 무슨 일이지?"

"정보를 얻은 참에, 극히 가까이 계셨기에. 무례를 무릅쓰고 찾아뵀을 따름입니다." 그렇게 갈란드는 말하며, 치바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의 건. 역시 십중팔구, 메이레인의 혐의가 짙습니다. 하지만 확증까지는 되지 못하였기에, 직접 뵈어 승인을 받기 위해 왔습니다.)

 치바는 끄덕였다. "좋다, 죽여라."


2

 한-사람・돌돌 말았네-…….세 가닥의・줄에-……. 아가야.히-토리・코마-키타네-……미스-지노・이토니-……여러 개의 광고 전선에서 흐르는 음악이나 프로모션 음성이 섞여들어, 호로바스야마・판잣집 포장마차 거리에 잔잔한 환경음을 자아내고 있다.

 채굴자, 파쿠르 배달부, 씨름터 노동자, 비타민・컬러의 슈트를 입은 카부키들, 사이버고스, 모히칸 헤어와 리벳 박은 완장에 사라리맨・슈트를 조합해 입는 사라리펑크스. 아니메보이. 다양각색의 통행인들이 오고 간다. 판잣집 포장마차 거리에는 장물이 여기저기서 모이고 있으며, 이를 단속하는 자도 없다.

 장물 의류가 매달린 행거・트리 사이에서 짧고 검은 머리의 사내가 걸어나왔다. 마스라다이다. "헤이, 이걸로 남자다워졌네. 좋은 거 산 거야. 또 오라구." 환금용 소자를 받으며 환짝 웃는 배드・부티크 가게의 점주는 손을 흔들며 그를 배웅했다. 마스라다는 걸으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인파를 헤치고 걷던 그는 마침내 찾던 모찌 가게에 다다랐다. "뭘 주문하실는지요." "프라이드・모찌를." "예이." 마스라다는 의자에 앉아, 거기서 「골드 긴자」의 네온 간판 밑으로 펼쳐진 좁은 골목길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다 볼텐데, 그 살벌한 검붉은 장속이나 입고 싸돌아다닌다는 게 말이나 되냐?) 타키의 지시이다.

(내가 메이레인의 행동 로그를 추적했다. 놈은 소우카이・신디케이트의 닌자이고, 평소엔 지하 철망 도죠의 시노기를 감독하고 있어. 카라테카와 모터 가시라가 싸우는 엔터테이먼트라더라.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최근 녀석이 아무래도 철망 도죠와 연관성이 없는 지역을 왕복하고 있었단 거야.)

 그것이 바로 이 골드 긴자다. 마스라다는 네온 문 깊숙히 펼쳐진 어둠을 응시한다. (저 골목으로 놈이 들어가고 나면, 그 후의 로그는 남지 않아. 사라져버리는 거야.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나타나지. 그리고 돌아가는 거야. 요컨대, 저 골목에는 묘하게 강력한 IRC 방해가 깔려 있다는 소리야. 엄청 수상하지?) "모찌 나왔습니다." "도-모." 모찌를 먹는다.

 그대로 마스라다는 기다렸다. 점주의 시선이 점점 험해지기 시작하자, 그는 추가로 코부챠(다시마차)를 주문했다. 장속이나 브레이서를 착용하지 않은 그의 현 상태는, 그에게 있어 스트레스풀했다. 파카와 스키니한 카고 팬츠, 예전에는 일상적이었을 그러한 차림은, 지금의 그에겐 비일상적인 것이다. (나타나라.) 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빨리.)

 그의 닌자 제6감은 종종, 떨어진 지점에서 재빨리 움직이는 강력한 닌자 소울을 포착하고 있었다. 내면의 나라쿠가 꿈틀거리며, 정신에 깊이 쐐기를 박으려고 한다. 그때마다 그는 저항한다. 네오사이타마에는 상당히 많은 닌자가 있다. 그들에게 하나하나 싸움을 거는 것은 무의미한 살육이다. 이 도시엔 무차별 살육 지망생이 썩어 넘치도록 있다. 그들과 한 무리로 전락할 생각은 없다.

"손님, 추가로 주문하실 건……" "고치소우사마(잘 먹었습니다)." 마스라다는 재빨리 일어섰다. 그의 시선 앞, 진흙탕을 밟으며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닌자다. 깃을 세운 검은 코트, 네온 우산, 일순간 보인 멘포의 의장이 타키가 말한 사전정보와 일치했다. 메이레인이다.

 메이레인은 골드 긴자의 문 아래로 들어갔다. 마스라다도 그 뒤를 쫓았다. 뒷골목의 그늘 속으로 발을 들였을 때, 그는 이미 검붉은 장속과 「忍」「殺」의 멘포를 착용한 닌자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메이레인은 닌자슬레이어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메이레인의 닌자 제육감을 닌자슬레이어의 닌자 야복력이 이긴 것이다.

 닌자슬레이어는 살의를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메이레인. 사츠가이와 연관된 자. 뇌의 안쪽이 차갑게 식고, 굳게 쥔 주먹이 삐걱이는 소리가 뼈를 타고 울린다. 유객꾼, 부랑자, 스트리트 오이란. 이 어두운 골목의 주민들도 검붉은 안개처럼 풍경에 스며든 그의 모습을 알아채지 못했다. 예리한 칼날을 방불케 하듯 적에게 다다르는 조용한 발걸음,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발겨 죽이는 폭력. 그에게 있어선 똑같은 뜻이다.

 길모퉁이에 이르자, 메이레인은 더욱 주의를 기울여 한번 등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 때 이미 닌자슬레이어는 지상에 없고, 벽을 방불케 하는 건물 무리의 배관 파이프 위에 서서 표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YO。순조롭냐.』타키가 통신을 보냈다. 『저기 말야, 굿 뉴스와 배드 뉴스가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들을래?』 "배드부터."『역시 굿 뉴스부터 전한다. 메이레인 그 자식은 얼마 전 소우카이・신디케이트로부터 모가지 당했어. 요컨대, 그 놈을 죽여도 소우카이・신디케이트는 그렇게까지 화내진 않을 거야. 다 내가 소우카이야에 날쌔게 몇가지 정보를 흘린 덕분이라고……』

"배드는." 『그게..』 타키가 말을 끊고, 이내 다시 말했다.『소우카이야의 닌자가 메이레인을 처리하러 오고 있어. 누가 올지는 모른다만, 내가 아는 한은 이런 조직 내부 구성원의 숙청을 맡는 건, 식스・게이츠 급의 닌자거든.』"뭐?"『즉, 좀 서두르지 않으면 넌 메이레인을 죽일 수 없다 이거야. 』

"당장 서두를 순 없어." 닌자슬레이어는 메이레인을 노려보면서 혀를 차고, 타키의 지시를 부정했다. "죽이는 건 아지트를 찾아낸 뒤다." 『무, 물론 그렇지.』 타키는 맞장구를 쳤다.『이번엔 정보가 필요해. 놈이 아지트까지 스무드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거 뭐냐, 기도든 뭐든 해 두라고. 소우카이야가 거기로 찾아와서 난장판으로 만들기 전에.』

"……!" 닌자슬레이어는 배관 파이프 위에서 웅크리고, 그 눈을 살의로 빛냈다. 메이레인이 다시 걷기 시작한 것이다. 닌자슬레이어는 배관 파이프에서 뛰어내려, 표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미로처럼 뒤얽힌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것은 네온 간판의 빛조차 희박한, 낡은 주상복합 빌딩이었다.

 빌딩은 골목길의 막다른 편에 위치했다. 1층은 돈부리・퐁의 체인점, 아무래도 폐점한 채 방치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야말로 폐허라 부르기 걸맞은 곳이었으나, 메이레인은 신경쓰지 않고 체인점 옆의 출입구로 들어간다. "쫓아간다." 닌자슬레이어가 중얼거렸다. 『잊지 마.』 타키가 강조했다. 『특히 선즈・오브・케오스의 정보야. 반드시….』 통신이 돌연 끊어졌다.


◆◆◆


 소우카이・신디케이트의 크로스・카타나 문양을 등지고 있다고는 하나 결국은 말단의 똘마니, 시시한 불량배일 뿐이었던 메이레인의 세계는 그 날 겪었던 일 이후 너무나도 밝게 빛나고, 아름다운 고양감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신비다.

 그래, 그것은 그야말로 신비체험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자는, 아니, 그 분은, 후드를 눈 위까지 깊이 쓰고 있었으며, 그 존안을 과분하게도 메이레인에게 밝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메이레인 앞에 서서, 그 옷의 앞섶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가슴팍이 아닌 심연이 있었다.

 그에게 이끌리는 대로, 메이레이는 오른손을 심연 속으로 집어넣었다. 오른손을 쥐어, 획득했다. 「미(美)」와 접속하여, 힘을 얻은 것이다.

(네 이름……뭐였더라……) (메이레인입니다.) (그래, 메이레인이라 하는군. 메이레인=상.) 메이레인의 눈에서 억수처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무얼 감사하는 거지, 메이레인=상.) (이 힘……아아……대체 무엇을 대가로 치러야 좋을까요. 저의 혼입니까?)

(MWAHAHAHAHAHA! MWAHAHAHAHAHA!) 후드 아래서, 그는 진심으로 우습다는 듯이 웃었다. (혼이라! BWAHAHAHAHAHA! 오까시이(이상해)! 내가 왜 그런 시시한 것을 바라겠나. 아무것도 필요 없어.)

 오른팔을 뽑아내자, 「쾌락」의 감정이 메이레인의 머릿속을 깊이 찔렀다. 그는 몸을 크게 뒤로 젖히며 경련했다. (아아……!) (간바레(힘내), 메이레인=상.) (무엇을……?) (나야 모르지.) 눈 깜빡할 새에 그는 등을 돌린 채 벌써 타타미 다섯 장만큼 떨어져 있었다. (당신의 이름을 부디……) (내 이름?) (존함을……) (사츠가이.)

 그 날 이후, 모든것이 아름다웠다. 시궁창의 냄새가 아름다웠다. 물 위에 낀 기름막이 아름다웠다. 부패한 시체에 들뜷는 벌레들이 아름다웠다. 살육이 아름다웠다. 죽어가는 인간이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은 보석과도 같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보석」은 자기 한명만이 아니었다. 그저 감지할 수 있었다. 네오사이타마. 세계. 감동을 공유할수 있는 동료들이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자신은 타인을 시기하고 질투할 뿐인 존재였다. 닌자가 되어 일반인을 아득이 뛰어넘는 힘을 얻고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세계의 숨겨진 뒷쪽 레이어에는 이미 닌자가 넘쳐나고 있었으며, 그들 대부분은 메이레인보다도 훨씬 가치있는 존재로 보였다. 시타는 어디까지나 산시타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사츠가이에게 선택받았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는 그처럼 사츠가이의 축복을 받은 닌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을 묶어주는 것이 바로 선즈・오브・케오스. 어리석은 나하트로닌은 메이레인의 권유를 거절했다. 서로 돕는 일을 가벼이 보고, 내민 손을 거절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후우….." 층수가 표시된다. 이 폐건물의 5층에 그들의 「예배당」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동포들의 존재는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가 돌아가고 싶을때면 언제든 돌아가면 되는 곳이다. 연대는 느슨하다. 「예배당」조차 일정하지 않아도 된다.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명상적으로 사색에 빠진다. 이 상승하는 감각조차 아름답고 편안하다…… (이얏-!)

 그 목소리는 발치보다 아득히 아래에서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메이레인은 뛰어올라, 엘리베이터의 벽에 등을 기댔다. 바닥 중앙부가 융기하더니, 찢어지며, 갈고리, 혹은 화살촉을 방불케 하는 예리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마치 매의 발톱과도 같이 금속의 칼날로 바닥을 물었다. 끼긱……끼기기기기. 삐걱이는 소리가 울리며, 엘리베이터가 진동했다.

"뭐냐!?" 메이레인은 방어자세를 취했다. 상승이 정지하고, 충격으로 신음한다. 바닥이 아래쪽으로 찌부러지기 시작했다. 깊이 박힌 갈고리가 아래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건" 메이레인은 눈을 크게 떴다. 보아하니 그것은 갈고리 로프 형태를 한 무언가였다. 그의 닌자 제6감은 이대로 방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예감으로써 전해왔다. 극히 위험하다.

 강철의 로프는 범상치 않은 열기를 발했다. 접촉부위 근처의 공기를 일그러뜨리고, 찌부러진 바닥을 푸석거리며 검게 태우기 시작했다. "이얏-!" 이번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KRAAASH! 엘리베이터 바닥이 완전히 찢어졌다! "끄악-!" 메이레인은 강제로 균열 아래로 미끄러지며 떨어져간다! 벽면의 요철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다!

(뭐지……? 무엇이?) 메이레인의 고동이 빨라졌다. 그는 목을 숙여 엘리베이터・샤프트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검붉은 안광이 되돌아왔다. 갈고리 로프를 던진 자인가. 메이레인은 자신을 향해 드러내는 살의에 직격당했다. 이대로 갈팡댈 시간은 없다. 그는 4층의 엘리베이터용 문을 진자운동처럼 흔들리는 기세를 실은 발차기로 부수고, 플로어로 진입했다.

 이 주상복합 빌딩에 다른 주민은 없다. 원래 살고 있었던 자들은 메이레인 및 다른 몇 명이서 죽여서 깔끔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IRC 감시대책 유닛도 훨씬 강력한 것으로 도입했다. (일단 5층이다.) 메이레인은 복도를 급하게 뛰어다녔다. (비상계단으로 5층으로 올라가, 예배당으로……)

 예배당에는 UNIX가 있다, 동료들에게 이 이상사태를 전해야만 한다. 암흑 세계의 주민인 이상, 목숨을 위협받을 이유쯤 한두개는 있다. 항상 각오하고 대비해 왔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사츠가이로부터 부여된 힘이 있다. 「미(美)」의 비호 아래에 있는 것이다!

 메이레인은 옥외 비상계단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깡! 깡깡깡! 밑에서 올라오는 발소리! "왔구나." 그는 혼잣말하며 계단을 뛰어올라 갔다. 깡깡깡깡깡……두 명의 발걸음이 철제 비상계단을 시끄럽게 울린다.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틀림없이 메이레인을 쫓아오고 있다. "오오, 사츠가이=상……! 동포들이여……!" 달리면서 메이레인은 기도한다……


◆◆◆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비상계단을 5층까지 단숨에 올라, 도망치는 메이레인의 그림자를 쫓아 실내에 뛰어들었다. 전방 왼쪽에서 큰 소리를 내며 셔터 후스마 도어가 막 닫히고 있었다. 전력질주의 기세를 슬라이딩으로 브레이크하며, 일말의 주저없이 셔터 후스마 도어에 발차기를 날린다!

 KRAAASH…….셔터 후스마 도어는 철쪼가리로 변해 실내를 뒹구르고, 무수히 많은 하얀 깃털이 창문에서 스며드는 빛 속을 날아다녔다. 미팅・홀을 방불케 하듯 넓은 실내를 여러 마리의 바이오 비둘기가 미친듯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발을 멈춘 닌자슬레이어의 사각지대에서 레이저 쿠나이가 덮쳐왔다.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이러한 앰부쉬(기습)가 올 것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뉴런과 몸은 지극히 빨리 반응했다! ……."끄악-!" 비명을 지르며, 레이저 쿠나이를 떨군 건 메이레인이다! 틈을 주지 않고 닌자슬레이어는 케리・킥! "이얏-!" "끄악-!"

 메이레인은 바닥을 바운드하며, 관엽 식물들을 후려처 넘어뜨리고, 벽에 걸린 성화의 이마 부분을 찢어버렸다. 닌자슬레이어는 쓰러진 메이레인에게 아이사츠했다. "도-모, 메이레인=상. 닌자슬레이어입니다." "고홋" 흩날리는 깃털 속에서, 메이레인은 기침하며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메이레인입니다. 왠 놈이냐……어째서 나를.."

"사츠가이라는 자를 알고 있나." "……흐음." 질문을 듣자, 메이레인의 아트모스피어가 변했다. "사츠가이를, 안다? 그것은 철학적인 질문이 아닌가?"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 안다고 하면 주제넘은 소리가 될 거야. 모독이라고. 나는 무지를 안다." 신내린 자의 말에 위협이 깃들었다. 그는 나직이 말했다. "사츠가이."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격렬한 분노와 함께 수리켄을 투척했다. 메이레인은 허벅지의 홀스터에서 예비 레이저 쿠나이를 뽑아들고 스핀시켜서 수리켄을 튕겨낸다. 바닥을 찬 닌자슬레이어가 타타미 1장 거리에 육박한다. 메이레인은 야리(창)를 방불케 하는 사이드 킥을, 옆으로 몸을 돌려 피한다!

 KRAAASH! 닌자슬레이어의 발차기가 성화를 완전히 분쇄했다. 메이레인은 옆돌기 후 플립점프로 뛰어올라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그의 발목에 후크 로프가 감기고, 붙잡았다. "이이이야앗-!" 닌자슬레이어는 힘차게 로프를 휘둘러, 반대쪽 벽에 메이레인을 패대기쳤다! "끄악-!"

 로프가 스르륵 하며 돌아와 닌자슬레이어의 오른쪽 브레이서(코테, 손목 보호구)에 감겼다. 닌자슬레이어는 결단적 타격을 때려박기 위해, 착실히 접근한다. 메이레인이 어느 방향으로 달아나려 하든, 기필코 그것을 막아서 타격을 때려박는다. "철학인지 무지인지, 계속 지껄여 볼 테냐?" 닌자슬레이어가 물었다.

 몰아붙이면서, 닌자슬레이어는 이 공간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날아다니는 비둘기, 성화나 성잔, 촛불, 신단. 이 장소는 다양한 신비적 요소들의 키메라다. 제단을 방불케 한 곳에 UNIX 덱이 있다. 메이레인을 죽이고, 저것으로부터 정보를 빼낸다. "큭……큭큭큭." 메인레인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용서해 주시길, 사츠가이=상. 당신의 힘을 헛되이 휘두르는 일은 스스로 자제해 왔습니다만." 메이레인은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고통과 희열로 흐려진 눈이 크게 뜨였다. 닌자슬레이어는 메이레인을 몇번 더 구타할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그 때 정체불명의 위기감이 그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게 했다. "이얏-!"

 BOOM! 초자연적인 울림이 실내의 공기를 떨리게 했다. 닌자슬레이어는 옆으로 뛰어오르며 굴렀다. 그순간의 상황판단의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가 있던 곳엔 기묘한 검은 구체가 생겨나 있다. 구체 안에는 녹색으로 빛나는 격자가 보인다. 규이이이잉……소리를 내며 구체가 수축하고, 사라졌다. 메이레인의 눈이 웃는다!

"앗핫!" 메이레인이 외치듯이 웃었다. "앗핫핫핫하!" BOOM! 암흑의 틈새가 닌자슬레이어의 발치에서 입을 열었다. 닌자슬레이어는 역방향으로 튀어올라, 이를 다시 피했다. 도약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착지한 순간 몇 인치 앞의 공간에서 다시 암흑의 틈새가 생겨났다! "앗핫핫핫핫하!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뭣이!))) 뉴런이 술렁이며, 격렬한 나라쿠의 사념이 전해져왔다. (((무시아나벌레구멍・짓수라고? 그건 마이니유・닌자의 유니크・짓수가 아니더냐! 츠바메 제비・닌자 클랜의 산시타와는 눈곱만큼의 연관도 없는 짓수다. 사츠가이의 소행임에 틀림없다. 정말이지, 이 무슨 추악한 뒤틀림이란 말이냐!)))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수리켄을 연속 투척하여 견제하면서 후퇴한다. "앗핫핫핫하!" 메이레이는 눈 앞에 어둠의 구멍을 생성시켜 수리켄을 삼키게 한 뒤, 무슨 원리인지 그 안에서 검게 방전하는 도끼를 뽑아냈다! 그것은 마치 물리법칙의 뒤틀림을 구현화한 것만 같다! 무서움!

(((알겠느냐! 저건 안타이 웨폰이다. 결코 맞부딫치려는 생각따위 하지 말거라. 파멸 뿐이니라.))) 나라쿠가 전했다. 메이레인이 웃으면서 달려온다. 닌자슬레이어는 수리켄을 던지며 후퇴! (타개책을 말해.) (((과거에 나는 이를 눈챠쿠・오브・디스트럭션을 써서 공략했다. 허나 그건 드래곤・닌자의 무기이기에 참고조차 되지 않지……)))

"앗핫핫핫하!" 메이레인은 마루를 박차며 뛰었다. 암흑의 도끼가 베어가른 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깃털도, 바닥도. 닌자슬레이어는 연속 백덤블링으로 거리를 벌린다. 차츰 기세를 올리는 메이레인의 공격! 벌써 등 뒤가 벽이다. 메이레인의 도끼가 벽을 베어가른다! 위험함! "사츠가이=상! 아아! 앗핫핫!"

 부웅, 부웅 소리를 내며 도끼가 마루를, 벽을 베어가르고, 도려낸다. 닌자슬레이어는 철저히 회피에 임한다. 옆으로 굴러 달아난다. "앗핫핫핫!" 메이레인이, 암흑의 도끼가 그것을 쫓는다. 이젠 형세역전, 쫓기는 쪽은 닌자슬레이어인가. "앗핫핫핫…….." KRAAASH! 바닥이 무너졌다!

 ZZZTOOOOM……BOOOOOM……잔해와 함께 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낙하한다! "이얏-!" 떨어지면서 닌자슬레이어는 수리켄을 투척! 실수 없는 겨냥으로, 메이레인의 왼쪽 눈을 짓이긴다! "끄악! 아아아아아아앗핫핫핫!" 메이레인은 미친 듯이 웃는다. "미의 앞에서, 고통따위, 유……유쾌할 뿐이로다!"

 착지와 동시에 마루를 박차며 닌자슬레이어는 다시 덮쳐들었다. "이얏-!" 메이레인은 암흑의 도끼를 버리고, 어둠의 구멍을 이용한 직접 공격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다! 그는 메이레인의 사각, 짓이겨진 왼쪽 눈 쪽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풍림화산이다! 붕괴한 잔해가 쏟아져 내려오고, 분진이 공기를 더럽힌다!

 거기에, 여기까지 와서 이미 몇 가지의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져 있었다. 메이레인은 어둠의 구멍과 안타이・웨폰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원거리에 어둠의 구멍을 생성할 수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얏-!" "끄악-!" 사각으로부터의 회전 발꿈치 차기가 메이레인의 측두부를 포착했다! 메이레인은 마루를 바운드하고, 토혈! 

 무엇보다도, 아무리 강력한 신화의 짓수를 얻었다 한들, 그것을 쓰는 자의 카라테가 부족하면, 얼마든지 요리할 방법은 있다는 점! "끄악-! 사츠가이=상!?" 위축된 메이레인의 어깨에 수리켄이 꽂힌다. "끄악-!" "대강 알았다." 닌자슬레이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선고했다. "죽인다."

"오지 마!" 야바레캬바레! 메이레인은 어둠의 구멍을 계속 내보낸다. 닌자슬레이어는 신중하게 발을 멈추며 설치공격을 회피! "오지 말라고!" 틈새에서 도끼창을 뽑아낸다! "이얏-!" 닌자슬레이어의 수리켄이 크게 호를 그리며, 안타이・웨폰의 자루를 피해서 메이레인의 오른눈을 포착했다! "끄악-!"

"이것도, 유쾌한가?" 닌자슬레이어가 나직이 말했다. "철학은 빼고 사츠가이에 대해 말해라." "AAARGH!" 메이레인은 절규하며, 무턱대고 도끼창을 휘두른다. 닌자슬레이어는 옆돌기로 피하면서 수리켄을 던져 반격한다. KRAASH! 순식간에 마루가 베어갈라져, 다시 붕괴했다. 두 닌자는 3층으로 낙하!

 ZZTOOM……! "……" 착지한 닌자슬레이어는 다시 카라테를 취했다. "엣?" 높은 소리를 내며 돌아본 것은, 연한 오렌지색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이 층의 주민? 이곳은 폐허가 아니었나? 그녀가 입고 있는 아오자이나, 벽 한가득히 메워진 비디오 테이프・라이브러리…… "AAARGH!" 메이레인이 소리질렀다.

 두 닌자로선 알 길이 없는 일이었지만……이 건물의 3층에는 출구가 없는 방이 존재했다. 그 방의 소유주는 폐쇄 공간 안에서 오이란드로이드를 사육하려고 했던 것이다. 오이란드로이드를 가두고, 자신이 애호하는 전자전쟁 이전 시대의 편향된 컬쳐로 방 안을 가득 채운 직후, 그 자는 심장발작으로 사망했다.

"ARRRRRGH!" 메이레인은 안타이 도끼창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닌자슬레이어는 조심스럽게 거리를 벌린다. 시력을 빼앗긴 지 얼마 안 된 닌자가 청력만으로 상대가 있는 곳을 포착하는 건 불가능, 공격의 기회는 곧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메이레인의 뒤쪽에서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는……

"닌자, 왜?"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방의 세간을 파괴하고, 마루를, 벽을 파괴하는 메이레인과 거리를 벌리는 닌자슬레이어를 번갈아 보았다. "닌자끼리의 전투입니다! 진짜 닌자이신가요?" "AAAAARGH!" 휴웅, 어둠의 칼날이 그녀의 얼굴의 수 인치 앞을 베어냈다. 오렌지색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흩어졌다.



"잠깐!? 그러지 말아요!" 그녀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메이레인은 고함 소리에 반응해, 그쪽으로…… (((호기로다! 훌륭한 미끼가 생겼구나, 마스라다! 놈이 저것에 덤벼드는 순간을 노려, 등 뒤에서 심장을 꿰뚫어 끝장을 내거라!))) 나라쿠가 재촉했다. 닌자슬레이어는 마루를 박찼다. "이얏-!" 도끼창이 베어갈랐다.

"누웃-!" 닌자슬레이어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 등을 비스듬히 찢기면서,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대로 건너편의 벽을 발로 차고, 두 바퀴 회전하며 착지했다, 등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어리석은 놈. 심지어 그것은 인형이 아니더냐.))) 기가 막힌 나라쿠의 목소리. 놀랄 만큼 무거운 몸을 마루에 내리자, "깜짝 놀랐어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AAARGH!" 메이레인은 텔레비전 모니터를, 비디오 테이프가 채워진 선반을 엉망진창으로 도려내며 파괴했다. "라이브러리가!" 코토부키가 외쳤다. 벽이 갈라지고, 격리되어 있던 방은 밖의 통로와 이어졌다. "어머나! 저, 때려서 구멍을 내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곁에 있던 닌자슬레이어에게 설명했다. 닌자슬레이어는 곁눈으로 그녀를 봤다. 

"구해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만, 저 때문에 부상을……" "떨어져 있어." 닌자슬레이어는 카라테를 취하려고 했으나, 신음하며 무릎을 끓었다. "하지만, 등이!" 그녀가 걱정했다. "떨어져 있어!" "심각한 상처예요! 지근거리에서 샷건을 맞은 것처럼!" 여자가 설명했다.

 닌자슬레이어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양 눈동자를 검붉게 불태웠다. 마루에 금이 가고, 등에서 연기와 피와 불꽃이 용솟음치며, 불타올랐다. 검붉은 장속이 상처 위를 덮어 그 속을 메워간다. 한편 메이레인은 잃어버린 시각을 대신하는 감각기관을 조금씩 민감화시키며, 상황에 적응한다. "사츠가이=상을! 해하려 드는! 신성모독자 놈이!"

 두근! 두근! 닌자슬레이어는 제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었다. 평소의 배는 빨리 뛰고 있었다. 쓰러진 아유미를 내려보던 그 순간처럼. 그 순간처럼!  (((그 순간처럼!))) 나라쿠가 외쳤다. 사츠가이! "놈은 신인가."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어쩌라고."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그래, 나는 신성모독자다……놈이 신이라면!"

 두근! 두근! 두근! 심장에서 공급되는 피와 카라테와 증오와 나라쿠의 불꽃이, 혈관을 태우면서 그의 오른팔에 흐르고, 그 손에 쥔 수리켄에 흘렀다. "AAAARGH!" 메이레인이 안타이 도끼창을 들어올리며 닌자슬레이어가 있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닌자슬레이어는 던졌다! 수리켄을! "이얏-!"

 수리켄은 검붉은 색으로 타오르는 피를 두르고, 나선궤도를 그리며 메이레인을 향해 날아갔다. 오의, 쯔요이・수리켄! "AAARGH!" 메이레인은 안타이 도끼창을 휘두른다! KABOOM! 수리켄이 안타이 도끼창과 맞부딪쳐, 쌍소멸! "바카 같은!?" 열광 중이었음에도 메이레인은 경악을 감추지 못한다! "이얏-!"

 이미 닌자슬레이어 자신도 마루를 박차며 뛰어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메이레인이 있는 곳에 이르러, 갈고리발톱을 방불케 하듯 뻣뻣하게 펼친 왼손으로 그의 안면을 붙잡았다. "이얏-!" 멘포를 잡고, 후두부를 마루에 내리쳤다. "끄악-!" 힘껏 당겨 억지로 멘포를 벗겨낸다. "끄악-!"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닌자에게, 죽음을!"

"사츠가이=상! 바라건대 지고쿠 헬에서 절 구……" "이얏-!" 주먹이 메이레인의 안면을 파괴했다. 검붉은 불꽃은 메이레인의 안구를, 그리고 뇌를 태워버리고, 그의 귀와 눈구멍에서 검붉은 불길이 내뿜어졌다. "사요나라!" 메이레인은 폭발사산했다. 먼지와 불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 파괴된 벽의 구멍을 통해 통로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3

 잔심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닌자슬레이어는 비틀거렸다. "괜찮으신가요?" 여성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격렬한 전투였네요." "……너는……이 곳의……" 닌자슬레이어가 되물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우선 오지기했다. "도-모, 코토부키라고 합니다." "……도-모. 닌자슬레이어입니다."

 닌자슬레이어는 파괴된 실내, 붕괴된 천장, 그리고 메이레인이 폭발사산한 흔적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제길……나는" "이 방이 훼손된 건 신경쓰지 마시길! 저는 마침, 이곳에서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니." 닌자슬레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잔해 속에 파묻힌 UNIX 덱을 발견한 이다.

 덱은 상층에서 무너진 바닥과 함께 낙하해 있었다. 잔해를 치우고, 덱에서 기억장치를 떼어낸다. 타키가 조사한 대로라면, 메이레인은 「선즈・오브・케오스」라는 이름의 정체불명의 네트워크에 여러번 액세스했다. 본인의 입에서 정보를 끌어내진 못했지만, 여기에 단서가 있을 것이다.

"닌자의 미션이군요." 코토부키가 반응했다. 살의로 격앙된 의식이 점차 평정심을 되찾음에 따라, 닌자슬레이어는 새삼스래 의아해졌다. 나라쿠의 말이나, 안아 올렸을 때의 무거움, 어딘가 이상한 언동. 눈을 보자, 눈동자 깊숙이 네 장의 날개를 펼친 오이란 문장의 각인이 보였다.

"저는 오이란드로이드랍니다." 코토부키가 아오자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말했다. 닌자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린다. "즉……" "아뇨, 당신이 하고 싶으신 말은 알겠습니다. 저, 스스로 생각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건가." "원래의 제 사양과는 다른 것 같지만요. 잘 모르겠습다."

 코토부키는 은은한 미소를 띄머 친절히 설명했다. "이 방은 완전히 밖과 격리되어 있었거든요. 아무도 없고,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이 방에 있는 비디오를 보고 있었습니다. 비디오도 다 봤기 때문에, 벽을 부수고 나가자고 생각했었어요." "격리됐다고? 네 친척……소유주……는 어디 있지?" "이젠 여기에 살지 않는 것 같아요."

"어쨌든, 폐를 끼쳤군." 닌자슬레이어는 대화를 마치고, 벽에 난 구멍을 넘어 복도로 나갔다. 돌아보자, 아오자이 차림의 오이란드로이드는 미소를 머금은 채 지그시 그를 바라보며 배웅하고 있다. 시선을 돌리고, 걸어간다. 그 머리 속에 따끔한 감각이 스치고, 타키의 IRC 통신이 섞여 들었다. 『연결됐구만! 어이!』

 타키의 어조는 다급했다. 『거기, 어디야!』 "건물 안이다. 메이레인은 죽였다. 그리고 덱의 기억장치를 회수했다."『하? 건물 안? 어떻게 통신이 터지는 거지?』 "글쎄다. 건물이 제대로 부서져서 바닥이 뚫렸다. 통신을 방해하던 게 죽었는지도 모르지." 『그렇구만……아니, 그건 됐고! 야바이! 서둘러! 튀라고!』

"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너! 처음에 한 이야긴 기억하고 있지?』 "소우카이야 말인가." 『그래, 소우카이야란 놈들은 특히 야바이하다고 했잖아. 왜 연락을 안 보냈던 거냐고. 내 감에 따르면 슬슬……어이?』닌자슬레이어는 남은 힘을 다하여 다시 카라테를 취했다. 시선 끝에서, 비상계단을 천천히 올라오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닌자슬레이어=상? 뭐 잘못됐냐?』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나타난 것은 하얗게 탈색한 머리칼에 투박한 멘포, 검은 빛의 유기적인 닌자 장속, 왼쪽 눈 위에 <六門>의 한자와 크로스・카타나의 문장을 새겨놓은 닌자였다. "갈란드입니다." "도-모, 갈란드=상. 닌자슬레이어입니다."

 아이사츠를 받으면 이에 화답해야만 한다! 닌자의 규율이다. 갈란드는 아이사츠로 발을 묶어 닌자슬레이어에게서 도주할 기회를 빼앗은 것이다. 『모시모시? 지금, 갈란드……설마 갈란드라고 한 거냐?』 타키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튀어. 단, 피자타키 쪽으로 튀지는 말고. 알았냐? 오면 안 된다?!』

"닌자슬레이어……라고 말했나." 갈란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잘 들어, 갈란드는 소우카이・식스게이츠의 닌자니까 말이다!』 타키가 아우성쳤다. 닌자슬레이어는 노려보았다. "내게 무슨 용건이냐." 사츠가이의 영향 아래 있는 닌자라면 나라쿠는 그 일그러짐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자는 어떠한가.

"이 파괴는 네놈이 한 건가?" "그래." "근처에선 다른 닌자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군." 갈란드의 목소리가 서슬 퍼레졌다. "……메이레인을……..죽인 건가, 네놈." "죽였다." 닌자슬레이어는 약간 허리를 숙이며, 축발에 힘을 넣는다. 이 갈란드는 사츠가이에 연관된 닌자가 아니다. 자신의 부상 또한 깊다. 개죽음을 당하는 건 피해야 한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닌자슬레이어는 갈란드와 시선을 마주쳤다. 관절이 뿌드득거리며 소리를 냈다. 갈란드는 오른쪽 허벅지에 달린 무기에 손을 뻗는다. "베인・오브・소우카이야소우카이야의 재앙의 전설." 그가 나직이 말다. "그 진위를 확인해 보도록 하지." 살기가 두 닌자 사이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이얏-!" 두 닌자는 동시에 움직였다.

 닌자슬레이어는 수리켄 두 장을 연속으로 투척하면서 백덤블링을 쳐서 거리를 벌린다. 수리켄은 갈란드를 맞히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용의 꼬리를 방불케 하는 무기가 허공을 가르며, 그의 눈 앞에서 파도쳤다. 무기로 격추한 것이다! 닌자슬레이어는 몸을 비틀어 등을 돌리며 착지. 그대로 달아나는 토끼처럼 달려나간다! 도주다!

 향하는 곳은 복도 안쪽의 엘리베이터! 하지만 갈란드는 이 전투 거부에 아무런 동요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육상선수를 방불케 하는 스프린트 대시로 이를 쫓는다! 코토부키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두 명의 닌자가 눈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연한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또다시 전투입니다."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닌자슬레이어는 주저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차 부수고, 샤프트의 와이어에 매달려 아래로 낙하했다.엘리베이터는 4층 부근에 걸린 그대로다. 떨어지면서 와이어를 지점으로 빙빙 회전하여 기세를 싣고, 1층 엘리베이터 문을 걷어차 파괴하면서 굴러나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후방에서 착지음!

 닌자슬레이어는 속도를 올린다. 머플러를 방불케 하는 천이 나부끼고, 방울진 피가 지면에 떨어져 증발했다. 갈란드는 스프린트로 육박해 온다. 닌자슬레이어는 비스듬히 뛰어올라, 「司馬시바」라고 적힌 네온 간판을 차고 다시 도약했다. 하지만! "이얏-!" "끄악-!" 도약이 막혀서, 끌려들어간다. 발에 감긴 무기!

 닌자 아드레날린에 의해 시간감각이 진흙을 방불케 하듯 둔화되는 가운데, 닌자슬레이어는 자신의 발목에 감긴 가공할 무기를 인식했다. 그것은 채찍의 일종이였다. 그러나 보통 채찍이 아니다. 닌자의 무기다. 채찍에는 무수히 많은 소형 쿠나이가 돋아 있다. 그 만듦새는 마치 바이오 솔방울을 연상시켰다. 칼날이 발목을 파고들어, 손상시키고 있다……!

"끄악-!" 지면에 메쳐진 닌자슬레이어는 폐의 공기를 토해내며 신음했다. 발목을 괴롭히는 흉악한 쿠나이 윕을 향해 춉을 내리치면서 이를 절단하려 했다. 갈란드는 손목 스냅만으로 채찍의 구속을 풀고, 무기를 되돌린 뒤, 확신에 넘치는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다가왔다. "네놈, 부상을 입었군."

 닌자슬레이어는 견제와 함께 일어난다. "그게 어쨌단 거냐." 좌우에는 폐가옥. 파이프에서 스며든 오수가 발밑에 웅덩이를 만든다. 배후에는 벽을 방불케 하듯 폐차가 쌓아올려져 있었다. 도약하면 쿠나이 윕의 먹이가 되리라. 닌자슬레이어는 이쿠사 배틀의 선택지를 고려하며, 카라테를 고쳐 잡는다.

"카라테의 와자마에(솜씨)는……꽤나 방심할 수 없는 수준이로군." 갈란드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네놈들에게 용건은 없다. 소우카이・신디케이트."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하지만, 이 이상 나에게 참견하겠다면……" 주먹이, 관절이, 강렬한 열기를 띠었다. 검붉은 안광이 강해졌다.

"하이얏-!"

 그 때, 갈란드의 대각선 뒤! 느닷없이 앰부쉬를 걸어온 것은, 놀랍게도, 방금 전 건물에 있었던 코토부키였다. 그녀는 유려한 도약에서 이어지는 2단 돌려차기로 갑작스레 갈란드를 덮쳤다. 갈란드는 순식간에 반응하여 이를 방어하고 돌려차며 반격했다! "이얏-!" "응앗-!" 튕겨져 나가, 구르는 코토부키!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생각을 멈추고, 이 기회를 틈탄다! 쿠나이 윕은 긴 리치를 살려 적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살과 뼈를 깎아내는 무기. 하지만 지금의 갑작스런 일이 생각치도 않게 접근 기회를 낳은 것이다! "이얏-!" 내지르는 연속 춉! 그러나 갈란드는 이 격렬한 타격을, 기묘한 자세의 카타(품새)로 견뎌냈다!

 그것은 갈란드의 몸을 기어가듯 움직여 충격을 분산시키는 무치(채찍)의 방어막! 신비로운 무도, 무치・도의 극의였다! "이얏-!" 닌자슬레이어는 그럼에도 폭풍같은 기세로 적을 붙잡으려 한다! "토라히토아시." 갈란드는 속삭이며, 지면에 스칠 정도로 가까이 몸을 숙이며 이를 피했다! 그리고……."이얏-!" 오의, 호밍 윈드**!


*토라히토아시(トラヒトアシ):실존하는 거합도 유파 「무쌍직전영신류無双直伝英信流」의 카타 중 하나인 「토라잇소쿠虎一足(호일족)」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됨.
**호밍 윈드(ホーミングウインド):위와 같이 무쌍직전영신류의 카타 중 하나인 「오이카제追風(추풍)」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됨.

"끄악-!" 닌자슬레이어의 신체는 반대쪽 대각선 방향으로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그것은 공방일체의 카라테였다. 갈란드는 비틀면서 엎드렸던 몸을 순식간에 해방하여, 소용돌이와도 같은 채찍의 나선으로 그를 쳐서 날려버린 것이다! KRAASH! 닌자슬레이어는 폐가옥의 창문을 찢고 그 안에 처박혔다!

 고우랑가! 하지만, 정작 갈란드는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녀석, 꽤 하는군." 휘익, 패앵! 그는 무치로 땅을 치고, 눈살을 찌푸리며 폐가옥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까 앰부쉬를 걸어온 정체불명 오이란드로이드의 기척을 찾았다. 이미 이 자리를 떠난 듯했다. "꽤 하지만……닌자슬레이어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

 비스듬히 빛이 스며들어 오는 어두운 실내, 검붉은 실루엣이 일어서고, 앞으로 넘어진 후, 다시 일어섰다. "누웃-……!" 안광이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반사적으로 주위의 적을 탐색했다. (((한심하구나!))) 나라쿠의 실망한 외침이 뉴런에 꽃힌다. (((저 정도의 닌자 한 마리조차 죽이지 못하다니!)))

"입 닥쳐……나라쿠……!" 닌자슬레이어는 고통을 참으며, 타는 듯한 숨을 토해냈다. 식스・게이츠의 닌자인 갈란드의 히사츠・와자를 닌자슬레이어는 공중에서 일부러 맞아서, 그 충격을 이용하여 높이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창문을 깨고, 이 폐가의 실내로 퇴피한 것이다.

 적은 곧바로 쫓아올 것이다. 닌자슬레이어는 힘을 쥐어짜내 출입구 반대편으로 달려나가, 난간을 뛰어넘어 도로에 착지했다. 이쪽 길도 인적은 적지만…… "이쪽입니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자, 소형 트럭의 화물칸 천막이 들어올려지며, 안에서 코토부키가 부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빨리!"

"젠장……" 『야! 어떻게 됐냐! 닌자슬레이어=상!" 나라쿠의 존재감이 노이즈 속에 묻혀 사라지고, 타키의 통신이 다시 뉴런에 들어왔다. 닌자슬레이어는 IRC를 차단한 뒤, 코토부키가 손짓하고 있는 화물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대로 조용히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코토부키가 속삭였다. "이런 씬이 있었습니다."

(씬이라고?) (영화입니다.) 코토부키는 천막을 도로 내려서, 화물칸을 외부로부터 차단시켰다. (그렇지만, 제 시청기록에 비추어 보면, 대략 22%의 확률로 외부요인의 방해를 받거나, 결국 발견돼서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좋을지도……) 닌자슬레이어는 이에 답하지 않고, 눈을 감고서 기척을 죽였다.

 이윽고 덜컥, 덜컥 하고 문을 열었다 닫는 소리가 들리고, 차내 라디오의 음성이 새어들기 시작했다.  부르르릉. 차체가 진동하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닌자슬레이어는 계속해서 숨을 죽인다.  이대로 달아날 수 있을까. 그의 닌자 야복력은 적의 감지능력을 마지막까지 속여 넘길수 있을까. 옆에 있는 코토부키는 차가운 화물을 방불케 하듯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닌자슬레이어는 천막의 어둠 속에서, 험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굴욕을 견뎠다. 그는 처음부터 도망치기 위해 갈란드에게 공격을 걸었다. 스스로가 입은 상처의 무거움을 감안한 도주였다. 상황판단에 따라, 그는 개죽음을 벗어났다. 기억장치도 주머니에 있다. 하지만, 꼴사나웠다. 그는 이 꼴사나움을, 자신의 미숙함을, 가슴에 새겼다.

 한편, 갈란드는 부근의 삼거리에서 어둠 속에서 스며나오듯이 나타난 다른 닌자와 대치한 상태로, 아이사츠를 막 마친 참이였다. "사정은 모르겠다만" 그 닌자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서머즈 사의 중점 테리토리(영토). 그대와 맞붙으면, 나는 죽겠지.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협정을 무시하는 행위를 간과할 순 없소……"

 갈란드는 스스로의 뉴런을 날카롭게 세웠다. 닌자슬레이어는 그리 멀리까지 도망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트모스피어를 감지할 수 없다. 제대로 숨어 있는 모양이다. 눈 앞의 서머즈 사의 닌자, 블러시우드의 존재 또한 그의 감지능력을 방해하고 있다. "……후-우." 갈란드는 한숨을 쉬었다. "서머즈=상과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알아줘서 고맙구려." 블러시우드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카라테 경계는 풀지 않았다. "좋은 하루 되시오." "오탓샤데." 갈란드는 도약하여, 전선 위에서 옥상으로 뛰어오른뒤, 중립구역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메이레인이 죽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허나……이동하면서 그는 라오토모・치바를 IRC로 호출했다.

『갈란드냐.』냉철한 목소리가 응답했다. "도-모, 메이레인은 이미 사망한지 오래였습니다." 『쓰레기들끼리 내분이라도 벌인 모양이지? 놈의 아지트에는 다른 조직의 닌자는 있었나.』"……닌자슬레이어가, 놈을 살해했습니다." 『……』치바의 침묵. 갈란드는 옥상에서 다른 옥상을 넘나들며 오염된 강과 선상 생활자의 지역을 내려다보았다.

 이내 치바가 내뱉듯이 말했다. 『내버려 둬라.』 "……" 갈란드는 주군이 그렇게 답한 의중을 헤아리려고 했으나, 우선 이해의 뜻을 표했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돌아와라. 갈란드.』 "예."

 닌자슬레이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나. 선상 생활자들을 내려보는 갈란드의 눈꺼풀이 한 번 꿈틀하며, <六門>의 각인이 흔들렸다.


◆◆◆


"이거다." 닌자슬레이어는 타키에게 기억장치를 던졌다. "오우." 타키는 황급히 이를 캐치한 뒤 케이블을 연결했다. "정말로 따돌린 거 맞지? 그치?" 머리를 긁으면서, 그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혹시라도 너, 그렇게 되면, 너……" "따돌렸다. 틀림없어." 닌자슬레이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타키는 닌자슬레이어를 살펴봤다. 닌자슬레이어도 이에 마주봤다. "너 말야, 꽤 심하게 다친 거 아냐? 내가 봐도 알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딱히 심각하진 않아." "딱히, 딱히란 말이지." 타키는 눈을 피한다. 모니터에 시선이 빨려들어간다. "아아, 이거구만. 메이레인의 엑세스……「선즈・오브・케오스」."

"메이레인은 이상한 소리를 했었다. 신앙이다."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타키는 눈썹을 찡그리며, "……..라는 건 즉, 요 짝패 놈들은 신앙 동료라고? 뭔데, 이게." 그것은 여러 장의 화상 데이터. 전개해 보니, 한 장은 펜트하우스에서 벌인 바비큐・파티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은 나무에 매달려진, 처참하고 피비린내 나는 시체를 둘러싼 사진.

 둘러싸는 대상은 한쪽은 철판, 한쪽은 시체였으나, 그것을 둘러싸는 자들은 두 사진 다 똑같았다. 모두, 닌자였다. 어느 쪽도 「SONS OF CHAOS」라고 쇼도(서예)된 현수막을 등지고 있었다. "믿기 힘든 이야기다만, 노・시큐리티더라." 타키는 포럼의 IRC 채팅・로그를 훑어봤다. "뭐야, 이건 또?"

"멤버 리스트는 있나?" 닌자슬레이어는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있어." 타키는 신음했다. 이번에 취득한 닌자의 이름은 다섯 명. "메이레인 이 새끼, 대가리는 장식으로 있었나. 소우카이야 이외의 닌자랑 이런 사진이나 찍고 앉았으니, 조직에 찍히는 게 당연하지." "예배당을 세워서 모이고 있었다는 것 같다."

"예배당?" "이제 모일 일은 없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 놈들의 단서를 찾아라, 타키=상." "이렇게 간단히 개인정보를 흘리는 놈들만 있진 않을걸." "그래도 해." "망할, 너 말야……" 타키는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출입구에서 직립부동인 채로 서 있는 오이란드로이드를 신경질적으로 가리켰다. "대체, 저건 또 뭔데!"

"저것이라고 부르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코토부키가 대꾸했다. 타키는 닌자슬레이어를 돌아봤다. "왜 이런 걸 주워왔냐고!" "따라왔다." 닌자슬레이어가 답했다. "웃기지 말라고……나 보고 어쩌라는 건데. 퍽해도 되냐?" "자아가 있어서 안 돼요." 코토부키가 거절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날 도왔다." 닌자슬레이어가 말했다. "이유는 말씀드렸습니다." 코토부키가 이를 받아서 답했다. "당신은 저를 지켜주셨어요. 그것에 대한 기브・앤・테이크입니다." "용건 끝났으면 돌아가. 훠이, 훠이." 타키가 말했다. 코토부키는 "생각 중입니다." 라고 대꾸했다.

 이윽고 UNIX가 닌자 중 한 명의 위치를 알아냈다. 

"뭐어……그렇겠지." 타키는 정보를 노려보며, 의자에 기댔다. "이 놈들이 반드시 네오사이타마에만 거주할 리는 없겠지. 존나 태평한 새끼들." "어디지?" "다른 놈들의 정보는 꼴에 검색을 차단했더라. 살짝 손이 가겠어. 이 녀석부터 가 둘까?" "어디지?" "경사스럽기도 하지." 타키는 모니터의 좌표도를 가리켰다.

"보로부두르*……" 닌자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타키는 고개를 저었다. "헤엄쳐서 가보지 그러냐." "헤엄쳐서 가면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코토부키가 모니터로 얼굴을 내밀었다. "앗? 이 고물 녀석 좀 조용히 시켜 봐, 닌자슬레이어=상!" "갈 방법이 있을 터다." "……." 타키는 신음했다. "이런 때는 참 감이 빨리도 오는구만, 너란 놈은……"


*보로부두르 : 인도네시아 요그야카르타 북쪽에 위치한 불교 유적.


◆◆◆


 검은 어둠의 지평선 부근에서 가로등 불빛이 뒤얽혀, 황금 또는 대장간의 쇳물처럼 보였다. 강 건너편의 이곳은 쓰레기와 메마른 뼈가 둑을 방불케 하듯 쌓여있는 처참한 상태였으나, 그 멀리 있는 불빛은 마치 낙원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누구나가 알고 있다. 저 황금이야말로 지고쿠 헬의 불빛이라는 것을.

 타앙! 가까이서 들려오는 총성에 몸을 움츠리는 일도 없이, 열 살도 안 되는 소년이 작은 쇠냄비를 들고 어느 폐가로 뛰어간다. 마치 빈 집의 개러지(차고)나 다른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몹시도 허술한 판잣집이었다. 입구에 쳐진 위장 무늬의 노렌을 헤치며, 소년은 안을 들어다보았다. "……죽었어?"

"죽진 않았다." 목소리가 돌아왔다. "다행이다." 소년은 웃는 표정을 지었다. "밥을 챙겨왔다고, 아저씨." 아둠 속, 담요를 덮고 누워 있었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사내의 눈은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다. 몇 번을 봐도 무시무시하다. 소년의 목덜미에 소름이 끼쳤다. "아저씨, 혼자 먹을 수 있겠어?" "그래, 고맙다."

"고마워? 헤헷! 고맙다니!" 소년은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그릇에 냄비 속의 잡탕을 주었다. "어쨌든 먹어, 배고프잖아. 영양을 취해야지." 빨간 눈의 사내는 그릇을 받아 천천히 들이켰다. 후룩…… "게홋!" 기침하고, 다시 들이킨다. 소년은 그 모습은 빤히 쳐다본다. 사내는 빈 그릇을 내밀었다.

 소년은 그릇에 다시 잡탕을 부었다. "이제 좀 기운이 나?" "……" 남자는 그릇의 내용물을 전부 들이켰다. 그릇을 돌려준 뒤, 눈을 감고서, 깊이, 또 깊이 숨을 쉬었다. "스읍……하앗-" 소년은 주위를 둘러본다. 사내의 호흡에 따라서 공기가 소리를 내며 일렁이고 있다. "아저씨?"

"후지키도다." 사내는 말했다. "후지키도・켄지다."


【선즈・오브・케오스】 끝

제4화【요그야카르타・나이트레이드】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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