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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레드・블랙】

[본 인 레드 블랙]은 아래의 서적에 수록된 서적 한정 에피소드입니다. 코미컬라이즈판은 [메리 크리스마스 네오 사이타마]에 수록되었습니다.

이번 note 게재판은 게임 '닌자슬레이어 네오사이타마의 불길' 발매 기념으로 2024년 8월에 특별 연재된 버전으로, 서적 수록 버전에서 Twitter 연재용으로 개고되어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자 코멘트 : 상기 물리서적 / 전자서적 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리서적 / 전자서적은 일본어판인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원본의 오탈자 수정을 가능한 한 진행하고 있으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닌자 슬레이어 공식 디스코드의 KR 채널 혹은 DC인사이드 닌자 슬레이어 마이너 갤러리를 통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この記事は【ボーン・イン・レッド・ブラック】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






마루노우치 스고이타카이 빌딩. 가장 높은 상업용 빌딩으로 알려진, 하늘 높이 솟은 건축물. 그 상층에서 일어난 폭발로부터 몇 시간이 경과해 있었다. 완전히 파괴된 플로어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는 기괴한 구름이 되어 고층 부분에 두껍게 쌓여 있었다.

소방서, 경찰 기구. 이들은 아직 현장 돌입이 허용되지 않아 그저 주변 길거리에 차량들을 세워놓고 언제 올지 모르는 지시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들은 불합리하게도 대기하라는 강요를 당하고 있었다. 어째서? ...... 답을 알고 싶어하는 자는 수명 종료를 앞당기게 되리라. 관료 기구를 뒤에서 움직이는 뒷세계 권력과 접촉하려고 하는 자는! 



[본 인 레드 블랙]







전편



"찾아냈다아!" 분진과 잔해로 가득한 위험한 플로어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원숭이처럼 생긴 멘포(복면)를 쓰고 황토색 닌자 복장을 입은 작은 몸집의 닌자였다. 이름은 오펜더. 닌자는 잔해를 발로 차다가 발견한 것 ㅡ 발밑에 쓰러져 있는 시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남자는 의식이 없었다. 하지만 숨은 붙어있다. "살아있구만? 다행이야." "우......" 남자는 신음하며 실눈을 떴다. 오펜더가 웃었다. "지고쿠 헬에 어서 오라고." 그리고 남자의 뺨에 나이프를 댔다. "지금부터 네 얼굴 껍질을 벗길거야. 괜찮겠지?" "......" 남자의 의식은 혼탁한 상태라 저항하는 기색은 없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나!" 그 순간 등뒤에서 질책이 날아들었다. 오펜더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기묘한 원기둥 형태 풀페이스 헬름을 쓴 닌자가 서있었다. "아앙?" 오펜더가 으르렁댔다. 보통이 아닌 두 닌자 사이에서 서슬 퍼런 아트모스피어가 흐른다. 

"......후딱 해치우라는 말을 하고 있는거다!" 원기둥 머리는 전자적으로 증폭된 음성으로 말했다. "어서 그 녀석이 지독한 꼴이 되는 걸 보고 싶다고!" "어이어이." 오펜더가 웃었다. "뭘 모르는구만, 스캐터=상." "뭣?" 스캐터가 의아해 했다. 오펜더가 남자의 머리를 흔들어 보인다. "이 녀석은 마지막 한 마리라구."

 스캐터가 주위의 파괴 상황을 둘러보았다. 원기둥 머리의 이음매 자리에서 UNIX 라이트가 맥박친다. "......음. 분명 플로어 내 생체 반응은 그게 마지막이군." "그치? 그러니 투덜투덜 떠들지 말라고. 가장 중요한 순간이란 말이야. 살아있는 인간인 채로 벗겨내는 얼굴이니까 좋은거야. 시체여서야 가치가 없어." "완벽주의자 같으니라고." 스캐터가 낮게 웃었다.

 오펜더는 벨트 훅에 매달아 놓은 피투성이 보따리를 흔들었다. 나무아미타불! 실제 그것은 인간 얼굴 생가죽이었다! "이것밖에 못 모았단 말이야." "항쟁 시점에 다크닌자=상이 거의 다 죽였으니 말이지." 스캐터가 말했다. 오펜더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 놈은 멋을 몰라."

 두 닌자가 몸에 달고 있는 것은 똑같은 크로스 카타나 엠블럼. 즉 교차되어 있는 두 자루의 카타나(일본도). '키(キ)' '리(リ)' '스(ス)' '테(テ)' (썰어 죽인다) 라는 문자. 이것은 이들이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사냥개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닌자 소울이 몸에 깃든 에이전트를 손발처럼 활용하여 네오 사이타마 정치계와 경제계를 좌지우지하는 어둠의 조직이다.

 이번에 이 두 사람에게 부여된 것은 뒤처리 미션이었다. 이들은 몇 시간 전에 발생한 닌자 항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항쟁에 휘말렸으나 살아있는 시민들을 남김없이 죽이기 위하여 모든 것이 끝난 다음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어찌하여 말려든 시민들을 이리도 꼼꼼히 죽인단 말인가. ......은닉을 위해서였다.

 미디어는 스고이타카이 빌딩의 참극을 불행한 폭발 사고라고 보도할 것이다. 빌딩 관리 회사 임원 중 누군가가 세푸쿠(할복)하고, 추모 방송이 방영된다. 그걸로 끝이다. 닌자끼리의 항쟁 같은 엉뚱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소우카이야는 은닉 · 침묵 · 억압으로서 지배하는 것이다.......

"그러니 말이야." 오펜더는 이 희생 시민의 머리채를 바짝 당기며 나이프를 움직였다. "엄숙하게, 절망적으로, 천천히, 괴롭히며 죽이는게 좋지 않겠어?......" 남자의 뺨에 나이프가 닿아, 빨간 핏줄기가 그어져 간다. "히히히히!" 오펜더가 웃음을 터뜨렸다. "생사의 갈림길이라구? 아우성쳐봐! 저항하라고!"

"죽여라." 남자가 중얼거렸다. 오펜더가 손을 멈췄다. "아앙?" "......죽음을." "죽고 싶은거냐? 이런 상황에 순순하게 굴면 쓰나. 재미가 없잖아. 목숨을 구걸하라고!" "죽음을." 남자의 눈에 초점이 돌아와, 오펜더를 응시한다. 남자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죽음을." "에?" 

"닌자에게, 죽음을!"

"끄악-!?" 오펜더가 고통과 곤혹에 찬 소리를 외쳤다. 남자가 갑자기 힘을 주어 오펜더의 얼굴을 느닷없이 붙잡은 것이다. 오펜더는 온힘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그는 닌자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다! 이 무슨 조임틀을 방불케 하는 힘이란 말인가!? 멘포가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얏-!" "끄악-!" 남자가 오펜더의 얼굴을 바닥에 쳐박으며 일어섰다! "오펜더=상! 어떻게 된거냐!" 스캐터가 당황해 했다. 우뚝 선 피투성이 사내. 그 발밑에는 얼굴이 바닥에 꽂힌 오펜더. 한순간에 벌어진 일. 예상도 못한 상황이다!

 남자의 시선이 스캐터를 포착했다. 붉은 안광. 살의와 증오로 불타는 눈동자였다. "히익." 스캐터가 뒤로 물러섰다. 남자가 다가간다. 한 걸음. 두 걸음. 스캐터는 기세가 눌렸다. 자신이 닌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상처입은 시민에게 공포를 느꼈다. (닌자를 죽이겠다고 말한건가? 닌자를...... 나를, 죽이겠다고?)

"뭐냐, 너는," "이얏-!" 남자가 파고든다! 스캐터는 몸을 보호하려 했다. 느리다! 이미 원 인치 거리! 오른손 주먹이 스캐터의 배에 꽂힌다! "고봇-!?" 구토! 토사물이 넘쳐나온다! "이얏-!" 왼손 정권 찌르기가 원기둥 형태 머리를 포착했다! "끄악-!" 오른손 주먹! "끄악-!"

 스캐터가 경련하며 몇 걸음 물러났다. 원기둥 형태 머리 부분은 엉망진창 찌그러지고, 내장된 UNIX 회로는 스파크가 일으키며 피와 불꽃을 흩뿌린다. "이런 일이...... 나는 닌자인데...... 닌자인데!" "닌자에게! 죽음을!" 남자가 두 손을 뻗었다. 그 팔끝에 피가 맺히고, 손바닥을 따라 이동하자 그것은 수리켄이 되어 있었다!

 나무삼! 이 무슨 초자연 현상! 남자의 피는 공기 중의 분진을 촉매로 삼아 순식간에 수리켄(수리검)으로 변한 것이었다! "이얏-!" 동시에 내던져진 두 장의 수리켄이 스캐터의 일그러진 닌자 헬름을 관통하여, 그 내용물을 수박을 방불케 하듯 파괴했다! "사요나라!" 스캐터는 뒤로 쓰러지며 폭발사산했다!

 피투성이 사내는 깊게 숨을 내쉬며 몸을 떨었다. 그리고 등뒤의 오펜더를 향해 돌아섰다. 오펜더는 바닥에서 얼굴을 끄집어내며 일어섰다. "너......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오펜더는 대거 나이프 이도류 자세를 취했다. "대체 뭐냐고...... 이런 이야기, 윗놈들에게는 듣지 못했어......"

 엄청난 출혈. 두 눈에서도 마치 눈물처럼. 이윽고 검붉게 물든 남자의 옷이 일그러지고, 찢어지고, 뒤틀리며 변했다. 닌자 복장으로. 닌자 모습으로! 너무나도 엄청난 일에 오펜더는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 피로 이루어진 섬유는 남자의 목으로 바스락바스락 기어올라와, 그 머리를 감싸는 닌자 두건이 되었다. 넘쳐흐르는 피는 머플러를 방불케 하는 천을 만들어 냈다.

 남자가 한 걸음 내딛었다. 피눈물이 남자의 얼굴을 가린다. 한 호흡 사이에 피는 강철이, 멘포가 되었다. 멘포 표면에는 공포를 일으키는 글씨체로 '인(忍)' '살(殺)'이라 조각되어 있었다. ㅡㅡ "도-모." 남자가 오펜더에게 오지기(머리숙여 인사)했다.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오펜더는 혼란스러웠다. 누구라고?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닌자를 죽이는 자(닌자 슬레이어)라니? 나를 죽인다는 건가? 그는 떨면서 아이사츠를 돌려주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상. 오펜더입니다." 아이사츠는 절대적인 규칙. 아이사츠를 받았다면 응해야만 한다. 고사기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네놈, 네놈은, 나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할 셈이냐?" 오펜더가 위협적으로 두 자루의 대거 나이프를 맞부딪혔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인거냐?" "죽인다." 검붉은 닌자가 즉답했다. "난데(어째서)!?" 오펜더가 소리쳤다. 닌자 슬레이어가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대가 닌자이기 때문이다."

"야메롯(그만햇)-!" 오펜더가 공포에 찬 외침과 함께 달려들었다. "이얏-!" 양손의 대거 나이프로 베려 든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오펜더의 양팔 관절에 재빠르게 춉(당수)을 꽂았다! "끄악-!" 오펜더가 대거 나이프를 떨구며 무릎을 꿇었다!

 닌자 슬레이어가 춉을 수평으로 세웠다. "하이쿠를 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펜더=상." 공포와 절망에 사로잡힌 오펜더는 재빨리 임종 순간의 하이쿠를 읊을 수 없었다.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이런 건 잘못됐어......" "이얏-!" "끄악-!" 무자비한 춉이 일격으로 목을 절단했다. 

 떨어져 나간 오펜더의 머리가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날아가다, 공중에서 단말마를 외쳤다. "사요나라!" 목이 없는 몸뚱이가 폭발사산하고, 분진을 머금은 바람이 닌자 슬레이어의 머플러 천을 나부끼게 했다.

 ㅡㅡ닌자 슬레이어는 생각에 잠긴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몇 초 정도에 불과했다. 이윽고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스고이타카이 빌딩 바깥을 향해, 뛰어올랐다.






후편


 파괴된 스고이타카이 빌딩 주변 고층 건축물들은 무관심한 척, 일상적인 네온 조명을 다채롭게 밝히고 있었다. 광고 간판은 '스고이' '왕코 다마' '얏떼미루(해치우겠다)' '정력 대발휘' 같은 욕망 담긴 표시를, 죽은 빌딩 바로 옆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고객들을 위하여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까고자빠졌넴마-! 통과시켜줘람마-!" 취한 사라리맨이 너저분한 아쿠자 슬랭을 외치며, 구획을 봉쇄를 나타내는 라바콘을 걷어찼다. 노미카이(술 모임) 인시던트로 인해 혈중에 싸구려 알콜을 순환시킨 귀찮은 시민이었다.

"그만하십시오! 우회하세요. 이곳은 위험합니다." 맙포* 중 한 명이 달려와서 마루노우치 스고이타카이 빌딩을 가리켰다. 그리고 구경꾼들을 비판하는 전광 판넬을. 명조체 주의문과 오지기하는 맙포 그림. '피해가 크고 위험하니 준비가 필요', '연말연시 중점 경계', '급할수록 돌아가라', '잠깐 기다리면 곧장 안심'. 
*본래 짭새와 같이 경찰을 비하하는 일본어 표현이나 닌자 슬레이어 세계관에서는 모든 경찰에게 사용되는 단어

 취객이 맙포를 떠밀었다. "나랑 상관없거든-! 화재? 폭발? 준비중? 그건 그쪽 사정이겠지! 나는 내일도 비즈니스! 부장에게 꼰지르겠어!" "그건 그쪽 사정, 이라고?" 그 순간 맙포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섰다! "닥쳐!" 봉으로 때린다! "끄악-!" 취객은 얻어맞아 쓰러졌다. 술이 깬다! "아이에에에 폭력!"

"닥쳐라! 친절하게 굴어주니 주정뱅이 자식이...... 우리도 말이야! 이얏-!" 다시 봉으로 때린다! "끄악-!" "이얏-!" 봉으로 때린다! "끄악-!" 다른 맙포들도 봉을 들고 모여든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나무아미타불!

 ㅡㅡ그런 공권력 폭력 광경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지점, 아무도 모르게 가볍게 착지한 자가 있었다. 검붉은 닌자 복장. 닌자 슬레이어였다. 달려나가려다 휘청인다. 그는 기모노 가게의 쇼윈도에 손을 짚고 견뎌냈다. 

 닌자 복장 아래의 신체는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였다. 방금 전의 닌자와의 이쿠사 배틀에서 입은 상처가 아니다. 몇 시간 전의 일이다. 그 폭발 때 입은 상처다. 그 순간의 그는 단순한 일개 시민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혼탁한 기억을 되돌리려 했다. 폭발에 휘말린 그 순간, 다가오는 빛과 열기와 소리를 눈앞에 두고, 그는 그저 무력하게.......

"후유코. 토치노키." 그가 중얼거렸다. 이름을 부르자 기억은 형태를 이루었다. 아내와 아들. "후유코. ......토치노키." 그는 되풀이했다. 아내와 아들의 이름을. 열기와 불꽃에 삼켜진, 둘도 없는 가족의 이름을. 봇물이 터지듯 기억이 역류하여 밀려든다. "후지키도 켄지." 그는 자신의 이름을 읊조렸다. 잊지 않기 위하여. "나는 후지키도 켄지다......"

"그 말대로다." 쉰 목소리가 대답했다. 후지키도는 고개를 들었다. 쇼윈도에 검붉은 닌자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도-모. 후지키도 켄지=상. 나라쿠(나락) 닌자입니다." 닌자가 말했다. 후지키도는 의아스러웠다. "도-모. 나라쿠 닌자=상. 대체...... 당신......은?" 그는 떨었다. "닌자......?"

"그렇도다. 닌자다. 닌자를 죽이는 닌자다." 나라쿠가 말했다.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자비 없는 목소리였다. "이 어르신과 함께 복수를 이루어야만 한다." 멘포에 '인(忍)' '살(殺)' 이라는 조각이 번뜩 빛을 반사했다. "닌자에게, 죽음을." "닌자. 그래. 닌자." 후지키도는 신음했다. "닌자가. 후유코와 토치노키를."

"그렇도다! 닌자가 그대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나라쿠 닌자가 말했다. "그대의 처자식은 죽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닌자가 죽인 것이다. 그대 자신도 죽음의 문턱에 있었으나 이 어르신이 목숨줄을 붙여주었다. 그대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기 위하여!" 나라쿠가 눈을 크게 떴다. 검은 눈이 응축되고, 선향 불꽃을 방불케 하듯 타오른다. 

"복수." 후지키도가 중얼거렸다. "닌자를. 죽인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 나라쿠가 낮게 말했다. "그대는 이 어르신이다. 닌자를 죽이는 닌자다. 소망을 이루거라, 후지키도." "복수!" 후지키도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아아, 아아, 복수!" "끌끌끌끌끌." 나라쿠가 목이 터져라 웃었다. "그렇다! 이 어르신에게 맡기거라! 죽이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쿠사 배틀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는 방금 두 명의 닌자를 죽였다. 크로스 카타나 엠블럼! 처자식을 죽인 가증스러운 집단! 인과응보! 사람을 벌레처럼 죽이고서 되돌아보는 일 없는, 스스로를 절대 강자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자들을 반대로 공포의 구렁텅이에 빠뜨려, 유린한다...... 이 어찌나 기분 좋은 경험이었는지!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중금속을 핵으로 삼은 묵직한 빗줄기가! 후지키도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쇼윈도를 보았다. 유리에 비친 검붉은 닌자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는 닌자를 죽이는 닌자가 된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가!

"이얏-!" 후지키도는...... 닌자 슬레이어는 춉을 날려 유리를 때려부쉈다.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에에에! 닌자? 닌자 어째서!?" 지나가던 스시 배달원이 스쿠터째로 넘어졌다. 종이로 만든 팔각형 스시팩이 길거리에 흩뿌려진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배달원 방향으로 뛰었다. "아이에에에!" 배달원은 죽음을 각오했다. 나무삼!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배달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시팩을 붙잡아 한층 더 도약! 네온 간판 '오샤레(멋쟁이) 품질'을 박찼다! 옆 빌딩의 벽을 박찬다! 뛰어오르며 옆 빌딩의 벽을 박차고, 더욱 높이 뛰며...... 자리를 떠났다.

 부서진 가게 유리창 앞, 울리는 경보음과 빗소리를 들으면서 배달원은 멍하니 밤의 어둠을 바라보았다. "닌자......" 이윽고 그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떠올렸다. 스시 배달을 계속하지 않으면 고용주에게 페널티를 당하게 된다. 그는 길 위에 흩어진 스시팩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끼기기기기기긱! 폭음과 함께 모퉁이에서 드리프트하며 다가온 하얀색 무인 모터사이클이 스시팩을 걷어차며, 배달원 바로 코앞에서 노 브레이크로 달려나갔다. "아이에에에에에!" 배달원은 뒤로 넘어져 다시 실금했다.

 불쌍한 배달원을 뒤에 남겨두고, 하얀 모터사이클은 점점 더 속도를 높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무인 상태로 주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로는 아니다. 유체역학에 따라 만들어진 조종수의 닌자 복장과, 딱 붙은 차체와 신체가 만들어내는 기승 스타일 때문에 그런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조종수의 이름은 뮈르미돈. 닌자 복장의 어깨 아머 부분에는 크로스 카타나 엠블럼이 새겨져 있었다. 그 또한 자신의 몸에 닌자 소울이 깃든 소우카이야의 닌자 에이전트이며, 표적에서 1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의 표적은 이제 막 이 자리를 떠난 닌자 슬레이어, 바로 그였던 것이다! 

 오펜더와 스캐터가 '생존자의 목숨 거두기'를 하는 동안, 이 뮈르미돈은 약간 떨어진 지점에서 대기하며 주변 구역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펜더와 스캐터의 바이탈 사인 소실. 그리고 수상한 그림자가 하나 빌딩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닌자 슬레이어' 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두 사람이 참살당하는 상황을 음성 모니터링한 그는 주저없이 추적 행동에 들어갔다. 취객을 경봉으로 때리는 맙포들을 곁눈질하며 골목길로 꺾어들어, 기모노 가게와 스시 배달원 앞을 통과. 11초 후, 그는 망막에 임플란트된 HUD로 표적을 포착했다. 네온 라이트에 번진 검붉은 뒷모습을. 

 닌자 슬레이어는 달리면서 종이팩을 열어, 안에 든 것을 차례차례 입안에 던져 넣고 있었다. 뮈르미돈의 망막 HUD가 그 모습을 조준하며 '스시', '스시를 먹고 있다', '스시를 보급하고 있다' 라는 상태 표시를 고속으로 전개시켰다.

"그렇다면 부상을 입은 거로군!" 스시는 고효율 에너지원이며, 닌자 회복력을 최대한 끌어낸다. "쉴 틈은 주지 않겠다!" 뮈르미돈은 멘포 안쪽에서 사납게 웃고서, 모터사이클을 최대 가속! 두다다다다! 뒷바퀴가 아스팔트를 태우고, 모터사이클은 대질량을 품은 하얀색 깔아 죽이기 탄환으로 변하여 돌진한다!

 ......그러나! "이얏-!" 표적은 충돌 직전에 옆구르기! 몸통박치기 공격을 피한 검붉은 닌자는 스시팩을 버리고 품안에서 멘포를 꺼내 다시 장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옆구르기 하고서 뒤이어 백 플립을 구사하더니, 뛰어오르며 수리켄을 되던지는 것이었다! "이얏-!" 

"이얏-!" 모터사이클 드리프트! 수리켄을 피하며 다시 가속! 집요하게 치어 죽이기를 노린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충돌 직전에 회전 도약! 공격을 회피! 빙글빙글 회전하며 높이 뛰어오른 닌자 슬레이어는 도로 밖 거대 오브젝트 위에 착지했다! 감색으로 칠해진 토리이 게이트 위에!

 이 거대한 토리이 게이트는 네오 사이타마의 문화 세련 구역 마루노우치를 꾸미는 미적 오브젝트 중 하나로, 그 앞 언덕길에 쌓여있는 돌계단 위에는 전통적 쉬라인(shrine, 사당)이 헤이안 시대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초목도 잠드는 우시미츠 아워!* 장엄한 토리이는 처절한 이쿠사 배틀의 시작점으로 변했다!
*축삼시를 말함. 새벽 2시~2시 30분으로, 귀신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라고 한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토리이 위에 똑바로 서있던 닌자 슬레이어가 뮈르미돈을 향해 오지기했다. "이얏-!" 뮈르미돈은 모터사이클에서 회전 도약하여, 착지하는 기세를 살려 오지기를 돌려주었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닌자 슬레이어=상. 뮈르미돈입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토리이 위에서 팔짱을 끼고 섰다.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달려왔느냐, 썩어빠진 쥐새끼가. 어떻게 동료들이 죽었는지 알고 싶은가?" "가소롭구나!" 라고 대답하는 뮈르미돈. "정신 빠진 것들이 몇 마리 뒈지건 상관없다. 네놈은 도망치지 못해. 소우카이야에게 대항한다는 행위가 어떠한 벌을 초래할 것인가. 네놈은 지금부터 알게될 것이다."

"......소우카이야. 호오." 닌자 슬레이어는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듯 말을 입에 담았다. "그 크로스 카타나 엠블럼. 그대들의 이름은 소우카이야인가. ......기억했다." "네놈의 목적을 말하도록 하라." 뮈르미돈이 물었다. 당당한 전투자의 태도 밑바닥에서, 그는 남모르게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목적 말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목을 울리며 웃었다. "닌자를 죽인다. 당연히 그대도 죽인다. 소우카이야의 닌자 모두를 죽인다. 닌자를, 모조리 죽인다." "뭐라?" 뮈르미돈이 되물었다. "닌자를 죽인다? 그게 목적이란 말이냐? 이 무슨 광인의 헛소리!" "과연 헛소리일까?" 

 검붉은 눈빛, 그 살의가 뮈르미돈을 찌른다. "이얏-!" 뮈르미돈은 수리켄을 투척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백 덤블링으로 수리켄을 회피하고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돌계단에 착지했다. 뮈르미돈은 돌계단을 세칸씩 뛰어 오르며 날아차기를 날렸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숙이며 발차기를 회피! 자세를 되돌리며 대각선으로 춉을 날린다! "이얏-!" "끄악-!" 뮈르미돈은 옆구리에서 가슴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춉 참격을 맞으며 날아가버렸다! "이얏-!" 뮈르미돈은 공중에서 낙법을 취하고, 돌계단을 박차 Y축에서 어드밴티지를 얻으려 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수리켄을 투척! "이얏-!" 뮈르미돈이 수리켄을 되던진다! 수리켄끼리 공중에서 충돌하여 소멸!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세 장의 수리켄을 연속 투척! "이얏-!" 뮈르미돈이 수리켄을 되던진다! 수리켄끼리 공중에서 충돌하여 소멸!

""이얏-!"" 두 닌자는 서로 수리켄을 던지며 돌계단 위를 뛰어올랐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수리켄 충돌 순간의 불꽃이, 돌계단을 따라 위로, 계속 위로 올라간다. 두 닌자는 동시에 회전 점프하여 쉬라인 정원에 동시에 착지했다!

"이얏-!" 뮈르미돈이 돌려차기를 구사한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왼쪽 팔로 막고, 오른손 주먹으로 숏 훅을 쑤셔넣었다! "끄악-!" 날아가버리는 뮈르미돈! 닌자 슬레이어는 점프로 그를 쫓아, 공중 내려찍기로 추격! "이얏-!" "이얏-!" 뮈르미돈은 백 덤블링으로 회피!

 KRACK! 땅이 내려찍기를 맞고 폭삭 갈라진다! 뮈르미돈은 간격을 두고 카라테 자세를 고쳐 잡았다. 무거운 갑옷을 개의치 않는 민첩성. 오펜더나 스캐터와는 차원이 다른 카라테 사용자다. 그러나 그의 눈은 충혈되었고, 숨결은 거칠었다. 그의 전사로서의 본능, 혹은 빙의된 닌자 소울이 눈앞의 적에게 경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쉬라인 안에 인기척은 없고, 나무에 달린 자동 본보리 램프가 빛을 내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불길한 모습이 빛을 받아 군데군데가 흔들렸다. 망막 HUD가 그 모습을 정조준하고, '주 짓수?', '고대', '데이터 부족' 이라고 표시했다. 뮈르미돈은 지쳤다.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달려든다! "이얏-!"

 오른손 주먹! 왼손 주먹! 오른손 주먹! 계속해서 연격!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모조리 피했다! 유려한 브릿지 자세로 회피하고서, 물구나무를 서며 걷어찬다! 왼다리! "이얏-!" "끄악-!" 오른다리! "이얏-!" "끄악-!" 프로펠러를 방불케 하듯 구사되는 발차기가 뮈르미돈의 안면에 연달아 직격!

 뮈르미돈이 뒤로 굴러나갔다. 시야가 일그러지고, 망막 HUD의 표시는 0과 1이라는 바이너리 노이즈로 뒤바뀌었다. 닌자 슬레이어가 결단적 속도로 다가온다. 뮈르미돈은 공포에 빠졌다. "이얏-!" "끄악-!" 뮈르미돈의 무릎이 박살나고, 왼다리가 뒤틀렸다. 치명적인 각도에서 대각선 아래로 날아든 발차기였다.

"이얏-!" 바야흐로 일어설 수 없게 된 뮈르미돈의 얼굴에, 토도메(마무리 일격) 발차기가 직격으로 꽂혔다. "끄악-!" 찢겨져 날아간 머리가 쉬라인 본당에 걸려있던 '아사쿠사'라 적힌 거대한 초롱을 뚫었다. 안에서 불꽃이 넘쳐흐른다. "사요나라!" 뮈르미돈은 폭발사산했다. 불꽃은 본당을 집어심키고, 밤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웃기 시작했다. "하! 하! 하! 하!" 몸을 뒤로 젖히며 홍소를 터뜨렸다. 불빛을 등지며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그 모습은 매우 불길하고도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이얏-!" 돌계단 중간에서 그는 회전 도약하여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ㅡㅡ이리하여 세 명의 닌자가 닌자 슬레이어의 첫번째 먹잇감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 검붉은 무자비한 살육자가 앞으로 걸어나갈 피와 시체로 이루어진 길의 규모와 비교한다면 극히 사소한 전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 네오사이타마의 요사스러운 야경을 강화 유리를 통해 내려다 보며, 흑요석을 방불케 하는 검은 닌자 복장을 입은 닌자가 휴대용 IRC 통신기에 의한 통화를 종료했다. 풀페이스 닌자 헬름에 쌓여있어 그의 맨얼굴과 표정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안쪽 다다미 옥좌에 앉은 주인을 바라보았다. 의견을 구하듯이.

 보라색 더블 슈트에 쇠사슬 두건, 황금 멘포라는 위압적인 모습을 한 어둠의 제왕은 발밑 오이란(기녀)이 내민 대뱃살 스시를 동시에 두 점 쥐면서 그를 향해 내뱉었다. "내버려 둬라!" "......분부하신대로." 검은 닌자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본 인 레드 블랙] 끝



N-FILES

크리스마스 이브 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와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의 항쟁으로 마루노우치 스고이타카이 빌딩은 지옥으로 변했다. 닌자 항쟁으로 처자식이 살해당하고 자신 또한 죽음의 문턱에 선 사라리맨 후지키도 켄지는 나라쿠 닌자의 소울을 받아들여 '닌자를 죽이는 자', 닌자 슬레이어가 되어 일어난다. 메인 저자는 브래들리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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