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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온・더・비치】

この記事は【ヴェックス・オン・ザ・ビーチ】の韓国語エディションです。
◇PLUS_KR 목차

 파도가 연신 때려대는 기울어진 빌딩들의 폐허가 이곳 해안가와 99마일즈・베이의 경계선이다. 저편은 뜯겨나간 해안선과 정크가 잔뜩 파묻혀 있다. 이편은 평화롭다…… 보석을 방불케 하는 다채로운 색의 바이오 군소와 반짝반짝 빛나는 백파(白波). 어떤 케미컬 방류물질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로우포인트는 닌자이기에 그정도 유해물질은 신경쓰지 않는다.

 태양은 살인적인 열을 내뿜고 있지만, 그는 그날도 제대로 된 야쿠자슈트로 몸을 감싸고 유목(流木)이나 게를 단번에 넘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종종 그는 혀를 찬다. 이태리제 구두에 들어오는 모래가 거슬리는 것이다.

“헤엄이라도 치지 그래?”

 방파제 위를 깽깽이발로 뛰어다니는 여자가 할로우포인트에게 말을 건넨다. 할로우포인트는 노려본다. 당연, 그는 괴짜 해수욕 관광객 따위가 아니라 늘 달라붙어 있는 붉은 여자…… 그를 항상 따라다니는 환각 속의 여자. 구부러진 뿔이 나 있는 디아볼리카다. 잘 차려입은 수영복에 양 손에는 샌들을 늘어뜨린 태평한 모습이다.

 BLAM! 할로우포인트는 디아볼리카의 미간에 총을 쏘았다. 총탄은 스르륵 빠져나갔다. 디아볼리카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질릴 정도로 알고 있다. 그는 또 한번 혀를 찬다. 저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단순한 환각, 그 자신의 뉴런이 보여주는 잔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나같은 건 신경쓰지 말아줘.”

 이번엔 전방, 나뭇가지로 소라게가 판 구멍을 후비적거리던 디아볼리카가 얼굴을 들어 할로우포인트를 본다. BLAM! 기계적으로 디아볼리카를 쏜다. 총탄이 스르륵 빠져나간다.

 할로우포인트는 발걸음을 조금 서둘러서 목적지로 삼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지어진 폐 호텔로 향한다. 디아볼리카는 그를 눈으로 좇는다. 그곳까지 야쿠자리무진을 타고 그대로 간다면 편하겠지만 이 지역 국도는 지진으로 심하게 훼손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기에,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차량을 타고 들어가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네오 사이타마에서 태어나 네오 사이타마에서 자란 문명인인 그가 이런 불쾌한 도보이동, 게다가 포장도로조차 빙 둘러서 이런 모래사막 위를 걸어다녀야만 하게 된 것은 그런 연유다.

 이번 표적은 닌자…… 그것도 소우카이야의 내부 인원이다. 개같을 정도로 자주 있는 얘기다. 닌자의 이름은 러스티클. 카타기(일반인)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서는 야쿠자머니를 횡령해 도주했다.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이딴 멜로드라마의 뒷처리를 위해 식스게이츠인 그가 이런 데에 끌려왔다. 러스티클이 그의 꼬붕인 것은 아니지만 일면식은 있었다. 몇 번인가 같이 거친 일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정심이 피어오르진 않았다. 쓰잘데기 없는 뒷처리에 이런 개같은 곳까지 와야 한다니 짜증이 나서 두 배로 죽이고 싶어졌다.

“어머 코와이(무서워라). 피도 눈물도 없는 야쿠자네.”

 옆에서 걸으며 디아볼리카가 말을 건다. 검은 머릿결이 바닷바람에 휘날린다. 할로우포인트는 쏘지 않는다. 쏜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총알 낭비다.

 하늘에는 갈매기가 빙빙 돌며 날고 있다. 할로우포인트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올려다보자 서서히 그것들이 물고기의 형상처럼 보인다. 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그……

“씨발……”

 그는 바위벽에 쌓여있는 테트라포트에 손을 대고 올라간다. 고급 야쿠자슈트가 모래와 흙으로 엉망진창이 된다.

“자, 조금만 더. 힘내.”

 위에서 디아볼리카가 쪼그려 앉아 할로우포인트를 내려다보고 있다. 할로우포인트는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몸을 위로 끌어올린다. 슈트에 묻은 모래를 털고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빼낸다. 양말을 뒤집어 펄럭펄럭 흔들었다.

“……씨발!”

 그는 화가 치밀어올라 양말도 신발도 그 자리에 내던졌다. 슬랙스 바지를 정강이까지 걷어올리고 재킷도 벗어서 그 자리에 던졌다. 그는 맨발로 여기저기 금간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 휴대 UNIX단말을 꺼내 액정화면의 모래를 털어낸다.

 마커는 그 폐호텔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정보 발신원은 러스티클의 애인이다. 흔해빠진 얘기다……남자쪽에서 일방적으로 데스퍼레이트하게 달아올라버려서 여자는 그 기세에 질려 겁먹고 손절했다. 러스티클로 말하자면 참으로 모지리같은 행운아이다.

「스타 캐슬・보소우」. 폐 호텔 간판에 그윽한 서체로 적힌 상호명 네온이다. 앞길 안내간판에 「주차장은 이쪽」이라는 화살표가 빛바래 있다. 할로우포인트는 닌자 청력, 닌자 제육감을 총동원하여 습격의 기척을 경계하며 저벅저벅 걸어간다.

 주차장 입구, 자동차용 PVC노렌에는 「오나시야스」라 적혀있다. 「야」부분이 열화해 찢어져서 없어져 있다. 할로우포인트는 노렌을 걷으며 여기저기 금간 콘크리트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진입방지 난간에 걸터앉아 디아볼리카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스타 캐슬・보소우에…… 송두리째 망해버린 꿈의 흔적……”

 할로우포인트는 디아볼리카를 무시하고 철판 도어 손잡이를 닌자 완력으로 부숴 호텔 안으로 엔트리했다. 단말을 다시금 확인한다. 6층. 엘리베이터는 당연하게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계단을 올라 복도로 나아간다. 손에는 총. 그는 숨소리를 포착했다. 두명. 남자와 여자. 가깝다. 6001호…… 6002호…… 6004호.

“이얏-!”

 KRAAAASH! 할로우포인트는 철문을 걷어찼다. 도어 패널이 공중을 날아 더블사이즈 침대를 넘어 유리창을 부수고는 베란다 저편으로 사라졌다. 소파에 앉아있던 닌자가 숨을 삼키고는 일어섰다. BLAM! BLAM! BLAM! 할로우포인트는 쌍권총을 잡고 쐈다.

“이얏-!”

 러스티클이 옆으로 뛰어 총알을 피하고는 쿠나이・다트를 던져 맞대응했다. 할로우포인트는 고개를 기울여 회피했다.

“아이에에에에에!”

 여자가 비명소리를 질렀다. 할로우포인트와 러스티클은 콤마 수 초간 노려보고는 동시에 오지기했다.

“도-모, 러스티클=상. 할로우포인트입니다.”

“도-모, 할로우포인트=상. 러스티클입니다.”

 철컥! 할로우포인트가 양 팔을 굽혀 가슴팍에서 교차하고 되돌렸다. 그렇게 총알을 재장전하자 빈 탄창이 꾀죄죄한 카펫 위로 떨어졌다.

“댁이 온 건가.” 러스티클의 미간에서 땀방울이 흘러 떨어진다. “최악이구만……”

“내가 더 최악이다, 씨발놈아.” 할로우포인트가 러스티클을 꼬나본다. “내 이 좆같은 꼬라지를 봐라. 니새끼가 한 짓거리 때문에 아주 심히 당황스럽다고. 지랄 염병을 떨고 자빠져갖곤……”

“나…… 나는” 러스티클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나는 살아남겠어…… 아마요를 위해서라도……!”

“바카 놈이. 여길 꼰지른게 바로 거기 계신 아마요 되시겠다.” 할로우포인트가 눈동자만 움직여 브라운관 텔리비전 뒤에 웅크려 앉아 떨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안 그러냐? 아마노=상.”

“그…… 그만해요!”

 아마요가 소리질렀다.

“뭐라고.” 러스티클이 곁눈으로 아마요를 보았다. “그거, 정말이야? 아마요……”

“싫어! 나, 이제 싫단 말야!”

“아마요…… 어째서…… 왜” BLAM! “끄악-!” BLAM “끄악-!” BLAM! BLAM! BLAM! BLAM! “끄악-!”

 할로우포인트는 몇 번이고 방아쇠를 당겨 무자비하게 총탄을 박아넣었다. 러스티클이 한쪽 무릎을 꿇고 몸을 뒤로 젖히며…… “AAAAARGH!” 상반신을 파열시켰다. BLAM! BLAM! BLAM! BLAM! 할로우포인트는 총격을 계속했다. 피 비말이 안개가 되고, 붉은 증기가 러스티클을 감싸서 숨긴다…… 그 안에서 비스듬히 그림자가 뛰쳐나온다.

 벽을 차고 트라이앵글・리프해 날아차기로 공격해 온 존재는 드러난 상반신을 경질 외피로 감싼 이질적인 닌자였다. 러스티클은 헨게요카이・짓수의 사용자로 이쿠사 배틀에서 단단한 껍질과 예리한 발톱, 이빨을 몸에 둘러 잔혹하게 적을 죽이는 닌자다.

“이얏-!” “이얏-!”

 할로우포인트가 손잡이로 러스티클의 강렬한 발차기를 방어한다.

“이얏-!”

 다시 돌려차기를 내지른다.

“이얏-!”

 러스티클이 공중에서 뻗어온 발을 디딤돌 삼아 백점프했다. 할로우포인트는 지체없이 총을 쏘았다. BLAM! BLAM! BLAM! BLAM! 러스티클이 키리모미 회전하며 더블사이즈 침대 그림자에 착지했다.

“아이에에에에!”

 아마요가 비명을 질렀다.

“시끄러. 닥쳐.”

 할로우포인트가 욕하고는 팔을 교차시켜 순식간에 두 번째 재장전을 실시했다.

“이얏-!”

 KRAAAASH! 더블사이즈 침대가 튀어올랐다. 러스티클이 차올린 것이다. 할로우포인트는 혀를 찼다. 적이 공격해올 방향을 예측하려 할 때, 그 더블사이즈 침대를 뚫고 러스티클이 뛰어들었다.

“누웃!” “이얏-!” “끄악-!”

 러스티클이 할로우포인트의 안면에 돌려차기를 먹였다. 이어서 양 손을 들어올려 터무니없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베어든다!

“AAAAARGH!”

“치잇-!”

 할로우포인트가 치켜들었던 양 팔이 찢겨 붉은 피가 튀었다. 그는 물러나 복도로 나왔다. 등 뒤에…… 벽!

“나는! 살아남는다! 아마요! 사랑한다!”

 러스티클이 손톱을 들어올렸다. 예상치 못한 맹공에 할로우포인트는 주춤거렸다. 적 어깨너머 출입문 옆의 벽에 기대어 서서 미소짓는 디아볼리카가 보였다. 할로우포인트는 화가 치밀었다.

“죽는담마-!”

 그는 왼손의 총을 버리고 러스티클의 목을 붙잡았다. 몸을 뒤집어 러스티클을 반바퀴 돌려 반대쪽 벽에 밀어붙였다.

“끄악-!”

“썩어죽을쉑…… 너이쉐낌마…… 알아들었냠마-!”

 욕을 내뱉는 할로우포인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서 피가 떨어져 얼굴 절반이 붉게 물들었다. 러스티클을 벽에 고정시킨 채로 그는 그 관자놀이에 오른손 총구를 들이밀었다.

“작작하고 성불해라 개새끼야……”

“그만둬!”

 여자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울며 소리질렀다. 할로우포인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형대에 오르니 센티멘탈한 감정이라도 든 건가? 좆같은 잡것이. 뭐 하나 빠짐없이 똥덩어리 같은 인간이다. 할로우포인트는 두 배의 증오심으로 눈 앞의 러스티클을 노려보았다. 러스티클이 고통에 신음했다.

“제…… 젠장.”

 BLAMN! 러스티클의 머리가 터져 피와 뇌수가 뿜어져 나왔다.

“사요나라!”

 러스티클은 폭발사산했다.

“우와아앗-!”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아마요를 걸리적거리는 가구나 된 듯이 넘어가서 할로우포인트는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왔다. 소파 위에 디아볼리카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서 손에 든 바람개비를 후후 불면서 돌리고 있었다.

“저기 아니야?”

 디아볼리카가 TV선반을 가리켰다. 할로우포인트는 쪼그려 앉아 다리바퀴 밑에 숨겨 둔 아타셰 케이스를 잡아끌었다. 안을 확인하자 핏자국으로 얼룩진 꾀죄죄한 만엔권 지폐가 빼곡히 들어있었다.

“흥……”

 할로우포인트가 케이스를 닫고 들어올렸다. 아마요는 계속 울고 있다. “방해된다.” “아이엣……!” 여자를 걷어차 쓰러뜨리며 그는 방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 출구를 나와 녹슨 폐차가 늘어선 주차장을 지나 다시 태양 아래에 선다. 눈부신 태양빛에 할로우포인트가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가린다.

“살풍경하지 않았네.”

 벤치에 걸터앉은 디아볼리카가 뒤틀린 버스정류소 표지판을 지나가는 할로우포인트에게 말을 건다.

“쓰면 좋았었을 텐데. 킬링필드.”

 BLAM! BLAM! 할로우포인트가 이를 드러내며 디아볼리카에게 총알을 쏴지른다. 디아볼리카는 아랑곳 않고 “저쪽 안으로 가면 해안가에 온천이 있어.” 무너진 국도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마 지금도 갈 수 있을걸.”

 딸깍, 딸깍딸깍, 탄이 다 떨어진 총을 사위스럽게 되돌리고 할로우포인트는 해안가를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걸은 뒤 멈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다음, 디아볼리카가 알려준 국도로 나아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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